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구경할 자세를 취했다.그 중에 염구준이 방금 쇠사슬을 끊어버려서 망신을 당하길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쿵!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염구준이 번쩍 뛰어 강을 넘기 시작했다.하이라이트가 시작되자 다들 염구준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그런데 맞은편 강변까지 아직 거리가 있어 도착할 수 없을 거라 여겼다.“하하하. 나대더니 꼴 좋다. 날개를 달아야 건너갈 수 있겠네.”송대용은 속이 다 후련했다.“보세요. 셋째 도련님이 아래에 있어요!”그러고 보니 마침 강을 헤엄쳐가는 경호대장이 보였다.“뭐야?”경호대장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그에게 접근하는 것을 느끼고 위를 쳐다봤다.탁!상황을 살피기 전에 시커먼 물건이 그의 얼굴을 밟은 탓에 물을 몇 번이나 먹었다.한참이나 허우적대다가 겨우 수면 위로 올라왔다.염구준은 2차 힘을 빌어 신발에 물도 묻히지 않고 무사하게 강변에 도착했다.그 장면을 본 구경꾼들은 입을 떡 벌였다.‘세상에, 이게 가능해?’외문한들에게 흥미진진한 구경거리지만 무술을 연마한 사람들은 속으로 감탄했다.방금 염구준의 행동은 별거 아니었지만 실은 주변의 환경을 전부 고려했던 것이다.특히 헤엄쳐가는 대장과 거리를 잘 파악해야 하고 풍부한 실전 경험이 없으면 불가능했다.미리 강변에 도착한 염구준은 자리를 찾아 털썩 앉았다.두 배는 50미터를 건너 바로 강변에 도착했다.일행은 송씨 저택으로 걸어갔다.대부분 송씨네 집안 사람들이었다.초대한 귀빈들은 생신 잔치 당일에야 도착한다.그런데 누구도 강물에서 허우적대는 경호대장을 상관하지 않았다.대장의 성격이 워낙 난폭한데 오늘 망신까지 당해서 아는 척하다가 불똥이 튈까 두려웠다.한참을 걸었더니 송씨 가문 저택이 보였다.입구에서 가주가 가문의 어르신들을 데리고 기다리고 있었다.심지어 레드카펫을 깔고 양쪽에 의장대까지 초대했다.가족들은 누굴 맞이하려고 성대한 환영식을 치르는지 알 수 없었다.오늘 날 송씨 가문의 지위로 보아도 용하에서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염 선생. 이제야 오셨군요. 한참이나 기다렸습니다.”송 가주가 예의를 갖춘 행동과 말투로 대하자 송대용은 부끄럽고 어이가 없었다.어디 쥐 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정말 창피해서 얼굴을 들지 못했다.“염 선생? 설마 염구준?”다들 반응하고 염구준을 쳐다봤다.그제야 이 사람이 일전에 가문의 위기를 해결하려고 모신 고수라는 걸 알아챘다.고씨 가문 고위층은 무술에만 집중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걸 몰랐다.그러니 염구준을 알지 못했다.이유는 그가 용하에 있는 청목 조직을 제거한 공로를 모두 송청연에게 넘겼기 때문이다.그래서 가족들은 염구준이 별로 도움을 주지 않고 거액의 사례금을 받은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가주님, 이런 환대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염구준도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웃는 얼굴에 침을 뱉지 않는다고, 방금 화가 나서 답답했는데 웃는 얼굴을 보니 순식간에 화가 수그러들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우리 가문을 위해서 강적을 물리쳤는데 당연히 환대를 해야죠.”송 가주가 자세를 낮추고 상대방을 띄어 올렸다.염구준의 정체를 파악했으니 친분을 맺고 싶은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염구준은 이런 처사가 마음에 안 들었다.“내가 왔으니 준비한 두 물건…”옥패와 고씨 가문의 선조가 남긴 검법이 아니라면 지금쯤 청해로 돌아갔다.“급하지 않아요. 일단 식사를 하고 약속한 물건은 무조건 드릴게요.”송 가주는 말하면서 그의 손을 잡았다.그가 도망칠까 봐 긴장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알았습니다. 그럼 일단 밥이나 먹죠.”염구준은 슬쩍 손을 빼며 대답했다.여기까지 온 이상 이틀 머물고 생신 연회가 끝나면 다시 말할 생각이었다.“안으로 드세요.”염구준이 흔쾌히 대답하자 송 가주는 기뻐하며 뒤로 물러섰다.이젠 공손한 태도가 아니라 염구준을 공경하고 매일 절을 올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그럼 갑시다.”염구준은 더는 사양하지 않고 레드카펫을 밟고 산장 안으로 들어갔다.송 가주는 뒤를 따르며 계속 말을 걸었다.남
“그럼요. 지금 안내해 드릴게요.”송 가주가 바로 일어섰다.어떤 일은 미루면 미룰수록 상대방의 반감을 사기 쉽기 때문이다.아직 테이블에 앉아 있는 가족들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이제 반찬 두 점을 집었고 아직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가주가 일어난 마당에 그들도 수저를 놓고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그때 누군가 물에 홀딱 젖은 채로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아버지. 집안에 도둑놈이 들어왔어요.”그 사람은 바로 경호대장이자 송 가주의 셋째 아들 송윤석이었다.송 가주가 소리를 낮추면서 타일렀다.“아들아, 지금 귀한 손님을 대접하고 있어. 이렇게 큰소리로 무슨 망신이야?”귀한 손님이라는 말에 송윤석은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봤다.염구준의 면상을 보니 화가 슬슬 치밀어 올랐다.“도둑놈아! 네놈을 가만두지 않겠어!”