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58화

작가: 유진
지금에 와서 보니 이곳은 어린 시절처럼 무섭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기억은 마치 각인처럼 그의 머릿속에 새겨져 계속 떠올랐다.

강현수의 얼굴에는 씁쓸한 기운이 감돌았고 그런 그를 바라보며 임유진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 났다.

어릴 적 두 사람은 이곳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고 마치 전우라도 된 것처럼 서로에게 의지했다.

하지만 십몇 년이 지난 지금 두 사람 사이에는 마치 넘을 수 없는 벽들이 세워져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아요?”

강현수의 쓸쓸한 목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깨고 흘러나왔다.

임유진이 아무 말 없이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자 강현수는 그녀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혼자 얘기를 이어갔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그 대상이 마치 머릿속에 박혀 있는 것처럼,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난다는 뜻이에요.”

강현수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띄웠다. 하지만 그 미소는 따뜻한 햇볕에 금방이라도 녹아 사라질 것만 같았다.

“11살 때부터였어요, 누군가를 그리워한 게. 그리고 그때부터 계속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찾지 못했죠. 그때 내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할 수 있겠어요?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텐데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거예요.”

임유진은 그가 말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아마 이 마음이 절망으로 바뀔 때쯤이었을 겁니다. 나는 그녀와 비슷한 누군가를 끊임없이 찾아다녔고 보이는 대로 곁에 뒀어요. 아주 조금이라도 닮은 부분만 있으면 그걸로 괜찮았어요. 그러면 적어도 이 마음이 그렇게까지 절망으로 변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임유진은 조금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이제까지 여자친구를 바꾸고 또 바꾼 게 그것 때문이었단 말인가?

강현수가 여자친구를 계속 바꾸는, 어찌 보면 정 많은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실상은 무정하고 냉정한 인간이라는 건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그토록 그녀의 대체품을 찾아 헤맸던 건 그저 마음속 절망을 조금이나마 지우기 위해서라니... 그의 고통을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759화

    이것으로 강현수도 찾아 헤매던 소녀가 임유진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인지했을 것이다.다만... 그녀는 마음 한구석은 바늘에 찔리듯 계속 따끔거렸다. 하지만 이내 어릴 적 처음 친구라고 불릴 만한 남자아이와 이대로 멀어진다고 생각하니 조금 쓸쓸할 뿐이라고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이 마을에서 몇 년을 살았어도 그녀는 근처 아이들과는 어색하고 친밀감을 느끼지 못했는데 꿈속의 여자아이는 마치 처음 봤을 때부터 남자아이에게 친밀감을 느끼듯 행동했으니까.“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게요.”임유진이 한발 물러서 막 몸을 돌리려는데 발밑 나뭇가지 때문에 발을 삐끗해 몸이 뒤로 넘어가 버렸다.“아악!”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녀의 몸이 절벽 쪽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임유진이 다급하게 뭔가를 잡으려고 허우적거리던 그때, 누군가의 손이 그녀를 잡았다!덕분에 그녀의 몸은 절벽에 찰싹 달라붙었고 만약 그 손이 없었으면 이대로 굴러떨어졌을 수도 있었다.강현수는 절벽 위에 납작 엎드린 채 그녀의 손목을 꽉 잡으며 있는 힘껏 소리 질렀다.“저쪽 손도 내게 줘! 내가 위로 끌어올려 줄테니까!”강현수의 얼굴은 어느새 하얗게 질려 있었고 눈동자는 당황한 듯 세차게 흔들렸다.임유진은 그런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고는 마치 서로가 바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떨어진 건 그녀이니 당황하는 것도 그녀 몫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강현수는 그녀보다 더 당황하고 심지어는 두려워 보이기까지 했다.“빨리, 빨리 손을 줘, 임유진!”그는 안간힘을 쓰며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고 그 말에 임유진도 강현수의 손을 잡으려고 한쪽 손을 서서히 들어 올렸다.그렇게 두 손이 서서히 가까워지려는데 머릿속에서 또다시 잊고 있었던 장면들이 떠오르며 머리가 아파 나기 시작했다.제발... 왜 하필 지금이야!임유진은 마음속으로 외치며 지금 상황에 두통이 오는 자신을 원망했다.이대로 정신이라도 놨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다.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리는 점점 더 아고 그 여파로 강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760화

