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자식!"일단 황호는 상관하지 말아!"손태산은 아픈 듯 오히려 냉기를 들이마셨다. 그의 표정과 눈빛에 극도의 악독함과 원망스러움이 깃들었다. 그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기왕 우리와 함께 가기로 한 거, 그들에게 성의를 보이라고 해! "진동하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는 말을 끝내고 다시 휴대폰을 꺼내어, 오늘 모임에 있던 청해 두목들에게 신속하게 통지했다.사람을 모아 태산 형님에게 복수할 준비를 해!“손태석, 염구준…….”손태산은 옆에 앉아 얼굴을 찡그리며 진동하가 전화하는 것을 바라보며, 눈에는 악랄함이 점점 짙어졌다.오늘 당한 모든 것은 모두 그들이 준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반드시 그들에게 피로 빚을 갚게 할 것이다!…….다른 쪽. 은빛 아파트, 손 씨 집안.이때, 난장판이 된 거실을 막 깨끗이 청소하였다, 손태석은 소파에 앉아 묵묵히 담배를 피웠고, 표정은 엄숙하고 냉엄하여, 이전의 순종스럽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사람이 바뀐 것 같았다!"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 연기를 내보내자. 희주가 학교에서 돌아와서 숨이 막히겠어."그는 담배를 10여 대 피우더니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구준아, 나랑 같이 나가서 좀 걷자."몇 분 후.염구준은 손태석의 팔을 부축하여 아래층으로 내려가 동네 광장으로 걸어갔다.손태석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몇 년 동안, 나는 다리에 장애가 있어, 가족애를 갈망했어…… 이제야 결국 간파했어. 사람은 오직 자신에게만 의지할 수 있어!"오늘 일어난 모든 일은 그의 마음속에 깊이 와닿았다!지난번 아버지를 찾아간 후, 그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조금 남아 있었다. 필경 그를 길러준 건 손 씨 집안이었다. 그러나 오늘, 손태산이 찾아왔을 때, 눈빛은 극도로 차가웠고, 일말의 감정도 없었다!이게 어디 친형제를 보는 눈인가?손태산, 혹은 손 씨 집안은 전혀 그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있으니, 그도 혈연 같은 걸 신경 쓸 필요가
용준영은 온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알고 있어요……."“손태산은 우리 장인어른의 둘째 형이야.”염구준은 차분한 눈빛으로 어제의 일을 간단히 한 번 말하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들을 신경 쓸 필요 없어. 별거 아님 놈들이니, 물보라도 일지 못할 거야."용준영은 얼굴에 미안함이 가득했다!만약 구준 형님이 제때에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손 씨 집안은 이미 피로 강을 이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그가 뒤늦게 알았다니, 하마터면 큰 화를 초래할 뻔했다!미안함을 넘어서, 더 많은 것은 충격이었다!손태산과 그의 부하들은 모두 성도의 소문난 고수들이었다. 청해 지하세력과 비교할 수 없이 거리가 먼데, 구준 형님이 쉽게 해치웠다고?이 실력은 정말 상상도 안 됐다!!"형님, 은빛 아파트는 저에게 맡겨주세요. 제가 24시간 동안 최고의 경호원을 배치해 형님 가족을 보호할게요!"용준영은 고민 후에, 갑자기 몸을 굽혔다."준영이가 반드시 최선을 다 해 누구도 형님 가족의 솜털 하나도 상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염구준이 조금 망설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옛말에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있다!24시간 동안 경호원을 두면, 자신도 조금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다.…….다른 쪽, 손 씨 집안 별장.짝!손태진이 화를 참지 못하고 자사호를 바닥에 내리치자, 아름다운 골동품 차 주전자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온갖 방법을 다 써서 간신히 손태산의 이 난폭하고 사나운 둘째 동생이 홧김에 무조건 손태석 일가족을 몰살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부하로부터 손 씨 집안의 모든 것이 평상시와 같다는 소식을 들었다. 손태석은 동네 광장에서 햇볕을 쬐고 있고, 손가을은 시간 맞춰 신 손영 그룹으로 출근했다고 하는데, 손태산은 전원을 끄고 있어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다.정말 쓸모없는 놈이야!"손호민!"손태진은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고개를 돌려 손호민을 노려보며 이를