비록 염구준을 이길 수 없지만 여기 가족들이 많고 아버지까지 있어 담이 커졌는지 주먹을 들고 덤벼들었다.촤아악!“이놈아, 지금 반항하는 거냐?”송윤석은 주먹이 염구준에게 닿기 전에 송 가주에게 뺨을 맞고 욕을 먹었다.어렵게 모셔온 사람에게 무례하게 구는 걸 용서할 수 없었다.“아버지. 저는…”송윤석은 일어서며 설명하려 했지만 송 가주가 버럭 화를 냈다.“꺼져. 내가 창피해서 못살겠다.”“에휴.”송윤석은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꼬리를 내리고 물러났다.어려서부터 얻어맞고 자라서 아버지 말은 감히 거역하지 못했다.“염 선생, 참 부끄럽습니다. 가시죠.”송 가주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다시 환하게 웃으면서 길을 안내했다.그 장면을 본 가족들은 하마터면 턱이 떨어질 뻔했다.외부인의 편을 들어 자신의 아들에게까지 손찌검하는 걸 보니 염구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고 추측했다.그 와중에 송대용은 너무 괴로워 얼굴이 시퍼렇게 되었다.가주가 염구준을 감싼 탓에 본인이 당한 수모를 갚을 기회가 없어서 답답했다.송씨 가문 저택의 관검산.모두 송 가주의 안내에 따라 비교적 번화한 곳에 도착했다.“염 선생, 전방은
이 검술과 매화검보는 같은 사람이 창조한 것이라 한두 개라도 깨달으면 앞으로 무술을 연마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어느새 일행이 관검산 아래에 도착했다.절벽 아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청석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몇몇 사람은 검술을 연습하고 있었다.초식마다 열심히 연습했지만 검술은 정말 형편없었다.그 외에 광장춤을 추는 사람, 데이트하는 커플 등등 이곳에서 여유를 즐겼다.천물을 망가트리는 짓에 염구준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만약 고씨 가문이라면 이곳을 보물처럼 여기고 모든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을 것이다.이렇게 강력한 검술에서 몇 초식만 배워도 바로 종사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저 사람들 다 물리칠 테니까 편히 감상하세요.”“괜찮습니다. 전혀 영향받지 않습니다.”염구준은 마다하고 앞으로 다가가 새겨진 글자를 자세히 관찰했다.그러다 큰 공터를 찾아가 오른손에 검결을 잡고 글자 획을 따라 긋기 시작했다.구자검이 있었더라면 효과가 배로 나타났을 것이다.그때 한 소년이 목검을 들고 와서 물었다.“전에는 못 봤는데 아저씨도 검술을 연습하러 오셨어요?”염구준은 손짓을 멈추고 웃으면서 대답했다.“맞아. 나 오늘 처음 왔어.”염구준과 같은 검술의 길을 걷는 소년이라 방해해도 나무라지 않았다.“그럼 저희와 함께 하실래요? 제가 6살부터 검을 연습했는데 벌써 10년이 되었어요. 어쩌면 제가 가르쳐드릴 수도 있어요.”소년이 진심으로 그를 초대했다.송씨 가문을 통틀어도 검을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었다.염구준은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소년이 검술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지만 실력은 정말 볼품없었다.멀리서 송 가주가 그 모습을 보고 달려와 한마디 했다.“현우, 가서 검이나 연습하고 염 선생을 방해하지 마.”송 가주는 아끼는 손주라서 크게 꾸짖지 않았다.소년은 송청연과 송대강의 친동생 송현우였다.“하지만…”송현우는 검치라 검술에 흥미를 갖고 있는 염구준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송 가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화내려고 하자 염구준이 나서
비록 염구준의 의도를 알 수는 없었지만, 반보 천인의 강자가 어린 아이를 난처하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이때 누군가의 외침소리에 구경꾼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빨리 봐! 송씨 가문의 그 무능한 자식이 곧 죽도록 터지게 생겼어!"시끄러운 주위와는 달리, 경기장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를 했다.정식으로 비무를 하기 전에 송현우는 상대방을 일깨워주었다. "저 봐주실 필요 없어요. 그리고, 그 나뭇가지를 목검으로 바꿀 필요 없어요?""당연하지. 전력을 다할 테니까 걱정마. 그리고, 손에 들린 것이 그 무엇이든 검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검처럼 쓸 수 있어."염구준의 대답은 매우 심오했다. 그저 말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어떤 도리를 배워주려는 것처럼 말이다.이 심오한 대답에 송현우는 그 안에 담긴 뜻을 알듯, 말듯 했지만 곧 잡념을 버리고 공격을 시작했다.이에 따라 둘의 비무도 정식으로 시작되었다.팍!염구준은 나뭇가지로 상대방의 목검을 맞힌 후 상대방을 바닥에 쓰러뜨렸고 비무는 순식간에 끝나버렸다."기... 기수식!"구경꾼들 중, 어느정도 검술에 대해 알고있는 강자들이 눈 앞의 장면을 보고 믿을 수가 없어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송현우의 무공이 비록 약하기는 하지만 검술 실력은 송씨 가문에서 제일이기 때문이었다."전 아직 지지 않았습니다!"사람들이 이대로 끝났을 거라고 생각할 때쯤, 송현우가 목검을 꽉 쥐고 비틀거리며 일어났다.'상대방이 강할 수록 좋아. 이러면 검술이 쓸모없는 게 아니라는 걸 더 잘 증명할 수 있을 테니까.'팍!그러나 제대로 된 공격을 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한번 상대방의 기수식에 맞아 그대로 쓰러졌다. 이것으로 보아 염구준의 실력이 그보다 절대적으로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시!"그러나 송현우는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공격을 시작했다.이렇게 열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송현우는 완전히 쓰러졌고 합곡이 심하게 찢어져 피가 멈추지 않는 상태였다. "
