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야, 내가 널 왜 여기로 데려왔는지 알아?”소채은이 갑자기 화초 한가운데로 가서 묻자, 윤구주가 고개를 저었다.“왜냐하면 여기는 내 비밀 정원이니까!”그녀는 자신이 직접 심은 화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거 알아? 여기는 우리 부모님도 모르는 곳이야! 어렸을 때부터 나는 억울하거나, 마음이 괴로우면 혼자 여기로 오곤 했었어. 그리고 지금까지 내 비밀 정원에 들어온 사람은 누구도 없었어, 구주 네가 처음이야!”그제야 윤구주는 이 작은 방을 빙 둘러보기 시작했다.“이 꽃 이름이 뭔지 알아?”소채은이 아름답고 고귀한 캐롤라인 장미꽃을 가리키며 말했다.이에 윤구주는 애써 모르는 척 고개를 저었다.“이 꽃은 캐롤라인 장미꽃이라고 해. 원산지는 프랑스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미꽃이지! 게다가 의미도 아주 좋아, 꽃에 자신이 제일 간절히 바라는 소원을 빌 수 있거든. 듣기로는 프랑스의 많은 왕족들이 이 장미를 매우 좋아했다 하더라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장미는 워낙 비싸고 희귀해서...”소채은은 캐롤라인 장미 꽃잎을 조심스럽게 만지면서 천천히 말했다.“자, 구주야, 나랑 얼른 무릎 꿇자!”“어? 무릎을 꿇으라고?”윤구주는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님과 스승님 외에, 그에게 무릎을 꿇으라는 요구를 받았다!“그래, 이리와, 나랑 무릎 꿇고 소원 빌자.”소채은이 다시 한번 거듭해 말했다.소원을 빌자는 말에 윤구주는 그제야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따라 함께 무릎을 꿇었다!캐롤라인 장미꽃을 앞에 두고 말이다!무릎을 꿇은 후, 소채은은 두 손을 모아 장미꽃에 대고 말했다.“구주야, 두 눈 꼭 감고 이 장미꽃에 소원을 빌면 네 마음속의 소망이 반드시 이루어질 거야.”말을 끝낸 후, 이 멍청한 계집애는 정말로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하늘이 보우하사, 저는 구주가 얼른 기억을 회복하기를 바랍니다. 그가 영원히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희망합니다! 또 그가 평생 근심 걱정 없이 자유로울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그녀의 소원
이른 아침.소채은은 얇은 허리선을 강조하도록 만든 세련된 검은색 정장을 입었다.검은 스타킹은 가늘고 긴 두 다리를 감쌌고, 게다가 완벽한 미모까지 더해 그녀는 단번에 도시적인 사람으로 변했다.“구주야, 나 회사 다녀올 테니까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인사를 건넨 뒤 소채은은 곧장 차를 몰아 SK제약으로 향했고, 그렇게 윤구주는 홀로 소씨 저택에 남게 되었다.그녀가 떠나는 것을 다 보고 나서야 윤구주는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갔다.그때, 뒤에서 누군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는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 보니, 소청하가 눈을 부릅뜨고 윤구주를 노려보고 있었다.“아버지가 자네를 좋아한다고 해서, 자네가 우리 집에서 거들먹거리며 살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말게. 그건 어림도 없어! 그리고 채은이, 정말 자네가 우리 딸이랑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내가 자네라면 더 창피해지기 전에 얼른 소씨 저택을 떠났을 거야!”소청하의 이런 태도에, 윤구주는 더 상대하기도 귀찮아 그만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어이, 지금 나 말하고 있는 거 안 보여? 이 자식이 귀가 먹었나, 거기 서지 못해!”윤구주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보고 소청하는 화가 나서 거의 벌떡 일어날 뻔했다.바로 그때, 천희수가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여보, 무슨 일이예요?”그러자 소청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울분을 토했다.“화가 나 죽겠어! 이거, 정말 화병이라도 걸릴 것 같군!” “누가 또 건드렸어요?”천희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누구겠어? 당연히 우리 집에 거저 사는 그놈이지!”“윤구주 군 말이에요?”“그래!”“나는 아무래도 여보가 조금 지나친 것 같아요. 그 아이가 여보한테 뭘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지난번 공장에서 그 아이가 우리를 도왔고...”그러나 소청하는 오히려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상관없어! 아무튼, 난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으니까! 퉤, 감히 내 사위가 되겠다고? 차라리 나를 때려죽이라 그래!”소청하는 윤구주가 떠난 방향을 향해