    “나 무겁지?”남자아이가 조금 미안한 듯 물었다.“응, 무거워.”여자아이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었으니까.“미안해... 하지만 만약 이후 네가 다치게 되면 그때는 내가 꼭 너를 업어줄게!”남자아이는 행여나 여자아이가 자신을 약골이라고 여겨 싫어할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네가 날 어떻게 업어? 얼마 못 가 내려놓고 말 거야, 넌.”여자아이는 상대가 자신보다 큰 남자아이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모두 자신이 지켜줬기에 전혀 기대하지 않는 말투로 얘기했다.“아니야. 평생 업을 수 있어!”남자아이가 발끈하듯 대답했다.아마 이때 당시 두 아이는 평생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무엇을 뜻하는지도 몰랐을 것이다.갈기갈기 찢긴 화면들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았고 이내 선명한 기억이 되었다.임유진은 지금 머리가 무거웠고 눈은 뜨고 싶어도 떠지지 않았다. 그리고 몸은 아까부터 규칙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누가 그녀를 업고 걸어가는 것처럼 말이다.누구지? 누가 그녀를 업고 있는 걸까?“현수야...”그때 임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강현수의 이름이 입에서 흘러나왔고 그에 그녀를 업고 내려가던 강현수가 몸을 움찔거리더니 곧 발걸음을 멈췄다.방금 그녀는 확실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다시는 부르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왜 또 부르는 거지?!임유진 이 여자는 항상 멋대로 선을 그으며 또 멋대로 이상한 행동을 해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임유진 씨, 만약 지금 정신을 차렸다면 잘 들으세요. 다른 건 다 괜찮은 데 ‘현수야’라는 호칭은 부르지 마세요. 임유진 씨가 막 불러도 되는 호칭 아니니까.”강현수는 차갑게 말을 뱉은 후 다시 산 아래로 발걸음을 옮겼다.임유진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을 느꼈지만 그게 누군지, 또 누가 지금 자신을 업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그렇게 몇 분 후 안간힘을 써서 서서히 눈을 떠보니 눈앞에 있는 건 어떤 남자의 넓은 등과 매력적인 목덜미뿐이었다.강현수!임유진의 몸이 움찔거리더니 눈에 띄게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761화

    그는 언제나 그녀를 찾아다녔는데 그녀는 그를 까맣게 잊어버렸다.임유진은 자신을 업고 묵묵히 산길을 내려가는 남자의 등을 바라보며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왔다.그는 지금 자신이 했던 약속처럼 그녀가 다쳤을 때 업어주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평생이라는 건 없을 것이다...임유진이 좋아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은 그가 아니니까.“현수 씨, 나 앞으로 이곳에 안 올 거예요. 그리고 어릴 때 일은 그저 어릴 때 일일 뿐이니까 현수 씨도 너무 과거에 집착 안 했으면 좋겠어요.”임유진은 그가 계속 어린 시절에 갇혀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배여진에게 더는 속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없었기에 지금은 이런 말밖에 해줄 수 없다.그러자 강현수는 그녀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임유진 씨가 뭔데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합니까?”임유진은 그의 태도에 입술을 깨물었다.“여진이와 사이가 좋지 않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와중에 여진이가 갑자기 나를 구해줬다고 하니까 기분이 나빠요?”그는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나는 그저 현수 씨가 언니한테 속지 않았으면 해서 말한 것뿐이에요.”“속아요? 당신 사촌 언니가 날 속일 정도로 똑똑하기나 하고?”강현수의 말투에는 절대 속아 넘어갈 일 없다는 아주 본능적인 자신감이 묻어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배여진은 고졸에 바로 전업주부로 전향하고 세상 물정도 제대로 모르는 그저 시골 여자일 뿐이고 강현수는 그런 그녀의 일생을 전부 뒷조사로 알 수 있을 만큼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니 어떻게 감히 자신을 속인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임유진은 단호한 그의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뭐라고 하든 그는 듣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이 모든 상황을 초래한 건 그녀나 다름없고 따지고 보면 그녀 역시 그를 속이고 있지 않은가.“이만 내려줘요. 나 혼자 걸어갈 수 있어요.”임유진의 말에 강현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그 몸으로 하산했다가는 날이 어두워질 때야 겨우 도착하게 될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762화

