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는 그녀의 큰 배를 보고 화를 낼 수 없었다.그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그럼 이제 임신했으니까 그런 걸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이를 악물고 말하는 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순간 멈칫하더니 정신을 차렸다.그녀의 얼굴에서 흥분은 금방 사라졌다.그러고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녀가 그런 음식을 먹은 건 모두 누구의 탓일까?배준우는 말이 없는 고은영을 흘겨보며 코웃음을 쳤다.“왜? 이제야 잘못을 알겠어?”“배불러요. 더 안 먹을 거예요.”고은영은 그의 말에 대답도 하기 귀찮은 듯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아예 대답도 하지 않는 고은영 때문에 놀란 것은 배준우뿐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린완리조트에서 최고 발언권을 가진 사람은 배준우였다.아무리 고은영이 사모님의 신분으로 이곳에 있다고 해도 반드시 배준우의 말을 들어야 한다.그런데 지금 그녀는 무슨 뜻일까? 설마 배준우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건가?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고은영은 몸을 일으키며 배준우에게 말했다“아이는 절대로 준우 씨한테 안 줄 거예요.”“뭐라고?”그녀가 아이에 대해 얘기하자 배준우의 얼굴은 다시 어두워졌다.‘무슨 뜻이지?’배준우는 어리둥절했다.고은영은 돈의 족쇄에서 풀려나서 그런지 이제 배준우를 마주해도 더 이상 이전처럼 순종적이지 않았다.배준우의 살짝 차가운 눈빛에도 그녀는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아이는 당신한테 주지 않겠다고요.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죠?”“아이를 나한테 안 주겠다고? 그래서?”“그래서 지금 준우 씨한테 통보하는 거잖아요.”그래서라니? 그녀가 미친 여자도 아니고 이 말은 당연히 진심이었다.배준우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고은영은 그런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혼자 먹어요. 난 먼저 가 볼 테니까.”그렇게 말하고는 진짜 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이번에 배준우는 정말 깜짝 놀랐다.방금 그녀는 그와 대화할 마음도 있었고 그와 함께 집 안에 들어왔다.
고은영이 큰 배를 내밀고서는 곧 떠날 것 같은 모습을 보이자 혜나의 얼굴이 불안감으로 가득 찼다.특히 다이닝룸에서 배준우의 분노가 계단까지 흘러나오는 것 같은 오싹함이 들었다.그녀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모님 먼저 이러지 마세요. 이러다 대표님이 정말 화내실 거예요.”배준우가 화를 낼 것이라는 혜나의 한마디에 고은영은 바로 짜증을 냈다.“화내고 싶으면 내라고 해. 흥.”‘화를 내? 화내고 싶으면 얼마든지 내라고 해.’이번에 도망쳐서 이미 살길을 찾아놓은 고은영은 보기 드물게 배짱을 부렸다. 그녀도 한번 배짱을 부리니 평범한 배짱이 아니었다.라 집사는 배준우가 어두운 얼굴로 식탁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초조하게 앞으로 다가갔다.“대표님, 가서 사모님을 달래시지 않으세요?”“만약 고은영이 그런 여자들처럼 밀당하는 수작을 부리려는 거라면 난 가서 달래지 않을 거야.”라 집사는 할 말을 잃었다.사모님은 이번에는 전보다 훨씬 용기 있는 모습으로 돌아오셨다.‘설마 정말 밖에서 사람들에게 몇 가지 요령을 배우고 돌아오신 걸까? 전에 사모님의 성격이라면 이런 일을 벌이시는 건 불가능한데.’그러나 라 집사는 태산처럼 굳게 앉아 있는 배준우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잊으셨어요? 지금 사모님 임신하셨잖아요? 아무리 사모님이 밀당하신다고 해도 대표님이 가서 달래 주지 않으시면 사모님이 화를 내시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배준우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일반적으로 미숙아는 태어나면 키우기 어려워요.”라 집사는 고민하다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앞에 말은 별로 효과가 없었지만 뒤에 덧붙인 말에 앉아 있던 배준우는 바로 몸을 일으켰다.배준우는 신속하게 고은영을 따라나섰다. 혜나가 고은영을 차에 타라고 했지만 그녀는 화를 내며 바로 대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이 여자가 정말. 사람이 이 정도로 잡으면 그만 돌아와야지. 진짜 떠나려고 해?’이번에 나가서 육명호에게 나쁜 것을 많은 배운 것 같았다.배준우는 마음속으로 육명호에게 복
