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정말 두려웠다. 여기서 복종하지 않으면 정말 목숨을 잃을 것 같았다. 그렇게 결국 앨리스는 엘 가문의 진정한 족장이 되었다.“엘 가문을 통합시킨다면, 저희는 더 강해질 겁니다.”앨리스가 말을 마치고 옆에 있는 염구준을 지긋이 바라봤다. 그녀를 포함한 모두가 여기에 실질적 결정권자가 염구준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다 봤으면, 이만 내려오지 그래?”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모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큰일이다. 들켜버렸다!홀 천장에서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입구 쪽으로 움직였다. 그의 몸은 마치 주변과 동화된 듯,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쉽사리 분별도 못했을 것이다.인술이었다!“날 발견하면 어쩔 건데, 잡지도 못할 거.”닌자는 자신만만했다. 그의 은신 기술은 조직내에서도 최고였기 때문이다. “웃기는군!”염구준이 손을 공중에 살짝 휘두르자 무형의 힘이 검은 그림자를 잡아당겼다.말도 안 돼!닌자는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잡혀 버렸다. 눈 앞에 있는 이 남자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했다. 그는 흑풍 존주가 자신을 속였음을 깨달았다.“흑풍 조직의 사람이지? 뭐, 남길 유언이라도 있나?”염구준이 남자의 가슴에 그려진 표식을 보며 말했다. “잠깐, 할 말이 있어. 엘 가문에 관한 거야.”남자는 흑풍 조직에 가입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깊은 충성심이 없었다.“그럼 말해.”염구준이 차갑게 대답했다. 어쩌면 남자의 입에서 옥패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할 테니까, 일단 이거 좀 풀어줘.”남자는 협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퍽! 하지만 염구준은 말없이 바닥에 눌려 있는 남자의 팔을 부러뜨렸다. 도마 위에 생선, 남자는 그제야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마, 말할게.”그는 염구준이 이렇게 곧바로 폭력을 행사할 거라 예상치 못했다.“엘로자는 진작에 흑풍 존주의 손에 죽었어. 손씨 그룹을 공격하게 한 것도 모두 존주의 짓이야.”
흑풍 존주의 분노가 담긴 외침에 울려퍼졌다. 이제 점령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도망치듯 철수해야 한다니, 분통이 터졌다. 그런데 이때, 특수 강철로 만든 대문이 쾅하고 날아가며 염구준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타났다.“흑풍, 이제야 다시 만나네.”“이 무슨….”흑풍 존주는 얼어붙었다. 정성껏 구축한 방어선이 소리소문 없이 뚫려 버렸다. 아무리 반보천인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로 강할 수는 없었다. “흑풍 사사, 염구준을 막아라!”흑풍 존주가 명령을 내렸지만,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찾지 마라. 남은 건 너희 둘 뿐이니까. 나머지는 내가 모두 처리했다.”염구준이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공중에 축 늘어진 시체가 하나 떠오르더니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 시체의 주인은 다름 아닌 흑풍 사사였다. 반응할 틈도 없이 이토록 많은 조직원들을 처리하다니, 그는 실력은 흑풍 존주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흑풍 존주는 위기감을 느꼈다. 염구준의 실력이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많이 상향된 것이 실감났다.“죽어라!”염구준이 바닥을 박차며 흑풍 존주를 향해 돌진했다. 피부를 찌를 듯한 살기가 피어올랐다.“잠깐, 내 목숨 살려준다면 가지고 있는 옥패 모두 넘겨 줄게.”흑풍 존주가 품에서 리모컨을 꺼내며 말했다.“널 죽여도 가질 수 있어.”염구준은 전혀 공격을 멈출 생각이 없는 듯, 흑풍 존주의 가슴을 향해 손바닥을 뻗으며 답했다.“그렇다면 나도 어쩔 수 없다!”흑풍 존주가 큰 결심을 한 듯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부하를 끌어당겨 마치 고기 방패처럼 사용했다. 그에겐 사람이란 모두 도구에 불과했다. 부하는 속으로 흑풍 존주를 향해 욕설을 날렸다. 십여년, 긴 세월을 모셔온 대가가 이거라니,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부하는 살기 위해 온 몸에 힘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처참했다. 그는 몸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 났다. 주인을 잘못 고
