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명호는 전화를 끊고서는 바로 몸을 돌렸다.그러나 두 걸음을 떼자마자 다시 전화가 울렸다. 그는 배준우가 믿지 못해 다시 전화를 한 줄 알았다.하지만 핸드폰을 확인하니 그의 비서가 건 전화였다. 그는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어, 김 비서.”“대표님, 배 대표님의 비서 진청아 씨가 저에게 전화해서 오늘 저녁 대표님의 일정을 물었습니다.”육명호는 배준우의 의심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방금 배준우가 그에게 한 전화는 그저 기다릴 수가 없어 그를 시험해 보려고 한 전화일 뿐이었다.육명호가 아무리 전화로 부인해도 배준우는 절대로 믿지 않을 것이다.“뭐라고 말했는데?”“진청아 그 여자는 쉽게 넘어갈 스타일이 나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들은 대표님을 타깃으로 찾고 있을 겁니다.”육명호는 그들이 이미 어젯밤 자기가 공항에 갔었던 일을 알고 있고 그가 여행 일정을 삭제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만약 그가 여행 일정을 지우지 않았다면 딱히 문제 삼을 곳이 없었지만 여행 일정을 지웠다. 이건...!그래서 배인호가 직접 그에게 전화한 것이었다. 그들은 이미 확정하고 있을까?육명호는 머리가 아픈 듯 미간을 문질렀다. 어젯밤 급한 마음에 한 결정이 오히려 배준우의 의심을 샀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어디야?”“지금 옛날 거리로 가는 중입니다.”“지금 당장 나와 고은영 씨가 M국으로 갈 수 있게 준비해. 지금 당장.”배준우가 그들이 있는 곳을 발견하면 강성에서 여기까지 비행기로 두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그전에 그들은 반드시 떠나야 한다.김진은 육명호가 고은영을 데려가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다급하게 물었다.“대표님, 이건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은데요?”지금 고은영은 배속에 배준우의 아이를 임심했다.그날 강성에서 그녀를 데리고 온 것도 이미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었다.이제 고은영을 해외로 데려가면 또 수도 없이 많은 거짓말을 해야 할 것이다.한 여자를 위해 배준우와 완전히 적이 되면 그들은 정말
‘왜 배준우는 나를 놓아주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자기 입으로 직접 말했잖아.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그런데 왜 꼭 아이를 빼앗으려고 하는 걸까?’‘설마 배준우는 아이를 데리고 재혼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하는 걸까?’생각하면 할수록 고은영은 너무 억울했다.그녀는 빨개진 눈으로 육명호를 바라보았다.“그래서 뭐라고 했어요?”“당연히 너하고 같이 안 있다고 말했지. 하지만 배준우는 금방 여기를 찾아낼 거야. 너도 알지?”이건 고은영을 겁먹게 하려는 말이었다.배준우는 고은영이 육명호와 함께 있다는 걸 의심하기 시작했으니 반드시 그의 부하들에게 육명호의 행방을 조사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아주 쉽게 육명호가 만하고성에 있다는 걸 알아낼 것이고 아주 빠른 속도로 이곳으로 찾아올 것이다.고은영은 배준우가 자기를 찾아내 아이를 빼앗기게 될지 두려워 온몸이 떨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그녀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아무런 가족도 남아 있지 않았다.배준우는 대가족이면서 왜 굳이 그녀에게서 아이를 빼앗으려는 걸까??생각하면 할수록 더 마음이 괴로웠다.그녀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지금 바로 이곳을 떠나야겠어요.”이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 내릴 할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육명호는 떠나겠다는 그녀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배준우가 일단 우리가 만하고성에 있다는 걸 찾아내면 너도 아주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지금 어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그럼 나 어떻게 해요?”고은영의 목소리는 순간 갈라졌다.그녀도 배준우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일단 그가 아이를 빼앗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빼앗기고 말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느낌이 점점 더 뚜렷해졌다.아이를 지킬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육명호는 혼란스러워하는 고은영을 바라보며 마음이 조금 아팠다.그는 마음속으로 배준우가 정말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다.‘돈이면 다 되
