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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7화

꿈속 남자아이는 이 낭떠러지에서 발을 헛디뎌 미끄러졌고 여자아이는 본능적으로 남자아이의 손을 잡은 후 그대로 같이 미끄러졌다. 그러다 끝까지 남자아이의 손을 놓지 않았던 여자아이 덕에 두 사람은 무사히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이 절벽은 성인도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가팔라 보였고 떨어지면 죽음을 둘째치고 운이 좋아도 병원 신세는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몇 초 정도 바라보다 서서히 뒷걸음질하며 물러섰다.

그때의 강현수는 사람을 착각하지 않았다. 다만 임유진이 그를 기억하지 못했던 것뿐이다.

하지만 임유진이 이제 막 그를 기억하게 된 지금, 강현수는 이미 그녀를 다른 여자로 착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 진실은 앞으로 영원히 비밀에 묻혀 그녀만 알고 있게 될 것이다.

그때, 뒤편에서 누군가가 나뭇가지를 밟은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임유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강현수가 있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그는 손에 호떡을 담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차갑기 그지없는 남자의 얼굴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마찬가지로 깜짝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여기 왜 있어요?”

이건 그녀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임유진은 강현수의 뒤를 본 후 배여진이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언니도 없이 지금 혼자서 이곳으로 온 거야?’

“왜 여기 있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강현수는 그녀와의 거리를 좁혀간 후 물었다.

“할머니 보러 왔다가 내려오는 길에 잠깐 들렀어요.”

임유진의 대답에 강현수가 다시 한번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니까 왜 ‘이곳’으로 왔냐고요!”

이곳은 강현수에게 의미가 있는 곳이라 그는 임유진이 왜 이곳에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날 병원 비상계단에서 물었을 때 그녀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모든 건 그의 착각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날 그는 모든 게 끝나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녀에 대한 미련도 이제 버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는데, 그래서 아까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무시할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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