앨리스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지금 자신의 처지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그녀는 이제 염구준의 말이라면 공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능력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다. 앨리스는 좀 전에 본부에 들어섰을 때, 통로 안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혼자서 이 철옹성을 함락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니, 정말 인간 핵폭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강해도 너무 강했다. 그리고 앨리스의 뒤를 따라 들어온 사람들도 모두 같은 심정을 느꼈다. 그들은 앞으로 절대로 염구준과 척을 지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염 선생님, 다 데리고 왔어요.”앨리스가 공손하게 말했다. “염 선생님이라면 이들을 쉽게 쓰러뜨릴 줄 알았습니다.”“염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족장의 복수도 해주고, 엘 가문도 되찾아 주다니.”“염 선생님, 정말 놀랍네요. 흑풍 조직조차 상대가 되지 않다니, 이 시대 최강자는 역시 다르네요.”아부의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그만, 쓸데없는 아부는 여기까지.”염구준이 그들을 말을 자르며 차갑게 말했다. 의미 없는 아부를 반응해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며 서로 눈치를 보며 한쪽으로 물러섰다. 염구준은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곧바로 옆에 있는 앨리스를 바라보며 본론을 꺼냈다.“앨리스 씨, 할 말 있지 않아요?”“아, 잊을 뻔 했네요.”앨리스가 말하며 방계 족장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엘로자 족장님께서 돌아가신 건 저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머리가 없는 몸통이 될 수는 없는 법, 엘 가문엔 새로운 주인이 필요해요. 부담은 되지만, 제가 그 자리를 맡을까 합니다. 다들 의의 없으시죠?”그녀의 말엔 매우 강하고도 단호한 힘이 담겨 있었다. 이미 유람선에서 결정된 일이었지만, 엘 가문 보부에서 선포하는 건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이로서 엘 가문 족장 자리는 교체되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염구준의 차가운 시선을 알아차리곤
염구준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앨리스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앞으로 아낌없이 앨리스 씨를 지원할게요. 엘 가문은 많이 번창하게 될 겁니다. 대신 옥패를 찾아주세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거요.”앨리스가 내밀어진 옥패를 보며 망설임없이 대답했다.“반드시 찾을게요!”한편, 나흐 가문에선 한참 회의 중이었다.“가주님, 엘 가문이 재편성되었다는 소식 들으셨을 겁니다. 지금 많이 약해져 있을 테니, 저희가 나서 도우면서 빚을 지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먼저 상대의 성의를 봐야겠지만요.”남자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자신이 준비한 계획안을 가주 앞으로 내놓았다. “엘 가문에서 다시 여러 가문들과 협력하려 사람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쪽과도 접촉한 이력이 있어요. 이 기회에 자연스레 그들의 제안을 수락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남자가 내민 계획안엔 엘 가문에서부터 보내온 초대장도 함께 있었다. 새 가주 취임식에 참석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마침 초대도 왔는데, 불참하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그리고 새로 재편성되었으니, 전통성이 있는 저희 같은 가문이 참석해 위험을 보여주기 좋은 자리인 것 같습니다. 그래야 그들도 저희 가문을 얕보지 않죠.”옆에 있던 사람들이 남자의 말에 하나 둘 거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가주는 쉽사리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가주가 무겁게 입을 뗐다.“엘 가문이 재편성되었다는 건 모두 들어서 알고 있었을 테지만, 그 과정이 어땠는지는 못 들었나 보네?”그 질문에 사람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가주의 말 대로 이들은 엘 가문이 재편성되었다는 사실만 전달받았을 뿐, 그 과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모르고 있는 것 같으니, 내가 알려주마. 엘 가문 뒤엔 염구준이라는 인물이 있다. 이 남자는 이미 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인물로서, 만약 우리도 이 자와 협력할 기회를 얻는다면 가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주가 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쩌면 이번에야 말로 이들이 큰 일을 치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며칠 뒤에 있을 연회는 어떻게 할까요?”