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을이 정곡을 찌르는 말을 했다.손가을은 은퇴한 염구준의 실력을 여러 번 봤었다. 그래서 남편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여소광 정도면, 10명, 100명이 같이 달려들어도 염구준은 끄떡없을 것이다!“너...무슨 개소리야!”여소광은 얼굴빛이 흐려지더니 손가을을 가리키며 노여움 가득한 말투로 소리쳤다.“네 남편이 뭔데? 내가...”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다!그가 손을 든 순간, 염구준의 눈빛은 삽사간에 차가워졌다. 그는 얼음처럼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그 더러운 손 내려라. 내 아내의 눈 더럽히지 말고!”여소광의 몸과 공중에 들려진 팔이 격하게 떨렸다. 그는 헉헉 거친 숨을 내쉬었다. 분노가 극치에 달했다. 그가 갑자기 소리쳤다.“염구준, 내가 널 죽인다!”쏴!여소광이 옆에 놓인 접힌 의자를 집어 들었다. 이성을 잃은 여소광은 미친 듯이 염구준을 향해 달려갔다.“소광아!”뒤에서 낮은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홀 전체에 울려 퍼졌다.손일용이다!그는 도련님 여럿을 데리고 성큼성큼 여소광을 향해 걸어가더니 그의 손에 쥐어진 의자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낮은 소리로 한마디 했다. “조급해 하지 마!”그러고 고개를 돌려 염구준을 바라봤다. 눈빛이 어두웠다.눈치도 없는 자식!손씨 가문이 연회를 하는 곳, 초대받은 사람은 중헤 시에서도 모두 손꼽히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누나가 이번 연회를 연 목적은 특별한 신분의 신비한 귀빈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했었다.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누가 소란을 피워!?소란 피우는 자는 다 죽는다!“일용아, 마침 잘 왔다!”여소광이 손일용 뒤에 서서 염구준을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다 봤지? 저 염구준 자식이 감히 나를 건드려! 너희 가문을 뭐로 보고!”“내 체면은 괜찮아, 하지만 손씨 가문을 업신여기는 건 절대 용서 못 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손일용이 실눈을 뜨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적으로 고려하면, 그는 손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고 사적으로 생각하면 그와 여소광은 좋은 친
죽으려고 작정했구나!“이렇게 죽고 싶다는데 내가 선심을 써주지. 다음 생에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우리 집안은 개나 소나 건드릴 수 있는 집안이 아니거든!”손일용이 어두운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그러고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경호원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움직여!”“몽둥이로 저 사람 패서 죽여버려!” 쏴, 쏴, 쏴!손일용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6명의 호텔 경호원이 흉악스러운 얼굴로 몽둥이를 쥔 채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그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염구준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너희 실력으로? 어림도 없지!”염구준이 가볍게 말을 남기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두 손바닥을 동시에 앞으로 내밀며 냉랭하게 소리쳤다. “꺼져!”펑펑펑펑펑....공기가 파도처럼 몰려왔다!호텔 로비에 있던 사람 그 누구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보지 못했다.마치 보이지 않는 단단한 벽에 부딪힌 후 하늘로 날아오른 6명의 건장한 경호원의 몸뚱이만 보았다. 그들은 줄이 끊긴 연처럼 7, 8미터도 넘는 곳까지 날아가더니 다시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쓰러진 그들은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오? 좀 센 놈이구나!”삽시간, 손일용의 눈가 근육에 살짝 경련이 왔다. 그는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감히 우리 집안에서 소란을 일으키더니, 역시 실력자였군! 하지만 능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우리 집 앞에서는 보잘것없는 것이야!”말을 다 한 손일용은 두 손가락을 입에 넣고 세게 휘파람을 불었다쏴쏴쏴!그림자가 움직였다!호텔 로비 안팎, 20여 개의 그림자가 몰려왔다. 누군가는 CCTV 사각지대, 누군가는 엘리베이터 입구 옆 계단복도에서, 또 누군가는 로비 위쪽에서 뛰어내렸다. 그들 손에는 모두 나이프가 쥐어있었다.감도는 기운으로 봐서는 모두 내진이 대성한 일류의 실력자들이다!그들이 나이프를 드는 자세는 손씨 집안 손역창과 똑같았다.나이프의 모양도 손역창이 쓰던 거친 쇠칼과 거의 똑같았다!“손씨 가문이 중해 시에 자리를 잡았는데 가
