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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릴리는 비서가 어색해서 눈빛을 피할 때까지 그를 꼿꼿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을 잘 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오늘은 체면을 세워줄게요. 경험을 쌓는 거로 하죠."

"..."

비서는 멍한 얼굴로 릴리를 바라보았다. 릴리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체면을 세워준다고?

릴리는 바로 책상 앞으로 와서 서류 한 권을 들고 훑어보았다.

그리고 서류를 비서에게 보여주었다.

"팀장들도 통과하지 않은 작은 프로젝트를 나한테 보게 하는게 무슨 경험을 쌓는 거죠? 당신은 내 자리가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게..."

릴리는 그의 변명을 듣지 않고 서류를 퍽 하고 땅바닥에 내던졌다.

또 한 권을 집어들고 몇 페이지를 펼쳐보고 릴리는 화가 나서 웃었다.

페이지를 넘기며 비서에게 말했다.

"이것 좀 보세요. 고성그룹 지사 인턴의 정규직 전환 승인을 내가 왜 처리해야 하는거죠? 밑에 사람들은 월급을 날로 먹는 건가요?"

비서는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퍽!

서류가 또다시 땅바닥에 던져졌다.

릴리는 몇 권을 더 보았다. 전부 하찮은 일들로 그야말로 트집을 잡는 것이었다.

서류들은 릴리에게 하나씩 땅바닥에 버려졌다.

릴리는 비서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새하얀 손으로 조금 다르게 생긴 서류 한 권을 들고 몇 페이지를 넘겼다.

"음, 이건 좀 그럴듯하네요."

비서는 서류 커버 색깔을 보고 릴리를 얕잡아 보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그의 얼굴은 굳어졌다.

"이번 입찰은 그저 형식 아닌가요?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고요. 고성그룹이 참석하더라도 망신말고 얻을게 없을 것 같은데요..."

비서가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릴리는 작고 가녀린 손으로 서류를 몇 페이지 훑어보고는 다시 땅바닥에 세게 내동댕이쳤다.

릴리는 비서를 쳐다보며 귀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입 밖에 낸 말은 경고였다.

"당신도 알다시피 저는 고성그룹을 맡게 될 거예요. 앞으로 계속 이 자리에서 일하고 싶다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런 쓰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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