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검술과 매화검보는 같은 사람이 창조한 것이라 한두 개라도 깨달으면 앞으로 무술을 연마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어느새 일행이 관검산 아래에 도착했다.절벽 아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청석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몇몇 사람은 검술을 연습하고 있었다.초식마다 열심히 연습했지만 검술은 정말 형편없었다.그 외에 광장춤을 추는 사람, 데이트하는 커플 등등 이곳에서 여유를 즐겼다.천물을 망가트리는 짓에 염구준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만약 고씨 가문이라면 이곳을 보물처럼 여기고 모든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을 것이다.이렇게 강력한 검술에서 몇 초식만 배워도 바로 종사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저 사람들 다 물리칠 테니까 편히 감상하세요.”“괜찮습니다. 전혀 영향받지 않습니다.”염구준은 마다하고 앞으로 다가가 새겨진 글자를 자세히 관찰했다.그러다 큰 공터를 찾아가 오른손에 검결을 잡고 글자 획을 따라 긋기 시작했다.구자검이 있었더라면 효과가 배로 나타났을 것이다.그때 한 소년이 목검을 들고 와서 물었다.“전에는 못 봤는데 아저씨도 검술을 연습하러 오셨어요?”염구준은 손짓을 멈추고 웃으면서 대답했다.“맞아. 나 오늘 처음 왔어.”염구준과 같은 검술의 길을 걷는 소년이라 방해해도 나무라지 않았다.“그럼 저희와 함께 하실래요? 제가 6살부터 검을 연습했는데 벌써 10년이 되었어요. 어쩌면 제가 가르쳐드릴 수도 있어요.”소년이 진심으로 그를 초대했다.송씨 가문을 통틀어도 검을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었다.염구준은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소년이 검술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지만 실력은 정말 볼품없었다.멀리서 송 가주가 그 모습을 보고 달려와 한마디 했다.“현우, 가서 검이나 연습하고 염 선생을 방해하지 마.”송 가주는 아끼는 손주라서 크게 꾸짖지 않았다.소년은 송청연과 송대강의 친동생 송현우였다.“하지만…”송현우는 검치라 검술에 흥미를 갖고 있는 염구준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송 가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화내려고 하자 염구준이 나서
비록 염구준의 의도를 알 수는 없었지만, 반보 천인의 강자가 어린 아이를 난처하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이때 누군가의 외침소리에 구경꾼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빨리 봐! 송씨 가문의 그 무능한 자식이 곧 죽도록 터지게 생겼어!"시끄러운 주위와는 달리, 경기장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를 했다.정식으로 비무를 하기 전에 송현우는 상대방을 일깨워주었다. "저 봐주실 필요 없어요. 그리고, 그 나뭇가지를 목검으로 바꿀 필요 없어요?""당연하지. 전력을 다할 테니까 걱정마. 그리고, 손에 들린 것이 그 무엇이든 검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검처럼 쓸 수 있어."염구준의 대답은 매우 심오했다. 그저 말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어떤 도리를 배워주려는 것처럼 말이다.이 심오한 대답에 송현우는 그 안에 담긴 뜻을 알듯, 말듯 했지만 곧 잡념을 버리고 공격을 시작했다.이에 따라 둘의 비무도 정식으로 시작되었다.팍!염구준은 나뭇가지로 상대방의 목검을 맞힌 후 상대방을 바닥에 쓰러뜨렸고 비무는 순식간에 끝나버렸다."기... 기수식!"구경꾼들 중, 어느정도 검술에 대해 알고있는 강자들이 눈 앞의 장면을 보고 믿을 수가 없어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송현우의 무공이 비록 약하기는 하지만 검술 실력은 송씨 가문에서 제일이기 때문이었다."전 아직 지지 않았습니다!"사람들이 이대로 끝났을 거라고 생각할 때쯤, 송현우가 목검을 꽉 쥐고 비틀거리며 일어났다.'상대방이 강할 수록 좋아. 이러면 검술이 쓸모없는 게 아니라는 걸 더 잘 증명할 수 있을 테니까.'팍!그러나 제대로 된 공격을 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한번 상대방의 기수식에 맞아 그대로 쓰러졌다. 이것으로 보아 염구준의 실력이 그보다 절대적으로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시!"그러나 송현우는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공격을 시작했다.이렇게 열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송현우는 완전히 쓰러졌고 합곡이 심하게 찢어져 피가 멈추지 않는 상태였다. "
송현우는 한마디씩 내뱉으며 목검에 온몸을 기댄 채 힘겹게 일어났다.검을 쓰는 사람은 그 어떤 위기에 봉착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검 끝이 가리키는 상대와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붙어야 했다.송현우의 경지는 이렇게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높아졌고, 금세 정진왕자가 되었다. 슉!이미 두 눈에는 초점이 없었지만 그는 여전히 두 손으로 검을 잡고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검을 휘두르는 거였다.무학에서는 흔히 이 상태를 검에 취했다고 불렀다.이 상태에 빠지면 의식이 없어도 십년 동안 연마하며 몸에 새겨진 검식을 그대로 반복해서 쓸 수 있었다. 마치 평소에 연습하는 것처럼 말이다."한계네."상대방의 모습을 본 염구준은 중얼거리며 앞으로 나가 두 검식만에 상대방을 쓰러뜨렸고, 이에 따라 이 교육식 비무도 완전히 끝나버렸다. 한 시간도 안 되어 두 번 경지를 돌파한 사례는 들어본 적도, 직접 본 적도 없었기에 사람들은 지금동안 본 게 전부 꿈만 같아 넋이 나간 채로 멍하니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열여섯 살의 정진왕자라니, 너무 무서운 존재 아닌가?"현우야, 괜찮아?" 다른 사람들이 멍하니 있을 무렵, 송청연은 울부짖으며 송현우의 곁으로 달려갔다.