이때, 장가의 거실에서 돋보기를 쓴 백발의 노인이 장 씨 집안 가주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도련님은 팔다리의 골격이 모두 산산조각 나서, 수술하고 회복된 후에도 겨우 걸을 수 있습니다. 자손 물림은...... 장 가주님, 가주님은 아직 한창이시니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보시지요!"장 가주 장무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는 관리가 잘되어 외모가 마흔 남짓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이미 오십 대 초반이다. 설마 다시 한 명 더 낳으라고?남자인지 여자인지 누가 알겠어!하나뿐인 아들인 장혁이 장 씨 집안의 유일한 후계자로서 후손 번영을 이어가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는데, 어떻게 폐인이 될 수 있단 말인가?그 빌어먹을 염구준, 이 정도로 잔인하게 손을 쓰다니, 만약 아들을 치료하지 못하면 장 씨 집안은 자손이 끊길 것이다!"장 가주님."늙은 의사는 두 명의 조수를 데리고 공수로 작별을 고하고, 거실 입구에 다가가더니 또 갑자기 고개를 돌려 주저하며 말했다."늙은이가 신의를 한명 아는데, 북쪽 사막 출신이었고, 외상에 능통하고, 신분이 매우 존귀합니다. 내일 청해에서 의학 교류회를 거행할 것입니다. 만약 그 어르신에게 손을 써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면, 아마도 장 도련님에게 아직 한 가닥의 희망이 있습니다. "말을 끝내고 더는 머물지 않고, 조수를 데리고 몸을 돌려 떠났다."남빙, 남설!"장무혁은 눈으로 늙은 의사를 배웅하고 나서 고개를 홱 돌려 옆에 있는 남 씨 남매를 보며 이를 갈았다."너희들은 명령을 받고 청해로 갔는데 혁이가 염구준에게 이렇게 당할 때까지 너희들은 뭘 하고 있은 거야?""그리고... 염구준의 정체가 대체 뭐야? 말해!”남 씨 남매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들이 장 씨 집안에 돌아온 것은 단지 장 씨 집안과 완전히 관계를 끊기 위함이었다!G.J 전신의 정체에 관해서는, 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칼날 대장도 절대로 누설하지 못할 것이다! "장 가주님, 지난날의 정을 봐서 저희가 당신에게 귀띔을 해드릴게요."남빙은 잠
장무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둘째야!"별장 2층에서 한 중년 남자가 회전식 계단을 따라 빠르게 내려왔다. 그는 바로 장 씨 집안 둘째, 장무현이었다!“둘째야!”장무혁은 고개를 들어 2층을 바라보았고, 눈가에 애석함이 스치더니, 온 얼굴에 원망이 가득했다."네가 직접 청해로 한 번 가서, 반드시 북부 사막의 그 신의를 데려와 혁이의 상처를 치료해야 해! 그리고…… 광용, 광호에게 연락해서 고수를 데려오라고 해. 3일 안에, 내가 염구준의 머리를 봐야겠어!"장무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입가에 냉기가 돌았다.광용, 광호, 이 두 사람은 운해시의 소문난 악독한 사람들로, 수하에 300여 명의 형제가 있고, 그중에 20여 명의 무술인이 있다!그들이 나서기만 한다면 염구준은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구준아, 네 말이 사실이야?"이때, 은빛 아파트, 손 씨 집안 거실.손가을은 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말할 수 없이 기쁜 표정이었다."그 신의가 내일 청해에 온다고? 아빠 다리 고칠 수 희망이 있어!”염구준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싱긋 웃었다.애초에 염희주는 한열증이 발작해서 북쪽 사막으로 보내어 치료하였는데, 바로 신의인 이제마가 돌보는 일을 맡았는데, 가을이도 일찍이 영상통화로 이제마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며칠 전, 이제마는 염구준의 분부에 따라, 마침내 "근골단속교"를 제련하는데 필요한 약재를 모두 찾았다, 장인 손태석의 절고 있는 다리는 무조건 완벽하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구준아……."손태석은 기대와 긴장의 얼굴로 식탁에 앉아 있었다."신의 이제마가…… 정말 나를 치료해주려고 할까? 듣자하니 그가 이번에 의학 교류를 하러 청해로 왔다는데, 수많은 재벌들이 몰려들어 벌써부터 진료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하는데. 한 번 봐주는데 적어도 300억이 넘을 거야……."진료비용이 300억이라니, 이건 진짜 말이 안 되는 가격이었다!소문에 의하면 이제마의 의술은 전설 속의 그 G.J 전신에게 전수받아 전신전
그는 손 씨 집안에서 난리법석을 떨었고, 염구준에 의해 한쪽 다리와 한쪽 팔이 부서졌다. 설령 수술을 하더라도 장애를 남길 가능성이 매우 높았는데, 그와 같은 깡패 두목에게는 그를 죽이는 것보다 더 괴로웠다.불구가 되고 싶지 않으면 이제마가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다!"그 쓰레기들에게 당장 돈을 마련하라고 통지해!"손태산은 병상 옆에 있는 진동하를 잔인한 표정으로 쳐다봤다."우리에게 붙은 김에, 지금 그들에게 성의를 보이라 하고, 이제마의 진단 명단은 내가 반드시 가져야 해!"진동하는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전에 동산 그룹에서 황호를 제외한 다른 그 청해 두목들은 이미 그에게 모두 복종하였다.그러나 지금, 성도로부터 20여 명의 내력 고수들이 와서 이미 황호의 세력을 철저히 깔아뭉갰다.도박장, 노래방, 부두…… 황호 부하들은 죽을 사람은 죽고, 흩어질 사람은 흩어졌으며, 갖고 있던 땅의 장사도 모두 빼앗기고, 그 자신조차도 손발이 잘려 포대채로 바다에 잠겼다.불과 이틀도 안되어, 손태산은 청해의 지하세력의 반을 통합했다. 