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우는 말을 마친 뒤 별안간 손바닥을 폈고 곧 허공에 떠 있는 비검이 그의 손바닥 위로 나타났다.겨우 손바닥만 한 크기의 비검이 나타나자 윤씨 일가 저택 전체가 그것의 무시무시한 검기에 휩싸였다.“비검?”비검이 나타나자 원래도 추악했던 비검의 얼굴이 더욱더 추악해졌다.“어, 어떻게 서요산의 비검을 쓸 수 있는 거지?”독인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지을 때 윤신우는 손을 들어 가리켰다.“가라.”손바닥만 한 비검은 흰 빛줄기가 되어 유성처럼 허공에 있는 검은색의 거대한 손을 향해 날아갔다.쿠구궁!하늘을 전부 가릴 듯하던 검은색의 거대한 손은 그렇게 윤신우의 일격에 파괴되었다.그뿐만 아니라 비검이 지나가는 곳에 있던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비검은 독인이 만들어낸 거대한 손을 파괴한 뒤 곧장 독인을 향해 날아들었다.‘뭐야?’무시무시한 비검 때문에 독인은 당황했다. 그는 서둘러 두 손으로 수인을 맺었고 자신의 몸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녹색의 독가스로 보호막을 만들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보호막은 윤신우의 비검을 전혀 막을 수 없었다.촤악!보호막이 윤신우의 비검 때문에 부서져 내렸다.“젠장... 이렇게 죽는 건가?”독인은 낙담한 얼굴로 코앞까지 날아든 비검을 바라보았다. 그의 일그러진 얼굴 위로 절망이 드리워졌다.그런데 무시무시한 비검이 독인의 머리를 꿰뚫으려는 순간 갑자기 누군가 독인의 앞에 섰다.그는 문창정이었다.그가 손바닥으로 밀어내자 윤신우의 비검 위에 손자국이 생겼고 곧 탁 소리와 함께 비검은 방향을 틀어 날아왔던 방향으로 다시 돌아갔다.“독인, 제가 윤씨 일가의 가주를 얕보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 말을 믿지 않더니, 이젠 믿을 수 있겠습니까?”문창정은 윤신우의 비검을 막은 뒤 음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죽을 뻔했던 독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뚝뚝 흘렀다.그는 땀을 닦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네, 네... 선배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제가 너무 경솔했습니다.”윤신우는 갑자기 나타난 문창정을 바라보면서 입을
“당신은 제 아들에게 기린화독을 써서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들의 왕위를 빼앗고 우리 아들을 기습했죠. 그런데 사돈이 될 수도 있다고요? 정말 염치가 없네요.”윤신우는 욕지거리를 했다.그의 말대로 만약 윤구주에게 구양진용결이 없었다면 윤구주는 이미 죽음의 바다에서 죽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런데 문창정은 뻔뻔하게 사돈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얼마나 기가 막힌 얘기인가?“휴, 윤 가주가 동의하지 않는 것 같으니 우리는 적이 될 수밖에 없겠군.”문창정은 유유히 말했다.“하지만 윤씨 일가와 윤구주 한 명이 정말로 우리 무도 3대 서열에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하오?”문창정이 위협적인 어조로 말했다.“흥! 그건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명심하세요. 우리 윤씨 일가의 자제들은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굴복하지 않습니다.”윤신우는 패기 넘치게 말했다.“하하하하!”문창정은 그 말을 듣고 미친 듯이 웃었다.“그렇다면 윤 가주의 실력을 보고 싶군. 나와 한 번 싸워 보지!”문창정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에게서 무홍의 기운이 마치 안개처럼 하늘을 가리고 주변을 뒤덮었다.그 순간 격투를 벌이고 있던 윤씨 일가의 고수들과 문씨 일가의 고수들은 모두 멈췄다.다들 무시무시한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윤씨 일가의 가주와 문씨 일가의 문창정의 싸움이라니.윤신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무시무시한 실력을 뽐냈다. 그는 자신의 힘을 전혀 감추지 않았다.펑! 펑! 펑!윤신우의 곁에서 빛무리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그것은 바로 동천이었다.“팔부 동천!”“윤씨 일가의 가주가 팔부 동천이었던 걸까?”윤신우가 여덟 개의 동천을 전부 개시한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그의 동천 기운에 뒤덮였다.더욱 무시무시한 점은 여덟 개의 동천이 전부 개시되었음에도 윤신우의 기운이 계속해 커진다는 점이었다.그의 긴 머리가 휘날리면서 기운이 엄청난 기세로 하늘로 치솟았다.이 순간, 그곳에 있던 윤씨 일가의 사람들은 경악했고 독인