그녀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동생의 안전이지 무공의 경지 따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기력이 다했을 뿐이니 돌아가서 한 잠 자면 괜찮아질 겁니다."슬퍼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염구준이 다급히 설명했다."흥!"그러나 송청연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염구준에게 원망 어린 눈빛을 보낸 뒤 송현우를 업고 경기장을 벗어났다.차가운 태도의 그녀와는 달리 송 가주는 급히 걸어가 염구준의 좋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하, 염 선생은 정말 신이시네요."하지만 염구준은 잘난 척하지 않고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었다. "저는 그저 인도했을 뿐입니다. 모든 건 저 아이의 탄탄한 기초에 달려 있었어요."재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검술을 연마하는 사람이라서 참지 못하고 도와준
그의 본래의 검의는 이번 대결을 마친 후 초보적으로 형성되었다."후."수련을 끝마친 염구준은 탁한 기운을 뱉어내며 눈을 번쩍 떴다. 이때 날은 이미 어두워진 상태였고 주위도 역시 매우 조용했다.이번 수련의 수확은 매우 컸다. 실력이 한 단계 더 늘었으니까 말이다.'검의로 천인의 경지에 오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아...""드디어 깨어나셨네요? 내일 아침까지는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이때, 송청연의 익숙한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그녀는 피곤해서 하품까지 했지만 여기서 지키고 있으라는 할아버지의 명령 때문에 어디도 가지 못하고 줄곧 염구준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수고했어요. 이제 돌아가 쉬셔도 돼요."그녀의 모습을 본 염구준은 예의있게 말했다."네."그 후 두 사람은 주택가로 걸어가며 간단히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동생은 어떻게 됐어요?""괜찮아요. 제가 업고 간 후에 얼마 안 되어서 깨어났어요."그윽한 송씨 가문의 산장의 오솔길에서 염구준과 송청연은 유유히 거닐었다."할아버지께서 당신을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요."송청연은 할아버지에게 받은 임무를 말했다.밤이 깊은 탓에 표정을 잘 보아낼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작았다.자신의 할아버지가 염구준을 부른 이유가 뭔가를 노리고 있어서라고 생각했기에 '공범' 인 자신이 조금 부끄럽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그럼 그쪽으로 안내해 주세요.""걱정 마요. 당신 할아버지께서 저를 어떻게 할 리가 없으니 너무 마음에 담아둘 필요 없어요."상대방의 약간 떨리는 목소리에서 이상한 점을 알아차린 염구준은 송청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대충 짐작이 가서 입을 열었다.이정도 눈치는 그도 가지고 있었다."고마워요."송청연은 정말 고마웠다."참, 송대용은 뭐하는 사람이에요?" 갑작스러운 염구준의 질문에 송청연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대방의 성격대로라면 이런 가십에는 관심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해줬다
"오늘 당신을 여기까지 오게 한 이유는 드릴 선물이 있어서예요. 바로 여덟개의 옥패에 관한 정보죠."'드디어 제일 중요한 걸 말하네.'애타게 찾아다닌 비밀이 드디어 조금 밝혀질 기세가 보였기에 염구준은 집어든 젓가락을 다시 내려놓고 바로 대답했다. "듣고 있으니 말씀하세요."송 가주는 상대방의 다급한 표정을 보고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예전에 우연히 저희 할아버지께서 이 여덟 개의 옥패가 열쇠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전부 다 모아 특별한 곳에 놓으면 신기한 것을 열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하지만 그것을 연 후에 기다리고 있는 게 좋은 것일지, 나쁜 것일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신중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말을 마친 송 가주는 테이블 위의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끝인가요?"염구준은 아쉬워하며 물었다.상대방이 말한 것이 매우 중요하고 귀한 정보이긴 하지만, 현재의 그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아서였다.지금 그의 손에는 오로지 세개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나머지 옥패들은 아무리 찾아도 찾아내지 못했다."휴, 제가 아는 건 이게 전부입니다."송 가주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먼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온 물건들에 관한 정보들은 비록 얼마 되지 않긴 하지만 전부 이렇게 이야기를 통해 전해졌다. 물건에 관해 기록된 서적들은 거의 전부 부패 되었기 때문이다."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염구준은 공수하며 인사한 뒤,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번엔 제가 신세를 진 셈이니 바라는 일 있으시면 바로 말씀해 보세요."검식을 보여준 것도 모자라 옥패의 비밀까지 알려준 걸 보아 염구준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무언가 바라는 게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이렇게 늙은 사람들은 이익이 없이는 움직이지 않으니까 말이다."하하, 염 선생의 통찰력은 과연 놀랍네요.""별 것 아니고 그저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저희 송씨 가문은 태평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만약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송대강, 송청연,
