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은이 놀라움에 몸을 떨었다.“전주님, 그 뜻은….”“제가 직접 처리할게요!”염구준이 주먹을 쥔 채 자리에 일어나며 위엄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선포했다. “일방적인 방법으로 처리할 수 없다면, 편법을 쓸 수밖에. 판사들을 조종하는데 성공했을지 몰라도, 나까진 어림없지! 안영 도로는 인적이 드물어 손쓰기 딱 좋아요. 황유실은 반드시 자신의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유태은은 염구준이 내뿜는 기운 때문에 몸이 땀으로 축축 해졌다. 과연 전신전 전주답게 과감하고도 놀라운 선택이었다. 확실히 안영 도로는 누군가를 처리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주변엔 큰 교차로 하나만 있을 뿐, 건물이라고는 사람이 살지 않는 오래된 허름한 아파트 몇 채가 전부였다. 하지만 유태은은 황유길 옆에서 심상치 않는 분위기를 풍기던 두 노인이 걸렸다. 아무리 전신전 전주라도 혼자 가는 건 위험했다.“저도 함께 가겠습니다.”유태은이 책상 서랍장 안에 들어 있던 권총을 꺼내들며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제명도는 제가 책임지고 있는 구역입니다. 이대로 전주님을 혼자서 보낼 수 없습니다. 부디 제 책임을 다하게 해주십시오!”하지만 염구준은 동의할 수 없는지 고개를 저었다. 반보천인 이상의 고수한테는 이정도 권총쯤은 장난감이나 다름없었다. 유태은이 따라가는 건 스스로 저승길에 오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가을과 한채인 씨가 쉬고 있으니, 여기에 남아 둘을 보호해 주세요. 그리고 얼른 주작에게 검을 가져오라고 전달하세요.”염구준은 속에서 전투 의지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그가 한번 마음을 굳힌 이상, 다시 굽히는 일은 절대로 없었다.“명령입니다. 당장 움직이세요!”명령… 유태은은 걱정됐지만,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고 염구준에게 경례했다.“전주님, 무운을 빕니다! 꼭 승리하십시오!”고려국, 제명도, 안영 도로.황유길은 방탄으로 된 세단을 탄 채 천천히 안영 도로에 진입하고 있었다.“황 대표님, 지금 연달아 빨간 불이 세번이나 걸렸습니다.”조수석에 앉아
“황유길, 나와서 죽음을 받아들여라!”염구준이 번개처럼 빠르게 바닥을 바닥차고 나가더니, 순식간에 자동차를 앞질러 앞쪽에 있는 건물 옥상에 올랐다. 그리고는 멀리서 다가오는 황유길이 탑승하고 있는 세단 행렬을 향해 크게 외쳤다.“목숨은 목숨으로! 살인자의 최후는 죽음뿐이다! 황유길, 네가 비록 법은 피했을지라도 내가 있는 이상 죄의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내가 하늘의 뜻을 대변해 너희 목을 가져가마!”하늘을 대변한다고? 황유길은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 화련회 고수들이 그를 지키고 있는 한, 그는 염구준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황 대표는 나가지 말고 여기에 가만이 있으시오.”한희선이 차 문을 열며 음침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그리고 우리 둘이 어떻게 이 어린 놈을 처리하는지 질 보시오! 앞으로 그 누구도 황 대표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것이오!”김현도도 반대편으로 내리며 차 문을 닫으며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이 전투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듯, 매우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였다. 두 사람은 평온한 표정으로 차 양옆에 서서 염구준과 마주보았다. 그들의 눈은 푸른색과 녹색이로 번뜩이고 있었으며, 온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푸른색과 녹색….”반면 옥상에 서 있던 염구준의 눈은 붉은색을 띄고 있었다. 신태우와 전투를 치룬 뒤, 염구준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색깔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신태우가 보여준 황금색은 오행 금의 토에 해당했다. 염구준은 능력은 붉은 빛을 띠며 고온을 내뿜고 있으니, 화에 속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두 노인은 푸른색과 녹색을 띠니, 오행 중에 목과 수 속성에 속할 것이다. “염구준.”김현도가 차 앞으로 나서며 냉소와 함께 말했다.“너의 자질은 확실히 뛰어나지만, 아직은 이르다. 오늘 분수를 모르고 우리에게 도전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용하국은 확실히 강자가 많지만, 우리는 두렵지 않다. 그래도 무도 선배들이 많은 나라의
