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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말을 하는 중간에도 기억을 되짚어보듯 목소리가 조금씩 끊겼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그녀의 눈빛이 암기했던 무언가를 기억해 내려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는 것이다.

만약 아까 했던 답변들이 전부 소지혜가 미리 준비한 것들이라면 임유진의 가설에도 더더욱 힘이 실리게 된다. 당당하다면 굳이 이런 준비를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그렇게 계속 생각을 이어나가려는데 누군가의 호통이 들려왔다.

“거기 뭐야! 당장 카메라 앞에서 안 나가?”

임유진이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그녀는 어느새 다른 촬영 스튜디오의 카메라 앞에 서 있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녀는 황급히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어디 감히 엑스트라 따위가 촬영을 망쳐? 그리고 너...”

감독으로 보이는 사람의 호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여자 엑스트라 아닙니다.”

임유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강현수가 그녀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감독은 강현수의 등장에 조금 놀란 듯하더니 바로 자세를 낮췄다.

“현... 현수 씨... 현수 씨가 여기는 웬일로...”

“제 지인이니 금방 데리고 나갈게요. 촬영 계속하세요.”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유진을 데리고 스튜디오를 나갔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강현수가 임유진을 향해 물었다.

“옆 스튜디오에서 드라마를 찍고 있는 여배우가 제가 조사하는 사건의 증인이라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요. 아까는 고마웠어요.”

말을 마친 임유진은 다시 갈 길을 가려고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녀의 손목은 곧바로 강현수에게 잡혀버리고 말았다.

“강현수 씨? 저한테 무슨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으세요?”

강현수는 눈앞에 있는 여자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임유진의 얼굴은 촬영장 열기 때문인지 옅은 붉은 색을 띠고 있었고 머리는 간단하게 포니 테일로 묶어 올렸다. 그리고 그 예쁜 눈은 지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임유진의 손을 잡은 건 정말 자기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아마 이대로 그녀를 보내기 싫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반응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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