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네. 죽는게 무섭지 않아 하는 인간이 있네!"양 비서의 시선은 구준의 얼굴로 서서히 돌아갔고, 입으로는 낮게 찬웃음을 지었다."멀쩡하게 사람 안하고 그렇게 개가 되고 싶어? 그래, 내가 네 소원 들어줄게!"말을 하며 그는 팔을 번쩍 들고는 휘둘렀다. "얘들아, 어떻게 개가 되는지 좀 알려드려라!"건장한 남자는 곧바로 앞으로 걸어와 구준을 향해 함박웃음을 지었다. "형씨, 죽는다는 글자 어떻게 쓰는지 알어? 3초 줄게, 무릎 꿇고 개처럼 짖어! 3초 넘으면, 내가 절망이란게 뭔지 알려줄테니!"절망?구준은 눈도 들지 않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쪽은 담이 커서 날 탄복하게 만드네.""개가 짖는건 내가 배운 적이 없어서. 차라리 그쪽이 먼저 시범 보여줄래요?""개처럼 짖으라고?"건장한 사나이는 잠시 당황해 어떨떨했다가 곧 기가 차 웃었다. "염 씨, 나는 이미 기회 줬어. 근데 소중히 여기지 않은건 당신이야!""이제 알려주지. 무엇이 진정한......"구준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고 바로 오른손을 번개처럼 내뻗어 이 건장한 사나이의 목을 조르고는 엎어쳤다.쾅!180여 근의 강인한 몸뚱이는 마치 쏘아진 포탄처럼 20여 미터를 쉽게 내동댕이쳐져 멀리 있는 복지원 담장에 세게 부딪혔는데 '펑'하는 큰 소리와 함께 담벼락을 따라 서서히 미끄러졌다.그는 땅에 떨어져 경련을 심하게 몇 번 했다가 곧 뒷머리가 삐뚤어지더니 그 자리에서 실신하였다!"이......"마당에 햇볕을 쬐고 있던 많은 홀몸 어르신들,그리고 들것에 누워 있던 손중천은 멀리서 이 장면을 보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역시 염구준, 진짜 강하다!"구준씨......"사무실 입구에 있던 손가을 역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구준이 손을 쓴적이 한 두번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일줄은.. 일반인의 눈으로는 전혀 보지도 못할줄은 몰랐다."시발, 감히 내 사람을 건들이다니!"원장 사무실 입구 계단에는 양 비서는 먼저 얼떨결했다가 곧 그 뒤에는 분
"안경, 내 안경!"안경이 없어지자 양비서의 눈앞은 흐릿해졌고, 무의식적으로 두 손을 마구 휘두르며 연신 고함을 질렀다. “염구준, 대체 뭘 하려는 거야?! 내 안경 돌려줘!""비서면 눈치가 있어야지.어떤 사람한테는 죄를 지을 수 있는지, 어떤 사람은 건드리면 안 되는지를 알아야 해."구준은 안경을 버리고 발로 짓부셨다.그리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쪽은 눈치가 하나도 없는게 알리는군. 안경을 쓰는 것도 낭비야. 그리고......""이 두 눈도 필요 없겠어!"말하며 그는 바로 뺨을 때렸다.찰싹!또 뺨을 한 대 맞고서 양 비서는 온몸을 뒹굴며 날아갔고 눈안의 핏줄은 그대로 터져서 입으로는 '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는 곧 착지한 뒤 바로 기절했다.눈이 멀었다!이것은 감히 가을에게 추파를 던지는 자의 최후였다.눈알이 구준이 때린 뺨에 의해 터져나왔다!"악! 내 눈, 내 눈......"바닥에는 양비서가 아파서 죽을것 같았다.두 손으로 눈을 가렸는데 미칠 지경이었다. "염 씨, 감히 내 눈을 눈멀게 하다니. 사장님이 널 꼭 살려주지 않을 거야. 죽어, 죽어!"멀지 않은 곳에 앞서 구준한테 당했던 몇몇 남자들은 이때 굴러다니면서도 달려와 양 비서를 옆에 세워뒀던 오디 A로 부축했고 도저히 계속 머물 엄두를 내지 못해 차를 몰고 낭패한 모습으로 가버렸다.가던 중 앞서 기절했던 남자도 잊지 않고 데리고 복지원 입구로 나가버렸다."염 선생님."A 두 대가 떠나는 것을 멀찌감치 지켜보던 곽해는 마음의 충격을 오래도록 가라앉히지 못하고 사무실 입구에 한참 서 있다가 마침내 다소 정신을 차리고 구준을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당신이 이렇게까지 강하실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까는...."말을 하다가 멈췄다!곽해의 주머니에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는데, 전화가 걸려온 것이 확실했다."설마......"무엇인가를 짐작한 듯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 그는 전화 발신 표시를 쳐다보더니 몸이 굳었다.역시 그였다!청해시티 건설