    임유진을 만나게 된 것도 놀라운데 더 놀랄 만할 일까지 생겨버렸다.그녀의 몸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강현수는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버려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자신도 같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건 아예 머릿속에 없는 듯싶었다.그리고 그녀가 한쪽 손을 뻗다가 재발한 두통으로 다시 손을 거두어들였을 때 그는 두려웠다.그녀의 손을 잡지 못할까 봐, 이대로 그녀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될까 봐, 그는 미치도록 두려웠다!강현수가 이런 두려움을 느낀 건 정말 오랜만일 것이다.그의 손에 의지한 채 절벽에서 기절한 그녀를 끌어올렸을 때 그의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가득했고 그의 손은 정처 없이 떨렸다.그리고 이성을 되찾을 때 그는 이미 그녀를 자신의 품에 꽉 끌어안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잃으면 안 되는 중요한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왜... 왜 아직도 이럴까? 임유진이 찾고 있는 소녀가 아닌 걸 이미 몇 차례나 확인을 받았으면서 대체 왜 아직도 그녀만 생각하면 이렇게 되어버리는 걸까?!강현수는 고개를 숙인 후 기절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깨달았다.이건 좋아하는 감정이다.강현수는 임유진을 좋아하고 있다.아마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부터 좋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고 여자 하나 때문에 강지혁과 마찰을 빚고 싶지 않아 결국 그녀의 손을 놔버렸다.그 결과 그녀는 강지혁의 여자가 되었고 그도 이제는 더 그녀를 마음에 품으면 안 된다.모든 걸 여기서 끝내야 한다.“임유진, 널 목숨 걸고 구해준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앞으로 난 너를 내 마음에서 지워버릴 거야.”강현수는 마치 임유진이 아니라 자신에게 다짐하듯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임유진은 지금도, 앞으로도 강지혁의 여자일 것이고 강현수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좋아하는 걸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이대로 마음을 접어야 한다.그는 기절한 그녀를 등에 업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어릴 적 여자아이가 자신을 그렇게 업어줬듯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763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강지혁은 지금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찾아야만 했다.“주변 CCTV는?”강지혁이 물었다.“곧 연락이 올 겁니다.”고이준이 얼른 대답했다.다행히 근처 도로에 CCTV가 있어 만약 임유진이 이 구역을 벗어났다면 분명히 찍혔을 것이다.하지만 몇 분 후 CCTV 관리자에게서 온 내용에 따르면 이곳을 지나간 차량은 오직 13대로 행인은 몇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이곳은 한적한 지역으로 원래 차량이 자주 드나들지 않는 곳이고 13대 차량 주를 다 검색해 봤지만, 전부 다 전과기록 같은 것도 없는 평범한 마을 주민으로 임유진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뿐이었다.그러면 임유진은 높은 확률로 아직 산속에 있는 것이 되는데 눈앞에 산은 여러 산이 붙어있어 막상 찾으려 한다면 다량의 인원과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고이준은 CCTV 관리자가 보내온 영상을 강지혁에게 보내준 후 그의 지시를 기다렸고 얼마 안 가 강지혁의 입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지금 당장 산을 봉쇄하고 임유진 찾아내!”고이준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하지만 대표님, 너무 일을 크게 만드시는 건 아닐까요?”임유진이 사라진 건 고작 2시간 남짓이고 말마따나 정말 산속에서 길을 잃은 것뿐이라면?고이준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지금 당장 경찰에게 연락해 임유진 씨의 행방을 찾게 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산을 봉쇄하는 건...”“봉쇄해!”강지혁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듯 그의 말을 끊었다.일을 크게 만들어도 좋다. 과한 조치라고 생각해도 좋다. 지금의 그는 그저 한시라도 빨리 임유진을 찾아내기만 하면 그걸로 된다!고이준은 단호한 그의 지시에 곧바로 이곳 경찰서에 연락했고 얼마 안 가 경찰차들이 줄을 지어 산 아래에 몰려들었다.“대표님은 이곳에서 상황 보고를 전해 들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고이준도 찾을 준비를 마치고 그에게 말했다.“나도 가!”하지만 강지혁은 이대로 다른 사람이 그녀를 찾아낼 때까지 기다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764화

    강지혁은 보고서로만 이곳을 알게 됐을 뿐 이렇게 직접 오게 된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수색대와 함께 산속을 걸어가 보니 자기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예전 강현수의 화실에서 봤던 그림들이 떠올랐다.그림 속 여자아이는 가녀린 몸으로 이곳에서 남자아이를 업은 채 걸어가고 있었다.무거운 듯 허리를 잔뜩 숙인 채 힘겨워 보였지만 그럼에도 남자아이를 버리지 않았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그 그림을 봤을 당시 강지혁은 아무런 감흥도 없었지만 지금 막상 그 두 아이에게 강현수와 임유진을 대입해 보니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하고 불안했다.대체 그는 뭘 불안해하고 있는 걸까?두 사람이 마주치지 못하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게 뒤에서 방해해서? 아니면 임유진이 지금은 기억을 잃어도 항상 마음속에는 강현수가 있어 언젠가 기억이 돌아오는 날에 자신을 매몰차게 버릴까 봐? 그것도 아니면 자신을 향한 임유진의 사랑이 깊지 않아서 언젠가 자신을 배신할까 봐?“대표님,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저희 조금 쉴까요?”고이준은 아까부터 어두워지다 못해 이제는 하얗게 질려버린 듯한 강지혁의 얼굴을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하지만 강지혁은 고개를 저었다.“필요 없어.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찾기나 해!”시간을 지체하면 할수록 그의 불안과 걱정은 더욱더 커질 것이다.그리고 지금은 여름인 터라 나무들이 우거져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들어오는 햇빛을 가로막아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여기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사람 발걸음 소리 같은데요?!”그때 제일 앞에 있던 수색대원 한 명이 외쳤고 그에 모든 사람의 발걸음이 멈췄다.그러자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한 발짝 한 발짝씩 그들을 향해 다가왔고 이윽고 실루엣까지 보이더니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거기에는 어떤 남자가 여자를 업은 채 걸어오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강지혁은 몸에 있던 피가 전부 멈춘 듯 자리에 굳어버렸다.남녀는 바로 강현수와 임유진이었다!강지혁이 제일 두려워했던 일이 결국에는 벌어지고 만 걸까? 두 사람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765화