윤신우의 엄청난 한 방에 문창정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윤 가주가 싸우자고 요청했으니 기꺼이 받아들이겠소.”문창정은 오른손을 들어 똑같이 손바닥을 움직였다.쿠구궁!두 힘이 부딪치면서 무시무시한 폭발이 사방을 휩쓸었다.몇십 미터 반경으로 윤씨 일가의 저택과 모든 것이 재가 되었다.이것이 바로 진정한 강자들의 전투였다....윤씨 일가가 문씨 일가의 기습을 받았을 때 윤구주는 형제들과 함께 집에 있었다.오늘은 밤경치가 아름다웠다.그러나 윤구주는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조금 전 날이 저물기 시작할 때부터 자꾸만 불안한 예감이 들었고, 그 때문에 윤구주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별빛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바라본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구주야, 왜 그래? 아까 밥 먹을 때도 안색이 좋지 않던데 혹시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야?”소채은은 윤구주의 곁으로 다가가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윤구주가 대답했다.“오늘 밤에는 왠지 모르게 조금 불안해.”“응? 무슨 일 있었어?”소채은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고 윤구주는 고개를 저었다.윤구주가 대답하고 싶지 않아 하자 소채은도 더는 묻지 않았다.이때 공수이와 함지우가 함께 윤구주의 곁으로 달려왔다.“형님, 지우 씨가 저랑 겨뤄보고 싶다고 하는데 형님이 증인이 되어주실래요?”윤구주는 손을 저었다.“너희는 너희끼리 놀아. 난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 말이야.”“기분이 좋지 않다고? 구주 형, 무슨 일 있어?”함지우는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물었다.공수이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일이 있는 건 아닌데 뭔가 좀 불안해.”“불안하다고?”그 말에 공수이와 함지우 모두 당황했다.“형님, 잘 쉬지 못해서 생각이 많아진 건 아닐까요?”공수이가 중얼거렸다.“맞아, 형. 우리한테 무슨 일이 있겠어? 설마 그 빌어먹을 종문들이 우리를 찾아와서 시비를 걸겠어?”함지우가 말했다.두 사람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라고?’그 말을 듣는 순간 공수이와 함지우 모두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윤구주는 완전히 얼어붙었다.윤신우와 윤정석이 죽다니?“형님?”“구주 형?”옆에 있던 공수이와 함지우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구주야, 슬퍼하지 마. 내가 꼭 형님과 정석이를 위해서 복수할 테니까.”윤창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윤구주를 향해 걸어갔다.윤창현이 윤구주와 1미터 정도 떨어졌을 때 윤구주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쿵!엄청난 충격파가 윤창현에게 덮쳐들었다.윤창현은 윤구주가 갑자기 기습할 줄은 몰랐는지 미처 막지 못하고 멀리 날아갔다. 곧이어 그는 화가 난 눈빛으로 윤구주를 노려보았다.“구주야, 왜 날 공격하는 거야?”이때 옆에 있던 공수이와 함지우는 당황했다.그들은 윤구주가 갑자기 윤창현을 공격할 줄은 몰랐다.윤구주는 싸늘한 얼굴로 어둠 속에 서서 날 선 눈빛으로 눈앞의 윤창현을 바라보았다.“감히 우리 둘째 삼촌을 사칭해?”‘뭐라고? 사칭했다고?’그 말을 듣자 맞은편에 있던 윤창현은 살짝 당황했다.공수이와 함지우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윤창현을 바라보았다.윤창현은 정체를 들키자 곧바로 킥킥대며 웃었다.곧이어 중후하던 목소리가 날카로워지면서 여자의 목소리로 변했다.윤창현이 오른손으로 얼굴을 만지자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이 윤구주 등 사람들의 앞에 나타났다.그녀는 바로 옥면 여우 미희였다.