염구준이 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바닥엔 그을린 발자국이 남았다. 그의 주먹은 마치 곧 폭발할 듯한 불덩어리처럼 점점 온도가 올라갔다.“물용권!”“목룡포!”김현도와 한희선 또한 빠르게 달리며 동시에 오른손을 뻗었다. 보고도 믿기 어려운 현상이 일어난 순간이었다!김현도의 손바닥에서 옅은 파란색 물줄기가 솟아오르더니, 구불거리며 마치 용처럼 허공을 가르고 염구준을 향해 날아갔다. 동시에 한희선의 손에서도 날카로운 가시 덩굴이 뱀처럼 똬리를 틀며 염구준을 향해 쏘아졌다. 그런데 한희선의 무서움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관자놀이가 부풀어 오르더니 기이한 파동을 발산하며 염구준의 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이건….”그러자 염구준은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면서 심장박동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불길한 기운이 온 몸을 덮쳤다!이런 정신적 공격은 반보천인이라 할지라도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염구준은 마치 깊은 늪에 빠진 듯, 정신이 점점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강자의 승패는 정말 찰나에 순간에 난다!염구준의 시야가 흐려지는 순간, 김현도의 물줄기와 한희선의 덩굴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정말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깨어나!”염구준이 크게 외치며 두 발로 힘껏 바닥을 박차고 전신의 힘을 폭발시켰다.힘이 솟구쳤다!염구준의 발 아래로 불꽃이 번쩍이며 순식간에 몸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결국 김현도와 한희선의 공격은 염구준의 발바닥을 스치며 바닥에 내리 꽂혔다.“아슬아슬했군!”염구준은 공중에 떠오른 채 빠르게 정신을 회복시켰다. 그러자 시야가 다시 맑아지며 반응속도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곧이어 모든 상황이 파악되었다. 지금 거리에선 한희선의 정신 공격은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정신 공격이 닿을 수 있는 거리가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김현도와 한희선이 약간 긴장이 서린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과연 전신전 전주, 반응이 빨랐다!“다시 와라!”염구준이 마치 유성처럼 불꽃을 몸에 두른 채 바닥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엔 어느새 검 모
하늘과 땅이 뒤흔들렸다!세 명의 반보천인이 맞붙었다. 김현도의 푸른 물줄기는 염구준의 검에 잘게 부서져 미세한 빗줄기로 변해 사방으로 흩어지고 한희선의 네일 넝쿨도 산산조각 나 여기저기 어지럽게 떨어졌다.염구준의 손에 쥐어진 불검도 물줄기와 넝쿨에 의해 순식간에 흐릿해져 더 이상 살상력이 없었다.그들은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고 결국 무승부가 되었다!“둘이 손을 잡아도 나를 이기지 못하는 걸 보니 그동안 참 헛되이 살았군!”염구준은 방금전 충돌했던 힘으로 백 덤블링을 한 후 바닥에 착지했다. 그의 눈이 날카롭게 반짝였다.“황유길은 오늘 반드시 죽을 목숨인데 그래도 계속 싸울까?”김현도와 한희선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조금 전 그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염구준과 막상막하엿다. 다시 말하면 개인 실력으로는 이 전신 전주를 당할 수 없고 두 사람이 힘을 합쳐야 간신히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염구준, 우리가 너를 어떻게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김현도의 주름 잡힌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갑자기 다가서며 가슴을 내보였다.“이게 뭔지 알아?!”염구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의 가슴에는 화련회의 상징인 금색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여기는 고려고 우리 영역이다.”김현도는 냉소를 지으며 덧붙였다.“넌 우리와 붙으면 기껏해야 무승부다. 우리는 그저 널 여기에 붙잡고 지원군이 오기를 기다리면 돼! 그때는 아무리 강한 너라도 속수무책일 거야!”염구준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아차!여기는 고려고 비록 잠시 주위의 교통을 폐쇄했지만 싸움이 길어진다면 염구준에게 불리해질 것이다. 한명이서 거뜬히 둘을 상대할 수는 있어도 그들의 지원군이 온다면 상황은 즉시 악화될 것이다!“지금 도망치기엔 이미 너무 늦었어!”한희선은 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잘린 손톱이 빠르게 자라 다시 염구준의 몸을 옥죄려 했고 그녀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힘을 합쳐 이 자식을 막아요! 절대 후환을 남겨선 안 돼요!
