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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화

신유리가 하나하나 검사를 하러 갈 때마다 임아중은 그녀의 뒤를 따라다니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침묵을 지켰다.

리스트를 말없이 뚫어져라 바라보는 신유리의 표정은 너무 차분해서 되려 무서웠다.

그러나 임아중은 그녀의 온몸이 작게 떨리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태아는 이미 2주가 되었다.

임아중은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설마 지난번에 제대로 피임 조치를 하지 못해서 그런 거야?”

신유리는 검사 결과를 보면서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올라오지 않았다. 마치 바닷물이 뼈 틈틈이 스며들어 가듯 온몸이 아파 났다.

그녀는 심지어 어떤 감정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몰랐을 뿐 오직 막연함 뿐이었다.

“유리야?”

임아중의 부름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당겨왔다. 그녀는 눈꺼풀을 치켜올리며 임아중을 바라보았다.

임아중은 전혀 빛이라고 없는 그녀의 눈을 마주하며 마음이 아득해졌다.

“누구 애야?”

사실 임아중도 많이 놀랐다.

그녀는 워낙 개방적인지라 성인 여성이 사생활을 즐기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난번 신유리를 호텔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다만 신유리가 임신할 줄은 전혀 몰랐다.

게다가 그녀의 표정을 보아하니 자신도 생각조차 못 한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제일 어려운 문제는 아이의 아빠를 알아내는 것이다.

복도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신유리의 가슴은 누군가 꽉 움켜잡은 듯 입을 벌려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임아중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자신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되는 이름을 꺼냈다.

“설마 서준혁이야?”

신유리는 침묵했다.

임아중은 단번에 멍해졌다.

“준혁이랑 계속 만났었어?”

“아니.”

신유리는 거의 쉬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표정한 얼굴이 마침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나도 지금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

임아중은 신유리의 말을 들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신유리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결국 내뱉은 말은 이 한마디뿐이었다.

“어떻게 할 생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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