오후 무렵, 중형 트럭 한 대가 천천히 소씨 저택 대문에 들어섰다.그리고 트럭의 뒤편에는 캐롤라인 장미꽃이 한가득 실려 있었다.얼마 뒤 차가 도착한 후, 몇 명의 일꾼들이 차에서 뛰어내렸다.마침 그때, 소청하와 천희수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들은 눈부신 장미꽃을 가득 실은 트럭 한 대가 대문 앞에 정차해 있는 것을 보고 궁금해하기 시작했다.“이건 뭡니까?...”소청하는 트럭에서 막 뛰어내린 일꾼에게 물었다.“안녕하세요, 꽃 배달하러 왔습니다!”“꽃이요?”“네! 의뢰인의 요구로 저희가 아침 일찍 온 도시에 있는 캐롤라인 장미꽃을 전부 사들인 겁니다. 소채은 씨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요. 실례지만, 소채은 씨는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어? 채은이한테?’그 말에 소청하 부부는 완전히 어리둥절해졌다!게다가 그들은 소채은에게 주기 위해 온 도시의 캐롤라인 장미꽃을 사들였다는 일꾼의 말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온 도시의 장미꽃을 우리 딸한테요? 대체 누... 누가 보낸 겁니까?”천희수가 물었다.“DH 그룹이요. 혹시 모르십니까?”“DH 그룹이요?”이 네 글자가 귀에 전해지자, 부부는 그만 넋이 나가고 말았다. 이어서 소청하가 단번에 흥분하며 말했다.“맙소사! 또 DH 그룹의 주 회장님이시네! 게다가 온 도시의 장미꽃을 보냈다니? 이건... 이건 정말 클래스가 남다르잖아!”천희수도 덩달아 웃으며 기뻐했다.“봐요, 여보! 내 말이 맞죠? 그 주 회장님이 분명 우리 딸을 좋아하시는 거라니까요!”“확실해, 확실해!”그렇게 트럭을 한가득 채운 캐롤라인 장미꽃이 모두 소씨 저택으로 옮겨졌다.주세호가 보내온 이 장미꽃을 바라보며, 소청하 부부는 그야말로 얼굴에 즐거움이 피어났다. 그들은 모두 소채은이 주세호의 눈에 들었다고 생각했다!그때, 윤구주가 방에서 걸어 나왔다.일꾼들이 아름다운 캐롤라인 장미꽃을 들여오는 것을 보고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채은이도 이제 만족하겠지?’“따르릉!”윤구주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그 핸드폰
이윽고 윤구주의 머릿속에 손에 군도를 들고, 만천의 시체 앞에 서서, 자신을 위해 돌격 전진하는 부창용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윤구주의 가장 좋은 “형제” 중 한 사람이었다!또한 그는 예전 윤구주의 휘하에서 가장 맹렬했던 장군이었다!다만,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윤구주는 부창용을 서부전선 전장에 보냈다. 때문에 윤구주가 “순국”했을 때 부창용은 그의 곁에 없었다!자신이 그렇게도 아끼던 친한 형제, 부창용이 모레 열리는 연회에 참석할지 모른다는 소식에, 윤구주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부창용 장군이 온다니, 저도 한번 가보겠습니다!”“좋습니다! 그럼 모레 제가 저하를 모셔 올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윤구주는 더는 말하지 않고 이내 통화를 끊어버렸다.고개를 들어 먼 곳의 흐린 창공을 바라보자, 윤구주의 눈동자가 두 번 반짝였다.바로 그때였다.소청하 부부가 캐롤라인 장미꽃을 운반하는 일꾼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자, 이리로 천천히 오세요! 꽃들은 전부 이곳에 놓으면 됩니다!”“조심해요! 캐롤라인은 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란 말이에요, 천천히!”소청하는 앞에서 일꾼들을 안내하고 있었다.“아니, 그런데, 주 회장님은 어떻게 우리 채은이가 가장 좋아하는 게 캐롤라인 장미꽃이라는 걸 아셨대요?”소청하는 갑자기 궁금해했다.그러나 일꾼들은 꽃을 옮길 뿐이니 뭘 알겠는가?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곧이어 윤구주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그리고 그를 보자마자 소청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봐, 윤 씨, 두 눈 크게 뜨고 똑바로 좀 보지, 그래? DH 그룹 주 회장님께서 우리 채은이한테 또 캐롤라인 장미꽃을 선물하셨다고. 뭐가 낭만인지 조금 알겠어? 진짜 여자를 쫓아다닌다는 게 뭔지 알겠냐는 말이야.”하지만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웃으며 제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웃어? 정말 뻔뻔하군.”한바탕 욕설을 퍼부은 뒤, 소청하는 더 이상 윤구주를 신경 쓰지 않기도 했다.‘아버님... 혹시 주세호 씨가