“작디작은 고려인데 화련회 지원군이 온다고 해서 내가 겁먹을 것 같아?!”염구준은 우렁차게 소리쳤고 불검을 든 그의 손이 더욱 빨라졌다. 그러자 김현도의 물기둥과 한희선의 네일 넝쿨이 와장창 깨지며 염구준은 순식간에 우위를 점했다.하지만 그것은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두 반보천인은 재빨리 반응했다. 염구준의 맹렬한 공격을 피하기 위해 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정면충돌을 피고 주위를 뱅뱅 돌며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었다.1분, 10분, 30분...슉, 슉, 슉!그들의 움직임은 번개같이 신속했고 먼 곳에서 울부짖으며 다가올 때는 굉장한 아우라를 내뿜었다. 역시 반보천인 경지의 초강자들이었다!한 명도 아니고 셋이다!게다가 김현도와 한희선은 이미 화련회의 최강 라인업이었고 고려국의 숨은 5대 고수들 중에 속한 사람들이었다!“지원군이 왔어!”세 동료의 기운이 가까워 지는 것을 느낀 김현도는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염구준, 네가 아무리 날고 뛴다고 해도 우리 다섯 명의 상대는 될 수 없어.”“잡히거나 죽는 것 외에 다른 선택권은 없어!”눈이 가늘어 진 염구준은 굳이 시간을 들여 그들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더욱 신속하게 움직이며 용하 고무학을 닥치는 대로 응용해 김현도와 한희선을 다시 한번 물리쳤다.이미 40분이 지났다...J호 전투기의 극한 속도로 전신전의 총사령부에서부터 고려국까지 아마 이 시간쯤이면 도착했을 것이다.슉슉슉!염구준이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화련회 3대 고수는 이미 도착했다. 맨 앞에 선 사람은 혈색은 좋아 보이나 등이 굽은 늙은이였다. 그리고 두 왜소한 몸에 전통의상을를 입은 늙은이였다. 각각 빨강, 노랑, 회색, 3색의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오행의 화, 금, 토!고려국의 5대 숨은 강자, 그들은 용하국의 고대 수련 비법을 표절한 자들이었고 오행의 금, 목, 수, 화, 토에 대응했다. 오행이 합심하면 진정한 천인도 싸워 이길 수 있었다!“염구준.”등이 굽은 늙은이의 발은 땅에 닿지 않은 듯 했다. 그는 수
저게 뭐지?늙은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나머지 4명도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염구준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G.J호 전투기!눈 도안이 새겨진 능형 전투기의 표면에는 진 붉은색의 용이 뒤덮여 있었고 수만 미터 상공밖에 나타났다. 저만치 있던 게 어느 순간 전장 상공에 도착해 있었다.5세대 반중력 엔진, 초음속의 6배 이상의 속도,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전투 기술을 탑재한 전투기였다.“한 명의 초급 전신, 3명의 무성, 9명의 헤게모니...”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늙은이는 마침내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4대 전존, 9대 전왕, 그리고 13명의 전신 핵심 고위층이 모두 현장에 도착했다!“주군!”그 순간, G.J호 전투기의 측면 도어는 이미 열려있었다. 막 전신에 오른 청용전존, 무성의 최고 경지에 자리한 백호 전존, 군복 차림의 주작 전존, 체격이 마치 철탑과 같은 현무 전존...전신 전주 4대 전존들이 모두 자리했다.특히 여자인 주작 전존의 허리에는 합금 장검을 차고 있어서 용맹하고 강인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왼손에 쥐어진 한기가 서린 장검에서 품어져 나오는 남다른 기운은 현시대 기술로는 만들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 고유란의 유품, 구자검!바로 이 장검이 염구준의 생사를 함께 하며 전장을 누볐고 백전백승을 거두면서 무적이 된 것이다.“잘 왔어!”J전투기이 도착하자 염구준은 호탕하게 웃으며 갑자기 높이 뛰어올라 큰 소리로 외쳤다.“자!”슉!주작 전존은 망설임 없이 구자검을 던졌고 그것은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염구준의 손에 쥐어졌다.아무런 흔적도 없이 살해할 수 있다!염구준은 장검을 손에 들고 천천히 바닥에 착지했다.그의 시선이 다시 한번 화련회의 5대 강자들을 훑었다. 거센 기세가 솟아올랐고 전신 전주의 위엄이 현장을 압도했다.“싸우려던 거 아니야?”“기꺼이 받아줄게!”이 검은...등이 굽은 늙은이는 미간을 좁혔고 표정이 매우 심각해졌다.고려에서 들여온 무술 서적 중에는 다양한 무기에 대한 기록이 부분적으로
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천천히 손에 잡은 검을 쓸어 보는 염구준은 마음속에 거센 파도가 일었다!3년이다!전역 후 청해로 돌아와 손가을과의 인연을 이어가던 그는 이미 3년이나 이 검을 잡아보지 못했고 피와 함께 하던 그 시절과 완전히 이별했었다.그러나 지금, 장검이 손에 쥐어졌고 마치 피 튀기던 전장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당시 전신으로서의 그는 그저 이 검이 탁월하게 날카롭다고만 생각했고 어머니가 특별히 자신을 위해 남긴 방어용 무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천인의 힘을 완전히 습득했고 이 검의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이것은 천인의 진정한 무기였다... 아니, 진정한 천인이어도 이토록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어머니의 고씨 가문은 갑부, 8개의 신무 옥패를 소요한 집안이어서 가능 했다!“사실 나도 이 검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염구준은 깊게 심호흡한 뒤 손에 들린 장검을 천천히 휘둘렀다. 