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소중한 거? 설마… 내 아들? 내 아들은 건드리지 마!”그 말을 들은 나흐 가주는 참지 못하고 벌떡 자리에 일어나 염구준의 멱살을 잡았다. “내가 건드리겠다면,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염구준이 그의 손을 뿌리치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날 먼저 자극한 건 너야. 그러니 대가를 치러야지. 북쪽 창고로 가봐. 거기에 네 아들이 있을 테니.”말을 마치고 염구준은 나흐 가주를 지나쳐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총을 다시 집어넣고 자리를 떠났다. 문 앞에 선 경호원들은 그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가주님, 괜찮으세요?”집사가 가주를 부축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랜 세월 가주를 보좌해 왔지만, 이런 참담한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그는 나흐 가문이 큰 위기에 빠졌음을 직감했다. “빨리 북쪽 창고로 출발해!”가주가 집사 손을 잡으며 겁먹은 아이처럼 소리쳤다. 집사는 그를 부축하며 옆에 경호원에게 차를 대기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순식간에 나흐 가문은 혼란에 빠졌고, 가주는 집사의 손을 부여잡은 채 창백한 안색으로 몸을 떨었다. “가주님, 진정하세요. 아무리 염구준이라도 상식이 있다면 함부로 하지는 못할 거예요.”집사는 가주를 달래려 노력했지만, 속엔 걱정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이 말 밖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상식이 통하는 놈이었으면, 처음부터 이런 일을 벌였을까!”가주가 집사를 노려보며 화를 냈다. 하지만 머리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해 갔다. “당장 정한한테 전화해서 있는 돈 다 뽑아오라고 해!”계산을 마친 그는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건 돈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가주님, 그거 다 빼면 저희 가문은 끝장입니다. 지금 계좌에 있는 현금은 움직일 수는 없어요. 당장 중요한 계약도 앞두고 있는데, 그거 다 빼면 파산신청해야 할지도 모릅니다!”“그건 네가 신경 쓸 문제 아니야! 내 아들 목숨이 달렸다고!”가주가 집사를 노려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집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염구준, 어른들의 일에 아이를 끌어들이지는 말자고 네가 대장부라면 아이는 풀어 줘!" 자신의 아들이 거칠게 휘둘리는 것을 본 그는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여기가 염구준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말조심해!" 염구준이 말을 꺼내기 전에 청용이 나섰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온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나흐 가문의 가주, 나명관을 겁먹게 했다. 나명관은 염구준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염구준, 전에는 내가 무례했어. 지금 당장 뉴스를 철회하라고 할 테니, 제발 아이는 놔줘." 불길이 일던 나명관의 눈이 순식간에 식었다. 염구준의 주변에 많은 병사들과 강력한 부하들을 본 그는 자신이 그에게 맞서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늦었어! 난 이미 너에게 기회를 줬다." 염구준은 입술을 살짝 움직이며 차분하게 내뱉었다. 그는 손을 휘저으며 아이를 자신의 곁으로 데려왔다. "평생을 화려하게 살았던 나흐 가문이 세 살배기 아이 때문에 이렇게 비굴해질 줄은 몰랐군." 눈에 독기가 서린 염구준이었지만 아이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은 매우 부드러웠다. "화풀이는 나에게 하고 아이는 놔줘. 나흐 가문의 전 재산도 줄 수 있어!" 염구준의 손을 주시하고 있는 나명관은 염구준의 부하가 아이에게 손을 댈까 봐 두려웠다. "내가 돈이 부족해 보여? 나명관, 네가 하는 지하 도박장, 마약 판매, 무기 밀수들은 모두 금지되어야 하는 것들이야." "네 아들이 소중했다면 다른 사람들의 가정도 생각했어야지." 염구준은 조사 결과를 내던지며 매섭게 그를 노려보았다. "네 아들이 귀한 줄 알면 다른 가정은? 그런 것들로 이룬 부가 편했던 거야?" 증거들 앞에 나명관은 자리에 주저앉으며 무릎을 꿇었다. 쿵쿵쿵.그는 이마에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박으며 멈추지 않았다. "가주님, 그만하세요." 집사는 그를 부축하려 했지만, 나명관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화를 냈다. "건드리지 마! 내가 죄를 뉘우치는 거다. 이건 모두 내
