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빠른 임강준이 물었다. “사람 바꾸라고 시킬까요?”캐스팅 자료를 내려놓으며 육시준이 말했다. “그냥 둬.”임강준은 많이 의아해했다.“정경호 대표님께 말씀드려. 로열 엔터는 성신영과의 모든 합작을 취소하고 앞으로도 절대 성신영과 작업하지 않겠다고.”“???”임강준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전부 취소하는데 이건 그대로 두라고요?”육시준은 다시 스크린을 바라보며 유유히 말했다. “이미 생각이 있으니 알아서 처리하라고 해.”그가 알고 있는 강유리는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다.강덕준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는 한 아직 준비한 게 더 있다는 뜻이다.그러니 마음 놓고...월요일 오전.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강유리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계속 접촉해왔던 한림 회사와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이다.하석훈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전에도 여러번 연락했었는데 계속 스케줄이 꽉 찼다고 안 만나줬어요. 그런데 이번엔 먼저 만나자고, 게다가 담당자가 직접 나온다네요.”강유리도 살짝 의외였지만 바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일단 준비하세요, 오후 스케줄들은 취소하고요.”“뭘 준비해요?”반쯤 열려있는 사무실 문으로 육경서가 머리를 내밀었다.강유리는 고개를 돌리고 눈썹을 약간 치켜올린 채 물었다. “뭔 일 있어요?” 육경서가 사무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일이야 있죠. 요즘 회사에서 제작 중인 작품 있죠. 제작비가 많지 않다던 그 웹툰 작품, 나 그거 하고 싶어요.”강유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스타일 바꾸겠다면서요? 경서 씨 이런 작품 시킬 생각 없었어요.”그 외에도 걱정이 있었다.드라마 여주역에 우희나를 캐스팅할 예정이었다.우희나의 실력으로 육경서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의 상대 배우로 들어가게 되면 욕 먹을게 뻔하다.우희나뿐만이 아니라 제작회사도 같이 욕을 먹게된다. 팬들은 회사에서 육경서를 이용해 신인을 배출한다고 생각할 것이다.“스타일은 바꿔야죠. 하지만 그렇다고 작품을 못하게하는건 아니죠!”육경서는 폴짝 테이블 위
강유리는 아무 말 없이 웃다가 “소지석 씨랑 얘기한 적 있어요. 원작을 너무 좋아한다네요. 저도 그냥 슬쩍 말만 했었어요.”명확하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프로들인지라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들었다.“마음의 문”이 로열엔터 독립 제작이였는데 마지막에 별 볼 일 없는 회사 하나가 끼워졌다는 소문이 자자했다.강유리의 인맥덕분이였을거다...별 볼 일 없던 유강엔터가 지금은 강유리 손에서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성장하면서 빠르게 이름을 떨치고 있다.도홍윤도 강유리가 실력자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서로 얘기를 해본 후에야 강덕준 감독도 강유리가 모셔 온 거란 걸 알게 됐다.이번 웹툰 작품도 강 감독이 맡을 예정이다.강 감독과 작업을 가장 많이 한 건 신아람이었다.그런데 갑자기 귀국해서 강유리와 작품을 2편이나 같이 한다는 건 분명 도와주려는 것이다.도홍윤은 똑똑한 사람이다. 더구나 장경호의 소개로 만난 사이니 더 이상 이것저것 묻지 않고 바로 일 얘기를 시작했다.반 시간 만에 두 사람은 유쾌하게 계약서를 작성했다.곁에서 지켜보던 육경서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흔적 없이 실력을 보여주는 강유리의 자태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게다가 강유리는 허풍이 아닌 진짜 능력자였다.