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혁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질문들, 이런 조급함은 평소의 그에게서 볼 수 없었다! 임유진은 위에 있는 강지혁을 다소 놀란 눈길로 바라보았다. 마치 그동안의 침묵과 억제가 이 순간 폭발하는 것 같았다. “혁아, 먼저 손부터 놓아 줘. 다 설명해줄게.”임유진이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고 그 대신 그녀의 얼굴에 연속적으로 부드러운 입맞춤을 퍼부었다. “좋아, 설명해. 듣고 있을게.”어떻게 되었든, 그는 그녀를 놓고 싶지 않았다. 임유진은 그의 입맞춤에 생각이 흐려지는 것만 같았다. “나... 오늘 외할머니의 묘지에 제사를 지내러 갔었어. 그리고 산에서 내려오다가 샛길로 빠져서 옆 산으로 갔어. 그 산은 어릴 때 자주 놀았던 곳이라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 그러다가 우연히 강현수 씨를 만난 거야.”임유진은 계속해서 되도록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강지혁이 이 일에 대해 오해를 갖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기억을 되찾았다는 사실을 숨겼다. 그 사실을 비밀로 하려고 한 순간부터 평생 마음속에 묻어두기로 했으니까! “너의 말대로라면 네가 절벽에서 떨어졌다고?”강지혁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응, 다행히 그때... 강현수 씨가 옆에 있어서 나를 잡아줬어. 하지만 나중에 기절했고 깨어났을 때는 그가 나를 업고 산에서 내려오는 중이었어.”임유진은 계속 설명했다. “나 혼자 걸어 내려가고 싶었지만, 몸에 약간의 찰과상이 있어서 혼자 걸어서는 해가 지기 전에 산 아래에 도착하지 못할까 봐...” 그 말을 들은 강지혁은 바로 임유진의 긴 치마를 들어 올렸고 이내 그녀의 두 다리에 있는 선명한 찰과상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특히 그녀의 두 발목에는 긴 치마와 신발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붉고 부은 상처가 나 있어 눈에 띄었다.“아까는 왜 말하지 않았어?”임유진의 상처를 보며 강지혁은 가슴이 쥐어짜는 듯이 아픈 게 느껴졌다. 그의 성격대로라면 다른 사람이 자신 앞에서 피투성이가 되어도, 상처 없는
“하지만 내가 아파.”강지혁이 말했다. 임유진의 마음은 마치 순간적으로 무언가에 완전히 둘러싸인 것 같았고 코끝이 시큰한 느낌이 스며들었으며 눈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이 세상에 자신의 상처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상처를 그도 같이 느끼고 있었다. 강지혁을 사랑하는 것은 아마 임유진의 일생에 가장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강지혁은 목욕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감싸고 욕조에서 나와 그녀에게 깨끗한 홈웨어를 입혀 준 다음, 그녀를 안고 욕실에서 나와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아프면 소리 내.”강지혁이 말했다. “알겠어.”임유진이 대답했다. 강지혁이 약을 바르는 손길은 마치 가장 중요한 보물을 다루듯 매우 부드러웠는데 심지어 그 보물이 그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손목에 난 멍 자국에 약을 바른 후에도 강지혁은 손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그 멍이 든 곳을 바라보았다. “강현수가 마지막에 널 내려놓고 다시 손을 잡았을 때, 도대체 무슨 말을 했어?”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깊은 눈동자는 천천히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임유진은 그의 시선이 마치 자신을 꿰뚫는 것과 같은 기분에 온몸이 굳었다. 혁이는 이 사랑에서 항상 안정감이 부족했고 그녀가 이미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신경이 쓰이는 걸까?“강현수 씨가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했어.”임유진은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사실대로 그에게 얘기했다.“네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그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이 말의 의미를 추측하고 있었다.“왜냐하면... 강현수 씨는 예전에 내가 바로 자신이 찾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잖아. 하지만 이제 찾았대, 그 사람은... 여진 언니야. 그래서 앞으로는 더는 오해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 나는 강현수 씨가 찾던 사람이 아니니까.”임유진이 말했다. 이 말을 하면서 그녀의 심장은 이상하리만큼 강하게 뛰었다. 비록 그녀가 한 말
