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보니 그녀를 구하기 위해 산까지 오른 게 분명했다.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그녀가 걱정돼 찾아왔을 것이다.임유진은 강지혁에게 달려가려고 몸을 움직이다가 문득 아직 강현수의 등에 업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에게 말했다.“이제 나 내려줘요.”“강지혁 옆으로 갈 거예요?”강현수의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네.”임유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임유진 씨, 내가 지금 이대로 당신을 놓아주면 앞으로 당신이 어떤 곤란한 상황이든 난 가만히 있을 겁니다. 나한테 임유진 씨는 이제부터 모르는 사람이에요. 혹시라도 ‘현수야’라는 호칭은 앞으로 절대 내 앞에서 부르지 말아요. 이건 당신이 부를 수 있는 게 아니니까.”강현수는 마치 경고인 듯 작별 인사인 듯 그녀에게 얘기했다. 그에 임유진은 코가 시큰거리고 가슴이 뭔가에 눌린 듯 답답하고 조금 서글퍼 났다.모든 걸 기억하고도 그를 속여서 이런 걸까? 아니면 한때 힘든 순간을 함께 했던 친구와 앞으로 모르는 사이가 되어버리는 거에 서운함이라도 느껴서 이런 걸까?“알겠어요.”임유진은 감정을 추스르고 담담하게 대답했다.방금 두 사람이 했던 대화는 오직 그들밖에 듣지 못했다.강현수는 천천히 몸을 숙여 그녀를 땅에 내려놨고 이 모습에 가장 크게 놀란 사람은 강지혁이 아니라 그 옆에 있는 고이준이었다.‘내가 아는 그 강현수가 여자를 등에 업었다고?!’만약 연예부 기자가 이 자리에 있었으면 분명 고이준과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기도 전에 벌써 넋이 나갔을 것이다.그러다 문득 고이준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강지혁을 힐끔 쳐다봤다. 강지혁은 꽤 평온한 모습으로 두 사람을 바라만 봤지만, 고이준은 오히려 그 모습에서 더 큰 두려움을 느꼈다.마치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기 전 바다의 고요함 같았다.한편 임유진은 천천히 강현수의 등에서 내려와 강지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강현수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았고 임유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당신이 아니라 다행이야.”그는 문득 알 수 없
그래서 아니라서 다행이야... 다행이야...다시 가슴이 아팠다. 강현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앞으로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이 여자를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지워버릴 것이다.강지혁의 앞으로 다가간 임유진은 그가 평소와 다르게 조용한 것을 느꼈다. 그의 아름다운 도화안은 마치 까맣고 깊은 바다처럼 쓸쓸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는... 화가 난 것일까? 방금 그녀가 강현수와 함께 있는 것을 본 걸까? 아니면 그녀가 산에서 너무 오래 머물러서 그를 걱정하게 만든 걸까? 하지만 여기는 사람이 많아 해명하기 어려워서 나중에 둘이서만 있을 때 제대로 설명하기로 했다. “걱정시켜서 미안해!”임유진이 말했다. “전화해서 말해주려고 했는데... 실수로 휴대폰을 떨어뜨려 고장 나서 연락할 수가 없었어.” 게다가 그녀의 휴대폰뿐만 아니라 강현수의 휴대폰도 그녀를 구하다가 화면이 깨졌기에 연락할 수 없게 되었다. 두 사람의 휴대폰이 모두 전화를 할 수 없게 되어 그때 외부와 연락할 수 없었다. “그래?” 강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손을 들어 그녀의 볼 옆에 있는 약간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시간이 늦었어, 일단 돌아가자.”그는 말하면서 임유진의 긴 검은색 원피스에 흙이 묻어서 지저분해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들고 산 아래로 걸어갔다. “혁아, 나... 나 혼자 걸을 수 있어, 안아 줄 필요 없어.”임유진이 다급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렇게 안고 내려가면 그가 아주 힘들 테니까 말이다.강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두 눈동자는 평소처럼 다정하지 않았고 어두운 기운은 마치 까마득한 밤 풍경 같았다.“그 말은 강현수는 너를 업고 갈 수 있는데 나는 너를 안고 산에서 내려가면 안 된다는 거야?”강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이런 말을 하자 임유진은 순간 말문이 막혀 어떻게 대답할지 몰랐다.강지혁은 임유진의 얼굴에서 시선을 옮기고 그녀를 안은 채 계속해서 산에서 내려갔다. 임유진을
