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당신이 그들을 위해 만든 밀실이 그들의 묘지가 됐네요.”흑풍은 사방에 널린 시체를 보며 즐기고 있었다. 그는 이날을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왔다.“편히 쉬어라! 점잖은 척하는 자식들아!”흑풍은 말을 하면서 밀실을 향해 수류탄 하나를 던졌다. 이씨 가문의 핵심 인물들은 모두 폭발음과 함께 한 줌의 재가 되었다.“우리 재밌게 놀아보자, 염구준!”순조롭게 이씨 가문을 점령한 흑풍은 이씨 가문 장남의 모습으로 위장하고 이가 어르신의 사망 소식을 외부에 알렸다.“국주의 빚 청산, 전신전이 직접 나서다!”흑풍은 사건을 이슈화시켰다. 이씨 가문 사람들이 처리당했다면, 다른 몇몇 나라들은 분명 연합을 할 것이다.“흑풍, 역시 넌 감정을 숨기는 데 서툴러. 날 너무 얕봤어!”바다 건너, 염구준도 이가 어르신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국주는 직접 그와 유선 회의를 했다.“은세집안과 피맺힌 원한이 있는 것이 흑풍 말고 또 누가 있나요?”염구준은 그제야 흑풍 그 자식이 이미 용국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은세집안에서 배양한 통솔자들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어요.”국주의 뜻은 아주 명확했다. 통솔자들은 당연히 반란을 일으킬 것이고, 그는 가장 유능한 조수인 염구준이 필요했다.“국주님, 국주님께서는 4대 지존을 포함한 전신전의 병사들을 조종하실 수 있습니다!”염구준은 국주에게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이렇게 오래된 세력들을 처리하려면 전신전도 반드시 전력을 다해야 한다.“크게 한 번 놀아보자!”염구준도 이 게임이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고 생각했다. 여우는 우선 관여하지 않고, 천천히 용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여우는 흑주에서 미친 듯이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마치 그는 혼자가 아닌 듯했다. 염구준이 잠시 이 일에서 관심을 돌린 때를 틈타, 그는 흑주에서 충분히 많이 벌었다.염구준이 집에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손가을은 밤새 들떠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그룹의 모든 일이 염구준이랑 비교하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손가을도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한쪽에 서있던 진숙영도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복잡한 표정으로 염구준을 보았다. 만약 예전에 모두가 미워하던 이 사위가 아니었다면, 집안은 진작에 망해 길바닥에 나앉았을 것이다.“맞네, 내가 말을 잘 못하네.”손태석은 사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모두 한 가족인데 네 거 내 거 나눌 필요가 없었다.“아버님, 이제 아버님께서도 상장회사 대표님이신데 차 좀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염구준이 농담을 던졌다. 그는 손태석에게 차를 바꿔줄 생각이 있었다. 그는 장인어른 장모님이 반평생 동안 고생하셔서 버신 돈을 쉽게 쓰지 않으실 거란 것을 알고 있었다.“하이고, 이 나이에 차를 바꾸긴 무슨!”손태석은 바로 거절했다. 그는 그저 회사를 더욱 크고 강하게 만들어 다시 눈부시게 만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제가 준비하겠습니다!”염구준은 장인어른의 돈은 넣어두시라는 뜻으로 말했다. 그는 한번 결정한 일은 무조건 해낸다.가족들은 술을 마시며 즐겁게 얘기를 나눈 뒤, 다음 날 다시 새로운 직책에 투입되었다.염구준은 혼자서 자동차 단지로 향했다. 이곳에는 세계 각국의 유명한 차들이 모여있었다.그는 장인어른 나이대의 사람들이라면 용국 비영을 가장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용국 대혁명을 대표하는 산물이기 때문이다.“염 선생님, 안녕하세요!”염구준을 접대하는 건 또 그 젊은 여자아이였다. 다른 직원들은 얼굴이 새파래졌다. 겨우 염구준의 주문 몇 건에 여자아이는 벌써 평생 먹고 살 걱정이 없었다.“내 기억 상 비영도 한정판이 있었는데.”염구준은 한 번도 사소한 일에 많은 말을 한 적이 없었다.“당신도 한정판 비영 뽑으러 왔어요?”젊은 여자아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염구준의 등 뒤에서 건방진 목소리가 들려왔다.“황성 왕자?”염구준은 말투만 듣고 그 사람이 황성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뒤돌아보니 젊은 사람 3명이 있었다.“아늑한 보금자리에 얌전히 있지 못하고
