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가문이 지금 새롭게 편성된 가운데, 입지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우리와의 계약은 필수 일 텐데요. 거절하지 않고 계약서를 가지고 온 것만으로 많은 배려를 해 드린 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가주가 당신이 아니었다면 전 이 계약서 들고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건 제가 엘 가문에 줄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에요.”앨리스가 거절의 의사를 비치자, 나흐 가문이 불만을 표했다. 어느새 회의실엔 팽팽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당신도 저희 나흐 가문이 이 지역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거 아닙니까? 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저희 가문과 등을 돌리겠다는 걸로 간주하겠습니다.”앨리스는 겉으론 티를 내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경멸과 분노가 치솟았다. 이런 부류는 그녀가 가장 환멸을 느끼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나흐 가문은 말로 타이르는 것이 통하지 않자, 대놓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정말 비열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가주님께서 저를 배려해 이 계약서를 가져왔다는 것은 알지만, 이 문제는 제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문의 다른 어르신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 또한, 매년 75억 상납하라는 조건에 외국 거래의 절반까지, 이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조건입니다. 너무 지나칩니다.”앨리스는 계속해서 거절의 의사를 밝히자, 나흐 가주는 딱딱하게 굳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오른 얼굴이 되었다.“주는 대로 그냥 받아들여. 자꾸 건방지게 굴지 말고. 네 뒤에 누가 있든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어쨌든 거래는 우리와 하는 것이 아니냐?”나흐 가문 가주가 책상을 내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쳤다. 앨리스의 체면 따위 전혀 고려해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나흐 가주님, 저는 당신의 체면을 충분히 지켜드린 것 같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계약서를 보고도 아직 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 이상 선을 넘지 마세요.”앨리스는 예의가 있는 사람이었지만, 이런 무례함까지는 참아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곧바로
“저는 잘 결정하셨다고 봅니다. 저희가 비록 재편성을 겪에 되었으나, 그건 언제까지나 엘 가문 내부 문제지 저들과 상관이 없습니다. 저들은 지금 저희를 자신들의 부속 가문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동의하면 저희는 첫 단추부터 잘못 꾀게 됩니다. 그리고 저희가 비록 약해지긴 했지만, 아직 남은 인맥들이 있습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숙이고 들어갈 이유 없다고 봅니다.”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앨리스를 바라봤다. 그는 속으로 앨리스의 결정에 매우 흡족해하고 있었다. 처음 앨리스를 가문의 수장으로 세울 땐 불만이 있었지만, 지금 보니 잘한 결정인 것 같았다.“오늘부터 나흐 가문에서부터 저희들을 흔들어 놓으려 어떤 수작을 쓸 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든 거기에 흔들려 넘어가는 자, 엘 가문에서 추방될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아랫사람들을 잘 관리하세요. 배신자에겐 절대로 선처가 없을 것입니다.”족장의 명령이 내려지자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공손이 대답했다. 그렇게 회의는 끝났고, 앨리스는 가장 나이 많은 족장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물러가라는 명령을 내렸다. 지금 상황에 조금 더 조언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무슨 말하려는 지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나흐 가문을 적으로 돌린다는 것은 확실히 위험한 행동이지요. 아무리 뒤에 그 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저희 가문에서 해결을 봐야 할 일입니다.”노인이 지팡이에 힘을 주며 몸을 일으킨 채 말했다. 그는 비록 노쇠했지만, 눈빛만큼은 아직 생생했다.“만약 나흐 가문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 계약서를 공표해 모두에게 알리세요. 