바로 송현우였다."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와서 나를 기다린다고? 왜, 맞고 싶기라도 해?" 염구준은 조롱하듯 말했다."스승님, 저를 제자로 받아주세요!"송현우는 말을 하자마자 '쾅쾅' 소리를 내며 머리를 박으면서 절을 했다.지금 절을 하고 있는 고집이 센 소년을 보며 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바로 거절했다."제자 들일 생각 없으니까 이만 가 봐."이 말에 송현우는 물론 숨어서 몰래 듣고 있던 사람들도 멍 해졌다.어제까지만 해도 열정적으로 가르치던 염구준이 오늘 갑자기 냉담해진 이유를 납득할 수가 없어서였다.송현우는 무릎을 꿇은 채로 고개를 들어 망연히 물었다."제가 자질이 너무 없어서 당신의 제자가 될 자격이 없는 건가요?""아니, 넌 검술에 일가견이 있어.""그럼 제가 노력이 부족해서인가요?""아니, 10년 동안 검을 연마한 걸 보면 넌 검을 쓰는 사람이 갖춰야할 근성을 갖추고 있어."염구준은 그의 질문에 하나하나씩 다 대답해주고, 평가도 높이 해줬지만 제자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이에 송현우가 다시 망연하게 물었다."절 제자로 받아들이려 하시지 않는 이유를 혹시 알 수 있을까요?"포기를 해도 이유는 알고 포기해야 할 것 아닌가."검술에 소질이 높아서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어."염구준이 얘기한 이유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대충 지은 핑계처럼 들렸다.하지만 그는 말을 덧붙였다."비록 석벽을 보며 연습했지만 네가 깨달은 검식은 보통 사람들과는 달라. 그게 바로 네 검도지.""내가 만약 하나하나씩 너를 처음부터 가르친다면, 그것은 나의 검도를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에 네가 갈 길을 망칠 수 있어. 너한테 좋지 않다는 말이야.""내가 너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어제 이미 전부 전수했으니 앞으로의 길은 너 자신만이 갈 수 있어."솔직하게 염구준은 상대방을 좋게 봤다. 그가 어떻게 성장할지도 매우 기대했고.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많이 이야기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송현우는 또다시 바닥에 '쾅쾅' 소리를 내
"상태를 보아하니 기껏해야 한 달 남으셨어요."그는 한눈에 문제점을 알아차렸다."아빠, 정말이에요?"남매는 그의 말을 듣고 이구동성으로 초조해하며 물었다."허허, 이럴 필요 없어. 아직 한 달이나 남았잖니?" 송무천의 상대방에게 간파를 당했어도 화를 내지 않았다.그는 이미 어느정도 포기한 상태라 여유로웠지만 그의 자녀들은 급해서 울 것만 같았다. "당신의 시간을 연장해드릴 방법이 한 가지 있어요."염구준이 계속 얘기했다.상대방의 문제를 말한 것은 결코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풀썩."제발 아버지를 살려주세요."그의 말에 두 남매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빌었다."일어나요. 왜 또 무릎을 꿇어요? 할 말이 있으면 그냥 말 하면 되죠."이에 염구준은 손을 뻗어 두 사람을 끌어당겼다.이야기를 꺼낸 이상 도와주는 건 당연했다.도와주려면 끝까지 도와줘야 하니까 말이다. 그도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이 모습을 보고 자신의 딸아이를 떠올렸었다.'만약 나에게 일이 생긴다면 희주도 이렇게 속상해 하겠지.'"저를 치료만 해주신다면 앞으로 원하시는 곳을 전부 가져다 드리겠습니다."송무천은 희망에 차서 말했다."제 목적은 그저 좋은 연을 맺기 위해서이니 그럴 필요 없어요. 게다가 이건 치료보다 아마도 고문에 더 가까울 겁니다."염구준은 정보를 흘리며 상대방의 태도를 지켜봤다."할 말이 있으시면 솔직히 말해도 됩니다."송무천은 상대방의 말 뜻을 알아듣고 입을 열었다."방법은 간단합니다. 당신의 기운을 흩뜨리고 다시 특수한 방법으로 혈자리를 몇 개 막으면 돼요.""하지만 방법이 너무 특이해서 자정 12시가 되면 온몸의 720개의 혈자리가 전부 무척 아플 겁니다.""하지만 이 방법을 쓰면 10년은 더 살 수 있을 거예요."염구준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말해주며 상대방에게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온몸에 칠백여 개의 점이 동시에 아프다는 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 일이었다. 이건 살아서 고통을 받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
염구준은 생일잔치가 열리는 곳에 와서 아침을 먹었지만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전부 바삐 돌아쳤다.다만 송현우는 줄곧 그의 옆에서 물을 건네고 챙겨주었다.은인을 홀대해서는 안 되니까 말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우물쭈물하며 걸어왔는데, 바로 송대강이었다."죄송합니다."말하면서 그는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무슨 일이 있으면 서서 말하면 돼. 굳이 이렇게 큰 절을 할 필요가 없다."염구준은 상대방을 막으면서 말했다."전의 일은 제가..."염구준은 송대강이 말을 꺼내자마자 바로 끊어버렸다. "다 지나간 일이니 앞으로 잘 살아. 매번 이렇게 운이 좋을 수는 없으니까.""네, 네!"염구준의 가르침을 받은 송대강은 연이어 고개를 끄덕였다.눈앞의 남자는 송씨 가문 뿐만 아니라 그의 동생들과 아버지까지 도와줬기에 그는 더욱 마음이 복잡했다.전에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하니 자신이 더욱 나쁜놈 같아서였다.짝!짝!생각을 마친 그는 갑자기 입가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강하게 뺨을 몇 대 때렸다."때리려면 사람이 없는 곳에서 때려. 아침 먹는 데 영향 주지 말고."염구준은 말을 마친 뒤 계속 음식을 먹었다.이때 문 밖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크게 소리 질렀다."암금 자동차 제조 공장의 이사장님 노복 그리고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이렇게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이따가 앉을 자리가 있었지만 경호원들은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첫 번째 귀빈들이 도착했으니, 그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이 뻔했다.그러나 염구준은 이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먹던 걸 계속 먹었다."오, 병신 형제잖아?"이때, 암금 자동차 제조 공장의 도련님이 문을 들어서자마자 걸어와 조롱했다.한 명은 철부지 부잣집 도련님이고 한 명은 무공이 형편 없으니 이 둘은 사람들의 눈에 쓸모없는 사람이었다.다른 사람들은 송씨 가문의 체면을 보고 트집을 잡지 않을지 몰라도 이 도련님은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송청연이 그의 청혼을 거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