염구준도 더 이상 겸손을 떨지 않았다. 최근 전신전의 소식이 어딜 가도 들리니, 귀가 있는 사람이라면 염구준을 다 알고 있었다.“당신이 염구준?!”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입을 떡 벌리고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다는 듯했다. 바로 눈앞에 무적의 전신이 있었다.“초라해지니까 이제 꼬리를 감추고 사람인 척을 하다니, 청해 사람들이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염구준은 더 이상 황성 왕자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젊은 여자아이에게 그를 데리고 차를 가지러 가달라고 했다.항상 그래왔듯, 일시불 결제는 비밀번호가 필요 없었다.“아무 줄이나 막 서지 마세요. 이렇게 흉흉한 세상에 목숨 날아가는 건 한순간입니다.”수속을 마치고 염구준은 자동차 단지 매니저에게 말했다. 그는 고작 개미 한 마리에게 화를 낼 필요가 없었다.“잠시만요, 저도 손씨 그룹에 갈 수 있나요?”염구준이 차에 올라타자마자, 젊은 여자아이가 바로 따라와 반짝거리는 눈으로 염구준을 보고 있었다.“당연하죠. 타세요. 손가을 대표한테 전화하겠습니다.”염구준은 신비롭게 웃으며 여자아이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나 저 사람이랑 제대로 얘기 좀 해야겠어.”황성 왕자 이사전이 중얼거리며 혼잣말을 했다. 가문에서 그를 청해로 보낸 것은 임무 때문이었다.“그 자식, 나는 안중에도 없었어…”빠르게 달리는 비영을 바라보며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각자 다른 생각이 들었다.염구준은 차를 몰고 단지 안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역시 비영이 용국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입 차와 비교해도 성능이 뒤지지 않는다.“하지만 당신도 손씨 그룹에 행운을 가져오길 바라!”염구준은 차를 손씨 그룹의 입구에 세웠다. 젊은 여자아이는 그가 알려준 대로 보고를 하러 올라갔다.“아버님, 아버님 새로운 차 한 번 타보시죠!”염구준은 멀리 손태석이 보이자, 페달을 밟고 달려갔다.“염 서방, 자네…”손태석은 뭐라 해야 할지 몰랐다. 가슴 아프지만 설렜다. 비영은 신분의 상징이 아니
용성우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 순간, 이사전이 룸 입구에 나타났다."이 자는 무슨 사람입니까?"염구준은 용성우의 말에 승낙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 염구준은 용성우를 가리키며 이사전에게 물었다."용... 우리가 만나는 것과 상관없지 않나요?"이사전은 하려는 말을 다시 삼켰다. 염구준은 두 사람이 아는 사이지만,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용성우 대표님, 당신도 황실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죠? 적어도 연관이 있는 집안이잖아요?"염구준은 의미심장하게 용성우를 바라보았다. 흑풍이 용성우를 찾았다는 것은, 그의 배후 세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말해주었다."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용 대표님은 황성 용씨 집안의 외부 세력이죠?"염구준이 말을 마치자, 용성우는 깜짝 놀랐다. 그는 자신의 신분이 폭로될 줄 생각지도 못했다."흑풍이 당신을 찾을 때, 그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나중에야 알게 되었죠."염구준은 자신의 늦은 깨달음이 불만스러웠다."염 전주, 난 황성 외부 세력이자 버려진 집안이네."용성우는 바로 침착한 표정을 회복했다. 사실이기 때문이다."그럼, 흑풍에 관해 이야기합시다."염구준은 이사전이 자리에 앉은 것을 보고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갔다."흑풍은 이씨 집안 사람입니다. 지금 대대적으로 이씨 집안 종가 성원을 죽이고 있습니다."이사전은 말을 마치고 화로 인해 이를 갈았다."나와 흑풍은 같은 부류의 사람일 것이네. 다만 난 종가를 건드리지 않고 용국에 남았을 뿐이네."용성우는 옛일을 언급하고 싶지 않은 듯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흑풍은 무예가 있는 사람입니다. 용국이 혼란스러울 때 그들은 가문의 수호자였습니다."이사전은 힘겹게 말했다. 이용하고 버리는 것은 대가문이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이가는 확실히 흑풍에게 미안한 짓을 했었다."쫓겨난 건 흑풍의 가족뿐인가요?"염구준은 계속 물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여우는 분명 쫓겨났다고 생각했다."7대 세가는 모두 자신의 분가가 있네."용성우는 고개를
염구준은 이사전을 힐긋 보았다. 과거 부유했던 도련님은 지금 아주 불쌍해 보였다.이사전은 고개를 저으며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그는 다른 사람이 결제하는 술자리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술을 한참 마시고 있는데, 염구준의 전화가 울렸다. 주작의 개인 번호였다."전주님, 청해에 킬러가 나타났습니다. 본부 임원 한 명이 살해되었습니다."수화기 너머에서 불안한 주작의 숨결이 들려왔다. 방금 큰 싸움을 겪은 것 같았다."지금 어디야?"염구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고 가족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 흑풍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외곽에 있는 거래 중심에 있습니다."주작이 답했다. 염구준은 수화기 너머에서 희미하게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주작을 귀찮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뛰어난 고수일 것이다."