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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작가: 유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3-05 18:00:01
만약 이전에 강지혁한테는 일종의 차가운 느낌이 가득했다면, 지금은 그의 눈과 눈썹 끝에는 화려한 분위기가 가득 차 있었다.

“지금은 어때, 아직도 아파?”

강지혁이 다정하게 물었다. 그의 태도는 너무나 매혹적이고 행동은 아주 부드러웠다. “아니... 별로 안 아파.”

임유진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이렇게 된 분위기에 아픈 느낌을 느낄 새가 어디 있겠는가. 그녀의 모든 감각이 그에게 사로잡힌 것만 같았다!

그의 섬세한 입맞춤이 손목 위의 빨간 자국에 계속해서 이어졌다. 임유진은 수줍어하며 손을 빼려고 했다. 아무래도 차 안에는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움직이지 마!”

강지혁이 말했다.

“하지만...”

임유진의 표정이 당황스러웠다.

“움직이지 마, 절대로 움직이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나도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강지혁의 목소리는 갑자기 애원하는 것처럼 변했고 그녀의 손목을 잡은 손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임유진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강지혁이 산에서 자신을 찾은 이후부터 그는 평소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다른 사람들이 있기에 일부 말은 직접 물어볼 수 없었다.

앞 좌석에 있는 운전기사와 고이준은 강지혁이 방금 한 말을 듣고 경악했다.

방금 말한 사람이... 정말 강 대표님인가? 그렇게 도도한 남자가 언제 여자에게 이런 애원하는 어조로 부탁을 한 적이 있는가?

임유진은 잠시 망설였지만, 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지혁은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그녀의 손목에 입맞춤을 계속했다.

강현수가 그녀에게 남긴 모든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낙인을 새기고 싶었다.

만약 임유진이 정말로 손을 빼냈다면, 그는 무엇을 했을까? 어쩌면... 바로 그녀의 손을 부러뜨렸을까?

