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군요.”무사시는 그 이상 묻지 않았다.“2천억 달러라는 거금도 물론 큰 유혹이지만 기타가와 님은 네가 화진으로 가 활약하고 오기를 바라신다. 무사시 너도 알다시피 10개국의 전쟁 이후 우리 부성국은 줄곧 화진의 눈치를 봐왔다. 연해 분계선 쪽의 순찰함도 이제는 화진의 허락을 받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버렸지. 그러니 이번 의뢰로 상금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고 동시에 화진 것들에게 우리 부성국을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는 인상을 단단히 심어주고 와라.”노인의 진지한 말에 무사시는 근엄하게 고개를 숙였다.“뜻을 받들어 이번 의뢰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말을 마친 무사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 명의 노인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넨 뒤 조용하고 은밀하게 사라져버렸다.그가 떠난 걸 확인한 후 오른쪽 노인이 말했다.“이번 의뢰 말일세. 듣기로는 세계적인 킬러들이 다 노린다고 하던데.”“그래, 그 금액을 보고 가만히 있을 놈들이 아니니까.”“자네들은 어떻게 보는가. 다른 나라 놈들이 무사시를 방해하지는 않겠지?”오른쪽에 있던 노인이 걱정 어린 말투로 물었다.“방해한다고 한들 또 어떤가. 무사시를 믿게나. 그 애는 기타가와 님이 인정한 유일한 제자로 기타가와 참격을 완벽히 전수 받았어.”“그래. 그리고 무사시는 다크 사이트 랭킹 1위 킬러이지 않나. 걱정은 넣어두시게.”왼쪽 노인의 말에 세 노인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허허 웃었다....화진, 서남, 백화궁.윤구주는 지난번 은설아와의 대화로 그녀가 자신을 존경하고 숭배한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녀는 단순 존경심에서 그치지 않았고 자신을 열렬히 애정하고 있었다.은설아는 아마 꿈에도 생각 못 할 것이다. 줄곧 그리워하고 좋아하던 구주왕이 바로 그녀 근처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물론 윤구주는 이 사실을 그녀에게 털어놓을 생각이 없다.평화로운 오전.윤구주이 소채은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때, 정태웅이 갑자기 쳐들어왔다.“저하, 급히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윤구주는 이에
정태웅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저하, 그놈은 저하를 모욕했습니다! 저는 그걸 참을 수 없고요!”윤구주는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참을 수 없어도 참아. 혹시라도 나 몰래 암부원들을 끌어들였다가는 가만두지 않을 거다, 알았어?”“저하, 저는...!”정태웅이 뭐라 대꾸하려고 하자 윤구주는 미소를 지우고 그를 차갑게 노려보았다.“내 말이 우스운가 보지?”진심으로 화를 내는 모습에 정태웅은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아닙니다! 저하 명에 따르겠습니다!”윤구주는 그제야 얼굴을 풀고 다시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왔다.“탁천수가 수배령을 내렸으니 지금쯤 세계적인 킬러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이쪽으로 오고 있겠네?”“네, 맞습니다. 탁천수 그놈이 의뢰를 내린 순간부터 지금까지 저희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총 48명의 킬러가 화진 땅을 밟았다고 합니다. 다크 사이트 하이 랭킹 킬러들 중에서도 4, 5명이 의뢰를 받았고요. 그리고 랭킹 1위의 부성국 오니 사무라이도 왔다고 합니다.”그 말에 윤구주는 소리 내어 웃었다.“좋아, 아주 좋아.”“지금부터 명령을 내리겠다. 국경 쪽을 지키는 암부원들의 경비를 해제하고 모두 이만 들어오라고 해.”정태웅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싶어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그러면 그 빌어먹을 킬러들이 대거로 들어올 거 아닙니까. 저희가 해야 할 일은 킬러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더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제거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윤구주는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귀찮게 뭐하러. 그냥 다 들어오라고 해. 내가 한꺼번에 처리할 테니까.”“아... 그러면 저하의 말씀은 혼자서 그 많은 킬러들을 다 처리하시겠다는 겁니까?”“정확히 알아들었네.”정태웅은 그제야 그의 뜻을 깨닫고 하하 웃었다.“역시 저하십니다. 그놈들이 이곳으로 와 표적이 저하라는 걸 알고 난 뒤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 기대가 되네요. 하하하.”정태웅은 신나는 얼굴로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지금 당장 저하의 명령을 전달하겠습니다.”윤구주는
