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꺽,꿀꺽,꿀꺽...목젖이 진동하는 소리였다. 원씨 가문 사당 앞에 300여 명의 원씨 자제들이 모였는데 모두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목젖도 저도 모르게 후들후들 떨렸고 뼈를 찌르는 차가운 기운이 발뒤꿈치로부터 머리까지 뻗쳐 올라갔다.한 수에 종사지상을 순식간에 사살하다니.눈앞의 이 얼굴이 영악한 야만인 남자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은 생각지 못했다. 수법 또한 잔인하였는데 근본적으로 인간 같지도 않았고 수라장에서 기어 나온 악마 같았다. 인성이라곤 전혀 없었다."저, 저자는 살인 기계란 말인가?""종사지상은 그의 손 밑에서 한 수를 넘기기 힘들다. 저, 저자는 왕자 지상인가 아니면 왕자 대단원인가?" "저희 원씨 가문 10명의 종사는 이제 9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이 시각 끝이 보이지 않는 공황 정서는 원씨 가문 제자들한테 신속히 퍼지기 시작하였고 모든 사람들의 눈길은 약속하듯 원종한테 머물렀다. 만약 눈앞의 이 악마를 막을 수 있다면 그는 바로 정진왕자인 원종일 것이다. 왕자는 왕자가 상대해야 하고 원종은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웅,승,호!"모든 이들의 주시하에 원종은 드디어 발걸음을 내디뎠는데 두 눈은 빛을 뿜어내듯 하였으며 한 글자씩 내뱉었다."마귀를 제거하고 덕을 지키는 것은 나 같은 무도 인사들의 의무이다. 오늘 전체 원씨 가문을 손해를 보더라도 이 노부는 너를 작잉산에 남겨둘 거야!" "포진하라!"쑥쑥쑥원종 뒤로부터 9명의 종사들은 몸을 날려 쏜살같이 달려들었는데 각자 한 방향을 차지하여 한발로만 지탱하거나 전투준비의 스쿼트 자세를 하고 있거나 활보로 무릎을 굽히고 있었다. 아홉 사람은 아홉까지 자세로 각자 달랐다. 바로 신원통배권이 현재까지 전해 내려온 살진 중에서 가장 강대한 구궁신원진이었다.이처럼 강대한 적을 마주하고 원종마저도 필승의 자신이 없어도 이 진법은 원씨가문 선조들이 슈퍼강자를 위하여 전문적으로 설립한 합격 대진인데 근 백년 동안 세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진법이 준비 완료되자 9명은
이 시각이 되어서야 원종은 더 이상 그 어떤 요행 심리를 가지지 않았고 9대 종사를 향하여 서서히 고개를 저으며 진법을 그만두라고 귀띔하였다. 그리고 나서 두 팔을 쭉 폈는데 표면의 24매의 흑철 원환이 쨍쨍거리며 울렸다. "웅승호, 노부가 너랑 일 대 일로 싸울게. 해볼테냐?"자극법? 웅승호는 허허하고 차갑게 웃으며 손에 잡고 있던 두 원씨가문의 자제를 내팽개쳤다. 눈길은 갑자기 흉악스러워 지더니 원종을 향하여 급강하하면서 뛰쳐나갔다. 전력을 다하여 응전하였다. 그는 마치 맹호가 산에서 내려가듯 하였고 독수리가 공중에서 사냥물을 향하여 돌진하는 듯 하기도 하였다. 두 손바닥의 표면은 정진이 울부짖더니 거의 손을 쓰는 동시에 원종의 가슴앞에 돌진하였다. "원씨 가문 자제들아, 눈을 크게 뜨고 잘 보거라!"원종은 기를 단전까지 내리고 입으로는 힘껏 외치더니 "노부가 지금 펼치는 것은 우리 원씨통배권법의 요점이야! 보고 나서 바로 떠나거라! 우리 원씨가문을 위해 대를 잇도록 하고 권법이 실전하지 않게 하라!"훙훙훙훙훙두 명의 왕자의 겨룸은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웅승호는 야만적이고 광폭하였고 두 손은 마치 야수의 날카로운 발톱이 마냥 원종의 가슴 앞과 몸 뒤를 미친 듯이 공격하였다. 원종의 나이든 얼굴은 어두웠는데 흑철원환의 쨍쨍거리는 소리가 끊기지 않았고 신원통배권을 하나씩 펼치기 시작하였다. 신원은 허리 펴고 철권을 흔들었다. 로원은 몸뒤 집고 주먹은 바람같다.노원은 높게 뛰어 청산을 쳐부순다.열원은 땅을 딛고 산하를 파괴한다.괴원은 용을 잡고 쌍갑을 제거한다.영원은 범을 따라 웅크려 울부짖는다.창원은 꼬리흔들며 권포로 충격한다.광풍은 힘껏 돌아 원후를 에워싼다.원씨가문의 종사 앞에 원종의 주먹은 종횡무진하였는데 주먹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잔인하였다. 천둥같은 소리는 황하의 관개 소리와도 흡사하였고 도도한 강물처럼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이 지경에 도달하면 실력이 제일 약한 원씨 자제라도 느낄 수 있었는데 원종은 아예 이길
눈앞의 생사를 두고 원종은 사실 절망하였다. 나이 든 얼굴에는 패배의 안색이었는데 갑자기 무언가를 느끼고 나서 웅승호를 향하여 웃기 시작하였다. "너를 잡을 사람이 왔어!"뭐!웅승호의 동공은 갑자기 조여지더니 조건반사가 마냥 번개처럼 몸을 돌렸다. 하지만 너무 느렸다.바로 그가 응대하는 이 순간 신체 표면에 덮여있던 정진은 갑자기 흔들리더니 왼쪽 절반 귀로부터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더니 강력하기 그지없는 폭파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강대하여 희미한 궤적을 보기만 하였는데도 마치 보잘것없은 작은 돌멩이처럼 수백 미터 밖에서부터 울부짖으며 날려오는 것 같았는데 손쉽게 그의 호체정진을 꿰뚫고 그의 왼쪽 귀를 찢어버렸다. 피와 살은 사처로 튕겼다.원래부터 흉악하고 추한 얼굴이 더욱더 비틀어지고 두려워졌다.