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을 최대로 해서 공격해!”몇 척의 쾌속정들을 상대하는데 전투기까지 띄울 필요는 없었다. 그러기 귀찮은 것도 있지만 주로는 전투기를 띄우기 전에 전투가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슉, 쾅!순식간에 불빛이 하늘을 찌르며 해면을 불바다로 만들었다.쾌속정으로 항공모함 전투단을 공격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는 행위이기도 했고, 더군다나 전투단에 있는 게 전부 염구준이 제대로 훈련시킨 정예들이기 때문에 적들이 이길 가능성은 더욱 없었다.적들의 쾌속정들은 한 척만이 봉쇄를 뚫고 나머지는 전부 차 한잔을 마시는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에 사라져버렸다.“다중 전신의 영역이 쾌속정을 보호했어.”빠르게 낌새를 챈 염구준은 이제 곧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직감했다.슉슉.그리고 이와 동시에 네 명이 항공모함에 올라 분노에 찬 눈길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들 모두 같이 죽여주마!”비록 매우 오만한 말이었지만, 그럴만한 자격은 있었다. 세 명의 전신 위 강자들과 한 명의 반보천인이라면 정예에 속하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항공모함이었다면 정말로 상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나, 애석하게도 그들이 만난 건 전신전의 최고 전력인 염구준이었다.“너희 넷은 반보천인을 상대하고 다른 셋은 나에게 맡겨.”염구준은 이 기회를 빌어 아랫사람들을 훈련시키고 싶었다.“네!”4대 전존은 깔끔하게 대답한 뒤 바로 반보천인을 향해 돌진했다. 상대방의 실력이 비록 강하기는 하지만 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이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흥, 죽고싶은 모양이구나!”반보천인은 콧방귀를 뀌고는 고박한 칼을 꺼내 마찬가지로 돌진했다.쌍방은 서로 뒤엉켜 싸웠고, 상황을 보아 단시간 내에 승부를 가리는 건 무리인 것 같았다.옆에서 이를 보고있던 나머지 세 명의 전신 위 강자들은 상황을 보고 돕기 위해 달려갔다.슉.그러나 곧 염구준이 나타나 그들을 막고서 하찮아하며 말했다. “너희들의 상대는 나니까 가서 낄 생각하지마.”“죽여!”염구준
“흐아아압!”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그는 소리를 지르며 체내의 진기를 극도로 끌어올렸다. 목숨을 걸고 싸워 보려는 의도였던 것이다.이에 염구준 역시 주먹을 꽉 쥐고 힘껏 내보냈고, 그렇게 몇 합을 겨루지도 못한 채 그는 바닥에 쓰러져 겨우 숨을 쉬면서 황지천을 노려보았다.“배신자 새끼, 너는 절대 곱게 죽지 못할 거다.”이 말을 들은 황지천은 크게 화를 냈다.“너희같은 당동벌이이야말로 섬을 해치는 존재들이야.”그날 쫓기는 길에서 염구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쿨럭.”생명력이 거의 소모된 반보천인은 피를 토하고는 바로 숨을 거두었다.이로써 위기가 해소되기까지 전후로 15분도 안 된 셈인 거다.“청룡,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남은 적들이 있는지 섬을 수색해.”“주작, 넌 입구를 계속 수색하고.”진도를 빨리 하기 위해 염구준은 쉬지 않고 바로 명령을 내렸다. 늦어서 계획에 차질이라도 생기면 안 되니까 말이다. 싸움이 격렬했기 때문에 삼선도도 눈치를 챘을 것이 뻔했다. “네!”두 사람은 명령을 받고 각자 사람들을 데리고 임무를 하러 갔다.그렇게 시간은 점점 흘러서 이미 온 하늘이 별로 가득 찼지만, 그들은 아직 삼선도의 입구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염구준이 한번 무모하게 그냥 돌진해 볼까 고민하던 차에, 황지천이 놀라서 소리 질렀다. “저깁니다. 제가 바로 저곳에서 뛰쳐나왔어요.”이 말을 들은 염구준은 벌떡 일어나 상대방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고, 곧 반짝이는 불빛을 발견했는데, 자세히 보니 등대 같아보였다.“확실해?”염구준은 신중하게 물었다.중대한 일이니 조금의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네. 나왔을 때, 추격병이 있는지 뒤돌아보다가 저 빛을 봤었어요. 당시에는 적들이 왔는 줄 알고 멀리 도망쳤었는데, 거리가 멀어져도 아무런 소리가 없더라고요.”“지금 저 빛을 다시 보니 생각나는게, 빛이 계속 같은 곳에서 빛나고 있었던 것 같아요.”황지천은 확신에 차서 모든 디테일을 전
이에 염구준 등은 전부 어이가 없어했다. 그들 역시 물 아래에 뭐가 있다는 걸 발견했었기 때문이다. 말을 안 한 이유는 괜히 놀래키고 싶지 않아서였다.촤악.이때, 물소리가 바뀌더니 누군가 그들에게 빠르게 다가왔다.“주상님, 어떡하죠? 크기도 작지 않은 것 같고 수량도 적지 않은 것 같아요.”주작이 귀를 살짝 움직이며 보고했다.“싸울 준비해.”염구준은 말을 하며 검상자를 열고 구자검을 꺼냈다.지금 이 상황에서는 피할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사투를 벌이는 수밖에 없었다. 무엇이 오든 목숨을 부지하려면 반드시 무찔러야 한다는 거다.“우... 음!”이때, 물 밑의 물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소리가 아주 가늘고 날카로웠다.범고래였던 거다.바다 속의 호랑이로 불리우는 이 생물은 이상할 정도로 흉악할 뿐만 아니라 일정한 지능을 갖추고 있어 협동 작전에 능했다.비록 고수는 아니지만, 몸무게가 있으니 건드리기 쉽지 않은 존재였다.“선체를 감싸!”염구준은 소리를 지르고는 손에 든 검을 꽉 잡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쿵.그가 내려가자마자 범고래가 그를 박았는데, 위력을 보아서 속도를 최대로 낸 게 틀림없었다. ‘깜짝이야!’염구준은 검을 가슴 앞에 가로로 가져다대서 막았지만 물속에서 행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속도가 매우 느렸다.‘그래도 다행히 막았네.’펑!둔탁한 소리가 울리면서 수많은 물줄기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휘몰아치더니 한 줄기의 물기둥이 솟구치며 하늘 높이 치솟았다.염구준은 마치 기차에 부딪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엄청난 에너지가 그의 몸을 밀어붙이며 그가 끝없이 뒤로 물러서게 했다.‘버텨야 해!’그는 강대한 기운을 내뿜으며 몸을 멈춘 뒤, 팔에 힘을 주어 범고래를 진퇴시켰다.그리고 거리를 벌리자마자 바로 검을 휘둘러 검기로 범고래의 한쪽 눈을 찔렀는데, 비록 물의 저항에 의해 많이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폭발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푸욱.범고래의 찔린 눈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나왔지만, 이는 그것을