청해시티 건설 그룹은 청해시에 자리잡아 수십 년 동안 큰 무리를 키웠고, 사장 오영호의 인생 배경이 복잡하게 얽혔는데 수도쪽과 관계가 얕았다는 말도 돌았다.청해시, 심지어 해동성 지방에도 오영호에게 죄를 지은 사람 치고는 결코 좋은 결말이 아니였다!"오사장님, 오해에요. 정말 큰 오해입니다!"복지원 사무실에는 곽해가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제 설명 좀 들어주세요. 제가......""쓸데없는 소리 좀 그만해!"오영호는 욕설을 퍼부으며 차갑게 타일렀다. "염구준이 내 사람을 때렸으니 대가를 치르라고 할거야. 곽해, 지금 염구준에게 손가을을 데리고 즉시 와서 나에게 사죄하라고 말해!""30분 안에 그 둘을 데려오지 못한다면, 당신의 복지원을 태워버리고, 손 씨 그룹을 먼지가 되게 할테니!"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탁' 하고 전화를 바로 끊었다."끝, 끝이야......"곽해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몇 걸음을 참지 못하고 휘청대더니 하마터면 땅에 넘어질 뻔했다.다 끝났어.. 다 끝났다고!무려 오 사장이다. 도쪽에 있는 많은 거물들도 그의 체면을 세워줘야 하는데, 청해시에서 누가 감히 그를 건드릴수 있을까? 염구준이 오 사장님의 사람을 때린 행동은 화를 정말 크게 불러일으켰다!"원장님."아까 전화는 스피커를 켜지 않았지만 염구준의 청력이 어찌나 예민한지 자연스럽게 모든 내용을 다 들었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제가 사죄하길 원하죠? 저도 마침 그를 만나고 싶었는데 잘됐네요!""가을아, 먼저 어르신을 집에 모셔가. 나는 청해시티 건설 그룹 좀 들렸다 올테니."말을 마친뒤 그는 뒤돌아 사무실 입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안돼!"가을은 깜짝 놀라 구준의 팔뚝을 무의식적으로 잡았다. "가면 안돼. 절대 가지 마! 당신은 오영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의 유명세를 들었어. 그는 전의 깡패들과는 달라!""그 사람.... 그 인간은 정말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람을 죽여. 절대 그 사람에게 죄 지어선 안된다고
양비서는 이를 악물고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울부짖었다. "사장님, 제 눈이 염구준에 의해 멀어졌습니다. 저는 이제 맹인이에요! 제가 여러 해 동안 사장님을 따라다닌 부하임을 보아서 응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염구준이 정말 감히 온다면 제 손으로 그의 목을 꺾게해주세요!"오영호는 시가를 한 모금 피우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러고는 시선을 돌려 테이블 옆에 놓인 씨씨티비 화면을 들여다보았다.화면에 보이는 것은 바로 사무건물 바로 앞의 작은 광장이였다!붉은 포르쉐가 광장 중심부에서 천천히 멈추고 구준이 문을 열고 내려 건물 꼭대기 층을 올려다보고는 가을과 곽해가 내리기를 기다리고는 "가자, 올라가자"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지금은 오전 8시 반인데 마침 출근 시간대라 1층 로비 곳곳에 시간에 쫓기며 출근하는 직원들로 엘리베이터 입구에 인파가 몰렸는데 밀려서 숨 쉴 틈도 없었다.구준은 가을과 곽해를 데리고 로비로 들어가 바로 엘리베이터 앞쪽으로 가더니 소리쳤다."다 비켜!"어?주변의 직원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는 구준의 얼굴을 거듭 훑어보았다.이게 누구야, 감히 청해시티건설그룹에 와서 소리를 지르다니? 그는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가?!바로 이때."염구준, 역시 왔구나!"엘리베이터 안의 통신기에서 오영호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모두 비켜라. 그들을 굴러오라고 해!" 말을 하며 그는 당당하게 웃었다.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직원들은 서둘러 흩어져 2m 남짓한 폭의 통로를 양보했고 염구준 등을 보며 남의 불행을 비웃는듯한 표정을 했다.그들은 알았다. 이 세 사람은 사장님에게 죄를 지었다는걸, 지금은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지만 조금후에는 꼭 탈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였다. 지난 번 사장님에게 죄를 지은 사람은 산 채로 두 다리가 부러졌다고!"염구준, 손가을, 곽해....'이때 최상층 사무실 안에서 오영호는 씨씨티비 화면을 보며 염구준과 곽해를 대충 한눈 훑어보는 데 그치고는 손가을에게 시선을 떨어뜨렸다.훤칠하게
양비서, 정말 독하다!"무서워하지 마세요."구준은 양비서를 쳐다보지도 않고 사무실 안의 손님 접대용 소파를 짚으며 가을과 곽햐를 향해 빙긋 웃었다. "자, 앉으세요. 같이 오 사장과 양 비서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보죠. 우리는 저들이랑 같이 천천히 놉시다."논다고?오영호는 염구준을 두 눈 쳐다보고는 시가 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시고 얼굴에 냉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젊은이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내 앞에서도 감히 허세를 부리나? 양비서 얘기 들어보니 네가 싸움을 잘한다지?"