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웅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저하, 그놈은 저하를 모욕했습니다! 저는 그걸 참을 수 없고요!”윤구주는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참을 수 없어도 참아. 혹시라도 나 몰래 암부원들을 끌어들였다가는 가만두지 않을 거다, 알았어?”“저하, 저는...!”정태웅이 뭐라 대꾸하려고 하자 윤구주는 미소를 지우고 그를 차갑게 노려보았다.“내 말이 우스운가 보지?”진심으로 화를 내는 모습에 정태웅은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아닙니다! 저하 명에 따르겠습니다!”윤구주는 그제야 얼굴을 풀고 다시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왔다.“탁천수가 수배령을 내렸으니 지금쯤 세계적인 킬러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이쪽으로 오고 있겠네?”“네, 맞습니다. 탁천수 그놈이 의뢰를 내린 순간부터 지금까지 저희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총 48명의 킬러가 화진 땅을 밟았다고 합니다. 다크 사이트 하이 랭킹 킬러들 중에서도 4, 5명이 의뢰를 받았고요. 그리고 랭킹 1위의 부성국 오니 사무라이도 왔다고 합니다.”그 말에 윤구주는 소리 내어 웃었다.“좋아, 아주 좋아.”“지금부터 명령을 내리겠다. 국경 쪽을 지키는 암부원들의 경비를 해제하고 모두 이만 들어오라고 해.”정태웅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싶어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그러면 그 빌어먹을 킬러들이 대거로 들어올 거 아닙니까. 저희가 해야 할 일은 킬러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더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제거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윤구주는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귀찮게 뭐하러. 그냥 다 들어오라고 해. 내가 한꺼번에 처리할 테니까.”“아... 그러면 저하의 말씀은 혼자서 그 많은 킬러들을 다 처리하시겠다는 겁니까?”“정확히 알아들었네.”정태웅은 그제야 그의 뜻을 깨닫고 하하 웃었다.“역시 저하십니다. 그놈들이 이곳으로 와 표적이 저하라는 걸 알고 난 뒤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 기대가 되네요. 하하하.”정태웅은 신나는 얼굴로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지금 당장 저하의 명령을 전달하겠습니다.”윤구주는
백경재는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화를 가라앉히고 방법을 바꿔 동산을 도발하기 시작했다.시괴 동산은 본디 감정이 없어 이러한 도발에 넘어가는 일 따위 없어야겠지만 오늘은 어쩐 일인지 계속되는 백경재의 도발에 눈빛이 변하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괴성을 질러댔다.그러고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그러자 그를 포박하고 있던 쇠사슬들이 하나둘 끊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하나 남은 사슬마저 끊기고 동산은 자유로운 한 마리의 호랑이처럼 백경재에게 달려들었다.백경재는 그 모습에 두려움이 엄습해 뒤로 물러서며 서둘러 음귀술법을 시전했다. 그러자 수많은 그림자가 몰려와 동산의 몸에 달라붙었다. 하지만 시괴인 그에게 백경재의 술법은 통하지 않았다.시괴 동산이 손을 확 뻗어 날카로운 손톱을 그대로 찔러넣으려는 듯 백경재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백경재는 완전히 얼어버렸고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가 달려드는 것을 그대로 바라만 보았다.일촉즉발의 순간, 갑자기 흰색 옷을 입은 소년이 다가와 오른손을 공중에서 휘저었다. 그러자 검기들이 일제히 동산을 향해 날아갔다.펑!시괴 동산은 검기의 위력에 수십 미터 밖으로 나가떨어져 버렸다.동산은 승부욕이 단단히 자극당한 듯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흰색 옷의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다시 괴성을 질렀다.그리고 이번에는 백경재가 아닌 흰색 옷의 소년에게로 달려들었다.그때, 그를 제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동산, 멈춰!”그 소리에 동산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자리에 멈춰 섰다.목소리의 주인은 윤구주였다.“너는 꼬맹이 못 이겨. 얘가 정말 널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면 아까의 일격으로 너는 이미 죽어있었을 거야.”윤구주의 말에 시괴 동산은 알아들은 것인지 살기를 거두어들이고 묵묵히 뒤로 물러섰다.“저하,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윤구주를 발견한 백경재가 헐레벌떡 달려왔다.윤구주는 뒷마당을 쭉 훑어보며 답했다.“대련한다 해서 구경하러 왔어.”백경재는 그 말에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제가
