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6화 방현수

작가: 라오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6-24 19:00:00
주현아의 메시지를 본 방현수의 첫 반응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번 송재이와 함께 춤을 추던 광경을 자세히 떠올렸다. 당시 송재이는 그를 앞에 두고 부끄러워하거나 설레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다.

오히려 관심이 있었던 것은 방현수 쪽이었다.

방현수는 주현아의 메시지를 몇 번이나 확인하면서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

오늘 하루 방현수는 줄곧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송재이에게 관심이 있는 건 맞지만 그로 인해 괜한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지도 않았다.

제일 밑층부터 한 걸음 한 걸음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절대 쉽지 않았다. 그러니 작은 실수로 미래를 망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신중했고 절대 충동적인 법이 없다.

방현수는 송재이와 춤을 추고 있을 당시 설영준이 나타났던 장면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때 설영준의 시선은 오로지 송재이에게만 머물러 있었고 그 눈빛은 분명히 남자가 여자를 보는 눈빛이었다.

설영준과 송재이가 어떤 관계로 엮여 있는 것까지는 모르지만 절대 단순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들 사이에는 미묘하고 또 뭔가 끓어오를 것 같은 그런 기류가 흘렀으니까.

방현수는 브라운 호텔 프런트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 호텔 방을 잡은 고객의 이름을 물었다.

그러자 데스크 직원은 친절한 안내와 함께 주현아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주현아는 제 이름으로 방을 잡고 송재이를 미끼로 방현수를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순간 방현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주현아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 미끼를 덥석 무는 순간 그는 더 이상 물속으로는 도망치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대로 호텔에 가면 분명 설영준에게 찍히게 될 것이다.

방현수는 주현아라는 여자의 행동에 치를 떨면서 동시에 경멸했다.

‘나를 가지고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그렇게는 안 되지.’

만약 그가 조금만 더 충동적인 사람이었다면 아마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방현수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117화 기대했던 얼굴이 아니야?

    설영준은 오늘 저녁 있을 식사 약속을 여진에게 맡기고 자신은 브라운 호텔로 향했다.홀로 차를 몰고 호텔로 가는 길, 그는 송재이가 보낸 카톡을 보았다.송재이는 주현아가 브라운 호텔로 자신을 불러냈다며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이대로 그녀의 초대에 응하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으니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 위험할 수 있으니 그에게 미리 연락해주는 것이라고 했다.송재가 설영준에게 도움을 구한 건 아주 본능적인 행동이었다.몸이 가까워지니 마음도 덩달아 가까워진 듯싶다.송재이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지금 그녀는 그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위험을 느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인물이 설영준이라는 것은 그 방증일 테니까.설영준의 보호 아래라면 그녀는 안심이 되었다.설영준은 메시지를 받고 빨간불일 때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내가 널 지켜줄 거라고 확신하나 봐?]직접 얼굴을 마주 본 게 아닌데도 송재이는 지금 설영준이 얼마나 약이 오르는 얼굴을 하고 있는지 상상이 됐다.그녀는 휴대폰을 집어넣고 아무런 말도 보내지 않았다. 그가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브라운 호텔 1705호.송재이는 차가 막히는 바람에 10분 정도 지각하고 말았다.약속 시간 1분 전, 그녀는 중요한 물건이니 늦으면 안 된다는 주현아의 신신당부 문자를 받았다.그럴싸한 핑계에 송재이는 코웃음을 쳤다.주현아가 어떤 함정을 파놓은 것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설영준이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니 더 이상 겁이 나지 않았다.송재이는 방문 앞에 서서 깊게 한숨을 들이켜고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그때 노크도 하지 않았는데 문이 갑자기 열려버렸다.그녀는 젖은 머리를 한 채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며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너...!”“왜, 기대했던 얼굴이 아니야?”설영준은 가운을 입고 있었고 이제 막 샤워를 마친 건지 은은한 바디워시 향기와 열기가 몸을 감싸고 있었다.그는 송재이의 허리를 감싸 방 안으로 들인 다음 곧바로 문을 닫

    최신 업데이트 : 2024-06-25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118화 내가 네 남자친구가 되면 관여할 수 있는 거야?