청해의 두목들은 모두 위태로웠다. 그러나 이미 손태산에게 충성을 바친 두목들은 거의 모든 재산을 넘겨주었다.땅, 부하, 자금…… 지금의 손태산은, 청해 지하의 일인자가 되었다!"태산 형님, 우리가 준비해야 할 돈이 얼만가요?"진동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눈빛이 갑자기 매서워지며 손을 들어 목을 베는 동작을 했다."만약 돈이 계속 부족하다면…… 감히 우리와 명단을 빼앗는 사람은 바로 손을 써서 전부 다 없애 버리죠!"손태산이 고개를 저었고, 눈 밑에 뼈를 찌를 것 같은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염구준!!손 아래의 형제는, 염구준에 의해 반이 폐인이 되고, 현재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부하가 20여 명이 있는데, 모두 내력을 연마한 독한 캐릭터로, 충분히 청해 지하를 뒤흔들 수 있다!그러나, 이 정도의 사람으로, 청해의 모든 재벌들을 전부 흔들기는 아직 힘이 부족하다!"이번에 규칙에 따라 이제마의 진단 명단을 경매할 테니,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선생님의 진료를 받을 자격이 없는 자들입니다.”담당자는 식은땀을 닦으며 아부를 늘어놓았다.“걱정하지 마세요. 인원 리스트는 제가 직접 선별했습니다. 진짜 높으신 분들만 입장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니….”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료실 입구에서 소란이 일었다. 스무 명이 넘는 건장한 남자들이 2열로 나뉘어 입구를 막고 있던 직원들을 밀고 들어왔다.선두에 장무현이 있었고 그 뒤를 손호민이 따르고 있었다. 그 옆에는 우락부락한 몸집을 가진 문신남이 두 명 있었는데 운해시의 실세인 광용과 광호였다.“선생님.”장무현은 공손히 이제마 앞에 고개를 숙이며 자기소개를 했다.“저는 장원그룹 둘째, 장무현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온 것은 친히 저희 저택에 방문하시어 나쁜 놈의 손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제 조카를 구해주십사….”그는 장혁의 지금 상태를 간략해서 설명하고 품에서 골드 카드를 꺼내 두 손으로 공손히 이제마에게 건넸다.“약소하게 나마 제 성의를 담아 1000억을 준비했으니 받아주십시오. 혁이가 무사히 깨어난다면 푸짐한 사례를 해드리겠습니다!”이제마의 얼굴이 퍼렇게 굳었다.건방진 자식!그는 용국 의학계의 거장으로 전신 염구준의 바로 아래에 있고 나라의 지존이신 용주마저 예의를 갖춰 대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고작 장사치에 불과한 장원그룹에서 감히 그를 저택으로 와달라고 요청하다니!게다가 그는 지금 한시라도 빨리 염구준이 내린 지시를 수행해야 해서 저런 인간들과 어울려 줄 시간이 없었다.“장원그룹 2세가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등 뒤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진동하가 스무 명 정도 되는 경호원들과 함께 손태산이 탄 휠체어를 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손태산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설마 장원그룹에서도 선생을 모시러 여기까지 온 겁니까? 호민이 넌 왜 여기 있어?”손호민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다가가서 인사했다.“둘째 삼촌, 어쩌다가 이렇게 다쳤어요? 아버지가 삼촌 연락 안 된다고 걱정하셨었는데…
“염구준?”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손태산의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염구준이 손가을의 손을 잡고 손태석과 함께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장무현이나 손태산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곧장 이제마에게 다가가서 웃으며 말했다.“선생님, 제 장인어른이 다리를 다쳤는데 치료 좀 부탁드릴게요.”이제마의 얼굴에서 불쾌한 표정이 싹 사라지고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염 선생님! 당연히….”“무례한 녀석!”이제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손호민이 발끈하며 소리쳤다.“염구준, 이분이 누군지는 알아? 이분은 용제국 북부 군단의 군의관이셔! 전설적인 전신전 전주의 최측근인 분이라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이분을 초대해?”장무현 역시 염구준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네 놈이 염구준? 재밌네! 안 그래도 네 놈을 어떻게 죽여버릴지 고민하던 찰나에 제 발로 찾아왔군.”“감히 이 선생한테 무례를 범해? 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거야!”염구준 옆에 선 손가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예전에 영상통화로 이제마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좁은 지하실에서 희주의 한열증을 치료해 준 분이었다. 