소문에 따르면 옥면 여우는 천면 여우라고 불린다고 한다.그녀의 역용술은 아주 뛰어나서 보통 사람들은 구별할 수 없다고 한다.그리고 지금까지 옥면 여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그녀의 모든 얼굴이 가짜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젠장, 감히 사칭을 해요?”공수이는 화를 냈다.“감히 구주 형을 속이려고 해? 죽으려고!”함지우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면서 옥면 여우를 죽이려고 하자 윤구주가 그를 막았다.“말해. 왜 우리 둘째 삼촌을 사칭한 거지? 솔직히 얘기하지 않는다면 넌 오늘 죽
미희의 정체를 간파한 뒤 윤구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말해. 누가 널 보낸 거야? 감히 우리 삼촌을 사칭해?”미희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그건 얘기해줄 수 없어요.”“얘기할 수 없다고요? 그러면 죽어요!”공수이가 가장 먼저 손을 썼다.그는 주먹을 내뻗으면서 눈 깜짝할 사이 미희에게로 날아갔다.오래전부터 유명했던 옥면 여우는 당연히 실력이 약하지 않았다.공수이가 주먹을 휘두르자 그녀는 몸을 비틀어 피하면서 빠르게 반격했다.손바닥과 주먹이 부딪치는 순간 미희는 저 멀리 날아갔다.“휴, 전 제가 구주왕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똑똑할 줄은 몰랐어요. 재미가 없네요. 전 이만 가볼게요.”미희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둠 속으로 날아갔다.“떠나려고요? 꿈 깨요!”공수이가 다시 한번 고함을 지르면서 미희를 따라가려는데 윤구주가 입을 열었다.“됐어, 수이야. 가게 놔둬.”‘응?’“형님, 왜 저 여자를 그냥 보내주는 거예요?”공수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그들의 실력이라면 미희를 잡아두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공수이뿐만 아니라 함지우와 윤구주도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윤구주가 말했다.“잡아봤자 별 쓸모가 없을 거야.”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갑자기 어둠 속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랑 같이 윤씨 일가 저택에 갔다 오자.”갑자기 윤씨 일가 저택으로 가자는 말에 공수이와 함지우는 흠칫했다.“형님, 왜 갑자기 본가로 가려는 거예요?”공수이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내 예상이 맞다면 윤씨 일가는 습격을 당했을 거야.”윤구주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오늘 윤구주는 날이 저물 때부터 계속 불안했고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옥면 여우가 윤창현을 사칭하여 이곳에 오자 윤구주는 그제야 윤씨 일가가 습격당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의 본가를 습격했다는 말이에요? 모조리 죽여야겠어요!”그렇게 세 사람은 곧바로 윤씨 일가로 향했다.윤씨 일가는 천하제일 가문이라고
“여긴 왜 왔어?”윤구주가 육도진의 멱살을 잡은 채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자, 주위의 금위군들은 깜짝 놀랐다.육도진도 질식할 것 같아 서둘러 입을 열었다.“저하, 진정하세요. 이 늙은이는 조금 전 윤씨 일가가 습격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거예요.”육도진의 말을 듣고서야 윤구주는 멱살을 놓아주었다.“할머니!”그는 윤씨 일가 저택을 향해 달려갔다.윤씨 일가 중에서 윤구주는 자신 때문에 눈까지 멀었던 할머니를 가장 따랐으나 그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할머니의 안위가 걱정되어 뒤뜰로 달려가 보니 한산하기 그지없었다.하미연이 살던 오두막집의 문은 열려 있었다.“할머니!”윤구주가 서글프게 외쳤지만, 안에서는 아무 기척도 없었다.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보니 테이블과 의자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을 뿐 하미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윤구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할머니…”그가 슬픔에 빠져있을 때 공수이와 함지우, 그리고 육도진도 달려왔다.