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그의 목을 따라 빠르게 흘러내려 그의 목덜미를 뻘겋게 물들었고 그의 옷깃을 타고 흘러들었는데 얼음같이 차가워 뼈를 찌르는 듯했다. "누구야?!"이 시각, 웅승호는 소리를 내 울부짖었고 무도 왕자로서의 위기감은 아무 경고도 내지 못하였고 자랑스럽게 여겼던 호체정진도 이처럼 일격에 허물어버렸다. 도대체 누가 손을 쓴 걸가? 누가 이렇게 강대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걸까? 당연히 염구준뿐이었다. "내가 너무 늦지 않았군 그래."수백 미터 밖 작잉산의 기구한 산길 위에 염구준은 산책하면서 산 중턱으로부터 천천히 정상까지 올라갔다. 웅승호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원종에 대해서만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끄덕이었다. "원 선배님, 많이 놀라셨죠?"원종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마음속의 큰 돌덩이는 마침내 내려갔다. 원래 그는 이미 마음이 재처럼 되었고 오늘의 싸움에 대해서도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방금 생사의 결정적인 시각에 정신 의지는 고도로 집중하여 오감 육식은 거의 공영 지경까지 도달하였으며 주위 환경의 변화에 대하여 이상적으로 예리하였다. 생사가 교체되는 찰나 슈퍼강자가 접근하고 있음을 느꼈고 다시 한번 생존 욕망이
쿵!!염구준이 입을 여는 순간, 웅승호는 0.5초도 주저하지 않고 두발로 바닥을 힘껏 딛더니 직경 2미터 이상 달하는 거대한 구덩이를 폭파했고 신체표면의 혈광이 하늘이 찔렀고 체형은 희미한 허상으로 변하더니 산기슭 방향으로 미친 듯이 뛰쳐나갔다. 결단성이 칼날 같았다. 그는 실력이 아주 강대하였고 생각 또한 특별히 조심스러웠다. 눈앞의 괴물 같은 청년과 겨뤄볼 생각은 아예 없었으며 이때 유일한 목적은 작잉산에서 도망쳐 주변 황산 야성에 숨는 것이었다. 수림 속의 골짜기에 도망가기만 하면 험준한 지형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그는 절대적으로 신심이 있었다. 반드시 이 청년의 추적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그의 연혈비법이었다. 자신의 정혈과 정기를 연소하여 짧은 시간 내에 무서운 속도를 폭파하게 시킬 수 있었는데 존주가 친히 전수한 목숨을 지킬 수 있는 히든카드였다.비길 데 없이 신속하였다. 그가 비법을 펼치는 동시에 그의 속도는 이미 극치에 도달하였으며 몸은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더니 백 미터밖에 나타나더니 왕자 경계에 있는 원종이라도 전혀 그의 발걸음을 따라갈 수 없었다. 아쉽지만 그래도 너무 늦었다. 웅승호의 몸이 착지하는 순간, 희미하고 허황한 그림자가 5미터밖에 서서히 견실해졌다. 염구준은 왼손을 몸 뒤에 두고 오른손으로 웅승호를 공중에서 스매싱하듯 타격하였다. "돌아가!"펑!100킬로에 달하고 강철과도 흡사한 견고한 체구는 염구준의 스매싱에 바로 날렸고 공중에서 저도 모르게 연거푸 3,40바퀴를 뒹굴더니 조금 전 밟고 튀었던 구덩이에 떨어지고 말았다. 하늘땅이 회전하고 눈앞에는 별들이 튀어 올랐다. 이 한방으로 웅승호의 반쪽 가슴은 완전히 꺼져 들어갔으며 갈비뼈와 가슴뼈가 몇 대가 끊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토해내는 피에는 내장조각이 썩어 있었는데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었는데 염구준이 정보를 염탐하려는 목적이 없었으면 이 시각 그는 숨을 거둔 지가 오래됐을 것이다. "무, 무성, 정말로 무성이구나..."구덩이 속에서 웅승
여기까지 말하더니 목소리는 갑자기 멈추었다. 더 질문할 필요가 없었다. 웅승호는 ...죽었다. 언제부터인지 웅승호의 입가의 핏자국은 더 이상 붉은색이 아니었으며 검은색으로 변하였다. 일종의 극성 독약을 삼키게 분명하였는데 체내의 모든 생기는 괴멸되었다. 그의 시체는 부패하기 시작하였는데 맨눈으로 보이는 속도로 신속하게 썩어들어가며 녹으며 소실되어 단지 하얀 골격만 남게 되었는데 몸 위의 남루한 옷들마저도 독혈에 의하여 철저히 용해되었다. "이, 이..."주변의 원씨 자제들과 생존한 9대 종사 심지어 원종까지 포함한 모든 사람은 의식적으로 뒤로 몇 걸음 후퇴하였는데 멀리서부터 구덩이를 보더니 놀란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건 무슨 독이지? 웅승호는 언제 독약을 삼켰지?작잉산에 쳐들어오기 전에 그는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패배하여 잡히더라도 절대로 흑풍 조직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누설하지 않도록 하였다. 사납고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미친놈이었다. "이 실마리는 완전히 끊어진 셈이네."염구준은 눈길을 거두더니 웅승호의 시골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썹을 천천히 찌푸리더니 "이런 독은 고적에 기재되어 있는 '소진융혈산' 일거라 현대사회에서는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요. 