비꼬아 말하면서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는 염구준은 자신과 아내에게 아들이 있다면 이렇게 귀여웠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 아이는 내가 데려가겠어. 너 같은 파렴치한 사람 곁에 두면 아이가 나쁜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돼서 말이야.” 염구준은 개보다도 못한 이 남자를 경멸하며 한 번 쳐다본 뒤 아이를 데리고 떠났다. 쫓아가려던 나명관은 과다출혈과 격해진 감정때무에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염구준은 아이를 데리고 차에 올랐다. 그때 뒤따르던 청용이 물었다.“이 아이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청용이 손으로 목을 긋는 동작을 하자, 흠칫하던 염구준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른이 저지른 일은 아이와는 상관없지. 이 아이는 내가 잘 키울 것이다. 다만 나흐 가문은 전력으로 짓밟는다.” 자신 품에 안긴 아이를 바라보며 염구준은 오랜만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청용은 기뻤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전신이 감정에 휘둘릴까 걱정했다.하지만 다행히도 그가 과도하게 걱정했던 것 같다.“네가 너무 앞서갔어.” 그의 곁으로 다가간 주작이 냉랭한 표정으로 불만을 드러냈다.모두가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사람들이니, 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전신만의 생각이 따로 있으니 네 생각을 그분께 투영하지 마.” 말을 마친 주작은 냉정한 뒷모습을 남기고 떠났다. 청용은 멋쩍게 웃으며 개의치 않았다. 이 여자는 원래 전신 외에는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저녁 무렵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염구준은 소파에 누워 자고 있는 손가을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왔어?” 밝은 빛에 잠에서 깬 손가을이 눈을 비비며 염구준을 보았다. “응, 앞으로는 이렇게 기다리지 않아도 돼.” 염구준은 그녀의 얇은 옷차림에 마음이 아팠다. 그는 자신의 옷을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이 아이는 누구야?” 사탕을 먹고 있는 아이가 손가을의 주의를 끌었다. 귀여운 표정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설마 밖에서 낳은 사생아는 아니지?” 손가을의
“앞으로 이 아이는 여기서 키우자. 이 아이가 너를 엄마라고 부르면 되겠어.” 이미 철저하게 구상을 마친 염구준은 말투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이렇게 해서 이 아이는 염구준의 슬하에서 자라게 되었고 이 아이도 자신을 이 집의 일원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병원에서 깨어난 나명관은 하얀 인테리어를 보며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눈을 뜨고 옆에서 걱정하고 있는 큰아들을 바라보았다. “너 여기 왜 있어? 여기는 대체 어디야?” “여기는 병원이에요. 내가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요. 집사님이 너무 급하게 돈을 다 가져오라고 하던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큰아들은 피투성이로 쓰러진 아버지를 보고 급하게 병원으로 옮기기만 했을 뿐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빨리 네 동생 찾으러 가야 해! 염구준이 데려갔어!” 나명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수액을 맞고 있던 바늘을 뽑으며 말했다. “잠시만요. 지금은 치료 중이어서 절대 움직이시면 안 돼요.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뇌진탕이 생길 수 있다고 의사도 말했잖아요. 그러면 평생 고생하실 수 있어요.” 아들은 고집부리는 아버지를 침대에 다시 눕혔다. “네가 인간이야? 네 동생이 납치당했어. 그 아이는 네 친동생이란 말이다!” 퍽!큰아들의 얼굴에 손자국이 남았고 금방 부어올랐다. 그가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알 수 있었다. “가주님!” 이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집사는 나명관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큰아들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 아버지가 말한 그 동생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나는 그저 아버지가 그 동생과 밖에 있는 여자 때문에 엄마를 버렸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아들이 여기까지 했으면 아버지도 만족하셔야죠.” 큰아들은 자신의 얼굴의 상처도 아랑곳하지 않고 등을 돌려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 마치 아버지와의 인연을 완전히 끊으려는 듯했다.“도련님!” 집사는 그를 불러 세우려 했지만, 나명관이 그를 저
