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가 눈을 감으라고 하자 고시연은 긴장됐다.윤구주는 뭘 하려는 걸까?설마 그녀에게... 그런 짓을 하려는 걸까?그녀는 지금까지 순결을 지켰는데 어떻게 감히 그런단 말인가?고시연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심지어 몸이 살짝 뜨거워지기 시작했다.비록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의 기다란 눈매는 윤구주의 명령에 따라 감겼다.고시연은 호흡이 빨라졌다.그녀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고시연은 두려웠다. 혹시라도 윤구주가 그녀에게 폭력을 휘두른다면 어찌한단 말인가?그렇게 고시연이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윤구주가 갑자기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미간을 톡 쳤다.빛 한 줄기가 고시연의 미간을 뚫고 들어갔고, 곧 고시연의 몸은 감전된 것처럼 심하게 떨렸다.이루 형언할 수 없는 무한한 현기가 그녀의 기경팔맥 속으로 들어갔고 곧 그녀의 미간에 언뜻언뜻 보였던 화련금안 낙인이 서서히 흐릿해지기 시작했다.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녀의 미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됐어. 이제 눈을 떠도 돼.”윤구주는 일을 마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시연은 흠칫하며 눈을 떴다.그녀는 윤구주가 자신에게 그렇고 그런 짓을 할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녀의 미간을 살짝 건드렸을 뿐이다.그리고 몸에서 느껴지던 작열감이 갑자기 사라지기까지 했다.고시연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윤구주가 말했다.“난 이미 너의 화련금안술을 풀어줬어. 넌 이제 자유야.”‘뭐라고?’“제게 걸었던 화련금안술을 풀었다고요?”고시연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래.”고시연은 화련금안 낙인이 있었던 미간을 만지작거렸다. 몸속의 작열감도 사라진 걸 발견한 고시연은 당황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왜... 왜 제게 자유를 돌려준 거예요? 절 통제해서 우리 고씨 일가를 위협하여 봉안보리구슬을 내놓게 할 생각 아니었나요?”윤구주는 피식 웃었다.“난 내가 원하는 걸 남을 위협해서 얻어내지 않아. 넌 인제 그만 가봐도 돼.”윤구주의 말을 들은
“지휘사님, 부성국 놈들이 실토했습니다. 부성국의 스파이들이 맞다고 합니다.”한 암부 구성원이 부성국 사람들을 추궁한 뒤 뚱뚱한 남자에게 보고했다.그 남자는 다름 아닌 암부의 둘째 정태웅이었다.그의 통통한 손에는 이쑤시개 하나가 들려있었다. 그는 이를 쑤시면서 말했다.“알아냈으면 됐어.”“그, 그러면 저놈들은 어떻게 처리할까요?”암부 구성원이 계속해 물었다.“제기랄, 당연히 저 자식들 전부 죽여야지! 이렇게 당연한 일을 나한테 묻는 거야?”정태웅은 욕하면서 말했다.정태웅의 부하들은 정태웅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겠다고 대답한 뒤 스파이들을 처리하러 갔다.정태웅은 부성국의 스파이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몸을 돌린 뒤 밀실 밖으로 향했다.밖으로 나온 정태웅은 크게 기지개를 켠 뒤 자신의 사무실로 차를 마시러 갔다.이때 암부 구성원이 갑자기 건물 안에서 달려 나왔다.“정 지휘사님, 조금 전에 누군가 정태웅 지휘사님을 찾는다고 사무실로 연락이 왔습니다.”그 말을 들은 정태웅은 바로 말했다.“날 찾는다고? 내가 무슨 시간이 있다고.”“알겠습니다. 그러면 전화 끊겠습니다.”부하는 곧바로 말을 마친 뒤 전화를 끊으러 가려고 했다.“잠깐...”정태웅이 그를 갑자기 불러 세웠다.“지휘사님, 왜 그러십니까?”부하가 멈춰 섰다.“그 사람 왜 날 찾는대?”부하가 대답했다.“이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지휘사님을 찾는다고만 하셨어요. 그리고 자기 성이 윤씨라고...”‘뭐라고?’윤씨라는 말에 정태웅은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세상에, 설마 저하인가?”말을 마친 뒤 그는 곧바로 부하의 팔을 잡았다.“전화는? 끊었어?”“아뇨... 사무실에 있어요.”부하가 말을 끝맺자마자 정태웅은 쏜살같이 자신의 사무실로 달려갔다.널따란 사무실 안, 정태웅은 안으로 들어간 뒤 아직 끊기지 않은 전화를 보고 빠르게 달려가서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저하! 저하 맞으세요?”“바보 같긴, 나 아니면 누구겠
