사실 권여빈도 대충 김혜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오늘 밤은 절대 김혜준과 술을 마시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김혜준은 그녀를 설득하지 못하자 답답했지만 내색하지는 못하고 “아.. 술을 안 마시면 안 마시는 거지 뭐~ 그럼 음료나 하나씩 시키면서 축하하지 뭐!”라고 말했다.권여빈은 “이해해줘서 고마워!”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옆 테이블에 앉은 남성이 조금 전부터 권여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권여빈이 식사를 하러 들어온 순간부터 그는 그녀의 용모와 기품에 매료되었다.그가 보기에, 그녀는 아름다우면서도 기품이 있어서, 마치 여신이 내려온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한참을 지켜보던 그는 그녀의 앞에 앉아있는 남자가 남자친구가 아닌 것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결심했다.잠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권여빈과 김혜준의 테이블로 다가갔다. “저.. 식사하는데 정말 죄송합니다만.. 당신이 들어서자마자 첫눈에 반해버렸습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연락처라도 남겨 주실 생각이 있으십니까?”권여빈은 갑자기 멍해졌다.여기서 식사를 하다가 고백을 받게 될 줄이야..김혜준은 순간적으로 머리 끝까지 화가 솟구쳤다.어디서 이런 멍청한 새끼가 튀어나온 거야? 지금 내가 여빈이를 꼬시고 있는 거 안 보이나? 감히 누굴 꼬시러 오는 거야? 이건 죽고 싶어 환장한 게 아니면 뭐겠어?그는 권여빈이 입을 떼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누구야? 지금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 여기로 달려와 잡소리를 해대는 거야?”그 남자는 “지금 전 이 여성분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그러는 당신은 무슨 상관이시죠?”라며 대꾸했다.그리고는 권여빈에게 말했다. “제가.. 저 옆 자리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다가, 실례를 무릅쓰고 용기 내어 온 것입니다. 제가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정말 당신을 보자마자 너무 설렜습니다. 오늘 기회를 놓칠까 봐 이렇게 온 것이니 양해해주십
그 사내는 김혜준에게 유리병으로 한 대를 얻어맞자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 그 자리에 똑바로 서있기가 어려웠다.주위에서 식사를 하던 사람들도 바닥에 흩어지는 유리 조각으로 인해 깜짝 놀랐다.김혜준은 피투성이가 된 사내를 노려보며 비웃었다. “빨리 꺼져, 내가 너의 다리를 분질러 버리기 전에!”사내는 이를 악물고 머리를 감싸 쥐며 “좋아, 이 새끼가.. 조금만 기다려 봐!”그는 피가 흐르는 이마를 감싸 쥐고 황급히 레스토랑을 뛰쳐나갔다.김혜준은 별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저런 멍청한 자식.. 별것도 아닌 주제에 감히 날 위협해?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내가 감히 누굴 두려워하겠어?”그는 짐짓 거만한 표정으로 권여빈에게 말했다. “여빈아, 어디서 저런 날파리 같은 놈이 꼬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식사나 계속할까?”권여빈은 이런 난리통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런 말이 없었다.식사 도중에 김혜준은 몇 번이나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했지만, 여빈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그녀의 눈에 비친 김혜준은 그저 무능력한 인간일 뿐만 아니라, 행동은 거칠고 경솔하기까지 하기에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김혜준은 자신이 조금 전 그 멍청한 놈을 밟아버린다면, 여빈이 자신의 남자다움에 반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여빈이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거부감과 반감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지금 둘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는 그를 굉장히 우울하게 만들었다. 권여빈이 힘쓰는 남자를 싫어할 줄이야.. 내 발등을 찍은 꼴이 아닌가?김혜준은 한 끼를 먹는데도 체한 것 마냥 속이 너무 갑갑했다.밥을 먹고 나서, 그는 원래 권여빈과 함께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며 서로의 감정을 진전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권여빈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오늘 식사 고마워!”김혜준은 그녀를 그냥 보내기 아쉬워 “그럼 내가 집까지 바래다 줄게.”라며 그녀를 설득했다.