송현우는 한마디씩 내뱉으며 목검에 온몸을 기댄 채 힘겹게 일어났다.검을 쓰는 사람은 그 어떤 위기에 봉착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검 끝이 가리키는 상대와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붙어야 했다.송현우의 경지는 이렇게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높아졌고, 금세 정진왕자가 되었다. 슉!이미 두 눈에는 초점이 없었지만 그는 여전히 두 손으로 검을 잡고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검을 휘두르는 거였다.무학에서는 흔히 이 상태를 검에 취했다고 불렀다.이 상태에 빠지면 의식이 없어도 십년 동안 연마하며 몸에 새겨진 검식을 그대로 반복해서 쓸 수 있었다. 마치 평소에 연습하는 것처럼 말이다."한계네."상대방의 모습을 본 염구준은 중얼거리며 앞으로 나가 두 검식만에 상대방을 쓰러뜨렸고, 이에 따라 이 교육식 비무도 완전히 끝나버렸다. 한 시간도 안 되어 두 번 경지를 돌파한 사례는 들어본 적도, 직접 본 적도 없었기에 사람들은 지금동안 본 게 전부 꿈만 같아 넋이 나간 채로 멍하니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열여섯 살의 정진왕자라니, 너무 무서운 존재 아닌가?"현우야, 괜찮아?" 다른 사람들이 멍하니 있을 무렵, 송청연은 울부짖으며 송현우의 곁으로 달려갔다.그녀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동생의 안전이지 무공의 경지 따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기력이 다했을 뿐이니 돌아가서 한 잠 자면 괜찮아질 겁니다."슬퍼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염구준이 다급히 설명했다."흥!"그러나 송청연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염구준에게 원망 어린 눈빛을 보낸 뒤 송현우를 업고 경기장을 벗어났다.차가운 태도의 그녀와는 달리 송 가주는 급히 걸어가 염구준의 좋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하, 염 선생은 정말 신이시네요."하지만 염구준은 잘난 척하지 않고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었다. "저는 그저 인도했을 뿐입니다. 모든 건 저 아이의 탄탄한 기초에 달려 있었어요."재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검술을 연마하는 사람이라서 참지 못하고 도와준
그의 본래의 검의는 이번 대결을 마친 후 초보적으로 형성되었다."후."수련을 끝마친 염구준은 탁한 기운을 뱉어내며 눈을 번쩍 떴다. 이때 날은 이미 어두워진 상태였고 주위도 역시 매우 조용했다.이번 수련의 수확은 매우 컸다. 실력이 한 단계 더 늘었으니까 말이다.'검의로 천인의 경지에 오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아...""드디어 깨어나셨네요? 내일 아침까지는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이때, 송청연의 익숙한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그녀는 피곤해서 하품까지 했지만 여기서 지키고 있으라는 할아버지의 명령 때문에 어디도 가지 못하고 줄곧 염구준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수고했어요. 이제 돌아가 쉬셔도 돼요."그녀의 모습을 본 염구준은 예의있게 말했다."네."그 후 두 사람은 주택가로 걸어가며 간단히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동생은 어떻게 됐어요?""괜찮아요. 제가 업고 간 후에 얼마 안 되어서 깨어났어요."그윽한 송씨 가문의 산장의 오솔길에서 염구준과 송청연은 유유히 거닐었다."할아버지께서 당신을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요."송청연은 할아버지에게 받은 임무를 말했다.밤이 깊은 탓에 표정을 잘 보아낼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작았다.자신의 할아버지가 염구준을 부른 이유가 뭔가를 노리고 있어서라고 생각했기에 '공범' 인 자신이 조금 부끄럽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그럼 그쪽으로 안내해 주세요.""걱정 마요. 당신 할아버지께서 저를 어떻게 할 리가 없으니 너무 마음에 담아둘 필요 없어요."상대방의 약간 떨리는 목소리에서 이상한 점을 알아차린 염구준은 송청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대충 짐작이 가서 입을 열었다.이정도 눈치는 그도 가지고 있었다."고마워요."송청연은 정말 고마웠다."참, 송대용은 뭐하는 사람이에요?" 갑작스러운 염구준의 질문에 송청연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대방의 성격대로라면 이런 가십에는 관심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해줬다