    상황을 보니 그녀를 구하기 위해 산까지 오른 게 분명했다.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그녀가 걱정돼 찾아왔을 것이다.임유진은 강지혁에게 달려가려고 몸을 움직이다가 문득 아직 강현수의 등에 업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에게 말했다.“이제 나 내려줘요.”“강지혁 옆으로 갈 거예요?”강현수의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네.”임유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임유진 씨, 내가 지금 이대로 당신을 놓아주면 앞으로 당신이 어떤 곤란한 상황이든 난 가만히 있을 겁니다. 나한테 임유진 씨는 이제부터 모르는 사람이에요. 혹시라도 ‘현수야’라는 호칭은 앞으로 절대 내 앞에서 부르지 말아요. 이건 당신이 부를 수 있는 게 아니니까.”강현수는 마치 경고인 듯 작별 인사인 듯 그녀에게 얘기했다. 그에 임유진은 코가 시큰거리고 가슴이 뭔가에 눌린 듯 답답하고 조금 서글퍼 났다.모든 걸 기억하고도 그를 속여서 이런 걸까? 아니면 한때 힘든 순간을 함께 했던 친구와 앞으로 모르는 사이가 되어버리는 거에 서운함이라도 느껴서 이런 걸까?“알겠어요.”임유진은 감정을 추스르고 담담하게 대답했다.방금 두 사람이 했던 대화는 오직 그들밖에 듣지 못했다.강현수는 천천히 몸을 숙여 그녀를 땅에 내려놨고 이 모습에 가장 크게 놀란 사람은 강지혁이 아니라 그 옆에 있는 고이준이었다.‘내가 아는 그 강현수가 여자를 등에 업었다고?!’만약 연예부 기자가 이 자리에 있었으면 분명 고이준과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기도 전에 벌써 넋이 나갔을 것이다.그러다 문득 고이준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강지혁을 힐끔 쳐다봤다. 강지혁은 꽤 평온한 모습으로 두 사람을 바라만 봤지만, 고이준은 오히려 그 모습에서 더 큰 두려움을 느꼈다.마치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기 전 바다의 고요함 같았다.한편 임유진은 천천히 강현수의 등에서 내려와 강지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강현수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았고 임유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당신이 아니라 다행이야.”그는 문득 알 수 없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766화

    그래서 아니라서 다행이야... 다행이야...다시 가슴이 아팠다. 강현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앞으로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이 여자를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지워버릴 것이다.강지혁의 앞으로 다가간 임유진은 그가 평소와 다르게 조용한 것을 느꼈다. 그의 아름다운 도화안은 마치 까맣고 깊은 바다처럼 쓸쓸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는... 화가 난 것일까? 방금 그녀가 강현수와 함께 있는 것을 본 걸까? 아니면 그녀가 산에서 너무 오래 머물러서 그를 걱정하게 만든 걸까? 하지만 여기는 사람이 많아 해명하기 어려워서 나중에 둘이서만 있을 때 제대로 설명하기로 했다. “걱정시켜서 미안해!”임유진이 말했다. “전화해서 말해주려고 했는데... 실수로 휴대폰을 떨어뜨려 고장 나서 연락할 수가 없었어.” 게다가 그녀의 휴대폰뿐만 아니라 강현수의 휴대폰도 그녀를 구하다가 화면이 깨졌기에 연락할 수 없게 되었다. 두 사람의 휴대폰이 모두 전화를 할 수 없게 되어 그때 외부와 연락할 수 없었다. “그래?” 강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손을 들어 그녀의 볼 옆에 있는 약간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시간이 늦었어, 일단 돌아가자.”그는 말하면서 임유진의 긴 검은색 원피스에 흙이 묻어서 지저분해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들고 산 아래로 걸어갔다. “혁아, 나... 나 혼자 걸을 수 있어, 안아 줄 필요 없어.”임유진이 다급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렇게 안고 내려가면 그가 아주 힘들 테니까 말이다.강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두 눈동자는 평소처럼 다정하지 않았고 어두운 기운은 마치 까마득한 밤 풍경 같았다.“그 말은 강현수는 너를 업고 갈 수 있는데 나는 너를 안고 산에서 내려가면 안 된다는 거야?”강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이런 말을 하자 임유진은 순간 말문이 막혀 어떻게 대답할지 몰랐다.강지혁은 임유진의 얼굴에서 시선을 옮기고 그녀를 안은 채 계속해서 산에서 내려갔다. 임유진을