윤구주가 남궁서준에게 한창 검술을 알려주던 그때 백화궁 안에 있는 정태웅은 심심해 미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는 백화궁의 여자들에게 들이대는 것 외에 다른 취미는 없는 듯했다.지금도 막 점심 식사를 마친 그는 그새를 못 참고 인해민을 만나러 왔다.그는 인해민이 자신이 그토록 그리던 이상형이라고 했다.인해민은 유독 몸매가 예뻤다. 특히 가슴이 풍만해 옷을 입으면 시선이 그쪽으로밖에 가지 않을 정도였다.정태웅은 다른 사람의 아내를 좋아하는 특이 취향으로 그중에서도 가슴이 큰 여자들을 좋아했다.“해민 씨, 나 해민 씨한테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그러니까 나 책임져요.”정태웅은 인해민을 보자마자 느끼한 멘트부터 날렸다.딱 달라붙는 짧은 스커트를 입은 인해민은 그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미안한데 저는 젊고 잘생긴 남자가 좋아요. 그래서 책임은 못 지겠네요.”“에이, 나는 해민 씨가 그런 외적인 것에 환장하는 여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요. 그리고 남자 얼굴 잘생긴 거? 얼마 못 가요. 남자는 능력이죠. 나 좀 봐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능력 있는 남자라는 게 딱 보이잖아요.”“그래요? 그러면 정태웅 씨가 어떤 능력이 있는지 얘기 좀 해줄래요?”인해민은 그의 말장난에 어울려주었다.“그럼 지금 당장 나와 함께 침대로 갑시다. 내가 침대 위에서는 지칠 줄 모르는 남자거든요. 오늘 해민 씨한테 정력남이 뭔지 똑똑히 보여줄게요.”정태웅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은근슬쩍 가까이 다가왔다.이에 인해민이 뭐라 한마디 하려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멈춰, 더 가까이 다가가면 가만 안 둘 거야.”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던 건지 안쪽에서 연규비가 걸어 나왔다.인해민은 그녀를 보더니 활짝 웃었다.“궁주님!”연규비는 인해민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저놈이 또 널 희롱하면서 귀찮게 했어?”인해민은 정태웅을 힐끔 보고는 씩 웃으며 말했다.“그런 거 아니에요. 건전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어요.”“건전한 얘기라고?”“네, 맞아요. 궁주님은
“참, 은설아 씨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정태웅은 뭔가 떠오른 듯 연규비에게 물었다.“설아 씨는 지금 채은 씨랑 함께 있어.”“그래요? 은설아 씨가 형수님이랑 사이가 좋은가 보네요?”“그래. 채은 씨는 원래부터 설아 씨의 팬이었고 두 사람 모두 아직 젊으니 수다만 떨어도 하루가 다 갈 거야.”연규비는 엄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오호라, 그러면 은설아 씨가 우리 저하의 후궁으로 들어오는 것도 문제가 없겠는데요?”정태웅은 음흉한 얼굴로 키득거렸다.“후궁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연규비는 미소를 지우고 눈살을 찌푸렸다.“우리 저하 후궁이요. 생각해보십시오. 우리 저하 얼마나 멋있습니까, 게다가 능력도 출중하시고요. 그런데 그런 완벽한 남자를 오직 형수님만 독차지하는 건 좀 아깝지 않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우리 저하 정도의 남자라면 곁에 미인들을 몇 명 더 두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은설아 씨 정도면 후궁 중 한 명으로 아주 훌륭하죠.”정태웅은 배시시 웃으며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았다.“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그 은설아 씨말입니다. 꽤 오래전부터 우리 저하를 좋아했더라고요. 그저 아직 자신이 좋아하는 구주왕이 저하라는 걸 모르고 있을 뿐이죠.”연규비는 그의 말을 다 듣고는 화부터 냈다.“이게 어디서 헛소리야?”“헛소리라뇨. 제가 한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은설아 씨는 대학교 다닐 때부터 쭉 우리 저하를 좋아해 왔다고요.”연규비는 기가 막힌 소리에 이마를 짚었다.“그래, 설아 씨가 구주를 좋아한다고 하자. 그렇다 해도 후궁은 절대 안 될 말이야. 너는 구주가 바람이나 필 놈으로 보여?”“혹시 지금 질투하시는 겁니까?”정태웅은 연규비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질투는 무슨! 이게 진짜 아까부터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막 해대지? 너 이리와.”연규비는 화를 내며 한 대 치려는 듯 소매를 걷어 올렸다.하지만 사실 그녀는 정태웅의 말대로 질투하고 있었다.“어어? 반응을 보니 정말 질투가 맞는 것 같은데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러지.”어르신은 짧은 한마디를 내뱉고는 곧장 사람들을 이끌고 백화궁 안을 향해 걸어갔다.하지만 문 앞에 도착하기 전, 이들을 발견한 몇 명의 여자 경비원들이 빠르게 다가와 앞을 막아섰다.“백화궁은 현재 영업시간이 아니라서요, 저녁에 다시 찾아와 주시죠.”이들은 아직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남궁 세가 사람들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그저 대낮부터 유흥을 즐기러 온 손님들인 줄로만 알았다.