집사도 매우 난감해하며 머리를 숙였다. 이미 갖은 방법으로 설득한 그는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은행에 가서 대출받고, 집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담보 잡아 현금으로 바꿔. 회사는 마음대로 인수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나명관은 완전히 미쳐버렸다. 그는 짐가방을 바닥에 내팽개치며 집사에게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럴 필요 없어요.” 큰아들이 들어오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회사는 내가 인수했어요. 아버지가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두 사람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누구도 큰아들이 나한 그룹을 인수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 망할 놈아, 난 반평생을 회사에 바쳤다. 네가 원한다면 줄 수도 있었어.” 퍽-또다시 큰 아들의 얼굴에 손바닥이 날아왔다. 자신의 얼굴을 만지던 큰 아들은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그저 조롱으로 가득했다. “내가 원한다면 줄 수도 있었다고요? 당신 눈에는 항상 그 못난 동생만 있었잖아요. 겨우 세 살인데 벌써 그를 생각하고 계시잖아요.” “먼저 나더러 회사를 잘 관리하게 하고 그에게 물려주려고 했던 거잖아요!” 큰아들의 차가운 말이 가주의 마음을 후벼 팠다. 처음부터 가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어차피 이제부터 나한 그룹은 내 것이니까 마음껏 화풀이하세요.” 눈앞에 서 있는 아들이 그는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당신이 인정사정없는 인간이라도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 안심하세요. 난 당신의 남은 생을 잘 돌볼 겁니다.” 말을 마친 큰아들은 자리를 떠났다.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변호사가 합의서를 내밀었다.“이것은 사장님께서 작성한 합의서입니다. 매달 당신에게 200만 원의 생활비를 지급할 겁니다. 그러나 사장님은 더 이상 당신을 만나지 않을 겁니다.” 변호사가 협의서의 대략적인 내용을 설명하자, 가주는 협약서를 빼앗아 내용을 살펴보았다. “정말 통이 크네. 매달 200만 원
자신의 곁에 있는 두 명의 호위병의 모습에 염구준은 한숨을 쉬었다. ‘왜 이들은 힘만 세고 머리는 쓰지 않는 걸까?’염구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맞습니다, 이 큰아들은 정말 만만치 않은 상대이긴 합니다. 예전에 그와 맞붙었을 때 하마터면 당할 뻔했었습니다.” 청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이 일을 맡았던 그는 일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 사람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그만 알고 있었다. “됐다, 내가 직접 만나야겠다.” 염구준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제가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염구준이 밖으로 나가려 하자, 청용이 서둘러 그의 뒤를 따랐다. 회사의 문 앞에 도착한 염구준은 회사의 환경과 재정 상태가 아주 훌륭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모두 큰아들의 공로였다. 그는 데스크로 걸어갔다. 직원은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넋을 잃고 말았다.“너무 잘생겼어.” ‘여기서도 이런 반응을 듣다니.’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렸다.“사장님 만나러 왔어요.”그는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넋을 잃은 직원을 깨웠다.“약속하셨나요?” 멍하니 대답하는 그녀는 꽤 흥미로웠다. “아니요.” 염구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무런 예고도 하지 않았다.“그럼 안 됩니다.” 직무에 충실했던 직원은 고개를 저으며 기록 장부를 그의 앞에 놓았다. “여기에 이름을 적어 주시면, 보고하겠습니다.” 청용이 나서려 했지만, 염구준은 그를 저지했다. 그는 그저 직원일뿐이니, 그녀를 곤란하게 할 일이 아니었다.“사장에게 전화 걸어.” 가볍게 손짓한 염구준은 옆에 앉아 다리를 꼬고 담배를 피웠다. 그는 매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고개를 끄덕이던 청용은 자리를 피해 나정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희 사장이 우리를 허락했다.” 청용이 전화를 건네자, 직원은 더 이상 막을 수 없었다. 사장실로 향하던 염구준은 나정한이 마주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이게 누구십니까, 전주님 아니십니까. 정말 오랫동안 뵙네요.
