쉭!배에 뛰어 올라선 후, 그들은 곧장 눈을 감고 기운을 회복하던 염구준을 향해 달려갔다.“다가오지 마!”이 모습을 본 황지영은 다급하게 소리치며 염구준의 앞을 막고 섰다. 적들이 강하다는 걸 느낀 그녀는 속으로는 두려웠지만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염구준 일가는 그녀에게 잘 해주었으니까 말이다.쾅!이때, 염구준이 갑자기 눈을 뜨더니 갑자기 달려나가 황지양의 가슴에 주먹을 날렸다. ‘날 기습하려고 해? 불가능하지.’온 정신이 황지영에게 팔려있던 황지양은 갑자기 날아온 공격을 급하게 막았지만 그것도 전부 허사였다.자기 분수도 모르고 무모하게 행동한 거다.염구준의 주먹에 맞은 그는 곧바로 뒤로 날아갔다. “커헉!”육지로 다시 날아간 황지양은 피를 토하며 겁에 질렸다.‘반보천인이 확실해.’“넌 도대체 누구냐?”“염구준.”염구준은 감정의 변화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황지양의 표정은 복잡미묘했다. 방금 전까지 상대방을 죽이겠다고 떠들어 댔는데 일격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기 때문이었다.그는 큰 소리를 친 자신이 부끄럽기만 했다.염구준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황지영을 데리고 나무배에서 내리면서 한마디를 남겼다.“돌아가서 황지열한테 전해, 내가 곧 주도에 도착할 테니까, 쓸데없는 일 하지 말라고 말이야.”평소라면 도주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사람을 반드시 꾸짖었을 테지만 염구준의 강한 기운을 느끼며 황지양은 아무런 화도 내지 못하고 순순히 도망갔다.“상황을 살피러 가보자.”염구준은 말을 하며 섬으로 올라갔다.잠시 후, 주택가에 도착한 그들은 백호 일행과 섬 사람들 사이의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음을 발견했다.“저희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이상 볼 일 없으시다면 이제 그만 가주시길 바랍니다.”황지광은 곧바로 쫓아내는 말을 했다.이로부터 그들은 외부인을 매우 불편하게 여긴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흥, 당신 아들이 부탁하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이미 봉래섬에 갔을 거야. 누구는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주작은
“소도주님!”이 말을 듣고난 뒤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황지풍 일족만이 진정한 정통 핏줄이기 때문이었다.“우리 부모님은요? 그분들은 어디 계세요?”황지영이 초조하게 물었다.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야 비로소 친부모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의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올랐다.“그게…”황지광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두 분 다 돌아가셨죠?”이에 황지영은 실망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뜨거운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마구 흘러내렸다.마음의 준비를 했다고는 해도, 막상 진실을 마주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듯이 아팠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똑똑한 사람이었으므로 상대의 표정만으로도 이미 대강 알 수 있었다.더군다나, 만약 부모님이 정말 살아계셨다면 이렇게 오랜시간 동안 자신을 찾지 않을 리 없었다.“소도주님, 부디 마음을 추스르십시오. 자세한 이야기는 안으로 들어가서 나누는 게 좋겠습니다.”황지광은 몸을 일으키며 안쪽을 가리켰다.삼선도는 지금 대도주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위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대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황지영은 눈물을 닦고 나서, 옆에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았다. 그가 낯선 그들보다 훨씬 신뢰할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다른 건 신경쓰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염구준은 그녀를 지지할 거라는 듯이 말했다.“고마워요, 삼촌!”그러나 황지영의 대답에 염구준은 당황해 했다.처음에는 오빠라고 부르더니, 나중에 염희주와 친구가 된 후로는 삼촌이라고 부르니 그도 그럴만했다.“여러분도 안으로 들어가시지요.”황지광은 이들 사이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고 느꼈는지,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사실 그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방금 만난 소도주가 외부인을 상당히 의지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갈라놓겠나?그후 황지광은 일행을 데리고 나무로 지어진 집 안으로 들어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밖에서 참혹한 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살아있는