그녀의 사촌 동생, 손일용이 염구준을 죽이려고 달려들어?짧은 순간이었지만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었다.“누나, 어떻게 왔어?”손일용은 사태의 엄중성을 전혀 몰랐다. 그는 염구준을 가리키며 독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저 눈치 없는 자식이 감히 우리 집안을 건드리다니. 저놈이 여소광의 손목을 부러뜨릴 뻔했어.”“누나는 올라가서 손님들 대접해. 여긴 나한테 맡겨. 내가 쾌도팀 거느리고 이 자식 해결할게.”쿵!손일남은 머리가 멍해지더니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온몸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여소광, 곁에 서 있던 몇몇 도련님, 바닥에 쓰러진 6명의 경호원, 그리고 20명이 넘는 나이프를 든 쾌도팀...손일남은 얼굴이 굳어졌다.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빌어먹을 놈아!네가 말하는 “자식”이 누군지 알아 몰라?바로 염구준이야!바로 이 사람이 조씨랑 장씨 가문을 망하게 했고 혼자만의 힘으로 중해시의 구도를 바꿔버렸다. 심지어 성주도 감히 멋대로 그 사람 신분을 말하지 못한다.개인의 실력이든, 배경이든 누구도 그의 진짜 실력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중해 시에서는 누구도 그와 비교할 수 없었다!‘염구준은 성격이 겸손해서 여기서 내가 그의 신분을 공개해버리면 무조건 노여워할 거야.’손일남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결국 그녀는 염구준의 신분을 공개하지 못했고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손일용을 바라봤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췄다. “그만 해. 빨리 사과드려!”사과하라니?손일용은 무슨 일인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손을 들어 염구준을 가리키며 의아한 말투로 말했다.“누나, 뭔가 잘못된 거지? 나더러 사과하라고? 분명 그 자식이 우리 가문에 먼저 잘못 했는데!”“여소광을 다치게 한 거면 머리 숙여 잘못을 인정하는 데서 멈추겠지만, 감히 우리 가문을 업신여기다니. 이건 절대 못 참아! 누나, 신경 쓰지 마, 내가 혼을 내줘야겠어!”그는 말하며 소매를 걷어붙여 염구준과 싸우려 했다.그녀는 화가 나기도 했고 다급한 마음에 눈물
손씨 가문이 대대로 경영한 덕분에 어렵게 지금의 모든 것을 이뤘는데 손일용 이 미련한 놈은 죽음이 코앞인데도 모르고 염구준이랑 싸우려고 달려들어?손씨 가문 모두를 죽이려는 거잖아!“지하 황제, 이 호칭 괜찮네!”손일용은 손일남과 손역창의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비웃는 얼굴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손씨 가문이 중해 시 지하 황제라는 건 동의한다! 중해 시에서 우리 손씨 가문이 한 말을 누가 감히 거역하겠어? 너 죽고 싶은 거 아니었어? 그래, 그럼 내가...”말이 끝나기도 전!손일남은 더 이상 그를 가만둘 수가 없어 손일용의 손목을 덥석 잡고 이를 꽉 물었다. 그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닥쳐!”“한마디만 더 하면 내가 네 혀를 잘라버릴 거야!”손일용은 온몸이 떨리더니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는 입을 움직였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가문에는 노소 존비의 구별이 있다!손씨 가문에서 손일남의 손일용의 유일한 사촌 누나고 지금의 가주다. 손일남이 가족의 생사를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손씨 가문 유일한 남자라고 해도 손일남이 화가 나면 절대 가족이라고 봐주지 않을 것이다.이게 바로 재벌 집의 잔혹함이다. 가법은 누구도 어길 수 없다!“염...염구준 씨.”지켜보는 사람이 많은지라 손일남도 너무 티를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체면을 무릅쓰고 염구준에게 다가가 겨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람도 많고 복잡한데, 우리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건 어때요?”염구준은 손일남을 쳐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손가을과 진영주를 데리고 성큼성큼 옆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손일남은 어리둥절해졌다 바로 용서를 받은 사람처럼 멍해 있는 손일용, 그리고 손역창과 함께 염구준을 따라갔다.호텔 맨 위층, 지존 VIP룸.“염구준 씨, 손 대표님, 영주 씨, 이리로 오세요.”엘리베이터를 나서자마자 손일남과 손역창이 재빨리 앞으로 가서 길을 안내했다. 그들은 오가는 손님들을 피해 방으로 들어간 후 “방해하지