“미안해?”강지혁은 화가 나서 비아냥거리듯 웃으며 말했다. 임유진이 미안해야 할 일은 걱정을 끼친 것뿐만이 아니다.임유진은 알기나 할까, 강현수가 그녀를 업고 나타났을 때 강지혁이 얼마나 당황했는지. 그때 강지혁은 두 발로 서 있기조차 힘든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강현수와 속삭이는 동안에 그의 기분이 어땠는지 임유진은 알까?강현수가 임유진을 내려놓고 그녀가 강현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웃었을 때, 그의 귓가에는 예전에 아버지가 그에게 한 말이 울려 퍼졌다. “혁아, 언젠가 너의 기쁨과 슬픔, 분노와 즐거움이 모두 다른 사람의 손에 달려 있게 된다면, 그런 인생은 너무 고통스러울거야... 너무 고통스러워...”고통스러운가? 아주 고통스러운 게 맞다. 강지혁은 입안 가득 쓴맛을 느끼며 그녀를 오직 자신만이 갈 수 있는 곳에 가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임유진이 어디에도 갈 수 없게 하고 자신을 제외한 누구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그녀의 미소는 오직 자신에게만 피어나기를 바랐다. 다른 남자에게 그런 미소를 보이지 않게 하고 싶었다! 질투였다! 강지혁은 강현수를 질투하고 있었다.아까 강지혁은 임유진과 강현수가 자신 앞에 그런 모습으로 나타난 것을 보며 임유진과 강현수 사이에는 마치 그들만의 시간과 공간이 있는 것처럼 느꼈다. 다른 사람은 그사이에 끼어들 수 없을 것 같았다!그리고 자신은... 다른 사람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 한편, 강현수는 산에서 내려와 아직 철수하지 않은 경찰과 도로 차단막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강지혁이 정말로 임유진을 상당히 신경 쓰는 모양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신과 강지혁은 20년을 알고 지냈는데 이 친구가 여자를 위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 진애령은 강지혁의 조그마한 다정함도 누리지 못했었다! “현수 씨!”급하게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리고 배여진이 강현수의 곁으로 달려왔다. “괜찮아요? 당신이 노씨 가문에 안 돌아가고 여기서 실종됐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왔어
“여진아.”강현수가 배여진에게 말했다. “너는 나에게 다른 여자들과 조금 달라. 너는 내 목숨을 구한 적이 있으니까.”응?!배여진은 상대방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가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네가 원하는 것들을 최대한 만족시켜 줄 수 있어. 네가 원하는 사치스러운 생활도, 다른 사람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 수 있는 자존심도, 심지어 네가 연예계에서 인기 스타가 되고 싶은 야망까지 나는 모두 이루어 줄 수 있어.”배여진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두 눈이 빛나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현수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에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실망감이 갑자기 솟구쳤다. 그가 여태껏 마음에 두고 있던 여자가 바로 이런 여자란 말인가? “현수 씨,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사람 현수 씨밖에 없을 거예요!”배여진의 얼굴은 흥분으로 인해 더 붉어졌다. 자신이 꿈꾸던 미래가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고 느끼면서 앞으로는 반드시 사람들의 위에 서 있는 존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를 경멸했던 사람들을 모두 그녀의 발아래에서 무릎을 꿇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다음에 강현수가 한 말은 배여진의 모든 상상을 깨뜨리고 그녀의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었다. 그가 한 말은 바로--“하지만 그것뿐이야. 넌 나의 생명을 구한 사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배여진은 순식간에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느껴졌다. 강현수의 말은 마치 그녀에게 헛된 꿈을 꾸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배여진은 눈앞에 있는 매혹적인 눈을 멍하니 바라보았지만, 그 눈동자 속에는 오직 평온함과 무관심만이 가득했다. 갑자기 그녀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이것이 바로 강현수, 연예계의 황태자였다! 