강한 전투력을 가진 세 명의 도주와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그 금비녀의 용도에 대해 말해줄 수 있나요?”염구준은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어렴풋이 이 모든 사건이 금비녀를 중심으로 벌어졌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황지웅이 붙잡힌 것도 분명 금비녀가 그의 손에 있다는 잘못된 정보 때문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금비녀는…”이건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었기에 황지광은 잠시 망설이다가 황지영의 허락을 구하기 위해 그녀를 바라보았다. “말해도 돼요. 삼촌은 남이 아니니까요.”황지영 역시 금비녀의 진실이 궁금하던 참이었다.“금비녀는 역대 도주들의 신물이자, 비밀의 장소와 연결되어 있는 물건입니다.”“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그곳에는 천인 경지에 이르는 방법이 있다고 하더군요.”황지광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숨김없이 말했다.이 정보는 무공을 닦는 자들에게 있어서 엄청난 사실이었다.천인에 대한 비밀이라면, 금비녀의 유혹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을 것이니 그것을 두고 피바람이 부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봉래섬으로 가자. 그 대도주라는 놈이 어떤 인물인지 한 번 봐야겠어.”염구준은 말을 마치자마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이곳에서 이미 볼일을 다 봤기 때문에 그는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중요한 일이 아직 그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다.일행은 그의 뒤를 따랐는데, 그 중에는 황지영도 있었다.그녀는 ‘소도주’ 라는 타이틀에 관심이 있는 것도, 복수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자신을 키워준 할아버지를 구해내고 싶을 뿐이었다.“저도 함께 가겠습니다!”황지광도 빠르게 따라붙으면서 말했다. 반드시 황지영을 보호해야만 했기 때문이다.그녀의 신분이 드러나는 순간, 세 명의 도주는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말이다.일행은 해변에 도착해 나무배에 올라타고 봉래섬으로 출발했다.두 섬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 걸리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하지만 막상 처음으로 봉
염구준의 검기가 계속 도명현을 공격했다.어느 정도 검기를 소모했지만 여전히 날카로웠다.안색이 창백해진 도명현은 계속 검을 휘두르며 눈앞까지 닥친 기운을 소멸시켰다.첫 대결에서 이미 완패한 것이다.‘그 실력으로 덤볐어? 얻어맞으러 나왔나?’주변에 모인 무술인들은 한 눈에 봐도 누가 밀렸는지 알 수 있었다.‘외부인의 실력이 막강해!’촤아악!하지만 이에 불복한 도명현은 검을 다른 곳으로 휘둘렀다.염구준을 이기지 못하니 그가 타고 온 항모에 검을 휘두른 것이다.만약 항모가 부서져서 상대방이 모두 물에 빠지게 되면 어느 정도 체면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한심하네.”염구준은 한 줄기 검기를 휘둘러 상대방의 모든 공격을 차단했다.두 사람의 경지는 같지만 실력 차이는 어마어마했다.“검의소성!”이번 대결에서 도명현은 상대방의 검법을 보고 연신 충격을 받았다.염구준이 터득한 무공은 전부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난 사람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었다.적어도 그는 그런 재능이 없었다.그제야 겁을 먹은 도명현은 다시는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대도주가 염구준의 정보에 대해 말한 것이 대부분 정확했다.하지만 여기서 그만둘 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염구준은 나무배가 가까이 왔을 때 가볍게 점프하여 해변가로 돌격했다.스스슥!상대방이 정면으로 공격한다면 끝까지 싸울 생각이었다.“공격하라! 둘째 도주님을 보호하라!”황지양이 매섭게 화살을 쏘며 도명현의 앞을 가로막았다.보호받는 사람의 실력이 그보다 세지만 부하로서 어떤 상황이 닥쳐도 주인을 보호해야 했다.쿵! 쿵!그때 기괴한 기운이 휘몰아쳤다.하지만 염구준은 이 정도 공격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방어 기운으로 정면으로 충돌했다.윙!그리고 가볍게 울리는 검의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했다.일방적인 공격이 따로 없었다.깜짝 놀란 황지양은 입을 떡 벌이고 말았다.그제야 지난번에 염구준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왜냐면 그가 너무 약하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염구준을 죽여버리겠다고