“쯧, 별것이 다 길을 막아서는군. 비켜.”노인 중 한 명이 호통을 치며 허공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어마어마한 기류가 농축된 채로 폭발해버렸고 그 여파로 앞을 가로막던 네 명의 경비원들이 한방에 나가 떨어져 버렸다.가로막는 이들을 빠르게 처리한 남궁 세가 사람들은 위풍당당하게 백화궁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한편, 연규비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정태웅을 쫓고 있었다.그때 새하얗게 질린 얼굴의 여자들이 달려와 그녀를 불렀다.“궁주님!”“궁주님!”다급한 부름에 연규비는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무슨 일이야?”제일 빨리 달려온 여자아이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궁주님, 지금 누군가가 저희 백화궁으로 쳐들어왔어요. 20명이 넘는 언니들을 전부 다 쓰러트렸고요!”“뭐라고?”그 말에 연규비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이곳 백화궁은 그녀가 주인으로 있는 곳인데 대체 누가 겁도 없이 쳐들어와서 행패를 부리는 거지?“대체 어떤 자식들이야? 감히 여자한테 상처를 내? 지금 당장 안내하세요. 내가 아주 본때를 보여줄 테니까!”옆에서 듣고 있던 정태웅은 화를 내며 연규비와 함께 앞으로 달려갔다.백화궁 대전 안.30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여자들이 상처를 입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그리고 인해민을 선두로 한 나머지 10명은 계속해서 전투를 이어나갔다.인해민은 손에 든 채찍을 휘두르며 남궁 세가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당신들은 대체 누구지? 백화궁에 쳐들어온 목적이 뭔지 말해!”남궁 세가 쪽에서는 아까 장로라 불리던 노인 한
“죽고 싶나 보군.”구씨 성 노인의 모욕적인 발언에 연규비가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하지만 그녀가 직접 나서려던 그때 갑자기 정태웅이 끼어들었다.“저한테 맡기세요. 저 노인네 제가 대신 죽이고 오겠습니다.”그는 말을 마친 뒤 앞으로 다가가 구씨 성 노인을 빤히 바라보았다.“노인네가 할 짓이 어지간히도 없나 보지? 대낮부터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야? 이런 짓을 저질렀으니 죽을 각오는 됐겠지?”정태웅은 금방이라도 공격하려는 듯 몸을 풀었다.구씨 성의 장로 역시 불같은 성격이라 정태웅이 다가오는 걸 보더니 금세 자세를 고치고 서서히 기운을 뿜어냈다.그때 남궁 세가 사람들 쪽에서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구씨, 이만 물러서게!”그 말에 구씨 성의 장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는 어르신과 눈이 마주쳐버렸다.“어르신, 하지만 이놈을...”“물러서라는 말이 들리지 않는가!”여기서 더 말을 했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기에 구씨 성의 장로는 기를 거두어들이고 뒤로 물러섰다.“남궁 세가의 늙은이 남궁원, 지휘사 님을 뵙습니다. 그간 무탈하셨는지요.”자신을 남궁원이라 소개한 이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정태웅이 지휘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한편 남궁원이라는 이름을 들은 정태웅은 노인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남궁원이라면 그 넷째 대장로?”남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네, 맞습니다.”“하, 당신들 남궁 세가 사람들이었어?”정태웅은 이제야 기억난다는 얼굴로 말했다.그의 옆에 있던 연규비와 백화궁의 여자들은 그들이 4대 세가 중 하나인 남궁 세가 라는 것을 듣고는 입이 떡 벌어졌다.남궁 세가는 고대 무술 세가로 백화궁과는 감히 함께 이름을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일가였다.“10개국 간의 전쟁 이후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는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지휘사 님은 여전히 멋있으십니다.”남궁원은 웃는 얼굴로 정태웅에게 말을 걸
정태웅은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이 눈앞에 있는 노인을 없애버리고 싶었다.그때 그의 마음을 알아챈 듯 남궁원이 서둘러 다시 입을 열었다.“지휘사 님이 저희 도련님과 의형제를 맺은 건 압니다. 하지만 도련님은 저희 가문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분이세요. 그러니 이 늙은이를 봐서라도 저희 도련님을 만나게 해주실 수 없으시겠습니까? 설득은 저희가 하겠습니다.”“꼬맹이 지금 여기 없어.”“네? 그러면 어디로 가셨는지요?”“지금 한창 우리 형님한테서 검술을 배우는 중이야.”정태웅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그게 무슨, 누가 감히 우리 남궁 세가 검도 귀재 도련님에게 검술을 가르친답니까? 지휘사 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구씨 성의 장로가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정태웅을 바라보았다.