이미 온 이상에 그는 자신의 존재를 숨길 생각이 딱히 없었다. 하지만 이때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바람이 멈춰버린 것이다. 동력을 잃은 나무배는 그대로 제자리에 멈춰섰다. 바람의 방향은 불분명하고, 배는 움직이지 않으니 사람들의 시선은 다시 한 번 염구준에게로 쏠렸다.그들도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백호, 네가 키를 잡고 앞으로 쭉 가.”“나는 물에 내려가서 배를 밀 테니까.”염구준은 이곳에 멈춰 서서 바람을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지금 그냥 빠르게 안개 구역을 벗어나고만 싶었다.곧이어 염구준의 힘으로 밀린 나무배는 마치 엔진이 달린 것처럼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기운도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었다.즉,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이 한 번에 달려 있다는 거였다.한편, 삼선도에서 가장 큰 섬인 봉래도는 매우 떠들썩했다. “대도주님, 큰일 났습니다! 외부 적이 침입했습니다!”한 사람이 허겁지겁 고박한 장식의 대전으로 들어와 급하게 보고했다.“뭘 그리 조급해 해? 삼선도는 여러 방어 설비를 갖추고 있어. 적들이 들어올 수 있을 리 없단 말이다.”높다란 주좌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이 느긋하게 눈을 비비며 말했다.그의 이름은 황지열로, 삼선도의 실질적인 지배자이자 삼선 클럽을 통해 용하에서 막대한 재산을 끌어모으자는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이기도 했다.지금까지 외부인은 삼선도에 발을 들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대부분이 안개 구역에서 처리당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섬 주변 암초지대에 강력한 보초들까지 배치해 두었기 때문에 더욱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아닙니다!”“침입자가 이미 외곽 보초들을 소탕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암초지대를 뚫고 범고래들까지 물리치며 안개 구역을 빠른 속도로 돌파 중입니다!”보고를 하던 이는 초조해하는 얼굴로 땀을 뚝뚝 흘리면서 설명했다.“뭐라고?”황지열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큰 소리로 물었다. “대체 누가 쳐들
몇 시간이나 뒤에서 배를 민 탓에 염구준은 현재 기운이 바닥났고, 온몸의 근육도 저릿했다.‘생산대의 당나귀라도 이렇게 혹사시키진 않을 거야.’“이제부터는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백호는 미안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염구준이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스스로가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에 괴로웠다.“그래, 잠시 숨 좀 돌릴게.”그는 말을 하고는 몸을 일으켜 앉아 천천히 내공을 가다듬기 시작했다.겉보기에는 평온한 삼선도였지만, 그 안에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살기가 가득했기 때문에 만에 하나 있을 변수를 대비하려면 최고의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길을 안내해. 바로 봉래도로 가자.”백호는 황지천을 보며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전설로만 들어온 그 봉래도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황지천은 대답을 피하며 염구준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우리 모두 생사를 함께 한 사이니 숨길 필요 없어.”그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챈 백호가 얼른 말했다.“혹시... 소봉도에 먼저 들러도 될까요? 잠깐이면 됩니다. 가족들을 보고 싶습니다.”황지천은 애절한 눈빛으로 부탁했다.삼선도는 세 개의 주도 외에도 수십 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소봉도는 그중 하나였다.“그럼 소봉도로 가. 여기까지 왔으니 잠깐 정도는 괜찮을 거야.”염구준은 눈을 감은 채 호흡을 정리하며 대답했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황지천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맺혔다. 오랜 시간이 지나 마침내 고향에 돌아와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라서였다.반면, 황지영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은 그녀의 고향이었지만, 지금의 소봉도는 그녀가 기억하던 그곳과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백호와 일행이 노를 저으며 황지천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배를 움직였다. 염구준이 밀 때에 비하면 속도는 느렸지만 그래도 꾸준히 움직인 끝에 반 시간이 지날 무렵에 섬이 시야에 뚜렷하게 들어올 정도로 가까이 도착했다. 그러나