    송재이의 표정은 정말 방현수를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가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그녀이긴 하지만 지금은 거짓말이 아니라고 설영준은 확신했다.그녀는 정말 방현수를 모르고 있다. 그저 방현수의 일방적인 감정일 뿐이다.예쁘고 청순한 여자를 싫어할 남자는 없으니까.설영준은 그녀의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을 꽉 주며 말했다.“기억 안 나면 됐어.”이쯤 되니 송재이도 오늘 밤 주인공이 자신과 아까 설영준이 말한 방현수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그 남자가 주현아와 한패였던 것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곳으로 오기 전 갑자기 생각을 바꿔 설영준에게 알린 덕에 주현아의 속셈에 놀아나지 않을 수 있었다.그리고 그 말은 도움 메시지를 보냈을 때 설영준은 이미 오늘 밤 아무런 위험도 없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그는 다 알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녀가 방문 앞에 서기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너는 주현아가 어떤 속셈인지 다 알고 있었지? 대체 그 여자는 목적이 뭐야? 이런 짓을 해서 얻는 게 뭐냐고.”송재이는 눈살을 찌푸리고 화를 냈다.“방현수와 너를 한방에 넣어 너와 나 사이를 훼방 놓으려는 거겠지.”“하! 혼자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잘도 했네.”“너랑 방현수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야 아니면 우리 사이가 안 좋아질 거라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야?”“...둘 다.”송재이는 그의 눈을 피해 대답했다.설영준은 입꼬리를 씩 올려 웃더니 그녀의 턱을 잡아 다시 한번 눈을 마주치게 했다.“내가 아닌 다른 남자와는 자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돼?”송재이는 여유로워 보이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려버렸다.“그러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그럴 기회가 없었을 뿐이야. 방현수라는 사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알아? 마침 내가 좋아하는 얼굴일 수도 있잖아. 만약 네가 여기 오지 않았으면 나는 이번 기회에 그 방현수 씨랑 즐겁게 대화나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어차피 나는 지금 미혼...”말

    최신 업데이트 : 2024-06-25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119화 순간적인 감정에 취해 뱉은 말

    송재이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꿈을 꾼 것일까?어쩌면 그저 환청일 수도 있다.다음 날 아침, 눈을 뜨고 옆을 보니 설영준은 아직 자고 있었다.언제나 빨리 기상하던 그가 늦잠을 자는 건 꽤 의외인 일이었다.송재이는 씻고 나온 다음 의자에 앉아 화장하기 시작했다. 립스틱 바르기에 열중한 탓에 그녀는 설영준이 언제 일어나 언제 바로 뒤까지 다가왔는지 몰랐다.송재이가 거울로 그의 모습을 확인했을 때 그는 손에 담배를 쥐고 있었다.연기를 한 모금 내뱉자 방 안에는 연기가 자욱이 깔렸다.두 사람은 거울로 서로의 두 눈을 쳐다보았다.금방이라도 타오를 것 같은 그의 눈동자에 송재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얼굴은 어느새 핑크빛으로 물들었다.그녀는 여전히 설영준을 좋아하고 있고 그에게 잔뜩 매료된 상태이다.다만 어제 그녀가 했던 말대로 남자를 많이 만나보지 않아서, 지금까지 잠자리를 함께 한 사람이 설영준이라는 남자 하나뿐이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송재이는 함께 잠자리한 남자의 일에는 한없이 물러진다. 아무리 화가 나는 짓을 해도 어쩔 수 없이 봐주게 된다.립스틱을 바르는 도중 그녀는 다른 생각에 정신이 팔려 손이 멈췄다.설영준은 그 모습을 보더니 손에 든 담배를 끄고 말했다.“도와줄게.”그러고는 그녀의 손에 든 립스틱을 집어 들고 그녀의 몸을 옆으로 돌렸다.그는 허리를 숙인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송재이의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주었다.설영준의 시선은 도톰한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애초에 립스틱을 발라주겠다고 한 것도 사심이 가득 담긴 말이었다.립스틱이 다 발려지고 난 뒤 그 사심은 곧바로 드러나고야 말았다.그는 그녀의 입술에 거칠게 입을 부딪쳐왔다.“읍...”방금 다 바른 립스틱이 금세 그의 입속으로 들어갔다.설영준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쳐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송재는 그저 고개를 든 채 그가 하는 대로 끌려가는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떨어질 것 같지 않았던 입술이

    최신 업데이트 : 2024-06-25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120화 속도 없는 여자