앞으로 진정한 가문의 주인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때로는 일이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노인의 진심으로 앨리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앨리스 또한 진지하게 그의 말을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한때 그녀가 족장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반대한 사람이긴 하나, 그는 여전히 존경받는 가문의 어르신이었고 경험만큼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가문이 재편성되자마자 이런 큰 위기에 봉착할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정말 뻔뻔하네요. 먼저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한 건 저들인데 모든 것을 저희한테 뒤집어 씌우다니! 지금 당장 저희도 나흐 가문의 실체를 폭로해야 합니다. 저들의 새치 혀에 사람들이 선동되게 둬서는 안 돼요!”몇몇 사람들이 나서 나흐 가문의 실체를 폭로하자고 앨리스를 설득했다. 하지만 앨리스는 서둘러 조치를 취하고 싶지 않았다. 폭로한다고 해도 나흐 가문이 쉽사리 놓아주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이 문제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 봅시다. 저들이 뭐라 하든 저희가 계약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계약서를 공개하는 건 당장은 좋은 방법 같아도, 다시 역으로 저희가 계약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면 좋을 게 없습니다. 그때 가면 정말 돌이킬 수 없어요. 이 카드는 제일 마지막으로 남겨둬야 합니다.”앨리스가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가문의 주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의 상황에도 흔들림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실제로 앨리스는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의 침착한 모습에 다시 자리에 앉아 해결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죠. 우선 언론사에 접촉해 뉴스 보도 중지를 요청하고, 저희가 가진 계약서가 진짜라는 것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증거들을 찾아내 혼란을 줍시다. 그 뒤는 천천히 다시 고민해보고요.”앨리스의 말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었다. 한편, 뉴스를 접한 염구준은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상황을 알아차렸다. “나흐 가문이 뭘 믿고 이렇게 설치는지 조사해. 감히 내 사람들을 건드리다니.”염구준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서류를 던지며 분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전주님, 저는 이번 사태를 좋은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앨리스가 지금 자리에 오르를 수 있었던 건 결국 저희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 아닙니까? 이번 기회에 그녀가 진짜 그 자리에 걸
“지금 상황은 저희 통제 밖으로 나갔습니다. 체면을 지키다가 진짜 큰 코 다칠 수도 있어요.”옆에서 집사가 뒤따르며 그녀를 끊임없이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앨리스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며 대답을 대신했다.한편, 나정한은 아버지 서재로 들어와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신문을 책상 위로 던졌다. “아버지, 제가 엘 가문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 뒤에 염구준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왜 이러셨어요? 염구준이 알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저희 가문 멸문 당할지도 몰라요!”평소 온순하고 공손했던 나정한이었지만, 이번 사태만큼은 참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어리석은 아버지의 선택에 수치심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는 도무지 왜 아버지가 염구준 같은 인물을 건드리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내게 화를 내다니, 지금 이게 무슨 태도냐? 내가 이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모르면 가만히 있거라.”나흐 가주가 여유롭게 책상 앞에서 차를 마시며 덤덤히 말했다. 그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전혀 후회가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이셨어요? 이러면 저희 가문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 안 해보셨어요? 당장 보도된 이 뉴스들부터 내리라고 해야 해요. 그것만이 지금 사태를 덜 악화시키는 방법이에요.”나정한이 핸드폰을 아버지에게 내밀며 보도국에 연락하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부디 염구준이 이 뉴스를 못 봤길 기도해요. 그렇지 않으면 저도 아버지를 지켜드릴 수 없어요.”아버지의 무미건조한 반응에 나정한이 한숨을 내쉬며 침착하게 말했다. “네가 뭐라고? 나를 지키겠다고? 잊지 마라. 네가 가진 모든 것, 결국 내가 준 것이다. 요즘 잘한다고 칭찬했더니, 점점 기어오르는구나. 내가 너한테 회사를 맡긴 건 널 시험해 보기 위해서다. 내가 은퇴하지 않았는데, 감히 나한테 이 따위 소리를 지껄이다니!”나흐 가주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책상에 올려져 있는 서류 더미들을 아들을 향해 내던지며 소리쳤다.“내가 살아 있는 한, 넌 절대로 내 위일 수가 없다. 오
