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강지혁은 화가 나서 비아냥거리듯 웃으며 말했다. 임유진이 미안해야 할 일은 걱정을 끼친 것뿐만이 아니다.임유진은 알기나 할까, 강현수가 그녀를 업고 나타났을 때 강지혁이 얼마나 당황했는지. 그때 강지혁은 두 발로 서 있기조차 힘든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강현수와 속삭이는 동안에 그의 기분이 어땠는지 임유진은 알까?강현수가 임유진을 내려놓고 그녀가 강현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웃었을 때, 그의 귓가에는 예전에 아버지가 그에게 한 말이 울려 퍼졌다. “혁아, 언젠가 너의 기쁨과 슬픔, 분노와 즐거움이 모두 다른 사람의 손에 달려 있게 된다면, 그런 인생은 너무 고통스러울거야... 너무 고통스러워...”고통스러운가? 아주 고통스러운 게 맞다. 강지혁은 입안 가득 쓴맛을 느끼며 그녀를 오직 자신만이 갈 수 있는 곳에 가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임유진이 어디에도 갈 수 없게 하고 자신을 제외한 누구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그녀의 미소는 오직 자신에게만 피어나기를 바랐다. 다른 남자에게 그런 미소를 보이지 않게 하고 싶었다! 질투였다! 강지혁은 강현수를 질투하고 있었다.아까 강지혁은 임유진과 강현수가 자신 앞에 그런 모습으로 나타난 것을 보며 임유진과 강현수 사이에는 마치 그들만의 시간과 공간이 있는 것처럼 느꼈다. 다른 사람은 그사이에 끼어들 수 없을 것 같았다!그리고 자신은... 다른 사람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 한편, 강현수는 산에서 내려와 아직 철수하지 않은 경찰과 도로 차단막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강지혁이 정말로 임유진을 상당히 신경 쓰는 모양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신과 강지혁은 20년을 알고 지냈는데 이 친구가 여자를 위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 진애령은 강지혁의 조그마한 다정함도 누리지 못했었다! “현수 씨!”급하게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리고 배여진이 강현수의 곁으로 달려왔다. “괜찮아요? 당신이 노씨 가문에 안 돌아가고 여기서 실종됐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왔어
“여진아.”강현수가 배여진에게 말했다. “너는 나에게 다른 여자들과 조금 달라. 너는 내 목숨을 구한 적이 있으니까.”응?!배여진은 상대방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가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네가 원하는 것들을 최대한 만족시켜 줄 수 있어. 네가 원하는 사치스러운 생활도, 다른 사람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 수 있는 자존심도, 심지어 네가 연예계에서 인기 스타가 되고 싶은 야망까지 나는 모두 이루어 줄 수 있어.”배여진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두 눈이 빛나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현수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에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실망감이 갑자기 솟구쳤다. 그가 여태껏 마음에 두고 있던 여자가 바로 이런 여자란 말인가? “현수 씨,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사람 현수 씨밖에 없을 거예요!”배여진의 얼굴은 흥분으로 인해 더 붉어졌다. 자신이 꿈꾸던 미래가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고 느끼면서 앞으로는 반드시 사람들의 위에 서 있는 존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를 경멸했던 사람들을 모두 그녀의 발아래에서 무릎을 꿇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다음에 강현수가 한 말은 배여진의 모든 상상을 깨뜨리고 그녀의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었다. 그가 한 말은 바로--“하지만 그것뿐이야. 넌 나의 생명을 구한 사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배여진은 순식간에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느껴졌다. 강현수의 말은 마치 그녀에게 헛된 꿈을 꾸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배여진은 눈앞에 있는 매혹적인 눈을 멍하니 바라보았지만, 그 눈동자 속에는 오직 평온함과 무관심만이 가득했다. 갑자기 그녀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이것이 바로 강현수, 연예계의 황태자였다! 