하지만 권여빈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김혜준은 날아오는 쇠파이프에 놀라 하마터면 오줌을 지릴 뻔했다.이때, 김혜준은 너무 놀란 나머지 순간 권여빈을 밀쳐버렸다. 권여빈은 “꺄악!” 하는 소리와 함께 반대편으로 밀려났다.그 짧은 찰나 김혜준은 쏜살같이 자신의 차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고 시동을 건 다음 서슴없이 호텔을 빠져나가 버렸다.권여빈은 부아가 치밀었다.저 망할 자식!일은 자기가 저질러 놓고, 결국 중요한 순간에는 제 목숨 아깝다고 여자를 밀치고 순식간에 도망을 치는 건 대체..?이 세상에 저런 머저리가 또 있을까?김혜준이 도망가는 걸 본 사내는 욕을 퍼부었다.“저 병신 같은 놈이 지금 여자를 버리고, 살아보겠다고 혼자 도망치다니.. 쓰레기 아냐?!”말을 마치자, 그는 권여빈을 쳐다보며 냉담하게 말했다. “어이, 예쁜이! 방금 그 새끼 빨리 불러와. 안 그러면 내가 좀 무서워 질 것 같거든..?”권여빈은 “전 방금 그 사람과 잘 모르는 사이니까, 두 분의 일에 절 엮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했다.그 사내는 자신을 가리키며 이마의 거즈를 눌렀다. “아오 씨.. 내가 방금 저 새끼 때문에 이마를 열여섯 바늘 꿰맸거든? 그리고 식사도 제대로 못했지! 그 새끼가 당신을 구하러 오지 않는다면, 나랑 하룻밤 즐겁게 보내다 가면 되는 거고!”권여빈은 “왜 그러세요? 그건 범죄라고요!”“범죄?” 그는 “이 동네에서는 내 말이 곧 법이야! 나랑 즐거운 밤을 보내면 아마 뭐가 진정한 법인지 알게 되겠지~!”권여빈은 그의 말에 소름이 쫙 돋았다. 지금 이 순간.. 공포와 절망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다 그녀는 재빨리 외쳤다. “제가 그럼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해볼게요!”그리고는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김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김혜준은 엑셀을 있는 힘껏 누르며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분명 호텔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좋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휴대폰 액정에 이란 이름이 뜨자, 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권여빈은 다리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절망감에 눈물을 흘렸다.눈물에 젖으니 더욱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 때문에, 사내는 흑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어서 차에 태워!”그의 옆에 서있던 한 사내가 말했다. “민석아, 그럼 우리는 언제 이 이쁜이랑 한 번 할 수 있는 거야?” 엄민석은 냉담하게 말했다. “내가 먼저지! 벌써부터 자기 차례를 묻고 있어?!”그리고는 손을 뻗어 그녀를 차 안으로 끌어넣으려 했다.그때, 엄민석은 갑자기 여러 번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를 들었다.“으악!! 으아!”갑자기 몇 차례 비명이 더 울려 퍼졌다.민석은 화가 난 듯 고개를 들어 “뭐야? 무슨 일이야?”라며 소리쳤다.그런데 그가 고개를 들자마자, 갑자기 강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것이 느껴졌다.그게 뭔지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얼굴에 심한 통증을 느꼈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분명 조금 전 콧잔등이 뚝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때문인지 코피가 쏟아지고 있었다.마치 큰 망치가 머리를 내리친 것처럼 너무나 고통스러워 민석은 비명을 질러 댔고, 몸을 휘청거리며 뒤로 쓰러졌다.그가 쓰러지자, 뒤에 있던 패거리들이 죽은 토끼 마냥 땅바닥에 꼼짝 못하고 엎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권여빈이 겁에 질린 채 고개를 들자, 그녀의 아름다운 눈이 휘둥그레졌다.칼처럼 서늘한 눈빛의 검은 마스크를 쓴 한 남자가 자기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권여빈은 놀라움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마음속으로 기뻐 외쳤다. 누구지? 날 구하러 온 거야? 맞겠지? 틀림없이 날 구하러 온 거야!민석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검은 마스크를 낀 사내가 순식간에 남자 네 명을 쓰러뜨리자, 남은 나머지 몇 명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조금 뒤 겨우 반응했다. 그들은 고함을 치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고, 남은 동료들을 불러모았다.“당..당신은 누구죠?” 권여빈은 땅바닥에 앉아서, 눈앞에 있는 남성을 우러러보고 있었다.그는 묵묵부답으로 그녀를 번쩍 안아
