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현장에 있던 대다수 사람들은 강지혁과 감독이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듣지 못했고 강지혁이 그들을 향해 걸어오자 추측을 하며 의논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엑스트라 중에서 여러 명의 단역들은 강지혁이 걸어오는 것을 본 후 자신도 모르게 멍해졌고 곧 기뻐하며 자신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는 미소를 지었다.특히 조가연은 당장 강지혁의 품으로 안기고 싶은 지경이다.심지어 그녀는 힘들어 쓰러진 척 연기할지 아니면 핑계를 대고 부주의로 비틀거리다가 강지혁과 부딪칠지 고민하고 있었다.그렇다, S시의 하늘이라고 불리는 강지혁이기 때문이다.많은 여자들은 강지혁의 마음에 든다면 비밀 연애를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하물며 소문에 의하면 강지혁은 평소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고 유일한 약혼녀마저 삼 년 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만약 강지혁과 엮인다면 무조건 재벌 집으로 시집갈 기회가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외모와 몸매에 자신감이 있지만 기회가 없어 선보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오디션에 참석했지만 탈락해 단역을 한 것이다.그 시각 조가연은 수만 가지 생각을 했고 강지혁이 자신과 점점 가까워지자 휘청거리며 강지혁이 자신에게 다가올 때 그의 품에 쓰러지려고 계획했다.드라마의 장면과 아주 흡사하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이렇게 하면서 남주인공과 엮이지 않았는가?그때 강지혁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그녀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임유진에게 싱긋 웃으며 말했다.“오늘 마침 시간이 비는데 보러 왔어. 이따가 촬영이 끝나면 같이 갈까?”조가연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임유진의 주위에 서 있던 단역들도 눈을 휘둥그레 떴다.일부 단역은 아직 강지혁이 누군지 모르지만 분위기와 옷차림을 보면 아마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생각했다.임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는 지금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어 아주 불편하고 구경거리가 된 느낌이었다.“내가 여기 온 게 싫어?”강지혁이 물었다.“너무 주목을 끌었어.”그녀가 낮은 소리로 말
조가연은 자신이 임유진을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그때 강지혁은 갑자기 허리를 숙이더니 임유진의 귓가에 나긋나긋하게 말했다.“누나 지난번 촬영 때 괴롭힘을 당했지? 내가 오늘 복수해 줄까?”임유진은 흠칫 놀라더니 기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한편 임유진의 옆에 있던 단역들은 그 장면을 보더니 충격을 받았다. 바보도 임유진과 강지혁의 깊은 관계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임유진의 배경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다.‘설마 어느 부잣집 따님일까? 심심해서 시간을 보내려고 단역 출연을 하는 걸까?’그리고 강지혁의 신분을 아는 사람들은 너무 의아했다. 오늘 이 일이 S시에 소문나면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다.[S시의 대 BOSS가 작은 단역배우와 친밀한 사이이다, 아무리 봐도 보통 사이가 아니다.]그 장면을 본 진세령은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며 당황한 눈빛을 하였다.그리고 임유라는 이를 갈며 자신의 계획이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강지혁과 임유진이 무조건 그런 사이일 거야.’그녀는 갑자기 강현수가 자신을 강지혁에게 소개해 줬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 강지혁이 그녀를 아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하여 임유라는 자기도 모르게 몸이 떨렸고 강지혁만 떠올리면 이상하게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한편 감독은 난감한 표정으로 조감독에게 물었다.“강 대표님의 친구가 저 단역이야?”“그런 거 같아요.”조감독도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며 대답했다.“저 단역은 어디에서 찾은 거야? 어떻게 강 대표님의 친구일 수가 있지?”감독이 또 물었다.조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어떻게 알겠는가!“제가 조사해 볼까요?”바로 이때 강지혁이 몸을 돌려 감독에게 다가가더니 말했다.“됐어요, 이제 촬영을 시작해요. 저는 옆에서 구경할게요.”“네, 네.”감독은 조심스러운 말투로 얼른 대답했다.지난번 강 대표님의 친구가 머리를 박고 무릎을 꿇는 시범을 여러 번 한 생각을 하니 감독은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이 났다.
