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신주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공기는 갑자기 응고된 듯 하였다. 손가을과 홍천기 그리고 관신주 뒤에 따라온 두 보디가드, 잇달아 들어온 손씨그룹의 보안요원들, 그 뒤의 업무팀의 매니저들…온 사무실과 사무실밖의 복도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온통 고요하였다. 여기에 나타나게 된 사람들, 하물며 보안요원이라 할지라도 관신주가 제시한 조건이 얼마나 미친 짓인지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손가을이 승낙만 한다면 신주그룹은 주인이 바뀌게 되고 손씨그룹은 합병후 국내에서 심지어 국제사회에서도 상상초월의 큰 파문이 일게 될 것이다. 북방, 국내, 청해, 중해의 상업구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며 이는 대형의 경제적 폭풍우와 다름없었다. 이 두 기업이 발을 담군 영역에는 모두 헤아릴수 없는 대지진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이게 바로 관신주의 박력이다!손가을한테서 염구준을 빼앗기 위함이었다. 이 시각 모든 사람들의 눈길은 손가을한테 집중하였으며 사람마다 손가을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순간, 이 사람들은 두 눈으로 이 전복적인 역사적 순간을 보게 될 수 있었다. 이는 두 여자사이의 겨룸이었고 천억자산으로 데릴사위인 수수께끼같은 남자를 교환하는 거래였다. 짧은 시간의 충격이후 손가을은 이미 진정을 되찾았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그녀는 사무용 회전의자에서 서서히 일어서더니 앞에 있는 관신주를 바라보았다. 눈길에는 아무 망설임이 없었고 추호의 두려움도 없었다.“구준 씨는 저의 남편이고 제 딸의 아빠이기도 합니다.”“그이는 상품이 아니고 화물도 아닙니다. 설령 당신이 나라에 견줄만한 부를 가지고 있고 아무리 큰 대가를 치른다고 하여도 저는 자기의 남편을 순순히 양보할 수 없습니다. 제 남편을 빼앗으려고요? 절대 불가능합니다!”“관씨 아씨,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그만 떠나주세요!”떠나라고?관신주는 반걸음도 후퇴하지 않고 여전히 차갑게 손가을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사전에는 ‘불가능’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감정
비록 6년동안이나 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한눈에 그를 알아보았다. 그의 용모, 목소리, 낙관적이고 대수롭지 않은 웃음과 얼굴에서 넘쳐나는 여유로운 자신감…그였다. 그일수 밖에 없었다. 아침저녁으로 그리워하던 구준오빠, 뱃속아이일때부터 지정된 남편감.“구준오빠? 저를 알아요?”염구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관신주를 보면서 고개를 젓으며 웃더니 그녀를 스쳐지나 손가을앞에까지 걸어갔다. 안해의 손을 잡더니 부드럽게 웃었다. “이분은 누구신가? 뵌 적이 없는거 같은데. 소개해주시지?”염구준의 반응은 모든 사람들의 짐작을 벗어났다. 그중에서도 관신주가 가장 의외였다. 그녀는 염구준을 보고 손가을을 잡고 있는 손을 보고 또 주변사람들의 의아함을 느껴더니 방금 반가워서 흘러내렸던 눈물마저도 얼굴에서 멈췄다. 그는 나를 모른다고? 어찌 이럴수가?“이분은 신주그룹의 회장님이신 관신주입니다.”손가을도 맘속으로는 마찬가지로 의아해하였는데 구준의 뜻에 따라 관신주의 신분을 소개하였다. “방금 관씨 아씨께서는 저와 거래를 하려고 하였어요. 신주그룹을 넘기는 대신 당신과 이혼하라구요!”“그만해!”관신주는 갑자기 입을 열더니 손가을의 말을 잘라버렸다. 아름다운 몸매는 떨고 있었는데 신속히 염구준앞에 다가와 떨리는 목소리로 “구준오빠, 저랑 장난치지 마세요! 저랑 농담하는거 맞죠? 저를 잊을 리가 없잖아요! 저는 소주예요! 오빠의 소주라구요!”“어릴적부터 제가 좋아했던 사람은 오직 구준오빠예요! 제가 다섯살때 직접 저한테 오빠의 신부가 되어달라고 했잖아요! 아홉살때 제가 등산을 하다가 넘어져 벼랑에서 떨어졌을때 오빠는 저를 보호하기 위하여 저를 안고 산밑까지 굴러떨어져서 온 몸은 상처투성이였고 다리는 뼈까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가 났는데 평생 허물이 없어지지 않을거라고 의사가 말했죠.”염구준은 눈을 깜박이더니 관신주를 향하여 미안하다는 웃음을 짓더니 “관씨 아씨, 정말 큰 오해를 하고 계시는 것 같네요.”말하고 나서 허리를 굽히더니 바지를 걷었는데 견강하고