바로 갈게!"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고, 용성우에게 결제를 당부하고 자리에서 떠났다."손님, 차 타십니까?"염구준이 아래층에 도착하자마자 택시 기사 한 명이 가까이 왔다."외곽 개발구로 가주세요!"염구준이 목적지를 말했지만, 기사는 줄곧 움직이지 않고 빤히 그를 쳐다보았다."염 전주님, 100근이 되는 폭탄을 견뎌낼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기사가 싸늘하게 말했다. 염구준은 함정인 것을 깨닫고 살짝 놀랐다."죽고 싶어?"염구준이 주먹을 휘둘렀지만, 기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염구준은 머릿속이 텅 비는 것 같았다. 뜨거운 충격이 그의 모든 피부를 태우는 것 같았다."하마터면 큰일 날뻔했어!"염구준은 원소화를 통해 치명적인 피해를 피했지만, 고막은 여전히 은은하게 아팠다.번화가에서 갑자기 폭파 사건이 생기자,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교통도 꽉 막혔고 수많은 차가 부딪쳐 거리의 교통을 마비시켰다.염구준은 흑주에 다녀온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예전이었다면 죽지는 않아도 반쯤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어쩔 수 없이 염구준은 걸어서 신 개발구로 갈 수밖에 없었다. 주작이
사망한 직원에 대한 배상은 반드시 충분해야 한다. 염구준은 그와 동시에 청해 경찰에게 연락했다. 반드시 소식을 막고 모든 것을 테러 조직의 습격으로 간주시켜야 한다."구준 씨..."손가을은 염구준이 황성으로 떠나는 것이 걱정되었다. 많은 일들을 겪고 나니, 이미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다."가을아, 몸 잘 챙겨. 꼭 우리 가족과 그룹의 안전을 보장할게."염구준은 아내를 꼭 껴안고 말했다. 흑풍이 제거되지 않으면, 손씨 그룹에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 것을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손가을은 한참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녀도 염구준이 사명을 짊어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주작 씨. 수고스럽지만 구준 씨 잘 돌봐주세요."손가을은 주작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녀 웃음에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 있어서 주작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사람을 시켜 손가을을 집으로 데려다준 후 주작은 염구준은 따라 청해 공항으로 향했다. 염구준은 되도록 빨리 황성에 도착하려 했다.‘이화 그룹의 청해 입주를 환영합니다.’공항에는 플래카드가 가득 걸려 있었고, 전광판에도 모두 이화 그룹의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염구준은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설마 흑풍도 온 것인가?’염구준은 전광판을 유심히 보았고 이화 그룹의 회장이 흑풍인 것을 확인했다.‘대체 어떤 배후가 있기에, 이가의 사람들을 죽였는데도 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 걸까?’염구준은 이리저리 각 나라에서 떠도는 흑풍이 어떻게 용국에서 파장을 일으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큰일이야!"염구준은 곧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흑풍이 염구준을 찾아낸 이상, 이사전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이사전은 지금 이미 위험할 수도 있다.그가 생각에 잠기고 있을 때 용성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흑풍이 용병을 데리고 청해 호텔을 습격했다."이서전 씨 지금 어때요?"염구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는 이씨 집안의 사람이 이렇게 사라지길 원치 않았다."지금 곽 군단장께서 지원하러 와서, 이서전도 잠시 안전하네. 하지만 어떤 미
"아가씨, 내가 미안해요. 하지만 상황을 먼저 중시해 주세요. 사후에 반드시 사과할게요."염구준은 그녀와 싸우며 물러서려 했지만 여자는 늘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끈질기게 달라붙었다."저 여자는 어느 집안 사람이죠? 청해에 이런 사람 없었는데요?"곽 군단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청해의 무술자에 대해 그는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요즘 대체 어디서 이런 무술이 뛰어난 인물들이 자꾸 나타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이까짓 사람들을 상대하려고 이렇게까지 한다고?"여자는 염구준을 두고 복도를 향해 돌진했다. 수많은 총알이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큰일이야!"염구준은 절망에 휩싸여 눈을 감았다. 하지만 정말 뜻밖에도 여자는 글쎄 총알을 피했다.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가 두 병사의 목을 비틀었다."