“채은아, 우리 딸 돌아왔구나!”소청하 부부는 그녀가 돌아온 것을 보고 서둘러 맞이해주었다.“엄마, 아빠, 이 꽃들은 어떻게 된 거예요?”소채은은 의아한 표정으로 마당에 가득 찬 캐롤라인 장미꽃을 가리키며 물었다.“바보야, 이건 DH 그룹의 주 회장님이 너에게 주는 거야!”소청하가 웃으며 말했다.“네? 주 회장님이요?”소채은은 그만할 말을 잃었다.“그래! 채은아, 봐봐, DH 그룹의 주 회장님이 너에게 얼마나 잘해주시는지!”옆에 있던 천희수도 말을 거들었다.하지만 소채은은 마당을 가득 메운 캐롤라인 장미꽃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전혀 즐거워하지 않았다.‘DH 그룹이 나한테 장미꽃이 이렇게 많이 보냈다고? 미친 거 아니야?’“미치겠네, 정말! 주 회장님은 왜 이렇게 많은 꽃을 보낸 거야!”그녀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로 서 있자, 소청하가 서둘러 말했다.“바보야, 아직도 모르겠어?”“뭘요?”“주 회장님이 너를 좋아하시는 거잖아!”“네?! 풉!”너무 놀란 나머지 소채은은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아빠, 무슨 소리예요? 저는 주 회장님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저를 좋아할 수 있어요?”그러자 소청하가 빙긋 웃었다.“너는 못 봤겠지만, 주 회장님은 너를 봤을 수 있잖아! 게다가, 한 남자가 여자에게 장미꽃을 선물한다는 게 뭘 뜻하는지, 너도 알고 있지?”소채은은 온몸이 굳어졌다.‘그래, 장미꽃을 선물하는 건 연애할 때만 가능한 건데... 지금 주 회장님께서 무려 9만 9천 9999송이의 장미꽃을 선물했다는 거야? 설마... 진짜 나를 좋아하시는 건가?’“안돼! 그럴 리가 없어!”그녀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그게 왜 불가능해? 이 바보야, 생각 좀 해봐, 우리 소씨 가문이 기사회생하기 전까지 매번 넘었던 난관 중에, 주 회장님께서 안 도와주신 적이 언제가 있는지. 그런데도 아직 못 알아보겠어?”소청하가 다시 한번 말하자, 소채은은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그의 말대로, 그동안 DH 그룹이 줄곧 소채은
차갑게 이 말을 내뱉은 후, 소채은은 곧장 몸을 돌려 떠났다.“이 계집아, 거기 안 멈춰? 네가 우리 가문 가주가 됐다고, 내가 네 아빠인 게 변할 것 같아? 똑똑히 알려주마,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 한, 너는 절대 저 윤 씨 자식하고 같이 있을 수 없어!”그 뒤에도 소청하는 계속해서 폭언을 퍼부었으나, 소채은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방으로 돌아온 뒤.소채은은 집안 가득 펼쳐진 캐롤라인 장미꽃을 힐끗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비록 그녀가 이 장미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지만, 결국 다른 사람이 보낸 것이 아닌가.이윽고 그녀는 즉시 하인에게 시켜 방안에 원래 비치되어 있던 캐롤라인 장미꽃을 한 대야씩 밖으로 옮겼다.“아가씨, 이 꽃들 정말 다 필요 없으세요?”하인들은 이 아름다운 캐롤라인 장미꽃을 전부 밖으로 내본다는 말에 어리둥절해졌다.“네, 저는 필요 없습니다! 그러니 전부 밖으로 내가세요.”비록 이상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하인들도 더 감히 물어보지 못하고 옮기기 시작했다.바로 이때였다.하인들이 하나둘 장미꽃을 옮기는 것을 보고 윤구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방 안으로 걸어들어왔다.소채은도 때마침 윤구주를 보고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너 마침 잘 왔다! 이 꽃들 좀 같이 옮겨줘.”“어? 왜?”윤구주는 장미꽃을 버리겠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왜긴 왜야, 내가 이 꽃들을 싫어하니까 그런 거지.”소채은도 곁에서 직접 옮기며 대답했다.“하지만 너 캐롤라인 장미꽃을 제일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그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소채은이 이 장미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가 주세호에게 이 많은 양의 꽃을 보내라고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그녀가 지금 이 모든 걸 버리려 하고 있으니...“나 캐롤라인 장미꽃 좋아해! 하지만 싫어. 어중이떠중이들이 나한테 이런 걸 주는 게.”“어중이떠중이라니?”“헐! 윤구주, 너 진짜 바보야?”소채은이 갑자기 씩씩거리며 말했다.그녀가 갑자기 자신에게 짜증을 내자 윤구주는 얼