흑풍 조직이 아직도 이런 독을 갖고 있다니 이제 목숨을 살려두려면 아마도 힘들 거예요."여지 간 힘든 게 아니었다. 소진융혈산은 피를 만나면 효력을 발휘하는데 사전에 먼저 삼키고 내공으로 재촉하면 독과 혈액이 혼합되게 할 수 있고 약 효과가 발휘되면 풀 수 있는 약이 없었다. 만약 흑풍 조직의 고위층 성원들이 모두 이 독약을 배치하고 있다면 생포하여도 얼마든지 자살할 수 있고 흑풍 조직의 정보를 조사하려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 "염, 염 선생!"원종은 재삼 망설이더니 이 호칭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염구준을 향하여 몸을 미세하게 굽히더니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감사드리고 나서 낮은 목소리로 "현재 이 상황에서 흑풍 조직의 조사는 아마도 계
전지봉은 조사자료를 꺼내더니 정중히 손가을앞에 건넸다. "손 사장님, 관씨가문에 대항하려면 반드시 일분일초를 다투어야 합니다. 저는 현재가 관건적인 시각이라서 완전히 연구소로부터 성숙된 자료들을 구매하되 일차적으로 사들여 저희 자체의 특허제품을 개발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저희가 선수를 쳐서 특허권보호를 받으면 관씨가문이라도 감히 침권할 수 없을 것입니다."손가을은 잠깐 사색에 빠지더니 눈길은 점점 더 견결해졌다. 전지봉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연구소의 데이터 자료를 구입하는 것이 현재 가장 효율적인 경쟁 수단이었다. "구준 씨를 기다리죠."그녀는 머리를 돌려 통으로 된 유리 창문 앞으로 걸어가더니 말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엄숙하였다. "돈이 얼마나 들지라도 당씨 연구소의 데이터를 사들이세요!"중해시.3대 가문의 구도는 이미 새로 씌었는데 손씨 가문은 이미 전체 중해시 지하 세계의 주인이 되었다. 성주마저도 삼분 양보하여야 했고 복종하지 않는 세력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당씨 연구소만 제외됐다. 중해시 당씨 일용품 데이터 연구소는 이름대로 북방 당씨 가문의 산업으로서 북방시장의 일용품에 관하여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연구개발 업무를 진행하여 총괄적으로 계획하고 분석하는 전체 동북 구역에서 가장 큰 종합성 정보회사였다. 이 회사에는 인재가 수두룩하였는데 연구소 내부에는 중해에서 가장 권위적인 보건 전문가들을 포함하여 업계에서의 명망과 권위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으며 매개의 조사연구보고서는 모두 고가로 판매되고 있었다. "손씨그룹의 손가을과 염구준이 우리의 조사연구자료를 구매하려 한다고?“연구소 사무 청사 내 원피스를 입고 있는 중년 여자는 손에 와인글라스를 들고 통으로 된 유리창 아래의 빈번하게 다니는 차들을 보면서 입가에는 기괴한 웃음을 지었다. "상현 씨, 이 정보 믿을 만해요?"민상현은 연구소의 상임 부소장이었는데 중년 여자를 향하여 허리를 굽실거리면서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기색이 넘쳤다. "관씨가족과 손씨그룹은 모두
북방에서의 당씨 가문은 3류 세력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4대 명문 가족일지라도 당씨 가문에게 체면을 주어야 하였는데 북방 당씨는 당씨 종파에 속해있고 제경 당씨는 진정한 명문 대가문이고 용하국의 5대 최고의 명문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시간을 봐봐, 염구준과 손가을이 도착할 시간이 다 됐을걸."민상현은 고개를 숙여 손목에 착용되어 있는 로렉스금시계를 보고나서 당유한테 인사를 하고 "당 사장님, 저는 먼저 내려가 그들과 직접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당유는 와인글라스를 들고 민상현이 떠나는 것을 보더니 민상현이 사무실을 나가려는 순간, 그녀는 또 한번 가벼운 웃음을 짓더니 "그들에게 너무 친절할 필요가 없어. 첫 시작부터 호된 맛을 보여줘.""기억해, 그들은 우리에게 부탁하러 오는 거지 우리가 부탁하는 것이 아니야! 백분의 30의 지분에서 조금이라도 양보해서는 안돼." 약 30분 뒤에 빨간색 포르쉐가 연구소 빌딩 아래 서서히 세워졌다. "구준 씨, 바로 여기에요!"손가을은 차에서 내렸는데 조금 긴장한 듯 염구준의 팔을 끼고 눈앞에 있는 연구소 빌딩을 보면서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만약 협상에서 실패하면 저희의 신제품은 적어도 반년 이후에야 출시할 수 있어요. 관씨 가문의 우세가 구축되면 저희는 뒤집기가 힘들어질 거예요."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작잉산에서 복귀한 후 그는 땅에 발을 거의 닿지 않았으며 즉시 손가을과 함께 중해시로 이동하였었다. 비록 이 도시에 대하여 이미 굉장히 익숙하였지만 이 연구소에 대해서는 생소하였다. 북방 당씨가문…. 별 명성이 없다!"거기서!"1층 홀 입구까지 도착하자 안보 요원 두 명이 두 팔을 끼고 막고 나섰는데 얼굴에는 불친절이 쏟아져나왔다. "요청장이 있어? 연구소는 엄청 중요한 장소로서 데이터는 엄격히 지켜져야 하니 요청장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어."잉?손가을은 의아해하였다. 그녀는 이미 회사 PR팀을 통하여 당씨 연구소로 공문을 발송하였고 부소장인 민상현이 친히 회답하기를 연