그러나 고은영처럼 자기 자신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익숙한 여자일 경우 반드시 그의 목적을 의심할 것이다.이런 생각을 하며 육명호는 이마를 문질렀다.“날 그냥 좋은 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해 줄 수는 없어요?”“안 돼요.”고은영은 아주 진지하게 그 세 글자를 뱉어냈다.당시 협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런 방법을 쓴 걸 보면 이 남자가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은영의 진지한 대답에 육명호는 입꼬리가 떨려왔다.“왜 안 되는데?”“육명호 씨는 착한 사람이 아니잖아요?”고은영은 흥하며 말했다.이에 육명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그는 인정할 수 없는 듯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내가 왜 좋은 사람이 아닌데?”“전에 준우 씨하고 협력을 논의할 때도 정직한 방법을 쓰지 않았잖아요. 그건 좋은 사람들은 쓸 수 없는 방법이에요.”“네가 뭘 알아? 이 꼬마야.”비즈니스를 하며 정직한 방법으로만 일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여자로 해결하면 되고 여자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그 여자가 예쁘지 않다는 것을 설명했다.어차피 육명호의 눈에 남자는 모두 한통속이었다.육명호는 아직도 배준우 앞에서 계산을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에 자기가 보낸 여자가 충분히 예쁘지 않아 일이 틀어졌다고 생각했다.직설적으로 말해 그 여자가 배준우의 스타일이 아니었던 거다.육명호는 고은영이 자기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에 기분이 안 좋았지만 그녀의 순수한 눈을 마주한 순간 그는 그냥 져줄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은영 씨는 배준우 옆에서 하나도 제대로 배운 게 없네요.”‘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어디 있어?’‘이 여자가 좋은 사람이 뭔지 알기나 해? 이 세상에 진짜 좋은 사람이 어디에 있어?’고은영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배 대표님은 육명호 씨와는 달라요.”육명호는 말문이 막혔다.‘이건 무슨 뜻이지? 어디가 다르다는 거야? 나보다 2킬로 정도 뚱뚱해 보이는 걸 말하는 건가?’그
육명호라는 단서 덕분에 고은영을 찾고 있던 사람들은 더욱 다급하게 찾기 시작했다.그들은 모두 고은영이 육명호가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은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전에 고은영의 카드 사용을 주시하고 있던 사람들은 이제는 육명호가 어디서 소비했는지 기록을 확인하고 있었다.장선명은 동영 그룹으로 가고 있었다.안지영은 여전히 장선명과 통화하고 있었다.“배준우한테 내가 고은영 그 바보한테 돈을 줬다는 사실은 말하면 안 돼요. 꼭이에요.”이제야 안지영은 자기가 무의식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배준우가 고은영을 계속 찾지 못하면 그는 반드시 안지영의 카드 내역을 조사할 것이다.만약 배준우가 고은영이 계속 안지영의 돈을 써서 그가 고은영을 찾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는 안지영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장선명은 흥하며 코웃음을 쳤다.“이제야 무서운 걸 안 거야?”“무섭죠 당연히 무서워요.”그동안 안지영은 하늘 그룹을 이어받은 뒤로 아버지가 그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깨다게 되었다.다행히 지난번에는 발 빠르게 제때 장선명을 찾아갔기에 살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버지가 수십 년을 피땀 흘려 만든 하늘 그룹은 배준우의 복수로 인해 큰일이 났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그룹은 그녀가 이어받았으니 절대로 큰일이 터지면 안 된다.장선명이 말했다.“그럼 말해 봐. 이번에는 나한테 어떻게 애원할 건지?”“네?”애원??애원이라는 말에 안지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지금 우리 사이에 애원할 필요까지 있어요?”“우리가 무슨 사이인데?”장선명은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 그의 무심한 말속에는 장난기가 명백하게 담겨 있었다.긴장하고 있던 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서는 참지 못하고 입술을 삐쭉거렸다.운전하고 있던 장선명은 안지영이 대답이 없자 더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어?”그는 말꼬리를 길게 끌어올렸다. 마치 안지영이 대답을 들을 때까지 그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물론 배준우도 육명호에 대해 얘기하고서는 전화를 끊었다.장선명을 보는 배준우의 눈빛은 여전히 침울했다.장선명이 물었다.“왜 육명호를 찾아? 뭘 했는데?”“육명호가 은영이를 데려갔어.”장선명은 할 말을 잃었다.‘육명호가 어떻게 고은영을 데려갔지?’‘그건 불가능해...’‘강성에서 가장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이 배준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육명호가 지금 협력이 무산됐다고 이런 짓을 벌이는 거야?’“그게 가능해? 육명호도 육씨 그룹의 대표야. 이렇게 생각 없이 일을 벌이지는 않았겠지.”비록 육명호는 오만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것 같았지만 그래도 육명호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다들 그를 똑똑한 사람이라고 얘기했다.고은영을 데려가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육명호가 모를 수가 없었다.배준우는 어두운 눈빛으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왜 육명호가 아닌데? 그동안 바보 같은 은영이는 카드를 쓰지도 않았어.”“은영이는 그때 급하게 떠나면서 그렇게 많은 현금을 갖고 가지도 못했을 텐데. 육명호가 아니었다면 그동안 은영이가 어떻게 살았겠어?”