알겠다. 이제야 알아차렸다.그가 누구라도 상관없지만 그는 더이상 자기의 구준오빠가 아니고 이는 이젠 바꿀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때의 남자애는 이미 소년의 풋풋함을 벗어던졌고 현재는 오직 청해의 무관제왕, 단종을 이긴 그 전신으로 의심되는 사람으로만 남겨졌다. 그녀는 패하였다. “당신들이 영원히 같은 마음으로 검은 머리가 파뿌리로 될 때까지 …죄송해요.”이 말을 마치고나서 관신주는 눈물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는데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눈길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뒤돌아 방을 나섰다. 복도에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만 남겨져 있었다. “구준…”관신주의 뒷모습이 사라지고 나서 손가을은 결국 참지 못하고 염구준의 커다란 손을 꽉 잡더니 둘만 들을수 있는 목소리로 “왜 일부러 모른척 했나요? 그녀가 상심하는게 걱정되지 않나요?”염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젔더니 눈길은 갑자기 예리해졌다. 관신주와 알아보는 일은 아무 좋은 점도 가져다줄수 없었다. 반대로 풀을 베다가 뱀이 놀라 도망치게 할 가능성도 있었다. 이 계집애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미 미행당한 사실까지도. “관신주가 나왔어.”손씨그룹 사무실빌딩아래, 눈에 띄지도 않는 한 거리모퉁이에 여섯명의 검은 옷차림의 남자들은 대포봉고차에 앉아서 빌딩 1층로비에서 뛰쳐나오는 관신주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살의가 솟아났다.단풍잎. 매 사람마다 뒷목에는 모두 맥락이 선명한 단풍잎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우두머리로 보이는 수척한 남자는 섬뜩한 빛이 번쩍거리는 비수를 들고 있었는데 팔뚝근육은 팽팽하였고 무서운 기운으로 둘러싸였다. 화연까지 연마한 종사고수임이 분명했다. “염구준은 바로 윗층에 있어. 경거망동하지 말고 먼저 여기를 떠나서 다시 보자고.”수척한 남자의 눈길은 칼날같았는데 관신주의 뒷모습을 따라가더니 그녀가 눈물을 머금으며 방탄 벤틀리 리무진에 탑승하는 것까지 놓치지 않았다. 관씨 가문의 두 보디가드가 잇달아 탑승하는 것까지 기다렸다가 낮은 목
선한 사람은 오지 않고 오는 사람은 선하지 않다. 관신주를 밀행하는 그 무리들을 뢰인이 상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만약에라도…“가을아, 가자!”그는 더이상 생각하려고 하지 않고 안해의 손을 잡고 사무실밖으로 성큼성큼 뛰쳐나갔다.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면 황새가 그 뒤에 있다. 뢰인이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 수 있다면 그와 손가을은 바로 도착하여 킬러들을 깡그리 없앨 수 있다. 반시간 뒤 쾅!손씨그룹에서 20키로 떨어진 청해시의 동쪽 교외에 격렬한 폭파소리가 도시를 흔들어놓을듯 하였다. 지상에는 관신주가 타고 있던 벤틀리 리무진은 뒹굴어 날렸었다. 합금으로 만든 견고한 차외형은 이미 변형되고 비틀렸다. 공중에서 십여바퀴 돌고나서 심하게 바닥에 떨어졌고 방탄유리는 산산쪼각이 났고 20여미터나 튕겨나갔다. “안돼!”몇백미터밖에서 뢰인은 허머를 운전하며 멀리서부터 전방의 봉고차를 주시하였는데 심장이 갑자기 조여왔다. 오산이었다.손씨그룹에서 나와서 그는 줄곧 이 봉고차를 따랐는데 이 킬러들이 리모콘으로 폭탄을 폭파시킬 줄을 생각지도 못했으며 제지는 당연히 불가능했다. “뢰인 형, 그들이 봉고차에서 나왔어요!”허머뒷좌석에 뢰인과 생사를 함께 했던 우일과 우이 형제의 눈가는 이미 빨개지더니 “보스가 절대 관씨 아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발생하면 안된다고 하셨는데… 죽기내기로 싸우죠!”뢰인은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더니 합금으로 만든 전도를 꺼내들고 봉고차에서 내려온 6명의 검은 옷차림 남자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이를 깨물었다. 죽기내기로 붙어보자!청해교외도로에 벤틀리 리무진이 바닥이 위로 향한 상태로 있었고 차에서는 짙은 연기가 나기 시작하였다. “아씨!”관씨가문의 두 보디가드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었고 피자국에 얼룩진 관신주를 보호하고 있었다. 이들은 리무진의 이미 쭈그러져 변형이 되어있는 창문으로 힘겹게 기어나왔다. 중상을 입고 죽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내공이 있어 몸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폭파로 인한 강력한 충격은 막을 수 없었다.