그러자 강렬하게 빛나며 전례 없는 기세를 뿜었다.“그러니 오늘 당신들에게 한 번 실험해 볼게. 도둑놈이 강한지 아니면 우리 정종 용하국이 나은 지 보자고!”말이 끝나는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반보 천인의 경지, 화려하지 않은 간단한 기술이었다.고공 절단!평범해 보이고 심지어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마치 보통 장검이고 보통의 베기여서 일반인이 평범한 검을 들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베기 동작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살기가 천지를 뒤흔들 정도의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검이 지닌 파괴력은 깊은 바닷속 요동치는 암류와 같아 겉은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내부는 형용할 수 없는 절대적 힘이 함축되어 있었다.한 번!단 한 번으로!전방 100미터밖에 있던 화련회 5대 강자들의 낯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진형을 만들어 천인의 힘으로 반짝이는 투명 보호벽을 형성했다.오행 방패!이것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방어였고 철갑탄이라 해도 손쉽게 막을 수 있었다!하지만...둔탁한 소리와 함께 나름 견고하
망했다!“제발, 살, 살려줘요!”극도의 공포에 황유길은 마치 마지막 생명줄을 잡은 것마냥 차에서 뛰쳐나와 염구준을 향해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고개를 조아리며 울부짖었다.“난 쓸모 있습니다. 난 아직 이용할 가치가 있습니다!’“신무옥패의 모조품을 찾고 있었죠?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압니다!”“옥패는 우리 황씨 가문이 대대로 내려온 기술이고 경제위기로 부득이하게 옥패를 영동국의 경상 가문에 팔았습니다!”영동국, 경상 가문?사색에 잠기던 염구준은 천천히 검을 들더니 갑자기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네 목숨을 구제하려면 이 정도로는 부족해!”“너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소녀들에겐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어?!”검이 반짝이자,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황유길은 목이 잘렸고 피둥피둥 살찐 머리통은 바닥에서 몇 바퀴 굴렀다. 반경 4미터 밖까지 피로 흥건 해졌고 머리가 잘려진 시체는 바닥에서 경련을 일으키다 움직임을 완전히 멈췄다!“군주!”그 사이 G.J 전투기는 이미 착륙했고 청용 전존이 선두로 전신 전주 4대 전존, 9대 전왕은 염구준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전주님 대단하십니다!”‘모두가 자리한 것을 보니 꽤 떠들썩했던 모양이군....’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검을 주작 전존에게 건네며 말했다.“청용, 전신이 된 것을 축하해!”“전신 강자면 한 구역을 통솔할 수 있으니 내가 돌아가면 용주께 말씀드릴 테니 넌...”털썩!청용전주는 무릎을 꿇으며 정중하게 말했다.“전신이든 무성이든 상관없고, 저의 모든 것은 모두 군주님이 주신 것이고 영원히 군주만을 따를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명령을 거두어주시기를 바랍니다!”“일어나.”염구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무형의 기가 청용 전존을 일으켜 세웠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염구준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청용과 주작만 남고 다른 이들은 사령부로 복귀한다.”말을 마친 염구준은 청용과 주작을 데리고 SKP로 향했다.여기
“제일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개방의 대방주입니다. 전신 위 경지의 강자이고, 도가 매우 빠릅니다.”이면인은 대방주가 등장하자 황급히 염구준에게 알고 있는 전부의 정보를 제공해주었다.지금 그들은 같은 배에 탄 상황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네.”염구준은 대방주를 힐끗 쳐다보고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전신 위의 실력 따위로는 그의 눈에 들지 못했다. 손 한 번 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내 동생을 다치게 한 게 바로 너냐?”대방주가 오만하게 물었다.염구준의 힘이 깊이 숨겨져 있던 터라 한참 동안 관찰했어도 그는 상대방이 강한지, 약한지 보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위협적인 기운도 감지되지 않았기에 그는 상대방이 단지 전신 정도에 불과하다고 단정 지었다.“그렇다면 어쩔래? 네 동생이 먼저 덤벼든 거야.”염구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네 스스로 두 팔을 자르면 목숨만은 살려주마.”대방주는 날 선 눈빛으로 말하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지금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권위를 입증하고,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네가 개방의 모든 산업을 넘기고 이 귀울진에서 사라진다면, 나도 너를 살려줄 수 있어.”염구준은 같은 말투로 대답했지만 농담하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이미 진씨 가문을 개방 대신 3대 세력 중 하나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만약 개방이 순순히 물러난다면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도 없었다.