소채은은 자신을 홀로 서재에 가둔 뒤, 노트북을 들고 DH 그룹 및 주세호의 개인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얼마 안 지나, 그 모든 정보가 모니터 화면에 보이기 시작했다.“어? 50대였어? 이런 사람이 감히 나를 좋아한다고? 게다가 이 사람 딸도 있잖아... 아우, 끔찍해!”그녀는 자료에 실린 주세호의 사진과 여러 가지 정보를 보며 씩씩거렸다.“안돼! 왜 이런 늙은 색마가 나를 쫓는 거야? 보아하니 내가 직접 가서 똑똑히 말해야겠군!”소채은은 노트북을 덮고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를 썼다.“그리고 윤구주 그 자식! 다른 남자가 나를 쫓아다니는 걸 뻔히 알면서 화도 안 내고, 질투도 안 하고. 진짜 화나네!”소채은은 생각할 수록 화가 치밀어올랐다.이윽고 그녀는 곁에 있는 쿠션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그 쿠션이 윤구주의 얼굴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다음 날 역시 소채은 윤구주를 상대하지 않았다.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것이다.그 모습에 윤구주는 당연히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자신은 좋은 마음으로 그녀에게 선물한 것인데, 그녀는 주세호의 “구애”로 오해했으니 말이다.이른 아침, 소청하는 소채은을 찾아갔다.그러자 그녀는 소청하가 또 윤구주의 일에 관해 얘기하는 줄 알고,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채은아, 아직도 어제 일로 화가 난 거야?”소채은이 여전히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소청하가 물었다.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됐어, 이 못된 계집애야! 아빠가 틀렸다. 다시는 네 앞에서 윤 씨 자식 말을 하지 않으마.”소청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소채은도 그제야 조금 누그러진 것 같았다.“그런데 무슨 일로 이렇게 일찍 찾아오신 거예요?”그러자 그가 웃으며 연회 초대장 한 장을 꺼냈다.“자, 조금 전 강성상회에서 보낸 초대장이다!”“초대장이요?'소채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청하를 쳐다보았다.“그래, 방금 강성상회 사람들이 말하기를, 내일 강변에서 연회가 열린다더구나. 참석자들은 모두 우리 강성
“바보야, 거기를 왜 안가? 너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그 연회 초대장을 갖고 싶어 하는지 알아? 네가 왜 안가!”그러자 소채은이 다시 한번 강하게 말했다.“저는 주 회장님과 만나고 싶지 않아요.”“그러니까 왜? 주 회장님께서 얼마나 잘해주시는데, 그분이 아니었으면 네가 SK제약을 인수 하기나 했을 것 같아? 게다가 회장님이 우리 소씨 가문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하셨는데, 네가 당연히 감사를 표해야지, 안 그래?”하지만 소채은은 계속해서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정말 만나기 싫은데 그렇다고 아빠 말씀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야. 내가 지금 소씨 저택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것을 포함해 이 모두가 다 DH 그룹 덕분이니까. 하지만... 정말 나는 주 회장님과 맞지 않는다고!’그렇게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알겠어요, 아빠가 이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참석해야죠. 그 주 회장님도 직접 만나봐야겠어요!”“정말이냐?!”소채은이 동의하자, 그는 감격에 겨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네!”“그래, 그래! 좋지! 그럼 어서 빨리 준비하도록 해. 가서 피부관리, 미용, 예쁜 이브닝드레스도 사야지!”소채은은 어이가 없었다.그녀도 당연히 소청하의 알량한 그 속셈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속으로 몇 마디 대꾸한 다음 곧바로 자리를 떴다.그렇게 소채은은 종일 방에서 SK제약의 일로 바삐 보냈다.피부 미용이나 이브닝드레스를 준비하러 갈 마음은 전혀 없었다.그런데도 소청하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 바로 주세호를 직접 만나러 가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반드시 그에게 자신은 남자친구가 있는 몸이라고 분명히 말해야 했다. 그래야 주세호가 그녀를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다음 날이 되어서도 소채은은 윤구주를 일부러 무시했다.화가 났다.그녀가 보기에 윤구주는 이미 자신의 남자친구였다.때문에 다른 남자가 꽃 선물을 했는데도 화를 내지 않는 그의 모습에 화가 안 날 수 있겠는가?그렇게 시간은 1분 1초 째깍째깍 흘러갔다.강성의 연회는 저녁 8시에 시작될 예