왜 그녀는 오늘 강현수와 함께 있었을까? 왜 그녀는 강현수가 업도록 내버려 뒀지? 그녀의 마음속에서 강현수는 대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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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혁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질문들, 이런 조급함은 평소의 그에게서 볼 수 없었다! 임유진은 위에 있는 강지혁을 다소 놀란 눈길로 바라보았다. 마치 그동안의 침묵과 억제가 이 순간 폭발하는 것 같았다. “혁아, 먼저 손부터 놓아 줘. 다 설명해줄게.”임유진이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고 그 대신 그녀의 얼굴에 연속적으로 부드러운 입맞춤을 퍼부었다. “좋아, 설명해. 듣고 있을게.”어떻게 되었든, 그는 그녀를 놓고 싶지 않았다. 임유진은 그의 입맞춤에 생각이 흐려지는 것만 같았다. “나... 오늘 외할머니의 묘지에 제사를 지내러 갔었어. 그리고 산에서 내려오다가 샛길로 빠져서 옆 산으로 갔어. 그 산은 어릴 때 자주 놀았던 곳이라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 그러다가 우연히 강현수 씨를 만난 거야.”임유진은 계속해서 되도록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강지혁이 이 일에 대해 오해를 갖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기억을 되찾았다는 사실을 숨겼다. 그 사실을 비밀로 하려고 한 순간부터 평생 마음속에 묻어두기로 했으니까! “너의 말대로라면 네가 절벽에서 떨어졌다고?”강지혁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응, 다행히 그때... 강현수 씨가 옆에 있어서 나를 잡아줬어. 하지만 나중에 기절했고 깨어났을 때는 그가 나를 업고 산에서 내려오는 중이었어.”임유진은 계속 설명했다. “나 혼자 걸어 내려가고 싶었지만, 몸에 약간의 찰과상이 있어서 혼자 걸어서는 해가 지기 전에 산 아래에 도착하지 못할까 봐...” 그 말을 들은 강지혁은 바로 임유진의 긴 치마를 들어 올렸고 이내 그녀의 두 다리에 있는 선명한 찰과상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특히 그녀의 두 발목에는 긴 치마와 신발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붉고 부은 상처가 나 있어 눈에 띄었다.“아까는 왜 말하지 않았어?”임유진의 상처를 보며 강지혁은 가슴이 쥐어짜는 듯이 아픈 게 느껴졌다. 그의 성격대로라면 다른 사람이 자신 앞에서 피투성이가 되어도, 상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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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내가 아파.”강지혁이 말했다. 임유진의 마음은 마치 순간적으로 무언가에 완전히 둘러싸인 것 같았고 코끝이 시큰한 느낌이 스며들었으며 눈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이 세상에 자신의 상처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상처를 그도 같이 느끼고 있었다. 강지혁을 사랑하는 것은 아마 임유진의 일생에 가장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강지혁은 목욕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감싸고 욕조에서 나와 그녀에게 깨끗한 홈웨어를 입혀 준 다음, 그녀를 안고 욕실에서 나와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아프면 소리 내.”강지혁이 말했다. “알겠어.”임유진이 대답했다. 강지혁이 약을 바르는 손길은 마치 가장 중요한 보물을 다루듯 매우 부드러웠는데 심지어 그 보물이 그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손목에 난 멍 자국에 약을 바른 후에도 강지혁은 손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그 멍이 든 곳을 바라보았다. “강현수가 마지막에 널 내려놓고 다시 손을 잡았을 때, 도대체 무슨 말을 했어?”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깊은 눈동자는 천천히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임유진은 그의 시선이 마치 자신을 꿰뚫는 것과 같은 기분에 온몸이 굳었다. 혁이는 이 사랑에서 항상 안정감이 부족했고 그녀가 이미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신경이 쓰이는 걸까?“강현수 씨가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했어.”임유진은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사실대로 그에게 얘기했다.“네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그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이 말의 의미를 추측하고 있었다.“왜냐하면... 강현수 씨는 예전에 내가 바로 자신이 찾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잖아. 하지만 이제 찾았대, 그 사람은... 여진 언니야. 그래서 앞으로는 더는 오해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 나는 강현수 씨가 찾던 사람이 아니니까.”임유진이 말했다. 이 말을 하면서 그녀의 심장은 이상하리만큼 강하게 뛰었다. 비록 그녀가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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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종일 쌓인 피로로 임유진은 지쳐있었다. 음식을 조금 먹은 후, 그녀는 곧 깊은 잠에 빠졌다. 강지혁은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잠든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용히 누워 있었다. 마치 어디에도 가지 않을 듯했고 가서는 안 됐으며 오직 그의 시야 안에만 머물러야 할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바로 자신 앞에 있는데, 왜 자신은 그녀를 붙잡을 수 없다는 느낌을 받는 걸까?! 오늘 임유진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왜... 그는 그녀가 후회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걸까? 그녀의 말은 어딘가 진심이 아닌 것 같았다. 강현수가 그녀를 업고 있던 그 장면은 마치 영화의 역재생처럼, 그의 눈앞에서 계속 반복되었다. 강지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두려움을 느꼈다. 마치 자신이 걱정하던 모든 것이 현실이 될 것처럼 말이다! “강현수가 네 마음속에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맞는 거야?”강지혁은 낮게 중얼거리면서 손가락으로는 임유진의 닫힌 입술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하지만 잠이 든 그녀는 당연히 강지혁에게 어떤 대답도 줄 수 없었다. “혁아, 네가 앞으로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게 된다면, 아버지는 네가 너무 깊이 사랑하지 않기를 바란다. 너의 생명을 상대방 손에 맡기지는 말아.”“혁아, 겁쟁이란 무엇인지 알아? 바로 네가 누군가를 증오하면서도 결국 그 사람을 다치게 하지 못하는 거야.”“혁아, 나처럼 되지 마. 나처럼 하지 마! 너무 아프고 너무 고통스럽고 자신의 인생조차 제어할 수 없게 되니까...”아버지의 목소리가 다시 그의 귀에 울려 퍼졌다.제어... 분명히 그가 모든 것을 제어하고 있어야 하는 건데! 그는 이미 임유진을 자신의 곁에 가두었고 이미 그녀를 손아귀에 꽉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나?“유진아, 너는 나를 배신한 적 있어?”강지혁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지만, 그가 누구에게 묻는지, 자신인지 임유진인지 분명치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며, 그의 운명도 아버지와 같지 않을 것이다! 강지혁은 갑자기 일어나 옆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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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할머니 49재 바로 다음 날이었기 때문에 임유진은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약간의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자신에게 연한 화장을 했다. 물론 지금 그녀의 손가락의 유연성으로는 더 정교한 화장을 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임유진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손가락은 원래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이제 이 손은 강현수를 놓아주었고 앞으로는 오직 혁이의 손만 잡을 것이다. 임유진이 일어서서 방을 떠나려 할 때 눈에 띄게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봤다. 두 침실을 연결하는 그 문은 현재 열려 있었다. 혁이가 그녀의 침실에서 자는 것에 익숙해진 후, 그는 거의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지 않았다. 임유진은 앞으로 걸어가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문 옆에 다다랐을 때, 결국 그의 침실로 들어갔다. “혁아?” 임유진이 불러봤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강지혁은 이 방에 없는 것 같았다. 혹시 아래층 부엌에서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걸까? 임유진은 그가 오늘 종일 그녀와 집에 있겠다고 말한 것을 기억했다. 돌아서려는 찰나, 그녀는 옆에 있는 낮은 캐비닛 위에 놓인 앨범을 발견했다. 그 앨범은 펼쳐진 상태였고 앨범 속에는 어린 시절 강지혁이 그의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있었다. 이건... 혁이의 앨범인가?! 임유진은 본능적으로 앨범을 집어 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넘겨보기 시작했다. 앨범에는 강지혁 어린 시절의 사진들이 있었는데, 단독 사진이거나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고 그의 어머니의 사진은 없었다. 앨범 대부분을 넘긴 후, 강지혁이 7, 8세 무렵의 사진들이 나타났다. 몸에 걸친 옷차림이 전과 확연히 달랐고 많이 좋아졌지만, 그의 눈에는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사라졌고 동년배 아이들보다 훨씬 더 성숙해 보였다. 그때가 아마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가 강씨 집안으로 돌아온 시기일 것이다.임유진은 혼자 생각하며 앨범을 한 페이지씩 넘겼다. 앨범에서 강지혁은 해마다 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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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비어있다고 하기보다는 마지막 페이지에 사진이 딱 한 장 있었는데 임유진의 사진이었다. 그녀가 잔꽃무늬 치마를 입은 사진이었는데 예전에 강지혁이 예쁘다며 그녀에게 달라고 했던 그 사진이다. 임유진은 이 사진이 그의 앨범에 들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앨범이 있던 자리 아래에 작은 은팔찌가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그녀는 앨범에만 집중해서 이 팔찌를 놓쳤다. 이 팔찌는... 임유진의 가슴이 갑자기 조여왔다. 그녀는 이것이 강현수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팔찌라는 것을 기억했다. 왜 혁이한테 있는 걸까? 아니, 이 팔찌는 강현수의 팔찌가 아니다!임유진은 작은 은팔찌를 집어 들었다. 이 팔찌는 디자인과 크기는 강현수의 팔찌와 같지만, 산화가 더 심해서 표면이 좀 더 어둡고 강현수가 자주 만지며 빛나게 했던 그 팔찌보다 덜 반짝인다. 그렇다면 이 팔찌는... 임유진은 외할머니가 남긴 보석함이 문득 떠올랐다. 원래 그 보석함에 있어야 할 한 쌍의 작은 팔찌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만약... 이 팔찌가 바로 그 팔찌라면?! 하지만 왜... 이게 혁이의 방에 있는 걸까? 임유진의 마음이 갑자기 불안해졌다. 마치 그녀가 모르는 무언가가 곧 일어날 것처럼. 그리고 이 수수께끼는 오직 혁이만이 그녀에게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임유진은 작은 은팔찌를 손에 쥔 채 방을 떠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 도착하자마자,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임유진이 빠르게 다가가 보니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몇 명의 사용인이 막고 있었고 그 여자 앞에는 강지혁과 고이준이 서 있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이 여자가 갑자기 여기에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사용인들에게 막혀있는 그 여자를 임유진은 이제 알아봤다. 그녀는... 임유진에게 최면 치료를 해주려 했던 안은영이었다!이때, 안은영은 임유진 쪽을 향해 있었기에 임유진이 나타나자마자 곧바로 외쳤다.“임유진 씨, 강 대표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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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은영이 갑자기 난입해 소동을 일으킨 것은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고,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상황을 임유진이 목격했다는 점이었다. 강지혁이 이후에 책임을 묻는다면 고이준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생각에 고이준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이어서 그는 조용해진 의사를 힐끗 바라보았다. 강씨 저택에 갑자기 나타나 이런 일을 벌인 건 두려움 때문일까? 직장을 잃어버릴까 봐 임유진에게 최면을 건 적이 없다고 증명하려고 급했던 것일까? 이런 이유는 너무 단순한 게 아닌가? 원래 그는 안은영을 해외 회의에 참석하게 하고 겸사겸사 휴가를 보내게 한 것뿐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고이준의 눈빛이 변하였다. 강지혁 곁에서 많은 일을 겪으며 한 가지 도리를 깨달았었다.‘비정상적인 일의 흐름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아마도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때, 강씨 저택에서는 강지혁이 임유진에게 웃으며 말했다. “자, 아침 식사부터 하자.”“혁아,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임유진은 그와 함께 부엌으로 가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방금 네가 본 것처럼, 네가 예전에 진료를 받았던 의사가 여기 와서 소란을 피웠어.”강지혁은 마치 별일 아닌 것처럼 가볍게 말했다. “나중에 더 좋은 의사를 찾아서 네 두통이 정확히 어떤 문제인지 다시 확인해볼게.”그는 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 부엌으로 가려고 했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안은영 선생님을 알아? 내가 선생님을 찾아간 게 최면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거야?”임유진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가 내쉬며 마음속의 의문을 털어놓았다. 강지혁의 얼굴에 있던 미소는 점점 입가에서 사라져 갔다. “오늘은 네 생일인데 꼭 이런 얘기를 해야겠어?”“혁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진심으로 알고 싶어!”임유진이 말했다. 마음속이 혼란스러웠다. 자신과 관련된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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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강지혁의 대답에 임유진의 마음속은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다. “왜 그런 거야?” “왜냐고?”그는 갑자기 팔을 들어 임유진을 조심스럽게 안아 주었다. “그럼 너는 왜 의사를 찾아 최면을 받으려 했어? 강현수와의 기억을 되찾고 싶었던 거야? 그 기억이 그렇게도 아쉬웠어? 두 사람은 어렸을 때 단 하루만 같이 지냈을 뿐이야. 지금 네 곁에는 내가 있잖아.”강지혁의 목소리는 마치 평범한 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차분했지만 임유진의 귀에 들리는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는 심지어... 자신과 강현수가 어렸을 때 단 하루만 같이 지냈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마치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모르는 사람은 그녀였던 것처럼! 임유진의 몸이 굳어진 것을 느끼고 강지혁은 그녀를 더 세게 안았다. 그의 입술은 그녀의 귀에 닿으며 속삭였다. “그 기억 찾지 마. 나 하나로 부족해?”그녀는 반드시 그 기억을 되찾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그 기억을 모두 묻어버리기로 했었고 그저 자신만의 작은 비밀로 삼으려 했을 뿐이었다. “나와 강현수 씨 사이는...”하지만 그녀가 말을 시작하기 무섭게 강지혁에 의해 말이 끊겼다. “됐어, 말하지 마! 나는 너와 강현수 사이의 어떤 것도 듣고 싶지 않아!”그는 임유진을 꽉 안고 듣고 싶지 않은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 “혁아, 들어봐... 들어줘...”“이미 말했잖아. 너와 강현수 사이의 어떤 것도 듣고 싶지 않다고! 어제 두 사람이 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 나는 그것을 모른 척할 수 있어. 하지만 앞으로 강현수와 어떤 연락도 하지 마! 강현수를 마음에 두지도 말고 생각하지도 말고 그리워하지도 마!”그의 팔은 마치 임유진을 완전히 자신의 몸속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것이 강지혁이 양보할 수 있는 한계였다! 그는 여자 때문에 이렇게까지 양보한 적이 없었다! 그의 자존심, 그의 존엄이 모두 임유진에 의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를 갖고 싶었다. 임유진은 강지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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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6화