“가서 건져 와. 살아있으면 좋고, 죽었으면 하는 수 없지.”그 한마디를 남기고 메노스는 계속 시끄럽게 구는 꽃무늬 셔츠남을 뒤로한 채 조용히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메노스가 이 후계자를 아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었다.한편, 잠수함을 타고 온 대어당, 안설홍, 레온 가문의 세 세력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다른 세력에 대항할 방비를 했다.그에 비해 염구준의 일행은, 아까 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목격한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끓어올랐다.“염 선생님은 진짜 강하시네요! 한두 번 만에 반보천인 한 명을 처리하시다니!”“염 선생님만 계시면 스텔라성도 별 것 아니에요!”“전 마음 정했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무조건 염 선생님을 제 스승님으로 삼을 거예요.”세 척의 어선 위의 사람들은 불과 며칠 만에 염구준의 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염구준 본인은 사람들의 찬사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타와 노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계획대로 시작하죠.”“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색 인원들을 바다에 투입했다.다른 세력들도 질세라 각자 인원을 내보냈지만, 서로 자기 일을 하느라 별로 큰 충돌은 없었다.이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피를 흘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세력이 각자 행동 중인 걸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운 회복에 집중했다.방금 전의 싸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몸에 무리를 주는 권법을 강제로 사용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의 주먹과 한 번의 검격으로 무려 30%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열 시간이 필요했다.그의 모든 행동은 타 세력들에게 낱낱이 관찰되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날은 조용히 어두워졌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마치 두 개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한
“하하하! 겉멋만 든 자식이, 결국은 허세였구나!”로브는 이 약한 일격에 박장대소하며 자신감이 들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을 채 회복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기운을 운용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염구준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사람들은 곧 염구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의 강도로 보아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왼주먹에 모인 에너지는 숨이 멎을 만큼 강렬했다.“이런 허세에 난 안 속아!”로브는 상대방이 그저 겁을 주려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기세등등하게 구자검을 뿌리치고, 단검을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원래 지는 척하려고 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이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자루의 단검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쾅!주먹이 단검에 닿는 순간, 두 자루의 단검은 그대로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이 공포스러운 주먹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로브는 이번 주먹이 진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격 태세로 몸이 나간 상태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쾅!염구준의 일격은 그대로 로브의 가슴을 강타했고, 로브는 힘없이 밀려났다.그러나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으로 로브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복부까지 갈라 길고도 흉측한 상처를 남겼다.풍덩!로브는 이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다로 떨어졌고,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볼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이건 남들에게 자신이 초입 반보천인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 싸움은 승부가 명확했지만,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게다가 로브는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였기에 평가 기준도 되지 못했다.