오직 그 “망할 놈”의 염구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소파에 앉아 혼자 차를 마셨다. 그는 그 누구도, 어떤 일도 안중에 넣지 않는다는 모습이었다.손가을과 진영주는 그보다는 좀 좋았는데 얼굴만 봐서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과 반대로 손일남과 손역창은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사람처럼 어쩔 바를 몰라 하며 숨도 크게 내쉬지 못했다!“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손일용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그는 손일남과 손역창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가슴이 철렁했다.손일남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과 오돌오돌 떠는 그녀의 몸을 봤다.손역창은 더 꼴이 아니었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등은 이미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모르는 자는 죄가 없을 수도 있지.”차를 다 마신 염구준이 고개를 들어 가볍게 말했다. 그는 손씨 가문의 세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다음은 없어.”란 말 한마디만 남겼다.후!드디어 손일남의 마음이 놓였다!지난 1분도 되지 않는 침묵은 마치 한 세기처럼 느껴졌다. 길고, 괴롭고, 조마조마한 데다 너무 두려웠다...그녀는 눈앞이 깜깜해지더니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쿵!옆에 있던 손역창도 갑자기 긴장이 풀려 온몸의 힘이 빠지더니 뒤쪽 소파에 쓰러졌다. 그와 손일남은 염구준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수수께끼 같고 신 같은 이 남자, 만약 정말 화가 났다면 무조건 사람을 죽였을 것이다. 그럼 중해 시에는 더 이상 “손”이란 성씨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손씨 가문은 절대 염구준의 화를 감당할 수 없다!“다음은 없다고? 누구한테 겁주는 거야?”손일용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멍해졌었는데 그 말을 듣자 다시 화가 치밀어올랐다.“누나, 큰아버지, 대체 뭐가 무서워서 이래?”“중해 시 성주도 우리 가문 앞에서는 예의를 갖추는데 그깟 염구준이 뭐라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싸우면 되지! 아무리 실력이 강하다고 해도 우리...”쨍그랑!손일남이 염구준에게 차를 따라주려던 그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가벼운 말 한마디였지만 그 말은 방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당신 집안일이야.”“설명이 필요하니, 답장 기다릴게.”염구준이 떠났다.손가을과 진영주도 같이 방을 떠났다.방 안에는 온몸이 얼음처럼 얼어붙은 손일남과 얼굴이 잿빛인 손역창, 그리고 심하게 온몸을 떨고 있는 손일용만 남았다!“누나, 큰아버지...”손일용은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느끼며 어렵게 목을 움직였다. 그는 간절한 말투로 말했다. “그 사람 이미 갔으니 이건 좀 놓죠. 내가 친조카잖아, 당신...”“감히 뭘 더 나불거려!”손역창이 노엽게 고함을 치더니 손일용을 걷어찼다. 그는 손일용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이를 갈았다.“너, 정말 그 사람이 누군지 몰라?”“내 손에 든 칼, 우리 가문의 쾌도팀만으로 우리 가문이 중해 시 으뜸가는 가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조씨 가문, 장씨 가문을 생각해봐. 그들이 어떻게 망했는지 벌써 잊었어?”“그 사람, 염구준, 바로 염구준이 모든 것의 배후야!”“그런데 네가 염구준을 건드렸어! 그것도 아주 단단히!”쿵!손일용은 벼락 맞은 사람같이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그가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누나가 초대한 신비로운 귀빈, 그 귀빈이 바로 염구준인거야?”“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어? 어떻게... 어떻게 이게 가능해?”불가능할 게 뭐가 있어?“일용아, 넌 우리 손씨 가문의 유일한 남자야.”손일남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가 널 해외로 보낸 건 이 모든 것에서 멀리하게 하고 싶었던 거야. 우린 너를 잘 지켰고 나와 아버지는 너에 대한 기대가 커. 그래서 이번 연회 보안도 너한테 맡긴 거야. 염구준한테 좋은 인상 남기라고.”“하지만 너...”“아무리 그 사람 신분을 몰랐다고 해도 공적인 일은 공평하게 처리했어야지. 염구준은 여소광 같은 애는 신경 쓰지도 않았을 거야. 무조건 여소광이 먼저 잘못한 거지. 그런데 네가 하필...에휴!”손일남의 표정을 본 손일용은 뭔가 잘못
