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봐도 고급스러운 원단의 정장을 입은 우아한 분위기의 육시준이 차가운 눈으로 임천강과 변호사를 훑어보았다.“언제부터 유강그룹 입김이 그렇게 셌지? 경찰까지 뒤흔들 정도로 말이야.”들리는 목소리에 자연스레 시선을 문쪽으로 돌린 강유리의 눈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어? 호스트. 아니지... 내 남편이잖아!’자연스레 자리에서 일어선 강유리가 훨씬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일단 다친 데는 없는지 강유리의 얼굴, 몸 구석구석을 훑어본 육시준이 대답했다.“도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삼각관계인지 궁금해서.”그의 말에 뒤를 지키던 임강준이 고개를 숙였다.‘대표님이 보시기 전에 기사 내리려고 했는데... 그건 또 언제 보셨대. 평소 가십 뉴스는 보지도 않으셨으면서...’“삼각관계는 무슨. 내가 2대 1로 싸웠고 이겼어. 그게 끝이야.”강유리가 어깨를 으쓱했다.“그런 것 같네.”임천강의 얼굴에 생긴 멍을 힐끗 바라보던 육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갑자기 나타난 낯선 남자의 기분 나쁜 눈빛에 임천강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강한 포스에 기가 눌려 찍 소리도 하지 못하던 그때 변호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실례지만 누구신지...”“강유리 씨 남편되는 사람입니다.”쿠궁!육시준의 대답에 임천강은 강유리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지분 때문에 그냥 대충 혼인신고만 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경찰서까지 찾아온 걸 보면 완전 비즈니스는 아닌 거잖아. 게다가 저 눈빛하며 입은 옷까지... 딱 봐도 평범한 남자는 아닌 것 같은데. 강유리 너 진짜...’“강유리, 너 도대체 나 몰래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하, 몰래 추잡한 짓 하고 다닌 게 누군데.’강유리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리고 육시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합의 보는 걸로 하죠. 나머지는 저희 측 변호사가 알아서 할 겁니다. 그럼 이제 가봐도 되겠습니까?”하지만 육시준의 대화 상대는 임천강과 그 변호사가 아닌 공손한 태도로 뒤에 서
“강유리 씨, 말 조심하십시오!”“어머, 어머. 이것 보세요. 아까는 이것보다 훨씬 더 무섭게 굴었다니까요. 못 믿으시겠으면 당장 CCTV 영상 확인해 보시던가요!”강유리가 잔뜩 겁 먹은 얼굴로 변호사를 가리켰다.방금 전까지 당당한 커리어우먼 같은 이미지였는데 갑자기 난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듯한 눈빛이라니.오스카 여우주연상 뺨치는 메소드 연기에 경찰들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한편, 서장은 육시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LK그룹 육시준 대표가 경찰서에 등장했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2차 출근을 한 것도 언짢은데 육시준 대표의 와이프까지 엮여있다니...“금액이 지나치게 큰 건 사실입니다. CCTV 영상 확인해 보고 정말 협박에 가까운 언행이 있었다면 공갈 혐의는 충분합니다.”합의서 내용을 확인한 서장이 다시 조심스럽게 육시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어떻게 생각하십니까?”“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구속 영장도 발부될 건가요? 협박범이 밖에서 돌아다닌다면 제 와이프가 많이 무서워할 것 같아서요.”“아, 물론입니다.”육시준과 경찰 서장의 몇 마디 말로 구치소에 갇히는 사람이 강유리에서 임천강으로 바뀌어버리자 참다 못한 임천강이 벌떡 일어섰다.“무슨 근거로 날 구속해요. 난 피해자입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요? 유강그룹 예비 사위예요. 날 구속하면 유강그룹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하지만 경찰서장은 근엄한 표정으로 반박했다.“저희 경찰의 수사는 재벌의 입김 따위로 방해받지 않습니다. 법 앞에서는 그게 누구든 평등한 법이에요. 어서 취조실로 연행해.”“알겠습니다.”두 형사의 손에 끌려 취조실로 향하는 변호사는 도대체 왜 갑자기 경찰서장이 나타나게 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겨우 이 정도 사건에 경찰서장이 나서? 말이 안 되잖아...’하지만 다음 순간, 취조실 밖에 서 있는 임강준을 발견한 변호사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리더니 임천강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였다.“강유리 씨 남편... 무슨 일 하는 사람인지 아십니까?”한편, 마른 하