윤구주의 할머니가 보이지 않자, 공수이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빌어먹을! 대체 어느 놈이 형님의 집을 공격했단 말인가? 영감, 내 손에 죽고 싶지 않다면 어서 바른대로 말해!”공수이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육도진을 쏘아보자, 육도진은 어이가 없었다.“나도 조금 전에 왔어. 너희들이 나를 죽인다 해도 난 몰라.”사실 육도진도 조금 전에 도착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모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지만 살기가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을 뿐 윤구주는 아무 말이 없었다.이때 금위군 한 명이 달려왔다.“육 우상님, 육 우상님! 목숨이 붙어있는 사람을 찾았어요.”이 말을 들은 육도진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서둘러 물었다.“어디 있어?”“앞뜰에요.”금위군의 말을 육도진은 황급히 윤구주에게 전했다.“저하, 살아 있는 사람을 찾았대요. 가보지 않겠어요?”“그러자!”윤구주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이들은 앞뜰로 향했다.이들이 앞뜰에 도착
노인의 입에서 문씨 세가라는 말이 튀어나온 순간 윤구주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윤구주의 옆에 있던 공수이, 육도진의 안색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윤구주가 계속해서 물었다.“내 할머니는 대체 어디 있냐 말이야? 그리고 아버지는?”“주인님은… 고문을 당한 뒤 다른 사람들과 같이 문씨 세가 사람들에게 잡혀갔어요.”노인이 말했다.“뭐야? 고문까지 당했다고?”윤구주의 얼굴빛은 더욱 어두워졌다.“네.”간신히 숨만 붙어있던 이 노인은 아까 일어났던 일을 윤구주에게 말해 주었다.사실 이 전투는 윤씨 일가의 패배가 아니었다.문씨 세가에서 몰래 자객을 보내 몰래 하미연을 납치한 탓에 윤씨 일가가 와르르 무너진 것이었다.문창정이 하미연을 인질로 내세우자, 윤신우, 윤창현, 윤정석, 그리고 윤씨 일가의 모든 사람은 그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이 때문에 윤하율을 포함한 윤씨 일가의 모든 사람이 문창정에게 잡히고 말았다.그 말을 들은 윤구주는 과도한 분노로 울화통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옆에 있던 육도진도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었다.“젠장! 문씨 세가 놈들이 어르신을 이용해 저하를 잡으려 하다니! 비열한 놈들!”“저하, 명을 내리시면 제가 이 도시의 금위군들을 모두 동원하여 가주님과 다른 사람들의 행방을 찾도록 하겠습니다.”윤구주는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구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몰랐지만, 이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에게 향했다.그렇게 한참 정적이 흐르더니 윤구주가 갑자기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저하?”걸어가는 윤구주를 바라보던 육도진이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그의 뒤를 따랐다.공수이와 함지우도 윤구주가 어디로 가려는지 알지 못했지만 일단 따라가 보기로 했다.뜰에서 나온 후, 윤구주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우상,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을까?”윤구주의 말에 육도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명만 내리시면 이 늙은이가 최선을 다해 받들겠습니다.”“서울 전체를 봉쇄해!”윤