염구준이 수십 번이나 맹렬한 공격을 가하자 도명현은 버티지 못하고 몸 곳곳에 상처를 입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마음이 조급해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이런 레벨의 싸움에 끼어들 자신이 없었다.“일행을 체포하라!”그때 황지양이 잔꾀를 부려 부하들을 이끌고 나무배에 있는 백호 일행에게 접근했다.상대방은 전신지상이 고작 몇 명밖에 안 되지만 본인들은 머릿수가 많아서 두렵지 않았다.“공격!”백호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고함을 지르며 정면으로 맞섰다.현무와 주작도 뒤를 바짝 따랐다.전신전의 적이라면 상대방이 천군만마를 이끌고 와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이것이 바로 염구준이 키운 혈기왕성한 전사들이다.세 사람은 인산인해에 묻혔지만 한 시도 멈추지 않고 적을 공격하며 전의를 불태웠다.“저 괴물들은 대체 뭐야?”배에서 그 장면을 본 황지광이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중얼거렸다.“아니면 당신도 가서 도울래요?”황지영이 소도주의 위엄을 내세우지 않고 상의하는 어투로 말했다.“하지만 지금 혼란스러워서 소도주를 보호해야 합니다.”황지광은 두려운 게 아니라 소도주가 어렵게 돌아왔는데 또 위험에 닥칠까 걱정되었다. “괜찮아요. 나 스스로 보호할 수 있어요.”황지영이 단검을 손에 쥐며 말하자 황지광이 대답하며 전투에 가입했다.포위를 당한 백호 일행은 위험한 상황에 처했지만 짧은 시간에 패배할 기세는 아니었다.상황이 바뀌자, 염구준은 도명현을 더는 괴롭히지 않았다.“끝났다!”온몸에 화염을 두른 염구준이 왼손에 검을 들고 오른손은 주먹을 꽉 쥐고 기운을 축적했다.“칠상권, 칠권합일!”“푸어억!”염구준의 맹렬한 주먹이 가슴을 가격하자 도명현은 버티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갔다.방금 염구준은 전력으로 싸우지 않았을 뿐, 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었다.그는 마지막 공격을 가해 상대방을 죽이지 않고 돌아서서 백호 일행 쪽으로 향했다.“철수한다!”황지양이 부하들에게 명령하자 다들 사방으로 멀리 흩어졌다.둘째 도주가 패한 마당에
이렇게 하는 것도 의도가 있었다.염구준은 금지 구역에서 천인을 돌파할 수 있는 비밀을 알고 싶었지만 정보가 많지 않아 황지열의 안내가 필요했다.“그런가?”황지열은 웃으면서 몸에서 횡포하는 기운을 그에게 발산했다.방금 둘째 도주가 나섰을 때 염구준의 실력을 확실히 알아내지 못하여 다시 공격하는 것이다.“그럼요.”염구준도 똑같이 기운을 발산하며 맞서 싸웠다.두 사람의 기운이 부딪치자 강력한 에너지가 주변으로 확산되었다.고래 싸움에 새우 등만 터진다고, 경계가 낮은 무술인들은 숨이 턱턱 막혀서 겨우 버티고 서 있었다.쿵!얼마 후, 두 사람은 동시에 위력을 발사하면서 첫 시험을 종료했다.기운의 강도로 보아 두 사람의 실력은 막상막하였다.하지만 진짜 싸움에는 무학, 환경, 막패 등등 요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기운이 충돌하는 순간, 황지열의 목에 걸린 옥패가 밖으로 튀어나왔다.염구준이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이 생겼다.‘진짜였어.’노인은 일부러 염구준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8개 옥패를 가진 사람은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를 감지할 수 있었다.“귀한 여행자여. 날 따라오너라.”황지열은 여전히 웃음을 머금었다.그가 무슨 꿍꿍인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들어가자!”염구준은 백호 일행을 힐끗 보며 말했다.본래 삼선도를 목표로 삼았으니 집 앞까지 와서 들어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염구준 일행이 들어갈 때 황지열의 시선이 황지영의 머리에 꽂은 금비녀을 스쳐 지났다.속이 깊은 사람들은 정보를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다.“큰형, 진짜…”패배한 도명현은 여전히 불복했다.세 형제가 모여야 염구준을 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들은 평범한 반천인 고수들이 아니었다.특히 대도주는 세 형제 중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났다.