그들 가족에게는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그런데 이 선생을 대하는 남편의 태도가 너무 스스럼없었다.이런 의술의 거장에게 치료를 부탁하려면 최소 400억은 있어야 할 텐데!“자네, 어서 선생님께 실례를 사과하게!”옆에 있던 손태석도 놀라서 다급히 염구준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정중하게 부탁을 드려도 모자랄 판에, 당장 이 선생님께 사과하게!”이제마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이 두 사람,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세계를 놀라게 한 전신전 전주에게 사과를 종용하다니!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는 오래 살고 싶단 말입니다!“감히 이 선생님께 무례를 범한 저 녀석을 제가 대신 혼내겠습니다!”성급한 손태산이 염구준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당장 저 놈 붙잡아!”스무 명의 경호원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
염구준이 이 정도로 사고를 쳤으니 아무도 그를 구해줄 수 없었다. 오늘 그를 죽이지는 못해도 전신전 전주께서 친히 그를 벌할 것이다!염구준… 넌 이미 죽은 목숨이야!“알았어.”염구준은 주먹을 거두고는 손가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걱정과 수심이 가득했다. 그는 다시 이제마를 보며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선생님, 집사람이 많이 걱정하는 것 같아서 말인데, 제가 그렇게 실례를 범했나요? 전 선생님만 믿고 장인어른 다리를 치료하러 여기까지 왔단 말입니다.”가슴이 철렁한 이제마는 다급히 다가가서 손가을에게 말했다.“손가을 씨는 저와 초면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염 선생처럼 용건만 간단히 말하는 분을 저도 좋아한답니다!”그는 자세를 숙여 손태석의 발목을 잡아보고는 말을 이었다.“제가 최근에 개발한 처방전이 있는데 손상된 연골을 복구하고 근육통을 해소하는데 효과가 아주 좋답니다! 그런데 재료가 하도 귀해서 지금은 1인분밖에 없어요. 손 선생님이 앓는 고질병도 3일이면 완쾌가 될 것 같습니다. 맡겨만 주시지요.”이게 무슨?장무현, 손태산, 손호문, 그리고 이곳 의료관 담당자까지 당황함을 금치 못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놀란 건 손태석과 손가을도 마찬가지였다.저 거장이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지?염구준을 벌하기는커녕, 새로 개발한 처방전을 손태석의 다리를 치료하는데 쓰겠다고?나이가 드셔서 정신이 오락가락하시나?염구준이 조금전에 결례를 범했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이 선생님!”성질 급한 손태산이 더는 참지 못하고 이를 갈며 말했다.“저와 장무현 씨는 거액의 돈을 성의로 보여드렸는데 어찌 염구준 가족을 먼저 진료한단 말입니까? 그럼 저희는 뭐가 돼요?”장무현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손상된 연골을 복구하고 근육통을 해소한다라… 온몸에 골절상을 입은 장혁에게 꼭 맞는 처방전이 아닌가? 시에 있는 골절 전문가들도 가망이 없다고 손을 턴 가운데, 저 처방전만이 장혁이 살길이었다.그런데 이제마가 그렇게 좋은
“저 자식 데리고 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염구준은 꼴도 보기 싫어서 손을 내저었다.이쪽 일은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네카일이 수작을 부리기 전에 청해에 돌아가고 싶었다.양청화와 네카일이 떠난 뒤, 염구준은 볼라르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들고 듣고 있을 누군가에게 말했다.“당신이 누군지 몰라도 여기서 끝내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퍽!그는 상대방에게 경고하고 손에 힘을 주어 휴대폰을 단번에 아작냈다.일개 백작이 왕후를 공격하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 게 틀림없다.휴대폰 너머로 영상으로 그 장면을 본 누구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염병! 저 자식이 진짜 나섰어. 이런 빌어먹을 연놈들!”염구준의 실력이 공포스러울 정도로 강해서 정면으로 맞설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시체를 분리해서 각자 집으로 보내. 저들이 나를 습격해서 내가 살해했다고 설명하면 돼.”염구준은 성 내의 군사들에게 지시했다.어차피 잡것들이 달려들어도 자신을 죽이지 못하니, 혼자 감당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그러면 밖에서 그가 아직도 오스크국의 고위층 2 명의 목숨을 짊어지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염 선생님.”남은 군사들은 대부분 벨의 측근이라 이유를 묻지 않고 지시에 따라 처리했다.염구준은 모든 일을 마치고 돌아가서 쉬려고 했다.그런데 다급한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염 선생님, 범인을 심문하다가 문제가 생겼습니다. 벨 왕자께서 그쪽으로 오시랍니다.”정말 쉴 틈을 주지 않고 사람을 굴려 먹는 그들 때문에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했다.“무슨 상황인지 가서 보죠.”그래도 속으로 유용한 단서가 나오길 바랬다.오스크 황실 감옥.이 감옥은 평소 귀족이나 황실의 죄인을 가두는 곳이라 항상 조용했었다.하지만 오늘따라 군사들이 북적거렸다.벨 왕자가 사건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친왕의 시종과 작위가 낮은 귀족들을 체포해, 감옥 내에 온갖 비명 소리와 고함 소리가 울렸다