    강현수의 시선이 너무 지독하게 한곳에 꽂혀있던 탓인지 조문객들이 하나둘 이쪽을 쳐다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강현수, 뭐 할 말 있어?”그때 강지혁이 임유진의 손을 잡으며 강현수를 노려보았다. 꼭 이 여자는 내 것이니 이만 꺼지라는 것 같았다.강현수는 잘 포개져 있는 두 사람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결국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선을 떼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한은정은 그 광경에 그제야 안도한 듯 표정이 풀어졌다.물론 안도한 건 한은정뿐만이 아니었다. 임유진 역시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강지혁의 목소리가 귓가에 낮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임유진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강지혁이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오늘은 할아버지 장례식이라 강현수도 뭔 짓을 하지는 않을 거야. 여기서 일을 벌이면 그건 집안 간의 대립으로 이어질 테니까.”강지혁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임유진의 손을 더 꽉 잡았다.“강현수도 알 거야. 자기한테는 이제 그 어떤 기회도 없다는 걸.”그 뒤로 장례식은 순탄하게 진행됐다.임유진은 큰 배를 손으로 지탱하며 계속해서 강지혁의 곁을 지키다 조문객들이 조금 빠지고 나서야 밖에 있는 휴식 구역으로 가 휴식을 취했다.배 속의 아이들도 오늘은 분위기가 무거운 날인 걸 아는지 작은 태동만 있을 뿐 크게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았다.임유진은 의자에 앉아 습관적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아이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었다.그때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 몇몇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임유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멀지 않은 곳에 강현수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경호원은 그가 임유진의 곁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를 제지했다.“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임유진이 먼저 물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의 얼굴을 보며 방금 그녀가 배 속의 아이들과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던 장면을 떠올렸다.무척이나 낯선 모습이었지만 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5화

