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은 저희 통제 밖으로 나갔습니다. 체면을 지키다가 진짜 큰 코 다칠 수도 있어요.”옆에서 집사가 뒤따르며 그녀를 끊임없이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앨리스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며 대답을 대신했다.한편, 나정한은 아버지 서재로 들어와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신문을 책상 위로 던졌다. “아버지, 제가 엘 가문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 뒤에 염구준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왜 이러셨어요? 염구준이 알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저희 가문 멸문 당할지도 몰라요!”평소 온순하고 공손했던 나정한이었지만, 이번 사태만큼은 참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어리석은 아버지의 선택에 수치심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는 도무지 왜 아버지가 염구준 같은 인물을 건드리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내게 화를 내다니, 지금 이게 무슨 태도냐? 내가 이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모르면 가만히 있거라.”나흐 가주가 여유롭게 책상 앞에서 차를 마시며 덤덤히 말했다. 그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전혀 후회가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이셨어요? 이러면 저희 가문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 안 해보셨어요? 당장 보도된 이 뉴스들부터 내리라고 해야 해요. 그것만이 지금 사태를 덜 악화시키는 방법이에요.”나정한이 핸드폰을 아버지에게 내밀며 보도국에 연락하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부디 염구준이 이 뉴스를 못 봤길 기도해요. 그렇지 않으면 저도 아버지를 지켜드릴 수 없어요.”아버지의 무미건조한 반응에 나정한이 한숨을 내쉬며 침착하게 말했다. “네가 뭐라고? 나를 지키겠다고? 잊지 마라. 네가 가진 모든 것, 결국 내가 준 것이다. 요즘 잘한다고 칭찬했더니, 점점 기어오르는구나. 내가 너한테 회사를 맡긴 건 널 시험해 보기 위해서다. 내가 은퇴하지 않았는데, 감히 나한테 이 따위 소리를 지껄이다니!”나흐 가주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책상에 올려져 있는 서류 더미들을 아들을 향해 내던지며 소리쳤다.“내가 살아 있는 한, 넌 절대로 내 위일 수가 없다. 오
거기까지 생각하자 나흐 가주 눈빛에 참을 수 없는 광기가 번들거렸다. 그 모습에 집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결국 가주의 명령, 거부할 수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주사위는 던져졌다. 집사는 속으로 부디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길 기도했다. 다시 한번 뉴스 보도가 나갔고, 소식을 접한 염구준은 분노를 감출 수가 없었다.“나흐 가문이 감히 나에게까지 손을 뻗치려 하다니, 정말 오만방자하기 그지없구나!”청룡 또한 그 뉴스를 보고 화가나 신문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정말 뻔뻔하네요. 저번 일을 그냥 넘어갔더니, 이제 전주님까지 건드리려 하다니,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다니, 전주님 제가 가서 이들을 정리하겠습니다. 나흐 가문이 어떤 놈들인지 이미 조사 다 마쳤습니다.”청룡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그동안 조사해 놓은 자료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나흐 가문의 첫 시작은 지하 도박장이었습니다. 지금은 재벌가가 되었지만, 아직도 거기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어요. 또한 이들은 자기 밑에 있는 사람들을 착취하며 자신의 배를 불렸습니다. 특히 지금 가주가 올라간 뒤로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죠. 하지만 이들 중에 나정한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이 사람만 다릅니다. 외부에서 직접 자신의 힘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잘 나가고 있습니다.”염구준이 나정한의 프로필을 보며 뛰어난 능력에 감탄했다.“이건 내가 직접 나서야겠군. 나흐 가문이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 확인해야겠어.”염구준이 자료들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재미있군.”최근 몇 년, 아무도 감히 그에게 도전하지 않았었는데, 나흐 가문이 처음이었다. 염구준은 인내심이 바닥나는 것을 느꼈다.“알겠습니다.”염구준이 직접 나서겠다는 말을 듣자 청룡은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는 염구준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오후, 나흐 가문 문 앞에 고급 차량들이 줄지어 등장했다.이어서 염구준이 군복과 권총을 멘 채 기세