만약 어릴 적에 그를 구해준 임유진의 신분으로 속여 말하지 않았다면 이 남자는 아마 그녀를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그녀와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만약 이전에 강지혁한테는 일종의 차가운 느낌이 가득했다면, 지금은 그의 눈과 눈썹 끝에는 화려한 분위기가 가득 차 있었다. “지금은 어때, 아직도 아파?”강지혁이 다정하게 물었다. 그의 태도는 너무나 매혹적이고 행동은 아주 부드러웠다. “아니... 별로 안 아파.”임유진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이렇게 된 분위기에 아픈 느낌을 느낄 새가 어디 있겠는가. 그녀의 모든 감각이 그에게 사로잡힌 것만 같았다! 그의 섬세한 입맞춤이 손목 위의 빨간 자국에 계속해서 이어졌다. 임유진은 수줍어하며 손을 빼려고 했다. 아무래도 차 안에는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움직이지 마!”강지혁이 말했다.“하지만...”임유진의 표정이 당황스러웠다.“움직이지 마, 절대로 움직이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나도 무슨 짓을 할지 몰라.”강지혁의 목소리는 갑자기 애원하는 것처럼 변했고 그녀의 손목을 잡은 손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임유진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강지혁이 산에서 자신을 찾은 이후부터 그는 평소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다른 사람들이 있기에 일부 말은 직접 물어볼 수 없었다. 앞 좌석에 있는 운전기사와 고이준은 강지혁이 방금 한 말을 듣고 경악했다.방금 말한 사람이... 정말 강 대표님인가? 그렇게 도도한 남자가 언제 여자에게 이런 애원하는 어조로 부탁을 한 적이 있는가? 임유진은 잠시 망설였지만, 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지혁은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그녀의 손목에 입맞춤을 계속했다. 강현수가 그녀에게 남긴 모든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낙인을 새기고 싶었다. 만약 임유진이 정말로 손을 빼냈다면, 그는 무엇을 했을까? 어쩌면... 바로 그녀의 손을 부러뜨렸을까? 왜 그녀는 오늘 강현수와 함께 있었을까? 왜 그녀는 강현수가 업도록 내버려 뒀지? 그녀의 마음속에서 강현수는 대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강지혁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질문들, 이런 조급함은 평소의 그에게서 볼 수 없었다! 임유진은 위에 있는 강지혁을 다소 놀란 눈길로 바라보았다. 마치 그동안의 침묵과 억제가 이 순간 폭발하는 것 같았다. “혁아, 먼저 손부터 놓아 줘. 다 설명해줄게.”임유진이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고 그 대신 그녀의 얼굴에 연속적으로 부드러운 입맞춤을 퍼부었다. “좋아, 설명해. 듣고 있을게.”어떻게 되었든, 그는 그녀를 놓고 싶지 않았다. 임유진은 그의 입맞춤에 생각이 흐려지는 것만 같았다. “나... 오늘 외할머니의 묘지에 제사를 지내러 갔었어. 그리고 산에서 내려오다가 샛길로 빠져서 옆 산으로 갔어. 그 산은 어릴 때 자주 놀았던 곳이라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 그러다가 우연히 강현수 씨를 만난 거야.”임유진은 계속해서 되도록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강지혁이 이 일에 대해 오해를 갖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기억을 되찾았다는 사실을 숨겼다. 그 사실을 비밀로 하려고 한 순간부터 평생 마음속에 묻어두기로 했으니까! “너의 말대로라면 네가 절벽에서 떨어졌다고?”강지혁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응, 다행히 그때... 강현수 씨가 옆에 있어서 나를 잡아줬어. 하지만 나중에 기절했고 깨어났을 때는 그가 나를 업고 산에서 내려오는 중이었어.”임유진은 계속 설명했다. “나 혼자 걸어 내려가고 싶었지만, 몸에 약간의 찰과상이 있어서 혼자 걸어서는 해가 지기 전에 산 아래에 도착하지 못할까 봐...” 그 말을 들은 강지혁은 바로 임유진의 긴 치마를 들어 올렸고 이내 그녀의 두 다리에 있는 선명한 찰과상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특히 그녀의 두 발목에는 긴 치마와 신발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붉고 부은 상처가 나 있어 눈에 띄었다.“아까는 왜 말하지 않았어?”임유진의 상처를 보며 강지혁은 가슴이 쥐어짜는 듯이 아픈 게 느껴졌다. 그의 성격대로라면 다른 사람이 자신 앞에서 피투성이가 되어도, 상처 없는
