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리는 몸 둘 바를 몰랐다.그녀는 처음으로 도망가고 싶은 느낌이 들었지만 두 다리가 마치 땅에 박힌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서준혁을 망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서준혁도 그런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건 또 무슨 상황이죠?”서준혁의 목소리를 들은 주국병은 바로 몸을 돌려 흉악한 얼굴로 다가왔다. 그는 신유리를 본체도 하지 않고 말했다.“빚을 졌으면 당연히 돈을 갚아야지! 네가 그래도 대표인데 돈은 빨리 갚아야 할 거 아니야!”서준혁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의 손에 들려있는 삐뚤삐뚤한 글자를 보며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 말했다.“주국병, 이건 네가 새로 찾은 죽는 방법이야?”주국병은 뻔뻔스럽게 목을 길게 빼며 말했다.“다들 와서 보세요. 돈 있으면 다야?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뭐가 이렇게 당당해?”서준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빚을 졌는데 갚지 않는다고?”주국병은 흉악하게 웃으며 옆에 있는 신유리의 팔을 잡고 서준혁의 앞으로 끌고 왔다.“내 딸이야! 비록 친딸은 아니지만 내 아내의 딸이잖아! 너 이 새끼, 몇 년 동안 내 딸과 잤으면 몸값 정도는 줘야지.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 이렇게 하자. 200만에 하룻밤. 네가 백번 정도는 잤을 테니까 2억만 나에게 줘. 그걸로 청산해 줄게.”주국병이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그의 말이 끝나자 주위는 조용해졌다.신유리도 어안이 벙벙했다. 주국병의 말에 그녀는 몸 파는 여자가 되어버렸다.200만에 하룻밤이라니.서준혁이 그녀와 백 번 잠자리를 가졌으면 2억을 줘야 한다니.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그녀를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거나 좋은 구경거리를 보는 눈길로 쳐다봤다.신유리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입에서 피비린내가 났고 입가의 통증이 머리까지 전달됐다.그녀는 갑자기 어디서 난 힘인지 주국병에게 잡힌 팔을 뿌리치고 그의 뺨을 때렸다.신유리는 너무 화가 나서 똑바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2억5천만이라고?”서준혁의 말투에서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짜증 난다는 눈빛으로 도도하게 주국병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줄게.”신유리는 고개를 번쩍 들고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서준혁의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가늘고 긴 속눈썹이 그의 눈을 가린 탓에 어떠한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주국병은 너무 기뻤다. 그는 자신의 뒤에 두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서준혁 쪽으로 목을 길게 빼며 말했다.“정말이야? 정말 2억5천만 줄 거야?”서준혁은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기뻐하는 주국병을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린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경찰에게 잡혀가기 싫으면 꺼져.”주국병이 여기에 온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이 얼굴의 흉악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뻔뻔스러운 모습으로 애원했다.“그럼 잊지 말고 돈 보내.”주국병은 옆에 있는 신유리를 보며 말했다.“그래도 쓸모는 있네. 앞으로 서 대표 잘 모셔.”악의가 담긴 주국병의 마지막 말에 신유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주국병과 실랑이를 할 힘도 없었던 그녀는 그저 서준혁을 바라보며 속으로 2억5천만을 생각하고 있었다.주국병은 10분 동안 소란을 피우다가 돌아갔고 구경하던 사람들도 그제서야 서서히 흩어졌다.양예슬이 안타까운 눈길로 신유리를 바라봤다.“유리 언니, 괜찮아요?”신유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어 그런지 초췌해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고개를 든 양예슬은 서준혁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는 신유리와 더 말을 나누고 싶었으나 서준혁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신유리에게 말했다.“유리 언니, 제가 출근 카드를 찍지 않아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말을 마친 양예슬은 자리를 떠났다.그녀는 떠나가기 전에 작은 소리로 신유리에게 말했다.“유리 언니,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나에게 전화하세요.”아침 동안 소란에 시달린 신유리는 이제야 피곤이 몰려왔다.그녀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서준혁의 담담한