“저하! 군형 쪽 일이 다 처리되었으면 언제 서울로 돌아오셔서 저희랑 모이실 겁니까?”정태웅이 기대로 가득 차서 물었다.윤구주가 대답했다.“당분간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왜요?”정태웅은 조금 실망했다.“채은이 때문에.”“아, 그렇군요.”“태웅아,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는데 네가 나랑 같이 가줘야겠다.”윤구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분부하십시오.”정태웅이 말했다.“화진의 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으로 가서 꼬맹이를 찾아.”‘뭐라고?’꼬맹이라는 말에 정태웅은 꽥 비명을 질렀다. 독 있는 뱀에게 물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암부의 3대 지휘사 중 한 명인 정태웅이 그 이름을 듣고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저하? 왜 갑자기 남궁 가문의 그 꼬맹이를 찾는 겁니까?”정태웅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걔를 좀 보고 싶거든.”윤구주는 고씨 일가에서 있었던 일들에 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하지만 저하, 지금까지도 남궁 가문의 어르신들이 협력해서 그 자식을 검의 감옥에 가두고 있는걸요.”정태웅이 말했다.“뭐? 누가 감히 걔를 가둔단 말이야? 뭐 때문에?”윤구주는 그 말을 듣자 버럭 화를 냈다.“당연히 저하 때문이죠!”정태웅이 말했다.“나 때문이라고?”“네, 저하! 잊으셨어요? 저하는 이미 사람들 마음속에서 저물었어요. 꼬맹이도 그렇죠. 저하께서는 모르시겠지만 저하가 죽음의 바다에서 죽었다는 걸 안 뒤로 꼬맹이는 홀로 창현국으로 쳐들어가서 병사들과 시민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부 죽였어요. 그래서 창현국에서는 한때 피가 강을 이루고 시체가 즐비했었죠.” “그래서 창현국에서는 군대를 보내 꼬맹이를 막으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어요.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창현국의 주인은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직접 화진으로 찾아와서 무릎 꿇고 애원했대요. 그래서 우리 군주가 남궁 가문을 보내 꼬맹이를 다시 데려왔대요.”“꼬맹이는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불만이 가득해 설국과 부성국, 그리고 다른
남궁 가문의 검도 천재는 보기 드문 귀재이자 기린아라고 불렸다.같은 시각 차 한 대가 남궁 가문이 숨어 사는 골짜기에 도착했다.그 골짜기는 안개가 자욱하여 밖에서는 뿌옇게 보여 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차는 골짜기에 멈춰 섰고 공처럼 굴러갈 듯한 뚱뚱한 정태웅이 차에서 내렸다.정태웅이 차에서 내렸고 그의 뒤로 두 명의 부하가 그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지휘사님, 여깁니까?”한 부하가 물었다.“맞아! 됐어, 넌 이제 가봐.”두 부하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차를 타고 떠났다.고요한 산골짜기에서는 벌레 우는 소리도, 새가 지저귀는 소리도 없었다.그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손을 뻗으면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하고 기괴한 안개뿐이었다.정태웅은 안개 앞에 서서 눈을 가늘게 뜨더니 갑자기 짙은 안개를 향해 소리쳤다.“암부의 정태웅이 남궁 가문을 방문하러 왔습니다.”그 고함에 기괴한 안개들이 갑자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곧 연한 노란색의 옷을 입은 두 무인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그 두 사람은 장검을 등에 지고 있었고 분위기가 남달랐다.그들의 내공은 대무사 절정 경지였다.두 사람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곧바로 정태웅을 향해 예를 갖췄다.“암부의 정태웅 지휘사님이셨군요. 오랜만입니다.”“하하! 남궁 가문에 절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정태웅은 두 명의 남궁 가문 사람이 그렇게 말하자 호탕하게 웃었다.“당연히 알죠. 당시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저희 남궁 가문에서는 암부와 여러 차례 협력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가문의 도련님은 과거 구주왕과 의형제를 맺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저희가 어떻게 정태웅 지휘사님을 모를 수가 있겠습니까?”검을 등에 진 남자가 말했다.정태웅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오늘 지휘사님께서는 갑자기 무슨 일로 저희 남궁 가문을 찾으신 겁니까?”얼굴이 긴 편이 남자가 물었다.“전 명령을 받고 남궁 가문 작은 괴물을 데리러 온 겁니다.”정태웅이 말했다.작은 괴물이란 바로 남궁 가문의 귀재 남궁서준이었다