“개자식!”뢰인뒤로는 우일과 우이가 좌우로 신속히 급강하 하더니 뢰인과 똑같은 무기를 들고 있었는데 모두 합금으로 만든 전도였다. 수척한 남자를 향하여 전도를 휘두르며 자르려고 덥치면서 “뢰인형님, 저희가 버틸게요! 관씨 아씨를 모시고 먼저 떠나세요!”라고 웨쳤다.떠나라고?어디든 도망갈 수가 없었다. 수척한 남자는 얼굴에 차가운 웃음을 짓더니 부하도 시키지 않고 합금비수를 휘두르더니 “뭐지? 내 앞에서 사람을 구하려고?”라고 비웃었다. “죽어라!” 하며 종횡무진하였다.우일과 우이는 내진무인일뿐이었고 심지어 내진대성도 아니어서 마주오는 종사화연한테 미친 듯이 절단당했고 신체는 마치 바람도 견뎌내지 못하는 갈대마냥 쓰러지더니 순식간에 토막났다. 그들 수중의 합금전도는 수척한 남자의 머리카락도 닿지 못하고 한수에 분골쇄신되었던 것이다. “우일아, 우이야!”뢰인은 두 눈을 크게 떴는데 눈가에는 순간 핏발이 가득 섰다. 수척한 남자와 목숨걸고 겨루려고 준비하였는데 눈길은 순간 굳어버렸다. 물샐틈없이 포위망이 조여왔다. 2,300미터밖에는 여덟대의 봉고차가 질주하며 다가왔다. 팡, 팡 매개의 봉고차마다 6,7명의 검은 옷차림의 남자들이 뛰어내렸는데 선두에는 모두 화연종사였다. 그들은 뢰인과 관신주를 에워싸고 그들의 후퇴의 길을 막아버렸다. “사노, 저 사람은 구준의 부하인데 일명 뢰인이라고 해.”덩치가 장대한 검은 옷 종사는 전도를 들고 있는 뢰인을 차갑게 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밤이 길면 꿈도 많은 법이라고 시간 낭비 하지 말고 관신주를 주인님께 넘겨드려.”“이 뢰인인가 하는 놈은 그냥 죽여버려!”여덟 명의 화연종사, 40여명되는 내진무인들…주변에 떼로 몰려온 검은 옷 킬러들을 보면서 뢰인은 낮은 소리로 웃었다. 못이기겠는데…염구준이 세심히 양성해주고 친히 무도의 공법을 전수하였고 전도의 절학도 배워주었었다. 반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는 이미 종사경지에까지 이르렀으며 최장으로 3개월이면 종사최강에까지 진입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
갑작스레 들려온 낮은 외침소리가 사람들의 귀와 마음에 울러퍼졌다. 염구준!500미터밖에 빨간 포르쉐는 마치 붉은 색 번개같았고 교외도로를 따라 이쪽으로 씽씽 달려왔다. 이때 포르쉐의 접이식 루프는 이미 열려있었는데 염구준은 왼손으로 핸들을 잡고 오른 손 엄지와 식지를 접히더니 50여명의 킬러들을 쳐다보며 갑자기 손가락으로 튕기기 시작했다. 용하국 전통적인 무학인 기검지였다. 눈으로 보이는 기력은 검바람을 일으키더니 고속도로 연발하는 배럿저격총마냥 기검의 속도는 심지어 진정한 저격총 탄알을 초과하였다. 0.1초도 안되는 시간에 모든 킬러들을 덮여씌웠다.피는 사처로 튕기고 뇌장이 분출하였다. 8명의 종사급 골든 킬러와 40여명의 내진대원만의 실버킬러들은 반응할 사이도 없이 비수를 들고 덥치는 동작중이었다. 그들 수중의 비수는 뢰인과 오직 머리카락 한오리의 두께만큼밖에 남지 않았지만 더는 가까이 할수 없었다. 모든 이들의 미간에는 엄지손톱만큼한 피구멍이 생겼으며 기검이 갖고 온 기력은 모든 것을 쓰러넘길 기세로 그들의 머리를 철저하게 파괴하고 그들의 신경, 피와 살, 골수 등을 분쇄하였다. 총 54명의 킬러는 염구준의 한 수에 의해 전멸되었다. “보스!”이제서야 뢰인은 날려오듯이 도착한 염구준을 보았으며 눈에서는 눈물을 더이상 참지 못하여 흘러내렸다. 손으로 관신주를 가리키더니 덩치산만한 나그네가 갑자기 통곡하기 시작하였다. “관씨 아씨는 무사합니다. 피부외상만 좀 받았을 뿐입니다.”“하지만 우일이와 우이는 저를 보호하려다가 이 자식들한테 죽음을 당하고 제대로된 시신조차 남기지 못했습니다. …뢰인이 무능해서 우일이와 우이한테 미안하네요! 보스님, 저를 죽여주세요! 흑흑..”염구준의 몸은 천천히 멈추더니 바닥에 있는 관신주는 보지도 않고 뢰인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침묵을 취하였다. 몇걸음 앞으로 가더니 킬러들의 시체를 자세히 검사하다가 눈길은 갑자기 한 곳에 집중하였다. 단풍잎!이 킬러들의 뒷목에는 단풍문신이 뚜렷하게 그려져 있었는데
관원앞에는 두 명의 관씨 가문의 철위가 동시에 허리를 굽히더니 신속히 사라졌다. “아빠, 조사할 필요없어요!”관신주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사살을 당한 매개 경과의 세부사항까지 회상해보고 염구준이 그녀에 대한 소외 등을 생각하더니 갑자기 눈길이 처량해졌다. “그는 그 킬러들의 시체들을 검사해보았어요! 그 킬러들의 뒷목에는 모두 단풍잎 문신이 새겨져 있었어요!” 단풍문신?관원의 안색은 미세하게 변하더니 곧바로 정상을 되찾았다. 계속해서 방금 그 화제에 매달리지 않고 반대로 낮은 목소리로 “그를 만났느냐?”“그가 그 아이가 맞더냐?”관신주는 아빠가 묻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염씨 가문의 장손이고 염진의 친 아들이고 그녀와 소꼽시절을 함께 했던 염구준을 말하고 있었다.“그가 아닙니다.”이 말을 할 때 관신주의 이쁜 얼굴에는 씁쓸함뿐이었다. 만약 그때의 그라면 자기한테 이 정도로 몰정하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살을 경과하고나서 그는 위로의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고 뢰인이라는 사람을 시켜 자기를 데려다 주었을 뿐이었다. 