남궁원 뒤에 있던 남궁 세가 사람들 역시 기가 막힌다는 듯이 콧방귀를 꼈다.“우리 남궁 세가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검도를 보유한 집안입니다. 그런데 그런 집안의 검도 귀재에게 검을 가르친다고요? 허 참, 말도 안 되는 소리를.”단호한 장로의 말에 정태웅이 물었다.“누가 꼬맹이한테 검술을 가르치고 있는지 알고 싶어?”“네, 어디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얼굴 한번 보고 싶네요.”구씨 장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에 정태웅은 재미있는 구경할 생각에 잔뜩 들떠서는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궁금하다면 내가 친히 데려가 주지. 미리 말하지만 이제 후회해도 늦었어.”“후회라뇨. 그럴 일 절대 없으니 안내해주시죠.”정태웅은 앞장서며 그들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그가 정말 남궁 세가 사람들을 데리고 윤구주와 남궁 서준을 찾으러 가려 하자 바닥에 쓰러진 인해민이 연규비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궁주님, 저들을 정말 이대로 보내주실 생각입니까?”그녀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잔뜩 묻어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분도 안 된 이 짧은 시간 동안 부상자가 너무나도 많이 생겼다.연규비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오늘 저들은 무사히 돌아가지는 못할 거니까.”“네?
검기들이 빼곡하게 모여 하늘을 가리고 또 윤구주도 가렸다.검기들은 남궁서준의 행동에 맞춰 웅장한 소리를 내며 천지의 힘을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충분히 에너지를 모은 다음 바람을 가르며 그대로 윤구주를 향해 날아갔다.108개의 검기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검이 만들어진 것을 보자 윤구주는 미소를 지었다.“역시 남궁 세가의 검도 귀재답네. 이렇게도 빠르게 천지의 힘까지 끌어당기다니. 신의 경지까지 머지않겠어!”윤구주는 오른손을 위로 올렸다. 그러자 거대한 소리와 함께 금색 방패막이 그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방패막이 나타남과 동시에 검기들이 그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마치 비가 내리듯 검기들은 하나둘 금색 방패 위에 꽂혔다. 바닥에 꽂혀버린 검기들은 폭발음을 내며 사라져버렸다.연기가 천천히 가시고 중앙을 보니 거기에는 윤구주가 멀쩡한 얼굴로 서 있었다.남궁서준의 108개의 검기가 그의 손에 전부 막혀버린 것이다.자신의 공격이 하나도 통하지 않은 것을 본 소년의 눈에는 희열과 흥분 그리고 존경심이 일렁거렸다.윤구주는 아직 하늘에 있는 소년을 향해 말했다.“꼬맹아, 네 공격은 확실히 대단해.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게 빠졌어.”“그게 뭔데요? 알려주세요, 형님”“너한테는 의가 없어.”“의요?”“그래, 사람을 죽이려는 마음인 살의, 너한테는 이게 없어. 네가 검을 뽑았을 때 사람을 죽이려는 기술은 충분했지만 살의는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았어. 너는 나를 죽이려는 마음이 없었던 거야.”윤구주의 말에 남궁서준은 침묵했다.윤구주는 그의 형님이다.그런데 어떻게 형님에게 살의를 내비칠 수 있단 말인가.“꼬맹아, 잘 기억해. 살의는 네 마음에서 나오는 거야. 다음번에 검을 뽑을 때까지 한번 잘 터득해봐.”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오른손으로 검결을 움직이며 소년을 가리켰다.“꼬맹아, 이 형님의 검은 어떤지 한번 봐줄래?”말이 끝나자마자 소년의 손에 있던 유용검이 바람을 가르며 곧바로 윤구주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윤구주는 머리 위에 있는 검을 잡더니
멀리서 전투기 편대의 굉음이 점점 다가왔다. 그 소리를 들은 현문 시조, 구구제일 해청현마저도 미묘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이곳의 병사들을 손쉽게 도륙낼 수 있을지언정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군대와 강철같은 전력을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인간의 힘에는 한계가 있는 법. 그날 전략 미사일이 현문을 폭격하던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만약 그때 그가 빠르게 달아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재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다행히 서울이 바로 코앞이군. 너희가 감히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무기를 쓸 깡이라도 있겠느냐?” 해청현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현기를 발동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서울 왕궁. 임정설은 해청현의 행방이 포착되었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받았다. “현재 방위군이 총력을 다해 저지하고 있지만 최신 정보에 따르면 그 자는 기갑 합성 부대를 전멸시킨 후 행방을 감췄습니다.” “전문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맞죠. 