백경재는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화를 가라앉히고 방법을 바꿔 동산을 도발하기 시작했다.시괴 동산은 본디 감정이 없어 이러한 도발에 넘어가는 일 따위 없어야겠지만 오늘은 어쩐 일인지 계속되는 백경재의 도발에 눈빛이 변하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괴성을 질러댔다.그러고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그러자 그를 포박하고 있던 쇠사슬들이 하나둘 끊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하나 남은 사슬마저 끊기고 동산은 자유로운 한 마리의 호랑이처럼 백경재에게 달려들었다.백경재는 그 모습에 두려움이 엄습해 뒤로 물러서며 서둘러 음귀술법을 시전했다. 그러자 수많은 그림자가 몰려와 동산의 몸에 달라붙었다. 하지만 시괴인 그에게 백경재의 술법은 통하지 않았다.시괴 동산이 손을 확 뻗어 날카로운 손톱을 그대로 찔러넣으려는 듯 백경재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백경재는 완전히 얼어버렸고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가 달려드는 것을 그대로 바라만 보았다.일촉즉발의 순간, 갑자기 흰색 옷을 입은 소년이 다가와 오른손을 공중에서 휘저었다. 그러자 검기들이 일제히 동산을 향해 날아갔다.펑!시괴 동산은 검기의 위력에 수십 미터 밖으로 나가떨어져 버렸다.동산은 승부욕이 단단히 자극당한 듯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흰색 옷의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다시 괴성을 질렀다.그리고 이번에는 백경재가 아닌 흰색 옷의 소년에게로 달려들었다.그때, 그를 제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동산, 멈춰!”그 소리에 동산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자리에 멈춰 섰다.목소리의 주인은 윤구주였다.“너는 꼬맹이 못 이겨. 얘가 정말 널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면 아까의 일격으로 너는 이미 죽어있었을 거야.”윤구주의 말에 시괴 동산은 알아들은 것인지 살기를 거두어들이고 묵묵히 뒤로 물러섰다.“저하,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윤구주를 발견한 백경재가 헐레벌떡 달려왔다.윤구주는 뒷마당을 쭉 훑어보며 답했다.“대련한다 해서 구경하러 왔어.”백경재는 그 말에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제가
윤구주가 남궁서준에게 한창 검술을 알려주던 그때 백화궁 안에 있는 정태웅은 심심해 미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는 백화궁의 여자들에게 들이대는 것 외에 다른 취미는 없는 듯했다.지금도 막 점심 식사를 마친 그는 그새를 못 참고 인해민을 만나러 왔다.그는 인해민이 자신이 그토록 그리던 이상형이라고 했다.인해민은 유독 몸매가 예뻤다. 특히 가슴이 풍만해 옷을 입으면 시선이 그쪽으로밖에 가지 않을 정도였다.정태웅은 다른 사람의 아내를 좋아하는 특이 취향으로 그중에서도 가슴이 큰 여자들을 좋아했다.“해민 씨, 나 해민 씨한테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그러니까 나 책임져요.”정태웅은 인해민을 보자마자 느끼한 멘트부터 날렸다.딱 달라붙는 짧은 스커트를 입은 인해민은 그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미안한데 저는 젊고 잘생긴 남자가 좋아요. 그래서 책임은 못 지겠네요.”“에이, 나는 해민 씨가 그런 외적인 것에 환장하는 여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요. 그리고 남자 얼굴 잘생긴 거? 얼마 못 가요. 남자는 능력이죠. 나 좀 봐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능력 있는 남자라는 게 딱 보이잖아요.”“그래요? 그러면 정태웅 씨가 어떤 능력이 있는지 얘기 좀 해줄래요?”인해민은 그의 말장난에 어울려주었다.“그럼 지금 당장 나와 함께 침대로 갑시다. 내가 침대 위에서는 지칠 줄 모르는 남자거든요. 오늘 해민 씨한테 정력남이 뭔지 똑똑히 보여줄게요.”정태웅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은근슬쩍 가까이 다가왔다.이에 인해민이 뭐라 한마디 하려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멈춰, 더 가까이 다가가면 가만 안 둘 거야.”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던 건지 안쪽에서 연규비가 걸어 나왔다.인해민은 그녀를 보더니 활짝 웃었다.“궁주님!”연규비는 인해민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저놈이 또 널 희롱하면서 귀찮게 했어?”인해민은 정태웅을 힐끔 보고는 씩 웃으며 말했다.“그런 거 아니에요. 건전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어요.”“건전한 얘기라고?”“네, 맞아요. 궁주님은