감독은 순간 벙어리가 된 듯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강지혁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하지 않았기에 적지 않은 사람이 들을 수 있었고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임유라에게 향했다.임유라는 깜짝 놀라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그때 강지혁이 말문을 열었다.“그 사람이 동작이 잘못 됐다고 했으니 그 사람에게 시범을 요청하는 게 어때요?”그는 마치 이 일이 이렇게 결론이 난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임유라를 보았다.임유라는 비명을 지를 지경이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자신이 머리를 박고 무릎을 꿇는 동작을 해야 하는 걸까? 그녀는 조연배우인데 말이다! 게다가 강현수의 여자친구가 어떻게 사람들의 앞에서 무릎을 꿇는 동작을 시범해 보인단 말인가?그리고 강지혁은 분명 임유진을 위해 자신에게 트집을 잡으며 복수하려는 심산이다.임유라의 낯빛이 순간 굳어졌다. 한편 감독은 임유라와 강지혁을 번갈아 보더니 재빨리 임유라에게 다가가 억지웃음을 지었다.“유라 씨, 지난번 단역들의 동작이 표준적이지 않다고 했으니 유라 씨가 시범을 보이는 게 어때요? 단역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임유라는 화를 참으며 대답했다.“제가 연기할 내용도 아닌데 제가 왜 시범을 보여야 해요?”감독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유라 씨, 이건 내가 유라 씨를 난처하게 만드는 게 아니에요. 강 대표님이 유라 씨에게 시범을 보여주라는 거잖아요. 아니면 직접 강 대표님에게 얘기하는 게 어때요?”감독이 이렇게 말하자 임유라의 낯빛이 변했다. 그가 강지혁에게 말할 용기가 어디 있는가! 강지혁이 그녀를 볼 때마다 그녀는 설명하기 힘든 공포감이 든다.결국 임유라는 이를 악물더니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그래요, 내가 시범 보일게요.”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감독은 설명하더니 임유라에게 그 동작을 시연하게 했다.임유라는 아주 굴욕적이었다. 그녀는 지금 제작진과 배우들의 동정하는 시선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으며 모두들 마음속으로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며 비웃을 것이다.그녀처럼 단역 출신 배우가 현
“뭐라고요?”임유라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강지혁은…….“임유진에게 무릎 꿇으라고요?”“안 될 게 있나요?”강지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되물었다.임유라는 너무 화가 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한편 임유진은 임유라의 억울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강지혁은 자신의 화풀이를 해주는 걸까?아니면 그녀에게 임유라처럼 강현수라는 의지할 곳이 있는 사람도 자신이 아무렇지 않게 무릎 꿇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일까?바로 이때 촬영장 입구에서 또 한바탕의 소란이 벌어졌다.감독이 고개를 돌려보자 긴장해야 할지, 아니면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이 좋을지 몰랐다.오늘 뜻밖에도 두 도련님이 모두 촬영팀에 왔다. 오늘은 도대체 무슨 날인 걸까!그 순간 훨칠한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다. 짙은 회색 코트를 입고 있으며 준수하고 덤덤한 얼굴이 강현수가 아니면 누구일까.임유진은 강현수가 올 줄은 생각지도 못해 멍때렸다.강지혁은 강현수가 나타나자 의아한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하지만 강현수는 강지혁과 임유진을 보고도 오히려 평온한 표정을 지었고 마치 그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그 시각 임유라는 강현수를 보자마자 의지할 곳을 찾은 것처럼 얼른 강현수에게 달려가 그의 팔을 잡고 불쌍하게 말했다.“현수 씨, 강 대표님에게 얘기 좀 해줘요. 자꾸 저한테 단역들의 무릎을 꿇는 동작을 재연하래요. 제가 그의 뜻을 따라 한번 시범 보였는데 그래도 만족하지 않아요. 제가 단역도 아닌데 자꾸 그런 시범을 보이면 그렇잖아요.”임유라는 억울한 척하며 일러 바쳤다.한편 강현수는 임유라에게 대꾸도 하지 않고 천천히 강지혁에게 다가가 짙은 눈동자로 상대를 훑어보았다.“넌 왜 온 거야?”“친구 만나러 왔어. 마침 유진이가 오늘 여기에서 단역배우를 한다고 하길래. 그리고 네 여자친구가 유진이의 동작이 표준적이지 않다고 여러 번 무릎 꿇게 했다고 해서 네 여자친구에게 도대체 표준적인 동작이 어떤지 시범