은시후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회사에서 늘 자신의 정체를 캐려고 시시탐탐 노리고 있었으므로, 굳이 직접 정체를 밝혀 귀찮은 일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차라리 사실을 끝까지 숨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게다가, 그는 그녀가 권여빈을 특별 대우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내 유나를 봐서 절친인 그녀를 구해준 것일 뿐이었으니까.자신을 보고도 아무 말이 없자, 권여빈은 상대방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자 하는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더이상 캐묻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평소 남들에게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이었기에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뭔가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러자 권여빈은 다시 한 번 그에게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자신의 귓가에 걸걸하게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입고 있는 바지를 벗어.”권여빈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마스크를 낀 남성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있는 것을 느끼자 그녀는 갑자기 수치심이 느껴졌다.아니.. 겨우겨우 호랑이 굴에서 벗어났더니, 여우 굴에 들어간 셈이 아닌가..?여기는 인적이 드문 곳인 데다가, 상대방의 덩치가 꽤 커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봐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었다.권여빈은 또 다시 절망하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리고는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내 몸의 털 끝 하나 건드릴 수 없어. 내가 조금 전에 얼마나 힘들게 도망친 건데!! 지금 나에게 딴짓을 하려는 거면, 그냥 여기서 죽어버릴 거야!”은시후는 당황하며 손을 들어 그녀의 다리를 가리켰다. “당신은 이미 상처 때문에 힘줄을 다쳤고, 상처가 대동맥이랑 가까이 붙어 있어 만약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다리를 못 쓸 수도 있습니다. 지금 지혈이 안 되면 병원에 가야 하는데, 내가 보기에 그 때가 되면 병원에 간다고 해도 치료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뭐 어떻게 하란 겁니까?”권여빈은 토끼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볼이 갑자기 후끈 달아올랐다.
권여빈은 다리를 감싼 채 손가락 사이로 피가 줄줄 새어 나오는 것을 보며 그가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하지만 낯선 남자 앞에서 바지를 벗어야 한다니.. 그녀는 속으로 엄청나게 갈등하고 있었다.삶과 죽음 앞에서 권여빈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침내 타협을 선택했다. 그녀는 아직 죽고 싶지도 않았고 다리를 못 쓰게 되고 싶지도 않았다.권여빈은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고개를 들어 사내를 바라보았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며 온몸이 흔들거리는 것 같았다.그리고는 마침내 입을 열어, “알겠어요. 부탁드립니다..”라고 속삭였다.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쪼그리고 앉아 두 손으로 그녀의 바지를 잡고 힘껏 찢었다.권여빈은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몹시 뜨거워졌고 심장은 더욱 세차게 뛰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감히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볼 수조차 없었다.그의 눈빛은 차분했다. 칼자국은 왼쪽 허벅지에 있었다. 그리고는 엄지 손가락을 상처 옆에 두고 강하게 압박했다.한 줄기 영기가 그의 손가락에서 상처로 스며들었다.은시후의 눈은 줄곧 상처에만 있었고, 다른 곳은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그의 손놀림이 상처의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여빈의 상처의 피도 점차 멎었다.『구현보감』에 기록된 의술에 따라 치료한다면 그는 권여빈의 부상을 완전히 아물게 하며, 상처까지 즉석에서 회복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었지만 은시후는 상대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손가락을 바늘 삼아, 잠시 지혈한 뒤 잠시 상처가 아물자 손을 뗐다. 아마 병원에서 붕대로 감고 나머지 치료를 받으면 저절로 낫게 될 것이었다.권여빈은 혼란스러웠다. 손으로 몇 번 누르자 통증이 덜해졌고 피도 멎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서양 의학보다 더 현실적인 치료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효과적이라고?“됐습니다.” 마스크 쓴 사내는 무심하게 한마디를 내뱉고는 곁눈질도 하지 않고 일어섰다. “한번 일어나 보시죠.”권