    송재이는 자신과 설영준의 사이가 점점 더 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깔끔하게 그를 포기하고 내려놓으라고 매번 세뇌하듯 되뇌어 보지만 그와 잠자리를 함께 하고 나면 또다시 그가 주는 달콤함에 젖어 되도 않는 행복 회로를 돌리곤 했다.그녀는 남녀 사이 관계에 있어 아직 설영준처럼 어른스럽고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상대방은 고작 하룻밤을 원하는 것뿐인데 그녀는 언제나 ‘혹시’라는 기대를 품고야 말고 잠자리가 끝난 다음에는 항상 그렇듯 홀로 마음의 상처를 받곤 한다....저녁.송재이는 수업을 위해 민효연의 별장으로 향했다.집으로 들어가 보니 민효연은 일 때문에 자리를 비웠고 거실에는 막 출장을 다녀온 도정원이 연우와 놀아주고 있었다.수업 중, 송재이는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고 넋 놓기 일쑤였다.그 모습을 전부 다 지켜본 도정원은 수업이 끝난 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물었다.이에 송재이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일도 없다고 대답했다.하지만 도정원은 대충 짐작이 갔다. 그녀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건 언제나 그 남자뿐이었으니까.도정원은 처음부터 설영준과 송재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설영준이라는 남자는 여자들이 환장할 외모를 가지고 있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역시 여자 문제가 끊이지 않을 남자다.남자는 남자가 봐야 정확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다.설영준은 연애하면 좋은 남자일지는 몰라도 결혼한 뒤 좋은 남편이 될 사람은 아니다.만약 송재이가 이제 막 20살이 된 여자고 남녀 사이의 감정을 가볍게 여기는 타입이라면 도정원도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송재이는 그런 여자가 아니고 그렇기에 설영준이라는 남자를 감당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도정원은 어렵게 찾은 동생이니만큼 그녀에게 더욱더 신경을 써주고 싶었다.“연우랑 같이 식사하러 가요, 우리.”도정원은 소파 위에 놓인 겉옷을 걸치며 자연스럽게 말했다.송재이는 지난번 설영준이 화를 냈던 것을 떠올리고 처음에

    최신 업데이트 : 2024-06-25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121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그때 송재이의 뒤를 본 박윤찬이 말을 덧붙였다.“도정원 씨?”설영준은 시선을 옆으로 돌려 그제야 사람들 틈에 있는 세 사람을 발견했다. 그는 확인만 하고 금세 고개를 다시 돌려버렸다.박윤찬은 뒤에서 아무런 반응도 들려오지 않자 룸미러로 뒷좌석을 바라보았다. 설영준은 눈을 감은 채 계속 잠을 자려는 듯 보였다. 마치 송재이가 누구와 함께 있든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파란불이 되고 박윤찬은 서서히 시동을 걸었다.차량이 나아가는 순간 뒤에서 설영준의 말이 들려왔다.“서운 아프트로 갑시다.”서운 아파트는 송재이가 살고 있는 집 이름이었다.설영준의 머릿속에는 온통 도정원과 그의 아이와 함께 거리를 거닐고 있는 송재이의 모습만 떠올랐다. 저녁 바람을 맞으며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예쁘게 웃고 있는 그 얼굴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서운 아파트로 향하는 도중 설영준은 갑자기 생각을 바꿔 무언가를 꾹 억누른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시 차를 돌려 집으로 갑시다.”고작 몇 분 사이에 말을 바꾸는 그를 보며 박윤찬은 잠깐 어리둥절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대표님답지 않은 말이네요.”“무슨 뜻입니까?”설영준은 궁금하다는 얼굴로 물었다.“대표님은 매사 결단력 있고 신속 정확하게 판단을 내리죠. 한번 입에 뱉은 말은 번복하지 않고요.”박윤찬은 핸들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일할 때의 모습이겠지만요. 사적으로 어떤지는... 대표님과 사적으로 엮인 분께 여쭤봐야겠죠?”박윤찬은 송재이라는 이름을 언급하는 게 조심스러워 굳이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설영준은 콧방귀를 뀌더니 옆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주정명 보낼 증거는 다 준비됐습니까?”“지금은 조금 이르지 않을까요?”박윤찬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설영준은 다시 눈을 지그시 감았다.그 역시 얼마 전까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주현아가 계속 일을 벌이는 바람에 인내심의 한계가 다다랐다.그녀는 송재이의 아이를 유산시킨 것도 모자라 다른