만약 정말 물러난다면, 전에 들인 공든 탑이 다 헛수고가 아니겠는가?그녀는 단역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 그녀는 빨리 흥행하여 톱스타가 될 것이며 심지어 칸 영화제에 참석할 생각까지 한다.강현수는 임유라를 힐끗 보더니 다시 강지혁에게 물었다.“유라가 눈에 거슬려?”“맞아.”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무심코 말했다. 하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었다.순식간에 평소 임유라를 거슬려 하던 사람들은 비웃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S시의 대 BOSS가 눈에 거슬리다고 말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그럼 그냥 이 작품에서 나가.”강현수는 아주 평범한 일이라 상관없는 것처럼 말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임유라는 마치 벼락에 맞은 것 같았다.‘나가? 진짜 이 작품에서 나가야 하는 걸까? 단지 그 말 몇 마디에 나가야 하는 걸까? 그게 말이 돼?’임유라는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현수 씨, 정말 나더러 이 작품에서 물러나라는 거예요?”“네가 한 말이잖아. 지혁이 널 거슬려한다면 나가겠다며. 지혁이가 네가 거슬린다잖아. 그럼 나가는 게 잘못된 거야?”임유라는 정말 스스로 뺨을 때리고 싶은 지경이다. 진작 이럴 줄 알았다면 그런 말장난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결국 이렇게 됐다, 이제는 더 물러설 공간도 없어졌다.임유라는 순간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으며 주위의 그 눈빛이 그녀를 더욱 난처하게 했다.그녀는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그럼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저는 먼저 갈게요. 강 대표님의 눈에 더 거슬리면 안 되니까.”지금 그녀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냉정하게 다음 대책을 잘 생각하고 싶을 뿐이다.그러나 그녀가 몸을 돌리려던 순간 강지혁이 다시 말했다.“아직 무릎도 꿇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급하게 가요?”임유라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뭐라고요?”“지난번에 몇 번 무릎을 꿇게 했으면 이번에 당신도 똑같이 무릎을 꿇어요. 그쪽은 얼마나 표준적인 동작으로 무릎을 꿇는지 보고
지금, 이 순간 임유라는 모든 원한을 임유진에게 둘 수밖에 없었다. 임유진이 아니었다면, 그녀가 오늘 이런 굴욕을 당했을까!모든 것이 임유진의 잘못이다! 조만간 그녀는 임유진에게 받은 모든 걸 두 배로 돌려줄 것이다.임유라는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원망하며 말했지만, 현실에서는 억울하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그녀는 강지혁의 미움을 살 수 없었고, 강현수는 그녀의 스폰서이니, 강현수와 사이가 틀어질 수도 없었다.그녀는 심지어 강현수의 마지막 여자친구가 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그녀가 임유진에게 무릎을 꿇는 순간, 임유진은 눈살을 찌푸리고 두 걸음 뒷걸음질 치더니 불안한 모습으로 감독에게 말했다.“감독님, 죄송합니다, 오늘 연극은 못 할 것 같아요. 월급도 안 줘도 돼요. 먼저 갈게요.”“네…….”감독님이 부들부들 떨며 대꾸했다.임유진은 탈의실 쪽으로 걸어가 의상을 갈아입으려 했고, 강지혁은 그녀를 따라갔다.강지혁과 임유진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강현수의 두 눈에 한 줄기 빛이 스쳤다.임유라는 두 사람이 떠나자 얼른 일어나 무릎을 꿇고 절하는 동작을 끝내려 했다.그러자 강현수가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계속 연기해, 끝내라고 안 했는데 뭐가 그리 급해.”임유라는 멍하니 강현수를 보았지만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는 정말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채, 지난번 임유진이 연기한 그 숫자만큼 연기하라는 것이었다.강지혁이 임유진의 화풀이를 위해 그런 거라면 현수 씨는 왜? 그도 임유진의 화풀이를 해주려는 건가?그런 가능성을 생각하면 임유라의 가슴에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강지혁을 마주했던 그 두려움보다 더 큰 공포였다.주위의 수많은 눈이 그녀를 다시 쳐다보았고, 임유라는 강현수가 마음을 바꾸려는 기색도 없자 다시 무릎을 꿇었다.그녀가 그나마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적어도 임유진에게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그러나 강현수는 팔찌를 꺼내더니 고개를 숙이고 만지작거렸다. 마치 지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임유라가 공기인