암부와 은용위가 이미 출동했습니다...” 아래에서 보고하던 육도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바보가 아니면 정면으로 맞서지 않겠지. 해청현은 구구제일. 나타날 때는 그림자처럼, 사라질 때는 흔적도 없이. 강철 대군과 정면으로 싸울 이유가 뭐가 있겠어.’ “암부와 은용위로는 역부족이다. 그 자를 찾는다 해도 목숨을 내놓는 것밖에 안 되겠지.” “강철 대군을 동원하는 건 더 말도 안 돼. 저 늙은 여우는 이미 우리 약점을 다 파악하고 있어. 우리가 서울에서 함부로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임정설은 천천히 일어나 용포를 떨쳐내고 그 아래의 황금 용갑을 드러냈다. “휘익!” 금검이 날카롭게 뽑히자 검의 기운이 퍼지며 왕궁이 강렬한 검의 압박감에 휘청였다. “헌원검.” “그 검은 국주께서 구주왕에게 하사하지 않으셨습니까?” 육도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하. 내가 언제 구주에게 이 검을 줬다고 했나? 그저 잠시 맡겨둔 것뿐
서울에서 삼백 리 떨어진 황량한 산자락. 이름조차 없는 이 산자락에는 은용위와 암부원 백여 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엄숙했고 어떤 이는 비통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이를 악문 채 피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들 앞에 선 이는 다름 아닌 견배영. 윤구주는 떠나기 전 서울에 남는 암부를 모두 견배영에게 맡겼다. 윤구주가 견배영에게 남긴 명령은 단 하나. 국주를 지키는 것. 견배영은 그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국주가 서울에 남은 이유는 서울을 지키고 윤구주의 남은 혈육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위협하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도망친 현문 시조. 지난 사흘간 암부와 은용위는 힘을 합쳐 현문 시조의 행방을 쫓아 밤낮없이 움직였다. 그렇게 흔적을 쫓아 도달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견지휘사님, 저희 왕께서 이전에 현문 시조 추격을 중지하라고 명령하셨으나 형제들이 그 명을 어겼습니다...”옆에 있던 한 암부 대장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곳에 모인 은용위와 암부원들이 이렇게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는 구주왕의 명령을 어긴 형제들이 이곳까지 추적해 현문 시조의 행방을 알아냈지만 그들이 겨우 소식을 전한 순간 불행히도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백여 명의 은용위와 암부원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하고 모두 전사했다. 각각의 암부와 은용위 대원들은 자신이 속한 부서에 입대할 때부터 언제든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다졌다. 나라를 위해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 죽음은 반드시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두 부서의 대원들이 분노에 치를 떨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형제들이 죽기 전에 비인간적인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이었다. 백여 명의 형제들이 시체로 나뒹굴며 그들의 몸은 이곳에 처참하게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죽인 자는 다름 아닌 현문 시조였다. 당초 십만 대군이 출동했으나 각종 중무장 대살기조차 현문 시조를 어찌할 수 없었다. 하물
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임정설을 향해 예를 갖추었고 이내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구주야.”윤구주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임정설은 눈가가 촉촉해졌다.두 사람은 단순히 군신의 관계가 아니었다. 임정설은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윤구주를 아들처럼 여겼다.이때 임정설의 뒤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임정설은 손을 움직여 신식을 차단할 수 있는 법기를 치웠다. 그곳에 숨어 있던 소채은의 모습이 드러났다.이때 소채은의 뺨은 눈물로 잔뜩 젖어 있었다.그녀는 윤구주가 출정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화진의 평화를 위한 싸움인데 이런 때일수록 그녀의 존재가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됐기에 반드시 충동을 참아야 했다.“국주님, 구주를 알지 못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전 너무 소용없어요. 구주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구주의 발목만 잡으니까요. 그리고 저 때문에 국주님도 서울에 있어야 하잖아요.”소채은은 목 놓아 울었다.