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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임유진이 다리에 힘이 빠져 넘어지려는데 누군가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와락 감싸 안았다.

그리고 곧바로 강지혁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어떻게 된 거야?”

임유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코가 닿을 거리에 강지혁이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경호원들이 방금 그 두 남자를 제압하고 있었다.

“모르겠어. 모르는 사람이야.”

강지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응.”

임유진이 다시 강지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는 왜 여기 있어?”

“너 보러.”

강지혁은 바닥에서 앓는 소리를 내는 남자를 보고 다시 한번 임유진을 보더니 물었다.

“아까 저 남자가 네 남자친구라고 하는 것 같던데, 맞아?”

낮게 깔린 목소리는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다.

“말했잖아. 모르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저런 짓을 하는 사람이 내 남자친구일 리가 없잖아!”

이에 강지혁이 피식 웃었다.

“하긴. 쓸데없는 걸 물었네, 내가.”

그는 말을 마친 후 바닥에 앉아있는 남자에게로 다가가 그대로 명치를 힘껏 밟아버렸다. 그 남자는 ‘컥’ 하는 소리와 함께 눈물이 맺혔다.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하면 안 되지. 남자친구? 네가 저 여자랑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보지?”

싸늘하기 그지없는 그의 말에 남자는 의식이 흐려지는 걸 느끼며 온 힘을 다해 외쳤다.

“아, 아닙니다. 제가 헛, 헛소리한 겁니다. 살려주세요. 윽.”

임유진은 문득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때도 강지혁은 지금처럼 무자비했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

다만 당시의 그는 눈빛이 공허했고, 그 무엇에도 미련이 없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고작 유괴범들의 한낱 거짓말에도 신경을 쓸 정도로 눈동자에 힘이 꽉 차 있었다. 임유진의 남자친구라고 얘기한 것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인 것처럼.

남자가 숨을 쉬지 못해 팔다리에 힘이 풀린 뒤에야 강지혁은 발을 치웠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

“네, 알겠습니다.”

강지혁의 명령에 경호원들은 길바닥에 뻗은 두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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