“나의 친애하는 왕후여, 평소에 청렴하고 고상하던 분이 뒤에서 이런 남사스러운 짓을 하고 있었네요.”앞장선 남자의 이름은 볼라르, 작위가 낮은 백작이었다.오스크국에서 귀족들은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 등 작위로 나뉘어 있었다.볼라르처럼 낮은 신분을 가진 귀족은 평소 왕후와 말을 건넬 자격도 없었다.“무례합니다. 본인의 신분을 알고 예를 갖추세요. 아니면 바로 벌을 내릴 것입니다.”양청화는 순식간에 기품이 흐르는 왕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염구준은 볼라르 뒤에 따라온 일행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들도 장기말일 뿐, 정작 배후는 나타나지 않았다.“왕후, 창녀처럼 천박하게 굴었으면서 나를 벌한다고요? 웃기지 마세요.”볼라르 백작은 오만하게 말하면서 한 켠으로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왕후를 완전히 보내려는 수작이었다.그와 함께 온 일행은 양청화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수근거리기 시작했다.“아는 사이었군요. 두 사람이 결탁하여 에드로 친왕을 죽인 게 확실합니다.”“애당초에 저도 그런 말을 했어요. 왕후는 우리 종족이 아니니 배척해야 한다고 했는데 국왕이 아예 듣지 않았어요.”“이건 재앙입니다. 외적은 피하기 쉬워도 집안 도둑은 막기 어려운 법이죠.”볼라르가 데리고 온 사람들은 왕후 앞에서 대놓고 거침없이 말했다.오스크국에서는 양청화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종족’이라 불렀다.심지어 그녀가 왕후 자리에 오른 후에도 일부 보수파들은 계속 불만을 품고 항상 끌어내릴 기회를 노렸다.“여군단!”스스슥!양청화의 명령이 떨어지자, 검은 그림자 무리가 그녀의 주변에 나타났다.만약 그녀에게 아무런 수단과 세력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볼라르 백작, 휴대폰을 남기고 가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양청화가 마지막 통보를 보냈다.“왜요, 바람피운 것이 들통나니 죽여서 소문을 막으려고요?”볼라르 백작은 그녀가 자신을 죽일 수 없다 단정하고 휴대폰을 흔들거리며 조롱했다.“이미 영상을 보냈습니다. 휴대폰을
염구준은 여러 갈래의 검기를 발사하여 네카일을 쓰러트렸지만 목숨을 거두지 않았다.“하하하, 쓸모없는 녀석. 이것도 막지 못해?”“내가 졌어. 그냥 죽여!”네카일은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노을에 붉게 물든 하늘을 쳐다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어엿한 반보천인 고수가 이 정도로 슬퍼하다니 충격이 꽤 큰 모양이었다.하지만 왜 우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이제 말할 수 있어?”한참 뒤, 염구준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흥, 그녀가 그리워하는 사람은 너였어. 그런데 넌 오히려 쌀쌀맞게 대하면서 상처를 주었지. 내가 대신 복수할 거야!”네카일은 그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그제야 자초지종을 알게 된 염구준은 쓴웃음을 지었다.“나와 양청화의 일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아. 그렇다고 네가 상관할 일도 아니지. 이만 돌아가.”상대방이 이런 일로 찾아왔다면 더는 난감하게 대하고 싶지 않았다.네카일의 말을 들어 보면 양청화 때문에 오스크국에 남은 것 같았다.그에게 치정적인 면이 있었다니 참 의외였다.“염구준, 너 당장 이혼하고 그녀 곁으로 가. 아니면 내가 용하에 가서 네 아내를 죽여버릴 거야!”네카일은 바닥에 누워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그 말은 염구준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 자신을 협박하는 것은 괜찮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가족을 언급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황천길로 보내 줄게.”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검으로 네카일을 베려고 했다.그 순간, 한 그림자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두 팔을 벌여 네카일을 보호했다.“구준 오빠, 안 돼.”그 사람은 양청화였다.“청… 왕후, 이건 내 일이니 참견하지 마세요!”당황한 네카일은 창백한 얼굴로 다급하게 말렸다.그는 양청화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오스크국에 남았지만 지금도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양청화가 그를 받아주지 않는 이유는 부귀영화를 포기하는 것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그 사람’때문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그리고 오늘에서야 그녀