‘그래서 지금 배준우는 고은영이 그동안 육명호의 돈을 썼다고 생각하는 거야?’‘만약 육명호와 고은영을 찾게 되면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장선명은 입꼬리가 떨려왔다.‘이건 오해야, 정말 큰 오해...’장선명은 무의식적으로 배준우에게 물었다.“그럼 은영 씨하고 육요한 씨 찾으면 어떻게 할 거야?”“네 생각에는 내가 어떻게 할 것 같은데?”그 한마디가 정말 위험하게 들려왔다.장선명은 마음속으로 이젠 정말 끝장이라고 생각했다.이제 어찌 되었든 고은영과 육명호는 잡히면 둘 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배준우의 위험한 눈빛에 장선명은 고은영이 누구의 돈을 썼다는 걸 말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아니면 그냥 육명호가 누명을 쓰도록 내버려둘까?’하지만 육명호가 그런 누명을 쓰면 고은영도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장선명은 또 머뭇거리며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왜 그
이 말이 나오자마자 사무실 전체에 정적이 흘렀다.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 외에 바늘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릴 것만 같았다.장선명처럼 감당하는 능력이 약하지 않은 사람도 배준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에 숨이 턱 막혔다.비록 좋은 소식이었지만 배준우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한참이 지난 뒤 장선명이 안지영을 위해 해명을 하려는데 배준우가 화를 꾹꾹 참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안지영?”또 안지영이다.남성에서도 안지영이 고은영을 도와줘 두 사람 사이에 많은 장애물과 어려움을 안겨주었다.이번에 고은영이 도망쳤으니 안지영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이 순간 배준우는 안지영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장선명은 이를 악물고 있는 배준우의 모습에 그가 안지영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장선명은 다급하게 해명했다.“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뭐?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그 말에 배준우는 더 듣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그동안 모두 고은영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안지영이 모를 수가 없었다.다들 다급하게 찾고 있는데 그녀가 일부러 숨긴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장선명이 말했다.“두 사람이 얼마나 친한 사이인 지 너도 알지? 네가 은영 씨 임신 중일 때 이혼하자고 해서 지영이는 아무 생각도 없이 도와준 거야.”맞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응원하고 도운 것이었다.고은영이 자기의 카드로 결제하는 걸 봤을 때 안지영은 무의식적으로 카드에 몇천만 원을 넣어주었다.이런 건 일반적인 친구 사이에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지금 나한테 왜 이혼 얘기를 꺼내? 그렇게 생각이 없어?”분노는 순식간에 장선명에게 향했다.장선명도 너무나 억울했다.분명 병원에 무능한 의사들이 벌여 놓은 일인데 지금 배준우는 모든 책임을 장선명에게 물었다.장선명이 계속 변명하기 전에 배준우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그래서 사람은 어디 있어?”일단 고은영을 찾아낸 다음에 두 사람
진재한은 고은영이 사라진 이후로 계속 본사에서 살면서 배준우가 명령을 내리면 바로 그녀를 찾을 수 있게 대기하고 있었다.“알겠습니다.”진청아는 정중하면서도 다급하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자 사무실의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다.장선명이 말했다.“너 하늘 그룹은 더 이상 함부로 흔들지 마.”이곳에 오기 전에 안지영은 울면서 장선명에게 애원했다. 장선명도 안지영이 너무 생각 없이 행동했다고 생각되었지만 안지영과 고은영의 사이가 좋았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배준우는 바로 그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장선명은 그에게 말했다.“지영이가 아니었으면 네 와이프하고 아들 지금쯤 밖에서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었ㅇ들 거야.”고은영은 자기 카드도 함부로 쓸 수가 없었고 현금도 많이 갖고 있지 않았다.이에 안지영은 의심의 여지도 없이 고은영이 밖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배준우는 차가운 비웃음을 날렸다.“이번에 안지영을 내버려두면 또 다음이 있겠지. 하늘 그룹은 파산할 준비 하라고 해.”장선명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넌 사람을 아직 찾아오지도 못했는데 이미 다음번에 또 은영 씨를 놀라게 해서 도망치게 할 생각부터 하는 거야?”“그럼 그때 가서는 지영이 탓하지 말고 너 자신을 탓해.”사람을 아직 데려오지도 못했으니 마음속으로 다음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다짐해야 하는 거 아닌가?그런데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말하다니.배준우는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혔다.장선명이 이어서 말했다.