만약 어릴 적에 그를 구해준 임유진의 신분으로 속여 말하지 않았다면 이 남자는 아마 그녀를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그녀와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만약 이전에 강지혁한테는 일종의 차가운 느낌이 가득했다면, 지금은 그의 눈과 눈썹 끝에는 화려한 분위기가 가득 차 있었다. “지금은 어때, 아직도 아파?”강지혁이 다정하게 물었다. 그의 태도는 너무나 매혹적이고 행동은 아주 부드러웠다. “아니... 별로 안 아파.”임유진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이렇게 된 분위기에 아픈 느낌을 느낄 새가 어디 있겠는가. 그녀의 모든 감각이 그에게 사로잡힌 것만 같았다! 그의 섬세한 입맞춤이 손목 위의 빨간 자국에 계속해서 이어졌다. 임유진은 수줍어하며 손을 빼려고 했다. 아무래도 차 안에는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움직이지 마!”강지혁이 말했다.“하지만...”임유진의 표정이 당황스러웠다.“움직이지 마, 절대로 움직이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나도 무슨 짓을 할지 몰라.”강지혁의 목소리는 갑자기 애원하는 것처럼 변했고 그녀의 손목을 잡은 손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임유진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강지혁이 산에서 자신을 찾은 이후부터 그는 평소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다른 사람들이 있기에 일부 말은 직접 물어볼 수 없었다. 앞 좌석에 있는 운전기사와 고이준은 강지혁이 방금 한 말을 듣고 경악했다.방금 말한 사람이... 정말 강 대표님인가? 그렇게 도도한 남자가 언제 여자에게 이런 애원하는 어조로 부탁을 한 적이 있는가? 임유진은 잠시 망설였지만, 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지혁은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그녀의 손목에 입맞춤을 계속했다. 강현수가 그녀에게 남긴 모든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낙인을 새기고 싶었다. 만약 임유진이 정말로 손을 빼냈다면, 그는 무엇을 했을까? 어쩌면... 바로 그녀의 손을 부러뜨렸을까? 왜 그녀는 오늘 강현수와 함께 있었을까? 왜 그녀는 강현수가 업도록 내버려 뒀지? 그녀의 마음속에서 강현수는 대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강지혁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질문들, 이런 조급함은 평소의 그에게서 볼 수 없었다! 임유진은 위에 있는 강지혁을 다소 놀란 눈길로 바라보았다. 마치 그동안의 침묵과 억제가 이 순간 폭발하는 것 같았다. “혁아, 먼저 손부터 놓아 줘. 다 설명해줄게.”임유진이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고 그 대신 그녀의 얼굴에 연속적으로 부드러운 입맞춤을 퍼부었다. “좋아, 설명해. 듣고 있을게.”어떻게 되었든, 그는 그녀를 놓고 싶지 않았다. 임유진은 그의 입맞춤에 생각이 흐려지는 것만 같았다. “나... 오늘 외할머니의 묘지에 제사를 지내러 갔었어. 그리고 산에서 내려오다가 샛길로 빠져서 옆 산으로 갔어. 그 산은 어릴 때 자주 놀았던 곳이라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 그러다가 우연히 강현수 씨를 만난 거야.”임유진은 계속해서 되도록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강지혁이 이 일에 대해 오해를 갖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기억을 되찾았다는 사실을 숨겼다. 그 사실을 비밀로 하려고 한 순간부터 평생 마음속에 묻어두기로 했으니까! “너의 말대로라면 네가 절벽에서 떨어졌다고?”강지혁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응, 다행히 그때... 강현수 씨가 옆에 있어서 나를 잡아줬어. 하지만 나중에 기절했고 깨어났을 때는 그가 나를 업고 산에서 내려오는 중이었어.”임유진은 계속 설명했다. “나 혼자 걸어 내려가고 싶었지만, 몸에 약간의 찰과상이 있어서 혼자 걸어서는 해가 지기 전에 산 아래에 도착하지 못할까 봐...” 그 말을 들은 강지혁은 바로 임유진의 긴 치마를 들어 올렸고 이내 그녀의 두 다리에 있는 선명한 찰과상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특히 그녀의 두 발목에는 긴 치마와 신발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붉고 부은 상처가 나 있어 눈에 띄었다.“아까는 왜 말하지 않았어?”임유진의 상처를 보며 강지혁은 가슴이 쥐어짜는 듯이 아픈 게 느껴졌다. 그의 성격대로라면 다른 사람이 자신 앞에서 피투성이가 되어도, 상처 없는