적어도 전신의 경지이고, 몸놀림도 뛰어나요."염구준은 보기 드물게 다른 사람의 경지를 분석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놀림을 보는 것인지 몸매를 보는 것인지 염구준 자신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전부 출동해!"곽 군단장은 여자가 돌파구를 뚫은 것을 보고, 재빨리 부하들에게 진공을 명령했다. 염구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여자의 앞으로 쫓아갔다.두 명의 뛰어난 고수가 있으니, 곽가 군단의 공격도 순조로웠고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그러나 흑풍의 병사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랫동안 전장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엘리트들이다. 화력도 곽가 군단이 비길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염구준, 드디어 왔네?"흑풍이 갑자기 나타났다. 이사전은 이미 그의 손에 잡혔고 용성우도 머리를 안고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다. 병사가 총으로 그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흑풍, 대체 원하는 게 뭐야?"염구준은 경솔하게 덤비지 않았다. 흑풍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내가 원하는 건 이제 천천히 빼앗을 거야. 지금 난 이가의 비밀을 원해."흑풍이 싸늘하게 웃었다. 그의 목적은 이사전이었고 그 참에 그냥 염구준을 괴롭히는 것이었다."오늘
"흑풍. 난 이씨 집안 사람의 생사에 관심 없고, 창용칠숙의 비밀에도 관심 없어. 난 네 목숨만 원해."염구준은 사납게 말했다. 흑풍이 직접 청해로 온 것으로 보아, 황성에 사고가 난 것이 틀림없었다."염구준, 전신전 새로운 전주 괜찮던데? 국주와 손을 잡고 이화 그룹의 자산을 막아놨어."흑풍은 묻지도 않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말했다. 청용이 손을 쓴 것이었다.이화 그룹 자산에 문제가 생긴 이상, 이가뿐만 아니라 7대 가문의 자산도 틀림없이 국주에게 통제될 것이다."자금이 없으면 집게 없는 게와도 같아. 대체 뭘 믿고 날뛰는 거야?"염구준은 흑풍이 불쌍하면서도 가증스럽다고 느껴졌다. 흑주에 잘 있었으면 큰일을 도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용국은 흑풍 같이 보잘것 없는 사람이 뒤흔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어서 항복해. 어르신께 가서 사죄해!"이영이 비수를 돌리며 말했다. 그녀는 언제든지 흑풍에게 치명타를 날릴 수 있었다."이영. 창용칠숙에 참여한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마. 나의 연맹을 얕보지 마."흑풍이 싸늘하게 웃었다."이미 여우에게 문자를 보냈어. 아마 당신의 집은 이미 바다에 가라앉았을 거야.""뭐?"이영은 깜짝 놀랐다. 흑풍이 훈련기지를 공격할 줄은 몰랐다."내가 말했지. 영감도 은둔 세가의 개일 뿐이야. 그것도 늙은 개."흑풍은 더욱 득의양양해졌다. 상대가 침착함을 잃을수록 그의 생기는 조금 늘어날 것이다."너도 잊지 마. 낙성용은 우리가 죽였어!"염구준이 입을 열려고 하자마자 흑풍으로 인해 끊겼다. 흑풍은 낙성용의 죽음에 이영도 참여했다고 밝혔다."이왕 이렇게 된 이상, 다들 아무도 못 떠나!"낙성용의 사인에 대해 염구준은 줄곧 두서가 없었다. 하지만 비밀이 스스로 수면 위로 떠오를 줄은 생각지 못했다."염구준, 원인은 두세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워!"이영은 낙성용의 죽음에 대해 줄곧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염구준에게 해석을 하고 싶었다."괜찮아, 난 시간 많아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이 시작되었다.종목들은 정말 신나고 하나같이 감탄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암퇘지가 철사슬 위로 걸어가고, 곰이 외발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본 아이들이 깔깔 웃으면서 연신 박수를 쳤다.방금 일로 염구준은 자꾸 주변을 살펴보며 경계했다.여러 종목이 끝난 후, 광대 진행자가 나와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존경하는 여러분, 이어서 저희 피날레 종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활인을 할 텐데 어느 분이 게스트로 올라오시겠습니까?”그 말에 현장이 조용해지고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어떤 아이들은 자기가 나가겠다고 했지만 부모가 한사코 입을 막으면서 말렸다.“나가면 안 돼. 이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야.”“나도 들었어요. 인근 도시에서 발생했는데 게스트가 계약서까지 작성했대요.”“무서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서커스 공연은 재미있지만 이 종목은 다들 뒤로 물러나며 지켜보기만 했다.“아빠, 내가 나가도 돼요?”그때 염희주가 말했다.“가지 마. 나중에 내가 믿을 만한 마술사를 불러서 체험하게 해 줄게.”옆에서 하는 말을 들었으니 딸을 위험하게 내보낼 수 없었다.