바보가 아니었던 나정한은 눈앞의 이 거대한 인물은 그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란 것을 알고 있었다.누구는 건드려도 되지만 누구는 건드리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네 동생은 나와 함께 있으니 돌려보내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아버지는 잘 알아서 처리해요. 다시 내 앞에 나타나면 그때는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요.”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인지 능력에 흡족해했다. 그리고 그의 행동도 칭찬할 만했다.“그리고 당신들이 운영하는 그 지하 카지노와 불법 행위들에 대해선 내가 더 말하지 않겠으니 알아서 정리해요.”눈썹을 치켜올린 염구준은 그를 더 이상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이 정도로 마무리 지었다. 또한 이 젊은 사람이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알고 있었기에 친구로 지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네, 천천히 영업을 정리하겠습니다. 전주님, 감사합니다.”상대방이 이 정도에서 그쳤다는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나정한은 몸을 굽혀 경의를 표했다.“당신은 아버지보다 낫네요. 회사를 아주 잘 운영하고 있어요.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나를 찾아와도 돼요. 법에 저촉되지 않는 일이라면 기꺼이 도울게요.”미소를 짓는 염구준은 매우 친절해 보였다. 그 모습에 옆에 서 있던 청용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이 많은 세월 동안 염구준이 형수님에게만 이런 모습을 보였고 다른 사람은 처음이었다.“감사드립니다, 전주님. 앞으로 주인님께서도 필요하신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상대가 적대감을 품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나서야 나정한은 마음이 놓였다.“다 말했으니 이제 가봐야겠어요.”자리에서 일어선 염구준은 얼굴에 웃음을 띠고 밖으로 나갔다.“군주, 왜 그를 친절하게 대한 거예요? 그는 나흐 가문의 아들 아닙니까? 설령 회사가 인수되었더라도 그들은 친부자지간입니다. 나중에 같이 군주에게 대적할 수도 있잖습니까!”청용은 뒤따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는 염구준이 무슨 생각을
그들은 가주를 보자 매우 흥분했다. 가주를 따랐던 그들이었기에 보다 가까웠다.“그렇긴 해, 요즘 주식은 어때? 내 아들 라인을 탔다고 들었는데 주식을 조금이라도 더 나눠주지 않았어?”적극적인 그들의 모습에도 나명관은 아무런 반응 없이 냉정하게 그들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아닙니다, 저희는 결코 대표님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대표님이 묵인하에 이루어진 것인 줄 알았습니다.”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그들은 각자 마음속으로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작은 행동은 당연히 나명관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그럼, 이제 내가 자네들의 주식이 필요하다고 하면, 자네들은 어떻게 할 건가?”그들은 곤란한 눈빛으로 나명관을 바라보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 모습에 나명관은 더욱 짜증이 났다.“할 말이 있으면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봐.”나명관의 명령에 그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대표님, 보다 시피 나사장이 회사를 잘 관리하고 있고 지금 상황도 나쁘지 않으니 이대로도 괜찮은 것 같아요. 이참에 대표님은 좀 쉬시는 게 어떨까요? 우리도 그런 아들이 있으면 남 부럽지 않을 것 같아요.”그들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나명관을 설득하려 하며 그가 자신의 문제를 깨닫기를 바랐다.“자네들은 내 그 불효자식이 벌어다 주는 돈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닌가? 내가 회사를 관리할 때는 자네들에게 조금이라도 섭섭하게 대한 적 있었나? 게다가 자네들의 주식도 내가 준 게 아닌가!”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나명관은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실망스럽게 바라보았다.“내가 자네들을 여기까지 이끌어왔기에 내 편일 줄 알았어. 그런데 지금...”대표의 말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그들은 머리를 떨굴 뿐 나명관의 진정한 속내는 읽지 못했다.“됐어. 어차피 모두 이기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어. 난 그저 내 작은아들을 데려오고 싶을 뿐이고 자네들도 부모라 내 마음을 헤아려줬으면 하는 바람이야.”말을 이어가던 중 나명관의 목소리는 점