갑작스러운 박수 소리가 들리더니 껄껄 웃는 소리와 함께 일층 홀로부터 울려 퍼지면서 "하하하, 과연 말로만 듣던 분을 직접 보게 되는군요! 염 사장님과 손 사장님은 부부 감정이 돈독하시네요. 저의 경호팀에 대해서 위협까지 하시는 걸 보니 정말로 기량이 넘치고 패기가 도도하네요!"말하는 사이 발걸음은 천천히 염구준과 손가을 앞에까지 다가오더니 멈추었다. 바로 당씨 연구소의 부소장을 맡은 민상현이었다. "명인은 뒷말하지 않습니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뭐죠?"염구준은 쓸데없는 말을 하기도 싫어 직접 말했다."저희는 데이터자료가 필요합니다. 기업공문에 설명한 바로 한 손으로 돈을 주고 한 손으로 물건을 인도하여 그로서 거래를 끝냅시다."어?민상현은 눈썹을 올리더니 눈에는 의외라는 빛이 흘러나왔다. 그는 다른 사람과 협상할 때 항상 단단히 주동권을 잡았는데 이번은 좀 당황스러웠다. 염구준이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진심을 털어내고 얘기할게요." 민상현은 허허 웃으면서 경호원더러 옆으로 물러서라고 지시하고 세 손가락을 내밀더니 낮은 소리로 "이건 저의 뜻이 아니라 당 사장님의 결정이십니다. 저희 데이터 자료를 구매하시려면 적어도 손씨그룹의 30퍼센트 지분을 주셔야 합니다.""저랑 흥정하지 마세요! 이것은 마지노선입니다. 협상할 여지가 없습니다."30퍼센트 지분?염구준 옆에 서있던 손가을은 이쁜 두 눈을 크게 뜨더니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현재의 손씨그룹의 전신은 청해 용씨가문의 용운그룹이었고 1년 정도의 발전과 확장과 '물 피부' 시리즈의 출시를 통하여 기업의 가치는 끊임없이 상승되었다. 아무 과장 없이 10퍼센트의 지분이라도 3류 가문 장기간의 번영을 지탱할 수 있었다. 그런데 30퍼센트...중해시에서라도 2류 가문을 끌고 나가기에는 충분한 금액이었다. "30퍼센트가 당사장님의 요구입니다."민상현은 손가을의 안색을 보더니 낮게 웃으며 다시 한번 세 손가락을 치켜들면서 "당 사장님은 당 사장님이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이 시작되었다.종목들은 정말 신나고 하나같이 감탄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암퇘지가 철사슬 위로 걸어가고, 곰이 외발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본 아이들이 깔깔 웃으면서 연신 박수를 쳤다.방금 일로 염구준은 자꾸 주변을 살펴보며 경계했다.여러 종목이 끝난 후, 광대 진행자가 나와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존경하는 여러분, 이어서 저희 피날레 종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활인을 할 텐데 어느 분이 게스트로 올라오시겠습니까?”그 말에 현장이 조용해지고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어떤 아이들은 자기가 나가겠다고 했지만 부모가 한사코 입을 막으면서 말렸다.“나가면 안 돼. 이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야.”“나도 들었어요. 인근 도시에서 발생했는데 게스트가 계약서까지 작성했대요.”“무서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서커스 공연은 재미있지만 이 종목은 다들 뒤로 물러나며 지켜보기만 했다.“아빠, 내가 나가도 돼요?”그때 염희주가 말했다.“가지 마. 나중에 내가 믿을 만한 마술사를 불러서 체험하게 해 줄게.”옆에서 하는 말을 들었으니 딸을 위험하게 내보낼 수 없었다.“알았어요.”염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무룩해 있었다.곧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공연장의 불빛이 어두워지며 한 줄기 전등만 광대를 비추었다.“여러분, 제가 행운 게스트를 뽑으면 전등이 그분을 비출 겁니다. 물론 나올지 말지는 그분이 결정하면 되겠습니다.”서커스의 수법은 한번 또 한 번 곤란한 상황으로 밀어붙였다.정말 게스트로 당첨된다면 체면 때문이라도 무대에 올라갈 것이다.“감격스러운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광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전등이 현장을 누비며 빠르게 움직였다.“멈추세요!”한참 뒤, 광대의 말에 전등이 멈추었다.게스트로 염구준이 당첨되었다.이번에야말로 현장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 되었다.역시 나름 계획이 있었다.염구준은 방금 몰래 감시하던 사람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했다.“축하드립니다. 무대에 올라와서 협조해 주