형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고개 숙여 육시준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곁에 있던 한 남자가 술병을 들고 강유리 앞으로 다가갔다. “강 대표님, 저녁 내내 일 얘기만 했네요. 한 잔 받으세요.”강 유리는 기분도 좋았고 팀원들과 잘 지내고 싶어 유쾌하게 술잔을 받았다.한 잔을 비우자 그 남자가 바로 또 술을 따랐다. “강 대표님 통쾌하시네요.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될텐데 많은 부탁 드립니다.”그가 다시 술잔을 들었다. 하지만 강유리는 술잔을 받지 않았다.강유리는 두 눈으로 그를 찬찬히 살펴보기만 했다. 겉으로는 잘 지내자는 말을 하고 있지만 행동과 눈빛은 상냥해보이지 않았다.“죄송해요, 저희 강 대표님이 술을 잘 못 마셔요.” 하석훈이 옆에 놓인 술잔을 들고 말했다. “제가 대
강유리는 언성을 높였다. 일부러 들으라고 한 말이기도 하니 더욱 또렷하게 들렸다. 옆에서 모른척 하고있던 도홍윤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척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뭔 일이야?”“유강엔터는 대표님과 잘해보고 싶습니다. 계약서도 사인한 마당에 이렇게까지 위풍 부릴 필요 없습니다. 저랑 같이 할 마음이 없으시면 지금 계약을 해지하셔도 됩니다. 제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조백현 “...”도홍윤 “...”어두운 얼굴로 화를 내는 강유리의 모습을 지켜보던 육경서는 속으로 엄지를 추켜세웠다.그렇게 말을 남겨두고 강유리는 바로 몸을 돌려 떠날 준비를 했다. “계약서 세부 조항은 유강그룹에서 따로 처리할 겁니다. 그럼 전 먼저 실례하겠습니다.”강유리가 떠나자 육경서도 더 이상 남을 마음이 없었다. 그는 웃는 둥 마는 둥 일부러 도홍윤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오늘 일, 대표님 뜻이 아닌 거 압니다. 그래도 같이 일을 하려면 제대로 된 사람을 쓰셔야죠.”그렇게 말 한마디 남기고 육경서도 바로 강유리 뒤를 쫓아 나섰다.조백현을 지나치며 육경서는 비웃는 어조로 “이미 헤어진 사인데 굳이 자신의 앞길과 사업을 걸고 이런 짓을 해요?”조백현의 얼굴빛이 확 나빠졌다.문이 닫혔다.룸에는 도홍윤과 그의 직원만 남겨졌다.조백현이 강유리를 괴롭힐 때 그만두게 할 마음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강유리의 반응이 궁금했다. 하지만 육경서의 말에는 분명 다른 뜻이 포함되었다.“조백현, 누가 네 마음대로 행동하래?” 잘 난 척하려다 큰 코 다친 조백현은 수치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강유리, 그 여자 얼굴만 예뻤지 아무 능력도 없어요. 인맥 인맥 하는데 그거 다 남자라고요! 대표님, 저런 여자 역겹지 않으세요?”도홍윤은 얼굴빛이 바꿔더니 “같이 일하는 것뿐이야. 왜 남의 사생활을 네 맘대로 상상하고 그래? 증거라도 있어?”“죽기 살기로 매제한테 매달려 스타인 엔터랑 엮이고 싶은 거, 그게 증거입니다!”“......”도경윤은 생각이 많은 눈빛으로 그를 바
엘레베이터 문이 닫혔다.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육경서는 차마 무시 못할 시선이 양옆으로 자신한테 꽂혀있다는걸 느꼈다.그는 핸드폰으로 육시준에게 문자를 보냈다.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오랫동안 준비한 질문, 드디어 때가 왔다.그는 엘레베이터 벽에 기대어 서있었다. 키도 커서 핸드폰 화면까지는 남에게 보이지 않았다. 그가 손가락은 계속 스크린을 두드리며 대충 대답했다.“맞아요, 들켰네요? 근데 다른 사람들은 몰라요, 말하고 다니지 마세요 형수님.”강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질문했다, “그럼 둘이 LK그룹이랑은 무슨 사이시죠?”이 두 형제한명은 LK 권력자와 사이가 좋아 대저택을 양도하게 하고,한명은 로열 내부 임원이라 갑부 보좌관과의 관계도 적지 않다.이 모든것이 LK를 떠올리게 한다.연락을 한 며칠동안 생긴 의문들, 그녀는 관계여부를 묻지 않고, 직접적으로 무슨 관계냐고 물었다.육경서의 잠시나마 풀렸던 신경이 다시 한번 곤두섰다.형수님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질문을 하신거면, 아는게 있는건가?형이 말실수를 했나?하늘이시여형을 좀 구해주소서......