온종일 쌓인 피로로 임유진은 지쳐있었다. 음식을 조금 먹은 후, 그녀는 곧 깊은 잠에 빠졌다. 강지혁은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잠든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용히 누워 있었다. 마치 어디에도 가지 않을 듯했고 가서는 안 됐으며 오직 그의 시야 안에만 머물러야 할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바로 자신 앞에 있는데, 왜 자신은 그녀를 붙잡을 수 없다는 느낌을 받는 걸까?! 오늘 임유진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왜... 그는 그녀가 후회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걸까? 그녀의 말은 어딘가 진심이 아닌 것 같았다. 강현수가 그녀를 업고 있던 그 장면은 마치 영화의 역재생처럼, 그의 눈앞에서 계속 반복되었다. 강지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두려움을 느꼈다. 마치 자신이 걱정하던 모든 것이 현실이 될 것처럼 말이다! “강현수가 네 마음속에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맞는 거야?”강지혁은 낮게 중얼거리면서 손가락으로는 임유진의 닫힌 입술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하지만 잠이 든 그녀는 당연히 강지혁에게 어떤 대답도 줄 수 없었다. “혁아, 네가 앞으로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게 된다면, 아버지는 네가 너무 깊이 사랑하지 않기를 바란다. 너의 생명을 상대방 손에 맡기지는 말아.”“혁아, 겁쟁이란 무엇인지 알아? 바로 네가 누군가를 증오하면서도 결국 그 사람을 다치게 하지 못하는 거야.”“혁아, 나처럼 되지 마. 나처럼 하지 마! 너무 아프고 너무 고통스럽고 자신의 인생조차 제어할 수 없게 되니까...”아버지의 목소리가 다시 그의 귀에 울려 퍼졌다.제어... 분명히 그가 모든 것을 제어하고 있어야 하는 건데! 그는 이미 임유진을 자신의 곁에 가두었고 이미 그녀를 손아귀에 꽉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나?“유진아, 너는 나를 배신한 적 있어?”강지혁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지만, 그가 누구에게 묻는지, 자신인지 임유진인지 분명치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며, 그의 운명도 아버지와 같지 않을 것이다! 강지혁은 갑자기 일어나 옆방
외할머니 49재 바로 다음 날이었기 때문에 임유진은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약간의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자신에게 연한 화장을 했다. 물론 지금 그녀의 손가락의 유연성으로는 더 정교한 화장을 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임유진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손가락은 원래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이제 이 손은 강현수를 놓아주었고 앞으로는 오직 혁이의 손만 잡을 것이다. 임유진이 일어서서 방을 떠나려 할 때 눈에 띄게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봤다. 두 침실을 연결하는 그 문은 현재 열려 있었다. 혁이가 그녀의 침실에서 자는 것에 익숙해진 후, 그는 거의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지 않았다. 임유진은 앞으로 걸어가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문 옆에 다다랐을 때, 결국 그의 침실로 들어갔다. “혁아?” 임유진이 불러봤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강지혁은 이 방에 없는 것 같았다. 혹시 아래층 부엌에서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걸까? 임유진은 그가 오늘 종일 그녀와 집에 있겠다고 말한 것을 기억했다. 돌아서려는 찰나, 그녀는 옆에 있는 낮은 캐비닛 위에 놓인 앨범을 발견했다. 그 앨범은 펼쳐진 상태였고 앨범 속에는 어린 시절 강지혁이 그의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있었다. 이건... 혁이의 앨범인가?! 임유진은 본능적으로 앨범을 집어 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넘겨보기 시작했다. 앨범에는 강지혁 어린 시절의 사진들이 있었는데, 단독 사진이거나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고 그의 어머니의 사진은 없었다. 앨범 대부분을 넘긴 후, 강지혁이 7, 8세 무렵의 사진들이 나타났다. 몸에 걸친 옷차림이 전과 확연히 달랐고 많이 좋아졌지만, 그의 눈에는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사라졌고 동년배 아이들보다 훨씬 더 성숙해 보였다. 그때가 아마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가 강씨 집안으로 돌아온 시기일 것이다.임유진은 혼자 생각하며 앨범을 한 페이지씩 넘겼다. 앨범에서 강지혁은 해마다 자라고