거기까지 생각하자 나흐 가주 눈빛에 참을 수 없는 광기가 번들거렸다. 그 모습에 집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결국 가주의 명령, 거부할 수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주사위는 던져졌다. 집사는 속으로 부디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길 기도했다. 다시 한번 뉴스 보도가 나갔고, 소식을 접한 염구준은 분노를 감출 수가 없었다.“나흐 가문이 감히 나에게까지 손을 뻗치려 하다니, 정말 오만방자하기 그지없구나!”청룡 또한 그 뉴스를 보고 화가나 신문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정말 뻔뻔하네요. 저번 일을 그냥 넘어갔더니, 이제 전주님까지 건드리려 하다니,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다니, 전주님 제가 가서 이들을 정리하겠습니다. 나흐 가문이 어떤 놈들인지 이미 조사 다 마쳤습니다.”청룡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그동안 조사해 놓은 자료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나흐 가문의 첫 시작은 지하 도박장이었습니다. 지금은 재벌가가 되었지만, 아직도 거기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어요. 또한 이들은 자기 밑에 있는 사람들을 착취하며 자신의 배를 불렸습니다. 특히 지금 가주가 올라간 뒤로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죠. 하지만 이들 중에 나정한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이 사람만 다릅니다. 외부에서 직접 자신의 힘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잘 나가고 있습니다.”염구준이 나정한의 프로필을 보며 뛰어난 능력에 감탄했다.“이건 내가 직접 나서야겠군. 나흐 가문이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 확인해야겠어.”염구준이 자료들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재미있군.”최근 몇 년, 아무도 감히 그에게 도전하지 않았었는데, 나흐 가문이 처음이었다. 염구준은 인내심이 바닥나는 것을 느꼈다.“알겠습니다.”염구준이 직접 나서겠다는 말을 듣자 청룡은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는 염구준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오후, 나흐 가문 문 앞에 고급 차량들이 줄지어 등장했다.이어서 염구준이 군복과 권총을 멘 채 기세
“안그래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네요.”가주가 직접 차를 따라주며 염구준을 위아래로 살폈다. 군복차림에 강력한 분위기, 확실히 남달라 보였다. 비록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아니나, 그의 무공 실력은 확실히 뛰어나 보였다. “서로 떠보는 건 여기까지 하시죠. 최근 엘 가문과 계약 맺으려 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앨리스는 제 사람입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조건을 제시했는지 알고 싶은데요?”염구준은 오늘 뉴스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곧바로 계약 얘기부터 꺼냈다. “아, 별거 아니었습니다. 엘 가문이 재편성되었잖아요. 그래서 제가 좀 지원해드리려고 했는데, 앨리스가 그걸 거절했네요. 하지만 지금 보니 다 이유가 있었네요. 당신의 지원을 받아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었던 거군요? 그런데 지금 무슨 직책을 맞고 계신가요?”가주가 떠보듯 말했다. 하지만 염구준은 전혀 그의 꼼수에 넘어가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더 이상 쓸데없는 예의는 안 차리겠다. 계약은 이미 검토해봤다. 완전 불합리한 조건이던데, 누굴 바보로 아나?”염구준이 테이블 위로 계약서를 던지며 딱딱하게 얼굴을 굳혔다. 그러자 가주도 미소를 지우고 서류를 집어 들었다.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예의 안 차리고 솔직하게 말하겠다. 우리 가문에 소속이 되라는 거, 나쁘지 않는 조건일 텐데? 지금 약해진 엘 가문의 실력으로는 다른 가문의 표적이 되기 쉬울 테니, 우리 밑으로 들어오면 보호받을 수 있을 거다.”나흐 가주가 그렇게 말했지만, 염구준은 그의 말이 괴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당신한테 감사해해야 한다는 거야? 그럼 이 뉴스는 어떻게 해명할 건데?”염구준이 뉴스를 언급하자, 가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니, 됐다. 설명 듣고 싶지도 않다. 당장 이 뉴스 철회시키고, 다른 보도도 멈춰라.”염구준이 명령하듯 말하자, 가주는 불쾌감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오랫동안 왕의 자리에서 군림해온 사람으로서, 이런 대접은 정말
