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밖, 한 검은 그림자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물었다. “만약 정말 그 사람이면요?”정자 안, 은은한 거문고 소리가 뚝 멈췄다. 한참이 지나서야 거문고 소리가 다시 들렸다.“10년, 20년, 시간이 빠르게도 지나갔지! 그때 내가 판을 깔아놨는데 이제야 다시 기회를 찾았어. 이번에는 절대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게 내가 막을 거야.”죽은 9대 종사 중 한 사람 이름이 원효림인데 은세 집안인 원씨 가문 사람이다. 그 집안사람한테 소식을 전해주면 바로 사람을 보낼 거니 그들이 서로 붙으면 가장 좋지!”“만약 청해의 그 염구준이 정말 염씨 가문의 버려진 아들이라면 반드시 죽여버려!”두 검은 그림자는 바로 허리를 굽히고 “네!”하고 답했다.말이 끝나자마자 그들은 재빨리 몸을 돌려 어둠 속에 사라졌다.그들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징!”날카로운 거문고 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거문고를 치는 사람의 분노가 실린 소리가 산림 사이로 널리 울려 퍼졌다. 수백 마리의 새들이 거문고 소리를 듣고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죽어버렸다!...그날 밤, 북방 황야의 교외, 작잉산.산은 300미터가 넘었지만 가파르지는 않았고 명승고적도 아니었다. 하지만 100년 전, 이곳은 북방 최대의 토비굴이었다. 그때 원씨 가문의 가주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신원통배권”으로 모두를 누르고 남방 7곳, 북방 6곳, 총 13곳 흑도의 총수가 되었다.사람들은 무림 맹주라고도 불렀다!“효림, 효림아, 엉엉...”그 순간, 작잉산 산꼭대기, 원씨 가문의 사당 안에는 울음소리가 가득했다.원효림이 숨을 거둔 지 오래지만 그들은 이제야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자폭하지 못한 시체는 물을 모두 뺀 것처럼 시들고 썩은 채 사당 바닥에 일그러져있었는데 보기 너무 흉했다.“가주님, 절대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됩니다.”“효림이가 아무리 철이 없다고 해도 죽을 정도의 죄는 아닙니다. 개도 주인을 봐가면서 때린다고 하는데 우리 집안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다니! 우리 절대 이대로 넘어가면 안
죽고 싶으면 죽여주겠다는 게 염구준의 답변이다!“거만하기 그지없구나!”원씨 집안 종사 안, 원씨 자제들이 모여 모두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가주님, 염구준이 이렇게 사람을 무시합니다. 절대 그자를 용서해서는 안 됩니다!’“효림 아저씨를 위해 복수하고 청해를 평정합시다!”“염구준 손씨 집안 사위입니다. 우리 손씨 그룹을 망쳐버리고 손씨 집안을 없애버립시다! 그 누구도 살려두지 맙시다!모조리 죽여버립시다! 모조리 죽여버립시다...”떠들썩한 소리 중에서 대나무 의자에 앉아있던 원종이 천천히 눈을 떴다. 혼탁한 눈빛은 마치 천리 밖의 살인범을, 청해시에 있는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는 젊은이를 본 것 같았다.손씨 집안의 데릴사위, 염구준!“우리가 너무 오래 숨어있었어. 요즘 젊은이들이 신원통배권도, 우리 집안도 잊어버린 것 같구나.”그는 멀리 떨어져있는 청해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종사 안 원씨 집안 자제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내 명을 전하거라. 원씨 집안 자제 중 내진을 구비한 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종사 앞에 모이거라.”“천자 배 자제들, 모두 완장을 차고 나를 따라 청해를 평정하러 떠난다!”우르르!수십 명의 원씨 집안 자제들이 모였다. 10분이 되지 않는 사이, 그들은 수많은 원씨 집안사람들과 같이 종사로 돌아갔다. 대부분이 남성이지만, 그중 수십 명의 여성도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원씨 가문이 은세하면서 키워온 실력이다.원씨 가문 천자 배 자제를 앞세워 총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나섰다!모두 이번 행동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바로 가주를 따라 염구준을 죽이고 청해를 평정해 원효림을 위해 복수하는 것이다!그리고 동시에 유명한 신원통배권이 다시 세상에 나올 것이라고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들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원씨 집안사람들이 정말로 출발했다고?”“미쳤구나, 정말 미쳤어. 원종 저 미친 사람이 집안사람들을 모두 거느리고 나섰다니. 이번에 나선 사람