“난 진실을 말했을 뿐이야.”“꺼져.”배준우는 이제는 장선명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안지영과 장선명 이 커플은 정말’한 명의 병원에서는 오진을 내리고 한 명은 고은영의 행적을 숨겼다. 배준우 그는 전생에 도대체 어떤 죄를 지어서 이런 멍청한 두 사람을 알게 된 것일까?장선명은 발에 기름칠이라도 한 듯 빠르게 도망쳤다.사무실에는 배준우 혼자 남아 있었고 그의 눈에는 여전히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었다.진재한은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이 순간 배지영은 량천옥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이렇게 량천옥을 심문하면 량천옥이 여전히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이 또 한 바탕 싸우게 될 줄 알았다.그런데 량천옥이 별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바로 깔끔하게 인정할 줄은 몰랐다.랑천옥의 무심한 미소에 배지영은 분노를 담은 한마디를 뱉어냈다.“당신 정말 뻔뻔해.”“뻔뻔? 자기 아빠한테 여자나 찾아주는 딸은 뭐 얼마나 깨끗하니?”그 여자의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괜찮았겠지만 그 여자의 말을 꺼내니 배지영은 더욱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김 아주머니한테 도대체 뭐라고 했어?”며칠 동안 그 여자가 배씨 가문의 저택에서 지냈고 량천옥이 뭐라고 해도 그 여자는 떠나려 하지 않았다.배지영의 눈에 질투와 원망이 번쩍였다.김다정은 배씨 저택에 오기 전에 량천옥을 만났었다.그래서 배지영은 분명 량천옥이 김다정에게 무슨 말을 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배지영이 이를 악무는 모습을 보고 량천옥은 역시 그 여자가 자기를 실망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량천옥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김 아주머니? 참 다정하게도 부르네? 왜? 오랫동안 나에게 했던 것처럼 김다정한테 가서 그렇게 아양을 떨었니?”“량천옥 당신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량천옥은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배지영, 넌 나하고 싸우기에는 아직 너무 어려.”“...”“하지만 네가 은영이의 출신을 조사했잖아. 내가 배씨 가문을 나간다고 해도 네 그 멍청한 엄마한테 돌아올 생각 꿈도 꾸지 말라고 해.”량천옥의 거칠고 날카로운 말에 배지영은 더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러나 량천옥은 먼저 찾아온 배지영을 호락호락하게 돌려보내지 않았다.“자기 아들의 마음도 얻지 못한 여자는 얼마나 비참하겠니?”“아들이 자기를 쳐다보지도 않으니 이제는 딸을 등에 업고 배씨 가문에 들어오려고 해? 정말 천진난만해서 재밌다.”“닥쳐.”배지영은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량천옥도 더 이상 배지영을 상대하
“어머니가 나한테 남긴 건 그대로 넘겨주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고은영은 진성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말을 끊었다.싸늘한 고은영의 시선에 진성택의 안색은 순간 창백해졌다.진성택이 무언가를 덧붙이기 전에 고은영이 차갑게 말을 이어갔다.“그렇지 않으면 뭐요? 아시다시피 저는 지금 배준우의 아내예요. 진유경에게 손대는 건 쉬운 일이죠.”“유경이한테 손대지 마. 은영이, 너...”“됐어요!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아요!”진유경을 그렇게까지 감싸는 진성택을 바라보며 고은영은 실망감을 넘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이래?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길래 이런 일까지 한단 말이야! 아내랑 아이를 도대체 뭐로 보는 거지? 어떻게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나한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어... 엄마가 남긴 소중한 유품을 진유경 같은 년에게 넘기겠다고? 하...’진유경이 단순히 진씨 가문의 양녀였다면 고은영은 아마 이렇게까지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진실을 아는 고은영은 지금 상황이 너무 역겹게 느껴졌다.설령 눈앞의 남자가 그녀의 혈육이고 아버지라 할지라도 고은영은 그를 혐오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진성택은 그녀의 분노에 애처롭게 그녀를 불렀다.“은영아...”고은영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진성택이 말을 이었다.“나한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게 아니었다면 나도 너한테 와서 이런 부탁 하지 않았을 거야.”“같잖은 호소는 그만 하세요. 저희 사이에 애정이라 칭할 만한 감정도 별로 없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아내였던 사람에게 너무하네요. 엄마가 불쌍해요.”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비록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머니와 특별한 애정이라 할 감정은 없었지만 진성택이 그녀를 대하는 모습을 보며 고은영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밀려왔다.고은영은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어머니의 깊은 사랑은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진성택은 어떠한가.고은영은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