염구준의 말에 이면인은 안절부절 못했다.그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진씨 가문의 복수는 물거품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차마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하하하!”“죽어라!”대방주는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다가 표정을 굳히더니 도를 들고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전신 위의 기운을 전부 내뿜으면서 말이다.이 싸움은 반드시 이겨야 할 뿐만 아니라 개방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화려하게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었기에 이면인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그는 이렇게 큰 일을 하는데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네,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리자는 건가요? 전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염구준은 이미 확실하게 말했다. 별 일도 아니고, 빨리 해결해야 진씨 가문의 가보에 대한 정보를 얻어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이면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이 동급 무수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개방의 대방주는 전신 위 경지의 실력자입니다.”“갈 겁니까, 말 겁니까?”이미 문 앞까지 도착한 염구준은 짧게 물었다. “가겠습니다. 바로 사람들을 모으겠습니다.”이에 이면인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뿐더러, 진씨 가문은 이미 개방에게 심하게 몰려 있는 상태라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한 번 붙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면인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을 이끌고 개방의 본거지인 ‘개소굴’ 로 향했다.이들의 움직임은 귀울진의 여러 세력들의 주목을 받았고, 길거리에 있던 이들도 수군거리며 그들을 쳐다보았다.“저거 이면인 아니야? 평소에는 그렇게도 비굴하던 놈이 지금 뭐하는 거야?”“뭔지는 몰라도 지금 저 기세를 보아선 무슨 큰일을 꾸미려는 게 틀림없어.”진씨 가문은 자신들의 실력을 철저히 숨겨왔기에, 3대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진정한 힘을 전혀 알지 못했다.행진하는 진씨 가문의 사람들의 뒤에는 구경을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개방한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형님, 제 팔을 끊어버린 놈을 반드시 처단해 주세요.”부상 치료를 받던 이방주가 힘겹게 말했다.과다출혈로 인해 그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는데,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말하는 목소리는 매우 허약했다.강력한 전신의 경지라 하더라도
이면인은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사람들에게 주변을 정리하게 하고 염구준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두 잔의 차를 내오며 거록 존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거록 존주의 본명은 진통신이라고 합니다. 저보다 몇 살 어리죠.”“진통신은 그 배에서 꽤나 뛰어난 몇 사람 중 하나로 손꼽혔습니다. 특히 망기술에 대한 이해와 수련은 그를 능가할 자가 없었죠.”“하지만, 그는 진씨 가문의 가보에 탐욕을 품고 비열한 수단을 사용했습니다. 결국엔 발각되어 가문에서 추방되었지만요.”“몇 년 후, 그는 다른 은세집안들과 힘을 합쳐 진씨 가문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 저희 가문은 큰 손실을 입고 사분오열되고 말았습니다.”...이면인은 거록 존주의 생애를 거의 다 이야기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염구준이 얻은 유용한 정보는 단 하나 뿐이었다. 거록 존주가 진씨 가문의 배신자이고, 가문의 가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그 외의 이야기는 대부분 쓸모없는 것이었다.“진씨 가문의 가보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거록 존주가 그것을 손에 넣었나요?”염구준이 담담하게 물었다.당연히 그 가보가 탐나서 이렇게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것을 미끼로 사용해 거록 존주를 유인하려는 목적일 뿐이었다.“가지지 못했습니다.”이면인은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의 정보는 말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말을 하다가 만 그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뭘 원하시는 겁니까? 돈을 더 주면 되나요?”염구준은 한 가문의 수령이 정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몰락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 가보라는 것이 현재 그들의 상황을 바꿀 수 없거나 애초에 그들의 손에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거래를 하나 합시다. 당신이 저희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 주신다면, 가문의 가보가 있는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이때, 이면인이 제안을 했다.늘 괴롭힘을 당하는 그들에게 돈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가져도 어차피 빼앗길 것이 뻔했기에 그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말해보세요. 하지만 너