“더 소중한 거? 설마… 내 아들? 내 아들은 건드리지 마!”그 말을 들은 나흐 가주는 참지 못하고 벌떡 자리에 일어나 염구준의 멱살을 잡았다. “내가 건드리겠다면,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염구준이 그의 손을 뿌리치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날 먼저 자극한 건 너야. 그러니 대가를 치러야지. 북쪽 창고로 가봐. 거기에 네 아들이 있을 테니.”말을 마치고 염구준은 나흐 가주를 지나쳐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총을 다시 집어넣고 자리를 떠났다. 문 앞에 선 경호원들은 그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가주님, 괜찮으세요?”집사가 가주를 부축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랜 세월 가주를 보좌해 왔지만, 이런 참담한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그는 나흐 가문이 큰 위기에 빠졌음을 직감했다. “빨리 북쪽 창고로 출발해!”가주가 집사 손을 잡으며 겁먹은 아이처럼 소리쳤다. 집사는 그를 부축하며 옆에 경호원에게 차를 대기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순식간에 나흐 가문은 혼란에 빠졌고, 가주는 집사의 손을 부여잡은 채 창백한 안색으로 몸을 떨었다. “가주님, 진정하세요. 아무리 염구준이라도 상식이 있다면 함부로 하지는 못할 거예요.”집사는 가주를 달래려 노력했지만, 속엔 걱정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이 말 밖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상식이 통하는 놈이었으면, 처음부터 이런 일을 벌였을까!”가주가 집사를 노려보며 화를 냈다. 하지만 머리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해 갔다. “당장 정한한테 전화해서 있는 돈 다 뽑아오라고 해!”계산을 마친 그는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건 돈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가주님, 그거 다 빼면 저희 가문은 끝장입니다. 지금 계좌에 있는 현금은 움직일 수는 없어요. 당장 중요한 계약도 앞두고 있는데, 그거 다 빼면 파산신청해야 할지도 모릅니다!”“그건 네가 신경 쓸 문제 아니야! 내 아들 목숨이 달렸다고!”가주가 집사를 노려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집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염구준, 어른들의 일에 아이를 끌어들이지는 말자고 네가 대장부라면 아이는 풀어 줘!" 자신의 아들이 거칠게 휘둘리는 것을 본 그는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여기가 염구준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말조심해!" 염구준이 말을 꺼내기 전에 청용이 나섰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온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나흐 가문의 가주, 나명관을 겁먹게 했다. 나명관은 염구준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염구준, 전에는 내가 무례했어. 지금 당장 뉴스를 철회하라고 할 테니, 제발 아이는 놔줘." 불길이 일던 나명관의 눈이 순식간에 식었다. 염구준의 주변에 많은 병사들과 강력한 부하들을 본 그는 자신이 그에게 맞서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늦었어! 난 이미 너에게 기회를 줬다." 염구준은 입술을 살짝 움직이며 차분하게 내뱉었다. 그는 손을 휘저으며 아이를 자신의 곁으로 데려왔다. "평생을 화려하게 살았던 나흐 가문이 세 살배기 아이 때문에 이렇게 비굴해질 줄은 몰랐군." 눈에 독기가 서린 염구준이었지만 아이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은 매우 부드러웠다. "화풀이는 나에게 하고 아이는 놔줘. 나흐 가문의 전 재산도 줄 수 있어!" 염구준의 손을 주시하고 있는 나명관은 염구준의 부하가 아이에게 손을 댈까 봐 두려웠다. "내가 돈이 부족해 보여? 나명관, 네가 하는 지하 도박장, 마약 판매, 무기 밀수들은 모두 금지되어야 하는 것들이야." "네 아들이 소중했다면 다른 사람들의 가정도 생각했어야지." 염구준은 조사 결과를 내던지며 매섭게 그를 노려보았다. "네 아들이 귀한 줄 알면 다른 가정은? 그런 것들로 이룬 부가 편했던 거야?" 증거들 앞에 나명관은 자리에 주저앉으며 무릎을 꿇었다. 쿵쿵쿵.그는 이마에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박으며 멈추지 않았다. "가주님, 그만하세요." 집사는 그를 부축하려 했지만, 나명관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화를 냈다. "건드리지 마! 내가 죄를 뉘우치는 거다. 이건 모두 내