    최신 업데이트 : 2024-06-26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122화 작정하고 일을 터트리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나온 설영준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도정원이 평범한 일상 사진을 올린 것을 발견했다.그는 항상 회사 홍보와 관련된 비즈니스적인 사진들만 올렸고 일상 공유 사진은 단 한 번도 올린 적이 없다.그러니 이건 꽤 이례적인 일이었다.그가 올린 사진에는 송재이와 연우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있었다. 화면 너머로도 그 상황이 얼마나 즐겁고 따뜻했는지 충분히 느껴졌다.다만 이상했던 건 그 사진에 좋아요와 댓글은 하나도 없었다.설영준은 잠깐 고민하다 이내 도정원이 특정인 공개로 게시물을 올린 것을 눈치챘다.도정원은 특정인 설정을 설영준에게 들키더라도 그다지 큰 상관이 없었다.설영준은 지금 도발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 아침 송재이에게는 아무런 명분도 주지 않았으면서 말이다....3일 뒤, 송재이는 뉴스로 주정명이 경찰서에 잡혀가 조사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녀는 어릴 때 해당 사건을 들어본 적이 있다. 다만 그 사건이 주정명과 관련된 일이라는 것은 몰랐다.어느덧 저녁이 되고 그녀는 수업 때문에 민효연의 별장으로 왔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주현아가 민효연의 손을 잡은 채 울며불며 비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민효연은 그녀의 눈물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고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주현아는 현관에서 들어오는 송재이를 보더니 눈물을 닦고 힘껏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소파에서 일어나 자리를 벗어날 때는 일부러 그녀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송재이는 그녀의 힘에 뒷걸음질까지 치게 됐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안녕하세요.”그녀는 민효연 쪽으로 고개를 돌려 인사했다.민효연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더니 휴대폰을 꺼내 들고 송재이 앞으로 천천히 걸어와 말했다.“송 선생님, 나 대신 설 대표한테 전화 좀 걸어 줄래요? 내가 만나고 싶어 한다고 말이에요.”“왜 제가...”송재이는 이상한 부탁에 고개를 갸웃했다.그러자 민효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송 선생님이 걸어 주세요.”평소 영준이라 부르던

    최신 업데이트 : 2024-06-26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123화 주현아를 멀리 보내세요

    민효연은 평소와 달리 조금 초췌해 보였다. 설영준은 주승아가 사망했을 당시 지금과 똑같은 얼굴을 한 민효연을 본 적이 있다.‘지금 또 이런 모습인 건 전남편 때문이 아니라 주현아 때문이겠지.’“약속대로 따님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한 약속에 주정명 씨는 없었던 거로 기억하는데요?”설영준의 말에 민효연은 피식 웃었다.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그의 심기를 건드려서 살아남은 인간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하지만 이번 일은 그 파장이 지나치게 컸다.“설 대표가 한 짓이 맞다고 인정한다는 소리군.”“이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으니 쌓은 업보를 스스로 돌려받은 거라고 해두죠.”“현아가 송 선생한테 한 일 때문에 주씨 일가를 몰락시키려는 건가? 만약 주정명이 이 사건 때문에 감옥에 들어가면 앞으로 현아는 경주에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겠지. 설 대표는 그걸 노리고 한 거 아닌가?”민효연은 이미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그저 설영준이 정말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을 믿지 않으려 했을 뿐.그도 그럴 것이 이런 짓을 한 이유가 고작...민효연은 주정명이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딸인 주현아뿐이다.살가운 모녀 사이는 아니라고는 하나 그럼에도 딸이기에 걱정할 수밖에 없다.주승아와 설영준이 양가 어른들의 뜻으로 약혼했을 당시 주현아는 절식하는 것으로 반대의 뜻을 비쳤다.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민효연에게 의지하고 있었고 자신을 사랑하는 엄마라면 설영준의 아내로 언니가 아닌 자신을 보낼 것이라고 확신했다.하지만 아무리 울고 아무리 빌어봐도 민효연은 끝까지 허락하지 않았다.심지어 약혼 축하의 이미로 보란 듯이 주승아에게 값비싼 진주 팔찌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팔찌를 끼워주는 장면을 주현아는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그 순간 그녀는 엄마와 언니에게 극도의 배신감을 느꼈다. 곁을 지켜주었던 주정명이 있었음에도 그녀는 이 집안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러다 얼

    최신 업데이트 : 2024-06-26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124화 감정에 멋대로 휘둘리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 질문은 방식만 달랐을 뿐 송재이도 여러 번 그에게 물었었다.얼마 전 그날 밤, 설영준은 홧김에 침대 위에 누워있던 그녀에게 그 답을 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 그는 곧바로 다시 없던 일로 했다.그의 한마디에 그녀가 얼마나 행복해할지 뻔히 알면서도 그는 습관적으로 입을 닫고 진심을 숨겼다.설영준은 이제껏 무언가에 얽매이는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송재이와 함께 할 때는 오로지 그녀의 몸만 탐했으며 주현아와 약혼한 것도 비슷한 조건의 아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그에게 있어 여자는 필요로 인한 것이거나 자신을 밝혀줄 액세서리에 지나치지 않았다.설영준은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사랑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가끔 마음이 동한다 해도 곧바로 그 마음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린다.누군가에게 얽매이는 것을, 좋아하는 감정 따위에 멋대로 휘둘리게 되는 것을 그는 원하지 않는다.누군가에게 진심이 되면 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정들이 머리를 지배할 테고 그렇게 되면 그는 지금과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릴 테니까.설영준은 그런 감정에 자신을 맡기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되도록 용납할 생각도 없다.민효연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의 답을 기다렸다.설영준은 담담하게 웃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제 여자예요.”이 대답은 모든 걸 설명하는 것 같으면서도 또 애매한 그런 답변이었다.민효연이 그걸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그녀는 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설영준이 남녀 사이에서 이토록 자신감 없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다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그녀와 설영준의 대화는 언제나 이렇게 꼭 맛만 보다 끝나는 경우가 많다. 모두 똑똑한 사람들이라 구태여 깊게 들어가지는 않는다.민효연은 시선을 내리며 짧게 웃었다.평소의 그녀였더라면 이쯤하고 이야기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겠지만 주씨 가문을 절벽 바로 앞까지 밀어 넣고 그 때문에 주현아가 어쩔 수 없이 해외로 가게 만든 설영준이 오늘따라 괘씸해 보여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결국 한 번 더 입을 열고야 말았다.“설 대표가