곧이어 그가 팔을 살짝 떨며 힘을 모으자 거대한 기운이 주먹 끝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으윽!”이에 이방주는 버티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몇 걸음 물러났다. 저릿한 팔을 보면서 그는 상대방이 전신의 경지에 불과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그가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건 염구준이 같은 경지의 적수를 만났을 때 한 번도 진적이 없다는 것이다.염구준이 반보천인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건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내가 대충 날린 한 방도 못 막는 걸 보면 넌 겨우 그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네.”염구준은 조소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가 만약 칠권합일까지 사용했다면, 이방주는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졌을 것이다.“오만하게 굴지마라.”염구준의 비웃음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이방주는 허리춤에서 연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사실 그는 방금 전의 전투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고 비장의 카드를 남겨두고 있었다.“검을 쓰려고?”이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은 흥미롭다는 듯이 감탄하며 더욱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그의 앞에서 검을 휘든다는 건 마치 관우 앞에서 대도를 휘두르는 격이었다.쉭!그의 연검은 매우 유연했다. 이방주는 검을 몇 번 흔들고는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염구준의 눈에 비친 상대방의 검술은 초보자가 선보이는 것처럼 서투르기 짝이 없는, 아니 심지어는 검술에 대한 모욕이다 싶을 정도로 가관이었다.염구준은 곧바로 오른손으로 검결을 만들며 검의를 불러일으켜 검기를 먼들었다. 검 없이 기운만으로 만들어진 검기라 크게 힘을 내진 못했지만, 이방주를 상대하기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푹!검기는 곧 이방주의 검과 팔을 관통했고, 구멍이 뚫린 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더 볼 것도 없이 이건 이방주의 패배였다.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고 각자의 진영으로 물러났다.승패가 이미 결정된 이상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말도 안 돼! 어떻게 전신의 경지가 이렇게까지 강
상황을 정리한 염구준은 계속 지켜봤다.개방의 이방주가 이면인을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가주가 왔으니 우리 시비를 따져보자고. 오늘 아침에 그쪽 사람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 그래서 치료비라도 챙기려고 왔는데 이게 과분한 처사 아니지?”수백 명이 되는 개방 무리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온 것이다.“누가 누굴 때렸어?”이면인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몰라. 때렸으니 치료비를 줘.”이방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돈을 뜯어내겠다는 뜻이다.이런 일은 너무 익숙하니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퍽!이면인은 말을 하지 않고 손에 들었던 가방을 던져주면서 물러났다.“이 돈이면 충분해?”“부족해. 여기 땅을 줘.”이방주는 쳐다보지 않고 낡은 별장 구역을 가리켰다.가방에 고작 몇 백만원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땅은 가치가 어마어마했다.“그건 안 된다. 여기는 우리 집이란 말이다.”이면인은 궁지에 몰리자 더는 양보하지 않았다.뒤에 있던 가족들이 분노로 가득차서 씩씩거렸다.용하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왔는데 땅을 내준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그렇다면 상의할 필요도 없겠네.”이방주가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서 진씨 가문을 공격했다.이 부지를 무조건 손에 넣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죽기 살기로 싸우자!”이면인도 악을 쓰면서 기운을 발사했다.전신 경지였다.“진씨 가문이 정말 몰락했네.”멀리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혀를 찼다.은세가문에서 아무리 약해도 반보천인 가주가 있어야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다.가문이란 그랬다.일어서면 몰락하는 흥망성쇠를 반복해서 겪었다.천 년을 이어온 가문들은 대부분 기반이 든든하기 때문이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벌써 한쪽 실력이 기울어졌다.진씨 가문은 개방의 상대가 아니었다.가장 실력이 있는 이면인이 같은 경지인 개방의 이방주에게 눌려서 얻어맞고 있었다.망기술은 독특한 술법이지만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렇게 내버려두다가 이면인이 곧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염구준은 아