그의 관심은 오직 손가을에게만 집중되어 있었고 그는 그녀의 남편이지 자기의 구준오빠가 아니었다. “진짜 아니야?”관원은 물끄러미 딸의 눈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마치 그녀의 눈길로부터 무엇인가를 알아내려고 하는 듯 하였다. 잠시 뒤에야 천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아니면 됐어. 그 아이의 운명이 기구하여 오래전에 이미 …”말이 떨어지자 마자 눈길은 갑자기 독해지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신주야, 이번에 니가 암살을 당한 일에 대해 손씨그룹이 책임을 회피할 수 없어! 청해의 ‘염구준’이 염씨네 그 아이와 같은 이름일 뿐이라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겠구나.”“우리 염씨가족의 명의로 손씨그룹에 공개적으로 선전하여 내 딸이 받은 억울함을 이 노부가 반드시 친히 갚아줄거야!”선, 선전이라고요?관신주의 몸은 가볍게 떨더니 차츰 정상을 회복하였다. 선전하는 것이 어쩌면 괜찮은 방법같기도 하였다. 구준오빠,
그전의 5년동안, 북부는 전쟁의 불길이 끊이지 않아 전신전은 팔방으로 출전하여 수많은 젊은 남자 청년들이 전쟁에서 피를 흘리고 전사하였다. 그들의 골식은 종래로 타향에 묻혀지지 않았고 염구준이 직접 호송하여 영웅의 혼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여 죽음이 가치있도록 하였다. 우일과 우이는 전신전의 맴버는 아니지만 그들은 전신전의 맴버와 다를게 없었고 모두 전신전주 수하의 형제들이고 생사를 함께 하는 전우이자 동포였다. “가자!”그는 뢰인의 어깨를 툭툭 치고나서 뒤돌아 장례식장 문밖으로 걸어갔다. 전신전주가 친히 형제들을 배웅하였다. …당일 오후 3시, 해동성 서남접경지대, ‘우가협’이라는 산골마을에서 이 곳은 교통이 극히로 폐쇄돼 있고 산길은 기구하여 섀시가 낮은 승용차들은 아예 진입할 수가 없었다. 공성능의 SUV만 겨우 기어오를수가 있었는데 국내에서도 낙후하기로 손꼽히는 편벽한 지대였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백발노인들을 제외하면 부모님들이 돈 벌기 위해 외지로 나가 홀로 남아있는 아동들이었다. 자연환경은 괜찮았는데 공업화의 오염을 받지 않아 청산유슈였고 매우 무성하였다. 펑!한 농가의 나무문이 밖으로부터 차 열리더니 4,5명의 불량배들이 입에는 담배를 물고 허리에는 비수를 차고 거들먹거리며 들어갔다. “당, 당신들은…”이 가구의 주인은 우육재였는데 오른쪽 다리를 절룩거리며 파손된 나무문을 바라보면서 화가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당신들은 뭐하는거야? 몇번을 말해? 안판다고!”집에 있는 땅을 팔 수 없었다. 최근 반달정도 이 불량배들은 수차례 와서 산을 개발하고 리조트를 세워 여행경제를 발전시켜 현의 수입을 늘일거라서 토지징용보상이 굉장히 두둑하다고 하였다. 징용규정에 의하면 한무의 보상은 적어도 20만원이 된다고 하였다. 우육재 집에는 6무 농지가 있어 120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었는데 이 불량배들은 무당 6천원의 가격을 제시하고 이 늙은 부부손으로부터 빼앗아가려고 하였다. 이것은 사려는 것이 아니라 빼앗는 것이었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
“가서 건져 와. 살아있으면 좋고, 죽었으면 하는 수 없지.”그 한마디를 남기고 메노스는 계속 시끄럽게 구는 꽃무늬 셔츠남을 뒤로한 채 조용히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메노스가 이 후계자를 아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었다.한편, 잠수함을 타고 온 대어당, 안설홍, 레온 가문의 세 세력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다른 세력에 대항할 방비를 했다.그에 비해 염구준의 일행은, 아까 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목격한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끓어올랐다.“염 선생님은 진짜 강하시네요! 한두 번 만에 반보천인 한 명을 처리하시다니!”“염 선생님만 계시면 스텔라성도 별 것 아니에요!”“전 마음 정했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무조건 염 선생님을 제 스승님으로 삼을 거예요.”세 척의 어선 위의 사람들은 불과 며칠 만에 염구준의 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염구준 본인은 사람들의 찬사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타와 노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계획대로 시작하죠.”“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색 인원들을 바다에 투입했다.다른 세력들도 질세라 각자 인원을 내보냈지만, 서로 자기 일을 하느라 별로 큰 충돌은 없었다.