당황한 조련사가 긴 막대기를 들고 사자의 머리를 누르며 뒤로 물리쳤다.탁!사자가 손바닥으로 막대기를 쳐서 부러트리고 아이에게 어슬렁어슬렁 다가갔다.“우와아아앙!”깜짝 놀란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아이가 높은 소리로 울수록 사자는 더 흥분되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냈다.“저기 누가 들어가고 있어요.”그때 한 그림자가 갑자기 철창 앞에 나타났다.바로 염구준이었다.“으아아아악!”염구준이 두 손으로 철창을 잡고 힘을 주자 단단한 쇠가 구부러지며 양쪽으로 휘었다.그리고 구멍을 통해 철창 안에 들어가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았다.“울지 마. 이제 괜찮아.”“으르렁!”사자는 먹잇감이 빼앗기자 입을 크게 벌리고 으르렁거리며 덮쳤다.“죽어!”염구준이 강력한 기운을 발사하자 사자는 뒤로 튕겨 구석에 나가떨어졌다.그가 살의를 뿜어냈다.동물은 워낙 살의에 예민했다.사자는 벌러덩 드러누워서 작은 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렸다.그 동작은 서커스단에서 배운 것이다.염구준은 아이를 안고 철창에서 나와 아이 엄마에게 넘기며 신신당부했다.“앞으로 아이 손을 꼭 잡고 다니세요.”“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아이 엄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염구준 가족은 경악해 있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계속 동물을 구경했다.“아빠는 슈퍼맨이에요?”방금 장면을 떠올리던 염희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사자가 아버지 앞에서 고양이처럼 말을 잘 들어서 깜짝 놀랐다.“하하하. 방금 아빠가 마술을 부려서 그래.”염구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어떤 일은 설명하기 어렵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마술? 이따가 마술쇼도 있는데 가르쳐줄 수 있어요?”염희주는 두 눈을 깜빡이며 염구준을 봐라봤다.그 말에 염구준은 난감했다.마술을 할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됐어. 마술은 나중에 배워. 이제 곧 마술쇼 시작이야. 들어가서 앉아야지.”손가을이 나서서 남편을 도와줬다.“시작했어요? 그럼 빨리 들어가요!”염희주는 빨리 들어
용필과 하윤나는 초고속으로 이튿날에 바로 미니 결혼식을 올렸다.정식 결혼식은 나중에 다시 성대하게 올리려고 했다.쌍방 부모님들이 모두 도착했다.하동철과 김연주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염구준이 두 사람에게 손씨 그룹에서 일하면 월급을 200만씩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하동철은 경비원으로 취직하여 경호 대장인 용필과 함께 일하고 김연주는 청소부에 취직했다.용필을 봐서 두 노인과 얼굴을 붉히지 않으려고 이렇게 안배한 것이다.어차피 앞으로 한 식구로서 자주 만날 텐데,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물러날 때는 이득을 주는 방식으로 두 사람을 탄복하게 만든 것이다.재미있는 것은 하동철이 출근하면 회사에서 용필을 대장이라 부르고 퇴근하면 용필이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다.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한다는 것이다.미니 결혼식은 무사하게 진행되어 두 사람은 드디어 부부가 되었다.이 모든 것은 다 염구준이 추진한 덕분이라 두 사람은 엄청 고마웠다.행복한 시간은 빠르게 지나, 어느덧 서커스단이 공연하는 날이 다가왔다.염희주가 계속 재촉하는 바람에 세 사람은 아침 댓바람부터 공연장에 도착했다.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아직 공연장 문이 열리지 않았다.밖에 철창을 몇 개를 놓고 안에 맹수들을 가둔 것이 보였다.독수리, 호랑이, 원숭이 등등 동물들을 관람용으로 놓은 것이었다.이곳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었다.다들 신기해서 감탄을 금지 못했다.“아빠는 사자를 본 적이 있어요?”염희주가 궁금해하며 물었다.“봤기도 했고 먹어도 봤어. 근데 맛이 없었어.”염구준은 딸을 속일 필요가 없어 솔직하게 대답했다.전에 흑주 벌판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팀과 연락을 잃어서 먹을 것이 없었다.그래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잡는 족족 배를 채웠다.“아빠는 왜 맨날 거짓말만 해요? 내가 나쁜 것만 배우면 어떡해요?”염희주는 아예 믿지 않았다.사자는 사나운 짐승이고 초원의 패권자이자 흑주의 우두머리인데 그것을 잡아 먹었다니믿어지지 않았