최신 챕터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57화

    임유진이 초조한 얼굴로 영상을 바라보던 그때 갑자기 욕실 문이 열리며 강지혁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강지혁은 의자에 앉아있는 임유진을 보더니 조금 놀란 듯 멈칫했다. 그러나 곧바로 그녀 너머로 보이는 영상을 보고는 다시 차가운 얼굴로 돌아왔다.“내 물건에 멋대로 손대도 된다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나가.”임유진은 그 말에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곧바로 강지혁의 앞으로 걸어갔다.“혁아, 나랑 현수 씨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 그래, 현수 씨가 날 좋아한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래서 더 확실하게 얘기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너밖에 없었다는 걸.”그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강지혁의 표정은 점점 더 싸늘해져만 갔다.“둘 사이가 어땠는지 듣고 싶지 않아. 잘 거니까 나가. 할 말 있으면 내일 다시 해.”강지혁은 아까 임유진과 강현수가 함께 있는 걸 본 순간부터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도 사그라지지 않았다.임유진에 관한 기억은 다 잊어버린 그지만 그녀가 강현수 사이에 뭔가가 있었다는 건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지인들을 통해 들은 것도 있고 실제로 파티에서 강현수가 임유진의 이름을 꺼내며 그에게 적대감을 보이기도 했으니까.하지만 그럼에도 예전에는 그런 게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어차피 임유진은 그저 그의 죽은 아내일 뿐이었으니까. 이미 죽은 사람이 강현수와 과거에 썸을 탔든 연애를 했든 알 바 아니었다.그런데 죽었다고 생각했던 임유진이 아주 멀쩡한 얼굴로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났고 그에게 사랑한다며 속삭였다. 심지어 마치 그를 아주 잘 아는 듯이 굴기도 했다.그래서일까, 강지혁은 강현수와 그녀가 함께 있는 모습이 멋대로 떠오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솟구치고 불안하기도 하며 더욱이는 심장이 아프게 욱신거리기도 했다.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감정들이 마치 독처럼 그의 몸 곳곳에 퍼졌다.“아니, 나는 지금 얘기해야겠어.”임유진이 강지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나에 대해 잊었다면 다시 한번 얘기해줄게. 어릴 때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56화

    강지혁은 잠깐 침묵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새엄마는 없어.”즉 그렇다는 건 임유진과 이혼하지 않을 거라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강선율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포크를 움직이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그리고 강선현도 새엄마는 없을 거라는 말을 듣고는 활짝 웃으며 마찬가지로 식사를 마저 했다.저녁 식사가 끝이 난 후 임유진은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다 아들과 같이 유치원에서 내준 숙제를 완성했다.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강선율 혼자 다 한 거나 다름없었다. 강선율은 그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똑똑한 아이였다. 그리고 숙제를 하면서도 한번도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않았다.현이는 율이가 숙제를 완성하자마자 임유진을 향해 물었다.“엄마, 나는 언제쯤 오빠랑 같이 유치원에 갈 수 있어?”“다음 주면 현이도 유치원에 갈 수 있어.”임유진의 말에 아이는 활짝 웃으며 방방 뛰었다.임유진은 아이들끼리 놀게 한 후 강지혁을 찾으러 위층 서재로 향했다. 오늘이 가기 전에 어떻게든 강현수에 관해 얘기해야만 했다.사실 식사를 마치자마자 하고 싶었는데 강지혁은 그녀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마치 잔뜩 삐져있는 아이처럼 말이다.임유진은 서재에 갔다가 강지혁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침실로 향했다. 하지만 침실에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때 욕실 쪽에서 물줄기 소리가 들려왔고 이에 임유진은 샤워하는 중이라는 것을 깨닫고 바로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강지혁이 나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 생각이었다.가만히 기다리는 게 지루해 방을 이리저리 훑어보던 그녀는 우연히 탁자 위에 있는 자료를 발견했다.자료에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그건 다름 아닌 그녀와 강현수의 사진이었다.그리고 자료를 더 자세히 보니 그녀와 강현수가 버스에 함께 있었을 때 났던 기사 내용이 적혀있었다.당시 임유진은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강현수는 그녀의 머리가 창문에 부딪히지 않게 하기 위해 그녀의 머리와 차창 사이에 자신의 손을 넣었다. 그리고 그 장면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55화