하지만 윤구주의 왕위가 문아름에게 뺏긴 후에 이 부저는 이황부로 명칭이 바뀌었다.이 시각, 국방부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이황부의 경계는 아주 삼엄했다.몇 명의 경비병이 어둠 속을 뚫고 자신들 쪽으로 다가오던 윤구주, 공수이, 함지우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어서 멈춰라! 이곳은 매우 중요한 곳이니 외부인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하지만 세 사람은 경비병의 말을 무시한 채 여전히 그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멈추지 않으면 쏜다!”이들이 계속 다가오자, 경비원들은 총을 들고 세 사람을 겨누었다.그때, 윤구주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문아름을 찾으러 왔으니까 내 앞을 가로막지 마! 그렇지 않으면 다 죽여버릴 거다.”문아름을 찾는다는 말에 경비병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거 아주 미친놈이네. 감히 우리 새 왕의 이름을 불러? 죽으려고 환장했구나.”한 경비병이 허리에 차고 있던 총을 빼 들려고 했지만, 갑자기 권영이 경비병을 향해 날아왔다.‘쾅’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 경비병은 즉사했다.“말이 많구나!”공격한 사람은 다름 아닌 공수이였다.공수이가 손쉽게 이 경비병을 죽이자, 나머지 경비병들은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다.“다들 쏘지 않고 뭐 하는 거야!!!”경비병들이 총집에서 총을 꺼내려는 순간, 갑자기 검기가 휘몰아치더니 검광이 이들을 덮쳤다.그렇게 십여 명의 경비병들은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감히 구주 형에게 총을 겨누다니! 이 쳐 죽일 놈들.”이번에 나선 사람은 함지우였다.공수이와 함지우가 모든 경비병을 죽인 후, 세 사람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국방부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땡땡땡!세 사람이 국방부 정문을 넘어서는 순간, 귀청을 찌르는 듯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누군가 국방부에 침입했다. 빨리 집합하라!”잠시 뒤 중무장한 국방부 병사들이 손에 총기를 든 채 사방에서 몰려와 세 사람을 포위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윤구주는 여전히 이황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윤구주에게 접근하는 국방부 병사들을 공수이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
성수인 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야 진정한 전쟁이 시작된다!백호의 두 눈은 완전히 야수의 눈으로 변했고, 싸늘한 눈빛으로 청현을 노려봤다.“몸 풀었으니 이제는 진짜 싸움이다. 서요산 검사야, 어디 한번 버텨봐라?”성수와 하나가 된 백호는 이제 기술 따윈 필요 없었다. 무적의 성수, 오직 전투만이 답이다!백호가 다시 돌진했다. 성수인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기가 청현의 양기를 단번에 압도했다.순식간에 전세 역전이다. 이번엔 청현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처지다.그 대단한 서요산 검기는 성수의 수호막을 하나도 뚫지 못했다.둘은 하늘에서 땅으로, 지하에서 다시 아홉 겹 구름 위로 날아오르며 싸웠다.쾅! 쾅쾅쾅!구름 위로부터 울려 퍼지는 격전의 소리는 천둥을 방불케 했고, 땅이 울리는 순간 진북왕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서요산 검종의 검객이 이렇게 강했단 말인가...백호 저 자식은 또 뭐야? 그냥 제자가 아니라 괴물이잖아?’진북왕은 인생 전체가 부정당한 기분이었다.‘난 지금까지 도대체 뭘 수련한 거지...?’쾅!!다시금 천지를 울리는 소리와 함께 청현은 하늘에서 땅으로 수직 낙하하였다.지면을 강타하며 피를 뿜었고 온몸은 찢기고 뼈는 대부분 부서졌다.그 순간 하늘에서는 거대한 성수의 허상이 떠올랐다.서울 상공을 덮은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 검은 구름을 만들었고 음기가 태양을 가리는 순간 청현도 정신적 혼란 상태에 빠졌다.“말도 안 돼... 난 양기를 끌어왔어! 저런 사악한 자들을 억제하려고!”“악은 정의를 이길 수 없다며! 젠장...!” 청현이 이를 악물고 낮게 으르렁댔다. 포기할 수 없었다. 아니 절대로 무릎 꿇을 수는 없었다!그는 도를 위해 태어난 자. 반드시 입도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음풍이여 올라와라!”그는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슛— 하고 일어나서 온몸에서는 살기가 폭발했고, 그 모습은 인간이라기보단 악마 그 자체였다.대지가 진동하고 지하 깊은 곳의 음기가 그의 주변으로 솟아올랐다.“화극대법! 음기입체!”