“정태웅 지휘사님, 우선 저희를 따라 정양전으로 가서 어르신부터 뵙죠.”얼굴이 긴 편인 제자가 입을 열었다.정태웅은 그 말을 듣자 서둘러 손을 저었다.“이뇨, 아뇨. 우선 작은 괴물부터 보고 싶군요.”“네? 저희 도련님을 먼저 만나시겠다고요?”얼굴이 긴 제자는 당황했다.“맞아요. 아주 급한 일이거든요. 심지어 군주님의 명령이라서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정태웅이 그들을 구슬렸다.얼굴이 긴 남자는 정태웅의 신분을 알고 있었고, 암부가 화진에서 얼마나 큰 권력을 지니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정 지휘사님께서 군주님의 명령을 받고 오셨다고 하니, 그러면 저희도 명령에 따르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두 제자는 정태웅을 데리고 남궁 가문의 뒷산으로 향했다.곧 큰 산 하나와 거대한 검 한 자루가 정태웅의 시야에 들어왔다.그 거대한 검은 큰 바위로 조각된 것으로 길이가 12척이 넘었다.그것은 산꼭대기에 꽂혀서 하늘 높이 우뚝 솟아 있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이것이 남궁 가문의 유명한 검옥이었다.소문에 따르면 검옥 안에는 보기 드문 검기가 있었다.그 검기들은 형태가 없지만 신급 강자라도 무턱대고 들어가면 검기에 심하게 다쳐서 죽을 수도 있었다.눈앞의 검옥은 남궁 가문의 천재가 갇혀 있는 곳이었다.곧 남궁 가문의 보초병 두 명이 정태웅을 데리고 검옥으로 왔다.이곳은 남궁 가문의 요충지지만, 검기가 너무 강해서 일반인들은 그곳에 감히 있을 수가 없었다.“정 지휘사님, 도착했습니다.”한 보초병은 감히 검옥의 거대한 석문 앞에 다가가지 못하고 멀찍이 서 있었다.정태웅은 눈을 가늘게 떴다. 눈앞에 있는 검옥의 문을 바라보는 순간, 보이지 않는 서늘한 검기가 그를 향해 돌진했다.검기가 가까워지는 순간, 정태웅의 옷소매가 바람도 없이 펄럭였고 곧 포악한 현기 한 줄기가 정태웅의 몸에서 흘러나와 검기가 가까워지는 걸 막았다.“젠장, 남궁 가문의 검옥은 아주 험악한 곳이라고 하던데 오늘 보니 확실히 남다르네. 밖에
정태웅에게는 당연히 증거가 없었다.그는 윤구주의 명령을 받자마자 곧바로 남궁 가문으로 향했기에 화진 군주의 명령이라는 증거가 있을 리가 없었다.조금 전에 두 보초병을 속인 이유는 괜히 남궁 가문의 어르신들을 마주쳐서 성가신 일을 겪고 싶지 않아서였다.그래서 두 보초병을 속인 것이었다.그리고 이젠 검옥에 도착했다.검옥에 들어가서 남궁서준을 데리고 나오면 곧장 남릉 고씨 일가로 가서 윤구주를 만날 수 있었다.그래서 다른 건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남궁 가문의 보초병 두 명을 기절시킨 뒤 정태웅은 눈알을 굴려 눈앞의 검옥 문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꼬맹아, 태웅이 형이 왔다.”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검옥으로 걸음을 내디뎠다.쿠궁!천천히 검옥의 문을 열자 엄청나게 싸늘한 검기가 문 안쪽에서부터 흘러나왔다.검옥은 남궁 세가의 검총만큼이나 유명한 곳이었다.그곳에 있는 검기는 보통의 신급 경지 고수라고 해도 얕볼 수 없었다.정태웅은 당연히 멍청하지 않았다.검옥 안으로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 정태웅은 순간 몸이 긴장으로 뻣뻣이 굳었다. 동시에 그의 주변으로 검붉은색의 강기가 퍼졌다. 강기로 인해 그의 옷소매가 펄럭거리면서 소리를 냈다.이것은 정태웅의 가장 유명한 칠살공이었다.정태웅은 칠살공을 시전하면서 조심스럽게 검옥 안으로 들어갔다.커다란 검옥은 원형 모양이었다.안으로 들어가자 아래로 향하는 돌계단이 굽이굽이 있었다.차갑고 캄캄한 돌벽에 반짝이는 야명주가 박혀 있었다. 그 야명주들은 하나하나가 가격이 엄청났고 아주 환했다.벽에 박힌 야명주는 마치 조명 같았다.엄청난 검기가 검옥 안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게다가 아래로 내려가면 갈수록 검기가 더욱 짙었다.심지어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였다. 미친 듯이 날뛰는 검기는 단단한 화강암에 깊은 흔적들을 남겼다.정태웅은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검옥 밑부분을 바라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제기랄, 남궁 가문은 왜 이런 괴상한 곳을 지었지? 휴, 저하를 위해서 오늘 이