고은영이 이렇게나 직설적으로 얘기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저는 이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해요.” 진성택에게 돌려 말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얘기하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감정적으로 접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거고 지금 와서 그것을 지울 수는 없었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말에 상처를 받은 듯 보였다. 그녀의 불만 섞인 태도에 그의 마음이 조금은 아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는 걸 알았다. “너희 둘째 오빠가 병원에 왔었어.” 고은영은 아무 말 없이 그를 쏘아보았고 그는 그녀의 생각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네가 받을 모든 주식들 있잖아. 할머니와 진호영, 그리고 유경이의 지분까지 너에게 줬다던데, 맞지?” 고은영은 차갑게 한 마디로 대답했다. “맞아요.” 드디어 그의 목적을 직접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 목적은 더욱 차가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차가운 시선에 조금 떨린 듯 말을 이어갔다. “그 주식들은 사실 네 어머니가 너에게 남긴 거니까 너에게 돌아가야 맞아.” “그래서 저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이곳에 부른 거죠?” 고은영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그가 주고자 한다면 왜 이제서야 이리 말하고 있는지 다시 묻고 싶었다. 진성택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그의 눈빛에는 죄책감이 떠올랐다. “미안하지만 그 주식은 네게 돌려줄 수 없을 것 같아.” “돌려줄 수 없다고요? 왜요?” 그의 말은 너무도 간단했다. ‘할 수 없다'라는 말이 또다시 진유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거 같았다. 진유경, 정말 독특한 존재다. 역시나 양딸이 모든 것보다 우선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짜로 진씨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두 사람의 양부모는 하나같이 그녀를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너희 둘째 오빠가 그 주식들을 되찾고 나서 진씨 가문의 모든 재정적 지원을 끊어버렸어. 지금 그들은 전부 저축해두었던 돈을 쓰고 있어.” 모든 지원을
하지만 진성택은 다르다. 결국 그녀와 혈연관계가 있기 때문에 배준우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 시간 후, 배준우는 고은영을 밀크티 가게에 데려다주었다. “내가 같이 들어갈까?” 배준우가 물었다. “준우 씨는 그냥 기다려요. 당신을 보면 아마 바로 저세상으로 갈지도 몰라요.” ‘이 녀석 입이 참!’ 하지만 고은영이 말이 맞았다. 예전에 진성택과 량천옥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면 진성택은 항상 배준우에게 진유경을 미래의 아내로 삼으라고 했었고 그때 배준우는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은영과 결혼했다. 지금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진성택이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운명의 미묘함을 탄식할 것인가? 아니면 진유경 때문에 속상해할 것인가? 고은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눈에 보였다. 작은 원탁 옆에 앉아 있는 진성택이. 그는 손에 밀크티를 들고 있었다. 고은영이 두 걸음 내딛자마자 진성택도 그녀를 보았다. “왔니?”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은 확실히 더 노화되어 보였고 얼굴색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특히나 얼굴이 누렇게 변했고 예전만큼 눈빛도 밝지 않았다. 고은영은 이제 막 기운이 다 빠진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진성택은 확실히 지금 당장이라도 세상을 떠날 듯한 느낌이었다. 그가 말한 대로 아마 이번이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은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 “이거 마실 수 있어요?” 진성택은 손에 들고 있던 밀크티를 문득 깨닫고 곧바로 그녀에게 건넸다. “너를 위해 샀어. 여자애들은 다 밀크티 좋아하잖아. 너도 좋아하지?”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밀크티는 그녀의 가장 좋아하는 음료였다. 그런데 배준우와 결혼한 이후로 배준우는 그녀가 밀크티가 몸에 안 좋다며 못 마시게 했다. 진성택은 그녀가 음료를 마시지 않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생각해 보면 나는 사실 유경이에게 이런 걸 사준 적이 없었어. 진씨 가문의
