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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하지만 강현수는 배여진을 만났음에도 이 치마와 원피스들을 그녀에게 선물하지 않았다. 그리고 은팔찌 또한 배여진에게 주지 않았다.

마치 이 모든 걸 그녀에게 주게 되면 다년간의 그리움이 이대로 끝나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체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요 며칠, 그의 머릿속을 지배한 건 전시회 당일 임유진이 두통을 호소하며 했던 말들이었다.

정말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었다고?

그녀가 세게 잡은 바람에 생겼던 손자국도 어느새 옅어갔다. 하지만 꽉 잡았던 그 감각만큼은 여전히 뼛속 깊이 새겨져 있었다.

"임유진, 대체 뭐가 진실인지 말을 해줘..."

강현수는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옷들을 와락 끌어안았다. 마치 오래 기다렸던 연인을 끌어안듯이...

...

"헉!"

임유진이 잠에서 깨보니 눈앞은 깜깜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또 그 꿈이다. 꿈속에서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를 업은 채 계속 산 아래로 내려갔고 임유진은 이제 그 소녀가 느꼈던 힘든 상황까지 그대로 느껴졌다.

아무리 힘들어도 소녀는 끝끝내 소년을 버리지 않았다.

요즘 꿈을 꾸는 빈도가 점점 더 많아졌고 꿈속 장면들은 영화를 멈추고 재생하는 것처럼 매번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정말 그녀가 잃었던 기억인 건가?

그러다 문득 임유진은 뭔가 이상한 느낌에 스탠드를 켜고 옆자리를 확인했다.

옆에 있어야 할 강지혁이 없었다!

임유진이 깜짝 놀라 시계를 보니 지금은 새벽 3시였다. 이 시간에 대체 어디를 간 걸까?

그녀는 몸을 일으켜 강지혁의 원래 침실과 서재를 돌았다. 그러다 아래층까지 내려가 봤지만, 여전히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게다가 핸드폰까지 두고 간 탓에 연락도 할 수가 없었다.

이 시간에 대체 어딜...

그러다 임유진은 문득 별채를 떠올렸다. 그날도 늦은 시간이었고... 설마 또 거기로 간 건가?

그녀가 황급히 뛰어가 보니 역시 예상대로 별채의 불은 켜져 있었다.

‘역시 여기 있었나?’

임유진은 계단을 올라 문을 열었고 그녀를 마주한 건 거실에 걸려 있는 그 흑백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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