육경서는 스크린에 휙 들어온 문자를 확인했다, 그의 눈 밑에 어두운 빛이 흘렀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역질문했다, “형수님, 그쪽 유강그룹은 자녀분들이 많나요?”강유리는 눈썹을 찌푸리며 이 질문에 침묵했다.하석훈이 해명했다, “대부분 여성이고 다들 외국으로 시집가셨어요, 강학도 선생님은 딸이 두명 있었는데 한명은 비혼이고 다른 한명은 데릴사위를 구했어요, 성홍주 씨요.”육경서는 여전히 핸드폰을 두드리고 있었다. 자기가 물어보지 말아야 할 질문을 했다는건 알아채지 못한듯 하다.“ 좋네요, 내부 경쟁도 적고. LK는 자녀도 많고 관계가 얽혀있고 복잡해요. 어떤 가족들은 생판 모르는 사람들보다 잔인해요.” 그의 목소리는 가볍지만 뱉은 말을 차가웠다.강유리, “......”하석훈, “......”“ 저는 비록 육씨지만 친형은 한명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은 다 아니
이건 확실히 육경서가 선을 넘었다.근데 따지고 보면 자기가 먼저 ‘사기결혼’한 탓 아닌가?육경서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육경서는 말할 용기가 없다.[내가 잘못했어, 참회하고 있어.]차가 천천히 차고를 벗어나고 육경서는 화제를 전이해 룸에서 있었던 일을 꺼냈다. 아까 시비걸던 그 남자가 성신영의 전 남자친구 중 하나였다고 했다.강유리가 태블릿으로 주식 시장을 보다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성신영의 전 남자친구요?”“네, 전에 화풀이용으로 성신영 전남친 모음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기억이 나요......”그가 지난번 약혼식 얘기를 꺼냈다.그들이 이런 일이 있었는지 강유리는 그제야 알았다.육경서는 비록 유강엔터 사람이지만 그녀에게 열과 성을 다할 정도는 아니다. 누가 봐도 육시준의 지시다.속으로 생각한 그녀는 입가에 옅은 웃음을 지었다. 방금 룸에서 화가 난것도 조금 사그라들었다.하지만 뒤이어, 그들 앞을 막아선 그 마이바흐 때문에 웃음이 굳어버렸다.마이바흐의 차문이 열리고 익숙한 모습이 내렸다.육경서는 걸어오는 사람을 보고 눈이 커졌다, “와씨, 형수님, 형수님 남자친구?”하지만 저 사람은 유난히 뻔뻔했다, 감히 이곳에서 길을 막다니.강유리가 차문을 내리니 임천강이 딱 마춰 걸어와 그녀의 차앞에 멈춰섰다. “유리야, 우리 얘기 좀 하자.”막아선 긴 차를 보고 임천강 얼굴에 맞닿은 유리의 눈빛은 차가웠다, “재밋니?”이건 이 남자가 자주하는 수작이다.그녀에게 무슨 일을 시키든 혹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 싶으면 이런 협박적이고 무뢰한 방식을 쓰곤 했다.임천강은 눈썹을 찌프렸다. 눈 앞의 여자의 여유롭고 모든걸 꾀뚫어 보고 짜증이 난 모습이 익숙하지 않았다. “ 나를 그렇게 생각해야만 해? 오늘은 진짜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뒤에 있는 차의 경적소리가 날카로웠다. 임천강은 앞에 막아서고 있었다. 그녀가 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뻔뻔한 모양새를 한채.차에는 육경서도 있었다. 그녀는 육경서가 사진에 찍힐가 걱정되
“나 성신영이랑 안 맞고, 성씨 가문이랑도 안맞는거 처음 안거 아니잖아? 대체 내가 너한테 뭔 착각을 줬길래 내가 너때문에 성신영이랑 싸웠다고 생각하는 거야?”강유리는 이쁘장한 눈을 반쯤 접었고 목소리는 차갑고 낮았다, ‘이번에는 진짜 걔한테 화풀이 해야겠는데?’감히 외할아버지로 협박을 하다니 이미 그녀의 마지노선을 건드려 버렸다.그녀가 인정하는걸 본 임천강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그래서 로열이 성신영이랑 계약 해지한게 정말 너랑 상관이 있다는거야? 신영이가 널 의심할때 나는 너 대신 해명하고 있었어! 지금 보니까, 내가 널 잘못봤네!”강유리는 잠시 멍해있다가 이내 깨달았다. 그리고는 무심하게 의자에 기대어 말했다. “지금 알아도 늦지 않았어.”임천강이 탁자를 세게 쳤다, “강유리, 너 정신차려! LK는 니가 생각한 것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아! 그 신분으로 너같은 여자를 쳐다보기나 하겠어?”여자는 눈을 반쯤 접고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하, 내 남편 뒷조사도 했다 이거지? 