너...네가 직접 해결해, 염구준이 납득할 수 있게!”“그렇지 않으면, 오늘부터 세상에 손씨 가문은 없어!”염구준이 납득하도록 직접 해결하라니...손일용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유리 조각을 쥐었다. 그는 더 이상 희망을 바라지 않았다. 여소광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이게 다 그 죽일 놈의 여소광 탓이야!“내가 여소광 편을 들어주지 말았어야 해. 미리 알았더라면 여소광을 찔러 죽였지, 절대 염구준한테 대들지 않았어. 막말도 하지 않았을 거야. 내가 어리석었지...”그는 유리 조각을 들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 이를 악물었다.“큰아버지, 누나! 말이 화를 부른다더니 내가 말이 많아서 이렇게 실수했어. 내가 잘못했고 내가 틀린 말을 했어. 내가 한 짓은 나 혼자 책임질게. 절대 손씨 가문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손일용은 유리 조각으로 힘껏 자기의 입속을 그었다.풉!혀가 반쯤 잘렸다. 손일용은 피를 마구 토해냈다!“내 손으로 혀를 잘라냈으니... 이걸로 충분할 거야.”손일남이 눈을 감았다. 그녀는 도저히 바닥에 떨어진 혀를 쳐다보지 못했다. 손일남이 소파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떨리는 몸으로 연회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여기서 있었던 일, 내가 그대로 염구준한테 얘기할게. 그가 만족할지는...”“네 명에 달렸어!”...반대편 연회장.연회장에 모인 손님들은 1층 로비와 VIP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치채지 못했다.염구준이 손가을과 진영주를 데리고 직접 가장 앞줄 귀빈석에 착석했다. 그들은 누구와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어? 아직 살아있네?”누군가 뒷좌석에서 괴상야릇한 말투로 말했다. “서둘러 관을 준비하지 않고 여기 와서 자리를 잡다니? 담이 대단하구나. 손씨 가문이라고 사람을 안 죽일 거라 믿는 가 본 데.” 그 사람은 바로 여소광이었다!손일남이 “다른 곳에서 얘기하자”는 말과 함께 염구준과 엘리베이터로 들어간 후 그는 몇몇 도련님과 함께 꼭대기 층으로 갔다. 그들은 연회층에서
“일남 누나!”손일남이 걸어오는 걸 보자 여소광은 더 이상 날뛰지 않고 미소 가득한 얼굴로 다가가서 말했다.“일용이는 어디있어요? 제가 일용이 친구인데 우리 전에 만났었어요!”“저기 염구준이라는 사람, 아까 로비에서도 행패를 부려서 제가 혼을 내주려던 참이었어요! 누나, 걱정 마세요. 저 사람, 뒤를 봐주는 사람 없어요. 다만 중천오락 그룹의 연예인 정유미와 양 성주가 그 사람과 가까운 사이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걸 믿고 이렇게 날뛰는 거예요. 정유미 덕을 본 거죠!”“하지만 손씨 가문 앞에서 정유미가 별수에요? 양 성주도...”쏴!손일남의 얼굴이 얼음처럼 얼어붙었다. 여소광의 말이 끝나기도 전 손일남이 전화를 꺼내 들고 재빨리 전화번호를 눌렀다.“양 성주님, 안녕하세요.”손일남이 공손한 말투로 여소광이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전했다. 그러고는 미안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초대한 손님 중에 이런 못난 사람이 섞여 있었습니다. 성주님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고 악의적으로 소문을 퍼뜨리면서 나쁜 영향을 끼쳤습니다.”“성주님께서 명령 내려주십시오!”전화를 받은 중해시 성주 양천기는 무려 30초 동안 침묵했다!성주 댁에 앉아 전화를 받던 양천기는 분노로 눈이 이글거렸다. 동시에 그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그늘졌다.“손 가주님, 염전...그러니까 염구준 씨가 거기 계신다는 겁니까?”“여운해의 아들, 여소광, 감히 염구준 앞에서 위세를 떨어? 그에 대해 나쁜 말을 해?”“내가 직접 처리하지!”양천기는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 바로 “뚝” 전화를 끊었다!연회장의 북적이던 사람들은 삽시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떨어진 거리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의 관심은 손일남에게 쏠려있었다.손 가주님이...방금 전화한 사람이 양 성주라고? 연회장 상황을 보고드린 걸까?게다가, 특별히 여운해와 그의 아들 여소광을 얘기하다니?“일남 누나, 너, 너...”여소광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손일남을 쳐다봤다.“누나, 정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