"오늘 당신을 여기까지 오게 한 이유는 드릴 선물이 있어서예요. 바로 여덟개의 옥패에 관한 정보죠."'드디어 제일 중요한 걸 말하네.'애타게 찾아다닌 비밀이 드디어 조금 밝혀질 기세가 보였기에 염구준은 집어든 젓가락을 다시 내려놓고 바로 대답했다. "듣고 있으니 말씀하세요."송 가주는 상대방의 다급한 표정을 보고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예전에 우연히 저희 할아버지께서 이 여덟 개의 옥패가 열쇠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전부 다 모아 특별한 곳에 놓으면 신기한 것을 열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하지만 그것을 연 후에 기다리고 있는 게 좋은 것일지, 나쁜 것일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신중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말을 마친 송 가주는 테이블 위의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끝인가요?"염구준은 아쉬워하며 물었다.상대방이 말한 것이 매우 중요하고 귀한 정보이긴 하지만, 현재의 그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아서였다.지금 그의 손에는 오로지 세개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나머지 옥패들은 아무리 찾아도 찾아내지 못했다."휴, 제가 아는 건 이게 전부입니다."송 가주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먼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온 물건들에 관한 정보들은 비록 얼마 되지 않긴 하지만 전부 이렇게 이야기를 통해 전해졌다. 물건에 관해 기록된 서적들은 거의 전부 부패 되었기 때문이다."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염구준은 공수하며 인사한 뒤,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번엔 제가 신세를 진 셈이니 바라는 일 있으시면 바로 말씀해 보세요."검식을 보여준 것도 모자라 옥패의 비밀까지 알려준 걸 보아 염구준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무언가 바라는 게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이렇게 늙은 사람들은 이익이 없이는 움직이지 않으니까 말이다."하하, 염 선생의 통찰력은 과연 놀랍네요.""별 것 아니고 그저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저희 송씨 가문은 태평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만약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송대강, 송청연,
“맞아!”“얼마 전에 용필 오빠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었잖아?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오빠를 간호해 준 간호사 윤나 씨랑 정이 들어서 지금 결혼 얘기까지 오간 상태야.”“그런데 문제는 저 오백하라는 사람이 해외에서 돌아온 후 중학교 동창회에서 윤나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려서 미친 듯이 쫓아다니고 있다는 거야.”손가을은 상황의 전말을 설명했다. 친척의 일이기도 해서 그녀는 유독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그럼 형님과 윤나 씨의 사이는 어떤데?”염구준은 듣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남녀 간의 감정은 억지로 이어질 수 없는 법이었다. 만약 하윤나가 과거의 인연에 흔들려 마음이 변했다면, 그건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아주 좋아. 근데 문제는 오백하가 윤나 씨 부모님께 돈을 줘서 두 분이 둘의 관계를 반대하고 있어.”손가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수작을 부렸네.’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말했다.“시간 나면 형님과 얘기 좀 해봐야겠어.”용필은 그의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 해준 사람이라 그도 이번엔 상대방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오백하가 돈을 얼마를 줬대도 상관 없었다. 돈은 어차피 그가 더 많을 테니까 말이다.그 후, 가족들은 맛있는 식사를 마친 뒤 아쿠아리움에 들렀고, 저녁에는 어린이 영화를 관람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한편, 손태석과 진숙영이 여행을 떠난 탓에 집안은 조금 썰렁했다.‘역시 사람이 많아야 시끌벅적하구나.’다음 날, 염구준은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손씨 그룹 본사로 향했다.건물 입구에서 경비복을 입은 채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용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전투 인형으로 만들어졌다가 염구준에게 구출된 이후로, 그가 이렇게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남자는 쉽게 울지 않는 법이었다. 진짜로 슬플 때는 빼고 말이다.용필이 뇌 손상을 입긴 했지만 단지 정상인보다 지력이 낮을 뿐이지, 바보는 아니었다. “왜 그래요? 돈이라도 잃어버렸어요?”염구준은 농담하며 말을 걸었다.“왔어?”