    최신 업데이트 : 2024-06-26

최신 챕터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60화 포기하면 안 돼

    통화가 종료된 후 설영준은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는 다시 한번 송재이 병실로 가 침대 끝에 앉았다. 그리곤 창백한 얼굴로 고요히 잠든 송재이의 얼굴을 보았다.설영준은 마치 송재이에게 자신이 한 말이 들리는 것처럼 나직하게 말했다.“재이야, 내 말 들려? 나 여기 있어. 네 옆에 있어.”그는 조심스럽게 송재이의 손을 잡으며 미약해진 체온을 느꼈다.“어쩌면 지금 내 말이 안 들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이야.”설영준은 이내 심호흡을 하면서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애를 썼다.“우리 아직 함께 해보진 못한 일들이 많아. 혹시 기억해? 우리 그때 그랬었잖아. 함께 세계 곳곳에 있는 나라로 여행 가서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문화를 체험해 보고 그곳의 음식을 먹어보자고. 네가 지금 눈만 떠준다면 난 지금 당장 너랑 함께 그 떠날 거야.”이때 누군가 노크하더니 도정원이 들어왔다. 그는 아주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영준 씨, 경찰들이 지금 출동했다고 하네요. 곧 도진욱의 거처로 들이닥칠 거예요.”설영준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한 눈길로 송재이를 보았다.“정원 씨,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말씀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거면 도와드릴게요.”“저 대신 재이 좀 잘 챙겨주세요. 전 누구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아서 그래요. 그 사람이 아마 이 사건에 아주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걱정하지 말고 가봐요. 여긴 제가 꼭 붙어 있을 테니까 아무도 재이를 건들지 못할 거예요.”설영준은 고마운 눈빛으로 도정원을 힐끗 보곤 몸을 돌려 병실을 나섰다.떠나기 전 설영준은 나직하게 송재이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재이야, 나 얼른 돌아올게. 그러니까 나 꼭 기다려줘야 해.”송재이의 병실에선 도정원만이 묵묵히 곁을 지키며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설영준은 이미 진상을 찾으러 떠났다.그는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갈 생각이다. 그 친구는 의학 부문에서 아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9화 새로운 증거

    그러자 보안 요원이 말했다.“여긴 병원 CCTV를 관리하는 곳입니다. 외부인에게 함부로 영상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설영준은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전 송재이 씨 약혼자입니다. 전 반드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겠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보안 요원은 다소 망설이더니 결국 그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다.영상 속에서 설영준은 세세한 부분까지 발견했다. 송재이가 쓰러지기 전 도진욱은 물잔을 송재이에게 건넸다. 그 순간 설영준은 의심을 하게 되었다.같은 시각 도정원은 병실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 쪽지엔 갈겨 쓴 글씨가 있었다. 약물의 이름과 사용량이 적힌 쪽지였다. 그는 발견하자마자 바로 설영준에게도 알렸다.두 사람은 각자 발견한 것을 공유하곤 분석하기 시작했다. 설영준은 도진욱이 송재이에게 건넨 물잔과 쪽지 위에 쓴 약물의 명칭을 보았다. 그는 순간 무언가 깨닫게 되었다.송재이가 검사실로 들어간 뒤 설영준과 도정원은 각자 단서를 찾으러 움직였기에 설영준은 다시 돌아와 송재이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러나 도정원은 쪽지에 적힌 약물 이름을 보면서 조사하기 시작했다.설영준은 초조한 얼굴로 검사실 밖에서 송재이를 기다렸다.“재이야, 꼭 버텨야 해.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시간이 1분 1초 흘러갔다. 설영준은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머릿속에 송재이의 미소와 웃음소리, 그리고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는 속으로 기도했다. 송재이가 무사히 나오길 바라며 말이다.설영준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재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 네가 그때 엄청 찬란한 미소를 지었었어. 네 찬란한 웃음이 온통 어둠뿐이던 내 세상을 환하게 빛내주었지. 그때 널 지켜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지금은...”바로 이때 문이 스르륵 열리고 의사가 나왔다. 설영준은 바로 다가가 물었다.“선생님, 재이는 어때요?”“저희가 최선을 다해 독이 퍼지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희귀한 독에 중독된 거라 독 분석하고 해독제를 만드는 데 시간이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8화 단서