말을 마치고 그는 손바닥을 들어 세게 두드리며 소리쳤다. “다 나와!"시끌벅적. 사무실 옆 스위트 라운지에는 큰 무리의 우람하고 건장한 사람들이 광기 가득한 얼굴로 돌진했고,매 사람마다 고무 방망이 하나를 들고는 염구준등 세 사람을 겹겹이 둘러쌌다.특히 최전방에 있는 두 명의 음탕한 청년은 회색 연공복을 입고 허리춤에 합금 단검을 꽂고 양쪽 관자놀이가 높이 솟아올랐는데 분명 제대로 단련한 무도의 고수임이 따로없었다!"염구준, 허세 더 부려보시지?"오영호는 다리를 꼬고 구준을 비웃었다. "네가 싸움 잘한다는 걸 알아서 내가 특별히 이 큰 음식을 준비했지. 여기가 다 내 밑에서 가장 잘 싸우는 형제들이야. 네가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함 보자고!"구준은 눈도 안 들었을뿐만 아니라 표정 또한 덤덤했다.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아?!""오?"오영호는 미간을 올리며 웃었다. "염구준, 너 참 별종이구나! 나는 이런사람 매우 좋아해! 네가 무릎을 꿇고 절하고, 개 짖는 법을 배우고, 다시 바지가랑 밑을 기어 지나가면, 내가 네 개팔자를 살려주마!"헉!오영호의 말이 막 끝이나자 큰 무리의 우람하고 건장한 무리들이 동시에 앞으로 다가왔다. 손에 든 고무 방망이는 일제히 구준쪽으로 향했다. 즉시 덤빌것이 명확했다."오 사장님!"곽해는 바로 당황해서 얼른 핸드백을 꺼내 그 안의 배상 계약서를 찾아내며 연신 입을 열었다. "화내지 마세요. 잘 상의하시면 되잖습니까! 사장님께서 제
이 순간 염구준의 몸은 이미 멈춰 섰고, 곽해와 손가을 곁에 멈춘 것이 아니라 오영호의 앞에 멈춰섰다!왼손을 내밀어 오영호의 턱을 치켜세우고 오른손에는 사인펜을 쥐고는 그의 얼굴에 천천히 그렸는데,소리는 마치 사신이 찾아온 듯 해서 오영호의 마음과 귓가에 동시에 울려퍼졌다. “오 사장님, 서두르지 마시죠. 이 세 글자, 제가 잘 써드릴테니!""아니, 안돼!"얼굴의 근육은 사인펜의 펜촉에 의해 완만하게 찢어졌고, 너무 아픈 나머지 오영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었다. "염구준, 너 미쳤어?! 어떻게 감히?!""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나는 홍 어르신의 사람이야. 내 뒤에는 홍 어르신이 계신다고!"홍 어르신?구준은 무슨 홍어르신이든 뭐든 아랑곳하지 않고 손의 움직임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으며 '미안해' 세 글자를 완정하게 오영호의 얼굴에 새겼다!사인펜을 버리고 가볍게 손뼉을 친 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아까 홍 어르신이라고 했나? 지금 그에게 전화해서 오라고 해!""나는 수고하는 것 개의치 않아. 그의 얼굴에도 몇 글자 사인을 해주지!"염구준이..... 홍 어르신 얼굴에 글씨를 쓴다고?!오영호는 얼굴을 가렸다. 핏물이 흐르든 말든 마음속으로는 죽을듯이 후회했다. 경솔했다!그는 소문의 쓰레기 데릴사위가 몇년전 군대에서 퇴역한 군인일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의 수단이 이렇게나 박력있고 실력이 이렇게나 무서울줄은 그는 상상도 못했다.거의 스무 명에 건장한 부하들, 그리고 두 명의 무도들은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염구준에 의해 얼굴에 모두 글자가 새겨졌다.자신조차도 피하지 못했다!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염구준이 원하면 충분히 사인펜으로 그들의 목을 뚫어 그 자리에서 죽게 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내가 방금 한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나?"구준은 오영호의 두 눈을 주시하며 다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내 인내심은 한정되어 있어. 지금 당장 홍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된 사람은 하나도 도망치려고 하지 마!"오영호은 감히 전
곽해는 흡족해하며 염구준을 향해 절을 하고는 얼굴에는 말할 수 없는 고마움을 띠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아무도 건들이지 못하는 오영호가 염구준에게는 그토록 쉽게 제지당하다니, 그의 아래에 있는 그 수하들, 양아치들은 염 선생님 앞에서는 전혀 아무것도 아니였다!"두번째."구준은 담담한 시선으로 오영호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아까 내 아내와 놀아주겠다고도 했던가?"쾅!오영호는 머리가 멍했고 손까지 저렸다!손가을과 잔다고? 오영호는 그런 말을 한거에 몹시 후회했다. 지금은 너무 무서워 죽을 지경이였다!"제가 그런말을 했다니.. 전 사람이 아닙니다, 전 병신이예요!"오영호는 울부짖으며 땅에 엎어져 구준과 가을 앞에서 이리저리 뒹굴었다. "염 선생님, 그리고 가을양, 제가 굴러서 보여드릴게요! 제가 잘못했다는거 압니다, 진짜로 압니다,두 분께서는 그냥 제가 방귀나 뀌었다고.. 무시해주세요."