“아이를 상대로 사기라도 치는 거야? 아님, 이런 최상급 진주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거야?”“전 40억을 제시하겠습니다.”이때, 또 다른 중년 여성이 다가와 염구준 가족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본래는 남의 식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진주의 유혹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선 거였다.염희주는 진주를 다시 상자에 넣고 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생각했지만 다 세지 못했다. “우와, 그럼 맛있는 걸 많이 살 수 있겠네요!”그녀는 말하며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허락을 구했다.사실, 원칙적으로는 그녀에게 준 선물이니 그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었다.이에 염구준은 웃으면서 말했다.“이 진주는 황지영이 너한테 선물로 준 거야. 팔지, 안 팔지는 네 결정에 달렸어.”“지영 언니...”염희주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진주를 품에 안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팔래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안 팔 거예요.”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걸, 특히 우정과 같은 소중한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음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두 명의 보석 업계 거물은 크게 아쉬워 했지만 어쩔 수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떻게든 수를 써볼 수 있었겠지만, 이 가족만큼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두 분, 이제 돌아가주시죠.”염구준이 공손하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가 경솔했네요.”두 사람은 염구준이 지금 자신들이 떠났으면 하는 걸 알아차리고는, 손을 모아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아무리 진주가 탐나더라도 손씨 그룹을 적으로 돌리는 건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방금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레스토랑 안의 손님들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40억에도 안 판다고? 정말 돈이 필요 없는 집안인가 봐.”“염구준은 딸에게 정말 잘해주네. 저렇게 큰 스케일의 선물도 주다니.”“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진주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그러나 염구준 가족은 주변 사람들의 말에 개의치 않고 그들만의 대화를 나눴다.“그럼 결국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자, 염구준은 아내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물었다.“가을아, 아까 말한 그 깜짝 선물, 이제 보여줄 때가 된 것 같은데?”“헤헤.”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조개를 드러내며 오른손을 천천히 들었다. 우웅.한순간에 그녀의 손바닥이 떨리더니,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화진 종사가 된 것이다.이정도 경지로는 강호에서 고수라고 하기엔 부족했지만, 자기 방어용으로는 충분했다.염구준은 그녀가 종사경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알았다.“종사경에 오른 것을 축하해!”그는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아까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미 알아챘지?”손가을은 와인잔을 들며 남편에게 서프라이즈를 주지 못 한 것 같아 약간 아쉬워했다.“기운을 드러내지 않았으면 나도 몰랐을 거야. 어머니의 호신 옥팔찌가 네 기운을 완벽히 감춰줬으니까.”염구준은 솔직하게 답했다.한편, 염희주는 엄마, 아빠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여전히 음식을 먹는 데 열중했다.어른들의 일에 함부로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고있어서였다. “구준 씨도 줄 선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손가을은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있지!”그는 웃으면서 비밀 은장갑 한 쌍을 꺼내 아내에게 건넸다.“응?”전에 남편에게 받은 선물은 많았지만, 장갑은 처음이었다.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장갑을 착용했다.그리고 장갑을 끼자마자,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믿기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였다.장갑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안 찬 것처럼 손끝의 감각이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었다.“마음에 들어?”염구준은 아내의 반응을 보고 다정하게 물었다.“응, 진짜 마음에 들어. 이건 병기지?”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기뻐하며 물었다.“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리고 보검도 하나 준비했는데, 이런 공공장소에서는 꺼내기 좀 그래서 이따가 줄게.”염구준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구준 씨, 항상 날 신경 써줘서 고마워.”그