    송재이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도정원과 도진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수사관이 빠르게 다가와 상태를 살폈다. 그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어 얼른 입을 열었다.“저희가 바로 의사를 불러오겠습니다.”도정원은 빠르게 긴급 호출 벨을 누르면서 송재이를 부축한 채 옆에 있던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혔다.의자에 앉히자마자 도정원은 초조한 마음으로 송재이를 어깨에 기대게 했다.“재이야, 조금만 버텨줘. 의사가 금방 도착할 거야.”도진욱은 다소 복잡한 감정이 담긴 얼굴로 송재이를 보았다. 속으로 뭔가 갈등하고 있는 듯했다.그러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독에 중독됐다고? 그럴 리가...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예리한 수사관은 그런 도진욱의 상태를 눈치채고 바로 심문했다.“도진욱 씨, 이 상황에 관해 설명하세요. 송재이 씨가 왜 갑자기 중독된 거죠?”도진욱의 안색은 더 창백해졌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전 정말로 모릅니다. 제가 왜 제 조카를 죽이겠습니까?”바로 이때, 의사와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오며 송재이를 살펴보았다.의사가 엄숙하게 말했다.“아무래도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어떤 독에 중독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송재이는 급하게 검사받으러 갔다. 도정원과 도진욱이 그 뒤를 따라갔다. 수사관은 묵묵히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머릿속에 이미 사건의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했다.도정원이 밖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송재이를 기다렸다. 그러나 도진욱은 홀로 구석으로 간 뒤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안에 있는 핸드폰만 불안한 마음으로 만지작거렸다.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누군가와 통화했다.“나야. 일이 복잡하게 됐어. 송재이가 갑자기 독에 중독되어서 경찰이 개입하게 되었어. 나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하지만 우린 지금 반드시 움직여야 해.”전화기 너머로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군요. 일단 절대 증거를 찾게 해서는 안 돼요. 안 그러면 우리 모두 끝장나게 되니까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7화 중독

    화가 난 도정원은 이를 빠득 갈았다.“그게 무슨 의미죠? 설마 아버지 병이 당신과 연관이 있다는 건가요?”정체 모를 남자는 웃음을 터뜨렸다.“곧 알게 될 거야. 참, 도진욱. 가문의 이익을 위해 네 동생 행복을 희생했었지? 이젠 네가 희생할 차례야.”전화는 그렇게 끊겼다. 송재이와 도정원은 고개를 돌려 도진욱을 보며 설명을 바랐다.그러자 도진욱이 말했다.“난... 난 정말 몰랐어. 그때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그때 내가 그런 선택을 한 건 인정해. 하지만 전부 가문을 위해서였어. 난 너희들을 해칠 생각한 적 없다고.”송재이는 무력감이 들었다. 거짓과 배신으로 가득한 이 가족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절망에 빠진 송재이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대체 누굴 믿어야 하는 거예요?”도정원도 다소 괴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애를 썼다.“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그러셨다고요. 우리 도씨 가문이 언제부터 이익에만 눈멀어 가족을 버리는 가문이 된 거죠?”도진욱의 얼굴엔 죄책감이 가득했다. 그는 힘이 없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정원아, 그땐 내 잘못이 맞아. 나도 인정해. 난 내 선택으로 우리 가문이 더 힘이 있는 가문이 될 줄 알았고 가족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난... 난 정말 미안하구나.”옆에서 듣고 있던 송재이는 막막하면서도 불안했다.“두 사람은 전부 제 가족이에요. 전 대체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송재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그 순간 문밖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면서 이 숨 막히는 침묵을 깨버렸다.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보았다.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엄숙한 얼굴로 들어왔다.“안녕하세요. 저희는 경찰서 수사과에서 나왔습니다. 몇 가지 당신들이 조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도정원과 도진욱은 서로 마주 보았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것이 진상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조사라는 것을“네, 협조하겠습니다.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6화 충격적인 사실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이내 짙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도진욱이 입을 열었다.“그래, 알았다. 너희들한테... 해줄 얘기가 있단다. 네 아버지의 과거와 어머니에 관한 얘기란다.”도정원과 송재이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의아하면서도 초조했다.“큰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뭔가 알고 계신 거예요?”도진욱은 미간을 찌푸렸다.“곧 도착하니 얼굴을 보면서 얘기하자꾸나. 이 일은 내가 너희들 얼굴을 보면서 직접 말해줘야 할 것 같구나.”전화를 끊은 후 도정원과 송재이는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은 도진욱이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몰랐고 도진욱이 그들에게 해줄 얘기가 그들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도진욱이 병원에 도착했다. 그의 얼굴엔 초조함과 죄책감이 담겨 있었다.그는 송재이와 도정원의 얼굴을 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금 마음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알고 있단다. 하지만 더는 너희에게 숨길 수 없을 것 같구나. 너희들이 모르는 사실은 더 많단다.”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머리가 어질거렸다.“큰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가 아직도 모르는 비밀이 있는 건가요?”“그래, 그때 당시 나와 네 엄마는 확실히 그런 사이였었지. 하지만 그건 다 지나간 일이란다. 나중에 난 그 삼각관계에 빠지기로 했고 네 엄마랑 네 아빠를 이어주기로 했었지. 그때의 난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지금까지도 말이야.”송재이와 도정원은 충격받은 얼굴로 도진욱을 보았다. 그가 꺼낸 얘기는 도경욱이 꺼낸 얘기보다 더 충격적이었다.“큰아버지, 정말로... 정말로 그러셨어요?”“나도 알고 있단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과거의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난 아직 살아 있을 때 너희들에게 진실을 말해주고 싶구나.”바로 이때 병실 안에서는 긴급 호출 벨이 울렸다.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하게 병실로 달려왔고 송재이와 도정원도 얼른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의사는 그들을 보더니 고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5화 마지막 오늘