예상대로 전력을 다한 염구준은 두 사람 따위는 쉽게 짓눌렀다. 두 사람은 반격을 하려 했지만 방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쾅!격렬한 싸움 끝에, 염구준에 의해 지하 통로 밖으로 내쳐진 두 명은 부상을 당했고, 염구준은 그들을 무시한 채 바로 만옥루가 도망친 방향을 따라 달려갔다.그야말로 염구준의 진정한 타겟이었으니까 말이다.두 반보천인에게 부상을 입히고도 계속 맞붙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느라 숨겨둔 비장의 카드까지 사용한다면 짧은 시간내에 처리하기 힘들어서도 있었다.구자검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도 하고, 오른팔로 칠권합일을 두 번이나 써 무리가 가기도 했기에 염구준은 현재 필살기를 자유자재로 쓸 수가 없었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칠권합일을 한 번 더 쓸 필요는 없지.’“가자!”눈을 마주친 두 반보천인은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는 반대방향으로 도망쳤다. 한편, 밀림속에서 만옥루는 이미 아주 멀리 도망친 상태였는데, 숨을 헐떡이며 뒤를 돌아보고서야 나무에 기대어 한숨을 돌렸다.“후...”“이번에는 실패했네. 저렇게 강할 줄이야. 몇 명의 탑 반보천인들만이 저 녀석을 한 번 상대해 볼 수 있겠어.”오랫동안 강호를 떠돌면서 그가 만났던 강한 반보천인들은 적지 않았는데, 염구준도 그 중 하나였다.그는 지금 마음이 매우 아팠다. 용하국에서 만능 전당포를 순리롭게 운행하기 위해 많은 심혈을 기울여서였다.바스락.바로 이때, 미세한 소리가 그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다시 고개를 돌린 그는 곧 눈을 크게 뜨며 식은땀을 흘렸다.염구준이 시야에 나타나서였다.‘도망쳐야 해!’만옥루는 쉬고 있던 자리가 따뜻해지기도 전에 다시 앞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속으로 상대방이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기를 빌면서 말이다.“도망치지 말고 그냥 죽음을 받아 들여.”얼마 지나지 않아 염구준의 목소리가 울렸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육체의 차이 때문에 만옥루의 속도는 염구준보다 조금 많이 느렸다.‘망했어. 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아요. 저희 삼촌은 천하무적이니까요. 죽는 건 그쪽이야, 아니, 그쪽 가족들이야!”제이든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허, 너는 값이 적지 않게 나가니 죽이긴 아까워.”만옥루는 화를 내지 않고 사타와 음양쌍살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너희들은 만능 전당포에서 일하면서 전당포를 배신했으니 죽어 마땅해.”이 말을 들은 그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큰 일이야.’‘도망쳐야 해!’그러나 비록 두 명이 중상을 입긴 했으나 네 명의 반보천인이 있는 상황에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이었다.그들은 곧 상대방이 날린 진기에 맞아 날아가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염구준, 날 지켜주겠다고 했잖아!”음양쌍살 중의 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그는 이런 분쟁은 그들이 끼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번 끼어들면 발을 쉽게 빼지 못하니까 말이다.“울지 마, 너희들도 곧 그 녀석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말하자면 너희들에게도 고마워해야 해. 너희들이 아니었으면 염구준도 단서를 찾아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테니 말이야. 안타깝게도 너희들은 앞으로 만능 전당포가 강해지는 걸 못 보겠군.”만옥루는 그의 계획에 자부심을 느끼며 생각했다. ‘공무적에게 중상을 입힌 반보천인이면 뭐 어때? 머리에서 졌잖아.’“맞아, 왜 울어? 내가 왔잖아.”‘염구준?’이때, 지하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누군가 나와 중상을 입은 반보천인을 향해 돌진했다. 처리를 확실히 하는 건 좋은 습관이었다.“빨리 막아!”불바다에 묻혀야 할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자 사람들은 무척이나 당황해 했다.그러나 염구준은 순식간에 열몇 대의 주먹을 날려 중상을 입은 반보천인의 목숨을 앗아갔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번 임무를 통해 받은 거액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고 있었던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는 게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나머지 몇 명은 빠르게 범위를 줄이며 방어진형을 만들어 염구준을 주시하면서 꾸짖었다.“만옥루, 염구
“조심해!”누군가가 일깨워 주었지만,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염구준은 재차 최강의 권법으로 상대방의 가슴을 때렸고, 이 주먹에 맞은 사람은 피를 토하면서 후퇴하더니 결국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비록 오른팔이 백년산 붉은 영지를 복용한 탓에 강화되고, 육체도 강해지긴 했지만, 짧은 시간내에 강력한 필살기를 두 번이나 쓴 탓에 팔이 조금씩 아파왔다.이런 싸움 방식은 오른팔에게 부담이 너무 컸다.이 모습을 본 다른 두 사람은 당황하며 더 이상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방어만 했다.그러나 염구준은 또 그들을 무시하고는 이미 부상을 입은 만옥루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그를 공격하려고 했다. 슉.그러나 만옥루는 염구준이 몸을 돌리는 틈을 잡아 재빨리 후퇴하여 별장밖으로 돌진했다.