“시작.”오백하는 ‘시’자를 말할 때부터 얼마되지도 않는 힘을 손에 넣었다.억지가 따로 없었다.그러나 용필의 손은 꿈쩍하지도 않았다.힘으로 똘똘 물친 용필과 힘을 겨룬다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힘을 준다. 합!”용필이 한마디 하더니 오른팔에 힘을 주어 가볍게 상대방의 손목을 꺾었다.그런데 테이블까지 부숴버렸다.겨우 이 정도에 진 것이다.“악!”왼쪽 팔이 탈구된 오백하는 귀가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질렀다.어려서부터 다친 적이 없이 곱게 자랐으니 이런 고통을 감당할 리가 없었다.“안 된다고 했는데 뭐 하러 용필 오빠한테 개기냐?”하윤나가 말하면서 용필의 팔을 끌어당겼다.참지 못하고 상대방을 해칠까 봐 그런 것이다.솔직히 그녀는 용필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가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윤나야, 나 정말 힘을 쓰지 않았어.”용필이 억울한 표정으로 설명했다.“나도 알아.”하윤나가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했다.팔씨름에서 졌으니 오백하는 패배하고 유일한 선택은 용필밖에 없었다.“꺼져. 설마 남아서 밥 먹고 가게?”염구준은 아직도 아파서 바닥에서 뒹구는 오백하에게 싸늘하게 내뱉았다.“이놈들 잡아 쳐!”열받은 오백하는 경호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반드시 복수를 할 것이다.쿵!경호원들이 다가가려고 할 때 염구준이 기운을 펼치며 그들을 문밖으로 몰아냈다.봐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퍽!그리고 오백하를 발로 뻥 차서 밖으로 쫓아냈다.룸 안이 드디어 조용해졌다.글로벌 호텔의 경호원들이 우르르 달려오더니 오백하 일행을 들어 호텔 밖으로 내쫓았다.이 과정은 고작 몇 분만에 진행되었다.“사돈 어르신, 두 사람 이제 결혼해도 됩니까?”두 노인은 염구준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그럼요. 저희도 찬성해요.”하동철과 김연주는 깜짝 놀라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원래 사위 후보가 2명이었는데 한 명이 도망쳤으니 이제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그럼 두 사람 먼저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하고 나중에 결혼
“진정하세요. 많지도 않습니다.”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게 많지 않다니 두 사람은 경악했다.최근 청해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땅값이 점점 올라 제일 저렴한 별장도 20억 이상이었다.“염 선생님, 그쪽과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오백하가 못마땅 해하며 물었다.손씨 그룹이 끼어들면 그는 뒷배인 회사를 내세워도 대항할 수 없었다.“용필 형, 나를 뭐라고 부르죠?”염구준이 옆을 보며 물었다.“내 매제지.”용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들었어요? 나랑 상관 있죠?”염구준이 되물었다.상대방이 기어코 끼어들겠다고 하니 오백하는 심란하여 계속 머릿속을 굴렸다.‘어떡하지, 어떡하지?...’돈은 어느 정도는 있었다.하지만 적어도 52억은 있어야 상대방과 싸울 수 있었다.평소 그는 돈으로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것을 즐겼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에게 돈으로 억압당할 줄은 몰랐다.인과로 보복을 당하니 매우 불쾌했다.“저기요. 왜 예물값을 올리지 않나요?”염구준은 그가 대답하지 않자 주의를 주었다.‘올리긴 뭘 올려?’오백하는 속으로 욕하면서도 겉으로 애써 웃었다.돈으로 통하지 않으니 다른 방면으로 능력을 보여서 자신의 우세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저 멍청한 놈은 윤나를 지킬 자격이 없어요. 두 분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오백하가 갑자기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그게…”하동철은 두 남자를 번갈아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무조건 가격을 올리라는 속셈이었다.“주먹다짐을 비교하고 싶으면 그냥 말하면 되죠.”염구준이 분명하게 말했다.종사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한 녀석이 감히 용필 앞에서 나대다니 속으로 우스웠다.능력이 안 되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되었다.“안 돼.”갑자기 하윤나가 용필을 부둥켜안으면서 싸우지 못하게 붙잡았다.하지만 오백하의 눈에는 그녀가 용필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였다.그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펄쩍 뛰었다.“남자라면 나랑 겨루자. 지면 알아서