그의 말투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강유리는 하고 싶었던 질문을 다시 삼켜야 했다.깊은 밤, 차 안에는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강유리는 두리번거리며 차의 내부 구조를 관찰했다. 그녀의 차와 아주 흡사했는데 차창으로 고개를 돌리자 준수한 남자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였다.육시준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강유리는 상대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왜 날 그렇게 보지?”육시준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서 잠시 머물다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누가 먼저 시작했어?”강유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되물었다.“알면서 왜 물어?”그녀가 사람 머리를 책상에 박아 놓고 때렸다는 걸 알면서 이런 질문을 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CCTV는 완전하지 않아. 누군가 일부러 편집한 것 같아.”강유리는 눈을 깜빡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유강그룹 그 늙은이들이 육경서를 위한답시고 참 많은 걸 신경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자의 깊고 속을 알 수 없는 눈동자를 마주보자 강유리는 갑자기 이런 말이 생각났다.“넌 나 육시준의 아내야… 그러니까 다른 남자랑 자꾸 엮이지 마….”어젯밤 술 취한 그가 그녀를 안고 했던 말이었다.여자는 예쁜 눈동자를 깜빡이다가 작은 손으로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먼저 때렸어.”남자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내가 일부러 사고 친 거 아니고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어왔어.”그녀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계속 말했다.“그 과정에서 이간질을 좀 하긴 했지만… 난 원래 예쁘고 똑똑하고 매력적이잖아? 그 쓰레기가 쉽게 넘어오더라고! 너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너랑 결혼하기로 했으니 다른 남자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게!”“바람둥이라면 더더욱 피해야지. 나 사람 보는 안목 있어. 이제 다시는 속지 않을 거야.”그녀는 주먹을 꼭 쥐고 의지를 불태웠다.육시준은 그제야 그녀가 뭘 말하려는지 알아차렸다.‘그러니까 정실 자리는 영원히 변하
소안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렇게 불만을 토로해서 걱정되어 말했더니 벌써 결정했다고?“너 신중하게 생각해! 내가 들어봐도 그 남자 절대 일반인은 아닌 것 같은데 나중에 속고 또 나보고 밤중에 술 마시러 나오라고 하지 말고!”“낯선 남자가 각자 원하는 바가 있어서 서로 손을 잡은 거잖아. 육시준은 내 돈을 노리고 결혼한다고 똑똑히 말했어. 어차피 감정이 없는 결혼인데 누가 누굴 속이겠어?”소안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탄식하듯 말했다.“그런 것까지 다 생각했구나!”강유리는 몸에 묻은 거품을 씻어내고 여유롭게 끈나시 슬립을 입었다.“남자는 책과도 같아. 천천히 읽어야 재밌는 거지. 안 그래?”소안영이 혀를 차며 말했다.“남자 손도 못 잡은 너한테서 그런 말 들으니까 이상하다. 그래서 뭘 읽어냈는데?”강유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일단 표지는 예뻐.”소안영이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설마? 겨우 표지만 읽었어? 신혼밤에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야?”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반박했다.“설마.”“그래? 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한 건가? 느낌이 어땠어? 겉모습이 뛰어난 그 남자가 널 실망시키지는 않았겠지?”수화기 너머로 변태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강유리는 얘기를 잘못 꺼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렇다고 둘이 아무 일도 없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그러면 소안영은 또 그녀에게 강한 척만 하는 바보라고 놀려댈 게 뻔했다.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욕실 문을 열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끝내줬어. 오늘도 계속해야지….”하지만 말을 끝맺기도 전에 강유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강유리는 살짝 당황한 듯한 육시준의 눈빛을 읽었다. 아마 그도 그냥 잠만 잤을 뿐인데 자신이 이런 식으로 친구에게 떠벌릴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강유리는 다급히 핸드폰을 끄려고 했지만 실수로 스피커 버튼을 눌러 버렸다.“세상에나! 진짜 잤어? 그 사람 대단하다! 아니 외모가 얼마나 뛰어나기에