예전에 그녀가 소민준과 함께 있을 때 무슨 문제가 생기면 소민준이 항상 그녀를 도와줬다.결국, 그녀는 그 남자에게 평생 의지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정말 나서야 할 일이 생겼을 때야, 감정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회수될 수 있는 물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모든 것이 이미 습관이 되었을 때, 갑자기 아무도 그녀를 위해 나서지 않았다. 그때 느꼈던 절망은 목숨을 앗아갈 만큼 힘들었다.그녀는 감옥에서 괴롭힘을 당했을 때 몇 번이고 자살하고 싶을 정도로 절망했다.만약…… 그때 지영이가 자주 찾아와서 위로를 해주지 않았다면 아마도……그녀는 정말 죽었을 것이다.친구를 생각하면 그녀의 마음속은 많은 고마움으로 가득 차 있다.임유진이 한숨을 내쉬며 단추를 풀고 촬영 의상을 벗으려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깜짝 놀라 갑자기 돌아보니, 강지혁이 탈의실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지금 앞에서 촬영 중이라 탈의실에는 아무도 없었다.“여긴 여자 탈의실이야, 너…… 나가.”그녀는 얼굴이 살짝 상기된 채 말했다.그러나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며 물었다.“뭘 두려워하는 거야?”‘두렵다고?’그녀는 멍해져서 뒤로 한 걸음, 두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그녀가 물러설수록, 그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고, 그녀는 등이 탈의실 옷장에 닿을 때까지 물러서서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그는 두 손을 캐비닛 문에 대고 그녀를 그와 캐비닛 문 사이에 가두었다.“왜, 내가 누나를 대신해 화풀이하는 게 두려운 거야?”이 점에 대해 그는 약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다른 여자였다면, 그가 대신 화풀이해주는 거에 대해 기뻐 죽을 것인데 그녀는 오히려 반대인 것 같았다.임유진은 두 손을 무의식적으로 강지혁의 가슴에 대었다.“너 먼저 나가 있어, 곧 사람이 들어올 거야.”“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거야.”그는 더 없이 확고하게 말했다.“무슨 근거로 아무도 안 들어온다고 그래?”그녀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도 못 들어오니까.”그가 대답했다.“이
“습관이 될까 봐.”임유진은 좀 난감하게 말했다.“횟수가 많아지면 습관이 될 거야. 그러나 습관이 되고 나서 언젠가 그렇지 않으면 또 절망하게 될 거야.”“왜, 절망했던 적이 있어?”그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그녀는 심호흡하고 그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녀는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그래, 절망했었어.”그의 눈빛이 살짝 굳어지더니 얼굴에 있던 옅은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졌다.“그만 나가 줄래? 옷을 갈아입어야 해서.”임유진이 말했다.하지만 강지혁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했다.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뺨을 살짝 어루만지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잠시 후, 강지혁이 중얼거렸다.“만약 습관이 된 후에도, 영원히 그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 누나 그래도 두려워?”임유진은 가까이에 있는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지금, 이 순간 매우 심하게 뛰는 것 같았다.————라커룸에서 임유진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강지혁이 밖으로 나갔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도 그의 손가락이 닿는 듯한 촉감이 느껴졌다.그가 묻는 그 말에 그녀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습관이 되어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면……. 그의 이 말의 뜻은 그가 평생 그녀를 위해 나서 준다는 것인가?강지혁 같은 사람은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그가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다는 것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하지만 앞으로는? 앞으로의 일을 누가 알겠는가. 그는 지금까지 그녀가 추측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습관은…… 없는 게 낫겠다고, 임유진은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말했다.탈의실 입구에서 강지혁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경호원은 강지혁의 뒤에 서 있었다.갑자기 경호원이 흠칫하더니 시선을 왼쪽으로 돌렸다. 그림자 하나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경호원도 당연히 그 사람을 알아보았다. 그는 연예계 태자 강현수였다. 강 대표님의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