황지천은 가슴이 터질 듯한 불안감을 안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현재 가족이 무사하기만을 바랐다.주거지에 다다르자 이미 수많은 이들이 포위당한 채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다.“황지광, 네가 지금이라도 출도파에 합류하면 대도주께 말씀드려 목숨만은 살려주마.”피로 얼룩진 칼을 든 남자가 권유했다.“퉷, 황지양, 그 도둑놈의 이름 좀 그만 말해. 난 차라리 죽을지언정 굴복하지 않을 거야!”황지광이 피 섞인 침을 내뱉으며 매섭게 소리쳤다.“죽고 싶어?”황지양은 목소리가 굳어지더니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사람들이 격력하게 싸울 때쯤, 황지천이 나타나 소리쳤다. “아빠!”갑자기 들려온 목소리는 양측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백호, 주작, 현무 세 사람은 섬 사람들과 확연히 다른 복장이라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외부인!”정신을 차린 황지양은 이를 갈면서 경계심 가득한 눈빛을 띠고 소리친 후 손을 들어 자신 쪽 사람들을 제지하며 물러서라는 신호를 보냈다.이미 황지열에게 외부 침입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그였지만, 이토록 빠르게 나타날 줄은, 게다가 주섬이 아닌 소봉도로 먼저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건 따로 생각할 필요도 없이 황지천이 데리고 온 것이 분명했다.“지천아, 왜 돌아온 거냐?”아들의 모습을 본 황지광은 마음이 복잡해져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했다.“아빠... 미안해. 아빠가 찾으라던 사람, 결국엔 못 찾았어.”황지천은 울음을 참지 못하고 황지광에게 달려가 안겼다. 마음속에는 끝없는 죄책감이 밀려왔다.“휴...”황지광은 아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처음부터 그는 그런 사람 따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사람을 말한 이유는 대도주가 이곳을 공격할 것이 뻔했기에, 아들만이라도 살리기 위해서였다.“그만, 거기까지. 어차피 다 죽을 목숨인데 부자간의 정을 나눌 필요가 있겠어?”황지양은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말하곤 백호 일행을 보며 물었다.“너희 중에 누가 염구준이냐? 내가 직접 죽여주마.”대도주가
쉭!배에 뛰어 올라선 후, 그들은 곧장 눈을 감고 기운을 회복하던 염구준을 향해 달려갔다.“다가오지 마!”이 모습을 본 황지영은 다급하게 소리치며 염구준의 앞을 막고 섰다. 적들이 강하다는 걸 느낀 그녀는 속으로는 두려웠지만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염구준 일가는 그녀에게 잘 해주었으니까 말이다.쾅!이때, 염구준이 갑자기 눈을 뜨더니 갑자기 달려나가 황지양의 가슴에 주먹을 날렸다. ‘날 기습하려고 해? 불가능하지.’온 정신이 황지영에게 팔려있던 황지양은 갑자기 날아온 공격을 급하게 막았지만 그것도 전부 허사였다.자기 분수도 모르고 무모하게 행동한 거다.염구준의 주먹에 맞은 그는 곧바로 뒤로 날아갔다. “커헉!”육지로 다시 날아간 황지양은 피를 토하며 겁에 질렸다.‘반보천인이 확실해.’“넌 도대체 누구냐?”“염구준.”염구준은 감정의 변화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황지양의 표정은 복잡미묘했다. 방금 전까지 상대방을 죽이겠다고 떠들어 댔는데 일격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기 때문이었다.그는 큰 소리를 친 자신이 부끄럽기만 했다.염구준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황지영을 데리고 나무배에서 내리면서 한마디를 남겼다.“돌아가서 황지열한테 전해, 내가 곧 주도에 도착할 테니까, 쓸데없는 일 하지 말라고 말이야.”평소라면 도주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사람을 반드시 꾸짖었을 테지만 염구준의 강한 기운을 느끼며 황지양은 아무런 화도 내지 못하고 순순히 도망갔다.“상황을 살피러 가보자.”염구준은 말을 하며 섬으로 올라갔다.잠시 후, 주택가에 도착한 그들은 백호 일행과 섬 사람들 사이의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음을 발견했다.“저희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이상 볼 일 없으시다면 이제 그만 가주시길 바랍니다.”황지광은 곧바로 쫓아내는 말을 했다.이로부터 그들은 외부인을 매우 불편하게 여긴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흥, 당신 아들이 부탁하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이미 봉래섬에 갔을 거야. 누구는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주작은
“소도주님!”이 말을 듣고난 뒤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황지풍 일족만이 진정한 정통 핏줄이기 때문이었다.“우리 부모님은요? 그분들은 어디 계세요?”황지영이 초조하게 물었다.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야 비로소 친부모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의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올랐다.“그게…”황지광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두 분 다 돌아가셨죠?”이에 황지영은 실망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뜨거운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마구 흘러내렸다.마음의 준비를 했다고는 해도, 막상 진실을 마주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듯이 아팠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똑똑한 사람이었으므로 상대의 표정만으로도 이미 대강 알 수 있었다.더군다나, 만약 부모님이 정말 살아계셨다면 이렇게 오랜시간 동안 자신을 찾지 않을 리 없었다.“소도주님, 부디 마음을 추스르십시오. 자세한 이야기는 안으로 들어가서 나누는 게 좋겠습니다.”황지광은 몸을 일으키며 안쪽을 가리켰다.삼선도는 지금 대도주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위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대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황지영은 눈물을 닦고 나서, 옆에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았다. 그가 낯선 그들보다 훨씬 신뢰할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다른 건 신경쓰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염구준은 그녀를 지지할 거라는 듯이 말했다.