“아씨, 저 새끼가 내 물건을 훔쳤어. 다음에 눈에 띄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목소리에서 상대방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도련님, 어서 오세요.”하윤나의 부모님은 목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반갑게 맞이했다.염구준은 그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방금 용필이 들어올 때 쳐다보지도 않더니 지금은 개처럼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당당한 사람이 되는 게 좋지 않은가?“네.”오백하는 한 글자로 답하고 당연하듯이 주석에 앉아 거만하게 행동했다.그리고 눈에 불을 켜고 용필과 하윤나를 노려보았다.염구준 부부도 봤지만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도련님, 무슨 일로 늦게 오셨어요?”하동철이 차를 따르면서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다.“말도 마세요. 오는 길에 미친놈을 만났는데 내가 윤나한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을 도둑맞았어요. 차로 뒤쫓아도 잡지 못했어요.”오백하는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무슨 인간이 그렇게 빨리 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초상비.’염구준과 용필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챘다.‘의리 있는 사람이네. 앞으로 잘 지내야겠어.’용필 입장에서 초상비가 오백하를 죽이지 않고 그냥 방해한 것만으로도 형제로서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다.“분명 비싼 물건이겠죠.”하동철의 관심은 언제나 돈이었다.“그렇게 비싸지도 않아요. 2억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에요.”오백하가 허풍을 떨기 시작했다.어쨌든 물건을 찾아오지 못했으니 가격을 20억, 200억을 불러도 누구도 따지지 않을 것이다.“아쉽게 됐네요. 제가 경찰에 신고할까요?”하동철이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냈다.“됐어요. 이따가 가서 다시 살게요.”오백하는 손을 들어 하동철을 제지시켰다.그는 허풍이 들통나지 않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솔직히 하윤나와 연인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 귀한 물건을 선물할 리가 없었다.“됐어요. 허풍은 그만 떨고 본론으로 갑시다.”염구준은 귀가 썩을 것 같아서 대화를 끊어버렸다.오늘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될 텐데 체면을 줄 필요도 없었다.
하윤나는 먼저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고 나중에 부모님들에게 말하려고 했다.그런데 부모님들이 눈치를 챘는지 자꾸 방해를 하는 것이다.보다 못한 김연주가 나서서 말렸다.“됐어. 그만 싸워. 이따가 두 사람 다 오니까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결정해.”듣기에 공평한 것 같지만 실은 오백하를 두둔하고 있었다.용필의 상황으로는 경쟁할 가치도 없고 그냥 망신만 주려고 생각한 것이다.똑똑!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염구준 일행이 들어왔다.방금 세 식구가 한 말을 밖에서 다 들은 것이다.용필의 안색이 퍼렇게 질려서 보기 흉했다.“들어오세요.”하동철이 이내 표정을 바꾸고 반갑게 맞이했다.지금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만약 오백하라면 추태를 보여주지 않았나 은근 걱정이 되었다.끼익!문이 열리자 제일 먼저 용필이 들어오면서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아버님, 어머님. 제가 왔습니다.”그를 본 하동철의 웃던 얼굴이 바로 굳어져버졌다.“앉아.”모든 말이 얼굴에 써져 있었다.“오빠, 이쪽으로 와서 앉아.”하윤나는 앞으로 다가가 용필의 팔을 잡아당겨 자기 옆에 앉혔다.두 사람은 깨알이 쏟아질 정도로 다정했다.그 장면을 본 하동철은 혈압이 슬슬 올라왔다.“형님, 안목이 있네요.”염구준이 장난을 치며 손가을과 함께 룸으로 들어왔다.병원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다.그런데 오늘 가까이서 봤더니 하윤나의 외모는 경국지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예뻤다.“어머, 손 대표님, 염 선생님이 오실 줄은 몰랐어요. 어서 앉으세요.”하동철은 얼른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대했다.얼굴 표정이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적응되지 않았다.“편하게 말씀하세요.”염구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아내와 함께 용필의 옆자리에 앉았다.세력과 재부에 눈이 멀어 아부하는 소인배를 용필과 연관되어 있지 않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하하하.”하동철은 뻘쭘해서 헛웃음을 지었다.돈만 준다면 그를 어떻게 대해도 기꺼이 참을 수 있었다.세 사람이