    강현수는 임유진과 강지혁이 사라진 지 5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자리에 가만히 선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잘생긴 얼굴에 고통과 실망감이 잔뜩 어려있었다.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그지만 사랑 앞에서는 그 역시 한낱 나약한 존재일 뿐이었다.강지혁은 임유진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온 후 곧바로 그녀의 손을 풀어주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강현수와 꽤 많이 얽혀있었나 봐?”“응?”임유진은 묘하게 기분이 언짢아 보이는 강지혁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 다급하게 해명했다.“오해하지 마. 나랑 현수 씨 사이에 네가 오해할 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어. 오늘 이렇게 갑자기 찾아올 줄도 몰랐고. 그리고 나는 이미...”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혁이 그녀의 말을 싹둑 잘라버렸다.“강현수와 과거에 무슨 사이였는지, 지금은 또 어떤지 나한테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어. 조금도 궁금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머릿속에 넣어둬. 너는 지금 내 아내고 가문의 안주인이라는 거. 그러니까 강씨 가문을 욕보인다거나 스캔들 터질 만한 일은 만들지 마.”강지혁은 말을 다 마친 후 미련 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그리고 임유진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강씨 가문을 욕보이지 말고 스캔들 터질 만한 일을 만들지 말라고? 그녀와 강현수 사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강지혁에게 떳떳하지 못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만약 5년 전의 강지혁이었다면 절대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아무래도 깊은 오해가 생기기 전에 강지혁에게 제대로 해명을 해야 할 듯하다.임유진은 저녁 식사를 할 때 강지혁과 얘기를 나누며 물꼬를 틀려고 했다. 하지만 강지혁은 식탁에 앉기 전부터 차가운 아우라를 내뿜으며 말 한마디 건네지 말라는 듯이 눈도 마주쳐주지 않았다.그 탓에 식사 분위기는 숨 막힐 듯 싸늘해졌고 임유진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그때 밥을 먹던 현이가 갑자기 그녀를 향해 물었다.“아빠 정말 엄마 사랑하는 거 맞아? 아까 현수 삼촌은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54화

    강지혁은 강현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임유진이 사랑하는 사람은 나야. 네가 아무리 나보다 더 빨리 만났다고 해도 바뀌는 건 없어. 내가 임유진을 사랑하지 않아도 임유진은 날 사랑할 수밖에 없고 날 사랑해야만 하며 내 곁에 있어야만 해.”그는 말을 마친 후 갑자기 임유진의 턱을 덥석 잡았다. 그러고는 임유진이 무슨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곧바로 얼굴을 가까이하며 그녀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임유진은 바로 코앞에서 보이는 그의 얼굴과 입술이 맞닿는 감촉에 깜짝 놀라 순간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강지혁이 먼저 입을 맞춰왔다. 그것도 강현수와 경호원들 앞에서 말이다.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스킨십하는 걸 그녀는 좋아하지도 않고 굳이 말하자면 불편해하는 편이었는데 강지혁을 밀어낼 수가 없었다.강지혁이 지금 무슨 이유로 그녀에게 키스한 건지는 몰라도 5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에게 먼저 다가와 키스하는 거라 그녀는 그의 입술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임유진은 어느새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강지혁과의 키스에 심취해 있었다.강지혁은 아마 모를 것이다. 그녀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아까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을 때 그녀의 심장이 얼마나 아팠는지.강지혁이 그런 말을 하는 게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아팠다.그에게 냉랭한 말을 들었다는 이유 때문도 있고 당시 그녀가 절벽에서 떨어졌을 때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눈앞에 선해 그것 또한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적어도 절벽에서 떨어진 후 병원에서 깨어난 순간 모든 걸 다 잊어버린 상태라 아예 고통의 감정 같은 게 없었지만 강지혁은 최면을 받기 전까지 계속 고통에 시달렸어야만 했을 테니까.죽음은 늘 그렇다. 항상 살아있는 사람이 더 괴로운 게 바로 죽음이었다.강지혁은 그녀를 너무나도 많이 사랑했기에 지금 이렇게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내뱉게 된 것이다.강현수는 주먹을 꽉 말아쥔 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광경이었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53화

    임유진은 강지혁이 혹시 오해라도 할까 봐 괜히 심장이 철렁했다.“마침 잘 왔네. 네가 한번 말해봐. 너 그때 분명히 나한테 유진이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어. 안 그래, 강지혁?”강현수가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얼굴로 강지혁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리고 강지혁은 그의 시선을 받으며 입을 꾹 닫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갑작스러운 대치상황에 임유진은 서둘러 팔을 빼기 위해 버둥거렸다. 하지만 강현수가 너무나도 꽉 잡고 있는 바람에 도저히 팔을 뺄 수가 없었다.현이는 무서운 분위기에 많이 놀란 건지 창백한 얼굴로 임유진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녀의 옆에 딱 붙어 있었다.그때 강지혁이 한쪽 입꼬리를 위로 올리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맞아, 그랬지. 그런데 그게 뭐?”그는 발걸음을 옮기며 말을 하더니 이내 임유진을 잡고 있던 강현수의 손목을 억세게 잡았다.“내가 네 앞에서 뭐라고 했던 임유진이 내 아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아. 내가 놓지 않는 한 임유진은 어디도 못 가.”“만약 유진이가 떠나겠다고 하면 그게 아무리 너라도 막을 권리는 없어!”강현수가 지지 않고 대꾸했다.만약 임유진이 떠나겠다고 하면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도울 것이다.소중한 이를 강지혁에게 보냈던 건 강지혁이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강지혁은 지난번에 봤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여전히 임유진을 사랑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만약 강지혁이 정말 임유진을 마음속에서 지운 거라면 더 이상 임유진을 그의 옆에 둘 수 없다.“내가 막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직접 시험해보면 되겠네.”강지혁은 강현수를 향해 차가운 말을 내뱉고는 이내 뒤에 있는 기사에게 지시를 내렸다.“애를 집 안으로 데려가.”기사는 그 말에 강선현을 안으려는 듯 앞으로 다가갔다.“아가씨, 이리로 오세요.”하지만 현이는 떠날 생각이 없는 듯 임유진의 손을 꽉 잡은 채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이에 임유진이 아이를 설득했다.“우리 현이 착하지. 현수 삼촌이랑 할 얘기가 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52화