오십이 넘은 사람이라 죽을까 봐 무서워 조금의 체면도 세우지않고 더욱 빨리 굴렀다. 입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외쳤는데 구준에 대한 두려움이 극에 달했구나!"사, 사장님......"옆에 있던 양 비서는 눈이 멀어 볼 수 없었지만 귀는 들을 수 있었고 마음은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이 됐고, 몸이 벌벌 떨리면서 입술이 말랐다. "너, 너......""다 네가 해친 거야!"땅에서는 오영호가 울부짖으며 손을 뻗어 양 비서를 가리키였다, 화가 나 폐가 폭발할 지경이였다. "감히 염 선생님에게 죄를 짓다니, 네 목숨이 열개라도 모자라! 사람은?빨리 가, 그를 산 채로 죽여!"구준이 자리에 있었기에 그 우람한 남자들과 두 명의 무도들은 전혀 경거망동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제자리에 서 있었다.얼굴에는 핏물이 아직도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가을아, 곽 원장님."구준은 이 무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복지원 일은 해결됐으니 우리는 이만 돌아가죠"말을 마치고 그는 가을의 손을 잡고 곽해와 함께 사무실 입구를 나섰다.양 비서의 사
"에휴......"손태석이 깊은 숨을 들이쉬였다. 눈은 감격으로 가득했다.이 사위의 재주는 이미 그를 완전히 굴복시켰으니, 만약 손태진과 손타산이 회개할 줄 모른다면 자신이 사정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였다!"아빠, 엄마."거실의 분위기는 다소 억눌려 있었는데 가을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냈다. "회사에 아직 일이 남아 있어서 구준씨와 먼저 돌아갈게요. 저녁 식사 같이 해요."말하며 그녀는 구준을 끌고 돌아서 거실 밖으로 나가 방범문을 닫았다."가을아."구준은 한 손으로 운전을 하고, 차 스크린에 손가락을 살짝 대며 차분한 음악을 띄워주고는 이렇게 말했다. "어르신께서 중병으로 누워 계시면 부모님께서 속상하실 수 있어. 당신이 원한다면 이제마를 불러와 어르신을 모시게 할게."그의 말은 다 끝나지 않았다.가을의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갑자기 살짝 진동했는데 전화가 걸려온 것이 분명했다."사촌 여동생?!"전화가 온 것을 보고 가을의 얼굴에 살짝 웃음꽃이 피었다. 무거웠던 마음은 삽시간에 흩어졌다.외삼촌 진솔의 딸, 그녀의 사촌, 진영주이다!여섯 살 차이의 사촌 여동생은 당시 손씨 집안에서 쫓겨났는데 그때 진영주는 고등학교에 다녔으며, 자신의 생활비로 몰래 도와주기도 하였으므로 친자매같은 사이라고 할 수 있었다.지난 번 진노부인의 여든 생신에 영주는 제두 '용두'에서 대학을 다녀 휴가를 내고 돌아오지 않았기에 가을은 아직도 아쉬움이 있었다.지금 진영주의 전화를 보더니 바로 받고는 얼굴에 희색을 띄였다. "영주야, 너 왜 갑자기 내 생각을 했어? 용돈이 필요한거야? 내가 곧 돈 보낼게!"외삼촌 진솔의 가정형편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데다 대학에 다니는 여자아이들의 지출이 비교적 큰 편이였으며 오늘날 손씨그룹이 급속히 발전하여 수중의 유동자금이 매우 너그러우니 당연히 이 어린 사촌을 손해보게 둘수는 없었다."언니, 나날이 헷갈리는 거 아니에요? 저 대학교 4학년이라 곧 실습 시작해서 스스로 돈 벌 수 있어요! 제가 선택한 인턴십은 바로 우리 해동
“미안하게 됐습니다.”민현은 한마디로 사과하고 찾아온 목적을 말했다.“적혈석은 귀한 물건은 아니지만 민씨 조상들이 남긴 거라 의미가 있어요. 그러니 돌려주면 합니다.”염구준은 듣다가 웃음을 터트렸다.“그게 다입니까?”달랑 입만 들고 와서 내놓으라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적혈석은 민씨네 물건은 맞지만 염구준이 싸우면서 거록의 손에서 빼앗은 것이었다.“그리고 민씨 가문 대신 적혈석을 지켜주고 천석을 죽인 놈에게 대신 복수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그러니 이 늙은이 체면을 봐서라도 적혈석을 돌려주길 바랍니다.”이번에는 오만한 태도를 거두고 말투가 많이 공손해졌다.염구준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태도가 좋아서 지난 일은 따지지 않을게요. 그냥 돌아가세요.”적혈석에 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았으니 쉽게 넘겨줄 리가 없었다.이런 물건이 바위성의 마술쇼에 나타난 것부터 이상했다.염구준이 직설적으로 말하자, 민현은 안색을 굳히며 기운을 움직였다.여기서 싸우자는 뜻이었다.“어른들은 일단 일을 저지르면 본인이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그나마 상대방이 나쁜 사람 같지 않아서 한마디 주의를 주었다.호찬과 용필이 다치지 않았으니 여기서 싸우고 싶지 않았다.필경 반보천인의 파괴력이라면 손씨 그룹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오해하지 마세요. 