아니... 비어있다고 하기보다는 마지막 페이지에 사진이 딱 한 장 있었는데 임유진의 사진이었다. 그녀가 잔꽃무늬 치마를 입은 사진이었는데 예전에 강지혁이 예쁘다며 그녀에게 달라고 했던 그 사진이다. 임유진은 이 사진이 그의 앨범에 들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앨범이 있던 자리 아래에 작은 은팔찌가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그녀는 앨범에만 집중해서 이 팔찌를 놓쳤다. 이 팔찌는... 임유진의 가슴이 갑자기 조여왔다. 그녀는 이것이 강현수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팔찌라는 것을 기억했다. 왜 혁이한테 있는 걸까? 아니, 이 팔찌는 강현수의 팔찌가 아니다!임유진은 작은 은팔찌를 집어 들었다. 이 팔찌는 디자인과 크기는 강현수의 팔찌와 같지만, 산화가 더 심해서 표면이 좀 더 어둡고 강현수가 자주 만지며 빛나게 했던 그 팔찌보다 덜 반짝인다. 그렇다면 이 팔찌는... 임유진은 외할머니가 남긴 보석함이 문득 떠올랐다. 원래 그 보석함에 있어야 할 한 쌍의 작은 팔찌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만약... 이 팔찌가 바로 그 팔찌라면?! 하지만 왜... 이게 혁이의 방에 있는 걸까? 임유진의 마음이 갑자기 불안해졌다. 마치 그녀가 모르는 무언가가 곧 일어날 것처럼. 그리고 이 수수께끼는 오직 혁이만이 그녀에게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임유진은 작은 은팔찌를 손에 쥔 채 방을 떠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 도착하자마자,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임유진이 빠르게 다가가 보니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몇 명의 사용인이 막고 있었고 그 여자 앞에는 강지혁과 고이준이 서 있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이 여자가 갑자기 여기에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사용인들에게 막혀있는 그 여자를 임유진은 이제 알아봤다. 그녀는... 임유진에게 최면 치료를 해주려 했던 안은영이었다!이때, 안은영은 임유진 쪽을 향해 있었기에 임유진이 나타나자마자 곧바로 외쳤다.“임유진 씨, 강 대표님께
안은영이 갑자기 난입해 소동을 일으킨 것은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고,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상황을 임유진이 목격했다는 점이었다. 강지혁이 이후에 책임을 묻는다면 고이준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생각에 고이준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이어서 그는 조용해진 의사를 힐끗 바라보았다. 강씨 저택에 갑자기 나타나 이런 일을 벌인 건 두려움 때문일까? 직장을 잃어버릴까 봐 임유진에게 최면을 건 적이 없다고 증명하려고 급했던 것일까? 이런 이유는 너무 단순한 게 아닌가? 원래 그는 안은영을 해외 회의에 참석하게 하고 겸사겸사 휴가를 보내게 한 것뿐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고이준의 눈빛이 변하였다. 강지혁 곁에서 많은 일을 겪으며 한 가지 도리를 깨달았었다.‘비정상적인 일의 흐름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아마도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때, 강씨 저택에서는 강지혁이 임유진에게 웃으며 말했다. “자, 아침 식사부터 하자.”“혁아,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임유진은 그와 함께 부엌으로 가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방금 네가 본 것처럼, 네가 예전에 진료를 받았던 의사가 여기 와서 소란을 피웠어.”강지혁은 마치 별일 아닌 것처럼 가볍게 말했다. “나중에 더 좋은 의사를 찾아서 네 두통이 정확히 어떤 문제인지 다시 확인해볼게.”그는 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 부엌으로 가려고 했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안은영 선생님을 알아? 내가 선생님을 찾아간 게 최면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거야?”임유진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가 내쉬며 마음속의 의문을 털어놓았다. 강지혁의 얼굴에 있던 미소는 점점 입가에서 사라져 갔다. “오늘은 네 생일인데 꼭 이런 얘기를 해야겠어?”