그는 천천히 다가가서 그녀의 하얗고 긴 다리를 바라보다가 전등을 꺼버렸다.침실에 어둠이 찾아왔다.옆자리 매트리스가 살짝 흔들리자 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육시준 쪽으로 돌아누웠다.두 사람의 피부가 얇은 천만 사이에 두고 밀착되자 서로의 온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어젯밤 어떻게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잤는지 강유리는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지만 그렇다고 쑥스럽지는 않았다.하지만 오늘 밤은 서로가 다 정신이 멀쩡한 상태였다.23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이성과 같은 침대에서 멀쩡한 정신으로 같이 누워 있는 상황. 게다가 아까 그런 도발적인 말까지 했으니….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렸다.두근.두근.고요한 밤이라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하지만 그렇게 바짝 긴장한 상태로 한참을 기다려도 옆자리에 누운 남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쳇, 남자는 다 사기꾼이라더니! 오늘 했던 말은 다 거짓말이었어?’그녀는 자기만 기대했다는 생각에 조금 화가 났다.쑥스러움과 긴장감에서 분노와 실망으로 바뀐 강유리는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제야 옆에 있던 남자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육시준이 그녀를 향해 돌아눕자 탄탄한 가슴에 얼굴이 닿았다.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그제야 강유리는 짜증스럽게 고개를 들며 물었다.“왜?”졸다가 이제야 옆에 여자가 있다는 걸 알아챈 건가?남자의 차가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처음에는 가벼운 뽀뽀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돌변하더니 거친 키스가 이어졌다.강유리는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졌다.여자의 작은 손은 저도 모르게 남자의 가슴으로 가 있었다.뜨거운 온도가 손끝에서 느껴졌다.“너….”“우리 어젯밤 아무 일도 없었어. 하지만 오늘은 좀 다르지.”육시준은 양팔로 그녀의 옆자리를 짚고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뜨거운 불이 치솟고 있었다.축 가라앉은 중저음 톤의 목소리에서 뜨거운 욕망이 느껴졌다.강유리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들었다.
“저긴 LK그룹 소유잖아. 다 아는 사실인데 정말 몰랐어?”육시준은 뭔가 알아내려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는 그녀가 지금도 자신의 신분을 모른다는 걸 믿지 않았다.3년 전에 그가 귀국했을 때, 그녀 역시 비슷한 시간에 귀국했기에 소문을 못 들었다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육경서가 유강으로 갔고 어젯밤 일도 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못 느꼈을까? 아니면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걸까?강유리는 눈을 깜빡이며 그에게 물었다.“그 남자만 좋아한다는 갑부?”육시준은 당황한 표정을 금할 수 없었다.“아쉽네!”그 갑부의 손에서 건물을 빼앗아 온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였다.강유리는 망원경을 내려놓고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침실로 갔다. 마치 오랜 기대가 무너진 것처럼 쓸쓸하고 처량한 뒷모습이었다.육시준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 있었다.왜 그에 대한 그녀의 평가는 남자를 좋아하거나 그 방면에 문제가 있다는 게 전부인 걸까?강유리는 다시 침실로 돌아가서 잠을 청했다. 그렇게 단잠을 자던 그녀는 전화 벨소리에 잠에서 깼다.수화기 너머로 성홍주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너 대신 기소 포기 각서 썼어. 천강이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고 했으니까 경찰서에 있었던 일도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아.”“자경원 아파트는 네 엄마 거니까 양도하기 싫은 거 이해해. 하지만 신영이랑 천강이 곧 결혼하는데 신혼집을 군림 별장에 구매하기로 했거든? 돈이 좀 부족하니 결혼선물이라고 생각하고 120억 입금해.”“네 남편 육가 놈이라며? 그러면 돈도 많을 텐데 그 정도 돈은 줄 수 있겠지?”사실 마지막 말이 성홍주의 목적이었다.경찰서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들은 그는 크게 분노하며 인맥을 총동원했지만 경찰서에서는 사람을 풀어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보호자 신분으로 출석해서 강유리 대신 합의하고 겨우 임천강을 경찰서에서 데리고 나왔다.그런데 임천강이 한 말이 충격이었다.한국 재계 순위 1위, LK그룹 대표가 강유리의 남편이라