“알았어요.”염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무룩해 있었다.곧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공연장의 불빛이 어두워지며 한 줄기 전등만 광대를 비추었다.“여러분, 제가 행운 게스트를 뽑으면 전등이 그분을 비출 겁니다. 물론 나올지 말지는 그분이 결정하면 되겠습니다.”서커스의 수법은 한번 또 한 번 곤란한 상황으로 밀어붙였다.정말 게스트로 당첨된다면 체면 때문이라도 무대에 올라갈 것이다.“감격스러운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광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전등이 현장을 누비며 빠르게 움직였다.“멈추세요!”한참 뒤, 광대의 말에 전등이 멈추었다.게스트로 염구준이 당첨되었다.이번에야말로 현장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 되었다.역시 나름 계획이 있었다.염구준은 방금 몰래 감시하던 사람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했다.“축하드립니다. 무대에 올라와서 협조해 주
당황한 조련사가 긴 막대기를 들고 사자의 머리를 누르며 뒤로 물리쳤다.탁!사자가 손바닥으로 막대기를 쳐서 부러트리고 아이에게 어슬렁어슬렁 다가갔다.“우와아아앙!”깜짝 놀란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아이가 높은 소리로 울수록 사자는 더 흥분되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냈다.“저기 누가 들어가고 있어요.”그때 한 그림자가 갑자기 철창 앞에 나타났다.바로 염구준이었다.“으아아아악!”염구준이 두 손으로 철창을 잡고 힘을 주자 단단한 쇠가 구부러지며 양쪽으로 휘었다.그리고 구멍을 통해 철창 안에 들어가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았다.“울지 마. 이제 괜찮아.”“으르렁!”사자는 먹잇감이 빼앗기자 입을 크게 벌리고 으르렁거리며 덮쳤다.“죽어!”염구준이 강력한 기운을 발사하자 사자는 뒤로 튕겨 구석에 나가떨어졌다.그가 살의를 뿜어냈다.동물은 워낙 살의에 예민했다.사자는 벌러덩 드러누워서 작은 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렸다.그 동작은 서커스단에서 배운 것이다.염구준은 아이를 안고 철창에서 나와 아이 엄마에게 넘기며 신신당부했다.“앞으로 아이 손을 꼭 잡고 다니세요.”“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아이 엄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염구준 가족은 경악해 있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계속 동물을 구경했다.“아빠는 슈퍼맨이에요?”방금 장면을 떠올리던 염희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사자가 아버지 앞에서 고양이처럼 말을 잘 들어서 깜짝 놀랐다.“하하하. 방금 아빠가 마술을 부려서 그래.”염구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어떤 일은 설명하기 어렵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마술? 이따가 마술쇼도 있는데 가르쳐줄 수 있어요?”염희주는 두 눈을 깜빡이며 염구준을 봐라봤다.그 말에 염구준은 난감했다.마술을 할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됐어. 마술은 나중에 배워. 이제 곧 마술쇼 시작이야. 들어가서 앉아야지.”손가을이 나서서 남편을 도와줬다.“시작했어요? 그럼 빨리 들어가요!”염희주는 빨리 들어
용필과 하윤나는 초고속으로 이튿날에 바로 미니 결혼식을 올렸다.정식 결혼식은 나중에 다시 성대하게 올리려고 했다.쌍방 부모님들이 모두 도착했다.하동철과 김연주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염구준이 두 사람에게 손씨 그룹에서 일하면 월급을 200만씩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하동철은 경비원으로 취직하여 경호 대장인 용필과 함께 일하고 김연주는 청소부에 취직했다.용필을 봐서 두 노인과 얼굴을 붉히지 않으려고 이렇게 안배한 것이다.어차피 앞으로 한 식구로서 자주 만날 텐데,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물러날 때는 이득을 주는 방식으로 두 사람을 탄복하게 만든 것이다.재미있는 것은 하동철이 출근하면 회사에서 용필을 대장이라 부르고 퇴근하면 용필이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다.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한다는 것이다.미니 결혼식은 무사하게 진행되어 두 사람은 드디어 부부가 되었다.이 모든 것은 다 염구준이 추진한 덕분이라 두 사람은 엄청 고마웠다.행복한 시간은 빠르게 지나, 어느덧 서커스단이 공연하는 날이 다가왔다.염희주가 계속 재촉하는 바람에 세 사람은 아침 댓바람부터 공연장에 도착했다.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아직 공연장 문이 열리지 않았다.밖에 철창을 몇 개를 놓고 안에 맹수들을 가둔 것이 보였다.독수리, 호랑이, 원숭이 등등 동물들을 관람용으로 놓은 것이었다.이곳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었다.다들 신기해서 감탄을 금지 못했다.“아빠는 사자를 본 적이 있어요?”염희주가 궁금해하며 물었다.“봤기도 했고 먹어도 봤어. 근데 맛이 없었어.”염구준은 딸을 속일 필요가 없어 솔직하게 대답했다.전에 흑주 벌판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팀과 연락을 잃어서 먹을 것이 없었다.그래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잡는 족족 배를 채웠다.“아빠는 왜 맨날 거짓말만 해요? 내가 나쁜 것만 배우면 어떡해요?”염희주는 아예 믿지 않았다.사자는 사나운 짐승이고 초원의 패권자이자 흑주의 우두머리인데 그것을 잡아 먹었다니믿어지지 않았