흑여산맥, 화진 병영.다무는 윤구주에게 임명받아 진정한 구주군의 멤버가 된 뒤로는 자긍심을 느꼈다.비록 그는 나이도 많고 다리도 불편했지만 다시금 화진의 군복을 입게 되자 70을 앞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풍당당했다.주변에 있던 국경수비대 병사들은 이미 모두 윤구주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그들은 흥분되기도 하고 또 두렵기도 했다.한때 화진의 왕이었던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이 흥분되었고, 군법을 엄격히 지키지 않은 나태한 태도 때문에 벌을 받게 될까 봐 두려웠다.“아저씨, 혹시 우리 구주왕이랑 아주 친한 사이인가요?”이때 국경수비대 병사 몇 명이 다무의 곁으로 다가갔다.다무는 그 말을 듣더니 자랑스럽게 말했다.“당연하지. 우리 저하는 이 늙은이를 구해준 적이 있다고!”“정말 대단하시네요! 아저씨, 만약 저하께서 저희를 벌하겠다고 하시면 꼭 저희 대신 말 좀 해주세요!”국경수비대 병사 몇 명이 다무에게 말했다.다무는 웃으며 대꾸했다.“걱정하지 마! 법을 잘 준수하며 우리 화진의 국경을 지킨다면 저하께서는 절대 너희를 벌하지 않을 테니까!”“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목숨 걸고 화진의 영토를 지킬 거예요!”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군용차량 한 대가 그들 쪽으로 달려왔다.군용차량이 멈춰서자 군복을 입은 유기철이 차에서 내렸다.“지휘관님께서 돌아오셨어!”“지휘관님을 뵙습니다.”근처에 있던 병사들은 유기철을 보더니 곧바로 경례를 했다.유기철은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저하께서 잡으라고 했던 놈들은 전부 잡은 거야?”“지휘관님, 전부 잡았습니다. 그들 모두 지금 구금실에 구금되어 있습니다.”“좋아! 빌어먹을 배신자들, 저하께서 돌아오시면 그놈들 목을 전부 베어버려야지!”다무는 이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지휘관님, 저하는요?”다무가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바로 윤구주였다.유기철과 윤구주는 함께 떠났는데 유기철만 돌아왔기에 다무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유기철은 웃는 얼굴로 설국 방향을 바라보며 자랑스럽게 말
남은 네 명의 신전 제사장이 입을 떼자마자 금빛 용이 그들을 향해 달려들며 그중 한 명을 삼켜버렸다.나머지 세 제사장은 술법을 이용하여 반격할 생각이었지만 그들의 공격은 금빛 용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결국 금빛 용은 모든 제사장을 집어삼켰다.“안 돼! 안 돼! 안 된다고!”설국 군신인 세나미는 윤구주가 자신의 정예군들을 모조리 죽이자 피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악마 같은 놈! 가만두지 않겠어!”용기를 낸 세나미는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 내서 바닥에 떨어진 두 검을 들고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다.그런데 윤구주의 곁에 도착하자마자 윤구주가 손을 휘저었고 그 순간 세나미는 충격 때문에 멀리 날아갔다.세나미는 헐떡이면서도 다시 일어나려고 했다. 그녀는 계속 싸울 생각이었다.그러나 윤구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날 건드리지 마. 내가 오늘 널 살려준 이유는 네가 그 유목민들을 풀어줬기 때문이니까. 난 6년 전 이미 얘기했어. 만약 설국인들이 감히 또 한 번 우리 화진의 땅을 밟는다면 설국을 없애버릴 거라고. 그런데 설국은 우리 화진의 세가들과 작당하여 화진의 무학을 훔쳐 배웠고 심지어 화진의 영토까지 침략하려고 했어. 네가 말해 봐. 설국인들은 죽어 마땅하지 않아?”칼과 같은 날카로운 말들이 세나미의 귓가를 파고들었다.세나미는 몸을 벌벌 떨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오늘 내가 널 살려줬으니 운이 좋은 줄 알아. 하지만 지금부터 넌 내 노예가 되어야 해.”노예라는 말에 세나미는 넋이 나갔다.그녀는 설국의 군신이며 세나스의 딸이었고, 동시에 설국 광명 신전 대신관의 수제자이자 현임 설국 국주의 약혼녀로 곧 설국의 여황후가 될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윤구주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니?세나미는 뭔가 더 말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윤구주가 허공에 대고 손을 움켜쥐자 보이지 않는 힘이 세나미를 속박했고 결국 세나미는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세나미는 그러한 상황에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이거 놔! 마귀 같은 놈! 이거 놓으라고...