이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피를 흘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세력이 각자 행동 중인 걸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운 회복에 집중했다.방금 전의 싸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몸에 무리를 주는 권법을 강제로 사용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의 주먹과 한 번의 검격으로 무려 30%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열 시간이 필요했다.그의 모든 행동은 타 세력들에게 낱낱이 관찰되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날은 조용히 어두워졌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마치 두 개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한
“하하하! 겉멋만 든 자식이, 결국은 허세였구나!”로브는 이 약한 일격에 박장대소하며 자신감이 들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을 채 회복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기운을 운용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염구준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사람들은 곧 염구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의 강도로 보아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왼주먹에 모인 에너지는 숨이 멎을 만큼 강렬했다.“이런 허세에 난 안 속아!”로브는 상대방이 그저 겁을 주려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기세등등하게 구자검을 뿌리치고, 단검을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원래 지는 척하려고 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이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자루의 단검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쾅!주먹이 단검에 닿는 순간, 두 자루의 단검은 그대로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이 공포스러운 주먹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로브는 이번 주먹이 진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격 태세로 몸이 나간 상태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쾅!염구준의 일격은 그대로 로브의 가슴을 강타했고, 로브는 힘없이 밀려났다.그러나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으로 로브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복부까지 갈라 길고도 흉측한 상처를 남겼다.풍덩!로브는 이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다로 떨어졌고,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볼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이건 남들에게 자신이 초입 반보천인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 싸움은 승부가 명확했지만,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게다가 로브는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였기에 평가 기준도 되지 못했다.관중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꿍꿍이가 많은 여우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그러나 금발에 금색 수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구부정한 몸매에 하얀 로브를 입은 메노스는 순진한 그와는 달리, 더욱 노련했다.“이번 일은 중요하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겨우 이정도 이간질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민폐 팀원이 있었다.꽃무늬 셔츠남은 거대한 아기처럼 징징대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메노스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아이잖아요! 설마 저한테 무관심 해지신 거예요?”“그만. 복수해줄게, 그러니 그만해.”메노스는 꽃무늬 셔츠남이 우는 걸 보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로브, 저 녀석의 실력이 어떻지?”