“시작.”오백하는 ‘시’자를 말할 때부터 얼마되지도 않는 힘을 손에 넣었다.억지가 따로 없었다.그러나 용필의 손은 꿈쩍하지도 않았다.힘으로 똘똘 물친 용필과 힘을 겨룬다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힘을 준다. 합!”용필이 한마디 하더니 오른팔에 힘을 주어 가볍게 상대방의 손목을 꺾었다.그런데 테이블까지 부숴버렸다.겨우 이 정도에 진 것이다.“악!”왼쪽 팔이 탈구된 오백하는 귀가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질렀다.어려서부터 다친 적이 없이 곱게 자랐으니 이런 고통을 감당할 리가 없었다.“안 된다고 했는데 뭐 하러 용필 오빠한테 개기냐?”하윤나가 말하면서 용필의 팔을 끌어당겼다.참지 못하고 상대방을 해칠까 봐 그런 것이다.솔직히 그녀는 용필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가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윤나야, 나 정말 힘을 쓰지 않았어.”용필이 억울한 표정으로 설명했다.“나도 알아.”하윤나가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했다.팔씨름에서 졌으니 오백하는 패배하고 유일한 선택은 용필밖에 없었다.“꺼져. 설마 남아서 밥 먹고 가게?”염구준은 아직도 아파서 바닥에서 뒹구는 오백하에게 싸늘하게 내뱉았다.“이놈들 잡아 쳐!”열받은 오백하는 경호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반드시 복수를 할 것이다.쿵!경호원들이 다가가려고 할 때 염구준이 기운을 펼치며 그들을 문밖으로 몰아냈다.봐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퍽!그리고 오백하를 발로 뻥 차서 밖으로 쫓아냈다.룸 안이 드디어 조용해졌다.글로벌 호텔의 경호원들이 우르르 달려오더니 오백하 일행을 들어 호텔 밖으로 내쫓았다.이 과정은 고작 몇 분만에 진행되었다.“사돈 어르신, 두 사람 이제 결혼해도 됩니까?”두 노인은 염구준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그럼요. 저희도 찬성해요.”하동철과 김연주는 깜짝 놀라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원래 사위 후보가 2명이었는데 한 명이 도망쳤으니 이제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그럼 두 사람 먼저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하고 나중에 결혼
“진정하세요. 많지도 않습니다.”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게 많지 않다니 두 사람은 경악했다.최근 청해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땅값이 점점 올라 제일 저렴한 별장도 20억 이상이었다.“염 선생님, 그쪽과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오백하가 못마땅 해하며 물었다.손씨 그룹이 끼어들면 그는 뒷배인 회사를 내세워도 대항할 수 없었다.“용필 형, 나를 뭐라고 부르죠?”염구준이 옆을 보며 물었다.“내 매제지.”용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들었어요? 나랑 상관 있죠?”염구준이 되물었다.상대방이 기어코 끼어들겠다고 하니 오백하는 심란하여 계속 머릿속을 굴렸다.‘어떡하지, 어떡하지?...’돈은 어느 정도는 있었다.하지만 적어도 52억은 있어야 상대방과 싸울 수 있었다.평소 그는 돈으로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것을 즐겼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에게 돈으로 억압당할 줄은 몰랐다.인과로 보복을 당하니 매우 불쾌했다.“저기요. 왜 예물값을 올리지 않나요?”염구준은 그가 대답하지 않자 주의를 주었다.‘올리긴 뭘 올려?’오백하는 속으로 욕하면서도 겉으로 애써 웃었다.돈으로 통하지 않으니 다른 방면으로 능력을 보여서 자신의 우세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저 멍청한 놈은 윤나를 지킬 자격이 없어요. 두 분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오백하가 갑자기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그게…”하동철은 두 남자를 번갈아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무조건 가격을 올리라는 속셈이었다.“주먹다짐을 비교하고 싶으면 그냥 말하면 되죠.”염구준이 분명하게 말했다.종사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한 녀석이 감히 용필 앞에서 나대다니 속으로 우스웠다.능력이 안 되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되었다.“안 돼.”갑자기 하윤나가 용필을 부둥켜안으면서 싸우지 못하게 붙잡았다.하지만 오백하의 눈에는 그녀가 용필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였다.그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펄쩍 뛰었다.“남자라면 나랑 겨루자. 지면 알아서