이 돌멩이를 그 사람이 실수로 떨어뜨린 것 같은데..?권여빈은 갑자기 엄청난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조약돌을 손에 꽉 움켜쥐었다.만약 앞으로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면, 이 돌멩이야 말로 그가 남긴 유일한 증표이니까..권여빈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다. 그녀의 부상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담당의는 그녀가 응급 처치를 한 것을 알지 못했기에 이 정도 부상에도 끄떡없는 그녀를 보며 의아해했다.그녀의 다리에 난 이 상처는 운이 좋으면 힘줄만 절단되는 걸로 끝나지만, 심하면 다리를 쓸 수 없게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상처를 보면 피부와 살갗의 상처를 제외하고 내부의 힘줄과 근막은 놀랍게도 온전했는데 이건 마치 끊어졌다가 다시 연결된 것 같았다. 그리고 근막은 오히려 더 탄탄해 보였다.의사는 그녀에게 “며칠만 쉬면 원래 상태로 회복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이런 상처를 입고 멀쩡하기가 쉽지 않은데.. 처음 다쳤을 때 특수 치료 같은 걸 받았나요??”권여빈은 속으로 마스크 낀 사내를 떠올리면서 입으로는 “특별히 처리한 게 없어요.”라고 답했다.의사는 “정말 신기하네요..”라며 감탄했다. “참, 이미 경찰에 신고를 해둬서, 곧 형사들이 도착할 겁니다. 그럼 그분들과 만나서 직접 상세하게 이야기 나누시면 될 거예요.”권여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경찰이 빨리 오네.번화가에서 칼을 휘둘러 사람을 다치게 하고, 게다가 엠그란드 그룹의 고위급 임원을 다치게 했으니 그들이 저지른 일은 가볍게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권여빈을 만나러 온 경찰 중에서는 WS 그룹과 인맥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에 권여빈이 혜준과 만났던 것을 알고 WS 그룹에 이 사실을 알렸다.이 때의 WS 그룹의 별장에서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 것인지 토론이 한창이었다.조금 전 김혜준이 차를 타고 도망쳐 와 다급하게 권여빈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다고
김혜준은 질투로 인해 머릿속에서 '윙' 하는 소리만 들렸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자신은 권여빈의 몸에 털끝 하나 손대지 못했는데, 그저 길을 가던 낯선 남자가 그녀의 바지를 벗길 줄이야...이걸 어떻게 감당할 수 있어?!김혜준은 지금 권여빈이 자신에게 이미 실망한 것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질투심에 불타 이를 갈며 소리쳤다. “내가 생각할 때, 그 놈은 널 구하려고 한 게 아니라, 네가 다친 틈을 타 그냥 널 추행하려 한 거야!!!”김혜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회장을 포함한 WS 그룹 식구들의 시선이 모두 권여빈에게 쏠렸다. 사실, 그들도 그와 같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사실, 권여빈처럼 아리따운 외모의 여성이 옷을 풀어헤치고 낯선 남자의 앞에 누워서, 자신의 몸을 만지작거리도록 내버려둔다면 이건 분명 뭔가 있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권여빈은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김혜준에게 너무나도 실망했다.그는 그녀를 밀치고 먼저 도망쳤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악의적으로 잘못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워 주변 사람들의 눈을 가려 정확한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찌 이렇게 파렴치하고 뻔뻔하단 말인가!권여빈은 “김혜준! 날 구해준 사람에게 너 그게 무슨 말이야? 그 분은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어. 그리고 바지도 내가 직접 벗었으니 너와는 상관없고!” 그리고 그녀는 화가 나 이를 갈며 김혜준에게 소리쳤다. “야, 김혜준.. 자꾸 네가 진실을 왜곡하려고 하니까 말인데.. 오늘 밤에 일어난 모든 일들이 네가 원인이라는 건 왜 사람들 앞에서 말하지 않는 거야?!! 너 때문에 그 깡패가 부하들을 데리고 와서 널 찾을 때, 넌 그냥 쫄아서 날 밀치고 도망가 버렸잖아!? 그래서 그 사람이 화가 나서 나의 허벅지를 칼로 찌른 거라고!! 그런데 지금 날 구해준 은인에게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너 정말.. 염치라는 게 있기는 한 거야? 쪽팔리지도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