윤구주의 곁에 있는 다른 여자들과 비교했을 때 그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채은아, 내 제자야. 나는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많은 것들을 깨달았단다. 지금의 너는 아마 알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때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거다. 사랑 때문에 가끔 거사가 지체될 때가 있기는 해. 하지만 생각을 달리 해본다면, 만약 네가 없었다면, 구주가 너처럼 착하고 선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구주는 어떻게 됐을까? 구주는 서슴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야. 적을 상대할 때는 심지어 잔인할 정도지. 가장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신당하고, 전우들은 구주 때문에 박해를 받다가 비참하게 죽어갔어. 네가 없었더라면 구주는 정말로 매정하고 무자비한 사람이 됐을 거야. 네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구주를 죽였을지도 몰라. 왕실과 구주왕이 싸우는 것, 그것이 문씨 일가가 가장 처음 계획했던 일이야. 문아름은 교활하지만 너 같은 사람이 나타날 줄은 몰랐을 거야. 너의 존재가 문아름의 계획들을 망친 거야.”임정설이 많은 말을
하지만 심각한 사안이었기에 윤구주는 반드시 상황을 완벽히 장악해야 했다. 이 일에 그의 휘하에 있는 수많은 병사들의 생사가 달려 있었고, 화진 백성들의 존망이 달려 있었기에 절대 경솔하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몇백만 명의 백성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국주님, 이제야 국주님이 왜 그동안 매일 수심 가득한 얼굴을 했는지 알 것 같네요. 이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윤구주가 진국왕이 되는 걸 거절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구주왕은 정무에 관여하지 않고 싸움만 했다.예전에는 국주가 배후에서 많은 걸 계산하고 획책해 주면 그는 싸움만 했다.그러나 진국왕으로서 병권을 손에 쥐게 된 그는 수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했고 그 생각만 하면 윤구주는 머리가 아팠다.다른 한편, 서울 왕궁.임정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줄곧 윤구주 쪽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비록 궁 안에 있었지만 화진, 그리고 해외의 일부 상황까지 그는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다.그러나 갑자기 소식이 멈춰서 천옥을 공격한 건지, 안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서울의 삼십만 병사들도 각 주둔지에서 초조하게 명령을 기다렸다.“구주야, 네 판단이 맞아. 이럴 때일수록 조급해해서는 안 돼. 충분히 고려한 뒤 결정을 내려야 해. 이 결정을 내리는 건 아주 어려울 거야. 나라고 해도 그 정도의 박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 임씨 일가는 널 전폭적으로 지지할 거야.”비는 계속 내렸고 임정설은 그렇게 왕좌에 앉아 밤을 지새웠다. 날이 밝을 때쯤 육도진이 새로운 소식을 안고 대전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국주님! 구주왕께서 천옥을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저희는 곤륜을 적으로 돌렸습니다!”육도진은 매우 당황했다. 예로부터 각 종문, 심지어 왕실까지 곤륜을 언급할 때는 조심스러웠다.곤륜은 전 세계와 대항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왕실이라고 해도 감히 그들을 적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그 말을 듣자 미리
“저하!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길 서요산은 칠수방과 연합하여 자운각을 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운각의 시조가 서요산 검종 종주의 검에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 서부 대군이 현문을 함락했습니다. 하지만 현문 시조가 너무 막강했습니다. 현문 시조는 홀로 서부 대군의 포위를 뚫고 도망쳤고 은용위와 암부 쪽에서 사람을 보내 현문 시조를 추격하고 있다고 합니다.”밖에 있던 암부 구성원이 보고했다.“알겠어. 각 종문의 시조들은 대부분 최소 반폭 지존 경지니까 이해해. 은용위와 암부에 추격하러 간 부하들을 철수시키라고 해. 그들로는 그 늙은 괴물들을 잡을 수가 없어.”윤구주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저하, 그리고 은용위 지휘사 견배영이 천옥을 공격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쪽은 곤륜과 인연이 있기 때문에 저하께서 명령을 내리셔야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암부 구성원이 또 물었다.“조급해할 것 없어. 내가 직접 나설 테니까. 언제 움직여야 하는지 미리 통지할 거야.”윤구주가 대답했다.윤씨 일가의 저택. 