    게다가 이제는 강문철도 없으니 임유진이 강씨 가문이 안주인이라는 건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또한 임유진은 임신까지 했으니 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나면 그때는 그 누구도 그 자리를 감히 탐낼 수 없게 된다.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강지혁을 대하는 것처럼 그녀를 대했다.임유진은 강지혁의 아내로서 줄곧 강지혁의 곁에 있었다.강씨 가문은 S 시에서 가장 뿌리가 깊고 또 유명한 가문이라 장례식장도 컸고 조문객들도 훨씬 많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이 무리라도 할까 봐 몇 번이나 그녀에게 이만 쉬라고 했지만 임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계속해서 그의 곁을 지켰다.“나 아직 괜찮아. 진짜 힘들면 너한테 얘기할게. 나도 내 몸 귀한 줄 알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임유진도 자신이 아이셋을 가진 임산부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그때 조문객들이 입구를 바라보며 강현수의 이름을 불렀다.이에 임유진은 살짝 움찔하더니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익숙한 남자의 실루엣이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강현수와 마지막으로 본 것도 이제는 몇 달 전이었다.한때는 생사를 함께 했던 친구였는데 결국에는 썩 유쾌하지 않은 방식으로 헤어지게 되었다.강현수는 오늘 부모님과 함께 장례식에 참석했다.임유진이 그를 바라봤을 때 그의 시선 역시 임유진에게 닿아있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을 보자마자 옆으로 늘어트린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그토록 오래 찾아 헤맸던 사람을, 오랜 기간 마치 습관처럼 떠올렸던 사람을 그는 번번이 놓쳐버렸다.임유진과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작할 수도 있었는데 그는 그 가능성마저도 자기 손으로 부숴버렸다.그 결과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으며 지금 그 남자의 곁에 서 있게 되었다.강현수는 이제 영원히 그녀 곁에는 있을 수 없게 되었다.강현수네 가족이 강지혁과 임유진의 앞으로 다가왔을 때 강현수는 위로의 말을 건네는 부모님과 달리 아무 말도 하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4화