집사는 오랜 세월 가주의 옆을 지켜온 사람으로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일단 그냥 지켜보자.”가주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서재 밖으로 향했다. 집사도 그의 뒤를 따라 나섰지만, 얼굴엔 의문이 가득해 보였다. 하지만 가주는 그런 그의 표정을 보고도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아참, 정한이 좀 불러오거라. 시킬 일이 좀 있어.”나정한은 나흐 가문의 장남으로서 모두가 능력을 인정한 다음 대 가주 후계자였다. “알겠습니다.”집사가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한 뒤 공손히 자리를 떠났다. 가주 다음으로 이 가문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가진 사람이 바로 나정한이었다.잠시 뒤, 장남 나정한이 서재의 문을 두드렸다.“들어와.”허락의 말이 들어오자 나정한은 곧바로 문을 열었다. 장성하게 큰 아들을 보며, 가주는 새삼 자신이 늙었다는 것이 실감났다. 그의 장남은 이제 정장을 입은 채 사업 전선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어쩌면 은퇴할 때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무슨 일이에요?”나정한이 책상 앞으로 다가가더니 정중하게 물었다.“너에게 따로 시킬 일이 있다. 이 사람을 조사해. 일거수일투족, 인간관계, 가족, 약점까지 모두 알아내야 한다.”그가 내민 것은 염구준의 사진과 이름이 적힌 간단한 서류였다. “이 사람은 이미 조사해 두었어요.”나정한이 서류를 보며 가볍게 웃은 뒤, 들고 있던 가방에서 한 서류 봉투를 꺼냈다. 거기엔 염구준의 탄생부터 그 일대가 모두 적힌 종이들이 들어 있었다.“오늘 돌아온 것도 이것 때문이었어요. 염구준이라는 남자, 상당히 흥미롭더군요.”나정한의 눈엔 존경과 동경의 빛이 담겨 있었다.“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어디 한 번 이 남자에 대해 직접 얘기해 보거라.”가주는 아들의 뛰어난 대처능력에 만족스러운 표정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회사를 완전히 아들에게 넘어가길 바랐다. 그 편이 아들이 회사에 자리잡는데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자식들 중에 그의 의지를 이어받을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나정한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허리를 굽혔다. 그는 이 결정에 크게 기뻐하는 모습도, 슬퍼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 모습에 가주는 더욱 흐뭇한 감정을 느꼈다. 그의 아들이 그만큼 됨됨이가 되었다는 뜻이었으니까.한편, 앨리스는 며칠 뒤에 있을 연회를 준비하느라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번 행사는 수많은 거물 인사들이 참석하는 자리이자, 엘 가문이 재편성된 후로 처음으로 가주로서 모습을 드러내는 공식석상이었다. “다들 신경 써서 준비해줘. 각 가문에서 몇 명이 참석하는지, 또 어떤 음식들을 먹을 수 없는지 제대로 체크해. 절대로 실수가 있어서는 안 돼!”앨리스는 정말 최선을 다해 연회 준비를 하느라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드디어 연회 당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입장을 마쳤다. 오직 나흐 가문만이 늦게 도착해 이목을 끌었다.“이건 저희 가주님께서 드리는 선물입니다. 그리고 여기 협력 계약서도 같이 가지고 왔습니다.”나흐 가주 옆에 있던 사람이 손에 들린 거대한 산호를 내밀며 말했다. 산호를 선물로 건네는 것은 드문 것이 아니나, 그 크기와 뿜어져 나오는 기품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 협력 계약서까지,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나흐 가주를 바라봤다. “정말 감사합니다. 계약서는 연회가 끝난 뒤에 직접 살펴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앨리스가 미소를 지은 채 공손히 대답했다. 비록 둘 다 가주였지만, 연장자였기 때문에 충분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래요.”나흐 가문 가주가 앨리스를 관찰하듯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가주 자리를 지켜온 사람으로서 산전수전 모두 겪은 사람이었다. 절대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앨리스는 본능적으로 이번 협력