쾅!염구준이 손을 들어 책상을 내리치자, 단단한 원목 테이블이 산산조각 났다.“네놈은 내가 돈 때문에 너희와 한패가 되어, 그런 패악질을 저지를 거라 생각했나?”대화를 나누면서 염구준은 상대방이 끝까지 이 길을 갈 생각이며 자신까지 끌어들일 생각이란 걸 알아차렸다.하지만 용하국의 백성들을 해치는 일을 가장 증오하는 그가 상대방과 손을 잡을 리가 없었다. 만옥루는 표정을 굳히며 협박하듯이 물었다.“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손 잡을 겁니까, 잡지 않을 겁니까?”상대방의 크게 변한 태도에 염구준은 그가 더 이상 좋게 말하지 않을 것이며 믿는 구석도 있다는 걸 눈치 챘지만 말을 바꾸진 않았다. “헛된 꿈을 꾸는군. 똑똑히 들어, 나는 만능 전당포 같은 조직을 절대로 남겨두지 않을 거야. 절대로 봐주지도 않을 거고.”이 말이 나온 순간, 두 사람 사이의 얇았던 가림막이 완전히 찢겨 나갔다.이제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다는 거다.염구준의 대답을 들은 만옥루는 좋게 말해도 듣지 않는 상대방의 태도에 화가 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건 당신이 선택한 길이니 죽어도 원망하지 마세요!”‘독이다.’“차 안에 독을 섞을 줄이야. 비열하기는.”염구준은 자신이 중독 되었다는 걸 알았지만 크게 당황해 하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는 곧바로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아니, 이건 반독이군. 다른 독과 결합해야 효과를 발휘하는 거지?”‘처음부터 날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건가. 하긴, 그럴 생각이 없었으면 독을 이렇게 조심스럽게 쓰지도 않았겠지.’‘그럼 방금 전엔 진심으로 날 끌어들이려고 한 것도 있었겠지만 시간을 끌기 위해서인 것도 있겠군.’“하하, 맞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어요. 당신이 이곳으로 올 때 지나온 지하 통로에는 무색무취의 반독이 가득했거든요.”“당신을 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40억도 포기하려 했지만 기어코 거부했으니 이젠 어쩔 수 없습니다.”만옥루는 미친듯이 웃으며 이미 이긴듯한 태도로 염구준에게 다가갔다.“이 독, 꽤나 강하네.”염
염구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뭘 새삼스럽게. 내 현상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잖아.”꿈에서도 염구준을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당연히 그를 죽이기 위해 돈을 거는 사람들도 많았다.오랜 시간 누적된 그의 현상금은 이미 어마어마한 액수로 불어나 있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더 많이 올랐습니다. 무려 40억이에요.”만옥루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금액을 알렸다.‘40억?’염구준은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속으로는 적잖이 놀랐다.자신의 목숨값이 이렇게까지 비쌀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일부러 이렇게까지 현상금을 높인 이유는 굳이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누군가 그를 죽이고 싶어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높은 현상금에 눈이 멀 거라는 걸 아는 거지.’“그 말인 즉슨 날 잡아서 돈을 바꾸겠다는 건가?”염구준은 만옥루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만옥루는 겉보기엔 인자하고 온화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지만, 만능 전당포의 장계를 맡고 있는 인물이 착할 리가 없었다.밀실 벽에 걸린 각종 의뢰 목록만 봐도, 잔혹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하하, 염 선생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제가 선생님을 이곳에 초대한 이유는 그저 논의할 것이 있어서입니다.”만옥루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책상 위의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대체 무슨 속셈이지?’염구준은 만옥루의 의도가 그가 말한 것처럼 단순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미 이곳까지 온 이상,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들어볼 생각이었다.“듣고 있으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바로 해.”말 정도를 들어줄 시간은 있으니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 눈 앞에서 도망칠 수도 없기도 하고.’이윽고 만옥루는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얼굴로 본론을 꺼냈다.“염 선생님께선 만능 전당포의 존재가 합리하다고 생각하십니까?”이 질문은 명백히 염구준의 입장을 떠보려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다른 사람들은 염구준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정말로 싸움이 벌어진다면 자신들도 휘말릴 거라는 걸 알아 이 말을 들은 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이 말을 들은 진희도 더 이상 요염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염 선생님, 웬만한 일은 제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바로 하세요.”“저 사람을 체포하라는 임무를 누가 내린 거지?”염구준은 제이든을 가리키며 질문했다.이번 방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제이든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일단 제쳐 둘 생각이었다.