    어쩌면 강지혁은 줄곧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돌아온 그에게 유일한 버팀목이라고는 강문철밖에 없었으니까.“나는 솔직히 네 할아버지가 고마워. 혁이 너를 이렇게 멋있게 키워줬잖아. 그리고 나랑 만나게 해줬고.”임유진은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혁아, 네가 원하는 가족 간의 사랑은 앞으로 내가 줄게.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줄 거야.”그 말에 강지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임유진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아까 네가 그랬지?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게 다 다르다고. 그럼 너는? 네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데?”강지혁이 임유진의 체향을 들이마시며 물었다.그녀의 냄새를 맡고 있으면 늘 이렇게 마음이 진정되고 몸이 편안해졌다.“나?”임유진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혁이 너랑 우리 아이들이야.”“유진아, 나는 욕심이 많아. 나는 너를 그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아. 그게 우리 아이들이라고 해도 나는 싫어. 나는 내가 네 마음속 1순위였으면 좋겠고 너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이 눈을 깜빡였다.설마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을 질투하는 건가?“혁아, 너는 내 마음속 1순위야. 물론 아이들도 너무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너랑은 결이 조금 달라. 혁이 너는 나한테 유일무이한 존재잖아.”임유진은 두 손을 둘러 가볍게 강지혁을 끌어안았다.이미 배가 불러올 대로 불러와 완전히 꼭 끌어안지는 못했지만 싸늘한 방 공기를 녹이기에는 충분했다.“내가 너한테 유일무이한 존재라고?”“응. 널 대신할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어. 물론 아이들을 낳고 진정한 엄마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쓰고 더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야. 이건 장담해. 그리고 네가 원하면 네가 원하는 방식대로 더 많이 널 사랑해줄게. 혁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3화