전화 너머의 진성택은 고은영의 말을 듣고 당황해서 말문이 막힌 듯했다.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 전에는 네 감정을 고려하지 못했어.” 그 순간, 진성택은 자신이 고은영에게 대했던 태도가 문제였음을 인정했다. 고은영이 말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은영아,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야. 큰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반응이 무뎌지는 법이잖아. 나는 그동안 계속 너를 찾고 있었어. 그런데 네 소식을 듣고 나서 어떻게 너를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네가 이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거란 건 알지만 나도 그런 감정이 싫다.” 감정과 이해라. 처음에는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고 쳐도 그럼 그 후에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진짜 아이러니했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오늘 내가 너를 찾은 건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 “그게 진유경의 일 때문인가요?” 고은영은 본능적으로 날카롭게 반문했다. 무슨 일이든 그가 지금까지의 태도를 어떻게 설명하든 고은영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지금 그가 자신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니, 네 어머니 때문이야.” 이 말은 그가 어쩔 수 없이 털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전화상에서도 고은영은 그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죄책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될수록 그녀는 더 비웃었다. “내가 이 시간 동안 살 수 있는 건 모두 하늘이 준 기회야. 빼앗은 기회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내가 너를 만날 기회도 얼마 안 남았지.” 그는 매우 허약해 보였다. 고은영은 눈썹을 찌푸렸고 이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진성택이 마치 도덕적으로 자신을 억지로 끌어들여서 그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자신이 그를 만나지 않으면 너무 냉정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디예요?” “병원 맞은편의 밀크티 가게에 있어.” 그는 지금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의사들이
고은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태현 씨는 량천옥이 언니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지.” 이 일은 병원에서도 크게 떠들썩하게 된 사건이라 나태현 쪽에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쳐다보며 이어서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나태현과 고은지의 거래가 량천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맞아요. 언니가 천락 그룹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때 량천옥이 아직도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었는데 그 말투에 분노가 가득했어요.” 고은영은 고은지의 분노에 대해 말을 꺼내면서 마음속이 더욱더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나태현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지금 상황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고은영은 머릿속이 완전히 엉켜버렸다. 그녀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배준우도 지금은 완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준우 씨가 나태현 씨에게 언니와 한 거래가 무엇인지 물어봐 줄 수 있어요? 그리고 희주가 본인 딸인 걸 알고 지신혜 씨와 약혼도 할 건데 왜 언니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하려고 하는지도 물어봐 줘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고은영은 공포감을 느꼈다. 그녀는 고은지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량천옥에 대해 강한 증오를 느끼고 있더라도 말이다. “내가 나태현 형에게 물어볼게. 너는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 “언니에게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안 돼. 내가 먼저 나태현이랑 얘기하고 나서 말해.”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고은영이 말한 대로 지금은 최소한 나태현이 고은지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만든 계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그럼 빨리 물어봐요.” “응, 알았어.”