윤구주는 선조들의 위패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조금 전 그것이 우연이었을지 아니면 암시였을지 알 수 없었다.“윤상, 우리 윤씨 일가의 시조로 천 년 전 화진 무도의 최강자였지. 심지어 몇 년 연속 무도 도주였어. 윤씨 일가의 기록에 따르면 조상님께서 화진의 무도를 주름잡았을 때 종문 동맹은 무척이나 얌전했다고 했어. 하지만 조상님께서는 도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 종문 동맹을 감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그들을 귀순시킬 수 있을 거로 생각하셨지.”“조상님, 어떤 이들은 영원히 개과천선할 수 없어요. 죽이는 게 답이에요. 좋은 기회를 잃어버린 뒤에 다시 손을 쓴다면 너무 늦어요.”윤구주는 작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당시 손을 썼더라면 지금 같은 일들이 없었을 것이다.더욱 안타까운 것은 당시 윤상이 무도 도주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홀로 성전을 찾으러 서역으로 향했다가 행방불명이 되었다.윤상의 실종으로 윤씨 일가는 큰
견배영은 흠칫 놀랐다. 그는 윤구주의 눈빛에서 절대 막을 수 없는 의지를 엿보았고 그로 인해 열정이 불타올랐다.“저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화진의 좋은 사람들을 해치지 않겠습니다. 만약 제가 또 그런 짓을 저지른다면 저하께서 손을 쓸 필요 없이 제가 직접 자결하겠습니다. 제 부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제 부하들 중에 그런 사람이 나온다면 제가 직접 죽이겠습니다!”견배영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울부짖었다.“겨우 그걸로는 안 돼. 능력이 클수록 책임이 큰 법이야. 스스로를 단속하는 동시에 부하를 잘 가르치는 것은 네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야. 그 정도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더는 날 따르지 마.”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견배영은 아주 빠르게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화진을 침략하거나, 화진의 부흥을 막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겠습니다!”윤구주는 그제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현문 분문을 공격하기 위해 산까지 올라온 병사들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윤구주 휘하의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그들은 일찌감치 그 점을 깨닫고 구주왕의 의지를 이어가려고 했다. 은용위도 이제야 구주왕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그리고 그들은 그제야 윤구주의 부하들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필사적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구주왕을 따르는 것은 화진의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기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서울에 있는 종문의 분문들은 전부 끝장났다.같은 시각, 화진 각지에서 장수들이 출동했다. 암부와 은용위에게서 정보를 얻은 그들은 그 정보들을 이용하여 하룻밤 사이 화진의 각 지역에 위치한 분문들을 전부 없애버렸다.다음 날 아침, 각 종문에서는 외부와 연락이 완전히 끊긴 것을 발견했고 그렇게 그들은 홀로 남게 되었다.윤씨 일가.윤구주는 윤씨 일가 선조들의 위패 앞에 앉아 시선을 내려뜨린 채 서요산 검종의 소식을 기다리면서 선조들에게 말을 걸었다.“어르신들, 종문 동맹은 삼천 년이 넘는 시간
“대단한 구주왕도 결국은 우리와 같은 탐욕스러운 인간일 줄은 몰랐어. 하하, 그러면서 감히 우리 종문 동맹을 적으로 돌리려고 해? 구주왕, 네가 날 죽인다면 난 네 마음을 죽일 거야!”추현송은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빌어먹을 놈, 닥쳐! 당신같이 사악한 놈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저하를 평가하는 거야? 당신 정혈을 챙기는 건 당연한 일 아니야?”견배영은 추현송이 구주왕을 모욕하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추현송을 죽이는 것은 백성들을 위한 일인데 이득을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없었다.“내가 당신 정혈을 삼켜서 내 실력을 키우려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단단히 착각했네. 자기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냐?”윤구주는 입을 비죽이면서 말했다.추현송은 비록 자신을 반폭 구오 지존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여전히 팔부 절정에 머물러 있었고 약자의 것을 삼키면 오히려 자신을 더 약하게 만들 뿐이었다.그리고 윤구주는 이런 금지술을 배운 적이 없었다.윤구주는 다시금 봉왕팔기 소생술을 시전했다.혈정은 녹색의 돌멩이가 되었는데 그 돌멩이는 투명하고 향기로우며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었다. 향기를 한 번 맡으면 정신이 맑아졌다.