“혁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진심으로 알고 싶어!”임유진이 말했다. 마음속이 혼란스러웠다. 자신과 관련된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응.”강지혁의 대답에 임유진의 마음속은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다. “왜 그런 거야?” “왜냐고?”그는 갑자기 팔을 들어 임유진을 조심스럽게 안아 주었다. “그럼 너는 왜 의사를 찾아 최면을 받으려 했어? 강현수와의 기억을 되찾고 싶었던 거야? 그 기억이 그렇게도 아쉬웠어? 두 사람은 어렸을 때 단 하루만 같이 지냈을 뿐이야. 지금 네 곁에는 내가 있잖아.”강지혁의 목소리는 마치 평범한 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차분했지만 임유진의 귀에 들리는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는 심지어... 자신과 강현수가 어렸을 때 단 하루만 같이 지냈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마치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모르는 사람은 그녀였던 것처럼! 임유진의 몸이 굳어진 것을 느끼고 강지혁은 그녀를 더 세게 안았다. 그의 입술은 그녀의 귀에 닿으며 속삭였다. “그 기억 찾지 마. 나 하나로 부족해?”그녀는 반드시 그 기억을 되찾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그 기억을 모두 묻어버리기로 했었고 그저 자신만의 작은 비밀로 삼으려 했을 뿐이었다. “나와 강현수 씨 사이는...”하지만 그녀가 말을 시작하기 무섭게 강지혁에 의해 말이 끊겼다. “됐어, 말하지 마! 나는 너와 강현수 사이의 어떤 것도 듣고 싶지 않아!”그는 임유진을 꽉 안고 듣고 싶지 않은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 “혁아, 들어봐... 들어줘...”“이미 말했잖아. 너와 강현수 사이의 어떤 것도 듣고 싶지 않다고! 어제 두 사람이 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 나는 그것을 모른 척할 수 있어. 하지만 앞으로 강현수와 어떤 연락도 하지 마! 강현수를 마음에 두지도 말고 생각하지도 말고 그리워하지도 마!”그의 팔은 마치 임유진을 완전히 자신의 몸속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것이 강지혁이 양보할 수 있는 한계였다! 그는 여자 때문에 이렇게까지 양보한 적이 없었다! 그의 자존심, 그의 존엄이 모두 임유진에 의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를 갖고 싶었다. 임유진은 강지혁에
그래서... 이게 바로 강지혁이 말한 여기까지 하자는 뜻인가?!임유진은 눈앞에 있는 미완성 케이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때 그녀는 이 케이크를 볼 때 마음이 기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가 시큰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 끝나면... 이대로 끝나면, 그녀와 강지혁 사이에는 영원히 오해가 있을 것이다. 어찌 됐든 그녀는 얘기를 분명하게 해야 했다! “혁아, 나와 강현수 씨 사이는 정말...”임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지혁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무겁게 내려앉아 모든 소리를 막았다. 강지혁은 그녀의 입술을 벌주듯 한 번 깨물었다. “내가 이미 말했잖아, 너와 강현수 사이의 일 다시는 언급하지 말자고. 두 사람이 예전에 어땠는지 상관없어, 너는 앞으로 내 옆에만 잘 있으면 돼.”입술은 분명 뜨겁지만, 임유진은 어쩐지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강지혁은 그녀의 설명을 신경 쓰지 않고, 그녀의 말을 믿지 않으며, 그가 원하는 것은 그저 그녀가 곁에 있는 것뿐인가? “그럼 내가 이미 기억이 돌아왔고 나와 강현수 씨가 겪은 어릴 때 일을 이미 다 기억해냈다고 해도 상관없어?”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이윽고 주변의 공기는 한순간에 얼어붙은 듯했다. 강지혁의 동공이 갑자기 급격히 수축하며 표정에 변화가 일었다. “너... 기억났어?”그의 목소리에는 눈치채기 어려운 떨림이 있었다. “응, 기억났어.”임유진이 말했다. 강지혁의 얼굴색은 갑자기 안 좋아졌고 까만 눈동자 속에는 그녀의 얼굴이 비쳤다. 그녀는 기억이 이미 돌아왔다. 임유진은 그녀와 강현수 사이의 모든 것을 기억해냈다. 그가 한 모든 것들이 헛된 노력에 불과했다!“하하... 하하... 하하하... 기억이 돌아왔었구나!”강지혁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소리는 임유진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런 웃음은 마치 무언가를 억누르면서도 동시에 무언가를 터뜨리고 싶은 듯한 모순된 느낌을 주었다. “혁아, 그만 웃어.”임유진이 소리쳤다. 그의 웃음소리가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