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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3화

신하균은 몇 초 망설이더니 말했다.

“일요일 오후에는 제가 일이 좀 있어서 늦게 도착할 거예요. 그러니 먼저 가세요.”

“...”

사실 이번 모임에서는 회식을 명분으로 일 얘기를 할 계획이다. 그래서 릴리는 그를 데리고 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굳이 가겠다고 해서 릴리는 승낙했다.

그리고 그를 계획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시간이 임박했는데 또 일이 생겼다고?

릴리는 괜히 마음이 서운했다.

다음 날 스케줄이 어떻게 되냐고 수없이 물었지만 자기 일이 바빠서 한 번도 데이트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괜찮아요. 굳이 안 가도 돼요.”

릴리는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신하균은 알아듣지 못한 채 자신의 생각에 잠겨 말했다.

“이렇게 중요한 날에 저도 당연히 가야죠. 꼭 갈 테니 안심하세요.”

“???”

별로 중요한 날은 아니다.

‘굳이 안 와도 되는데...’

...

일요일 휴일날 릴리는 정오까지 잠을 잤다.

일어나서 브런치를 시켜 먹고 나서는 화장하고 옷을 고르며 저녁 회식 자리를 준비했다.

릴리는 김씨 집안과 연락이 없다.

그런데 신주리는 있다.

그러니 신주리의 이름으로 김씨 집안의 작은 아가씨들과 다른 재벌 2세들도 불렀다.

모두들 오랜만에 모이는 것이다.

하지만 명단에 릴리가 있는지라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화장을 다 하고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릴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 전화를 받았다.

“재촉하지 마세요.”

릴리는 신주리의 소식이라 짐작하고 재촉 말라고 했다.

과거 모임에서 릴리는 지각 전과가 많다.

하지만 오늘은 릴리가 가장 적극적이어서 절대 늦지 않을 것이다.

잠시 후 전화기 너머로 예의 바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릴리 양, 시간 될 때 만날 수 있을까?”

“... 고 부인?”

릴리는 목소리를 듣고 무의식적으로 말하고는 얼른 호칭을 바꿨다.

“아, 죄송합니다. 이제는 아니시구나, 심 여사님.”

고 부인이라는 호칭은 그동안의 습관 때문에 다른 뜻 없이 불쑥 내뱉은 말이다.

저쪽에서도 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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