“안그래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네요.”가주가 직접 차를 따라주며 염구준을 위아래로 살폈다. 군복차림에 강력한 분위기, 확실히 남달라 보였다. 비록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아니나, 그의 무공 실력은 확실히 뛰어나 보였다. “서로 떠보는 건 여기까지 하시죠. 최근 엘 가문과 계약 맺으려 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앨리스는 제 사람입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조건을 제시했는지 알고 싶은데요?”염구준은 오늘 뉴스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곧바로 계약 얘기부터 꺼냈다. “아, 별거 아니었습니다. 엘 가문이 재편성되었잖아요. 그래서 제가 좀 지원해드리려고 했는데, 앨리스가 그걸 거절했네요. 하지만 지금 보니 다 이유가 있었네요. 당신의 지원을 받아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었던 거군요? 그런데 지금 무슨 직책을 맞고 계신가요?”가주가 떠보듯 말했다. 하지만 염구준은 전혀 그의 꼼수에 넘어가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더 이상 쓸데없는 예의는 안 차리겠다. 계약은 이미 검토해봤다. 완전 불합리한 조건이던데, 누굴 바보로 아나?”염구준이 테이블 위로 계약서를 던지며 딱딱하게 얼굴을 굳혔다. 그러자 가주도 미소를 지우고 서류를 집어 들었다.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예의 안 차리고 솔직하게 말하겠다. 우리 가문에 소속이 되라는 거, 나쁘지 않는 조건일 텐데? 지금 약해진 엘 가문의 실력으로는 다른 가문의 표적이 되기 쉬울 테니, 우리 밑으로 들어오면 보호받을 수 있을 거다.”나흐 가주가 그렇게 말했지만, 염구준은 그의 말이 괴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당신한테 감사해해야 한다는 거야? 그럼 이 뉴스는 어떻게 해명할 건데?”염구준이 뉴스를 언급하자, 가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니, 됐다. 설명 듣고 싶지도 않다. 당장 이 뉴스 철회시키고, 다른 보도도 멈춰라.”염구준이 명령하듯 말하자, 가주는 불쾌감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오랫동안 왕의 자리에서 군림해온 사람으로서, 이런 대접은 정말
“더 소중한 거? 설마… 내 아들? 내 아들은 건드리지 마!”그 말을 들은 나흐 가주는 참지 못하고 벌떡 자리에 일어나 염구준의 멱살을 잡았다. “내가 건드리겠다면,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염구준이 그의 손을 뿌리치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날 먼저 자극한 건 너야. 그러니 대가를 치러야지. 북쪽 창고로 가봐. 거기에 네 아들이 있을 테니.”말을 마치고 염구준은 나흐 가주를 지나쳐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총을 다시 집어넣고 자리를 떠났다. 문 앞에 선 경호원들은 그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가주님, 괜찮으세요?”집사가 가주를 부축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랜 세월 가주를 보좌해 왔지만, 이런 참담한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그는 나흐 가문이 큰 위기에 빠졌음을 직감했다. “빨리 북쪽 창고로 출발해!”가주가 집사 손을 잡으며 겁먹은 아이처럼 소리쳤다. 집사는 그를 부축하며 옆에 경호원에게 차를 대기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순식간에 나흐 가문은 혼란에 빠졌고, 가주는 집사의 손을 부여잡은 채 창백한 안색으로 몸을 떨었다. “가주님, 진정하세요. 아무리 염구준이라도 상식이 있다면 함부로 하지는 못할 거예요.”집사는 가주를 달래려 노력했지만, 속엔 걱정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이 말 밖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상식이 통하는 놈이었으면, 처음부터 이런 일을 벌였을까!”가주가 집사를 노려보며 화를 냈다. 하지만 머리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해 갔다. “당장 정한한테 전화해서 있는 돈 다 뽑아오라고 해!”계산을 마친 그는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건 돈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가주님, 그거 다 빼면 저희 가문은 끝장입니다. 지금 계좌에 있는 현금은 움직일 수는 없어요. 당장 중요한 계약도 앞두고 있는데, 그거 다 빼면 파산신청해야 할지도 모릅니다!”“그건 네가 신경 쓸 문제 아니야! 내 아들 목숨이 달렸다고!”가주가 집사를 노려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집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염구준, 어른들의 일에 아이를 끌어들이지는 말자고 네가 대장부라면 아이는 풀어 줘!" 자신의 아들이 거칠게 휘둘리는 것을 본 그는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여기가 염구준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말조심해!" 염구준이 말을 꺼내기 전에 청용이 나섰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온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나흐 가문의 가주, 나명관을 겁먹게 했다. 나명관은 염구준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염구준, 전에는 내가 무례했어. 지금 당장 뉴스를 철회하라고 할 테니, 제발 아이는 놔줘." 