청해시에 들어서자마자 염구준은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마치 집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이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는데, 손가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구준 씨, 청해시에 도착했어?”사실 염구준도 막 상륙하자마자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려던 참이었다.“방금 시내에 들어왔어. 조금만 더 가면 집에 도착할 것 같아.”염구준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체리 뮤직 레스토랑으로 와. 구준 씨한테 줄 깜짝 선물이 있어.”손가을은 담백한 목소리로 신비롭게 말했다. “좋네, 나도 줄 선물이 있었는데.”염구준은 흔쾌히 동의했다.아내가 준비한 깜짝 선물이라니, 무엇일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무척 기대했다.왜, 여자의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나?체리 뮤직 레스토랑은 고급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우아한 분위기로, 조용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염구준은 차를 도로변에 주차한 후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손님, 저희 레스토랑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입구에 있던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예약했어요. 제 아내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직원의 태도가 좋았기에 염구준은 좋게 얘기했다. 직원이 예약 정보를 확인하려는 찰나,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서둘러 달려 나와 허리를 숙이며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염 선생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사장님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염구준 부부는 청해시에서도 알아주는 거물들이었기에, 레스토랑 측에서는 평소보다 더욱 극진하게 모셨다.“이렇게까지 정중하게 대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밥 먹으러 온 거니까요.”염구준은 손을 흔들며 안으로 들어갔다.레스토랑 안에서는 잔잔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안에 있는 손님들은 대부분 정장을 갖춰 입어 특히 우아해 보였다.그에 비해 캐주얼한 옷차림의 염구준은 이곳에 맞지 않아 보였다. 청해시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온 거라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캐주얼한 옷차림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등에는
“하, 원래는 모두가 함께 돌파하길 기다리려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더 숨길 필요 없겠네.”우웅. 청룡이 몸을 떨자 기운이 폭발적으로 솟구치며 기파가 주위로 전파되었다. 그 역시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사실은 몇 달 전부터 이미 돌파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에게 충격을 줄까 봐 지금껏 경지를 억눌러왔던 것이었다. 청룡의 이 숨겨진 실력은 보통 사람이라면 전혀 알아채지 못할 터였으나, 염구준은 알고있었다.“괴물들이네, 정말.”붉은 장미는 이 장면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사대 전존의 자리는 실력뿐만 아니라 천부적인 재능 또한 극도로 까다롭게 요구했다.“못 살겠다. 다들... 도대체 뭔데 이렇게 쉽게 돌파 해?”주작은 이 광경에 큰 충격을 받았다. 청룡이 돌파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바로 돌파했으니까 말이다.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이로써 사대 전존 중 두 명이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전신전의 전력은 또 한 단계 상승한 셈이었다.“돌아가면 무공 수련에 집중해. 너희 둘도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염구준은 남은 두 사람을 격려했다.사실 이 모든 것은 옥패 덕분이었다. 옥패에 담긴 무공을 본 후로, 다들 무공이 급격히 향상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뿌우우!염구준이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멀리서 기적 소리가 울리더니 곧 한 함대가 공해에서 다가왔다.국기를 보니 그건 동양에서 온 함대였다.“주상, 저들을 제거할까요?”청룡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용하 해역에 발을 들이기만 하면 봐주지 말고 쏴버려.”염구준은 원래부터 동양인들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기에 지금 제 앞에 나타난 그들을 보며 인내심이 바닥날 수밖에 없었다. 과거, 국주가 전쟁이 확대될까 봐 걱정이 되어 동양과의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염구준은 이미 동양을 정벌했을 것이다.“우리는 동양 호위 함대다. 그대들은 즉시 분쟁 해역에서 떠나라!”이때, 동양 함대가 무전을 통해 외쳤다.‘분쟁 해역?’“청룡, 기다릴 필요 없어. 공격해.”이