윤구주가 조종한 대로 녹색의 돌멩이는 산 아래로 내려가서 텐트 위에 멈추었고 수백 개의 녹색 기운이 허약한 소녀들의 체내로 주입되었다.이때 군의관들은 심한 부상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운 소녀들을 위해 수술을 진행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녹색 빛이 소녀들의 몸속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소녀들의 허약한 몸에 다시 생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명의 다친 소녀들이 전부 나았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세상에!”윤구주가 평생 수련하여 쌓은 그의 힘으로 소녀들을 구하는 걸 보자 추현송은 참지 못했다.“윤구주, 미친 거야? 내 정혈을 삼킨다면 나도 인정하겠지만 그렇게 귀한 것들을 저런 가축들을 위해 써? 귀한 물건을 이렇게 낭비해?”추현송은 큰 충격을 받았다. 윤구주의 행위는 그를 완전히 절망하게 했다.“누구를 보고 가축이래? 저 가련
윤구주의 체내에서 거대한 진동이 일었다. 순식간에 순수한 양의 힘이 뿜어져 나오면서 하늘로 치솟아 올라 오조금룡이 되어 서울의 반을 뒤덮었다.용은 모습을 드러냈고 곧 그것의 포효가 세상을 뒤흔들었다.추현송이 만들어낸 핏빛 용은 울부짖고 있었다. 그것은 금룡을 향한 도발이었다. 금룡으로서는 가짜 용인 핏빛 용이 1초라도 더 존재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게 느껴졌다.순수한 양기가 금룡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핏빛 용은 목숨이 아까운 줄도 모르고 용의 압박을 이겨내려고 했지만 양기에 온몸이 꿰뚫렸다. 뜨거운 양기의 힘이 체내에서 폭발해서 환한 금빛을 만들어냈다.쿠궁!핏빛 용은 1초도 버티지 못하고 용의 힘에 소멸하였다.피의 저주가 뚫리자 가장 먼저 역풍을 맞은 건 추현송이었다. 그는 피를 왈칵 쏟더니 몸 겉면이 갈라지면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피투성이가 되어 매우 처참한 꼴이 되었다.“견뎌. 견디라고! 정혈, 더 많은 정혈이 필요해!”추현송은 몸을 날려 핏빛의 구름 위로 날아가더니 그 속의 정기를 마구 삼키면서 겨우 버텼다.“젠장, 내 금지술을 파괴해서 내 백 년의 수명을 깎았어. 윤구주, 두고 봐. 가만두지 않겠어!”추현송은 욕지거리를 했다. 이렇게 된 이상 더 싸울 이유가 없었다.그와 윤구주의 실력 차이는 너무 컸다. 어쩌면 서울에 오지 말아야 할지도 몰랐다.이내 추현송은 구름을 조종하더니 구름을 타고 멀리 도망치려고 했다.“어디로 도망치려고? 거기 서! 봉왕팔기, 천주 금술, 신마소멸!”윙!구름을 타고 도망치고 있던 추현송은 순간 보이지 않는 큰 손에 잡힌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곧이어 엄청난 기운이 사방에서 몰려들어 핏빛 구름을 순식간에 없애버렸다.퍽!핏빛 구름이 사라지자 추현송은 수백 미터 고공에서 추락하여 처참한 몰골이 되었다.현재 추현송은 마치 가죽이 한 겹 벗겨진 것처럼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그의 살은 마치 벌레처럼 미친 듯이 꿈틀대면서 추락하여 생긴 상처를 회복시키고 있었다.“좋은 수단이야.
“나 정도 실력이면 상대가 구오 지존이 아닌 이상 무적이야. 구주왕, 죽을 각오나 해! 당신을 죽이는 건 시작에 불과해. 난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 천도궁이야말로 화진의 주인이라는 걸 증명해 보이겠어! 화진 사람들은 모두 우리 천도궁을 진짜 신으로 모셔야 해!”우렛소리가 울리며 핏빛의 벼락으로 이루어진 핏빛 용이 구름을 뚫고 윤구주를 향해 덮쳐 들었다.“흥, 악령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는 자가 감히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해? 겨우 반폭 구오 지존이면서 감히 내 앞에서 스스로를 신이라고 칭하는 거야?”윤구주가 다시 한 걸음 내밀었다. 그가 손을 들자 멈추었던 빗방울들이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하늘로 올라가는 빗방울들은 예리한 검들이 되었다. 빗방울에서 엄청난 검의 위력이 느껴졌다.솩, 솩!눈 깜짝할 사이에 핏빛 용은 빗방울에 꿰뚫려서 만신창이가 되었다.“뭐야? 구주왕! 이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이건 금지술이라고. 내가 백 년 동안 수련해서 겨우 시전한 것인데 그렇게 쉽게 막을 수 없을 거야!”추현송은 크게 외치면서 두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응집하라!”핏빛 용이 다시 만들어졌고 그것의 혈기는 전보다 더 강해졌다.붉은색 빛이 산 전체를 환히 밝혔고 붉게 물들어진 하늘은 충격적이었다.“약하면 약한 건지, 쓸데없는 말이 많네.”쿠구궁!하늘과 땅이 뒤흔들리더니 손바닥이 핏빛 용과 붉은색의 구름을 내리쳐서 흩어지게 했다.곧 세계가 다시 조용해졌고 추현송은 넋이 나갔다.그의 금지술이 이렇게 사라지다니.이것이 바로 구주왕의 실력인 걸까?“하하하, 역시 구주왕은 남달라. 하지만 난 서울로 올 때 이미 너와 싸울 거라는 걸 알았어. 나는 너 때문에 서울로 온 거야.”추현송은 이를 악물고 법기를 하나 꺼내며 수인을 맺었고, 이내 핏빛 안개가 법기에서 뿜어져 나왔다.“이건 천도궁 서울 분문에서 추출한 정혈이야. 서남 재벌의 목숨을 연장하는 데 쓰려고 했던 것이지. 이 정혈은 무려 20조에 달하는 거래였다고. 하지만 내 상대가 구주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