불길이 일던 나명관의 눈이 순식간에 식었다. 염구준의 주변에 많은 병사들과 강력한 부하들을 본 그는 자신이 그에게 맞서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늦었어! 난 이미 너에게 기회를 줬다." 염구준은 입술을 살짝 움직이며 차분하게 내뱉었다. 그는 손을 휘저으며 아이를 자신의 곁으로 데려왔다. "평생을 화려하게 살았던 나흐 가문이 세 살배기 아이 때문에 이렇게 비굴해질 줄은 몰랐군." 눈에 독기가 서린 염구준이었지만 아이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은 매우 부드러웠다. "화풀이는 나에게 하고 아이는 놔줘. 나흐 가문의 전 재산도 줄 수 있어!" 염구준의 손을 주시하고 있는 나명관은 염구준의 부하가 아이에게 손을 댈까 봐 두려웠다. "내가 돈이 부족해 보여? 나명관, 네가 하는 지하 도박장, 마약 판매, 무기 밀수들은 모두 금지되어야 하는 것들이야." "네 아들이 소중했다면 다른 사람들의 가정도 생각했어야지." 염구준은 조사 결과를 내던지며 매섭게 그를 노려보았다. "네 아들이 귀한 줄 알면 다른 가정은? 그런 것들로 이룬 부가 편했던 거야?" 증거들 앞에 나명관은 자리에 주저앉으며 무릎을 꿇었다. 쿵쿵쿵.그는 이마에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박으며 멈추지 않았다. "가주님, 그만하세요." 집사는 그를 부축하려 했지만, 나명관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화를 냈다. "건드리지 마! 내가 죄를 뉘우치는 거다. 이건 모두 내
비꼬아 말하면서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는 염구준은 자신과 아내에게 아들이 있다면 이렇게 귀여웠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 아이는 내가 데려가겠어. 너 같은 파렴치한 사람 곁에 두면 아이가 나쁜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돼서 말이야.” 염구준은 개보다도 못한 이 남자를 경멸하며 한 번 쳐다본 뒤 아이를 데리고 떠났다. 쫓아가려던 나명관은 과다출혈과 격해진 감정때무에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염구준은 아이를 데리고 차에 올랐다. 그때 뒤따르던 청용이 물었다.“이 아이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청용이 손으로 목을 긋는 동작을 하자, 흠칫하던 염구준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른이 저지른 일은 아이와는 상관없지. 이 아이는 내가 잘 키울 것이다. 다만 나흐 가문은 전력으로 짓밟는다.” 자신 품에 안긴 아이를 바라보며 염구준은 오랜만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청용은 기뻤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전신이 감정에 휘둘릴까 걱정했다.하지만 다행히도 그가 과도하게 걱정했던 것 같다.“네가 너무 앞서갔어.” 그의 곁으로 다가간 주작이 냉랭한 표정으로 불만을 드러냈다.모두가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사람들이니, 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전신만의 생각이 따로 있으니 네 생각을 그분께 투영하지 마.” 말을 마친 주작은 냉정한 뒷모습을 남기고 떠났다. 청용은 멋쩍게 웃으며 개의치 않았다. 이 여자는 원래 전신 외에는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저녁 무렵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염구준은 소파에 누워 자고 있는 손가을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왔어?” 밝은 빛에 잠에서 깬 손가을이 눈을 비비며 염구준을 보았다. “응, 앞으로는 이렇게 기다리지 않아도 돼.” 염구준은 그녀의 얇은 옷차림에 마음이 아팠다. 그는 자신의 옷을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이 아이는 누구야?” 사탕을 먹고 있는 아이가 손가을의 주의를 끌었다. 귀여운 표정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설마 밖에서 낳은 사생아는 아니지?” 손가을의
“앞으로 이 아이는 여기서 키우자. 이 아이가 너를 엄마라고 부르면 되겠어.” 이미 철저하게 구상을 마친 염구준은 말투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이렇게 해서 이 아이는 염구준의 슬하에서 자라게 되었고 이 아이도 자신을 이 집의 일원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병원에서 깨어난 나명관은 하얀 인테리어를 보며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눈을 뜨고 옆에서 걱정하고 있는 큰아들을 바라보았다. “너 여기 왜 있어? 여기는 대체 어디야?” “여기는 병원이에요. 내가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요. 집사님이 너무 급하게 돈을 다 가져오라고 하던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큰아들은 피투성이로 쓰러진 아버지를 보고 급하게 병원으로 옮기기만 했을 뿐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빨리 네 동생 찾으러 가야 해! 염구준이 데려갔어!” 나명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수액을 맞고 있던 바늘을 뽑으며 말했다. “잠시만요. 지금은 치료 중이어서 절대 움직이시면 안 돼요.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뇌진탕이 생길 수 있다고 의사도 말했잖아요. 그러면 평생 고생하실 수 있어요.” 