“불사조!”설국 제사장들은 세나미가 시전한 불사조를 본 순간 전부 흥분해서 소리쳤다.“이건 우리 광명 신전의 금기 비술인데 세나미 아가씨가 이렇게 젊은 나이에 배웠을 줄이야!”다룬 제사장은 가장 먼저 흥분해서 외쳤다.“맞아요. 소문에 따르면 우리 대신관님은 과거 이 열반술로 강과 바다를 불태웠다고 해요. 우리 신전의 최고 기술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그걸 이미 세나미 아가씨께 전수해 줬네요! 저 빌어먹을 화진 놈은 틀림없이 패배할 거예요!”다들 흥분한 와중에 세나미는 거대한 불사조를 조종하여 윤구주를 공격하게 했다.자신을 향해 매섭게 돌진하는 불사조를 본 윤구주는 갑자기 고개를 홱 들어 올리면서 차갑게 코웃음 쳤다.“나랑 놀고 싶은 모양인데, 그러면 이 몸이 실컷 놀아주겠어! 용이여, 나오거라!”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고대 용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울려 퍼졌다.그 울음소리는 귀청을 사정없이 때리면서 멀리 퍼져 나갔고 설국 병사들은 전부 충격에 빠졌다.바로 그 순간, 금빛의 거대한 용의 허상이 갑자기 윤구주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용이다!”“세상에, 저거 용이야?”설국의 한 제사장이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정말 용이야!”다룬 제사장도 넋이 나갔다.금빛 용은 하늘로 올라가서 세나미의 불사조와 대립했다.윤구주의 금빛 용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울음을 토하며 세나미의 불사조를 향해 날아갔다.불사조는 투지가 가득해 보였다. 금빛 용이 달려들자 불사조는 길게 울면서 두 개의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엄청난 불길로 금빛 용을 속박하려고 했다.그러나 금빛 용은 불사조의 공격에도 꿈쩍하지 않았다.금빛 용이 거대한 꼬리를 말자 돌풍 같은 충격파가 불꽃들을 걷어냈다. 그런 뒤 용은 불사조의 날개를 물었다.깍!용에게 물린 불사조는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뒤로 물러나려는데 금빛 용의 거대한 몸이 불사조의 몸과 한데 얽혔다.용과 봉황이 하늘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그 광경에 아래쪽에 있던 설국의 광전사들과 제사장들은 전부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그러나 왠지 모르게 다들 바짝 긴장해서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했다.세나미는 설국의 군신으로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무적이었다.그러나 오늘 윤구주 같은 악마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손을 쓰려고 했다.그녀가 들고 있던 두 장검에 현기가 주입되었고 장검은 점점 더 놀라운 불꽃을 뿜어댔다.세나미가 몸을 움직임과 동시에 두 검에서 적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세나미는 검망을 교차시키더니 버럭 외쳤다.“베어라!”무시무시한 불꽃이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지만 윤구주는 꼼짝하지 않았다.그는 심지어 왼손을 등 뒤로 가져갔고 오른손으로는 일그러진 천지 원기를 순식간에 한데 모아서 흰색의 지현을 만들어냈다.지현이 세나미의 검망에 닿는 순간 굉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천지의 원기가 세나미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첫 번째 공격.”윤구주는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주변에 있던 설국 전사들과 제사장들은 윤구주가 정말로 두 발을 움직이지 않고 세나미의 공격을 받아내자 전부 깜짝 놀라서 새된 소리를 질렀다.“괴물이야!”“젠장, 저놈은 괴물이 틀림없어!”“두 발을 움직이지도 않고 세나미 아가씨의 공격을 받아냈어!”세나미는 첫 번째 공격이 먹히지 않자 갑자기 길게 소리를 지르면서 모든 힘을 두 검에 주입했다.이 순간 그녀의 몸은 두 검과 한 몸이 되었다.검망이 다시 한번 하늘에서 내려왔다.이번 공격은 첫 번째 공격보다 훨씬 더 강해 보였다.난폭한 검의 기운이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고 윤구주는 구양진기를 이용하여 구양진기가 나타나는 순간 거대한 보호막을 만들어 몸을 감쌌다.쿵!세나미의 두 검이 윤구주의 금빛 보호막에 닿았다. 순간 무시무시한 검망이 주변 눈꽃들을 휘날리게 했고 대지도 심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윤구주는 여전히 두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두 번째 공격.”윤구주가 두 번째 공격이라고 하자 설국인들은 모두 겁에 질렸다.세 번째 공격까지 실패한다면 그들은 죽게 될 것