“사람 찾는 건 일도 아닙니다. 용하 화폐로 200만 원입니다.”귀울진은 용하와 접해 있기에 용하 화폐를 사용했다.“용하에서 건너온 진씨 가문을 찾아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염구준이 통쾌하게 대답했다.지금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니 돈은 얼마를 써도 상관없었다.“은세가문인가?”이면인의 안색이 굳어졌다.그 표정을 보니 진씨 가문의 소재를 아는 것 같았다.염구준이 그것을 눈치챘다.“알고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니면 우려하는 거라도 있습니까?”“진씨 가문에서 돈을 주면서 그들의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이면인이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그럼 얼마나 원합니까?”염구준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1000만 원이요.”이면인은 열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그렇게 많지 않아요. 갖고 온 돈은 전부 여기 있어요.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죠.”염구준은 가방을 앞으로 던져버렸다.그 말에 이면인은 가방을 들어 대충 훑어보았다.적어도 몇 백만 원은 들어 있는 것 같았다.“두 블록 가면 진씨네 국수집이 있는데 거기가 주둔지예요.”“거짓말은 아니겠죠?”염구준이 한마디 더 했다.“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가 이 바닥에서 신용을 잘 지킨다고 소문이 났어요.”이면인은 가방을 챙기고 싱글벙글 웃더니 엄숙하게 대답했다.이 돈이면 3년을 문을 닫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알았어요. 돈은 받으세요.”염구준은 돌아서 잡화점에서 나갔다.10분 뒤, 이면인은 도둑처럼 가방을 들고 잡화점을 나오더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빠르게 한 방향으로 달려갔다.이 사람 역시 문제가 있었다.염구준은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쉽게 돈을 떼먹다니,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은 없다.옆에 진씨네 국수집은 이미 오기 전에 들러서 알고 있었다.모두 평범한 사람으로서 진씨 가문이 누군지조차 몰랐다.“마을 호텔에서 기다리세요.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요.”염구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라 현지 정부에서 아예 관리하지 않아 자치 행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피난하기 좋았다.점점 많은 범죄자들이 몰려들어 귀울진을 발전시킨 덕분에 마을 규모는 중등 도시 못지 않았다.하지만 법이 존재하지 않아 치안이 엉망이었다.“젊은이, 이곳에 별의별 놈들이 살아서 아주 위험한 곳이야. 백가, 개방, 목숨파를 조심해.”“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진씨 가문도 은세가문인데 어떻게 이곳으로 쫓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한 가지 가능성은 진씨 가문에서 몰래 잠복해 있다면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그는 과일 가게를 지나갈 때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사장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과일을 안 사면 아무것도 묻지 마.”사장님은 염구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말했다.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했다.지폐 한 장을 건넸더니 사장님은 금세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손님, 저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소식통이에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진씨 가문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몰라요. 하지만 저기 구두가게 사장이 진씨입니다.”과일 가게 사장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머리가 아팠다.이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만 밝히고 허풍만 떨어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전에도 몇몇 사람에게 물었지만 모두 돈만 받고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그에 비하면 안내자 노인은 성실한 편이었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고대영이 조사한 정보가 이것밖에 안 되니까.진씨 가문이 귀울진에만 있다는 것만 알아내서 나머지는 염구준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그때 노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젊은이, 내가 귀울진의 정보왕을 알고 있는데 원하는 가격이 너무 사악하고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야.”만약 염구준이 빨리 처리한다면 다른 일에 연루되지 않고 빨리 돌아갈 수 있다.귀울진