아들은 고집부리는 아버지를 침대에 다시 눕혔다. “네가 인간이야? 네 동생이 납치당했어. 그 아이는 네 친동생이란 말이다!” 퍽!큰아들의 얼굴에 손자국이 남았고 금방 부어올랐다. 그가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알 수 있었다. “가주님!” 이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집사는 나명관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큰아들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 아버지가 말한 그 동생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나는 그저 아버지가 그 동생과 밖에 있는 여자 때문에 엄마를 버렸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아들이 여기까지 했으면 아버지도 만족하셔야죠.” 큰아들은 자신의 얼굴의 상처도 아랑곳하지 않고 등을 돌려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 마치 아버지와의 인연을 완전히 끊으려는 듯했다.“도련님!” 집사는 그를 불러 세우려 했지만, 나명관이 그를 저
집사도 매우 난감해하며 머리를 숙였다. 이미 갖은 방법으로 설득한 그는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은행에 가서 대출받고, 집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담보 잡아 현금으로 바꿔. 회사는 마음대로 인수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나명관은 완전히 미쳐버렸다. 그는 짐가방을 바닥에 내팽개치며 집사에게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럴 필요 없어요.” 큰아들이 들어오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회사는 내가 인수했어요. 아버지가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두 사람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누구도 큰아들이 나한 그룹을 인수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 망할 놈아, 난 반평생을 회사에 바쳤다. 네가 원한다면 줄 수도 있었어.” 퍽-또다시 큰 아들의 얼굴에 손바닥이 날아왔다. 자신의 얼굴을 만지던 큰 아들은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그저 조롱으로 가득했다. “내가 원한다면 줄 수도 있었다고요? 당신 눈에는 항상 그 못난 동생만 있었잖아요. 겨우 세 살인데 벌써 그를 생각하고 계시잖아요.” “먼저 나더러 회사를 잘 관리하게 하고 그에게 물려주려고 했던 거잖아요!” 큰아들의 차가운 말이 가주의 마음을 후벼 팠다. 처음부터 가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어차피 이제부터 나한 그룹은 내 것이니까 마음껏 화풀이하세요.” 눈앞에 서 있는 아들이 그는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당신이 인정사정없는 인간이라도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 안심하세요. 난 당신의 남은 생을 잘 돌볼 겁니다.” 말을 마친 큰아들은 자리를 떠났다.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변호사가 합의서를 내밀었다.“이것은 사장님께서 작성한 합의서입니다. 매달 당신에게 200만 원의 생활비를 지급할 겁니다. 그러나 사장님은 더 이상 당신을 만나지 않을 겁니다.” 변호사가 협의서의 대략적인 내용을 설명하자, 가주는 협약서를 빼앗아 내용을 살펴보았다. “정말 통이 크네. 매달 200만 원
“제일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개방의 대방주입니다. 전신 위 경지의 강자이고, 도가 매우 빠릅니다.”이면인은 대방주가 등장하자 황급히 염구준에게 알고 있는 전부의 정보를 제공해주었다.지금 그들은 같은 배에 탄 상황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네.”염구준은 대방주를 힐끗 쳐다보고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전신 위의 실력 따위로는 그의 눈에 들지 못했다. 손 한 번 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내 동생을 다치게 한 게 바로 너냐?”대방주가 오만하게 물었다.염구준의 힘이 깊이 숨겨져 있던 터라 한참 동안 관찰했어도 그는 상대방이 강한지, 약한지 보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위협적인 기운도 감지되지 않았기에 그는 상대방이 단지 전신 정도에 불과하다고 단정 지었다.“그렇다면 어쩔래? 네 동생이 먼저 덤벼든 거야.”염구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네 스스로 두 팔을 자르면 목숨만은 살려주마.”대방주는 날 선 눈빛으로 말하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지금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권위를 입증하고,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네가 개방의 모든 산업을 넘기고 이 귀울진에서 사라진다면, 나도 너를 살려줄 수 있어.”염구준은 같은 말투로 대답했지만 농담하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이미 진씨 가문을 개방 대신 3대 세력 중 하나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만약 개방이 순순히 물러난다면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도 없었다.염구준의 말에 이면인은 안절부절 못했다.