“방금 뭐라고 했어?”세나미는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네가 무고한 유목민들을 풀어주는 걸 보지 못했더라면 난 일찌감치 너희를 전부 다 죽였을 거야.”윤구주가 다시 말했다.세나미는 그 말을 듣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설마... 두 시간 전쯤 우리 주변에 있던 게 당신이었나?”윤구주는 호탕하게 웃었다.“드디어 조금 똑똑해졌네.”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설국인들 모두 넋이 나갔다.예전에 세나미의 북극 늑대가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을 때 설국 제사장과 광전사들은 세나미가 너무 의심 많은 성격이라 근처에 적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라고 여겼다.그러나 윤구주가 그들의 앞에서 그 얘기를 언급하자 다들 깜짝 놀랐다.“이... 이럴 수가... 우리는 무려 80여 킬로미터의 길을 걸었는데, 어떻게 당시에 근처에 있었다는 거지?”한 제사장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벌레만도 못한 놈들, 내가 원한다면 아무리 먼 곳에 있는 것도 난 다 볼 수 있어!”설국인들은 윤구주의 신념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지 못했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제사장들은 다시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세나미가 갑자기 말했다.“설마 전설 속 유체 이탈의 경지에 오른 건가?”“유체 이탈이요?”제사장은 세나미를 바라보았다.“맞아. 우리 선생님께서는 능력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유체 이탈이 가능해서 백 리 밖으로도 갈 수 있다고 하셨어.”세나미는 중얼거리며 말했다.그녀가 선생님을 언급하자 그 자리에 있던 제사장들은 모두 흠칫했다.세나미의 선생님이 설국 광명 신전의 제1 대신관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젠장, 저 자식 정말로 화진의 절정 강자인가 보네요!”다룬 제사장이 소리쳤다.절정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드리워졌다.그러나 윤구주는 오히려 웃었다.“설국 놈들 정말 너무 약하네. 절정 따위는 내게 아무것도 아니야.”윤구주의 말을 들은 설국인들은 전부 분노
“다들 물러나. 당신들은 이 화진 사람의 상대가 되지 않아.”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는 검을 뽑은 뒤 호통을 쳤고, 남아있는 광전사들과 제사장들은 세나미의 말을 듣고 뒤로 물러났다.세나미는 검을 꼭 쥐고 싸늘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오늘 당신의 상대는 나야.”세나미가 말을 마치자마자 두 장검에서 갑자기 기묘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한눈에 봐도 평범한 물건은 아니었다.설국 군신인 세나미의 두 검이 반짝이는 순간, 그녀의 몸에서 절정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윤구주는 덤덤한 눈길로 세나미를 바라보더니 차갑게 웃었다.“겨우 네가?”세나미는 윤구주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걸 알고는 코웃음을 쳤다.곧이어 은색 갑옷을 입은 설국 군신 세나미는 훌쩍 뛰어올랐고 동시에 그녀가 쥐고 있던 두 장검에서 무시무시한 불꽃이 눈부시게 뿜어져 나왔다.“염도결!”세나미가 외치자 두 검에서 일그러진 화염이 순식간에 길게 뿜어져 나왔다.검은 섬뜩하게 빛나면서 뜨거운 화염과 함께 윤구주를 베려고 했다.역시나 설국의 군신다웠다.그녀의 공격은 화진의 절정 삼중천의 강자와 맞먹을 정도였다.특히 그녀가 들고 있는 핏빛의 검은 보기 드문 보물이었다.핏빛의 검이 뜨거운 화염과 함께 허공에서 내려와 윤구주를 공격하려고 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녀가 안중에도 없었다.비록 세나미의 실력은 절정 삼중천과 엇비슷한 정도였지만 사상이나 오악, 육도 수준의 절정 강자도 윤구주 앞에서는 맥을 못 췄으니 세나미는 말할 것도 없었다.검이 날아오는데도 윤구주는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살짝 튕겼고 쿵 소리와 함께 금색 빛줄기 두 개가 세나미의 장검을 공격하며 쾅쾅 소리를 냈다.세나미는 윤구주의 공격에 충격을 받고 허공에서 날아갔다.그렇게 수십 미터쯤 물러나서야 그녀는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착지할 수 있었다.지면이 쩌적 소리를 내면서 갈라졌다.검을 쥔 세나미의 두 손이 떨리고 있었다. 뼈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손목에서 전해졌고, 정령 같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
윤구주가 단칼에 수많은 광전사들을 죽이자 다룬 제사장뿐만 아니라 세나미 역시 표정이 어두워졌다.윤구주가 이렇게 강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다들 조심해! 이 건방진 놈은 신급 경지인 것 같아!”다룬 제사장이 외쳤다.신급 경지라는 말에 광전사들은 더는 방심할 수 없었다.그들은 곧바로 입으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주문을 읊자 그들의 피부에서 빛이 나면서 곧 동공에서 야수와도 같은 난폭함이 날뛰기 시작했다.그것은 설국의 유명한 수화술이었다.수화라는 것은 광전사들로 하여금 야수처럼 변하게 하는 술법이었다. 그들은 수화를 통해 야수와도 같은 힘과 속도를 가지게 되고 공격력도 한 배 더 증가하게 된다.“죽이자!”수화를 한 광전사들은 다시금 윤구주를 향해 덤벼들었다.그러나 그들이 어떻게 윤구주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윤구주는 또 한 번 손가락으로 검을 만들었고 무시무시한 검기가 다시 한번 광전사들을 공격했다. 그가 매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여러 명의 광전사들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처절한 비명과 앓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윤구주는 자신에게 덤비는 자들을 모두 죽였다.