“삼촌, 들어가봐도 될까요?”이때, 황지영이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들어와.”염구준은 막 치료를 마친 뒤 대답했다.황지영은 방으로 들어오며 물기 어린 눈망울로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어떻게 말을 꺼낼지 몰라서였다.염구준은 그녀의 속내를 짐작하며 입을 열었다.“내가 삼선도를 어떻게 처리할 건지 궁금해서 그래?”“네.”황지영은 병아리가 모이를 쪼는 듯이 고개를 부지런히 끄덕였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제 그녀는 삼선도의 유일한 도주로서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처지였다.“주범은 이미 죽었으니, 이쯤에서 끝내도록 할게.”“하지만 또 무슨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해. 알겠지?”염구준은 어린 친척을 대하듯한 온화한 태도로 웃으면서 말했다. 이 지역이 특수한 것도 있거니와 여기 사람들 모두 그들만의 생활방식이 있기 때문에 그는 많이 간섭하고 싶지 않았다.“네! 다른 분들의 도움하에 삼선도를 엄마가 있을 때처럼 모두 화목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황지영은 염구준의 대답을 듣고난 후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황지열과 같은 야심가들이 사라졌으니 이제 삼선도는 좋게 될 일만 남았을 거라고 그녀는 굳게 믿었다.“힘내. 네가 잘 해낼 거라 믿어.”상대방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격려해주었다.“감사해요! 그런데 나중에 청해시로 찾아가도 될까요?”이 말을 하는 황지영의 눈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말을 알아들었을 때부터, 황지웅을 따라다니며 고생한 그녀에게 염희주는 유일한 친구였고, 염구준의 가족은 그녀에게 따뜻한 가정을 느끼게 해준 사람들이었다.“물론이지. 언제든지 와도 돼.”이렇게 얌전한 아이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기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 진주는 희주한테 주는 거예요.”황지영은 갓난아기의 주먹만큼 큰 분홍색 진주를 꺼내 보여주었는데, 딱 봐도 그 가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걸 알 수 있었다.진주를 건네준 후 황지영은 방에서 나갔다.다음 날
이 긴장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 모두 드디어 움직임을 보였다.거의 동시에 힘을 다 모은 그들은 저마다의 필살기를 쓰기 시작했다.“구자검법, 검일참공!”“곤원일기지!”두 사람의 엄청난 에너지가 서로를 향해 충돌하며 땅 위의 볼록 튀어나온 돌덩이들을 전부 가루로 만들어버렸다.한쪽은 불꽃을 두른 거대한 검이고, 다른 한쪽은 물기운이 맴도는 커다란 손가락이었는데, 이 두개 모두 그들의 최후의 필살기였다.쾅!순식간에 두 기술이 격돌하며 수증기가 하늘로 치솟았다.염구준은 강력한 압박 속에서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자신이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무궁무진한 불의 힘을 조종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말이다.‘천인경!’이 기운은 천인경의 경지에 다다른 자만이 낼 수 있었다.“말도 안 돼!”황지열은 두 눈을 부릅뜨고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쾅!염구준은 이 기묘한 느낌에 도취된 채로 검을 앞으로 밀어내 황지열의 곤원일기지를 부수고 상대방을 터뜨렸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방금 느꼈던 천인경의 상태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염구준은 천인경의 경지에 머물기 위해 느낌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그 힘은 너무나도 신비로워서 단순히 의지만으로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어딘가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천인경에 머물지 못하게 억누르는 것만 같았다.결국, 그의 경지는 다시 반보천인으로 돌아갔다.“젠장!”천인경에 겨우 발을 디뎠다가 다시 내려오게 된 염구준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자신이 스스로 천인경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 직감이 맞다는 것도 증명했지만, 항상 도달했다가 다시 원래의 경지로 떨어져 너무 답답했었다.“내가 검의를 완성시키거나 스스로 검법의 두 번째, 세 번째 기술을 창조해 내도 천인경에 도달할 수 없을까?”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치 대화를 나누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천인경에 도달하려면 여덟개의 옥패를 모으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도 험난하고 운