배준우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품에 안고 말했다.“착하지. 그만 울어 응?”배준우는 이 순간 그녀가 너무 많이 울어 탈진할까 봐 정말 걱정되었다.예전에 그녀는 애교가 많은 연약한 여자였다.그의 차가운 눈빛 한 번에도 그녀는 깜짝 놀라며 바로 눈물을 흘렸었다.하지만 지금은 배준우가 달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달래줬는데도 더 심하게 울었다.계속 울더니 결국 마지막에는 딸꾹질까지 했다.“딸꾹. 흑. 딸꾹.”그녀가 이 정도로 우는 모습을 보니 배준우는 감히 그녀가 밀당한다고 혼낼 수도 없었다.'밀당한다고 해도 내가 뭘 어쩌겠어? 사람이 이 정도로 우는데 달래줄 수밖에.'“내가 잘못했어. 다 내 잘못이야.”라 집사는 이미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을 보고 다급하게 우산을 들고나왔다.그런데 배준우가 자기의 잘못을 저렇게 저 자세로 인정하는 것을 들으니 너무 충격을 받아 감히 더 이상 다가갈 수가 없었다.지금 눈앞에 있는 배준우는 방금 다이닝룸에서처럼 고집스럽게 말하지 않았고 완전히 아내 바보가 따로 없었다.아마 지금 고은영이 수작을 부렸다고 인정해도 그는 완전히 받아줄 수 있을 것이다.“더 울면 안 돼. 착하지.”“울 거야. 이 나쁜 놈아.”고은영은 불만스럽게 흐느끼며 말했다.작은 입술로 욕을 내뱉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녀는 너무 억울해서 배준우에게 자신의 억눌렸던 감정을 모두 쏟아냈다.라 집사는 이 우산을 차마 건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두 사람은 라 집사가 그들의 뒤에 다녀갔는지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배준우는 울어서 퉁퉁 부은 고은영의 얼굴을 보며 엄지로 그녀의 눈물을 살살 닦아주었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말했다.“더 울면 이따가 아플 수도 있어. 그러니까 말 들어.”그의 말투는 더욱 부드러워졌다.심지어 배준우는 지금 이 순간 완전히 해탈했다. 그녀가 며칠 동안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기 어려우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사람이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그걸로 만족했다.그녀가
“안 들어갈 거예요.”고은영은 화를 내며 말했다.그가 들어가자고 하면 들어가야 하나? 왜 그가 말하는 대로 해야 하지? 그녀는 지금 배준우가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배준우는 고은영이 자기에게 말대꾸하는 걸 보고 그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떨려왔다.빗줄기는 점점 더 커졌다.배준우는 재킷을 벗어 바로 고은영의 작은 머리 위에 씌워줬다.그는 고은영이 투정을 부리든 말든 바로 그녀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아침 식사도 아까 절반밖에 먹지 못했지만 지금 고은영의 상태를 봐서는 더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다.그는 바로 고은영을 안고 침실로 향했다. 하지만 침실 입구에서 고은영은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며 버텼다.“이거 놔요. 나 안 들어갈 거예요.”“너...”‘정말 이렇게 고집을 부릴 건가? 한 번 떠났다고 다시 안 돌아오겠다는 거야?’배준우는 고은영의 성격이 이렇게 고집스러워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안 들어갈 거라고요. 우리 이혼했잖아요. 이제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요.”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한마디에 배준우의 얼굴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졌다.그는 강압적인 말투로 말했다.“이젠 나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고 싶은 거야?”전에 그와 함께 있을 때는 항상 그를 두려워하던 고은영이 이제는 한 번 그릇이 깨졌다고 그와 완전히 끝내고 싶은 걸까?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배준우의 아우라는 다시 차가워졌다.예전의 고은영이라면 배준우의 위협적인 말투를 듣고 겁에 질려 몸을 덜덜 떨었겠지만 오늘 그녀는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배준우의 고압적인 말투에도 그녀는 용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난 이제 준우 씨 필요 없어요.”이렇게 전전긍긍하며 살아갈 수는 없었다.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고 있다면 차라리 던져버리는 것이 그녀에게는 좋은 선택일 수도 있었다.배준우는 어느 날엔가 자신이 뜨거운 감자보다 더 못한 신세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네가 감히.”그제야 배준우도 화를 내며 이를 악물고 고은영을 바라보았다.원래부터 화가 풀리