    송재이는 얼른 도경욱의 손을 꼭 잡았다. 눈물이 그녀의 눈 앞을 가렸다.옆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던 도정원도 눈시울이 붉어졌다.병실 안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저 일정한 의료 기기 소리만 들려오며 시간이 흘렀다.도경욱은 송재이를 빤히 보았다. 그의 두 눈엔 아쉬움과 죄책감만 남아 있었다.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죽기 전 꼭 해야 할 말이 있었다.미약한 목소리지만 그는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재이야, 내 딸. 너에게 꼭 해줄 말이 있단다. 네 출생의 비밀과 네 엄마에 관한 얘기야.”송재이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 그렁그렁 맺힌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아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 엄마가 왜요?”도경욱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마치 온몸의 힘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았다. 깊이 숨겨둔 진실을 정확하게 말해주기 위해서 말이다.“그때 네 엄마, 그러니까 서지원의 약혼 상대는 내 형이었단다. 네 큰아버지지. 하지만 운명이 장난을 쳤지. 서지원이... 네 엄마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나였단다.”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너무도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출생에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던 거죠?”도정원도 놀란 표정인 것을 보아 처음 알게 된 사실인 것 같았다.도경욱은 다소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네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렇지만 전부 사실이란다. 난 지원이를 단 한 번도 강요한 적 없었어. 우리는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어. 하지만 그때는 이런 추문을 받아들이지 않던 시절이었지.”송재이는 마음이 복잡했다. 이렇게까지 혼란스러운 감정은 처음이었다.그녀는 이렇게나 갑작스러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아빠, 그럼 대체 왜 일찍 말씀해 주지 않으신 거예요? 왜 그동안 숨기고 계셨던 거예요?”도경욱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송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4화 마지막 만남

    박정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다소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박윤찬을 보았다.“그때 내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어. 아주 똑똑하고 예쁘고 착한 사람이었지. 나한테 아주 특별한 사람이기도 했어. 하지만 어머니가... 어머니가 우리 사이를 반대하셨어.”박윤찬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머니가 왜 반대하셨는데? 어머니는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러실 분이 아니잖아.”박정후가 대답했다.“처음엔 나도 이해하지 못했어. 그때의 난 분명 어머니가 그 여자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지. 또 어쩌면 내가 사랑놀이에 푹 빠져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 봐 걱정하시는 건 줄 알았어.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전혀 아니었어.”박윤찬은 초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어머니가 아무 이유도 없이 반대하실 분은 아니야.”박정후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선 슬픔이 느껴졌다.“그 여자는 성이 임 씨였어. 임씨 가문은 우리 성씨 가문과 오래전부터 원한이 있었지. 이 원한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거라 저주와도 같은 것이었어. 두 가문의 후대에도 아주 큰 영향을 주고 있어.”박윤찬은 놀란 모습이었다.“난 임씨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 단 한 번도 없었어. 어머니도 나한테 한 번도 말씀하신 적 없었다고.”박정후가 말했다.“어머니는 이 원한이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길 바라셨던 거야. 하지만 사실상 잊히지 않았지. 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지난 세대에서도 심각한 충돌이 있었어. 두 가문은 사업 경쟁을 벌이다가 더 틀어지게 되었지.”박윤찬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사업 경쟁이라니? 그게 언제 일인데 아직도 신경 쓰고 있다는 거야?”“그래, 하지만 지난번 경쟁에서 임씨 가문은 파산당하게 되었지. 그 가문 어르신도 결국 그때 세상을 뜨게 되신 거야. 임씨 가문에서는 우리 성씨 가문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을 벌여 그런 비극을 만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박윤찬은 한참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러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3화 떠난 이유