손바닥 모양의 공격은 염구준이 날린 검기를 모조리 부수고 그를 공격했다. 쾅!황지열이 날린 공격이 코앞까지 다다르자, 염구준은 검을 가로로 휘둘러 부숴버렸고, 손바닥 모양의 공격은 이내 물방울로 흩어져 사방으로 튀며 그의 시선을 조금 가렸다.‘기운이 강해졌어.’황지열이 강력한 기술을 준비하고 있음을 감지한 염구준은 검의를 발동해 수많은 검기로 몸 주위를 둘러쌌다.양측 모두 전력을 다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휙.이때, 황지열이 완전히 흩어지지 않은 물방울을 그대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날렸는데, 손바닥의 빗방울은 예리한 칼날처럼 응집되어 있었다.황지열에게 있어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씨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물은 정해진 모양이 없어 자유자재로 새로운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이미 이를 예상하고 있었던 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단단히 쥔 채, 아래에서 위로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엄청난 기운이 담긴 검은 차가운 빛을 내뿜으며 평소보다 더욱 예리했다.쾅!검과 손이 맞부딪히며 둘은 팽팽하게 대치했다.뿜어져나온 기류에 주위의 빗물은 안개처럼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비밀 은장갑인가?’염구준은 황지열이 맨손으로 자신의 공격을 받아낸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그가 끼고 있는 비밀 은장갑 덕분에 받아낸 것임을 알아챘다.‘고급 병기인가 보군.’“말도 안 돼! 네가 내 공격을 막아낼 리가 없는데!”황지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방금 전 공격은 그가 진심으로 했던 것으로, 전에 했던 맛보기 공격과는 아예 차원이 달랐다.“말도 안 되는 건 없어. 네 힘은 외부 도구에 의존한 것일 뿐이지 진정한 실력이 아니니까.”염구준은 차분히 말하며, 구자검에 담긴 검의를 더욱 강하게 발휘했다.우웅!검의가 더 많이 나오자 검기는 급격히 강해졌고, 황지열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그는 이번에 자신이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염구준은 우연히 얻은 검의가 구자검 안에서 어느정도 있은 후 전보다 더 강해졌음을 느꼈
염구준이 나오면 싸움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비록 위천인경의 경지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를 만만하게 볼 수는 없었다.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기절해 있던 백호 등 일행은 눈을 뜨기 시작했다.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입은 움직일 수 있었기에 그들은 욕을 하기 시작했다. “황지열, 이 개자식아! 죽이려면 죽여 봐!”“퉤! 죽어서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기억해!”염구준이 죽었다는 황지열의 거짓말에 그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후!”이때, 기운을 다 회복한 황지열도 깊은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의 몸은 이미 최상의 상태로 회복된 상태였다.황지열은 산 정상에 깜빡이고 있는 빛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하하, 못 나오는 건가?”강력한 적 하나가 사라졌다는 건 그에게 있어서 희소식이었다. ‘정말로 사라지면 더 좋지.’이내 그는 시선을 주변으로 돌렸다. 이제 남은 이들을 정리할 시간이었다.“내가 직접 우리 도주님을 배웅해 드릴까?”황지열은 황지영을 보면서 비열하게 웃었다.삼선도를 다시 장악하려면 황지영을 없애서 권위를 내세워야 했다.“황지열, 이번에 삼선도를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 지영이만은 살려주는 게 어때?”한쪽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던 황지웅이 간곡하게 말했다.비록 그도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하긴 했으나, 전의 고문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뒤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안 돼. 그렇게 포기 못하겠으면 같이 죽든가.”말을 하는 황지열의 눈빛은 매우 흉악하게 빛났다.죽이겠다는 생각이 한 번 든 이상, 멈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어디서 이렇게 강한 기운이?’그러나 이때,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그는 뒤를 돌아 빛 나고 있는 곳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나오려는 건가?’슉.그가 이렇게 생각할 때쯤, 염구준이 빛속에서 나왔다. 이미 기운을 완전히 회복한 염구준은 현재 다시 최상의 상태로 돌아온 상태였다.“아슬아슬하게 맞춰 왔네.”빛은 몇 번 더 깜빡이다가 사라졌고, 이는 통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