주국병은 돈을 받고 나서야 며칠 동안 잠잠했고 나타나지 않았다.요즘 신유리의 마음속에는 서준혁의 돈 생각뿐이었다. 주국병과 이연지는 완전히 한통속이었고 그녀도 더 이상 껌딱지마냥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아 계속 그들을 찾아가지 않았다.게다가 찾아간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사채업자 쪽은 더 가능성이 없었다.“유리 언니, 무슨 일 있어요? 요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서요.”갑자기 들려오는 곡연의 목소리에 신유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곡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니, 그냥 생각 좀 했어.”“언니 외할아버지 일 때문에 그래요? 별일 없을 거예요. 전에 아는 이모한테 물어봤는데 이런 수술은 보름 동안 거부감이 없으면 잘 쉬기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했어요.”신유리는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그날 저녁까지 성북에 있다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아무래도 그쪽은 안전하지 않았기에 이신은 신유리가 다시 그쪽으로 돌아가 사는 것을 반대했다.부서 쪽에서는 버닝스타와 미래가 협력하는 것을 보고도 버닝스타와 계약했다. 그래서 이신은 최근 기획안을 수정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주전공이 아닌 신유리는 회사에서 지원 부서를 맡았다.곡연은 오늘 신유리를 따라 물건을 사러 나왔다. 곡연은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 신유리의 곁에 바짝 붙어서는 그녀를 떠보았다.“유리 언니,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이신한테 말해보세요. 많이 도움이 될 거예요.” “비록 이제 이씨 가문과 아무 상관이 없다 하더라도 그는 꽤 능력 있는 사람이에요. 아니면 우리를 데리고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나도 알아, 도움이 필요할 때 꼭 말할게.” “사실 이진 정도면 괜찮죠. 잘생겼지, 학력도 높지, 월급도 많고 게다가 성격도 좋아요. 유리 언니, 언니도 사실...”곡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유리는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곡연아.”곡연은
신유리는 눈초리를 치켜올리더니 말했다.“나 이제 그들이랑 아무 관계 없어. 네 마음대로 해.”서준혁은 무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 마치 그의 깊은 눈동자에 감정이 북받치는 듯 USB를 손에 들고 멈칫하더니 잠시 후에야 고개를 끄덕였다.신유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물었다.“또 다른 일 있어?”화인 그룹이든 서준혁이든 신유리는 모두 거북스러웠다.서준혁은 멈칫하더니 눈썹을 치켜올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전에 말했었지. 높은 곳까지 올라가려면 누구에게도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고.”그의 새까만 눈동자에 신유리가 알아볼 수 없는 정서가 묻어있었다.“하지만 넌 줄곧 배우지 못했어.”신유리의 얼굴에 한 줄기 의혹이 스쳐 갔고 그녀는 서준혁의 탄식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갑자기 지나가 버려서 어쩔 수 없는 느낌이었다.그러나 아마 잘못 들었을 가능성이 더 컸다. 신유리는 입술을 깨물고 사무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왔다 갔다 두 탕이나 뛰고 신유리는 그제야 별장으로 돌아갔다. 마침 이신은 바베큐를 준비하고 있었고 곡연은 그녀를 보자 콜라 한 병을 든 채 인사했다.“마침 잘 왔어. 언제 돌아오는지 물어보려고 전화하려 했는데.”신유리는 약간 멀미가 나고 머리가 어지러운 것 같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희들 먼저 먹어.”신유리는 말을 마치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곡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옆에서 나지막하고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좀 쉬게 놔둬.”곡연은 고개를 돌려 이신을 봤더니 그의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자 참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주의를 기울였다.“보스, 유리 언니 최근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 보여. 좀 관심이라도 해줘.”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언니가 다른 사람의 여자 친구가 된 후에 후회하지 말고.”이신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신유리는 비몽사몽한 상태였다.서준혁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귓가에 맴돌았고