그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진씨 가문의 복수는 물거품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차마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하하하!”“죽어라!”대방주는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다가 표정을 굳히더니 도를 들고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전신 위의 기운을 전부 내뿜으면서 말이다.이 싸움은 반드시 이겨야 할 뿐만 아니라 개방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화려하게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었기에 이면인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그는 이렇게 큰 일을 하는데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네,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리자는 건가요? 전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염구준은 이미 확실하게 말했다. 별 일도 아니고, 빨리 해결해야 진씨 가문의 가보에 대한 정보를 얻어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이면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이 동급 무수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개방의 대방주는 전신 위 경지의 실력자입니다.”“갈 겁니까, 말 겁니까?”이미 문 앞까지 도착한 염구준은 짧게 물었다. “가겠습니다. 바로 사람들을 모으겠습니다.”이에 이면인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뿐더러, 진씨 가문은 이미 개방에게 심하게 몰려 있는 상태라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한 번 붙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면인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을 이끌고 개방의 본거지인 ‘개소굴’ 로 향했다.이들의 움직임은 귀울진의 여러 세력들의 주목을 받았고, 길거리에 있던 이들도 수군거리며 그들을 쳐다보았다.“저거 이면인 아니야? 평소에는 그렇게도 비굴하던 놈이 지금 뭐하는 거야?”“뭔지는 몰라도 지금 저 기세를 보아선 무슨 큰일을 꾸미려는 게 틀림없어.”진씨 가문은 자신들의 실력을 철저히 숨겨왔기에, 3대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진정한 힘을 전혀 알지 못했다.행진하는 진씨 가문의 사람들의 뒤에는 구경을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개방한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형님, 제 팔을 끊어버린 놈을 반드시 처단해 주세요.”부상 치료를 받던 이방주가 힘겹게 말했다.과다출혈로 인해 그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는데,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말하는 목소리는 매우 허약했다.강력한 전신의 경지라 하더라도
이면인은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사람들에게 주변을 정리하게 하고 염구준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두 잔의 차를 내오며 거록 존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거록 존주의 본명은 진통신이라고 합니다. 저보다 몇 살 어리죠.”“진통신은 그 배에서 꽤나 뛰어난 몇 사람 중 하나로 손꼽혔습니다. 특히 망기술에 대한 이해와 수련은 그를 능가할 자가 없었죠.”“하지만, 그는 진씨 가문의 가보에 탐욕을 품고 비열한 수단을 사용했습니다. 결국엔 발각되어 가문에서 추방되었지만요.”“몇 년 후, 그는 다른 은세집안들과 힘을 합쳐 진씨 가문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 저희 가문은 큰 손실을 입고 사분오열되고 말았습니다.”...이면인은 거록 존주의 생애를 거의 다 이야기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염구준이 얻은 유용한 정보는 단 하나 뿐이었다. 거록 존주가 진씨 가문의 배신자이고, 가문의 가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그 외의 이야기는 대부분 쓸모없는 것이었다.“진씨 가문의 가보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거록 존주가 그것을 손에 넣었나요?”염구준이 담담하게 물었다.당연히 그 가보가 탐나서 이렇게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것을 미끼로 사용해 거록 존주를 유인하려는 목적일 뿐이었다.“가지지 못했습니다.”이면인은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의 정보는 말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말을 하다가 만 그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뭘 원하시는 겁니까? 돈을 더 주면 되나요?”염구준은 한 가문의 수령이 정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몰락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 가보라는 것이 현재 그들의 상황을 바꿀 수 없거나 애초에 그들의 손에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거래를 하나 합시다. 당신이 저희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 주신다면, 가문의 가보가 있는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이때, 이면인이 제안을 했다.늘 괴롭힘을 당하는 그들에게 돈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가져도 어차피 빼앗길 것이 뻔했기에 그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말해보세요. 하지만 너