하지만 지금 후회해 봤자 소용없었다.“그래그래. 필요 없어. 근데 네가 지금 많이 화가 났더라도 이제부터 10분만 내 말을 들어줘.”“안 들어요.”“꼭 들어.”배준우는 강한 말투로 말했다.그는 오늘 이 일에 관해 설명하지 않으면 고은영이 분명 또 도망칠 거라고 확신했다.그 누가 전에는 연약하기만 하고 성질은 하나도 없어 보이던 계집애 앞에 이제는 모두가 가장 두려워하는 차가운 제왕이 고귀한 고개를 숙이고서는 그녀를 달래줄 것이라고 상상했을까?고은영은 입술을 삐쭉이며 눈물이 가득한 두 눈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입을 열어 설명하려던 배준우는 순간 본능적으로 고은영을 품에 안았다.“착하지. 울지 마.”이때 배준우는 더 이상 고은영을 어떤 억울한 일도 당하지 않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물론 방금 했던 말들은 모두 고은영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였지만 지금 그는 마음속으로 아까 자기가 고개를 숙였다는 것을 인정했다.배준우는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모두 말했다.특히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그는 오진으로 간암을 확정받은 것 때문에 그녀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말한 뒤 결국 장선명의 이름까지 끄집어내서 처참하게 욕을 퍼부었다.“모두 장선명 때문이야. 호텔이나 하던 놈이 갑자기 병원에 투자를 해서는. 믿을 수가 있어야지.”이건 사실이었다.장선명이 관리하는 사업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클럽이었다.그런 클럽의 왕이 강성에서 큰 병원 중 하나에 투자했다.그 병원은 평판이 항상 좋았다. 많은 사람이 그 명성 때문에 병원에 오고 싶어 했고 심지어 해외에서 비행기를 타고 병을 보이러 오는 사람까지 있었다.하지만 이번에 배준우의 검사 결과에서 이런 실수를 저질렀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고은영은 흐느끼며 배준우가 암 진단을 받았다는 말을 듣더니 또 눈물을 참지 못했다.“암에 걸렸어요? 근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요? 우.”“암에 안 걸렸어. 오진이었다고. 내 말을 잘못 이해한 거야?”그녀는 지금 너무 감정
이런 시점에서 사실 고은영은 배준우가 어떤 말을 해도 믿었다.그녀는 전에 배준우가 이미월을 대하는 태도를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동시에 또 새로운 문제가 다가오고 있었다.“선생님이 준우 씨가 새로 약혼했다던데 누구하고 한 거예요?”‘이미월이 아니라면 그럼 진유경이겠지?’그 말에 배준우는 깜짝 놀랐다.“내가 언제 약혼했어?”“그건 준우 씨가 알겠죠.”배준우는 할 말을 잃었다.‘잠깐 은영이하고 정설호가 연락을 했다고?”“선생님이 너한테 내가 약혼했다고 말한 거야?”“네.”“너 지금 정 선생님께 전화해.”이제는 배준우의 기분이 나빠질 차례였다.‘정설호에게 연락했더니 자기도 모른다고 했었는데. 그럼 그 뒤에 은영이와 연락이 닿은 건가?’하지만 고은영이 밖에서 처음으로 전화한 가장 가까운 사람이 그도 아니고 그녀의 언니도 아닌 정설호라는 사실에 배준우는 매우 불편함을 느꼈다.그리고 정설호의 말은 또 무슨 뜻일까? 배준우의 진심으로는 그를 설득할 수 없다는 뜻일까?고은영은 배준우의 차가워진 말투를 듣고 바로 얼굴을 찌푸렸다.“내가 누구하고 전화하든 그건 내 자유에요. 근데 준우 씨는.”“나 약혼 안 했어.”‘준우 씨가 약혼을 안 했다고?’배준우는 고은영이 사라진 뒤로 그녀를 찾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약혼할 여유가 있었을까?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화가 난 모습이 역력한 그녀의 모습에 배준우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나 진짜 약혼 안 했어.”‘하늘에 맹세까지 했는데 아직도 날 믿지 않는 거야?”그는 두 손으로 고은영의 어깨를 잡더니 자기 쪽을 향해 돌렸다.“정말 아니야. 나 못 믿어? 응?”지금 이 순간 배준우의 말투는 부드럽기가 거의 비단결 같았다.고은영이 말했다.“약혼했든 안 했든 나하고는 상관없어요.”그래도 고은영은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화가 난 것은 전에 화가 난 이유와 완전히 달랐다.당시 고은영의 할머니도 건강이 많