    별채로 가는 길에는 늘 조명이 켜져 있기에 어두운 저녁이라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임유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강지혁이 방 한가운데 멀뚱히 서 있는 것이 보였다.강지혁은 불빛을 받으며 시선을 내린 채 바로 앞에 있는 냉동관을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혁아.”임유진은 그를 부르며 천천히 옆으로 다가갔다.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지혁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돌렸다.“오지 말라니까. 여기는 나 혼자 있으면 돼.”“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왔어.”임유진은 강지혁의 바로 앞에 서서 그의 볼을 매만졌다.지금은 1월이라 날씨가 무척이나 추웠다. 게다가 지금은 밤이고 별채 쪽에는 보일러도 없었기에 바깥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추웠다.“오늘 밤도 여기 있을 거야?”임유진이 물었다.“응. 그래도 날 키워주셨으니 할 도리는 다해야지.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사람들 많이 올 거야. 너는 몸이 불편하니까 가지 말고 그냥 집에 있어.”“출산할 시기가 임박한 것도 아닌데 뭐.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나도 참석할 거야. 만약 몸이 불편하거나 하면 바로 너한테 얘기할게.”강지혁은 그 말에 임유진의 손을 살짝 잡았다.“너한테는 좋은 기억 하나 없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네 할아버지잖아. 네 유일한 가족이잖아. 그러니까 아무리 나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어도, 아무리 끝까지 나를 손주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나는 할아버지 가시는 길을 너와 같이 보내드려야 할 의무가 있어.”다른 건 없었다.그저 강지혁의 어린 시절을 곁에서 지켜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임유진은 충분히 감사했다.강지혁은 그 말에 그녀의 손을 조금 세게 쥐었다.“할아버지가 마지막에 한 말은 신경 쓰지 마. 그 말은 그냥...”“알아. 네 할아버지는 그저 누군가를 깊게 사랑하는 것으로 행복한 결과를 낳을 거라는 걸 믿지 못하시는 분이었던 거지. 네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일도 있고 네 아버지 일도 있어서 많이 무서우셨을 거야. 너도 나중에 불행하게 될까 봐.”임유진이 말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2화