그리고 보아하니, 만옥루의 주인도 도망칠 생각이 없어 보였기 때문에 굳이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죄송하지만 이건 제 권한을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진희는 질문을 듣자마자 가슴이 철렁해서 제이든을 한 눈 보고는 안내하는 손짓을 해보였다.제이든에 관해서 그녀가 알고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를 잡으라는 임무가 상당히 높은 등급이라는 점이었다.염구준은 곁에 서 있는 사타를 보며 명령했다.“너희들은 여기 남아서 제이든을 잘 보호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상대가 초대한 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는데, 하나는 화해하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는 것이었다.그러나 어느 쪽이 됐든 위험한 건 같았다.“알겠습니다!”“절대로 허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세 사람은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약속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말이다.이미 염구준과 함께 이곳까지 온 이상, 그와 한 배에 탄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염구준과 진희는 후문을 통해 비밀 통로로 나와 양마을 밖으로 걸어갔다.길을 가는 동안 진희는 별다른 술수를 쓰지 않았다.한편, 같은 시각에 양마을에서 수십 리 밖에 떨어진 별장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금 녹화된 영상을 다시 확인하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진희 저 아이가 실패하다니. 다들 저 강한 반보천인
“그럼 이런 곳엔 처음 와 본 거야?”염구준이 계속 질문했다.“처음입니다! 두 번밖에 임무를 수행한 적 없는데, 두 번 다 황량한 야외에서 거래했어요.”사타가 급히 설명했다.“저희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이든을 데리고 오는 것도 본래는 저희 임무가 아니었습니다만 플랫폼에서 저희더러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음양쌍살 역시 얼른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렇게 보면 이들도 나름 실력있는 무인들이었지만 만능 전당포의 핵심 사냥꾼엔 속하지 않는듯 했다.오프라인에서 임무를 받으려면 실력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신임을 얻어야만 했다.이미 계획이 어느정도 들켰기 때문에 염구준은 제이든의 몸에 기를 주입해 천천히 정신 차리게 했다.‘다음에 임무에 나설 때는 역용술로 변장부터 해야겠어. 소봉산에서 공무적과 싸운 것 때문에 얼굴이랑 이름이 너무 알려졌으니까. 강호 사람들 중에서도 날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염구준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그의 생각대로 여러 무림인들이 그를 찾아와 인사를 건넸다.“염 선생님, 찾으시는 임무라도 있으세요? 제가 추천해드릴게요.”“염 선생님, 당신이라면 임무를 받겠다는 한마디만 해도 마음껏 고르실 수 있을 겁니다.”그들은 전부 염구준을 자신들과 한통속으로 생각하며 우쭐했다.그러나 그들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전부 손 봐줄만큼 말이다.무공을 익힌 자로서, 의협심을 발휘해서 이로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민간에 해를 끼치는, 용하국에 피해를 주는 임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맡는다는 것에, 염구준은 너무 화가 났다.결국 그는 분노를 꾹꾹 눌러담아 크게 포효했다. “난 이런 임무 같은 거 안 하니까 꺼져!”이 말을 들은 후 아부하던 사람들은 감히 불평 하지 못하고 얌전히 제자리로 돌아갔다.사실 그들은 이렇게 강한 반보천인에게 욕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염구준은 차마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니까 말이다.“염 선생님. 왜 이렇게 화를 내세요?
“끄윽...”목이 졸린 탓에 우호는 숨이 막혔고 눈앞이 어지러워지며 의식도 점점 흐릿해졌다.이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봐왔지만, 이토록 가차 없이 공격하는 사람, 특히 이렇게 죽일 기세로 공격하는 사람은 그도 많이 본 적이 없었다.“좋게 좋게 말로 해결합시다. 저희도 결국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이때, 집사가 앞으로 나와 조용히 권유했다.만약 지금 염구준이 손에 힘을 조금이라도 더 준다면 우호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즉 우호의 생사는 현재 염구준의 생각에 달려있다는 것이었다.“좋게 좋게 말로 해결이라. 난 분명 이미 한 번 말한 것 같은데?”염구준이 차갑게 웃으며 손을 풀지 않았다.“염 선생님, 멈춰주십시오. 저희가 직접 뵙겠습니다.”이때, 거래소 내부의 스피커에서 낯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말투로 봐서 이미 염구준을 알아본 것 같았다.말하는 사람은 만능 전당포의 사장이 아닐지라도 고위 인물일 가능성이 컸다.팍.염구준은 팔을 흔들어 우호를 바닥에 내던지고는 스피커를 향해 말했다.“시간이 많지 않으니 빨리 만나는 게 좋을 거야.”우호는 이제 그에게 쓸모가 없었다. 그도 그냥 꼭두각시일 뿐이니까 말이다. 이 모든 걸 조종하는 건 그의 뒤에 있는 사람들이었다.염구준은 이토록 치밀하게 움직이는 만능 전당포가 더욱 궁금해졌다.“이쪽으로 오시죠.”집사는 바닥에 널브러진 우호는 신경도 쓰지 않고 길을 안내했다.이상하게 말이다.염구준은 대충 이상한 점을 보아낼 수가 있었다. ‘이 늙은이는 우호의 복종 따위가 아니라 만능 전당포에서 옆에 심어놓은 스파이 같네.’‘하지만 이상하단 말이야. 이미 내 정체를 알고 있으면서 왜 만나려고 하는 거지?’그렇게 염구준 일행은 집사를 따라 거래소 내부의 밀폐된 밀실로 들어갔다.이곳에는 단 20여 명 정도가 모여 있었지만, 전부 무술을 연마한 사람들이었다.밀실의 벽에는 누런 천이 걸려 있었는데, 그 위에는 각종 임무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음양쌍살이 임무를 플랫폼에서 받았다고 했는