근데 남편 뒷조사랑 LK랑 무슨 상관이라는 거야?’LK는 거의 귀족 수준이라 일반인들은 함부로 쳐다도 못볼 높…다른 사람 눈에는 강유리 같이 악명 높은 초라한 아가씨가 LK로 시집가는 건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이다......강유리는 해명하기도 귀찮았다, 그저 비웃음을 머금고 역질문했다, “신분이 중요해? 그때도 내가 눈이 멀어서 너같은 애를 좋아했잖아?”임천강은 평소와 다른 그녀의 눈빛을 보고 목소리가 많이 차분해졌다.“이 결혼을 한게 나한테 복수하기 위해서야? 내가 그렇게 싫어?”‘말 안통하는 애랑 내가 뭔 얘기를 한다고…’하지만 완전히 소득이 없진 않았다, 그녀의 사랑하는 남편이 대신 화풀이 해줬다는 걸 알았으니 꽤 기분이 좋았다.강유리는 임천강을 잠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JL빌라의 집은 산거야?”“샀지, 이사간지 얼마 안됬어. 부동산 서류에는 아직 신영이 이름밖에 없어. 이제 혼인신고 하면 내 이름도 넣을거야.”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접대하러 여기까지 온거야?”두명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육시준의 차가운 얼굴을 본 강유리는 두걸음 나아가 그의 손을 잡았다. “나도 이러고 싶진 않았는데 개가 길을 막길래 곤란해서, 내가 돌아가서 다 설명할게!”그래도 그녀에게 고객을 추천하고 복수도 해준 사람인데. 강유리는 차근차근 타이르는 말투로 설명했다.임천강은 처음 보는 장면이다.그의 마음속에는 의문과 씁쓸함이 남았다. “나는 네가 영원히 도도할 줄 알았는데 남자한테 고개 숙일 줄도 아네? 나에게 복수하기 위해 권력있는 사람등에 업혀서 웃음이나 파니까 좋아?”임천강은 생각했다, 강유리가 오직 자신만을 3년이나 좋아했는데, 쉽게 마음을 접지 않을거라고.연애를 3년동안 하면서 임천강은 그녀가 얼마나 도도하고 차가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성격은 그렇게 쉽지 변하는게 아니다.그녀가 이렇게까지 기를 쓰고 이 남자를 달래는 이유는 기필코 자기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다.육시준의 언짢은 표정을 본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감정적이게 말했다. “유리야,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하지 마! 나보다 널 잘 아는 사람은 없어. 마음 깊은 곳에 넌 아직도 나를 신경쓰고 있잖아...”강유리는 귀찮다는 듯 말했다.“임천강, 시간있으면 병원에 좀 가봐, 망상도 병이야, 치료좀 해!”말이 끝나자 그는 육시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육시준도 눈커풀을 내리고 강유리를 보고 있었다. 깊은 눈동자로 자세히 보고있엇다.강유리는 심장이 철렁했다. 이 남자가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결혼했으니 다른 남자와 얽히지 말라고.“이 사람 말 듣지 마. 내가 결혼한 건 복수랑 아무 상관 없어!”“강유리! 너 진짜 뻔뻔하다......”“임천강 씨.” 육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그 깊고 차가운 눈동자가 그의 얼굴에 멈춰서자 칼에 베이는 듯한 느낌에 임천강은 저도 모르게 으스스 떨었다.“육 대표님, 저는 ,저......”“불만 있으시면 저에게 말씀하세요, 한번만 더 이 사람에게 허튼 수작 부렸다가는 가만 있지 않을겁
“마침 주변에 일이 있어서 왔는데, 내 와이프가 전남친이랑 옛날얘기를 하고 있대서 와봤어.” 그의 목소리는 산만하고 기분이 알수 없었다.강유리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내가 설명했잖아, 어쩔수 없었다고, 그렇다고 육경서한테 무슨일 생기면 안되니까......”그녀는 문득 무언가 이상하다는걸 느꼈다.육시준이 그녀와 전 남친이 만난 걸 알았다는 건 육경서가 말한 게 분명하다.육경서를 위해 얼굴까지 팔았는데 도리여 뒤통수를 치다니…“생각이 없는것도 아니고 혼자 처리할줄 모르나? 어차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 너희 회사한테 유리하지, 신작에도 유리하고.” 육시준이 담담한 목소리로 분석했다.강유리는 씩씩거리며 인정했다. “그건 맞아, 다음에는 걔 신경도 안쓸거야!”육시준, “.......”강유리가 이렇게 말을 잘 들었다는걸 예전에는 왜 몰랐지?차 안은 조용했다.창밖의 가로등 불빛은 나무를 통과해 내려와 얼룩진 그림자를 만들었다.