    강지혁은 마치 강문철에게 자신이 임유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려는지 조금 격앙된 목소리로 얘기했다.강문철은 그 말에 눈동자를 돌려 자신의 유일한 손주를 노려보았다. 그러다 몇 초 후 이제는 모든 게 다 피곤한 듯 천천히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우리 집안에서... 여자한테 미친 인간 치고... 멀쩡한 사람을 못 봤다. 네가... 계속해서 이러면 너도 언젠가는...”강문철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가 싶더니 이내 옆에 있던 종합모니터에서 삐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임유진은 그 소리에 강문철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누군가의 생명이 바로 눈앞에서 멎었다.조금은 무서웠던 노인이, 강지혁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노인이 이렇게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모든 게 다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강지혁은 삐 소리가 들린 뒤로 임유진의 손을 꽉 잡았다. 그렇게 계속 힘을 주다가 임유진의 입에서 아프다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며 손을 놓아주었다.“미안. 아팠지?”강지혁은 어느새 빨개진 그녀의 손을 다시 잡으며 초조한 눈길로 물었다.“괜찮아. 그것보다 할아버지...”“응. 가셨어.”강지혁의 얼굴은 가족을 잃은 사람 같지 않게 무척이나 평온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임유진은 알고 있다.아무리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어도 강문철은 강지혁의 할아버지고 유일한 가족이었다. 강선우가 죽은 뒤로 그의 곁을 지켜줬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강지혁은 몸을 돌려 편히 잠든 강문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리고 임유진은 그런 강지혁의 옆에 서서 그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강문철의 장례식은 3일 뒤로 정했다.그 3일 동안 시신은 냉동관에 넣은 채 강씨 저택의 별채에 두기로 했다.그리고 그 3일 동안 강지혁은 그 어떤 외부인도 별채에 들이지 않았다.별채는 강씨 가문 사람 외에는 허락하지 않는 특별한 곳이었으니까.강선우가 죽었을 때도 그의 시신은 잠시 이 별채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1화

    강지혁은 임유진의 고집에 결국 알겠다며 그녀와 함께 집에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한 후 강지혁은 뒤따라온 경호원에게 임유진의 곁을 맡기고 혼자 병실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빼빼 마른 강문철이 흰색 병상 위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남자도 병마와 세월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강문철은 강지혁이 안으로 들어온 것을 보더니 마지막 힘을 쥐어짜 입을 움직였다.“왔... 니...”“네, 저 왔어요.”강지혁이 곁으로 다가오며 대답했다.사실 강지혁은 강문철에게 대단한 가족 간의 정은 느끼지 못했다.실제로 강문철은 강지혁이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느낄만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강문철은 언제나 강지혁을 자신의 뒤를 이어 강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하나의 장기 말로 여겨왔다. 물론 그 장기 말도 쓸모가 없었다면 진작 버렸을 것이다.“이제는... 강씨 가문의 모든 게 네 손에... 달렸다. 만약... 네가 가문을 망하게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강문철이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할 말은 그게 끝이에요?”강지혁이 강문철을 빤히 바라보았다.이에 강문철은 탁한 눈동자를 옆으로 굴려 병실 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임유진... 그 아가씨... 밖에 있지? 들어오라고 해...”그 말에 강지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유진이 건드릴 생각하지 마세요.”“이 꼴로... 내가 뭘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어차피... 그 아가씨 옆에는... 네 사람 천지일 텐데.”강지혁은 그가 두 손으로 직접 키운 손주이자 가문의 후계자이기에 강지혁의 생각 같은 건 이미 훤히 꿰고 있었다.강지혁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자 강문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저... 마지막으로 해줄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 것뿐이다...”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안색도 창백해진 것이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강지혁은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발걸음을 옮겨 병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곧바로 임유진의 손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0화