그쪽과 내기를 해서 적혈석을 가져오고 싶을 뿐입니다.”민현은 기운을 거두고 빈손으로 요구한 자신의 처사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러니 절충안을 마련하여 서로 적이 되는 것을 피해야 했다.강호에서 무술인들끼리 무력으로 해결하는 것은 극히 정상적이었다.“하하하. 원래 제 물건인데 어르신의 조건을 들으면 저만 손해를 보잖아요.”염구준이 큰소리로 웃었다.이런 조건을 제시하다니 역시 뭔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그럼 어떻게 하고 싶습니까? 사양하지 말고 말해 보세요.”민현이 말을 바꾸었다.“저도 곤란하게 하지 않을게요. 이따가 어르신이 지면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해 주세요.”염구준은 상대방을 함정에 빠트리
“명심해. 어떤 상황인지만 알아보고 절대 위험하게 끼어들지 마. 안전이 우선이야.”“알았어.”초상비는 언어 변환기를 챙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본래 염구준이 직접 가려고 했는데 당분간은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바위성 전투가 끝난 뒤, 거록이 돌아다니면서 광기를 부리기에 최대한 빨리 잡아내고 싶었다.그 반면에 흑풍은 워낙 죽음을 두려워해서 중상을 치료하려면 한동안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그때 누군가 경호실에 뛰어들어와 다급하게 말했다.“염 선생님, 민씨라는 사람이 찾아 왔습니다.”올 것이 드디어 왔다.적혈석이 그에게 있고 바위성에서 민천석이 죽었으니 가문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염구준이 일어서며 초상비에게 말했다.“지금 바로 출발하고 계속 연락하자.”말을 마친 그는 민씨 가문을 만나러 밖으로 나갔다.손씨 그룹 밖에 숨결이 깊고 걸음걸이가 진중한 노인이 서 있었다.무술인이라면 딱 봐도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비켜. 세상에 나 민현더러 기다리게 하는 사람은 없어!”노인이 거만하게 말했다.“하, 세상에서 아무 사람이나 염 선생님을 만날 수 없어요.”호찬은 노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입구를 막고 있었다.실력이 뛰어나고 출처가 확실하지 않는 고수들은 항상 조심해서 상대해야 했다.“흥!”민현은 콧방귀를 끼며 강력한 기운으로 호찬을 물리쳤다.반보천인 실력이었다.하지만 입구를 막은 두 사람은 인상을 굳히며 꿈쩍하지 않았다.민현은 이해되지 않았다.반보천인 고수 앞에서 일반 무술인들이 보이던 반응이 아니었다.‘설마 겁을 먹었나?’바로 그때 호찬이 말하면서 똑같은 기운을 발산했다.“반보천인은 강하지만 그렇다고 손씨 그룹 앞에서 자랑할 자격은 없습니다. 얌전히 기다려 주세요.”용필도 맞장구를 쳤다.“그럼요. 소란을 피우지 마세요.”무시당한 민현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달아오랐다.“그럼 진짜 실력을 보여주마!”말이 끝나기 바쁘게 민현은 강력한 실력을 보여줬다.“막읍시다!”호찬은 용필과 함께 2대1로 맞서 싸웠다
“와, 한동안 갖고 놀 수 있겠어요.”염희주는 너무 기쁜 나머지 덩실덩실 춤까지 추었다.“마음에 들면 됐어.”염구준도 활짝 웃으면서 딸을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그런데 선물을 받은 염희주가 다른 조건을 말했다.“아빠, 오늘 주말인데 나랑 같이 해양박물관에 가서 놀아요.”그 말에 염구준은 아내를 떠올렸다.“엄마 아직 일하는데 우리끼리 놀러가면 삐치겠지?”“왜, 내가 없는 사이에 내 흉이라도 봤어?”범도 자기 흉을 보면 나타난다더니 손가을이 회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엄마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아빠가 우리를 데리고 해양박물관에 가자고 했어요.”딸의 말에 염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누구에게 배운 것인지 어린 나이에 잔꾀가 엄청 많았다.“구준 씨, 이제 집에 들어왔으면 좀 쉬어.”손가을은 딸과 함께 보채지 않고 걱정스럽게 물었다.“피곤하지 않아. 지금 가자. 늦으면 문 닫겠어.”염희주 표정을 보고 도무지 거절할 수 없었다.그러다 돌아서서 두 노인을 쳐다봤다.“장인어른, 장모님, 저희 같이 가시죠.”염구준의 말에 두 노인은 손을 저었다.“우리 지인이랑 포켓하기로 했어. 너희들끼리 가. 게다가 고기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노인은 세 식구가 오붓하게 지낼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나중에 손가을이 제이든을 불렀지만 시무룩해하며 거절했다.그렇게 세 식구는 해양박물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특히 염희주는 처음 온 것도 아닌데 연신 감탄을 자아내며 사진도 잔뜩 찍었다.“아빠, 장수경은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라는데 왜 올 때마다 보이지 않아요?”그녀는 다양한 동물을 보며 질문했다.“너무 커서 여기서 살기에 적합하지 않아.”딸의 질문에 염구준은 인내심 있게 대답하고 다른 지식도 알려주었다.“그렇구나.”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염희주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실은 해양박물관에 오자고 한 것은 핑계이고 부모와 함께 놀고 싶었다.그렇게 해양박물관이 문을 닫을 때까지 실컷 물고기를 보았다.“너무 기뻐요!”저녁에