황지열이 손을 들어 말을 끊으며 태연하게 말했다.“그만해. 내게 다 생각이 있다. 시기가 되면 너도 알게 될 거다.”전에 황지풍을 몰래 함정에 빠트려 대도주 자리를 차지한 것만 봐도 그는 계략에 뛰어난 사람이었다.황지열은 간단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먹으면서 말했다.“그런 저급한 수법은 안 쓸 분 같은데요.”황지열이 멋쩍게 웃었다.“하하하. 농담이야. 신경 쓰지 마.”염구준이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전혀 통하지 않자 오히려 난처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황지광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황지열을 노려보고 있었다.“어르신, 왜 사람을 보내서 봉래섬을 공격했습니까?”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일어서서 질문했다.“이 자식이!”“무례하다!”“대도주님한테 그게 무슨 태도야?”황지광이 질문을 던지자마자 주변에서 버럭 화냈다.대도주의 신망이 두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만약 염구준이 없었다면 진작에 맞서서 싸웠을 것이다.“융통성이 없어.”염구준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실력이 부족하면 닥치고 있는 것이 상책이다. 아니면 오히려 화를 당한다.“뭐 하는 짓들이냐? 형제끼리 이름을 부른 것으로 예민하게 굴지 말아라. 앉아!”황지열은 신경도 쓰지도 않고 좋은 사람인 척 다정하게 물었다.“내가 봉래섬을 공격했다는 증거가 있냐?”그 말에 황지광은 씩씩거리며 황지양을 가리켰다.“저놈이 부하들을 데리고 우리 섬에서 사람들을 죽였습니다.”“그럴 리가 없다. 오늘 지양은 하루 종일 나와 바둑을 두느라 떠난 적이 없었어.”황지열은 손을 저으며 본인이 증인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그의 신분으로 하는 말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이것이 일인자의 위엄이다.“근데 저는 분명 황지양을 보았습니다.”황지광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한마디 덧붙였다.“지광아, 선을 넘었다. 대도주님이 이미 너를 봐주셨는데 감히 의심하는 것이냐?”이번에 책망한 사람은 바로 삼선도 셋째 도주 우대구였다.그 바람에 졸지에 패해자가 잘못이 된 상황이 되었다.“당신들…”황지광은 속에서 천불이 일어났지만 어떻게 반박할지 몰라 삿대질을 하며 부들부들 떨었다.혼자서 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어쩔 수 없이 염구준 일행을 쳐다보며 도움을 청했지만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생각 없
그래도 황지열은 술잔을 기울이며 변명을 늘어놓았다.“그 당시 대혼란인 틈을 타 황지웅이 금비녀를 갖고 사라졌으니 증명할 수 없다.”“하지만 소도주님도 사라졌어요. 그리고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이 바로 소도주입니다.”황지광이 계속 반박했다.하지만 그의 논리는 치밀하지 못하여 억지스럽게 들렸다.“어쩌면 그때 도망간 소도주가 죽었을 지도 모른다. 황지웅이 눈속임으로 어디서 주워 왔을 수도 있지.”황지열은 그럴 듯한 가설을 내놓았다.왜냐면 그때 황지웅은 누명을 써서 삼선도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억지 같은 말을 지어내지 마십시오!”황지광은 초조하여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스스로 자기 말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삼선도의 주민끼리 좋게 말하고 인신 공격을 하지 말거라.”황지열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의기양양한 태도로 말했다.불 같은 성격으로 그에게 맞서도 전혀 통하지 않았다.패배한 황지광은 씩씩거리며 자리에 앉았다.그때 둘째 도주 도명현이 금비녀를 노려보았다.“아가씨, 금비녀는 우리 삼선도의 보물이니 돌려주는 게 좋겠어.”황지영은 머리에서 금비녀를 빼더니 바로 손에 꼭 쥐고 고개를 가로저었다.“싫어요. 엄마가 남긴 유품이예요.”부모님도 안 계시는데 유일한 유품을 적에게 넘길 수 없었다.“당장 내놓거라.”도명현이 협박하듯 말했다.“나한테 줘.”그때 염구준이 손을 내밀며 금비녀를 가져왔다.“금비녀는 내 손에 있어.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가져가.”오기 전에 황지웅을 구하고 싶다면 자기 말에 따라야 한다고 미리 황지영에게 당부했었다.“건방지게 굴지 마라. 여긴 삼선도야.”도명현은 자기 편이 많다고 큰소리를 쳤다.“패배자 주제에 마지막 발악을 하는 건가? 얼마든지 덤벼.”염구준은 그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누가 무서워할 줄 알았어?”도명현은 바로 기운을 모아 공격하려 했다.“둘째야, 손님들에게 무례하면 안 된다.”황지열이 설득했다.또 한 번 시탐한 끝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