그는 다시 싸울 용기가 없었기에 결국 도망치기로 결심했다.이를 본 염구준은 두 발로 땅을 박차고 앞으로 돌진하며 만옥루의 뒤를 바짝 따랐다. 그는 이대로 상대방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쿵쿵.만옥루가 별장을 뛰쳐나오는 순간, 기관이 가동되며 두꺼운 철판이 솟아올라 문을 막았고, 곧이어 창문, 베란다 등도 전부 봉쇄되었다.나머지 세 사람 역시 어느새 모두 별장에서 나가버렸다.‘이것도 만옥루가 짠 플랜인 것 같네.’염구준은 그가 제이든을 미끼로 썼을 때부터, 상대방의 계산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별장 전체의 배치가 바로 그를 겨냥한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하하, 안에서 죽기를 기다리시죠.”만옥루는 크게 웃으며 사람들을 데리고 거래소로 가버렸다.‘이곳을 폭발 시켜서 날 죽일 셈인가 보군. 미친 영감 같으니.’쾅!염구준은 생각을 마친 뒤, 벽 쪽으로 가서 힘껏 주먹을 날렸고, 곧 블록이 떨어지며 변형된 금속판이 모습을 드러냈다.이건 단순한 금속이 아니라 깨려면 칠권합일을 써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굳이 오른손으로 모험을 하고 싶진 않았다.“죽을 때까지 가둬놓을 셈이야?”철수한 네 사람 중 한 명이
이 대화를 들은 염구준은 우스워서 그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벌써부터 나로 이익을 얻으려고 하네? 너무 성급한 거 아니야?”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기운이 폭등하며 진기가 사납게 소용돌이쳤다.방금 전에 부상을 입은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굉장한 광경이었다.“공격해!”만옥루가 소리치자 네 명이 동시에 염구준을 향해 덤벼들었다. 진기와 함께 느껴지는 원소의 힘으로 보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 중에서 두 명은 목이고 한 명은 금,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물이었다.“어이, 영감, 내 주먹 맛 좀 보시지!”염구준은 주먹을 불끈 쥐고는 강렬한 기세로 만옥루를 향해 돌진했다.지금 네 사람이 전부 흩어져 있는 상황이라 한꺼번에 처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먼저 타겟을 정하고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막을 테니 너희들은 공격해!”그러나 만옥루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도 약하지 않은 반보천인이기에 잠시 버티는 것 쯤이야 쉬울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자신과 염구준 사이의 격차를 알게 되었다. “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염구준이 외치는 동시에 대량의 진기가 그의 오른손에 모였는데, 기세가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 강했다. 쾅!!!만옥루는 두 손을 교차해 방어했지만, 온전히 받아낼 수 없어 뒤로 후퇴하면서 힘을 흘렸다.강대한 충격에 내장까지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염구준의 제일 강한 한 수는 역시나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세 명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곧장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염구준에게 붙잡혀 그 자리에서 죽을까 봐 걱정이 되어서였다. “겁 먹지 마! 매번 저 위력으로 공격할 건 아닐 게 아니야? 어서 덤벼!”이 모습을 본 만옥루는 답답해서 이를 악물고 소리쳤고, 다른 세 사람도 반응이 왔지만 시기가 맞지 않아 당장 공격을 하진 않았다.염구준은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만옥루를 향해 공격
만옥루는 당황하지 않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흥! 무지하네요.”“제가 짠 이 판은 빈틈이 없습니다. 당신이 죽지 않고는 안 멈춘단 얘기죠.”그 순간, 저택 밖에서 세 명의 그림자가 날아들오며 철창 속에 있는 염구준을 둘러싸고 만옥루와 함께 원거리에서 공격을 퍼부었다.곧이어 우뢰소리와 같은 소리와 함께 각양각색의 진기가 날아들며 염구준을 한순간에 휩쓸었다.그러나 염구준은 철창에 갇힌터라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어 온몸으로 공격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네 명의 반보천인들은 무척 기뻐했다. 다른 건 고려하지 않고 그저 죽어라 공격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잠시 후, 몇몇이 공격을 멈추려고 입을 열었다. “이쯤이면 되지 않았어? 나 같았으면 이미 죽고도 남았을 거야.”그러나 만옥루는 동의하지 않고 상대방을 재촉했다. “멈추지 말고 계속 밀어붙여! 필살기까지 쓰면 더 좋고.”이 말을 들은 세 사람은 만옥루를 흘겨보았다.정작 본인은 필살기를 안 쓰면서 자신들한테만 강요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필살기란 생사를 오가는 순간에 목숨을 지키기 위해 남겨두는 것이었다.“후우.”“됐어. 이쯤이면 가루가 되었겠지.”마침내 8분 정도가 지나고, 만옥루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는 이미 상당한 진기를 소모한 상태였다.나머지 세 사람도 이 말을 듣자마자 공격을 멈추며 더 이상 진기를 쓰지 않았다. 만옥루는 먼지가 흩날리는 곳을 바라보며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활짝 웃었다. 오늘 염구준을 죽인다면, 40억의 현상금을 손에 넣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용하국의 강호 전체에 만능 전당포의 위세를 떨칠 수 있으니까 말이다.상대방을 죽임으로 하여 그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아직도 숨이 남아있네?’흙먼지가 가라앉고 얽혀있던 진기가 사라지자 염구준의 기운을 느낀 만옥루는 얼굴이 빠르게 굳어졌다.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퉷. 이건 뭐, 그냥 살살 긁는 수준이잖아?”이윽고 피를 뱉어내며 말을