이신이 막 방으로 급히 뛰어왔을 때 신유리는 창백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손을 든 채 전화 받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핸드폰은 이미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핸드폰 화면은 여전히 켜진 상태였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홍도의 가족분께서는 빠른 시간 내로 제일 병원으로 오셔서 환자의 시신에 관한 일을 인계해 주셔야겠습니다.”이신은 급히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신유리는 멍해 있었다. 그녀는 이신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한참을 땅에 떨어진 핸드폰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쪼그려 앉더니 핸드폰을 줍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잘못 거신 거 아니에요? 어제까지만 해도 외할아버지꼐서는 아무 일도 없으셨어요.”“실례지만 신유리 씨 아닌가요? 성남시 제일병원에 남겨주신 연락처가 바로 이겁니다.”전화 너머의 말이 끊겼지만 신유리는 미처 반응을 못한듯 핸대폰을 들고 땅바닥에 쪼그려 앉은 채 망연자실해 있었다. “여보세요? 신유리 씨 맞습니까?”전화 너머로 다시 소리가 울려오자 신유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이신은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추기려 했지만 그녀는 혼자 흔들리는 몸을 가누며 일어서더니 이내 걸음을 옮겼다. 신유리의 머리속은 텅 빈 채 아까 전화 너머의 목소리만 끊임없이 그녀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이홍도의 시신?’‘이홍도가 누구지?’‘...외할아버지?’‘그런데 외할아버지께서는 괜찮으셨잖아. 어떻게 갑자기... 시신이라니?’신유리는 흐리멍덩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주위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이신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채더니 잠긴 목소리로 외쳤다.“유리야!”신유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무슨 일 있어? 난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가봐야 하는데. 외할아버지께서 날 기다리고 있대. 무슨 일 있으면 내가 돌아와서 다시 얘기하면 안 돼? 미안해, 진짜 미안해.”그녀는 말에 조리가 없어서 그 두 마디만 반복할 뿐이었다.이신은 눈살을 찌푸리며 신유리의 손목을 잡아
“서 대표님.”이석민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더니 손에 핸드폰을 쥔 채 테이블 뒤편의 서준혁을 보며 말했다. “제일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입니다. 지난달에 연락했던 공익 건강검진 활동 때문에 그쪽에서 이번에도 계속 진행할 것인지를 묻고 있습니다.”서준혁은 원래 계약서를 보고 있었는데 이석민의 말에 전화를 넘겨받았다. 화인 그룹은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최근에 공익 활동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가 전화를 건네받자마자 전화너머에서 한바탕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서 대표님, 죄송합니다. 저희 쪽에서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 시끄러웠습니다.”서준혁은 별로 개의치 않고 대답했고 전화 너머로 소리가 들려왔다.“지금 병원과 환자 사이의 갈등이 적지 않은데 가족 간의 갈등은 처음 봐서 경찰에 신고할 정도입니다.”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말하자면 이 환자는 처음에 대표님의 외삼촌께서 집도하셨습니다. 원래 어르신께서 회복이 잘 되셨는데 결국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제 말은, 이 환자는 대표님의 외삼촌께서 집도하셨습니다. 바로 개두술이 필요한 노인입니다.”“그다음 말.”전화를 끊을 때까지 서준혁의 얼굴은 끔찍할 정도로 차가웠다. 어두운 눈동자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기세가 솟구쳐 올랐다. 그 시각 제일 병원.주국병과 이연지가 한바탕 말다툼을 벌이다가 병원의 경호원이 올라와 강제로 두 사람을 사무실로 데려갔다. 밖의 소리가 점차 조용해지자 신유리는 외할아버지의 침대 옆에 엎드려 눈을 감은 할아버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분명 평소의 잠든 모습과 다름없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침대 옆에 툭 늘어진 외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끊임없이 어루만졌다. 피부의 온도는 점점 흘러가 버렸고 그 마지막 온기조차 다 흩어져버려 신유리가 아무리 쓰다듬어도 여전히 생기 없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노크 소리가 다시 울렸을 때 신유리