“참, 은설아 씨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정태웅은 뭔가 떠오른 듯 연규비에게 물었다.“설아 씨는 지금 채은 씨랑 함께 있어.”“그래요? 은설아 씨가 형수님이랑 사이가 좋은가 보네요?”“그래. 채은 씨는 원래부터 설아 씨의 팬이었고 두 사람 모두 아직 젊으니 수다만 떨어도 하루가 다 갈 거야.”연규비는 엄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오호라, 그러면 은설아 씨가 우리 저하의 후궁으로 들어오는 것도 문제가 없겠는데요?”정태웅은 음흉한 얼굴로 키득거렸다.“후궁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연규비는 미소를 지우고 눈살을 찌푸렸다.“우리 저하 후궁이요. 생각해보십시오. 우리 저하 얼마나 멋있습니까, 게다가 능력도 출중하시고요. 그런데 그런 완벽한 남자를 오직 형수님만 독차지하는 건 좀 아깝지 않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우리 저하 정도의 남자라면 곁에 미인들을 몇 명 더 두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은설아 씨 정도면 후궁 중 한 명으로 아주 훌륭하죠.”정태웅은 배시시 웃으며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았다.“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그 은설아 씨말입니다. 꽤 오래전부터 우리 저하를 좋아했더라고요. 그저 아직 자신이 좋아하는 구주왕이 저하라는 걸 모르고 있을 뿐이죠.”연규비는 그의 말을 다 듣고는 화부터 냈다.“이게 어디서 헛소리야?”“헛소리라뇨. 제가 한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은설아 씨는 대학교 다닐 때부터 쭉 우리 저하를 좋아해 왔다고요.”연규비는 기가 막힌 소리에 이마를 짚었다.“그래, 설아 씨가 구주를 좋아한다고 하자. 그렇다 해도 후궁은 절대 안 될 말이야. 너는 구주가 바람이나 필 놈으로 보여?”“혹시 지금 질투하시는 겁니까?”정태웅은 연규비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질투는 무슨! 이게 진짜 아까부터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막 해대지? 너 이리와.”연규비는 화를 내며 한 대 치려는 듯 소매를 걷어 올렸다.하지만 사실 그녀는 정태웅의 말대로 질투하고 있었다.“어어? 반응을 보니 정말 질투가 맞는 것 같은데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러지.”어르신은 짧은 한마디를 내뱉고는 곧장 사람들을 이끌고 백화궁 안을 향해 걸어갔다.하지만 문 앞에 도착하기 전, 이들을 발견한 몇 명의 여자 경비원들이 빠르게 다가와 앞을 막아섰다.“백화궁은 현재 영업시간이 아니라서요, 저녁에 다시 찾아와 주시죠.”이들은 아직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남궁 세가 사람들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그저 대낮부터 유흥을 즐기러 온 손님들인 줄로만 알았다.“쯧, 별것이 다 길을 막아서는군. 비켜.”노인 중 한 명이 호통을 치며 허공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어마어마한 기류가 농축된 채로 폭발해버렸고 그 여파로 앞을 가로막던 네 명의 경비원들이 한방에 나가 떨어져 버렸다.가로막는 이들을 빠르게 처리한 남궁 세가 사람들은 위풍당당하게 백화궁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한편, 연규비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정태웅을 쫓고 있었다.그때 새하얗게 질린 얼굴의 여자들이 달려와 그녀를 불렀다.“궁주님!”“궁주님!”다급한 부름에 연규비는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무슨 일이야?”제일 빨리 달려온 여자아이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궁주님, 지금 누군가가 저희 백화궁으로 쳐들어왔어요. 20명이 넘는 언니들을 전부 다 쓰러트렸고요!”“뭐라고?”그 말에 연규비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이곳 백화궁은 그녀가 주인으로 있는 곳인데 대체 누가 겁도 없이 쳐들어와서 행패를 부리는 거지?“대체 어떤 자식들이야? 감히 여자한테 상처를 내? 지금 당장 안내하세요. 내가 아주 본때를 보여줄 테니까!”옆에서 듣고 있던 정태웅은 화를 내며 연규비와 함께 앞으로 달려갔다.백화궁 대전 안.30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여자들이 상처를 입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그리고 인해민을 선두로 한 나머지 10명은 계속해서 전투를 이어나갔다.인해민은 손에 든 채찍을 휘두르며 남궁 세가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당신들은 대체 누구지? 백화궁에 쳐들어온 목적이 뭔지 말해!”남궁 세가 쪽에서는 아까 장로라 불리던 노인 한