부우우웅!청현은 땅과 하늘의 기운을 끌어모아 음과 양이 모두 담긴 영검 하나를 꺼내 들었다.“백호 악마야! 마법의 검을 받아라!”순간 천지가 진동했고 양의 힘이 검을 타고 맴돌면서 날카로운 검빛이 한층 한층 휩싸였다. 산이 흔들리고, 서울 전체에 끔찍한 검 소리가 울려 퍼졌다!청현의 인간성은 별로이지만 실력 하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백호는 죽음이 코앞에 온 듯한 위협을 느꼈다.위험하다!하지만 백호는 놀라기는커녕 미소를 지었다. 광기 넘친 눈빛으로 완전히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청현의 양기 가득한 검은 하늘과 땅을 찢을 듯 백호를 향했다. 백호의 가슴엔 피가 터지고 갈비뼈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하늘은 양이고 땅은 음이다! 백호는 음신사체를 수련했으니 저 양기 가득한 검 앞에서는 완전히 억눌리는군!”진북왕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이대로라면 청현은 완전히 백호와 청해 모두 쓸어버릴 수 있었다.상성만 아니었으면 청해는 그렇게 허무하게 지지 않았을 것이다.마치 보조자항처럼 위대한 인물이라도 부처님 흉내까지 내면서도 미친 스님 앞에선 꼼짝도 못 하였다.“양이 음을 억제하긴 하지.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내가 보도자항를 이긴 건 진정한 불도를 닦고 열심히 마음속으로부터 수행했기 때문이었지, 그자는 껍데기만 따라 했지 마음으로 도를 닦지 못했으니 진 거야.”“백호가 음혼인 건 맞지만 그게 곧 악마라는 뜻은 아니다.”“청현도 마찬가지야. 그가 진짜 양인지 음인지 아직 판단할 때가 아니야.”미친 스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스승님 제발 그만 하세요.이 상황에서 폼 잡으려고 온 거면 진짜... 제자가 지금 반쯤 죽었는데요?”공수이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후후, 우리 어리숙한 제자야. 바보인 채로 사는 게 차라리 낫지.”미친 스님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음양이니 정의니 하는 건 진북왕엔 관심 밖이다.지금 중요한 건 오직 하나—백호가 청현의 상대가 될 수 있느냐는 것!아니면 최소한 임정설이 폐관
백호는 어깨에 꽂혀 있던 검을 뽑아내더니 청현의 눈앞에서 그대로 부러뜨렸다. 그 광경을 본 청현은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이 미친놈아! 내 검을 부러뜨려? 죽여버릴 거야 이 자식아!”청현은 눈이 빨갛게 변하며 광기 어린 포효를 내질렀다. 그의 분노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온몸을 감쌌다.백호는 그런 그를 비웃으며 콧방귀를 뀌었다.“우리 왕께서 말씀하셨지. 진정한 검객은 검 없이도 싸운다고. 그깟 검 하나쯤이야. 네놈은 검의 형상만 쫓을 뿐 검객의 마음은 가지지 못했어. 그따위로 무슨 검객이냐?”쿵!청현은 완전히 제 정신을 잃었다.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짐승처럼 날뛰며 백호에게 돌진했다. 맹렬한 화염처럼 끓어오르는 기세로 백호와 뒤엉켰다.한편 진동왕 일행은 중상을 입고 거의 죽어가던 청해를 간신히 구조해 냈다.그때 미친 스님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직접 손으로 불법을 펼쳐 청해를 보호하기 시작했다.“이 노승은 그저 그의 숨만 붙들어놨을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상처 그대로 두면 앞으로 몸은 끝장일 겁니다.”미친 스님이 진동왕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진동왕은 그것도 잊은 채 다그치듯 물었다.“스님 그 검객은 대체 뭐 하는 놈입니까? 어째서 검객 주제에 그런 무서운 음기를 품고 있는 겁니까?”“청현은 서요산 검종 종주의 직계 제자요. 검종에서도 지극히 큰 기대를 받은 인물이었습니다. 원래라면 차기 거목이 되었을 사람입니다. 하지만 후계자 문제는 검종 종주도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고 그는 청현의 인성을 살펴보려고 일부러 결정 시점을 미뤘습니다. 예상대로 청현은 그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고 원한을 품고 동문 수련생 열댓 명을 중상을 입혔습니다. 그 잔혹함은 종주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그에 비해 후에 등장한 후배 함지우는 호연정기로 심법을 닦고 도에 따르는 삶을 살아가며 신뢰를 얻었습니다.”미친 스님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구주를 움직이게 할 자격이 있는 자는 결국 당대의 진짜 영웅입니다. 그리고 윤구주는 그 모든 자 위에 있는 사람