염구준은 검을 뽑아들고 빠르게 나갔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네카일이 이 난동을 부리는 것인지 제대로 묻기 위해서였다. 한편, 고성 밖에서는 벨이 배치한 경비병들이 황급히 네카일을 막아서서 그를 말리고 있었다.“총사령관님, 제발 돌아가 주십시오! 염 선생님께서는 지금 벨 왕자님의 귀빈이십니다. 건드리면 큰 일 나요!”“두 분 사이 좋으셨잖아요?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천천히 얘기 나누세요.”“총사령관님, 벨 왕자님께서 얼른 돌아가시랍니다.”그들 역시 자신이 상대방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벨의 충복으로서 명령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었다.“꺼져!”그러나 네카일은 그 누구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고 포효하며 진기만으로 그들을 밀어냈다.그의 손에 들린 것은, 오래전 염구준이 섬멸한 조직에서 남긴 신병으로, 겉으로 보면 오래된 평범한 도에 불과했는데, 정말 긴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쓰지 않는 것이었다.슈욱.이때, 염구준이 나와 네카일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그저 상대방을 진정시키기 위해 날린 것이라 이 검기에는 많은 힘이 담겨있지 않았다.쾅!네카일은 쌍도를 교차시켜 제자리에 우뚝 서서 그 검기를 막아냈다. 다만 그의 눈에는 분노가 어려있었다.“왜, 전의 조직의 복수라도 하려는 거야? 갑자기 미쳤어?”염구준은 상대방이 이러는 의도를 몰라 떠물었다.“그 녀석들은 악행을 많이 저질렀으니 죽어도 싸. 내가 오늘 이곳에 온 건 오스타국을 위해서가 아닌 개인적으로 너와 한 번 붙기 위해서다.”“어디 한 번 붙어볼래?”네카일은 현재 매우 분노한 상태라 그가 내뿜는 기운도 이상하리만치 광포했다. 도의 손잡이를 잡은 그의 두 팔의 핏줄은 이미 불거졌다.지금 그의 눈에 염구준은 부모님을 죽인 원수와도 같았다.“난 이유 모르는 싸움은 안 해. 그러니까 이유 좀 알려주지 그래?”염구준은 이 모든 게 너무 당황스러워 상대방이 이러는 이유를 알고자 질문했다.“싸움의 이유를 알고 싶다면, 나를 이겨라!”네카일은 말을 마치고는 한 도로 방어를 하면
왕궁은 음모와 배신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양청화가 명을 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시종 중 한 명이 벌써 이미 증거를 가지고 고발하려고 안드리를 찾아갔다.“안드리 친왕님, 왕후 폐하께서 조금전에 염구준을 만나셨습니다. 이건 제가 몰래카메라로 찍은 화면입니다.”시녀는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이건 엄청난 공적이니까 말이다. 이번 일로 대량의 상금은 물론 어쩌면 귀족의 자리도 얻을 수 있었다.안드리 친왕은 스마트폰을 받은 뒤, 영상을 클릭했다.그러나 영상을 보면 볼 수록 그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져만 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이 암캐년이 염구준과 이미 알고 있던 사이였어? 비밀 만남이라니, 왕실의 체면을 정말 깎아내리는군.”“그렇게까지 매달렸는데도 거절을 당하다니, 안타깝기도 하지. 정말 우스운 년이라니까.”시녀는 안드리 친왕의 심기가 불편해진 것을 눈치채고, 조심스럽게 말했다.“친왕께서 중요한 일이 있으시니 저는 이만 물러가 계속 왕후 폐하를 감시하겠습니다.”“잠깐.”“이 영상이거나 이 일을 혹시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줬니?”안드리 친왕은 시녀를 멈춰세우고는 자상하게 물었다. 갑자기 변한 상대방의 태도에 시녀는 망연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증거를 확보하자마자 친왕님께 가져왔습니다.”“그렇다면 가서 죽으렴.”안드리 친왕은 눈빛이 갑자기 싸늘해지더니 장풍을 날려 시녀를 죽여버렸다. 이런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 수록 좋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의 손에 왕후의 약점이 있다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불쌍한 시녀는 죽을 때까지도 충성을 바쳤던 주군이 왜 자신을 죽였는지 알지 못했다. 안드리 친왕은 그녀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가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내 위대한 사업을 위해 희생했으니 널 기억하마.”이런 헛소리는 그가 자신이 잔인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한 변명에 불과했고, 심리적 위로에 불과했다. 그는 동영상을 한 부 더 복제한 뒤, 밖을 향해 분부했다.