용준영, 뢰인, 손씨 그룹의 경호팀, 손씨 가문과 정유미의 아버지, 심지어 경림무관 전체가 뭉쳐도 절대 원씨 가문의 상대가 아니다.염구준이 엄청난 실력자이고, 막강한 실력을 갖춘 걸 알고 있지만 이번의 상대는 원씨 가문이다. 200명이 넘는 원씨 가문의 자제들이 다가오고 있다. 그중 실력이 가장 못 한 사람도 내진 무인이다. 내진 종사도 많을 것이다!그 실력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그들이 오기 전 염희주를 데리고 도망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희주야, 엄마가 장난치는 거야. 아빠 어디도 안 가.”염구준은 사무실 소파에 앉아 얼굴이 하얗게 질린 딸을 안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겁에 질린 손가을과 너무 놀라 벌벌 떨고 있는 손태석과 진숙영을 보며 웃었다.“장인어른, 장모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가을이랑 같이 희주 유치원에 데려다주세요. 여긴 제가 처리할게요.”그렇게 말하고 염구준은 딸의 손을 아내의 손에 쥐어주고 성큼성큼 사무실을 걸어 나갔다.“구준 씨!”손가을은 염희주의 손을 꼭 잡고 멀어지는 염구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예전과는 다르잖아. 원씨 집안사람들,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자야. 당신 혼자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하게 할 수는 없어. 당신... 어디로 가는 거야?”염구준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원씨 가문의 열차, 청해에 들어오지 못할 거야.”“내가 그들 돌려보낼 거야!”...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북방에서 온 특급열차는 고속철도를 타고 빠르게 청해로 다가오고 있었다.“곧 도착합니다.”열차의 VIP석, 원종이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있었다. 그는 팔에는 24개의 쇠고리가 차여 있었고 겉은 정진에 둘러싸여 있었는데 은은한 금색 광택을 띠었다.강진 왕자!원종은 나이가 80이 넘었다. 어릴 때부터 무도를 배웠고 원씨 가문의 무도에 몰두해 59세에 정진을 돌파했다. 그리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수련하여 경지를 굳히고 정상에 우뚝 서게 되었다.만약 입대했다면 바로
“두 개 죄명 중의 그 어느 것이라도 너의 가문을 멸망시키기엔 충분해!”쾅! 원종은 두 눈을 부라렸는데 눈가에는 붉은 빛이 불타올랐다. 그의 조카 원효림은 부귀를 탐하고 공양의 자리를 맡아 8대 종사와 손잡고 중해에까지 쳐들어갔었다. 원씨네의 "출세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훈을 위반했지만 그도 결국 원씨네 가족이며 누구의 가해도 용납할 수 없었다.감히 원씨네 집에 불경하면 반드시 피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염구준, 노부는 여태껏 쓸데없는 말을 한 적이 없네. 네가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되여 예외적으로 너에게 기회를 주는거야."원종은 천천히 숨을 쉬고 장작처럼 마른 오른팔을 천천히 들어올리더니 표면에 12개의 흑철원환이 우렁차게 울리기 시작했다."네가 노부의 한 수만 견뎌낼 수 있다면 노부는 바로 뒤돌아 가버릴테고 이 일은 없던 일로 하지!"한 수?염구준은 담담하게 앞에 있던 원종을 보더니 마치 하찮은 개미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일반인에게 있어서 당당한 무도패자는 높은 곳에 있다고 할수 있으며 용하국의 고위층이라도 그에게 체면을 줄수 밖에 없었다. 전신전 주인 앞에서도 조금 큰 개미에 불과하다.개미는 단지 개미일뿐이다. "네가 한 수라고 말했으니 그럼 한 수로 하지뭐."그는 두 손을 여전히 뒤로 젖히고 원종을 향해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승자는 왕이 되고 패자는 역적이 된다. 네가 강호의 규칙을 논하면 나도 너와 규칙을 정할 것이다. 니가 나의 한 수를 받아 패하지 않는다면 나를 죽이든 살리든 절대 이마살 한번도 찌푸리지 않을 것이다!""만약 나의 한 수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원씨 가문 자제를 데리고 어디서 왔으면 다시 거기로 돌아가고 청해에서 꺼져!"미친 거 아니야?원종은 처음에는 멍하니 있다가 나중에는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그는 가문의 절학을 열심히 연마하고 신원통배권 또한 신의 경지에 이르도록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서 패자 중에도 상위권에 위치되어 있다. 온 천하에 누가 한 수로 그를 패배시킬 수 있겠는가?군