“고마워요, 삼촌!”그러나 황지영의 대답에 염구준은 당황해 했다.처음에는 오빠라고 부르더니, 나중에 염희주와 친구가 된 후로는 삼촌이라고 부르니 그도 그럴만했다.“여러분도 안으로 들어가시지요.”황지광은 이들 사이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고 느꼈는지,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사실 그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방금 만난 소도주가 외부인을 상당히 의지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갈라놓겠나?그후 황지광은 일행을 데리고 나무로 지어진 집 안으로 들어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밖에서 참혹한 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살아있는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
“가서 건져 와. 살아있으면 좋고, 죽었으면 하는 수 없지.”그 한마디를 남기고 메노스는 계속 시끄럽게 구는 꽃무늬 셔츠남을 뒤로한 채 조용히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메노스가 이 후계자를 아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었다.한편, 잠수함을 타고 온 대어당, 안설홍, 레온 가문의 세 세력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다른 세력에 대항할 방비를 했다.그에 비해 염구준의 일행은, 아까 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목격한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끓어올랐다.“염 선생님은 진짜 강하시네요! 한두 번 만에 반보천인 한 명을 처리하시다니!”“염 선생님만 계시면 스텔라성도 별 것 아니에요!”“전 마음 정했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무조건 염 선생님을 제 스승님으로 삼을 거예요.”세 척의 어선 위의 사람들은 불과 며칠 만에 염구준의 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염구준 본인은 사람들의 찬사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타와 노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계획대로 시작하죠.”“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색 인원들을 바다에 투입했다.다른 세력들도 질세라 각자 인원을 내보냈지만, 서로 자기 일을 하느라 별로 큰 충돌은 없었다.이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피를 흘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세력이 각자 행동 중인 걸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운 회복에 집중했다.방금 전의 싸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몸에 무리를 주는 권법을 강제로 사용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의 주먹과 한 번의 검격으로 무려 30%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열 시간이 필요했다.그의 모든 행동은 타 세력들에게 낱낱이 관찰되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날은 조용히 어두워졌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마치 두 개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한
“하하하! 겉멋만 든 자식이, 결국은 허세였구나!”로브는 이 약한 일격에 박장대소하며 자신감이 들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을 채 회복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기운을 운용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염구준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사람들은 곧 염구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의 강도로 보아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왼주먹에 모인 에너지는 숨이 멎을 만큼 강렬했다.“이런 허세에 난 안 속아!”로브는 상대방이 그저 겁을 주려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기세등등하게 구자검을 뿌리치고, 단검을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원래 지는 척하려고 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이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자루의 단검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쾅!주먹이 단검에 닿는 순간, 두 자루의 단검은 그대로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이 공포스러운 주먹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로브는 이번 주먹이 진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격 태세로 몸이 나간 상태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쾅!염구준의 일격은 그대로 로브의 가슴을 강타했고, 로브는 힘없이 밀려났다.그러나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으로 로브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복부까지 갈라 길고도 흉측한 상처를 남겼다.풍덩!로브는 이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다로 떨어졌고,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볼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이건 남들에게 자신이 초입 반보천인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 싸움은 승부가 명확했지만,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게다가 로브는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였기에 평가 기준도 되지 못했다.