다들 웃고 떠들면서 식사하는 가운데 윤걸만 어색해 보였다.식사를 마친 뒤, 청룡은 그를 데리고 전신전으로 돌아갔다.붉은 장미 일행은 각자 귀국하고 염구준도 청해로 돌아왔다.청해 공항.염구준이 공항에서 나오자 손태석이 마중을 나왔다.“장인어른, 집에 계시지 어쩌다 마중하러 오셨어요?”왠지 가슴이 뭉클해지고 따뜻했다.“한 식구인데 당연히 마중하러 와야지. 가을이 중요한 회의가 있다길래 내가 대신 나왔어. 그리고 너희 아버지는 북쪽 변경으로 돌아갔어.”손태석은 손을 흔들며 주차한 곳으로 향했다.“네, 저도 들었어요.”염구준은 앞장서서 차문을 열어주었다.염씨 가문의 산업도 꽤 규모가 커서 염진은 고집을 피우며 지금까지 최전선을 지키고 있었다.염구준이 은퇴하라고 몇 번이나 설득했지만 자신의 영역에 침범하지 말라면서 아예 말을 듣지 않았다.“구준아, 이번 일은 순조롭게 해결했어?”손태석이 갑자기 질문했다.“잘 해결했어요. 나흘도 되지 않아서 돌아왔잖아요.”염구준이 웃으면서 태연하게 말했다.왠지 그에게 어려운 일이란 없는 것 같았다.“그럼 됐어.”손태석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구준아, 네가 평범한 녀석은 아니란 걸 안다. 퇴역한 대장처럼 간단한 신분은 아니겠지. 그에 대해 캐묻지 않겠지만 밖에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 가족들은 너를 떠날 수 없고 또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 거 바라지 않아.”솔직히 함께 산 세월이 짧지만 그동안 겪은 일들이 많아서 손태석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챘다.“장인어른, 저 벌써 들통난 거예요? 대단하세요.”염구준은 숨기지 않고 오히려 칭찬했다.“당연하지.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렇게 뻔한 걸 모르겠어?”손태석은 웃으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염구준을 보면 볼수록 참 훌륭한 사위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가 가족을 위해 한 일들은 전부 지켜보고 항상 감사하게 여겼다.가문이 으리으리한 사위가 전혀 부럽지 않았다.가는 동안 두 사람은 편하게 남자들 사이의 대화를 나누었다.그러다 도중에 손태석이
“염 선생님, 우리 마씨 가문을 구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마거봉은 술잔을 들고 연신 감사를 표했다.“당연한 일입니다. 게다가 마거봉 씨 결정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어요.”염구준은 모두 사소한 일이라 여기며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잔을 비우자 마거봉이 바로 술을 따르며 말을 이어갔다.“염 선생님, 어렵게 바위성에 오셨는데 며칠 더 머무르면 제가 직접 가이드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저희 바위성의 풍경은 아름답고 명승고적도 많거든요.”생명의 은인에게 보답할 길이 없으니 최대한의 성의라도 보이고 싶었다.“아닙니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떠나야 합니다. 아직 처리할 일이 많아요.”염구준은 완곡하게 거절했다.임무를 완성했으니 붉은 장미 일행은 귀국하여 이번 작전 상황을 보고하고, 전신전 부하들도 각자 맡은 임무가 있어 빨리 제자리로 복귀해야 했다.마거봉은 더는 설득하지 않고 재산 절반을 염구준에게 주려고 했지만 또 거절을 당했다.하지만 이미 내놓은 돈을 다시 받을 수 없으니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했다.염구준은 돈을 위해서 타인을 돕지 않았다.오로지 마거봉이라는 사람이 있으면 용하의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이거 놔. 당신들 대장 나오라고 해. 이거 그 사람이 준 명함이야!”다들 기분 좋게 식사하고 있을 때,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파티 주최자인 마거봉은 안색을 굳히며 밖으로 나갔다.“뭐가 이렇게 시끄러워?”“경찰이 볼일이 있다면서 들어오려고 합니다.”밖에서 경호원도 막기 버거운지 힘겹게 대답했다.경찰이 내민 명함에 이름은 없고 주소만 적혀 있어서 함부로 들여보낼 수 없었다.“들어오라고 하세요. 그분도 공을 세웠어요.”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염구준은 엊저녁에 온몸에 피투성이면서도 물러나지 않았던 남자가 생각났다.경찰이 방으로 들어오더니 염구준을 보며 말했다.“역시 여기에 계셨군요. 제 이름은 윤걸입니다. 당신 부하가 되고 싶습니다.”윤걸은 밤새 생각했었다.아직 종사 경지로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니 더 많은