눈앞의 염구준은 20대초반의 나이밖에 안되어보였는데 엄마뱃속에 있을때부터 수련을 시작하였다고 하여도 지금같이 이렇게 무서운 무도실력을 연마했을리가 없었다. 오직 손가락 하나만으로 60여년동안 닦아낸 권법을 가볍게 풀어낼 수 있지?정말로 상상을 초월하였다. “계속할건가?”전방으로 5미터밖에 염구준은 이미 오른 손을 거두었고 두 손 모두 등뒤로 하고 태연한 자세로 “계속하려면 내가 응대해주지. 원씨 가족들을 동원하여 함께 공격해도돼. 너희 원씨네가 더 강한지 아니면 나 염구준이 한 수 위인지 보지뭐.”원종의 입술은 떨리더니 머리숙여 자기 오른 팔에 착용되어 있던 12개의 흑철원환을 보더니 두 눈을 천천히 감았는데 마음속으로는 억누를수 없는 절망감이 솟구쳤다. 원환은 파열되어있었다. 그를 60여년동안 동반하여 왔던 철환세트였다. 겉으로만 봤을 때는 아무런 파손된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원환의 내부는 이미 좀 전의 충돌에 의해 철저히 부서졌던 것이다. 이러한 실력이면 이미 사람 쪽수를 채워서 승부를 따질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다.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말해도 원씨네 자제들이 모두 나서도 절대로 염구준의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염구준의 실력은 참으로 놀라웠다. 전신 그 자체였다. “노부는 패를 인정합니다.”한참 후에 원종은 드디여 두 눈을 뜨더니 엽구준을 향하여 공손히 몸을 굽히고 떨리는 목소리로 “각하의 실력은 깊이를 헤아릴수 없이 대단하여 원종은 스스로 부끄럽습니다. 원종은 패를 인정합니다. 단…”여기까지 말하던 원종은 갑자기 이를 깨물더니 90도로 인사를 하더니 주먹을 쥐고 고개를 숙이면서 “당신은 분명 이 노부를 격살할 수 있었는데 왜 사정을 봐주었는지요? 이 노부가 나중에 보복이라도 할가봐 두렵지 않으신가요?”보복?감히 당신이?“내가 당신을 죽이지 않은 원인은 간단하지요.”염구준은 자기 앞에 몸을 굽히고 고개를 숙인 원종을 보고 가볍게 웃으면서 “첫째, 당신은 악한 사람이 아니예요. 이번에 원씨자제들을 데리고 출세하게 된 것
신주공업원구, 센트럴오피스빌딩, 팬트하우스 관신주는 사무책상뒤의 회전의자에 앉아있었다. 젊은 여자 비서가 전달한 소식을 듣고 있다가 아름다운 두 눈은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얼굴은 기쁨으로 넘쳤다. “확실해? 그이가 정말로 원종을 격파하였대?”여비서는 종이문서를 들고 있었는데 익살스럽게 혀를 내밀더니 “확실치는 않아요! 모두 주어들은 소식이라서 원종 자신이 승인하지 않는 한 누구도 사실인지를 확인할 수가 없어요!”“하지만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듣는 말에 의하면 염구준은 스무여살밖에 안된다고 하는데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여도 원종의 상대는 안될거예요!”“원종이 누군가 하면요, 원씨네 가주이고 무도의 패자예요! 잉? 아가씨, 염구준이라는 사람에 대해 엄청 관심을 갖는것 같은데 혹시 그를 알아요?”알고 있을 뿐이겠냐? 완전히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리워하며 골수에 새길 정도로 마음에 두고 있었다. 만약 현재 젊은 세대중에서 원종을 이길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의심할 여지도 없이 반드시 염구준일 것이다. 염구준과 관신주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정해진 혼사이고 그녀가 인정한 남편이다. “아가씨, 염구준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여비서는 문건을 놓더니 입에는 “흥”하는 소리와 함께 깔보는 듯한 톤으로 “이게 지금 무슨 시대인데 무슨 일을 하면 안되나요? 돈을 위하여 손씨네의 데릴사위로 들어갔고 추호의 존엄도 마다하였잖아요. 이런 사람이 원종을 격파한다고? 밖에서는 모두 그는 깊이를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냥 쓰레기예요! 그는…”말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관신주의 이쁜 얼굴은 이미 어두워졌다. 감히 구준오빠에 대하여 불손한 말을 하여 모욕하다니!제멋대로네! “니가 내 옆에 몇년 있었지? 5,6년 돼가나?”그녀는 쉴새없이 재잘거리는 여비서를 보더니 얼굴은 얼음같이 차가워졌다. “이 몇년동안 공로가 없다해도 고생을 하였으니 재무부에 가서 올해의 연봉을 받아가도록 하여라. 그리고 이제부터 내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마!”
“주의해야 하는 건 그 남자야!”염옥정은 나이든 몸을 살짝 떨더니 안가에는 한기가 쏟아져나왔다. 그 남자!그 일은 이미 30여년이 지나갔지만 그 사건에서 생존한 사람들은 누구나 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 남자는 30여년동안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그 남자가 어디에서인가 숨어서 음모를 계획하고 있을것으로 믿고 있었다. 아예 움직이지 않거나 움직인다면 번개같이 하늘땅이 갈라지는 기세로 행동하되 염씨와 관씨 가문은 모두 조심해야 했다. “현재 염구준의 세력은 이미 초보적으로 규모를 형성하여 북방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재에 염진은 선장고서를 놓더니 낮은 목소리로 “구준은 여태까지 신분을 밝히지 않아서 그 사람은 필연코 추측하고 있을거야. 아마도 기회를 노리고 있는 중일수도 있겠지.”“관신주가 이번에 청해로 가는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네.”“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허점을 드러내기만 하면 나는 그를 어두운 곳에서부터 끄집어낼수 있을테니까.” 염옥정은 공손한 자세를 유지하더니 탁한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사색에 잠겼다. 