‘아버지를 찾는다고?’이 말을 들은 순간 우길은 바로 멍해졌다.‘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걸 보면 좋은 목적으로 찾아온 건 아닌 것 같은데. 데리고 갔다가 괜히 귀찮은 일만 생기는 거 아니야?’“왜, 싫어?”염구준은 상대방이 망설이는 걸 보자 한 발자국 걸어가 다시 때리려고 했다.우길 같은 쫄보들은 몇 대 맞기만 하면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들으니까 말이다. “아닙니다! 저희 아버지는 지금 거래소에 있어요. 이쪽으로 따라오시죠.”우길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장섰다.자신의 목숨을 위해 아버지를 팔아넘기는 그는 정말 ‘효자’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염구준은 일행에게 눈짓을 하며 앞으로의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잘 대처하라고 신호를 주었다.이제는 그 신비한 만능 전당포와 정식으로 붙게될 테니까 말이다.한편, 양마을의 가축 거래소에는 정수리에 탈모가 온 기름진 얼굴의 뚱뚱한 남자가 커다란 의자에 느긋하게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는데, 두꺼운 목에 걸려있는 황금 목걸이가 특히 눈에 띄었다.어울려서가 아니라 개목걸이를 한 것처럼 보여서였다. 이때, 늙은 집사가 우호의 앞에 다가가 입을 열었다. “어르신, 도련님께서 또 사고를 치셨습니다.”그러나 우호는 상대방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태연하게 손을 휘저으며 자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길이가 장난꾸러기인 걸 어쩌겠어. 그냥 놔둬.”사실, 우길의 망나니 같은 성격은 전적으로 그가 우쭈쭈하면서 길러낸 결과물이었다.그러나 이렇게 오냐오냐하면서 기른 아이일 수록 제 아버지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는 걸 그는 몰랐다. 그러니 제 아들에게 당한다면 그것도 일종의 인과응보가 아닐 수 없었다.집사는 물러나지 않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이번에 도련님이 건드린 외부인들은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직접 가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흥, 됐어. 양마을에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놈이 어디있겠어?”그러나 우호는 코웃음을 치며 담배를 피우면서 여유롭게 와인도 홀짝였다.그는 겉으로는 가축
“괜찮아.”염구준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다시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아, 잠시만요! 아직 얘기 다 안 끝났어요.”이에 청년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길을 막아섰다.“하하, 다치지 않았으니까 보상금은 필요 없어.”사타는 일을 더 키우고 싶지 않아 아량 넓게 말했다. 혹여나 이 일 때문에 염구준의 계획에 차질이라도 생길까 봐서였다.그러나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청년은 오히려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헤헤, 안 다친 건 다행이에요. 하지만 제 소를 죽인 건 배상해줘야죠?”이런 인간이야말로 진짜 뻔뻔한 족속이었다. 소가 날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정작 죽으니까 보상을 요구하는 게 어디있나?더 황당한 건, 방금 전에 미친 소 때문에 다친 사람들 모두 지금 감히 불평 한마디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젊은 청년이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걸 보아 그의 신분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얼마면 되는데? 금액을 말해.”염구준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2천만원이요! 그렇게 비싸진 않죠?”청년은 교활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보면서 금액을 불렀다. 모양을 보아하니 자신의 간계가 먹힌 것을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그의 악행에 이미 불만이 쌓인 시장 사람들은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양반 또 돈 뜯어내려고 하네. 돈 다 썼나 봐.”“그러니까. 그냥 돈 뜯어내는 거면 모르겠는데, 일부러 미친 소를 풀어놓고 돈 뜯는 건 너무하잖아.”“목소리 낮춰. 우길이 저 녀석, 순하게만 생겼지, 하나도 안 착하니까.”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염구준은 상대방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지만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아 바로 옆 사람에게 분부했다.“돈 주고 가자.”이에 사타가 돈을 건넸으나 청년은 돈을 받지 않고 되려 태연하게 값을 올렸다.“아, 제가 잘못 말했어요. 1억 주셔야 할 것 같은데.”염구준이 돈을 쉽게 주는 걸 보고는 그가 돈이 많은 호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