“어젯밤에 내가 찾아갔을 때는 아무 말도 없더니 비서님 생각에는 이제 와서 내가 저 인간하고 할 말이 있을 것 같아요?”‘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해도 되고 다른 사람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거야?”왕여는 안지영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조롱에 조금 어색하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사실 나태웅이 동지운의 손에서 지분을 사들일 때 왕여는 반대했었다.나태웅이 지분을 사들여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이든 반드시 안지영의 심기를 건드릴 것이 분명했다.‘이건 지금 잠자는 암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것처럼 너무 무서운데?’“나태웅한테 그 고고한 자태부터 내려놓으라고 하세요. 모든 걸 자기 손안에 장악하고서는 다른 사람이 모두 자기를 무서워할 거라는 생각 같은 건 제발 버리라고 좀 전해주세요.”안지영은 말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왕여는 그녀의 차가운 태도에서 이미 나태웅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그녀의 마음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왕여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순간 등골에 식은땀이 나서 얼른 앞으로 쫓아갔다.“안 대표님. 동지운의 손에 있던 지분은 대표님에게 큰 영향이 있을 겁니다. 이렇게 나 대표님을 화나게 하면 안 대표님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거예요.”방금 나태웅은 왕여에게 불호령을 내렸었다.그가 안지영을 차에 태우지 못하면 연말 보너스를 절반 깎겠다고 했다.왕여의 말은 일리가 있었지만 안지영은 그를 흘겨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엘리베이터에 탔다.왕여는 자기가 언변을 발휘하기도 전에 엘리베이터의 문은 닫히고 위로 올라가는 숫자를 보며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그의 등줄기에 나는 식은땀도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숫자만큼 더 많이 흘렀다.나태웅은 차 안에 있었지만 오만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는 안지영의 모습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결국 왕여는 혼자 터덜터덜 차로 돌아왔다.“대표님, 안지영 아가씨께서 화가 많이 났습니다.”고민하던 왕여는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나태웅이 토를 달지 못할
“잠들었어요.”배준우는 그렇게 한마디를 툭 던지고서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핸드폰에서 들려오는 ‘뚜뚜’ 소리에 안지영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서는 배준우를 정말 재수가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이놈이 자기 와이프가 가출한 며칠 동안 다 내 돈으로 먹고살았는데 너무 예의가 없는 거 아니야?”“역시 이래서 그 새끼랑 친구구나?”안지영이 욕하는 사람은 당연히 나태웅이었다.하지만 이내 장선명과 배준우도 친구인 것이 떠올라 함부로 욕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지금 배준우의 태도는 무슨 뜻이지? 앞으로 나한테 은영이을 만나지 말라는 건가? 은영이와 내 우정이 어떤 우정인데? 우리는 절대 깨지지 않는 우정이라고. 배준우가 만나지 말라고 하면 만나지 않을 줄 알아? 3일 안에 은영이가 분명 날 찾아올 거야.’안지영은 배준우가 정말 인간관계를 잘 처리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은영과 안지영이 가장 친한 친구 사이이니 그를 도와 안지영이 고은영에게 한마디만 해주면 그도 평생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중재자가 있는데도 배준우는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안지영을 화나게 만드는 걸 보면 그는 정말 고은영과 평생 싸우고 싶은 것이 아닐까?‘오늘은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니.’한편 차 안에 있는 나태웅의 안색은 이미 심각하게 어두워 보였다.그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드리더니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어젯밤에 안지영이 밤새도록 그랜드 마운틴에 있었다고 했지?”앞에서 차를 운전하던 왕여는 나태웅의 위험한 말투를 듣고 핸들을 잡은 손을 끊임없이 떨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그 말이 떨어지자 차 안의 공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어젯밤 서향 별장을 떠난 뒤에 바로 장선명이 있는 그랜드 마운틴으로 가서 밤새도록 있었다고? 안지영은 정말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걸 좋아하는 거야?’나태웅은 생각할수록 너무 화가 나서 결국 핸드폰을 들어 안지영에게 문자를 보냈다.문자 내용은 길지 않았지만 안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