그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을가? 같은 시각북방, 염씨와 수백리 떨어져 있는 한 무성한 산림속의 한 정자내에 정자의 돌의자에 반듯하게 앉아있는 망토를 쓰고 있는 한 사람은 돌로 만든 상위의 봉미옥금을 서서히 만지더니 정자밖에 무릎 꿇고 있는 검은 옷차림의 두 남자한테 작은 목소리로 “확인됐어?”라고 물었다. 정자밖에 검은 옷차림의 두 남자는 상호 눈길을 주고 받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주인님께 보고 드립니다. 원종은 원효림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원가제자들을 데리고 청해로 쳐들어갔으나 아무 결과없이 돌아간것으로 확인됩니다.”“복귀한 후 문을 닫고 손님을 거절하였으며 그 누구의 방문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저희라도 아무 소식을 접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원씨가문 내부에 저희가 배치한 내선이 있긴 한데 아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구체적인 원인은 아마도
“천기 씨”관신주가 도착하는 시간이 점점 더 가까워오자 손가을은 안절부절 못하더니 결국에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고개돌려 자기의 비서인 홍어르신의 딸, 홍천기를 보더니 조용히 “기업공문을 발송해줘요. 관신주에게 전해줘요. 손씨그룹은 신주그룹과의 모든 합작을 거절한다는고.”네?!홍천기는 깜짝 놀라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손가을을 바라보면서 “손 사장님, 혹시 농담하시는거죠? 신주그룹의 실력은 엄청 뛰어나고 총 자산은 천억대에 달하여 있으며 북방의 재벌거물입니다. 만약 신주그룹과 제휴를 맺게 되면 저희는 손쉽게 북방시장을 열수 있을텐데요…”손가을은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자만하는게 아니었다. 현재의 손씨그룹은 신속히 발전하고 있었지만 후발주자에 그치지 않았으며 신주그룹과 관씨가문과 비교할 때 새발의 피밖에 되지 않았다. 관씨 가문의 맏아씨로서 관신주는 하늘의 총녀이며 그녀랑 비교자체가 불가하였다. 비기지 못하면 아예 비기지 말자!관씨그룹이라는 사업파트너를 놓친다고 해도 그녀는 자기보다 더 우수한 여자가 자기 남편과 연루되는게 싫었으며 소꼽친구, 뱃속아이때부터의 혼사 지정 등은 더군다가 어림도 없다. “손 사장님,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시지요!”홍천기는 조심스레 손가을의 옆에 다가가더니 시탐적으로 “혹시 신주그룹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제출하여 대부분 이익을 빼앗아갈까봐 걱정이신가요? 저희는 그러면…”목소리는 갑자기 멈췄다. 몸뒤 몇미터밖 사무실 방문은 밖으로부터 가볍게 밀려 열어졌고 몸매가 날씬한 여자가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바로 관신주였다. 그녀는 간결하고 세련된 오피스룩 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아름답고 기다란 다리는 곧곧하였으며 아무 군살도 보이지 않았다. 중간길이의 머리카락을 뒤로 하나만 묶었는데 온몸에서는 뛰어나고 젊은 기운이 뿜어져나왔는데 안으로부터 밖에까지 태어날때부터 갖고 있는 강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이런 탁월한 기질을 보고 손가을은 저도모르게 자기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
“가서 건져 와. 살아있으면 좋고, 죽었으면 하는 수 없지.”그 한마디를 남기고 메노스는 계속 시끄럽게 구는 꽃무늬 셔츠남을 뒤로한 채 조용히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메노스가 이 후계자를 아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었다.한편, 잠수함을 타고 온 대어당, 안설홍, 레온 가문의 세 세력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다른 세력에 대항할 방비를 했다.그에 비해 염구준의 일행은, 아까 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목격한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끓어올랐다.“염 선생님은 진짜 강하시네요! 한두 번 만에 반보천인 한 명을 처리하시다니!”“염 선생님만 계시면 스텔라성도 별 것 아니에요!”“전 마음 정했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무조건 염 선생님을 제 스승님으로 삼을 거예요.”세 척의 어선 위의 사람들은 불과 며칠 만에 염구준의 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염구준 본인은 사람들의 찬사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타와 노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계획대로 시작하죠.”“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색 인원들을 바다에 투입했다.