곧이어 그가 팔을 살짝 떨며 힘을 모으자 거대한 기운이 주먹 끝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으윽!”이에 이방주는 버티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몇 걸음 물러났다. 저릿한 팔을 보면서 그는 상대방이 전신의 경지에 불과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그가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건 염구준이 같은 경지의 적수를 만났을 때 한 번도 진적이 없다는 것이다.염구준이 반보천인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건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내가 대충 날린 한 방도 못 막는 걸 보면 넌 겨우 그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네.”염구준은 조소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가 만약 칠권합일까지 사용했다면, 이방주는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졌을 것이다.“오만하게 굴지마라.”염구준의 비웃음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이방주는 허리춤에서 연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사실 그는 방금 전의 전투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고 비장의 카드를 남겨두고 있었다.“검을 쓰려고?”이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은 흥미롭다는 듯이 감탄하며 더욱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그의 앞에서 검을 휘든다는 건 마치 관우 앞에서 대도를 휘두르는 격이었다.쉭!그의 연검은 매우 유연했다. 이방주는 검을 몇 번 흔들고는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염구준의 눈에 비친 상대방의 검술은 초보자가 선보이는 것처럼 서투르기 짝이 없는, 아니 심지어는 검술에 대한 모욕이다 싶을 정도로 가관이었다.염구준은 곧바로 오른손으로 검결을 만들며 검의를 불러일으켜 검기를 먼들었다. 검 없이 기운만으로 만들어진 검기라 크게 힘을 내진 못했지만, 이방주를 상대하기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푹!검기는 곧 이방주의 검과 팔을 관통했고, 구멍이 뚫린 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더 볼 것도 없이 이건 이방주의 패배였다.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고 각자의 진영으로 물러났다.승패가 이미 결정된 이상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말도 안 돼! 어떻게 전신의 경지가 이렇게까지 강
상황을 정리한 염구준은 계속 지켜봤다.개방의 이방주가 이면인을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가주가 왔으니 우리 시비를 따져보자고. 오늘 아침에 그쪽 사람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 그래서 치료비라도 챙기려고 왔는데 이게 과분한 처사 아니지?”수백 명이 되는 개방 무리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온 것이다.“누가 누굴 때렸어?”이면인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몰라. 때렸으니 치료비를 줘.”이방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돈을 뜯어내겠다는 뜻이다.이런 일은 너무 익숙하니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퍽!이면인은 말을 하지 않고 손에 들었던 가방을 던져주면서 물러났다.“이 돈이면 충분해?”“부족해. 여기 땅을 줘.”이방주는 쳐다보지 않고 낡은 별장 구역을 가리켰다.가방에 고작 몇 백만원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땅은 가치가 어마어마했다.“그건 안 된다. 여기는 우리 집이란 말이다.”이면인은 궁지에 몰리자 더는 양보하지 않았다.뒤에 있던 가족들이 분노로 가득차서 씩씩거렸다.용하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왔는데 땅을 내준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그렇다면 상의할 필요도 없겠네.”이방주가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서 진씨 가문을 공격했다.이 부지를 무조건 손에 넣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죽기 살기로 싸우자!”이면인도 악을 쓰면서 기운을 발사했다.전신 경지였다.“진씨 가문이 정말 몰락했네.”멀리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혀를 찼다.은세가문에서 아무리 약해도 반보천인 가주가 있어야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다.가문이란 그랬다.일어서면 몰락하는 흥망성쇠를 반복해서 겪었다.천 년을 이어온 가문들은 대부분 기반이 든든하기 때문이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벌써 한쪽 실력이 기울어졌다.진씨 가문은 개방의 상대가 아니었다.가장 실력이 있는 이면인이 같은 경지인 개방의 이방주에게 눌려서 얻어맞고 있었다.망기술은 독특한 술법이지만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렇게 내버려두다가 이면인이 곧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염구준은 아