“아씨, 저 새끼가 내 물건을 훔쳤어. 다음에 눈에 띄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목소리에서 상대방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도련님, 어서 오세요.”하윤나의 부모님은 목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반갑게 맞이했다.염구준은 그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방금 용필이 들어올 때 쳐다보지도 않더니 지금은 개처럼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당당한 사람이 되는 게 좋지 않은가?“네.”오백하는 한 글자로 답하고 당연하듯이 주석에 앉아 거만하게 행동했다.그리고 눈에 불을 켜고 용필과 하윤나를 노려보았다.염구준 부부도 봤지만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도련님, 무슨 일로 늦게 오셨어요?”하동철이 차를 따르면서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다.“말도 마세요. 오는 길에 미친놈을 만났는데 내가 윤나한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을 도둑맞았어요. 차로 뒤쫓아도 잡지 못했어요.”오백하는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무슨 인간이 그렇게 빨리 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초상비.’염구준과 용필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챘다.‘의리 있는 사람이네. 앞으로 잘 지내야겠어.’용필 입장에서 초상비가 오백하를 죽이지 않고 그냥 방해한 것만으로도 형제로서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다.“분명 비싼 물건이겠죠.”하동철의 관심은 언제나 돈이었다.“그렇게 비싸지도 않아요. 2억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에요.”오백하가 허풍을 떨기 시작했다.어쨌든 물건을 찾아오지 못했으니 가격을 20억, 200억을 불러도 누구도 따지지 않을 것이다.“아쉽게 됐네요. 제가 경찰에 신고할까요?”하동철이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냈다.“됐어요. 이따가 가서 다시 살게요.”오백하는 손을 들어 하동철을 제지시켰다.그는 허풍이 들통나지 않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솔직히 하윤나와 연인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 귀한 물건을 선물할 리가 없었다.“됐어요. 허풍은 그만 떨고 본론으로 갑시다.”염구준은 귀가 썩을 것 같아서 대화를 끊어버렸다.오늘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될 텐데 체면을 줄 필요도 없었다.
하윤나는 먼저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고 나중에 부모님들에게 말하려고 했다.그런데 부모님들이 눈치를 챘는지 자꾸 방해를 하는 것이다.보다 못한 김연주가 나서서 말렸다.“됐어. 그만 싸워. 이따가 두 사람 다 오니까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결정해.”듣기에 공평한 것 같지만 실은 오백하를 두둔하고 있었다.용필의 상황으로는 경쟁할 가치도 없고 그냥 망신만 주려고 생각한 것이다.똑똑!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염구준 일행이 들어왔다.방금 세 식구가 한 말을 밖에서 다 들은 것이다.용필의 안색이 퍼렇게 질려서 보기 흉했다.“들어오세요.”하동철이 이내 표정을 바꾸고 반갑게 맞이했다.지금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만약 오백하라면 추태를 보여주지 않았나 은근 걱정이 되었다.끼익!문이 열리자 제일 먼저 용필이 들어오면서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아버님, 어머님. 제가 왔습니다.”그를 본 하동철의 웃던 얼굴이 바로 굳어져버졌다.“앉아.”모든 말이 얼굴에 써져 있었다.“오빠, 이쪽으로 와서 앉아.”하윤나는 앞으로 다가가 용필의 팔을 잡아당겨 자기 옆에 앉혔다.두 사람은 깨알이 쏟아질 정도로 다정했다.그 장면을 본 하동철은 혈압이 슬슬 올라왔다.“형님, 안목이 있네요.”염구준이 장난을 치며 손가을과 함께 룸으로 들어왔다.병원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다.그런데 오늘 가까이서 봤더니 하윤나의 외모는 경국지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예뻤다.“어머, 손 대표님, 염 선생님이 오실 줄은 몰랐어요. 어서 앉으세요.”하동철은 얼른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대했다.얼굴 표정이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적응되지 않았다.“편하게 말씀하세요.”염구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아내와 함께 용필의 옆자리에 앉았다.세력과 재부에 눈이 멀어 아부하는 소인배를 용필과 연관되어 있지 않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하하하.”하동철은 뻘쭘해서 헛웃음을 지었다.돈만 준다면 그를 어떻게 대해도 기꺼이 참을 수 있었다.세 사람이