다른 세력들도 질세라 각자 인원을 내보냈지만, 서로 자기 일을 하느라 별로 큰 충돌은 없었다.이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피를 흘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세력이 각자 행동 중인 걸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운 회복에 집중했다.방금 전의 싸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몸에 무리를 주는 권법을 강제로 사용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의 주먹과 한 번의 검격으로 무려 30%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열 시간이 필요했다.그의 모든 행동은 타 세력들에게 낱낱이 관찰되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날은 조용히 어두워졌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마치 두 개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한
“하하하! 겉멋만 든 자식이, 결국은 허세였구나!”로브는 이 약한 일격에 박장대소하며 자신감이 들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을 채 회복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기운을 운용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염구준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사람들은 곧 염구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의 강도로 보아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왼주먹에 모인 에너지는 숨이 멎을 만큼 강렬했다.“이런 허세에 난 안 속아!”로브는 상대방이 그저 겁을 주려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기세등등하게 구자검을 뿌리치고, 단검을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원래 지는 척하려고 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이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자루의 단검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쾅!주먹이 단검에 닿는 순간, 두 자루의 단검은 그대로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이 공포스러운 주먹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로브는 이번 주먹이 진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격 태세로 몸이 나간 상태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쾅!염구준의 일격은 그대로 로브의 가슴을 강타했고, 로브는 힘없이 밀려났다.그러나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으로 로브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복부까지 갈라 길고도 흉측한 상처를 남겼다.풍덩!로브는 이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다로 떨어졌고,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볼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이건 남들에게 자신이 초입 반보천인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 싸움은 승부가 명확했지만,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게다가 로브는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였기에 평가 기준도 되지 못했다.관중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꿍꿍이가 많은 여우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그러나 금발에 금색 수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구부정한 몸매에 하얀 로브를 입은 메노스는 순진한 그와는 달리, 더욱 노련했다.“이번 일은 중요하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겨우 이정도 이간질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민폐 팀원이 있었다.꽃무늬 셔츠남은 거대한 아기처럼 징징대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메노스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아이잖아요! 설마 저한테 무관심 해지신 거예요?”“그만. 복수해줄게, 그러니 그만해.”