    강현수는 아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고는 천천히 몸을 바로 세우고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살아있었는데 왜 5년간 아무런 소식도 주지 않은 거야? 난 정말 네가 죽은 줄 알았어. 네 장례식에 참가했을 때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알아?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아냐고.”강현수는 당시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나머지 차라리 그녀가 떨어졌던 절벽에서 투신할까도 생각했었다.“미안해요. 의도치 않게 걱정을 끼쳤네요.”임유진이 말했다.그녀를 바라보는 강현수의 두 눈은 이미 잔뜩 빨개져 있었다.“아니야.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정말... 너무 다행이야.”강현수는 말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녀와 닿으려고 했다. 임유진이 정말 살아있는 게 맞다는 것을, 그의 환각이나 상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녀에게 닿기도 전에 임유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틀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이에 강현수의 손이 허공에서 움찔하고 멈췄다.그녀의 눈동자에 어린 명백한 거절이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강현수는 조금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강지혁 때문이야?”“네.”임유진이 답했다.“계속해서 나한테 말 편히 하지 않는 것도 강지혁 때문이고?”“나는 이미 결혼한 사람이고 나는 여전히 혁이를 사랑하고 있어요.”강현수는 그 말에 허탈하고도 조금 슬픈 웃음을 터트렸다.“5년이야. 5년 동안 아무런 소식도 주지 않았으면서, 강지혁 보러 찾아오지도 않았으면서 여전히 강지혁을 사랑한다고? 정말 사랑했으면 더 빨리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니야?”임유진은 강현수를 빤히 바라보다 이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돌아오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어요. 그리고 몇 년이 지났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혁이고 내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면 그것 또한 혁이 옆이에요. 현수 씨 말대로 5년이나 지났어요. 그러니까 이제는 날 잊어버리고 나한테 시간이든 뭐든 쓰지 말아줘요. 그럴 가치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강현수의 눈에 고통의 감정이 스쳐 갔다.“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51화

    임유진은 기억이 돌아온 후 한지영과의 통화에서 그녀가 죽은 후 강현수가 한동안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술을 진탕 마시고 또 허구한 날 그녀의 무덤 앞으로 가 무릎을 꿇은 채 통곡했다던 기사가 났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그리고 그 뒤로 한동안 S 시가 아닌 해외로만 계속 돌고 있었다는 얘기도 말이다.강현수는 목석처럼 차에 기댄 채 계속해서 기다리다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5년간 줄곧 꿈속에서만 또는 정신없이 취해있어야만 간신히 보이던 이의 모습이 이렇게 현실감 없이 눈앞에 나타났다.강현수는 순간 하마터면 다리의 힘이 다 풀릴 뻔했다.그녀다. 그녀가 살아있었다. 이한의 말대로 임유진은 정말 살아있었다.“유진아...”잔뜩 매인 목소리가 강현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강현수가 임유진 쪽으로 뛰어갔다.강현수의 마음은 임유진을 사랑했던 만큼 요동쳤고 또 몸은 그녀를 그리워했던 만큼 흥분이 일었다.임유진의 바로 앞까지 당도했을 때 갑자기 아래쪽에서 웬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이 아저씨 누구야?”강현수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숙이다 그제야 임유진의 곁에 서 있는 현이를 발견했다. 눈빛이 똘망하고 예쁜 것이 임유진과 무척이나 닮아있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이 뭐라 설명하기도 전에 이 아이가 임유진의 아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당시 뱄던 세쌍둥이 중의 한 명이 틀림없었다.‘선율이만 살아남은 게 아니었구나.’“나는...”강현수는 무릎을 구부리고 현이와 눈높이를 맞춘 다음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는 강현수 삼촌이야. 너는 이름이 뭐야?”“강선현이에요. 원래는 임현이었고요. 현이라고 불러주세요.”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강현수를 바라보았다.강현수는 현이를 보면서 문득 어린 시절의 임유진이 떠올랐다. 그날 우거진 풀숲에서 그를 구해주고 또 산 아래까지 그를 업어줬던 용감한 어린 여자아이의 얼굴이 말이다.그때의 기억은 강현수가 한평생 놓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50화