“사람 찾는 건 일도 아닙니다. 용하 화폐로 200만 원입니다.”귀울진은 용하와 접해 있기에 용하 화폐를 사용했다.“용하에서 건너온 진씨 가문을 찾아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염구준이 통쾌하게 대답했다.지금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니 돈은 얼마를 써도 상관없었다.“은세가문인가?”이면인의 안색이 굳어졌다.그 표정을 보니 진씨 가문의 소재를 아는 것 같았다.염구준이 그것을 눈치챘다.“알고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니면 우려하는 거라도 있습니까?”“진씨 가문에서 돈을 주면서 그들의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이면인이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그럼 얼마나 원합니까?”염구준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1000만 원이요.”이면인은 열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그렇게 많지 않아요. 갖고 온 돈은 전부 여기 있어요.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죠.”염구준은 가방을 앞으로 던져버렸다.그 말에 이면인은 가방을 들어 대충 훑어보았다.적어도 몇 백만 원은 들어 있는 것 같았다.“두 블록 가면 진씨네 국수집이 있는데 거기가 주둔지예요.”“거짓말은 아니겠죠?”염구준이 한마디 더 했다.“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가 이 바닥에서 신용을 잘 지킨다고 소문이 났어요.”이면인은 가방을 챙기고 싱글벙글 웃더니 엄숙하게 대답했다.이 돈이면 3년을 문을 닫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알았어요. 돈은 받으세요.”염구준은 돌아서 잡화점에서 나갔다.10분 뒤, 이면인은 도둑처럼 가방을 들고 잡화점을 나오더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빠르게 한 방향으로 달려갔다.이 사람 역시 문제가 있었다.염구준은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쉽게 돈을 떼먹다니,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은 없다.옆에 진씨네 국수집은 이미 오기 전에 들러서 알고 있었다.모두 평범한 사람으로서 진씨 가문이 누군지조차 몰랐다.“마을 호텔에서 기다리세요.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요.”염구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라 현지 정부에서 아예 관리하지 않아 자치 행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피난하기 좋았다.점점 많은 범죄자들이 몰려들어 귀울진을 발전시킨 덕분에 마을 규모는 중등 도시 못지 않았다.하지만 법이 존재하지 않아 치안이 엉망이었다.“젊은이, 이곳에 별의별 놈들이 살아서 아주 위험한 곳이야. 백가, 개방, 목숨파를 조심해.”“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진씨 가문도 은세가문인데 어떻게 이곳으로 쫓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한 가지 가능성은 진씨 가문에서 몰래 잠복해 있다면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그는 과일 가게를 지나갈 때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사장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과일을 안 사면 아무것도 묻지 마.”사장님은 염구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말했다.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했다.지폐 한 장을 건넸더니 사장님은 금세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손님, 저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소식통이에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진씨 가문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몰라요. 하지만 저기 구두가게 사장이 진씨입니다.”과일 가게 사장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머리가 아팠다.이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만 밝히고 허풍만 떨어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전에도 몇몇 사람에게 물었지만 모두 돈만 받고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그에 비하면 안내자 노인은 성실한 편이었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고대영이 조사한 정보가 이것밖에 안 되니까.진씨 가문이 귀울진에만 있다는 것만 알아내서 나머지는 염구준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그때 노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젊은이, 내가 귀울진의 정보왕을 알고 있는데 원하는 가격이 너무 사악하고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야.”만약 염구준이 빨리 처리한다면 다른 일에 연루되지 않고 빨리 돌아갈 수 있다.귀울진
