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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성홍주를 견제하느라 대외적으로는 스타인 엔터와 아무런 관련 없는 듯 보이게 했지만 임천강은 어디까지나 바지사장에 불과했고 회사 실무에 대한 결정은 지금까지 강유리가 내려왔다.

바지사장을 임천강으로 내세웠던 이유도 단 한 가지, 남자친구라서, 임천강이라면 그녀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그 신뢰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그녀의 가슴을 난도질하고 있다는 걸 이 뻔뻔한 자식은 알고 있을까?

이를 빠득빠득 갈던 강유리는 생각했다.

‘경찰서에서 때리는 건 좀 심했나?’

‘아니지. 어차피 오늘 안에 나갈 수도 없겠다. 그냥 성격대로 엎어버리고 며칠 구치소로 들어가?’

강유리가 벌떡 일어서자 잔뜩 겁 먹은 임천강 역시 뒤로 물러섰다.

“뭐... 뭐 하는 짓이야! 지금 밖에 경찰들 쫙 깔렸어. 내 몸에 손끝 하나 대봐. 끝까지 고소해서 너 파산하게 만들 거니까.”

하지만 임천강의 협박 따위에 겁 먹을 강유리가 아니었다.

이미 분노에 사로잡힌 그 눈동자를 바라보던 임천강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뭐야? 강유리... 원래 이렇게 폭력적인 사람이었나?’

이 상황을 어떻게 무마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성홍주의 개인 변호사가 들어왔다.

“강유리 씨, 성신영 씨와 임천강 씨는 합의를 원하십니다. 이건 합의 조건이니 확인해 보세요.”

그를 쳐다도 보지 않는 강유리를 힐끗 바라보던 변호사가 파일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사인펜을 건넸다.

“대표님께서 설득에 힘써주셨고 임천강 씨와 성신영 씨 역시 너그럽게 용서해 주셔서 이 정도로 끝나는 겁니다. 그러게 왜 사람을 때리셨어요?”

하지만 강유리가 캐치한 포인트는 다른 곳에 있었다.

“아빠가 중재를 했다고요?”

“네.”

그제야 합의서를 확인한 강유리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픽 웃었다.

방금 전 임천강이 말한 것처럼 육경서 전속 계약을 양보하고 피해보상으로는 자경원 아파트를 넘기는 것이 바로 합의 조건이었다.

‘정말 욕심을 숨길 생각이 없으시구만.’

“유리야, 사람 마음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란 거 너도 알잖아.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영이한테 피해를 입히는 건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아버님도 왜 신영이만 그렇게 예뻐하시겠어. 그 동안 네가 행실을 똑바로 했으면 이런 일도 아버님이 이렇게까지 편애를 하시겠니? 자경원 아파트는 신영이가 혼수로 가지고 오기로 했어. 신혼집은 JL 빌라로 정했고.”

변호사가 등장하니 임천강의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JL빌라, 너도 알지? 연희동 오피스텔 근처잖아.”

‘알지 그럼... 연희동 오피스텔에서 시작하자고 했을 때 신혼집으로 JL 빌라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냐며 비아냥됐던 게 너니까.’

“이딴 합의서에 사인 못 합니다.”

“강유리, 지금 내가 너한테 부탁하는 걸로 보여?”

이때 변호사가 잔뜩 흥분한 임천강을 막아섰다.

“강유리 씨, 가족들 사이의 갈등을 크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게 회장님 뜻입니다. 집안일로 법정까지 가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변호사라는 분이 말귀가 어두우시네요. 합의 못 한다고요. 그럼 가족들 사이 갈등으로 합의를 요구하는 건 정상적인 상황인가요? 그리고 어차피 난 법정까지 가도 상관없어요. 누구 덕분에 내 이미지는 이미 바닥이라 더 잃을 게 없거든요. 창피한 건 아빠겠죠.”

“그럼 정말 구치소로 들어가실 겁니까? 이사들이 빨간줄 있는 대표를 인정해 줄 것 같나요? 기사라도 나면 당장 내일부터 유강엔터 주가는 바닥을 칠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유로운 강유리의 모습에 변호사도 더 강하게 나가기 시작했다.

“친구분인 소안영 씨도 오늘 출국했습니다. 지금 당장 강유리 씨를 훈방시켜줄 보호자 한 명 없다는 말입니다.”

바로 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누가 보면 이 경찰서가 유강그룹 건 줄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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