육시준은 고개를 기울여 몸을 돌린 여자를 쳐다봤다.그녀는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선명하고 아름다운 작은 얼굴이 그림자 밑에서 반반 나눠졌다. 오늘은 고객과 만나기 위해 화장을 옅게 한 것같다. 원래 정교했던 이목구비가 더 입체적으로 보였다.시선이 아래로 가 아름다운 빨간 입술에 멈춰섰다.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공부는 잘했어?” 강유리는 멍을 때리고 있었다. 도홍윤과의 합작을 물어보는줄 알았다, “꽤 괜찮아, 이 작품을 마음에 들어했어. 그냥 그 사람들이 내 능력을 의심하는거지 뭐. 내가 다른건 몰라도 인맥은 괜찮거든. 나름 성공적이야.”그녀는 작은 주먹을 치켜들고 사로잡았다는 제스처를 했다.육시준이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내가 물은건 이게 아니잖아?”강유리는 의문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그럼 니가 물은건 뭔데?”육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혼자 잘 생각해봐.”강유리, “......”그녀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내도 최근에 다른 공부할 일은 없었다.맞다, 성신영과 배역 다툼
신주리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최근에 일이 많지 않아 괜찮지만 다음 달에 곧 새로운 촬영을 시작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 달에 돌아가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 있어요.”육경서는 그들이 두어 마디 말로 일정안배를 끝내가 다급하게 입장을 밝혔다.“나도 있어! 주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안 돌아갈래!”신주리는 흘겨보며 물었다.“넌 바쁘지 않아?”“마침 이 영화가 촬영을 마감할 예정이야. 기타 활동은 중요한 건 뒤로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건 매니저더러 거절하게 하면 돼.”육경서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강유리는 반대하지 않고 귀띔했다.“강덕준 감독이 널 죽일 수도 있어.”육경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한 달뿐이잖아. 설마 날 따라 여기까지 오겠어?”강덕준이 그를 죽일지는 둘째치고, 어쨌든 지금 바론 공작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그저 예의상 딸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을 뿐인데 결국 딸아이가 다음 달 귀국하는 일정을 안배하게 되다니?병원에서 육시준이 비아냥거리던 말을 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단계마다 다른 이유로 딸을 만류하고 싶었고 시름 놓고 이곳에서 편히 안태하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사위는...만약 자기 일을 다 처리했다면 남아있어도 괜찮았다. 부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덤으로 두 사람이 더 생겼고 또 이 두 사람은 시간 맞춰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재촉당할 것이 뻔하다.“두 분이 바쁘면 굳이 남지 않아도 돼. 유리는 지금 손님 접대하는 게 불편하거든.”그는 정색해서 다시 말했다.그러자 여러 가지 눈빛이 삽시에 바론 공작을 향했다......신주리와 강유리는 제작팀과 반나절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후에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오전 시간만으로 두 친구가 얘기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강유리는 직접 감독에게 전화해 하루 연장했다.점심시간.신주리는 육시준의 자리에 앉아 강유리의 옆에 누워 계속 절친끼리 이야기를 했다.강유리는 이번에 단도직입적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