“죽고 싶나 보군.”구씨 성 노인의 모욕적인 발언에 연규비가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하지만 그녀가 직접 나서려던 그때 갑자기 정태웅이 끼어들었다.“저한테 맡기세요. 저 노인네 제가 대신 죽이고 오겠습니다.”그는 말을 마친 뒤 앞으로 다가가 구씨 성 노인을 빤히 바라보았다.“노인네가 할 짓이 어지간히도 없나 보지? 대낮부터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야? 이런 짓을 저질렀으니 죽을 각오는 됐겠지?”정태웅은 금방이라도 공격하려는 듯 몸을 풀었다.구씨 성의 장로 역시 불같은 성격이라 정태웅이 다가오는 걸 보더니 금세 자세를 고치고 서서히 기운을 뿜어냈다.그때 남궁 세가 사람들 쪽에서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구씨, 이만 물러서게!”그 말에 구씨 성의 장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는 어르신과 눈이 마주쳐버렸다.“어르신, 하지만 이놈을...”“물러서라는 말이 들리지 않는가!”여기서 더 말을 했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기에 구씨 성의 장로는 기를 거두어들이고 뒤로 물러섰다.“남궁 세가의 늙은이 남궁원, 지휘사 님을 뵙습니다. 그간 무탈하셨는지요.”자신을 남궁원이라 소개한 이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정태웅이 지휘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한편 남궁원이라는 이름을 들은 정태웅은 노인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남궁원이라면 그 넷째 대장로?”남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네, 맞습니다.”“하, 당신들 남궁 세가 사람들이었어?”정태웅은 이제야 기억난다는 얼굴로 말했다.그의 옆에 있던 연규비와 백화궁의 여자들은 그들이 4대 세가 중 하나인 남궁 세가 라는 것을 듣고는 입이 떡 벌어졌다.남궁 세가는 고대 무술 세가로 백화궁과는 감히 함께 이름을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일가였다.“10개국 간의 전쟁 이후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는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지휘사 님은 여전히 멋있으십니다.”남궁원은 웃는 얼굴로 정태웅에게 말을 걸
정태웅은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이 눈앞에 있는 노인을 없애버리고 싶었다.그때 그의 마음을 알아챈 듯 남궁원이 서둘러 다시 입을 열었다.“지휘사 님이 저희 도련님과 의형제를 맺은 건 압니다. 하지만 도련님은 저희 가문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분이세요. 그러니 이 늙은이를 봐서라도 저희 도련님을 만나게 해주실 수 없으시겠습니까? 설득은 저희가 하겠습니다.”“꼬맹이 지금 여기 없어.”“네? 그러면 어디로 가셨는지요?”“지금 한창 우리 형님한테서 검술을 배우는 중이야.”정태웅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그게 무슨, 누가 감히 우리 남궁 세가 검도 귀재 도련님에게 검술을 가르친답니까? 지휘사 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구씨 성의 장로가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정태웅을 바라보았다.남궁원 뒤에 있던 남궁 세가 사람들 역시 기가 막힌다는 듯이 콧방귀를 꼈다.“우리 남궁 세가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검도를 보유한 집안입니다. 그런데 그런 집안의 검도 귀재에게 검을 가르친다고요? 허 참, 말도 안 되는 소리를.”단호한 장로의 말에 정태웅이 물었다.“누가 꼬맹이한테 검술을 가르치고 있는지 알고 싶어?”“네, 어디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얼굴 한번 보고 싶네요.”구씨 장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에 정태웅은 재미있는 구경할 생각에 잔뜩 들떠서는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궁금하다면 내가 친히 데려가 주지. 미리 말하지만 이제 후회해도 늦었어.”“후회라뇨. 그럴 일 절대 없으니 안내해주시죠.”정태웅은 앞장서며 그들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그가 정말 남궁 세가 사람들을 데리고 윤구주와 남궁 서준을 찾으러 가려 하자 바닥에 쓰러진 인해민이 연규비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궁주님, 저들을 정말 이대로 보내주실 생각입니까?”그녀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잔뜩 묻어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분도 안 된 이 짧은 시간 동안 부상자가 너무나도 많이 생겼다.연규비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오늘 저들은 무사히 돌아가지는 못할 거니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