메노스는 꽃무늬 셔츠남이 우는 걸 보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로브, 저 녀석의 실력이 어떻지?”“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싸우는 건 본 적 없습니다. 저쪽 진영엔 반보천인이 둘이 있는데, 제 실력과 맞먹습니다.”로브는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지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역시나 메노스는 그의 예감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그래, 네가 가서 한번 떠봐.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네.”로브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대답한 뒤, 요트에 올라타 염구준이 있는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메노스는 정말 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거였다. 두 배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슉!로브는 어선에 뛰어올라 기세 넘치게 소리쳤다. “염구준, 한 번 붙어보길 원한다!”다소 똑똑한 선택이었다.혹시라도 집단구타를 당할까 걱정이 돼서 먼저 큰소리부터 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을 향해 시비를 거는 로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레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너 따위가 감히?”부두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로브는 패배자였다.게다가 이제 막 반보천인의 문턱에 선 수준이 감히 염구준을 상대로 나서기엔 한참 부족했다.“받아들일 건가?”로브는 그레이와 말싸움을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염구준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천기문이든 아타든 그는 애초에 경쟁상대로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다. “흥, 비겁한 놈!”노신기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어선이 잠수함을 상대한다는 건 아예 말도 안 되었다.“예부터 보물은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법이지.”염구준은 꼬리를 밟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혹여 다툼이 생긴다 해도, 실력으로 누르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보물을 탐색하는 세력이 많을 수록 고대 옥패를 찾아낼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득이었다.게다가, 정확한 위치 없이 찾아야 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었다. “고마워. 만약 보물을 찾게 된다면 염 선생도 나눠줄게.”“만약 고대 옥패를 발견한다면, 바로 주고.”대어당의 당주는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다. 염구준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적과 동료는 늘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이익뿐이었다.염구준은 그를 슬쩍 바라보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런 식의 허울뿐인 약속 따위는 진즉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검 뿐이었다.“후욱, 후욱.”노신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홀로 대어당과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철썩철썩!이윽고 바닷물이 또 한 번 요동치더니 이번엔 세 척의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올랐다.적어도 세 개의 강대한 세력이 더 온 것 같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두 방향에서 모두 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두 세력이 오는 것 같았다.보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염 선생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염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조상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 저희도 어느정도는 가져가 가문에 보태야죠.”“염구준, 날 기억해?”새로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과 한번쯤 얽혔던 사람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