쾅!염구준이 손을 들어 책상을 내리치자, 단단한 원목 테이블이 산산조각 났다.“네놈은 내가 돈 때문에 너희와 한패가 되어, 그런 패악질을 저지를 거라 생각했나?”대화를 나누면서 염구준은 상대방이 끝까지 이 길을 갈 생각이며 자신까지 끌어들일 생각이란 걸 알아차렸다.하지만 용하국의 백성들을 해치는 일을 가장 증오하는 그가 상대방과 손을 잡을 리가 없었다. 만옥루는 표정을 굳히며 협박하듯이 물었다.“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손 잡을 겁니까, 잡지 않을 겁니까?”상대방의 크게 변한 태도에 염구준은 그가 더 이상 좋게 말하지 않을 것이며 믿는 구석도 있다는 걸 눈치 챘지만 말을 바꾸진 않았다. “헛된 꿈을 꾸는군. 똑똑히 들어, 나는 만능 전당포 같은 조직을 절대로 남겨두지 않을 거야. 절대로 봐주지도 않을 거고.”이 말이 나온 순간, 두 사람 사이의 얇았던 가림막이 완전히 찢겨 나갔다.이제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다는 거다.염구준의 대답을 들은 만옥루는 좋게 말해도 듣지 않는 상대방의 태도에 화가 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건 당신이 선택한 길이니 죽어도 원망하지 마세요!”‘독이다.’“차 안에 독을 섞을 줄이야. 비열하기는.”염구준은 자신이 중독 되었다는 걸 알았지만 크게 당황해 하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는 곧바로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아니, 이건 반독이군. 다른 독과 결합해야 효과를 발휘하는 거지?”‘처음부터 날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건가. 하긴, 그럴 생각이 없었으면 독을 이렇게 조심스럽게 쓰지도 않았겠지.’‘그럼 방금 전엔 진심으로 날 끌어들이려고 한 것도 있었겠지만 시간을 끌기 위해서인 것도 있겠군.’“하하, 맞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어요. 당신이 이곳으로 올 때 지나온 지하 통로에는 무색무취의 반독이 가득했거든요.”“당신을 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40억도 포기하려 했지만 기어코 거부했으니 이젠 어쩔 수 없습니다.”만옥루는 미친듯이 웃으며 이미 이긴듯한 태도로 염구준에게 다가갔다.“이 독, 꽤나 강하네.”염
염구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뭘 새삼스럽게. 내 현상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잖아.”꿈에서도 염구준을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당연히 그를 죽이기 위해 돈을 거는 사람들도 많았다.오랜 시간 누적된 그의 현상금은 이미 어마어마한 액수로 불어나 있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더 많이 올랐습니다. 무려 40억이에요.”만옥루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금액을 알렸다.‘40억?’염구준은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속으로는 적잖이 놀랐다.자신의 목숨값이 이렇게까지 비쌀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일부러 이렇게까지 현상금을 높인 이유는 굳이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누군가 그를 죽이고 싶어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높은 현상금에 눈이 멀 거라는 걸 아는 거지.’“그 말인 즉슨 날 잡아서 돈을 바꾸겠다는 건가?”염구준은 만옥루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만옥루는 겉보기엔 인자하고 온화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지만, 만능 전당포의 장계를 맡고 있는 인물이 착할 리가 없었다.밀실 벽에 걸린 각종 의뢰 목록만 봐도, 잔혹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하하, 염 선생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제가 선생님을 이곳에 초대한 이유는 그저 논의할 것이 있어서입니다.”만옥루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책상 위의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대체 무슨 속셈이지?’염구준은 만옥루의 의도가 그가 말한 것처럼 단순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미 이곳까지 온 이상,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들어볼 생각이었다.“듣고 있으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바로 해.”말 정도를 들어줄 시간은 있으니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 눈 앞에서 도망칠 수도 없기도 하고.’