“지금 윤나 부모님들도 이 금액을 요구하고 있어. 근데 나 돈이 없잖아. 어르신이 오후에 글로리 호텔에서 만나면 답변을 준댔어. 말로는 오백하도 온대.”용필은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감히 어머니에게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건장한 몸으로 반보천인 고수와 싸울 수 있지만 돈 앞에서 한결 작아졌다.하지만 돈은 확실히 만능인 물건이었다.“간단해. 내가 가서 오백하 놈을 죽여버릴게. 그럼 누구도 방해하지 않아.”초상비가 화끈한 제안을 했다.그는 강호에서 여러 해를 굴러먹어서인지 겁이 없고 수법이 거칠었다.“안 돼. 윤나가 폭력으로 해결하지 말랬어.”용필은 고개를 저으며 입구를 막았다.혹시나 방심한 사이에 초상비가 뛰쳐나갈까 봐 미리 방지한 것이다.보안실 경호원들 중에서 실력이 가장 약한 초상비도 정신지상 실력이니,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염구준이 잠시 중얼거리더니 계속 물었다.“그 외에 다른 조건이 있어요?”용필은 생각하면서 말했다.“그리고 연봉이 높은 직장을 찾으래.”지금 그는 매달 월급 300만으로 청해시에서 수입이 중상 레벨이지만 부잣집 자식들과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일도 아니죠.”염구준이 일어나더니 용필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돈에 눈이 어두운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경고를 줄 필요가 있었다.아니면 앞으로 용필만 힘들게 될 것이다.“무슨 뜻이야?”돈이 없는 용필은 어리둥절했다. “돈이 필요하면 내가 낼게요. 호텔에 나와 가을도 함께 갈게요.”염구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정말이야?”갑작스러운 행복에 용필은 어쩔 줄 몰랐다.“정말이죠. 거짓이겠어요?”그가 엄숙하게 대답했다.글로리 호텔 입구에 핑크색 포르쉐가 멈추더니 염구준 일행이 내렸다.“손 대표님, 저한테 맡기세요. 안전하게 주차하겠습니다.”입구에 있던 종업원은 거물이 오자 바로 달려왔다.“수고하세요.”손가을은 한마디하면서 팁으로 현금까지 쥐어 주었다.그리고 세 사람은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용필은
“맞아!”“얼마 전에 용필 오빠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었잖아?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오빠를 간호해 준 간호사 윤나 씨랑 정이 들어서 지금 결혼 얘기까지 오간 상태야.”“그런데 문제는 저 오백하라는 사람이 해외에서 돌아온 후 중학교 동창회에서 윤나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려서 미친 듯이 쫓아다니고 있다는 거야.”손가을은 상황의 전말을 설명했다. 친척의 일이기도 해서 그녀는 유독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그럼 형님과 윤나 씨의 사이는 어떤데?”염구준은 듣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남녀 간의 감정은 억지로 이어질 수 없는 법이었다. 만약 하윤나가 과거의 인연에 흔들려 마음이 변했다면, 그건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아주 좋아. 근데 문제는 오백하가 윤나 씨 부모님께 돈을 줘서 두 분이 둘의 관계를 반대하고 있어.”손가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수작을 부렸네.’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말했다.“시간 나면 형님과 얘기 좀 해봐야겠어.”용필은 그의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 해준 사람이라 그도 이번엔 상대방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오백하가 돈을 얼마를 줬대도 상관 없었다. 돈은 어차피 그가 더 많을 테니까 말이다.그 후, 가족들은 맛있는 식사를 마친 뒤 아쿠아리움에 들렀고, 저녁에는 어린이 영화를 관람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한편, 손태석과 진숙영이 여행을 떠난 탓에 집안은 조금 썰렁했다.‘역시 사람이 많아야 시끌벅적하구나.’다음 날, 염구준은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손씨 그룹 본사로 향했다.건물 입구에서 경비복을 입은 채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용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전투 인형으로 만들어졌다가 염구준에게 구출된 이후로, 그가 이렇게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남자는 쉽게 울지 않는 법이었다. 진짜로 슬플 때는 빼고 말이다.용필이 뇌 손상을 입긴 했지만 단지 정상인보다 지력이 낮을 뿐이지, 바보는 아니었다. “왜 그래요? 돈이라도 잃어버렸어요?”염구준은 농담하며 말을 걸었다.“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