    “그래? 그럼 만약... 내가 너한테 상처를 줘도 너도 똑같이 나 안 볼 거야? 내가 아무리 용서해달라고 빌어도 나 용서 안 해줄 거야?”강지혁은 목구멍을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한마디 한마디 힘겹게 내뱉었다.이에 임유진은 몸을 돌려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강지혁을 바라보았다.“혁아, 너 대체 왜 그래? 요즘 따라 너무 불안해 보여. 무슨 일 있는 거야?”강지혁은 자신의 불안해 보인다는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확실히 그는 요 며칠 줄곧 불안해하고 있었다.탁유미와 이경빈의 일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자신과 임유진의 결말도 그들과 똑같을까 봐 불안해하고 있었다.“혹시 방금 내가 한 말이 널 불안하게 만들었어? 혁아, 내가 언니를 이해한다고 했던 건 소민준과의 일이 생각나서 그랬던 거야. 네가 괜한 생각을 할 게 아니라고. 네가 나한테 상처 줄 리가 없잖아. 그리고...”임유진은 손을 들어 조금 우울해 보이는 강지혁의 눈가를 부드럽게 매만졌다.“전에 내가 말했잖아. 네가 정말 나한테 미안해야 할 일을 했다고 해도 울면 봐주겠다고.”그녀는 강지혁의 눈에 담긴 우울함이 사라질 수 있게 일부러 환히 웃으며 얘기했다.그러자 그 말을 들은 강지혁의 눈에 조금씩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유진아, 너를 향한 내 감정은 언제나 그대로일 거야.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절대 변하지 않을 거야.”강지혁은 임유진의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심장에 가져갔다.“그러니까 너도 약속해. 날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임유진은 그 말에 눈을 깜빡였다.탁유미와의 대화에서 사람의 감정은 언젠가는 변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는데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자신의 감정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하고 있다.소민준과의 관계에서 질릴 대로 질려 그에게 모든 감정이 사라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를 사랑하고 있고 그와 영원히 하고 싶은 것 또한 사실이다.“응, 영원히 너만 사랑할게. 절대 변하지 않을게. 약속해.”임유진은 진지한 얼굴로 그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49화

    임유진은 한지영이 정신을 차린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가도 그녀가 활기를 되찾아줘서 참으로 고마웠다.한지영은 백연신과 그렇게 헤어진 후 자포자기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며 회복에 힘썼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미소를 지으며 이런 말까지 했다.“고작 남자랑 헤어진 것뿐인데 뭐. 연애가 다 이런 거 아니겠어? 사랑했다가 또 헤어졌다가. 그래서 결혼까지 가는 게 기적이라는 말도 있잖아. 열렬히 사랑했으니 그거로 난 됐어. 혹시 알아? 퇴원한 뒤에 진정한 내 운명이 나를 찾아올지.”“다행이네요.”탁유미는 한지영의 말을 전해 듣고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유진 씨랑 지영 씨는 나처럼 이러지 말고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그녀는 자신의 인생에서 더 이상의 사랑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대화를 나누던 임유진과 탁유미는 병실 밖의 누군가가 그들의 대화를 다 듣고 있는 것을 몰랐다....임유진은 탁유미에게 인사한 후 강지혁과 함께 강씨 저택으로 돌아왔다.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강지혁이 뒤에서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왜 그래?”갑작스러운 포옹에 임유진이 물었다.사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강지혁은 오늘따라 말수가 무척이나 적었고 시선은 거의 창밖에 고정하다시피 했다.그 모습에 임유진이 몇 번이나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지 물었지만 강지혁은 그때마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대답을 피했다.“그냥... 갑자기 안고 싶어져서.”강지혁은 낮게 중얼거리며 아까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그는 이경빈을 따라 탁유미의 병실 앞으로 왔다가 비스듬히 열린 문틈 사이로 임유진과 탁유미의 대화 내용을 들었다.탁유미가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은 다시 받아줄 생각이 없다고 했을 때 이경빈은 휘청하며 그대로 주저앉았고 입을 틀어막으며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했다.그 순간만큼은 우는 것조차도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맨날 안으면서 아직도 부족해?”임유진이 실소하며 물었다.“응. 부족해.”강지혁에게는 어쩌면 평생 부족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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