“그렇지. 그럼 한 번 더 도와줘.”거록은 갑자기 소매에서 단칼을 꺼내며 또 공격하려 들었다.“미친놈아!”흑풍은 화를 내며 합금칼을 꺼내 막았다.촤아악!두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하지만 흑풍은 거록의 힘을 이기지 못해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염구준과 싸울 때도 중상을 입지 않았는데 피방패술을 사용하는 바람에 지금 많이 허약했다.그러니 필사적으로 싸워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사술을 함부로 사용하면 어둠에 침식되어서 미치광이가 될 수 있어. 나를 보내면 해결할 방법을 알려 줄게.”힘으로 상대가 되지 않자 흑풍은 설득하기 시작했다.“죽어라! 더는 날 속이지 마. 네 심혈만 있다면 난 살 수 있어!”거록은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미친듯이 포효했다. 지금 상태를 보면 인성이 남아 있는 것 같지 않았다.“너나 죽어!”흑풍은 큰 결심을 내리고 다시 피방패술을 펼쳐서 사라졌다.이 술법을 두 번이나 사용했기에 도망친 거리가 멀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했다.죽지 않아서 다행이었다.흑풍은 허약한 몸을 끌고 멀리 도망쳤다.이번 교훈을 통해 다시는 타인에게 사술을 전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악!”허공을 무찌른 거록은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아직 용하에 있기에 지체하지 않고 해외로 도망쳐야 했다.두 사람은 생사를 건 사투 끝에 원한을 맺었으니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다.그들 사이가 틀어진 반면, 다른 곳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승전의 기쁨을 만끽했다.염구준은 청룡을 불러 마거봉을 도와 마무리를 하도록 안배했다.밤새 여러 사람들이 노력한 덕분에 바위성은 드디어 질서를 회복했다.마거봉은 파티를 열어 공신들을 초대했다.파티에서 염구준 일행은 한 테이블에 앉고 나머지는 따로 앉았다.이뿐이 아니었다.마거봉은 다른 음식점까지 대여하여 이번 작전에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축하주를 마셨다.이쪽 테이블에서 다들 젓가락을 들지 않고 염구준의 말을 기다렸다.“식사하기 전에 각자 상황을 말씀하세요.”그러자 책임자들이 하나씩 일어나서 자신의
한 바탕 싸운 후, 공연장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렸다.염구준의 기세는 여전히 죽지 않았다.그는 두 사람을 향해 걸어가며 싸늘하게 물었다.“봉유곡이 어디 있어?”고대 사술은 악랄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해쳤으니 하루 빨리 막아야 했다.점점 더 압박해 오자 거록과 흑풍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더는 싸울 힘이 없어서 대항할 수 없었다.“흑풍! 네게 마지막 패가 있다고 했잖아!”거록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가자!”흑풍은 거록을 잡아당기며 무서운 기운을 폭발시켰다.주변에 붉은 안개가 피는 것이 피방패 술법이었다.염구준은 연달아 열 개 넘는 검기를 휘둘렀지만 허공을 치고 말았다.붉은 안개가 사라졌을 때 두 사람은 이미 도망친 후였다.하지만 흑풍이 강력한 술법을 사용한 이상 손해 본 기운을 단기간에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거록이 말한 마지막 패가 도망치는 건가?’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며 찾았지만 어디에도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마거봉 씨, 여기 마무리를 부탁할게요.”“그럼요. 부하들이 지금 여기로 오는 중입니다.”마거봉은 해맑게 웃으면서 대답했다.이런 일은 진작에 안배했다.바위성 실세인만큼 수중에 사람들이 많았다.그들은 싸움은 잘 못하지만 다른 일은 잘 처리했다.한편, 도망친 흑풍과 거록은 바위성을 벗어나서야 걸음을 멈추었다.길에서 전신전의 부하들이 앞을 막았지만 청룡이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이미 멀리 도망치고 없었다.두 사람 모두 반보천인이라 중상을 입어도 평범한 무술인들은 막지 못했다.“퉷! 재수없어! 미리 피방패술을 연마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죽었어!”흑풍은 나무에 기대어 피를 토했다.지금 기운이 약해져서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피방패술은 대단한 술법이지만 그만큼 부작용이 심했다.“젠장, 내가 반드시 염구준 그놈을 죽일 거야.”거록도 씩씩거리면서 입으로만 욕을 뱉았다.“지금 우리 상태를 봐. 안전한 곳을 찾아서 먼저 치료부터 하자.”운기를 하던 흑풍은 깜짝 놀랐다.내상이 심각하여 아무리 반