    박정후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더니 생각에 잠겨 버렸다.그는 나직하게 말했다.“제가 멀리 떠나기로 결정한 건 저와 윤찬이 사이에... 오해가 있기 때문이에요. 저랑 윤찬이 사이에 갈등이 있었는데 전 제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윤찬이 곁을 떠났죠. 하지만 혈연관계는 영원히 끊을 수 없는 거잖아요.”묵묵히 박정후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있던 송재이는 박정후의 안타까움과 죄책감을 고스란히 느꼈다.송재이가 말했다.“가족 사이에 확실히 갈등이 생길 수도 있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서로 항상 응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죠.”설영준은 진지한 얼굴로 박정후를 보았다.“정후 씨는 정의를 위해, 동생을 위해 이미 많은 것을 했으니 윤찬 씨도 이해해줄 거예요.”장주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정후 씨가 한 모든 것을 박윤찬 씨가 알게 된다면 분명 아주 자랑스러워할 거예요.”박정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돌려 확고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았다.“그랬으면 좋겠네요. 이번에 돌아온 것도 윤찬이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어주고 싶어서였어요. 그리고 윤찬이와 화해할 기회도 있었으면 좋겠네요.”그들을 도와준 정체 모를 인물은 바로 박정후였다.그는 마음이 너무도 복잡했다.이번 일로 동생과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화목하게 지내고 싶었다.박정후가 말했다.“관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전 기다릴 수 있어요. 윤찬이가 저한테 기회만 준다면 형으로서 책임을 다할 거예요.”그는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 박윤찬과의 거리감을 하루아침에 줄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다시 창밖을 보았다. 꼭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를 찾는 듯한 모습이었다.“전 반드시 윤찬이한테 찾아가야 해요.”박정후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윤찬이가 저를 만나고 싶어 하든 말든 상관없이 알려주고 싶어요. 전 단 한순간도 윤찬이를 포기한 적 없다고 말이에요.”송재이는 박정후의 손을 잡아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2화 그의 정체

    설영준과 송재이는 서도재의 비웃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빠르게 방 안의 상황을 살펴본 뒤 도망칠 길이나 반격할 기회가 없는지 파악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은 조용히 숨어서 행동을 개시하려고 했다.설영준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서도재, 이러면 네가 정말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저지른 범죄는 이미 전부 드러났어. 밖엔 경찰들이 깔려 있다고.”서도재의 웃음이 사라지고 표정이 굳어졌지만 빠르게 다시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경찰이 깔려 있다고? 넌 내가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거로 보이나 봐? 이 아지트는 아주 단단하게 만들었거든. 너희들은 도망칠 수 없어.”송재이는 설영준이 방 한구석에 있는 창문에 힐끗 본 것을 발견하곤 바로 그의 의도를 눈치챘다.그녀는 일부러 서도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그럼 우린 여기서 그쪽과 시간을 끌 수밖에 없겠네요. 그쪽 아지트가 먼저 무너질지 아니면 밖에 경찰들이 먼저 쓰러지게 될지 한 번 지켜보자고요.”서도재는 손을 들어 올리며 부하들에게 준비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이때 방 안의 불빛이 꺼지더니 어둠이 내려앉았다.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은 확성기로 말했다.“꼼짝 마!”설영준과 송재이는 어둠 속에서 빠르게 창문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설영준은 있는 힘껏 발로 창문을 깨버렸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바깥엔 이미 에어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서도재는 갑자기 어두워진 주위에 당황스러워하면서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불빛이 다시 켜졌을 땐 설영준과 송재이는 이미 사라졌다.그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쫓아가! 반드시 두 사람 내 앞에 잡아 와!”그러나 서도재의 부하들이 아지트에서 나가자마자 이미 밖을 포위하고 있는 경찰들을 발견하게 되었다.알고 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 미리 익명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경찰은 확성기로 말했다.“안에 있는 사람 모두 들으세요. 당신들은 포위되었습니다. 당장 손에 든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세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