정태웅이 5층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주변에 있는 검붉은색의 강기 보호막이 검기를 견디지 못하는 게 눈에 보였다.보호막 중간에는 무시무시한 검기로 인해 균열이 생기기도 했는데, 정태웅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해 내려갔다.아래로 내려갈수록 검기가 더욱 짙었다.틱. 틱.잠시 뒤, 그의 보호막은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하지만 다행히도 정태웅은 5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이제 마지막 한 층만 남았다.정태웅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헐떡대고 있었으며 입고 있는 옷도 전부 다 젖었다.그는 마지막 층을 힐끗 본 뒤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서 욕을 해댔다.“젠장, 안 해! 더 내려갔다가는 이 검기 때문에 죽고 말 거야!”그렇게 정태웅은 큰 목청으로 욕하다가 아래층을 향해 외쳤다.“꼬맹아! 꼬맹아! 태웅이 형이 왔으니까 얼른 나와 봐!”6층에 울려 퍼진 그의 목소리는 마치 바닷속에 가라앉은 바위처럼 이내 고요해졌고,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마치 검옥 안에 살아있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제기랄, 꼬맹아. 형 말이 안 들리는 거야? 미리 말해두는데 난 급한 일로 널 찾아온 거야. 그러니까 얼른 나와!”정태웅은 계속해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6층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검옥 안에서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자 정태웅은 화가 났다.“꼬맹아, 귀가 먹었어?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거야? 난 오늘 너한테 아주 중요한 일을 얘기해주려고 온 거야. 이거 안 들으면 후회할걸?”여전히 잠잠했다.쥐 죽은 듯 고요한 적막이었다.마치 정태웅이 아무리 소리쳐도 아래에 산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단단히 화가 난 정태웅은 당장 6층으로 뛰어 내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검기를 떠올린 그는 끝내 참았다.정태웅은 눈알을 굴리면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그래!”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정태웅은 6층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꼬맹아! 화진에 검도 고수가 또 한 명 생겼다. 게다가 너보다 더 강하다고 하더라. 너 계속 이 검옥에 숨어서 지낼 거야? 얘기 들어
“조금 전에 얘기했잖아. 너보다 검도가 뛰어난 사람이 있다고. 그리고 너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말이야.”정태웅은 거짓말을 했다.쇠사슬에 묶여 있던 남궁서준은 시선조차 들지 않고 코웃음 쳤다.“왜? 내 말을 믿지 않는 거야? 난 그 검도 고수를 내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있어. 난 그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정말 대단했다고!”정태웅은 남궁서준의 반응을 보고 서둘러 거짓말을 보탰다.정태웅이 계속해 호들갑을 떨 때 남궁서준이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화진에는 돌아가신 구주 형을 제외하고는 검도에서 절 이길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까 제 화를 돋우려고 거짓말할 필요는 없어요.”“얘 좀 봐라? 너 큰소리치는 거야? 이 세상에 검도에서 널 이길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정태웅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해요. 한번 해보고 싶다면 제 검을 막아보든가요!”흰옷을 입은 소년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곧 엄청난 검의를 내뿜으며 정태웅을 향해 달려들었다.정태웅은 남궁서준이 화를 내자 덜컥 겁이 났다.“아니, 아니. 서준아, 우리 말로 하자. 왜 싸우려고 그래? 내가 싸움을 잘 못한다는 걸 알면서 왜 나랑 싸우려는 거야?”정태웅이 뻔뻔하게 말했다.흰옷을 입은 소년은 정태웅의 뻔뻔한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말을 듣고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검기를 거두어들였다. 더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남궁서준이 검기를 거두어들이자 정태웅은 웃으며 말했다.“서준아, 아까는 형이 장난친 거야. 마음에 두지 마. 내 마음속에서 화진의 검도 일인자는 너니까. 다른 사람들은 내 눈에 아무것도 아니야.”정태웅이 비위를 맞추려고 하자 남궁서준은 아예 그를 무시했다.“서준아, 우리 대화도 좀 했으니까 이젠 본론을 얘기할게. 형이랑 같이 남릉에 가자.”정태웅이 엉덩이를 털면서 6층에 있는, 네 개의 쇠사슬에 손발이 묶인 남궁서준을 향해 말했다.“안 가요.”남궁서준이 대답했다.“젠장, 안 갈 거라고?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