“하지만 내가 아파.”강지혁이 말했다. 임유진의 마음은 마치 순간적으로 무언가에 완전히 둘러싸인 것 같았고 코끝이 시큰한 느낌이 스며들었으며 눈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이 세상에 자신의 상처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상처를 그도 같이 느끼고 있었다. 강지혁을 사랑하는 것은 아마 임유진의 일생에 가장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강지혁은 목욕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감싸고 욕조에서 나와 그녀에게 깨끗한 홈웨어를 입혀 준 다음, 그녀를 안고 욕실에서 나와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아프면 소리 내.”강지혁이 말했다. “알겠어.”임유진이 대답했다. 강지혁이 약을 바르는 손길은 마치 가장 중요한 보물을 다루듯 매우 부드러웠는데 심지어 그 보물이 그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손목에 난 멍 자국에 약을 바른 후에도 강지혁은 손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그 멍이 든 곳을 바라보았다. “강현수가 마지막에 널 내려놓고 다시 손을 잡았을 때, 도대체 무슨 말을 했어?”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깊은 눈동자는 천천히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임유진은 그의 시선이 마치 자신을 꿰뚫는 것과 같은 기분에 온몸이 굳었다. 혁이는 이 사랑에서 항상 안정감이 부족했고 그녀가 이미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신경이 쓰이는 걸까?“강현수 씨가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했어.”임유진은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사실대로 그에게 얘기했다.“네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그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이 말의 의미를 추측하고 있었다.“왜냐하면... 강현수 씨는 예전에 내가 바로 자신이 찾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잖아. 하지만 이제 찾았대, 그 사람은... 여진 언니야. 그래서 앞으로는 더는 오해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 나는 강현수 씨가 찾던 사람이 아니니까.”임유진이 말했다. 이 말을 하면서 그녀의 심장은 이상하리만큼 강하게 뛰었다. 비록 그녀가 한 말
온종일 쌓인 피로로 임유진은 지쳐있었다. 음식을 조금 먹은 후, 그녀는 곧 깊은 잠에 빠졌다. 강지혁은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잠든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용히 누워 있었다. 마치 어디에도 가지 않을 듯했고 가서는 안 됐으며 오직 그의 시야 안에만 머물러야 할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바로 자신 앞에 있는데, 왜 자신은 그녀를 붙잡을 수 없다는 느낌을 받는 걸까?! 오늘 임유진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왜... 그는 그녀가 후회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걸까? 그녀의 말은 어딘가 진심이 아닌 것 같았다. 강현수가 그녀를 업고 있던 그 장면은 마치 영화의 역재생처럼, 그의 눈앞에서 계속 반복되었다. 강지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두려움을 느꼈다. 마치 자신이 걱정하던 모든 것이 현실이 될 것처럼 말이다! “강현수가 네 마음속에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맞는 거야?”강지혁은 낮게 중얼거리면서 손가락으로는 임유진의 닫힌 입술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하지만 잠이 든 그녀는 당연히 강지혁에게 어떤 대답도 줄 수 없었다. “혁아, 네가 앞으로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게 된다면, 아버지는 네가 너무 깊이 사랑하지 않기를 바란다. 너의 생명을 상대방 손에 맡기지는 말아.”“혁아, 겁쟁이란 무엇인지 알아? 바로 네가 누군가를 증오하면서도 결국 그 사람을 다치게 하지 못하는 거야.”“혁아, 나처럼 되지 마. 나처럼 하지 마! 너무 아프고 너무 고통스럽고 자신의 인생조차 제어할 수 없게 되니까...”아버지의 목소리가 다시 그의 귀에 울려 퍼졌다.제어... 분명히 그가 모든 것을 제어하고 있어야 하는 건데! 그는 이미 임유진을 자신의 곁에 가두었고 이미 그녀를 손아귀에 꽉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나?“유진아, 너는 나를 배신한 적 있어?”강지혁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지만, 그가 누구에게 묻는지, 자신인지 임유진인지 분명치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며, 그의 운명도 아버지와 같지 않을 것이다! 강지혁은 갑자기 일어나 옆방