관중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꿍꿍이가 많은 여우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그러나 금발에 금색 수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구부정한 몸매에 하얀 로브를 입은 메노스는 순진한 그와는 달리, 더욱 노련했다.“이번 일은 중요하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겨우 이정도 이간질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민폐 팀원이 있었다.꽃무늬 셔츠남은 거대한 아기처럼 징징대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메노스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아이잖아요! 설마 저한테 무관심 해지신 거예요?”“그만. 복수해줄게, 그러니 그만해.”메노스는 꽃무늬 셔츠남이 우는 걸 보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로브, 저 녀석의 실력이 어떻지?”“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싸우는 건 본 적 없습니다. 저쪽 진영엔 반보천인이 둘이 있는데, 제 실력과 맞먹습니다.”로브는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지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역시나 메노스는 그의 예감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그래, 네가 가서 한번 떠봐.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네.”로브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대답한 뒤, 요트에 올라타 염구준이 있는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메노스는 정말 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거였다. 두 배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슉!로브는 어선에 뛰어올라 기세 넘치게 소리쳤다. “염구준, 한 번 붙어보길 원한다!”다소 똑똑한 선택이었다.혹시라도 집단구타를 당할까 걱정이 돼서 먼저 큰소리부터 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을 향해 시비를 거는 로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레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너 따위가 감히?”부두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로브는 패배자였다.게다가 이제 막 반보천인의 문턱에 선 수준이 감히 염구준을 상대로 나서기엔 한참 부족했다.“받아들일 건가?”로브는 그레이와 말싸움을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염구준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천기문이든 아타든 그는 애초에 경쟁상대로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다. “흥, 비겁한 놈!”노신기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어선이 잠수함을 상대한다는 건 아예 말도 안 되었다.“예부터 보물은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법이지.”염구준은 꼬리를 밟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혹여 다툼이 생긴다 해도, 실력으로 누르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보물을 탐색하는 세력이 많을 수록 고대 옥패를 찾아낼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득이었다.게다가, 정확한 위치 없이 찾아야 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었다. “고마워. 만약 보물을 찾게 된다면 염 선생도 나눠줄게.”“만약 고대 옥패를 발견한다면, 바로 주고.”대어당의 당주는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다. 염구준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적과 동료는 늘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이익뿐이었다.염구준은 그를 슬쩍 바라보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런 식의 허울뿐인 약속 따위는 진즉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검 뿐이었다.“후욱, 후욱.”노신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홀로 대어당과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철썩철썩!이윽고 바닷물이 또 한 번 요동치더니 이번엔 세 척의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올랐다.적어도 세 개의 강대한 세력이 더 온 것 같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두 방향에서 모두 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두 세력이 오는 것 같았다.보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염 선생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염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조상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 저희도 어느정도는 가져가 가문에 보태야죠.”“염구준, 날 기억해?”새로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과 한번쯤 얽혔던 사람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