그의 말을 들은 뒤, 양청화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눈가가 붉어진 채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날 찾으러 다녔었어?”그녀는 오랫동안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했었고,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았다고 원망해왔다.하지만 오늘에서야, 그녀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다.염구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에효. 그때 널 찾다가 주운 은팔찌는 네 부모님을 돌려드렸어. 그분들도 널 무척이나 그리워하셔.”그때의 일은 누구의 잘못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었다.그녀를 찾지 못한 것이 염구준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날 상처받고 도망친 게 그녀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것 뿐이었다.“내 잘못, 내 잘못이야! 왜 그때, 멋대로 캠프를 떠나서는..”그녀는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다.지금은 한 나라의 왕후로서 군림하고 있지만, 그동안 그녀가 겪은 고통과 외로움은 아무도 몰랐다.“후, 다 지나간 일이야. 내가 그때 너무 단호하게 거절했던 잘못도 있어.”염구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난감한 얼굴로 휴지 한 장을 건넸다.이런 감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건 그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었다.하지만 피할 수도 없었다.양청화는 눈물을 닦으면서 옛 기억을 되새기며 입을 열었다.“그때 어두운 보라색의 오피스룩을 입고 오빠 팔짱을 끼고 있던 여자가 오빠가 계속 말하던 아내분이지?”“미인이시더라.”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는데, 목소리에는 전과는 달리 감정이 담겨 있었다.“맞아. 손가을이라고 해. 사이가 무척 좋지.”“축하해.”“솔직히 질투가 나긴 해. 내가 먼저 오빠를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양청화의 눈에는 다시 눈물이 고였지만 그녀는 눈물을 삼키고 웃어보였다.불교에서 말하는 팔고 중,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은 바로 구지부득이었다.“그건 모르는 일이지. 낯선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은 보기 드무니까 말이야.”그는 불길 속에 있던 아내
이때, 시녀가 조용히 다가와 속삭였다.“왕후 폐하, 손님이 도착하셨습니다. 후원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이에 양청화는 목욕을 마치고 서둘러 일어나며 조금 조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해. 금방 나갈 테니.”물에서 일어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물에서 갓 나온 연꽃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생동감이 넘쳤다.한편, 후원의 석탁 옆.염구준은 차를 홀짝이며 평온하게 정원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그때의 일은 단순한 사고였다.마땅히 해야 할 일은 다 했으니 그는 후회하지 않았지만 조금 안타까울 뿐이었다.하지만 이제 양청화가 무사히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한 이상, 그조차도 모두 떨쳐버릴 수 있었다.이때, 양청화가 후원에 들어오며 위엄있게 모든 시종들을 내쫓았다.“모두 나가. 내 명령 없이는 절대 들어오지 마.”왕후가 낯선 남자와 단둘이 만난다는 소문이 퍼지면 좋을 게 없었다.즉, 염구준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겐 위험하고 이성적이지 않은 행동이라는 거다. 하지만 그녀는 참을 수가 없었다.‘왔네.’염구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사람이 보이기도 전에 풍기는 옅은 향기에 그는 쓰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만나는데 나한테 이런 수작을 부릴 심산인가?”또각또각.리듬감 있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황실 예복을 입은 양청화가 염구준의 시야에 들어왔다.다른 건 일단 신경 쓰지 않고 말하자면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아니, 단순히 이쁜 것 뿐만 아니라 고귀한 아우라도 느껴졌다.“안 본지가 몇 년인데, 하나도 안 변했네.”무공을 연마한 사람들은 노화를 늦출 수 있었는데, 특히 염구준처럼 강한 무인들은 그 효과가 더욱 강했다.그러니 외모가 크게 변하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염구준은 예의있는 미소를 지으며 한층 직설적인 태도로 말했다. “너도 관리 잘했네. 오늘 날 불러낸 이유가 단순히 옛정을 나누기 위해서야, 아니면, 그날의 진실을 듣고 싶어서야?”이에 양청화는 쓴웃음을 지으며 석탁에 앉았다.