    이경빈은 탁유미 사건이 뒤집히면 회사가 타격을 입을 거라는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탁유미를 위해 당시의 사건을 뒤집어주었다.“이경빈 씨 나름의 속죄네요. 그 뒤로 언니 찾아온 적은 있어요?”“네. 그런데 내가 보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걸 아니까 직접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횟수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탁유미는 시선을 돌려 현이와 함께 놀고 있는 윤이를 바라보았다.“오히려 이경빈보다 더 많이 찾아온 건 이경빈의 부모님이죠. 윤이를 집에 들이고 싶다고 몇 번이나 찾아왔었어요.”“그걸 언니가 거절했고요?”만약 윤이를 보냈다면 지금쯤 탁윤이 아니라 이윤으로 살고 있었을 테니 거절한 건 분명해 보였다.“윤이가 원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때 이경빈이 하면 안 되는 말을 한 뒤로 윤이는 이경빈에게 줄곧 마음을 닫고 있는 상태예요. 이경빈은 어차피 어린애라 몇 번 달래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게 어디 그렇게 쉽게 용서가 될 문제인가요? 아이들도 어른들 못지않게 분위기 파악을 잘하고 또 섬세하다는 걸 몰랐던 거죠.”“그럼 언니는 어때요? 언니는 이경빈을 용서할 수 있어요?”임유진이 물었다.사실 그녀는 이곳으로 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이경빈에 관한 소식을 검색해 보았다.지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경빈은 결혼은 물론이고 그 어떤 스캔들도 없었다.아무래도 탁유미의 마음이 돌아서길 기다리는 듯해 보였다.“이경빈이 한 짓은 이미 용서했어요. 계속해서 과거의 일을 붙잡아두고 있어봤자 감정 낭비하는 건 나일 테니까요. 그런데 다시 합치는 건 불가능해요. 우리 사이는 이미 5년 전에 모든 게 다 끝이 났어요.”탁유미가 담담한 어조로 얘기했다. 마치 그로 인해 겪었던 다양한 감정들을 이미 말끔히 지운 사람처럼 말이다.임유진은 탁유미가 이런 식으로 모든 걸 내려놓은 것이 정말 잘된 일인지 몰라 생각이 복잡했다.한때는 그렇게도 사랑하던 두 사람이었는데 공수진의 개입으로 한평생 함께할 수 없는 두 사람이 되어버렸으니까.임유진은 딸을 데리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49화

    윤이는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이 여전히 임유진을 안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얼굴이 빨개진 채 서둘러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었다. 귀까지 빨개진 것이 무척이나 귀여워 임유진은 저도 모르게 소리 내 웃었다.윤이는 여전히 예전의 그 귀여운 윤이었다.강선율은 유치원에 가야 했기에 임유진은 오늘 강선현만 데리고 나왔다. 현이와 윤이는 다행히도 죽이 잘 맞는 듯했다.그런데 둘이서 잘 얘기하며 놀던 중에 현이가 윤이의 귀에 꽂혀있는 보청기를 신기한 눈으로 보더니 곧장 보청기를 빼버렸고 그 탓에 하마터면 보청기가 물컵 안에 떨어질 뻔했다.임유진을 그걸 보고는 엄한 얼굴로 그러면 안 된다고 얘기해 주었다.그러자 현이가 눈을 깜빡이며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물었다.“왜? 이거 중요한 거야?”“응, 이거 없으면 소리를 못 들어. 그래서 이걸 꼭 착용하고 있어야 해.”탁윤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신 대답해주었다.윤이는 세상 사람들이 어떠한 시각으로 장애인을 보는지 이제는 굳이 누구에게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보청기를 끼고 있는 이상 일반인과 다를 거 하나 없는데도 학교에서는 여전히 그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거나 키득키득하며 대놓고 조롱의 시선을 보내는 아이들이 존재했다.“우와! 이 보청기 대단하다. 이거 덕분에 오빠가 현이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거잖아. 정말 잘 됐다! 오빠, 현이가 나중에 오빠를 위해서 피아노 연주해줄게. 현이 피아노 엄청 잘 쳐!”현이가 눈을 반짝이며 윤이에게 말했다.만약 이곳에 피아노가 있었으면 아마 이런 말 할 겨를도 없이 바로 자기 솜씨를 뽐내러 건반을 두드렸을 것이다.탁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하는 현이를 조금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현이는 진심으로 그가 들을 수 있는 것에 기뻐하고 있었다.이제껏 다른 사람에게 청력에 관한 얘기를 했을 때 이런 대답을 들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래서일까, 윤이는 현이의 말과 미소에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래. 현이가 쳐주는 피아노 연주 꼭 들을게.”사실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