“하지만 내가 아파.”강지혁이 말했다. 임유진의 마음은 마치 순간적으로 무언가에 완전히 둘러싸인 것 같았고 코끝이 시큰한 느낌이 스며들었으며 눈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이 세상에 자신의 상처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상처를 그도 같이 느끼고 있었다. 강지혁을 사랑하는 것은 아마 임유진의 일생에 가장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강지혁은 목욕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감싸고 욕조에서 나와 그녀에게 깨끗한 홈웨어를 입혀 준 다음, 그녀를 안고 욕실에서 나와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아프면 소리 내.”강지혁이 말했다. “알겠어.”임유진이 대답했다. 강지혁이 약을 바르는 손길은 마치 가장 중요한 보물을 다루듯 매우 부드러웠는데 심지어 그 보물이 그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손목에 난 멍 자국에 약을 바른 후에도 강지혁은 손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그 멍이 든 곳을 바라보았다. “강현수가 마지막에 널 내려놓고 다시 손을 잡았을 때, 도대체 무슨 말을 했어?”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깊은 눈동자는 천천히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임유진은 그의 시선이 마치 자신을 꿰뚫는 것과 같은 기분에 온몸이 굳었다. 혁이는 이 사랑에서 항상 안정감이 부족했고 그녀가 이미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신경이 쓰이는 걸까?“강현수 씨가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했어.”임유진은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사실대로 그에게 얘기했다.“네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그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이 말의 의미를 추측하고 있었다.“왜냐하면... 강현수 씨는 예전에 내가 바로 자신이 찾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잖아. 하지만 이제 찾았대, 그 사람은... 여진 언니야. 그래서 앞으로는 더는 오해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 나는 강현수 씨가 찾던 사람이 아니니까.”임유진이 말했다. 이 말을 하면서 그녀의 심장은 이상하리만큼 강하게 뛰었다. 비록 그녀가 한 말
온종일 쌓인 피로로 임유진은 지쳐있었다. 음식을 조금 먹은 후, 그녀는 곧 깊은 잠에 빠졌다. 강지혁은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잠든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용히 누워 있었다. 마치 어디에도 가지 않을 듯했고 가서는 안 됐으며 오직 그의 시야 안에만 머물러야 할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바로 자신 앞에 있는데, 왜 자신은 그녀를 붙잡을 수 없다는 느낌을 받는 걸까?! 오늘 임유진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왜... 그는 그녀가 후회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걸까? 그녀의 말은 어딘가 진심이 아닌 것 같았다. 강현수가 그녀를 업고 있던 그 장면은 마치 영화의 역재생처럼, 그의 눈앞에서 계속 반복되었다. 강지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두려움을 느꼈다. 마치 자신이 걱정하던 모든 것이 현실이 될 것처럼 말이다! “강현수가 네 마음속에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맞는 거야?”강지혁은 낮게 중얼거리면서 손가락으로는 임유진의 닫힌 입술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하지만 잠이 든 그녀는 당연히 강지혁에게 어떤 대답도 줄 수 없었다. “혁아, 네가 앞으로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게 된다면, 아버지는 네가 너무 깊이 사랑하지 않기를 바란다. 너의 생명을 상대방 손에 맡기지는 말아.”“혁아, 겁쟁이란 무엇인지 알아? 바로 네가 누군가를 증오하면서도 결국 그 사람을 다치게 하지 못하는 거야.”“혁아, 나처럼 되지 마. 나처럼 하지 마! 너무 아프고 너무 고통스럽고 자신의 인생조차 제어할 수 없게 되니까...”아버지의 목소리가 다시 그의 귀에 울려 퍼졌다.제어... 분명히 그가 모든 것을 제어하고 있어야 하는 건데! 그는 이미 임유진을 자신의 곁에 가두었고 이미 그녀를 손아귀에 꽉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나?“유진아, 너는 나를 배신한 적 있어?”강지혁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지만, 그가 누구에게 묻는지, 자신인지 임유진인지 분명치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며, 그의 운명도 아버지와 같지 않을 것이다! 강지혁은 갑자기 일어나 옆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