“엘 가문이 지금 새롭게 편성된 가운데, 입지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우리와의 계약은 필수 일 텐데요. 거절하지 않고 계약서를 가지고 온 것만으로 많은 배려를 해 드린 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가주가 당신이 아니었다면 전 이 계약서 들고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건 제가 엘 가문에 줄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에요.”앨리스가 거절의 의사를 비치자, 나흐 가문이 불만을 표했다. 어느새 회의실엔 팽팽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당신도 저희 나흐 가문이 이 지역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거 아닙니까? 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저희 가문과 등을 돌리겠다는 걸로 간주하겠습니다.”앨리스는 겉으론 티를 내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경멸과 분노가 치솟았다. 이런 부류는 그녀가 가장 환멸을 느끼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나흐 가문은 말로 타이르는 것이 통하지 않자, 대놓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정말 비열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가주님께서 저를 배려해 이 계약서를 가져왔다는 것은 알지만, 이 문제는 제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문의 다른 어르신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 또한, 매년 75억 상납하라는 조건에 외국 거래의 절반까지, 이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조건입니다. 너무 지나칩니다.”앨리스는 계속해서 거절의 의사를 밝히자, 나흐 가주는 딱딱하게 굳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오른 얼굴이 되었다.“주는 대로 그냥 받아들여. 자꾸 건방지게 굴지 말고. 네 뒤에 누가 있든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어쨌든 거래는 우리와 하는 것이 아니냐?”나흐 가문 가주가 책상을 내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쳤다. 앨리스의 체면 따위 전혀 고려해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나흐 가주님, 저는 당신의 체면을 충분히 지켜드린 것 같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계약서를 보고도 아직 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 이상 선을 넘지 마세요.”앨리스는 예의가 있는 사람이었지만, 이런 무례함까지는 참아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곧바로
“저는 잘 결정하셨다고 봅니다. 저희가 비록 재편성을 겪에 되었으나, 그건 언제까지나 엘 가문 내부 문제지 저들과 상관이 없습니다. 저들은 지금 저희를 자신들의 부속 가문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동의하면 저희는 첫 단추부터 잘못 꾀게 됩니다. 그리고 저희가 비록 약해지긴 했지만, 아직 남은 인맥들이 있습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숙이고 들어갈 이유 없다고 봅니다.”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앨리스를 바라봤다. 그는 속으로 앨리스의 결정에 매우 흡족해하고 있었다. 처음 앨리스를 가문의 수장으로 세울 땐 불만이 있었지만, 지금 보니 잘한 결정인 것 같았다.“오늘부터 나흐 가문에서부터 저희들을 흔들어 놓으려 어떤 수작을 쓸 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든 거기에 흔들려 넘어가는 자, 엘 가문에서 추방될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아랫사람들을 잘 관리하세요. 배신자에겐 절대로 선처가 없을 것입니다.”족장의 명령이 내려지자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공손이 대답했다. 그렇게 회의는 끝났고, 앨리스는 가장 나이 많은 족장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물러가라는 명령을 내렸다. 지금 상황에 조금 더 조언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무슨 말하려는 지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나흐 가문을 적으로 돌린다는 것은 확실히 위험한 행동이지요. 아무리 뒤에 그 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저희 가문에서 해결을 봐야 할 일입니다.”노인이 지팡이에 힘을 주며 몸을 일으킨 채 말했다. 그는 비록 노쇠했지만, 눈빛만큼은 아직 생생했다.“만약 나흐 가문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 계약서를 공표해 모두에게 알리세요. 앞으로 진정한 가문의 주인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때로는 일이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노인의 진심으로 앨리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앨리스 또한 진지하게 그의 말을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한때 그녀가 족장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반대한 사람이긴 하나, 그는 여전히 존경받는 가문의 어르신이었고 경험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