그는 다급히 다가가서 그녀를 위로했다.“신영아, 미안해. 어젯밤 그 말은 진심이 아니었어! 오해하지 마.”성신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때는 어떻게든 육경서와 계약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어. 그게 아니었으면 그런 성격파탄자를 내가 왜 만나!”그는 그녀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성신영은 얼굴을 그의 품에 파묻고 서럽게 울었다.사실 어젯밤 이성을 되찾은 뒤에는 그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임천강은 사실 강유리가 곧 유강 엔터를 되살릴 수도 있다고 암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질투에 이성을 잃은 그녀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고 그 말이 그냥 듣기 싫었다.강유리는 화려한 이목구비를 소유하고 있었다.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런 미모였다. 그리고 능력도 좋아서 유강 엔터를 맡게 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사람들은 모두가 그녀를 칭찬했다.성신영은 질투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신분부터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되는 그녀를 질투했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를 질투했으며 남자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그녀의 매력을 질투했다.“사실 처음부터 언니가 나보다 낫다고 생각한 거 아니야?”그녀가 훌쩍이며 물었다.“그럴 리 가! 넌 강유리보다 착하고 온순하잖아. 난 네가 대단한 사람이기를 바라지 않아. 내가 어차피 너 지켜줄 테니까.”임천강은 그녀가 울기만 하자 가슴이 아파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속 위로했다.“여자가 아무리 대단해도 어차피 우리 결혼식을 준비해 줘야 할 입장이잖아. 장인어른이 그러셨어. 그 여자한테 결혼 선물로 큰 거 하나 받겠다고. 우린 성대한 결혼식을 치르게 될 거고 모두가 우릴 부러워할 거야.”성신영이 원했던 말이었다.그녀는 이내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심정을 추스르고 이렇게 물었다.“하지만 언니한테 그렇게 큰 돈이 있을까?”임천강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사실 그녀가 돈이 없다고 하면 차라리 편할 것 같았다.그렇다는 건 어젯밤 변호사가 사람을 잘못 봤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다.그가
120억을 결혼선물로 내놓으라니.정말 강도가 따로 없었다.그리고 새신랑과 같이 밥 먹으러 오라니….강유리는 호박죽을 숟가락으로 저으며 생각에 잠겼다.그녀를 아무리 쥐어짜도 돈이 나오지 않으니 주의를 그녀의 남편에게 돌린 것 같았다.떠오르는 스타 성신영과 대영그룹 막내아들이 약혼한 다는 소식은 조용히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었다.연예계도 떠들썩했다.성신영은 예쁜 외모에 훌륭한 배경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데 약혼자가 재력가 집안이라니 더욱 주목을 끌었다.그것에 비하면 강유리가 거의 무너져 가는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소식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다.토요일 저녁.성홍주는 본가에 친척과 지인들을 초대했다.강유리는 집에서 여유롭게 화장을 하고 있었다.성홍주의 비서가 사전에 연락해서 약속 시간을 꼭 지켜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강유리는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고 눈을 가늘게 뜨고 아이라인을 그리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어차피 갈 생각이면 지각은 하지 말자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물론 결혼 선물도 준비했다.화장을 마치고 나오자 소파에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다.“왜 벌써 왔어?”최근 같이 생활하면서 그녀는 육시준의 출퇴근 시간을 대략 파악하게 되었다.그는 아침 아홉 시에 나가서 저녁 여섯 시에 집에 돌아온다.늦게 돌아올 때는 있지만 일찍 들어올 때는 없었다.그런데 오늘은 퇴근 시간 전에 집에 돌아왔다.육시준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몸매를 강조한 검은색 이브닝 드레스에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 작고 청초한 얼굴. 동작 하나하나가 우아하고 매혹적이었다.“같이 본가에 가야지.”남자가 담담한 목소리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강유리는 그제야 그가 정장을 입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늠름하고 준수한 모습이었다.“같이 가려고?”강유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연한 거 아니야? 원래 나랑 같이 가려던 거 아니었어?”“그럴 것까지는 없는데?”그녀는 어차피 약혼식 깽판 부리러 가는데 짐짝은 필요 없었다.하지만 아무런 거리낌도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