노인은 당황해하며 현금 몇 장을 더 놓았다.“전부 여기 두었어. 그러니까 보내줘.”오늘 변고가 생겨 톡톡히 손해를 보아 속으로 산적들에게 욕을 퍼부었다.하지만 산적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수레에 누운 염구준을 가리켰다.“저놈을 남기고 영감은 가면 돼. 소는 우리 형제들이 먹게 넘겨.”“안 돼. 우리도 소 덕에 먹고 사는데 넘기면 굶어 죽어.”노인은 애지중지하는 소를 끌고 되돌아가려고 했다.이 산적들은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피 말려 죽이려는 셈이다.예전에 길을 막던 산적들은 이 정도로 선을 넘지 않았다.그냥 돈만 조금 주면 알아서들 떠났다.만약 안내자를 전부 소멸하면 누구도 이 길을 지날 수 없고 그들은 산에서 굶어 죽어야 했다.“거기서. 죽고 싶어?”그들은 무기를 쳐들고 노인에게 돌진했다.우두머리는 손에 총까지 들고 있었다.‘젠장.’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오늘 여기서 도망치지 못하고 죽게 생겼다.“여기 개판이네. 벌건 대낮에 길을 막고 강탈하냐?”그때 염구준이 수레에서 내리며 바닥에 있는 자갈들을 발로 차서 뿌렸다.파팟!자갈은 빠른 속도로 튕겨 달려오는 무리들에게 하나씩 명중했다.그리고 핏방울을 튕기며 전부 바닥에 쓰러트렸다.순식간에 발생하여 상대방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전멸한 것이다.그래도 산적들은 죽어 마땅했다.“어르신, 뭐 하세요? 갑시다.”염구준은 얼떨떨해 서 있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가는 길에 도운 것뿐이니 별일도 아니었다.“어, 그래.”그제야 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일어난 일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바로 그때 노인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조심해.”우두머리 산적이 죽지 않고 총을 들고 염구준을 향해 미친듯이 돌진하는 것이다.“개자식, 죽어라!”펑펑펑!산적은 방아쇠를 힘껏 당겨 총을 몇 발이나 쏘았다.노인은 너무 놀라 두 눈을 찔끔 감고 죽지 않기를 기도했다.그런데 모든 탄알을 사용했지만 염구준은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
“서커스단 일 때문이야?”손가을이 눈살을 찌푸렸다.청해에서 최고 여성 사업가 신분으로 며칠 전에 있었던 서커스단의 사건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맞아. 서커스단과 연관이 있어.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거야.”염구준이 인정했다.“그럼 빨리 다녀와. 난 희주를 지키면서 집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서운했지만 억지로 웃었다.남편이 하려는 일에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아내로서 가정과 손씨 그룹을 지켜서 남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지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말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가을아, 넌 정말 최고야.”염구준은 다가가 아내를 와락 끌어안았다.손가을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염구준은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다들 보고 있어. 집에 가서 안아줘.”손가을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가 보는데?”염구준이 뒤돌아보았더니 들어올 때 문을 닫지 않아서 직원들이 목을 길게 빼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다들 깨알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흠흠.”염구준이 헛기침을 하자 다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눈길을 돌려버렸다.문을 닫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았다.염구준은 아내를 풀어주고 또 구경하러 몰려들까 봐 사무실 문을 닫으러 갔다.손가을은 이어서 업무를 보고 염구준은 옆에서 가끔 서류를 건네며 퇴근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부부는 학교에 들러 딸을 데리고 밖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다.이튿날 아침, 염구준은 미리 아침밥을 준비해 놓고 귀울진으로 향했다.빨리 처리하고 일찍 돌아올 생각이었다.용하와 접한 국경 도로에 소 수레 한 대가 여유 있게 가고 있다.수레에 앉은 사람이 바로 염구준이었다.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어 도로는커녕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그는 안내원을 찾아 원시적인 교통 수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길에서 노인이 이곳의 풍습을 소개했다.하지만 진씨 가문을 들어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