외할머니 49재 바로 다음 날이었기 때문에 임유진은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약간의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자신에게 연한 화장을 했다. 물론 지금 그녀의 손가락의 유연성으로는 더 정교한 화장을 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임유진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손가락은 원래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이제 이 손은 강현수를 놓아주었고 앞으로는 오직 혁이의 손만 잡을 것이다. 임유진이 일어서서 방을 떠나려 할 때 눈에 띄게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봤다. 두 침실을 연결하는 그 문은 현재 열려 있었다. 혁이가 그녀의 침실에서 자는 것에 익숙해진 후, 그는 거의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지 않았다. 임유진은 앞으로 걸어가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문 옆에 다다랐을 때, 결국 그의 침실로 들어갔다. “혁아?” 임유진이 불러봤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강지혁은 이 방에 없는 것 같았다. 혹시 아래층 부엌에서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걸까? 임유진은 그가 오늘 종일 그녀와 집에 있겠다고 말한 것을 기억했다. 돌아서려는 찰나, 그녀는 옆에 있는 낮은 캐비닛 위에 놓인 앨범을 발견했다. 그 앨범은 펼쳐진 상태였고 앨범 속에는 어린 시절 강지혁이 그의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있었다. 이건... 혁이의 앨범인가?! 임유진은 본능적으로 앨범을 집어 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넘겨보기 시작했다. 앨범에는 강지혁 어린 시절의 사진들이 있었는데, 단독 사진이거나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고 그의 어머니의 사진은 없었다. 앨범 대부분을 넘긴 후, 강지혁이 7, 8세 무렵의 사진들이 나타났다. 몸에 걸친 옷차림이 전과 확연히 달랐고 많이 좋아졌지만, 그의 눈에는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사라졌고 동년배 아이들보다 훨씬 더 성숙해 보였다. 그때가 아마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가 강씨 집안으로 돌아온 시기일 것이다.임유진은 혼자 생각하며 앨범을 한 페이지씩 넘겼다. 앨범에서 강지혁은 해마다 자라고
아니... 비어있다고 하기보다는 마지막 페이지에 사진이 딱 한 장 있었는데 임유진의 사진이었다. 그녀가 잔꽃무늬 치마를 입은 사진이었는데 예전에 강지혁이 예쁘다며 그녀에게 달라고 했던 그 사진이다. 임유진은 이 사진이 그의 앨범에 들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앨범이 있던 자리 아래에 작은 은팔찌가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그녀는 앨범에만 집중해서 이 팔찌를 놓쳤다. 이 팔찌는... 임유진의 가슴이 갑자기 조여왔다. 그녀는 이것이 강현수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팔찌라는 것을 기억했다. 왜 혁이한테 있는 걸까? 아니, 이 팔찌는 강현수의 팔찌가 아니다!임유진은 작은 은팔찌를 집어 들었다. 이 팔찌는 디자인과 크기는 강현수의 팔찌와 같지만, 산화가 더 심해서 표면이 좀 더 어둡고 강현수가 자주 만지며 빛나게 했던 그 팔찌보다 덜 반짝인다. 그렇다면 이 팔찌는... 임유진은 외할머니가 남긴 보석함이 문득 떠올랐다. 원래 그 보석함에 있어야 할 한 쌍의 작은 팔찌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만약... 이 팔찌가 바로 그 팔찌라면?! 하지만 왜... 이게 혁이의 방에 있는 걸까? 임유진의 마음이 갑자기 불안해졌다. 마치 그녀가 모르는 무언가가 곧 일어날 것처럼. 그리고 이 수수께끼는 오직 혁이만이 그녀에게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임유진은 작은 은팔찌를 손에 쥔 채 방을 떠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 도착하자마자,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임유진이 빠르게 다가가 보니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몇 명의 사용인이 막고 있었고 그 여자 앞에는 강지혁과 고이준이 서 있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이 여자가 갑자기 여기에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사용인들에게 막혀있는 그 여자를 임유진은 이제 알아봤다. 그녀는... 임유진에게 최면 치료를 해주려 했던 안은영이었다!이때, 안은영은 임유진 쪽을 향해 있었기에 임유진이 나타나자마자 곧바로 외쳤다.“임유진 씨, 강 대표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