오는 길에 이미 현장 사진과 여러 정보를 검토한 덕분에 염구준은 속으로 대략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현장에 아무런 저항의 흔적이 없는 걸 보면 에드로는 한 방에 깔끔하게 처리된 걸 거야.”“전신 위의 실력을 가진 그가 그렇게 당했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야. 하나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배신했거나, 다른 하나는 더 강한 반보천인을 만났거나.”“반보천인의 수법은 다양하니, 우선 에드로의 주변 인물부터 조사해 보는 게 좋겠어.”염구준의 분석에 따라 현장에서 가장 의심되는 인물은 그와 벨, 두 명뿐이었다.그러나 이 사건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그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용의자였다. 누구든 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염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머릿속이 확 트이는군요! 조사 방향을 명확하게 알 것 같아요.”벨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과하게 아부했다. 그는 염구준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조사를 맡긴 이상, 그는 염구준을 무조건 믿을 생각이었다.“됐어, 단서가 많지 않으니 내부 인물부터 조사해 보자.”염구준은 손을 휘저으며 벨의 아첨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에겐 아첨 같은 게 통하지 않았다. 또 다른 단서는 메이슨 집사였으나, 너무 노골적으로 행동하는 걸 보면 그는 그냥 연막일 가능성이 높았다.“알겠습니다. 바로 명령을 내리겠습니다.”벨은 공손하게 대답한 뒤, 옆에서 몸을 떨고 있는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네카일에게 지금 하던 일을 멈추고, 세 개 부대를 이끌고 오라고 전해.”세 개의 부대에는 총 3만 명이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쓴 걸 보아 이번 조사가 단순히 묻기만 하는 것이 아닌 전면적인 색출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는 아버지인 에드로와는 달리 네카일을 철저히 신뢰하고 있었다.1단계 계획을 실행하고 잠시동안은 할 일이 없었다. 다음 계획은 조사가 끝나고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명탐정이 아니었다. 다만 철저한 논리적 사고와 예리한 관찰력으로 타겟을 좁혀가는 것 뿐이었다.“염 선생님,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굳이 밀고나갈 필요도 없겠지. 다들 물러나라.”만약 이 상황에서 계속 공격하려고 든다면, 벨의 말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그는 결국 병사들에게 물러나도록 지시했다.하지만 안드리 친왕과 그를 따르는 귀족들은 이대로 넘어갈 생각이 없어 계속 시비를 걸었다.“염구준, 우리 오스타국의 중요 인물 두 명이 죽은 게 모두 너와 연관이 있는데, 뭐라고 할 말이 없는 거냐?”이름까지 부르면서 따지고 묻는 상대방의 태도에도 염구준은 겁 먹지 않고 오히려 비웃으며 대답했다. “니체르는 강제로 사람을 감금하고 연구성과를 빼앗았다. 죽어 마땅하지. 하지만 에드로 친왕의 죽음은 나와 무관해.”“이 대답에 만족해?”“참고로, 나는 지금 너희를 도와주고 있는 거니까 죄인을 심문하듯이 굴지마.”더없이 무례하게 느껴지는 그의 태도에 귀족들은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너...!”안드리 친왕이 다시 말을 하려는 순간, 양청화의 위엄이 담긴 목소리가 대전 안을 울렸다. “그만. 니체르가 저지른 만행은 다들 알 거라고 믿습니다. 죽어 마땅하죠. 그리고 에드로 친왕의 죽음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으니 우선 제대로 조사하고 결정을 내리죠.”“오스타국 왕실을 대표하여, 염 선생님께 감사를 표합니다.”그녀가 말을 마치자 대전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녀가 공식적으로 염구준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었다. 아래에 있는 귀족들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지만 왕후의 말에 감히 토를 달 수는 없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오스타국의 정치는 조금 특이했는데, 전의 국왕이 늙어서 수명을 다한 탓에 합법적인 후계자인 어린 국왕이 자리를 물려받기는 했으나, 아직 나이가 어려서 왕세자에 불과했다. 즉, 그의 어머니인 양청화가 실권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이곳에 남기로 한 이상, 저를 모함한 범인을 반드시 잡아내고 말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과거의 인연이 있어서인지, 그는 그녀에게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강한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