“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싸우는 건 본 적 없습니다. 저쪽 진영엔 반보천인이 둘이 있는데, 제 실력과 맞먹습니다.”로브는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지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역시나 메노스는 그의 예감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그래, 네가 가서 한번 떠봐.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네.”로브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대답한 뒤, 요트에 올라타 염구준이 있는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메노스는 정말 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거였다. 두 배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슉!로브는 어선에 뛰어올라 기세 넘치게 소리쳤다. “염구준, 한 번 붙어보길 원한다!”다소 똑똑한 선택이었다.혹시라도 집단구타를 당할까 걱정이 돼서 먼저 큰소리부터 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을 향해 시비를 거는 로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레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너 따위가 감히?”부두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로브는 패배자였다.게다가 이제 막 반보천인의 문턱에 선 수준이 감히 염구준을 상대로 나서기엔 한참 부족했다.“받아들일 건가?”로브는 그레이와 말싸움을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염구준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천기문이든 아타든 그는 애초에 경쟁상대로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다. “흥, 비겁한 놈!”노신기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어선이 잠수함을 상대한다는 건 아예 말도 안 되었다.“예부터 보물은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법이지.”염구준은 꼬리를 밟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혹여 다툼이 생긴다 해도, 실력으로 누르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보물을 탐색하는 세력이 많을 수록 고대 옥패를 찾아낼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득이었다.게다가, 정확한 위치 없이 찾아야 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었다. “고마워. 만약 보물을 찾게 된다면 염 선생도 나눠줄게.”“만약 고대 옥패를 발견한다면, 바로 주고.”대어당의 당주는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다. 염구준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적과 동료는 늘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이익뿐이었다.염구준은 그를 슬쩍 바라보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런 식의 허울뿐인 약속 따위는 진즉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검 뿐이었다.“후욱, 후욱.”노신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홀로 대어당과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철썩철썩!이윽고 바닷물이 또 한 번 요동치더니 이번엔 세 척의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올랐다.적어도 세 개의 강대한 세력이 더 온 것 같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두 방향에서 모두 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두 세력이 오는 것 같았다.보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염 선생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염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조상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 저희도 어느정도는 가져가 가문에 보태야죠.”“염구준, 날 기억해?”새로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과 한번쯤 얽혔던 사람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