“저 둘은 뭐야?”검문하러 온 사람들은 빠르게 확인을 마치고는, 염구준과 기절해 있는 제이든을 가리키며 날카롭게 물었다.“이들은 사냥감입니다. 저희가 압송해서 넘기려던 중이었어요.”이 말에 사타가 웃으며 다가가서 담배를 건넸다.팍.하지만 평범한 무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그의 담배를 단숨에 쳐내며 얼굴을 험악하게 찌푸렸다.“이런 짓 하지마. 규칙은 규칙이니까. 안으로 들어가는 사냥감은 반드시 기절 상태여야 해.”그들이 이토록 거만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뒤에 있는 게 만능 전당포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그들은 강한 세력을 믿고 설치는 자들이었다.만약 여기가 바깥세상이었다면, 사타는 벌써 그를 없애버렸을 것이다.“이거...”사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그의 의견을 구했다.“좀 편의를 봐주시죠. 기절시키나 안 시키나 같으니까요. 전 도망칠 생각이 없습니다.”염구준은 그렇게 말하며 넉넉한 돈뭉치를 건넸다.상대방은 받은 돈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갑자기 표정이 변해버렸다.“대단한데? 넌 내가 본 사냥감들 중에서 제일 건방진 놈이야. 숨만 붙여놔.”그는 인정은 없고 돈만 보는 자였다. 태도가 바로 바뀌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그들이 정말 손을 대려고 하자, 사타 일행은 염구준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가만히 옆으로 물러났다. 그들은 물러나면서 속으로 이 무례한 자들의 명복을 빌었다.쾅!아니나 다를까, 염구준의 한 방에 상대방은 전부 뒤로 날아간 다음 그대로 기절했다.“좋게 말하면 들을 것이지, 꼭 움직이게 만든다니까. 바보 아니야?”이럴 땐 역시 무력만이 가장 확실한 답이었다.그 후, 그는 사타 등에게 사람들을 전부 묶어놓은 후, 입을 막아놓으라고 명령한 다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리롭게 양마을 안으로 진입했다.가축 시장을 지나갈 때, 주위에서 썩은 냄새가 풍겼는데, 그 이유는 시장에서 정말로 소와 양 같은 가축들이 거래되고 있어서였다. 거래를 하러 온 사람들은 대다수가 목민으로, 전부 일
이미 상대방을 속이기로 결심한 이상, 끝까지 완벽하게 연기해야 했기에 제이든은 여전히 포획된 만능 전당포의 타겟 역할을 맡아야 했다.한편, 다른 이들은 조용히 서서 염구준의 지시를 기다렸다.지금 현재 자신의 목숨이 염구준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은 전부 멋대로 행동할 담이 없었다.“멍하니 서 있지 말고, 안내해.”염구준은 음양쌍살을 바라보며 말했다.“아, 예! 그곳은 길이 험해서 걸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남자는 즉시 길을 안내하며 말을 덧붙였다.결국, 음양쌍살, 사타, 사타의 부하들과 함께 염구준은 양마을의 가축 시장으로 향했다.‘그 신비한 만능 전당포가 가축 시장에 숨어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 조심스럽긴.’염구준은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가축 시장으로 가는 동안, 분위기는 무겁고 조용했다.염구준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서 침묵했고, 다른 이들은 괜히 입을 놀렸다가 목숨을 잃을까 봐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비록 그들도 남들 앞에서는 큰 소리 칠 수 있는 존재들이었지만 염구준 앞에서는 용이든 호랑이든 모두 굽히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그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몇 시간 동안 산을 넘고 물을 건넌 끝에 그들은 마침내 산 위에서 아래쪽에 있는 시장을 볼 수 있었다.드디어 양마을에 도착한 것이다.멀리서 보기엔 평범한 장터처럼 보였는데, 이건 그만큼 완벽하게 존재를 잘 숨겼다는 걸 설명했다.이때, 음양쌍살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염 선생님, 저희는 여기까지만 모시겠습니다. 더 이상 가긴 어려울 것 같아요.”그들의 실력으로는 염구준이든, 만능 전당포든 건드릴 수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도저히 이 싸움에 끼고 싶지 않았다.반면 눈치가 빠른 사타는 말을 하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행동할지 관찰했다.남자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눈이 가늘어지더니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그럼 걸어서 양마을까지 갈지, 아니면 뒹굴어서 이 산을 내려갈지 선택해.”그의 말뜻은 명확했다. 양마을까지 함께 하지 않으면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