“지금 윤나 부모님들도 이 금액을 요구하고 있어. 근데 나 돈이 없잖아. 어르신이 오후에 글로리 호텔에서 만나면 답변을 준댔어. 말로는 오백하도 온대.”용필은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감히 어머니에게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건장한 몸으로 반보천인 고수와 싸울 수 있지만 돈 앞에서 한결 작아졌다.하지만 돈은 확실히 만능인 물건이었다.“간단해. 내가 가서 오백하 놈을 죽여버릴게. 그럼 누구도 방해하지 않아.”초상비가 화끈한 제안을 했다.그는 강호에서 여러 해를 굴러먹어서인지 겁이 없고 수법이 거칠었다.“안 돼. 윤나가 폭력으로 해결하지 말랬어.”용필은 고개를 저으며 입구를 막았다.혹시나 방심한 사이에 초상비가 뛰쳐나갈까 봐 미리 방지한 것이다.보안실 경호원들 중에서 실력이 가장 약한 초상비도 정신지상 실력이니,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염구준이 잠시 중얼거리더니 계속 물었다.“그 외에 다른 조건이 있어요?”용필은 생각하면서 말했다.“그리고 연봉이 높은 직장을 찾으래.”지금 그는 매달 월급 300만으로 청해시에서 수입이 중상 레벨이지만 부잣집 자식들과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일도 아니죠.”염구준이 일어나더니 용필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돈에 눈이 어두운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경고를 줄 필요가 있었다.아니면 앞으로 용필만 힘들게 될 것이다.“무슨 뜻이야?”돈이 없는 용필은 어리둥절했다. “돈이 필요하면 내가 낼게요. 호텔에 나와 가을도 함께 갈게요.”염구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정말이야?”갑작스러운 행복에 용필은 어쩔 줄 몰랐다.“정말이죠. 거짓이겠어요?”그가 엄숙하게 대답했다.글로리 호텔 입구에 핑크색 포르쉐가 멈추더니 염구준 일행이 내렸다.“손 대표님, 저한테 맡기세요. 안전하게 주차하겠습니다.”입구에 있던 종업원은 거물이 오자 바로 달려왔다.“수고하세요.”손가을은 한마디하면서 팁으로 현금까지 쥐어 주었다.그리고 세 사람은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용필은
“맞아!”“얼마 전에 용필 오빠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었잖아?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오빠를 간호해 준 간호사 윤나 씨랑 정이 들어서 지금 결혼 얘기까지 오간 상태야.”“그런데 문제는 저 오백하라는 사람이 해외에서 돌아온 후 중학교 동창회에서 윤나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려서 미친 듯이 쫓아다니고 있다는 거야.”손가을은 상황의 전말을 설명했다. 친척의 일이기도 해서 그녀는 유독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그럼 형님과 윤나 씨의 사이는 어떤데?”염구준은 듣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남녀 간의 감정은 억지로 이어질 수 없는 법이었다. 만약 하윤나가 과거의 인연에 흔들려 마음이 변했다면, 그건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아주 좋아. 근데 문제는 오백하가 윤나 씨 부모님께 돈을 줘서 두 분이 둘의 관계를 반대하고 있어.”손가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수작을 부렸네.’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말했다.“시간 나면 형님과 얘기 좀 해봐야겠어.”용필은 그의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 해준 사람이라 그도 이번엔 상대방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오백하가 돈을 얼마를 줬대도 상관 없었다. 돈은 어차피 그가 더 많을 테니까 말이다.그 후, 가족들은 맛있는 식사를 마친 뒤 아쿠아리움에 들렀고, 저녁에는 어린이 영화를 관람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한편, 손태석과 진숙영이 여행을 떠난 탓에 집안은 조금 썰렁했다.‘역시 사람이 많아야 시끌벅적하구나.’다음 날, 염구준은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손씨 그룹 본사로 향했다.건물 입구에서 경비복을 입은 채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용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전투 인형으로 만들어졌다가 염구준에게 구출된 이후로, 그가 이렇게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남자는 쉽게 울지 않는 법이었다. 진짜로 슬플 때는 빼고 말이다.용필이 뇌 손상을 입긴 했지만 단지 정상인보다 지력이 낮을 뿐이지, 바보는 아니었다. “왜 그래요? 돈이라도 잃어버렸어요?”염구준은 농담하며 말을 걸었다.“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