서준혁의 표정은 결코 좋지 않았다. 그는 신유리를 주시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신유리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마치 한구의 시신마냥 감정도 생각도 없었다. 방금 들어가 경찰에게 주국병을 고소한다고 해도 순서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고 약간의 시간과 에너지조차도 그 누구와 공유할 수 없었다. 서준혁도 물러서지 않았고 신유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침묵을 지키며 그를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이신이 입을 열었다. “서 대표님, 실례합니다. 길을 막고 계시네요.”서준혁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다시 신유리에게 시선을 옮겼다. 신유리가 먼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며 너무 작아서 날아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몇 년 동안 줄곧 일하느라 바쁘다고 한 번도 할아버지와 함께 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낸 적이 없어. 마지막 시간인데, 좀 조용히 할 수 없어?”서준혁은 양미간을 찌푸렸고 신유리는 이신을 보며 말했다. “이쪽의 일은 네가 좀 도와서 봐줄 수 있어?”이신은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신유리에게 걸쳐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외할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었다. 노인들은 흔히 사람이 떠난 후 영혼은 갓 태어난 아기처럼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신유리는 외할아버지가 자신을 찾지 못해 조급해하지 않도록 그녀가 마땅히 외할아버지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떠나자 이신의 얼굴의 온화함이 흩어졌다. 그는 서준혁을 보며 말했다. “서 대표님께서는 그만 일 보러 가셔도 될 것 같네요. 유리는 제가 돌볼게요.”서준혁은 피식하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이 정도로 한가한 줄 이정이 알면 기꺼이 할 일을 찾아줄 텐데요.”이신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의 몸에서 늘 드러나던 나른했던 기운은 적잖게 가다듬어졌다. “서 대표님이야말로 이렇게 한가해서 쓸데없이 참견할 여유까지 있으시다면 먼저 자신
주국병 그 사람은 행여나 신유리가 정말로 돈을 주지 않을가봐 외할아버지를 몰래 데리고 나가는 이런 파렴치한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이렇게 하면 신유리에게서 계속 돈을 받아낼 수 잇다는 생각으로 말이다.곡연이 이 일을 신유리에게 전해주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정말이지 멍청하고 추악한 사람이네요, 나중에 어떤 인과응보를 받을 줄 알고 이러는 건지.”말을 듣고 있는 신유리의 낯빛은 새하얗게 변해있었다.이유는 아주 교활하고 멍청해 웃기기까지 하였지만 하필이면 이런 우둔한 생각들이 외할아버지를 해하였다.이연지와 주국병은 아직까지도 파출소에 있었고 이신과 연우진은 신유리와 함께 그들을 며칠 동안 지키고 있었다.며칠간 신유리는 눈에 확연히 알릴정도로 말라있었다. 원래도 마른 그녀의 몸매가 지금은 거의 뼈밖에 남지 않아 옷을 입어도 공간이 넉넉했다.“유리야, 지금 많이 힘든 거 잘 알아. 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안 먹으면 어떡해.”말을 하는 연우진의 손엔 보온병 하나가 들려있었는데 신유리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걱정근심이 가득해보였다.“집에서 직접 끓인 국이야, 조금이라도 마셔.”“거기다가 둬, 좀 잇다 마실게.”신유리가 천천히 대답했다.그녀는 좀 잇다 먹겠다는 핑계로 며칠을 지내왔고 둔 음식들에 거의 손도 대지 않았었다.연우진이 말을 하려는 찰나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힐끔 쳐다보고는 벨소리를 꺼버렸다.곧이어 연우진이 들고 있던 보온병을 이신에게 건네주더니 말했다.“먹는 거 보고계세요,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급급히 자리를 떠버렸고 남겨진 이신은 보온병에 담겨진 국을 절반 부어 신유리 앞까지 갖다 주었다.살짝 올라간 눈초리에는 말 못할 애매한 감정이 담겨있는 듯 했고 이신은 먼저 입을 뗐다.“이러면 할아버지가 많이 속상해하실겁니다.”그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신유리는 국이 담겨진 병을 건네받았다.하지만 바로 마시지 않고 잠겨있는 목소리로 이신에게 물었다.“할아버지는... 지금 날 보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