설국 병사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연민이 전혀 없었다.그들이 먼저 죽음을 자초했기 때문이다.감히 화진의 영토를 침범하다니?게다가 화진의 백성들을 괴롭히다니?그런 자들이 죽지 않으면 누가 죽어야 한단 말인가?잠시 뒤 백여 명의 설국 광전사들이 윤구주의 검에 목숨을 잃었다.새하얗던 눈밭은 이미 핏빛으로 물들었고 시체는 산더미처럼 쌓였다.“젠장! 저 화진 놈 너무 강해요! 우리가 같이 덤벼야 해요!”다룬 제사장이 입을 열었고 다른 네 명의 제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갑시다!”다섯 명은 빠르게 움직여 전투에 참여했다.설국 제사장은 화진의 술법 수련자들과 비슷했다.그들은 술법을 수련하여 여러 가지 신통한 술법을 부렸다.다섯 명의 제사장은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들었다. 순간 쿵 소리와 함께 잿빛 하늘에 검은 소용돌이가 생겼다.소용돌이가 생기자 다룬 제사장이
‘뭐라고? 4,000여 명의 설국 전사들을 죽였다고?’윤구주의 말을 들은 순간 다룬 제사장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물었다.“설마... 네가 우리 설국의 진영 다섯 개를 전부 파괴했다는 거야?”“그래!”윤구주는 패기 넘치게 인정했다.“그... 그... 그게 가능해? 어떻게 혼자서 우리의 수많은 설국 정예군들을 죽일 수 있지?”다룬 제사장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말했다.“흥, 벌레만도 못한 설국. 당시 낭파산 전투에서 설국의 백만 정예군이 우리 화진 병사들의 손에 죽었다. 그러니 겨우 4,000명은 아무것도 아니지.”윤구주의 말에 검은색 망토를 입은 다룬 제사장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수염까지 덜덜 떨렸다.“이 건방진 놈! 감히 우리 설국 땅에서 이토록 횡포를 부리다니, 죽고 싶은가 보구나!”6년 전의 낭파산 전투는 설국의 가장 큰 치욕이었다.특히 당시 윤구주는 혼자서 검 하나를 들고 설국 수도까지 쳐들어와 설국의 문무백관들 앞에서 전임 설국 국주를 단칼에 죽였었다.마지막에 국제중재 센터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설국이 토지를 할양하고 배상금을 내지 않았더라면 설국은 아마 6년 전 멸망했을 것이다.그런데 윤구주가 그러한 과거를 언급했으니 설국 제사장인 다룬은 당연히 참을 수가 없었다.다룬 제사장이 윤구주를 공격하려는데 붉은색 머리카락에 정교한 갑옷을 입은 세나미가 결국 나섰다.“다룬 제사장, 물러나!”다룬 제사장은 내키지 않는 얼굴로 윤구주를 힐끗 바라보더니 소매를 휘날리면서 뒤로 물러났다.다룬 제사장이 물러나자 세나미는 그제야 파란 눈동자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묻지. 당신은 대체 누구지? 무엇 때문에 우리 설국 병영에 쳐들어와서 우리 병사들을 죽인 거야?”“그들 모두 죽어 마땅한 놈들이니까!”윤구주는 당당하게 대꾸했다.“빌어먹을! 내가 당신을 죽이지 못할 거로 생각하는 거야?”세나미도 윤구주가 너무 건방지다고 생각했다.“세나미 아가씨, 저 화진의 건방진 놈을 죽입시다!”“맞아요, 세나미 아가씨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명령을 내릴 때, 설산 꼭대기에 가부좌를 틀고 있던 윤구주는 천천히 두 눈을 떴다.“드디어 왔네.”그는 그렇게 말한 뒤 갑자기 합장을 했고, 반경 백여 리의 천지 원기가 모두 그의 몸에 흡수되었다.천지 원기를 모두 흡수한 뒤 윤구주는 그 자리에서 쿵 일어났다.“저것 봐요! 저 자식이 일어났어요! 우리를 발견한 걸까요?”“제기랄, 당장 잡아야 해요! 도망치게 놔두면 안 돼요!”산 아래, 세나미가 이끌고 온 광전사 부대는 윤구주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그가 도망칠 거라고 예상했다.그러나 그들이 말을 마치자마자 윤구주는 빠르게 움직여서 높은 설산 위에서 내려와 바닥에 착지했다.쿵!그의 두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대지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다.그 광경에 설국의 광전사들 모두 충격에 빠졌다.그들은 오랫동안 전쟁터를 누볐고 또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는 광전사였지만, 윤구주가 높은 설산 위에서 그대로 뛰어내려서 그들 앞에 착지하는 순간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윤구주의 잘생긴 얼굴이 그들 앞에 나타났을 때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의 싸늘한 시선이 그에게 닿았다.세나미의 뒤에 있던 북극 늑대는 으르렁대면서 발톱으로 바닥을 긁었다.마치 언제든 윤구주를 공격할 듯이 말이다.“드디어 왔네.”윤구주는 천천히 말하더니 시선을 들며 번뜩이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윤구주가 그렇게 얘기하자 설국의 광전사들은 또 한 번 당황했다.“말투를 들어보니 화진 사람이에요!”“빌어먹을, 화진 사람이 왜 우리 설국 영지에 나타난 걸까요? 게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광전사들이 하나같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가 드디어 앞으로 나섰다.“당신은 누구야? 왜 우리 설국 진영에 멋대로 쳐들어온 거지?”세나미의 질문을 들은 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설국 만이족들은 내 신분을 알 필요가 없어.”설국 만이족이라니!윤구주의 말을 들은 광전사들은 그 순간 모두 분노했다.추운 지역인 설국은 줄곧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