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은영은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 그녀는 거대한 음모가 고은지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윤은 밖에서 시간을 확인했고 배준우가 10분 내로 나오지 않으면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담배를 반쯤 피웠을 때 문득 고은영이 대문 쪽에서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 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에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진윤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보고 그녀가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고은영이 가까워졌고 그녀는 진윤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큰오빠.” ‘큰오빠’라는 단 한 마디에 진윤의 마음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준우 찾으러 온 거야?” 고은영은 너무 오랫동안 뛰어왔는지 호흡이 가빠졌고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안에 있어요?” “응, 안에 있어. 지금은 들어가지 마.” “왜요?” 고은영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진윤은 조용히 말했다. “지금 나태웅이랑 얘기 중이야.” “네? 나태웅이요?” 그 이름이 나오자 고은영의 말투도 달라졌다. 그녀는 전에 나태웅과의 영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에게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가 최근 동안 안지영을 괴롭힌 일이 떠올랐다. 고은영과 안지영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이 안지영이 화가 나면 고은영도 같이 화를 내주었다. 진윤은 그녀가 나태웅을 언급할 때의 그 표정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나태웅을 싫어해?” “싫어해요!” 고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 전에 그녀가 배준우와의 일에 그렇게 괴로워했던 건 대부분 나태웅 탓이었다. 정말 그땐 너무 힘들었다.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고은영은 그 당시 어떻게 버텼는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배준우는 이미 안에서 나왔다. 고은영을 보고 잠시 멈칫한 뒤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바로 왔어?” “준우 씨 찾으려고요. 급한 일이 있는데 전화도 안 받았잖아요.” 고은영은 불만을 섞어 말했다. 배준우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윤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것을 본
나태웅이 혼자 남았을 때 그의 세계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고요함은 더 큰 괴로움이 되었다. 그는 전화를 꺼내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전화는 바로 차단되었다. 그는 다시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사무실에서 안열은 겨우 안지영을 달래놓은 상태였다. 전화의 진동에 안열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리고 안지영도 전화를 확인하고 또다시 통제불능이 되었다. 안열은 안지영이 또 움직일 것 같아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흥분하지 마요. 바로 차단할게요.” “받아요. 이 미친놈이 뭐라는지 봐야겠어요.” 안지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 안열은 입꼬리를 떨구며 말했다. “그냥 받지 말죠?” 안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받아요!” ‘이 사람은 진짜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을지 걱정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안지영의 말에 그녀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열은 안지영을 한 번 쳐다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지영 지금 옆에 있나요?” “없어요!” ‘없어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지영은 나태웅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전화를 뺏으려 했다. 그녀는 그를 욕하고 나씨 가문이 망하길 저주했다. 하지만 손을 뻗자마자 안열이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한 마디만 전해줘요.” “말하세요.” “안지영은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첫 번째는 오늘 밤 킹덤 타운을 떠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늘 밤 하주원에게 사과를 하는 겁니다.” “이틀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안열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마음을 바뀌었어요.” 안열은 더 이상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안지영은 분노에 가득 찼고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안열의 손을 떼며 전화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태웅, 너 이 미친놈! 꿈도 꾸지 마!” “그래, 그럼 하늘 그룹이 네 손에서 얼마나 있을지 지켜보자고!” “너 이 자식, 내가 너의 조상을 건드렸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 복수하는 거네!” 