관중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꿍꿍이가 많은 여우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그러나 금발에 금색 수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구부정한 몸매에 하얀 로브를 입은 메노스는 순진한 그와는 달리, 더욱 노련했다.“이번 일은 중요하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겨우 이정도 이간질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민폐 팀원이 있었다.꽃무늬 셔츠남은 거대한 아기처럼 징징대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메노스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아이잖아요! 설마 저한테 무관심 해지신 거예요?”“그만. 복수해줄게, 그러니 그만해.”메노스는 꽃무늬 셔츠남이 우는 걸 보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로브, 저 녀석의 실력이 어떻지?”“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싸우는 건 본 적 없습니다. 저쪽 진영엔 반보천인이 둘이 있는데, 제 실력과 맞먹습니다.”로브는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지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역시나 메노스는 그의 예감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그래, 네가 가서 한번 떠봐.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네.”로브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대답한 뒤, 요트에 올라타 염구준이 있는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메노스는 정말 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거였다. 두 배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슉!로브는 어선에 뛰어올라 기세 넘치게 소리쳤다. “염구준, 한 번 붙어보길 원한다!”다소 똑똑한 선택이었다.혹시라도 집단구타를 당할까 걱정이 돼서 먼저 큰소리부터 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을 향해 시비를 거는 로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레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너 따위가 감히?”부두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로브는 패배자였다.게다가 이제 막 반보천인의 문턱에 선 수준이 감히 염구준을 상대로 나서기엔 한참 부족했다.“받아들일 건가?”로브는 그레이와 말싸움을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염구준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천기문이든 아타든 그는 애초에 경쟁상대로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다. “흥, 비겁한 놈!”노신기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어선이 잠수함을 상대한다는 건 아예 말도 안 되었다.“예부터 보물은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법이지.”염구준은 꼬리를 밟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혹여 다툼이 생긴다 해도, 실력으로 누르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보물을 탐색하는 세력이 많을 수록 고대 옥패를 찾아낼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득이었다.게다가, 정확한 위치 없이 찾아야 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었다. “고마워. 만약 보물을 찾게 된다면 염 선생도 나눠줄게.”“만약 고대 옥패를 발견한다면, 바로 주고.”대어당의 당주는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다. 염구준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적과 동료는 늘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이익뿐이었다.염구준은 그를 슬쩍 바라보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런 식의 허울뿐인 약속 따위는 진즉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검 뿐이었다.“후욱, 후욱.”노신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홀로 대어당과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철썩철썩!이윽고 바닷물이 또 한 번 요동치더니 이번엔 세 척의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올랐다.적어도 세 개의 강대한 세력이 더 온 것 같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두 방향에서 모두 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두 세력이 오는 것 같았다.보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염 선생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염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조상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 저희도 어느정도는 가져가 가문에 보태야죠.”“염구준, 날 기억해?”새로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과 한번쯤 얽혔던 사람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