염구준은 또 한 번 거센 공격을 펼치며 흑풍을 몰아붙였다.붉은 기운이 몸을 보호하고 있으니 흑풍은 팔이 저릴 뿐, 다치지는 않았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너 전보다 강해졌어?”흑풍은 상대가 안 되자 경악하며 염구준을 쳐다봤다.안 본 사이에 염구준은 검의를 더 깨닫고 일부분 용의 기운을 융합했다.게다가 옥패에 숨은 무술도 멈추지 않고 연구했으니 실력이 강해지지 않으면 이상했다.“하, 너도 강해지는데 나라고 제자리 걸음하라는 법이 있어?”염구준이 되물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 은근 놀라웠다.흑풍이 이 정도로 강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놈의 실력은 공무적과 비슷했지만 여전히 방어력은 약했다.“흥, 이따가 형이랑 같이 공격하면 네가 어떻게 막을지 두고 보자.”흑풍은 그렇게 두렵지 않았다.옆에서 적혈석을 연마하는 거록이 가장 큰 패였기 때문이다.그런 생각을 하다 고개를 돌렸을 때 흑풍의 안색이 굳어졌다.“형, 뭐 하는 거야? 빨리 적혈석을 부수고 심혈을 연마해!”“혈석이 단단해서 깨지 못하겠어.”거록 존주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꿈에서도 바라던 보물이 손에 들어왔는데 사용할 수 없으니 완전히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하하하.”염구준이 웃음을 터트렸다.두 사람은 사술이 아니라 개그에 더 소질이 있는 것 같았다.“봉유곡이 너랑 같이 있어?두 사람의 사술은 고대 사악한 술법과 흡사했다.흑풍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놈에 대해 말하고 보니 너한테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어.”만약 염구준이 중상을 입히지 않았다면 흑풍의 눈에 띄지 않았고 실력도 빠르게 향상되지 않았을 것이다.염구준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지 않고 제자리에서 기운을 축적했다.검의를 어느 정도 끌어올렸으니 최강 살수로 승부를 낼 자신이 있었다.“그만해. 나랑 같이 공격하자. 저놈이 검을 꺼내면 안 돼.”흑풍은 아연실색하며 잘린 왼쪽 팔을 떠올렸다.염구준의 실력을 과소평가한 탓에 적지 않은 손해를 보았다.스스슥!흑풍은 거록과 눈빛을 마주치더니
“같이 죽자!”거록은 몸에서 붉은 기운을 미친듯이 발사했다.생사의 갈림길에서 사술을 사용한 것이다.이 기운이 소진되면 바로 목숨을 잃게 된다.심혈주를 연마하지 않은 사술은 반제품에 불과하지만 기운은 놀랍도록 강했다.하지만 염구준은 물러서지 않고 공격 자세를 취했다.그제야 온몸에 전의를 불태우며 진지하게 대응하려는 것이었다.이런 상대라면 전력으로 싸울 가치가 있었다.윙!염구준이 등뒤에 있는 검갑에서 구자검을 꺼내자 검에서 이명소리가 들렸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기승을 부리는 검기를 휘둘렀다.쿵!당황한 거록은 단칼을 머리 위에 올려 막았지만 한쪽 무릎을 꿇고 두 팔이 잘려 나갔다.염구준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발로 힘껏 차서 날려버렸다.거록 존주는 강해졌지만 염구준의 진짜 실력에 비하면 발꿈치에도 닿지 못했다.“끝났네.”관전하던 민천석이 고개를 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여기 계속 있으면 두 사람이 공격할까 봐 적혈석을 챙기고 먼저 떠나려고 했다.바로 그때 뒤에서 살기가 느껴졌다.“푸압!”위험을 감지한 순간 이미 늦었다.민천석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더니 앞으로 쓰러졌다.뒤에서 기회를 노리던 다른 놈이 나타난 것이었다.“하하하, 적혈석을 손에 넣었다. 염구준, 오늘은 네 제삿날이야!”남자가 큰소리로 웃었다.말투만 들어도 염구준에게 원한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바로 흑풍이었다.“약은 놈, 이제야 나타났구나.”염구준이 비꼬았다.왠지 흑풍의 기운이 전보다 많이 강해진 것 같았다.“네가 뭘 알아. 이런 걸 능력이라고 하는 거야.”흑풍 존주는 손바닥만 한 적혈석을 들고 몇 번 점프하더니 거록 존주의 앞에 나타났다.보아하니 둘이서 염구준을 상대하려는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었다.“흑풍, 차라리 내가 죽은 뒤에 오지 그래!”거록은 폐허속에서 일어나며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형을 위해서 적혈석을 빼앗아 왔잖아. 민환의 심혈이 있으면 형도 곧 성공할 거야.”흑풍은 적혈석을 던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