안열은 안지영의 욕설을 듣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주원에게 손을 대지 말았어야 했다고?’ 배준우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너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뭐냐고?” 항상 사고가 명확하던 배준우가 지금은 나태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한 나태웅인데 지금 그를 보니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안지영이 하주원에게 손을 댄 문제를 신경 써야 하는 걸까? 그와 안지영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아직 명확히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나태웅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달라고만 말했다. 배준우는 담배 한 개비를 던져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태웅은 자신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했다. 그는 아직까지 안지영과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이가 틀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어리석은 여자...!’ 만약 그때, 그녀가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했다면 그는 결코 그녀가 배준우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준우의 사람들에게 의지하려 했었다.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뒤 물었다. “너는 안지영과 장선명이 결혼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하주원 문제에서는 하주원을 도와주고 있잖아?” 그가 잠시 고심한 끝에 결국 핵심을 짚어냈다. “그건 전혀 다른 얘기지!”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맴돌았다.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르다고?’ 원래는 명확하게 사고하는 배준우였지만 나태웅의 말에 혼란스러워졌다. 나태웅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주원 문제에서 안지영이 반드시 사과해야 해.” 이 말을 듣고 배준우는 머리가 아팠다. 나태웅은 이 상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배준우는 담배를 다 피운 후 천천히 말했다. “너는 이걸 두 가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자들 세계에서는 이것은 분명히 한 가지 문제야.” “안지영은 도
방금 안열이 장선명더러 처리하라고 했을 때의 그 걱정은 이제 안지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든 말든 지금은 나태웅을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진짜 미칠 것 같았다. 한편, 캘리포니아 반도의 한 장소에서는 배준우와 나태웅이 함께 있었고 진윤과 육범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몇 달 만에 다시 모인 이들이 장선명이 아닌 나태웅을 부른 이유는 사실 그들 모두 나태웅이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태웅을 불러내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육범수가 패를 내자 나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패를 툭 치며 말했다. “난 끝났어.” 배준우는 그의 얼굴을 보고 찡그리며 물었다. “방금 그 전화, 안지영이었지?” 방금 나태웅은 나가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안지영이었다. 배준우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응.” “너 또 안지영 건드린 거야?” 사실 오늘 배준우가 여기 온 이유는 장선명의 부탁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장선명은 나태웅과 장씨 가문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태웅이 이렇게 계속 안지영을 괴롭힌다면 일이 커질 것이다. 장선명은 본래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태웅의 이 일에 대해서는 배준우를 생각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지금 하주원의 문제도 있고 나태웅의 행동이 점점 더 미쳐 가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나태웅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육범수에게 말했다. “너 나한테 만 이천 원 줘야 돼.” 배준우는 말문이 막혔다. 육범수도 나태웅이 안지영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진윤은 본래 남의 일을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성격이다. 본인의 가문 일도 충분히 골치 아팠기에 그동안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둘째 형이 얘기하잖아. 말 좀 해봐. 대체 안지영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하지만 육범수는 달랐다. 그는 직설적인 성격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