이윽고 만옥루는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얼굴로 본론을 꺼냈다.“염 선생님께선 만능 전당포의 존재가 합리하다고 생각하십니까?”이 질문은 명백히 염구준의 입장을 떠보려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다른 사람들은 염구준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정말로 싸움이 벌어진다면 자신들도 휘말릴 거라는 걸 알아 이 말을 들은 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이 말을 들은 진희도 더 이상 요염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염 선생님, 웬만한 일은 제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바로 하세요.”“저 사람을 체포하라는 임무를 누가 내린 거지?”염구준은 제이든을 가리키며 질문했다.이번 방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제이든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일단 제쳐 둘 생각이었다.그리고 보아하니, 만옥루의 주인도 도망칠 생각이 없어 보였기 때문에 굳이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죄송하지만 이건 제 권한을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진희는 질문을 듣자마자 가슴이 철렁해서 제이든을 한 눈 보고는 안내하는 손짓을 해보였다.제이든에 관해서 그녀가 알고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를 잡으라는 임무가 상당히 높은 등급이라는 점이었다.염구준은 곁에 서 있는 사타를 보며 명령했다.“너희들은 여기 남아서 제이든을 잘 보호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상대가 초대한 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는데, 하나는 화해하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는 것이었다.그러나 어느 쪽이 됐든 위험한 건 같았다.“알겠습니다!”“절대로 허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세 사람은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약속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말이다.이미 염구준과 함께 이곳까지 온 이상, 그와 한 배에 탄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염구준과 진희는 후문을 통해 비밀 통로로 나와 양마을 밖으로 걸어갔다.길을 가는 동안 진희는 별다른 술수를 쓰지 않았다.한편, 같은 시각에 양마을에서 수십 리 밖에 떨어진 별장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금 녹화된 영상을 다시 확인하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진희 저 아이가 실패하다니. 다들 저 강한 반보천인
“그럼 이런 곳엔 처음 와 본 거야?”염구준이 계속 질문했다.“처음입니다! 두 번밖에 임무를 수행한 적 없는데, 두 번 다 황량한 야외에서 거래했어요.”사타가 급히 설명했다.“저희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이든을 데리고 오는 것도 본래는 저희 임무가 아니었습니다만 플랫폼에서 저희더러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음양쌍살 역시 얼른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렇게 보면 이들도 나름 실력있는 무인들이었지만 만능 전당포의 핵심 사냥꾼엔 속하지 않는듯 했다.오프라인에서 임무를 받으려면 실력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신임을 얻어야만 했다.이미 계획이 어느정도 들켰기 때문에 염구준은 제이든의 몸에 기를 주입해 천천히 정신 차리게 했다.‘다음에 임무에 나설 때는 역용술로 변장부터 해야겠어. 소봉산에서 공무적과 싸운 것 때문에 얼굴이랑 이름이 너무 알려졌으니까. 강호 사람들 중에서도 날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염구준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그의 생각대로 여러 무림인들이 그를 찾아와 인사를 건넸다.“염 선생님, 찾으시는 임무라도 있으세요? 제가 추천해드릴게요.”“염 선생님, 당신이라면 임무를 받겠다는 한마디만 해도 마음껏 고르실 수 있을 겁니다.”그들은 전부 염구준을 자신들과 한통속으로 생각하며 우쭐했다.그러나 그들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전부 손 봐줄만큼 말이다.무공을 익힌 자로서, 의협심을 발휘해서 이로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민간에 해를 끼치는, 용하국에 피해를 주는 임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맡는다는 것에, 염구준은 너무 화가 났다.결국 그는 분노를 꾹꾹 눌러담아 크게 포효했다. “난 이런 임무 같은 거 안 하니까 꺼져!”이 말을 들은 후 아부하던 사람들은 감히 불평 하지 못하고 얌전히 제자리로 돌아갔다.사실 그들은 이렇게 강한 반보천인에게 욕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염구준은 차마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니까 말이다.“염 선생님. 왜 이렇게 화를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