노인은 당황해하며 현금 몇 장을 더 놓았다.“전부 여기 두었어. 그러니까 보내줘.”오늘 변고가 생겨 톡톡히 손해를 보아 속으로 산적들에게 욕을 퍼부었다.하지만 산적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수레에 누운 염구준을 가리켰다.“저놈을 남기고 영감은 가면 돼. 소는 우리 형제들이 먹게 넘겨.”“안 돼. 우리도 소 덕에 먹고 사는데 넘기면 굶어 죽어.”노인은 애지중지하는 소를 끌고 되돌아가려고 했다.이 산적들은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피 말려 죽이려는 셈이다.예전에 길을 막던 산적들은 이 정도로 선을 넘지 않았다.그냥 돈만 조금 주면 알아서들 떠났다.만약 안내자를 전부 소멸하면 누구도 이 길을 지날 수 없고 그들은 산에서 굶어 죽어야 했다.“거기서. 죽고 싶어?”그들은 무기를 쳐들고 노인에게 돌진했다.우두머리는 손에 총까지 들고 있었다.‘젠장.’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오늘 여기서 도망치지 못하고 죽게 생겼다.“여기 개판이네. 벌건 대낮에 길을 막고 강탈하냐?”그때 염구준이 수레에서 내리며 바닥에 있는 자갈들을 발로 차서 뿌렸다.파팟!자갈은 빠른 속도로 튕겨 달려오는 무리들에게 하나씩 명중했다.그리고 핏방울을 튕기며 전부 바닥에 쓰러트렸다.순식간에 발생하여 상대방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전멸한 것이다.그래도 산적들은 죽어 마땅했다.“어르신, 뭐 하세요? 갑시다.”염구준은 얼떨떨해 서 있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가는 길에 도운 것뿐이니 별일도 아니었다.“어, 그래.”그제야 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일어난 일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바로 그때 노인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조심해.”우두머리 산적이 죽지 않고 총을 들고 염구준을 향해 미친듯이 돌진하는 것이다.“개자식, 죽어라!”펑펑펑!산적은 방아쇠를 힘껏 당겨 총을 몇 발이나 쏘았다.노인은 너무 놀라 두 눈을 찔끔 감고 죽지 않기를 기도했다.그런데 모든 탄알을 사용했지만 염구준은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
“서커스단 일 때문이야?”손가을이 눈살을 찌푸렸다.청해에서 최고 여성 사업가 신분으로 며칠 전에 있었던 서커스단의 사건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맞아. 서커스단과 연관이 있어.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거야.”염구준이 인정했다.“그럼 빨리 다녀와. 난 희주를 지키면서 집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서운했지만 억지로 웃었다.남편이 하려는 일에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아내로서 가정과 손씨 그룹을 지켜서 남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지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말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가을아, 넌 정말 최고야.”염구준은 다가가 아내를 와락 끌어안았다.손가을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염구준은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다들 보고 있어. 집에 가서 안아줘.”손가을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가 보는데?”염구준이 뒤돌아보았더니 들어올 때 문을 닫지 않아서 직원들이 목을 길게 빼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다들 깨알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흠흠.”염구준이 헛기침을 하자 다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눈길을 돌려버렸다.문을 닫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았다.염구준은 아내를 풀어주고 또 구경하러 몰려들까 봐 사무실 문을 닫으러 갔다.손가을은 이어서 업무를 보고 염구준은 옆에서 가끔 서류를 건네며 퇴근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부부는 학교에 들러 딸을 데리고 밖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다.이튿날 아침, 염구준은 미리 아침밥을 준비해 놓고 귀울진으로 향했다.빨리 처리하고 일찍 돌아올 생각이었다.용하와 접한 국경 도로에 소 수레 한 대가 여유 있게 가고 있다.수레에 앉은 사람이 바로 염구준이었다.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어 도로는커녕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그는 안내원을 찾아 원시적인 교통 수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길에서 노인이 이곳의 풍습을 소개했다.하지만 진씨 가문을 들어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