“너도 억울해할 필요 없어. 네가 화진을 위해 공을 세운 건 사실이지만 그건 전적으로 구주왕에 대한 충성심 위에 쌓인 것일 뿐이야. 앞으로 네가 성장하면 윤구주도 널 통제하지 못할 테니 그 전에 널 제거하려 할 거다.”말이 끝나자 청현은 순식간에 수천 미터를 날아 수비영으로 다시 뛰어들었다.삼척청봉이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그 검 끝은 백호를 정확히 겨눴다.날카로운 검의 울림은 수 킬로미터 안의 모든 이들의 고막을 찢을 듯 진동하며 어지러움을 유발했다. “지껄이지 마. 죽이려면 날 죽여. 내 형제들을 어떻게 죽였지? 그리고 여긴 어딘 줄 아나? 이곳은 화진 서울이야. 너 같은 쓰레기가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백호의 눈빛은 살기로 가득했고 상공엔 살기가 짙게 뭉쳐 수신의 형상이 희미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그 위압감은 실로 섬뜩할 정도였다.솔직히 이런 백호의 모습은 정말 마인으로 오해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그는 윤구주에 대한 충성은 변함없었지만 그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윤구주만이 아니었다.구주의 전우와 화진의 백성들 그 모든 이들이 그가 지켜야 할 대상이었다. 그의 행보는 그를 점점 인간 요귀로 만들어가고 있었다.“그래? 지금은 네가 그들을 인정하고 있어도 언젠가 네가 마인으로 타락하게 된다면 그때는 네 의지대로 되지 않을 거야. 난 간다. 미리 경고했으니 후회하지 마. 내게 자비란 없다.”슈욱!청현은 한 자루 검과 함께 어둠을 가르며 잔상처럼 백호를 향해 돌진했다.한 줄기 칼날의 섬광이 나타나며 수천 개의 검기가 일제히 백호에게 쏟아졌다.쾅! 쾅! 쾅!각 칼날 하나하나가 구오지존 초입의 수련자를 가볍게 썰어버릴 위력이었지만 백호의 몸엔 그 어떤 반응도 없었다.대부분의 검기는 튕겨 나갔고 일부는 살을 파고들었지만 뼈에 닿으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휙!강풍이 맹렬히 불어치는 가운데 청현은 백호의 천령개를 향해 칼을 날카롭게 휘둘렀다.슉!백호는 머리를 살짝 비켜 피했지만 칼은 그의 어깨를 정확히 내리꽂
화진의 외곽에서 청룡의 흔적을 추적하던 빙신전 전주는 갑자기 신경을 곤두세우며 말했다.“늙은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뭔가 감지된 거야?”현모와 주작은 즉시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몇 번을 말해. 난 황보웅이라고.”빙신전 전주가 차갑게 대답했다.“헛소리 작작 해. 널 신발이라 안 부른 것만 해도 고마운 줄 알아. 청룡은 찾았어?”성질 더러운 주작은 그에게 전혀 봐주는 법이 없었다.“아니. 백호한테 걸어둔 천술이 강제로 해제됐어.”황보웅이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뭐라고?”현모와 주작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서울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현모와 주작은 즉시 위성 전화로 서울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근처 도시에 연락한 결과 서울에 이상 상황이 발생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그들은 이미 서울로 인원을 파견했다고 전했다.“젠장! 진동왕 그 늙은 놈 처음부터 믿지 않았어. 청해는 더 말할 것도 없고!”주작은 크게 분노하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현모는 차분하게 말하며 주작을 진정시켰다.황보웅은 무관심하게 말했다.“진동왕 임성진이야 고작 구오 경지에 불과해서 그가 뭘 하든 별 소용없어. 청해는... 그놈은 이제 더 이상 반역하지 않을 거야. 곤륜 구역은 배신자를 용납하지 않거든. 구주왕은 더 말할 것도 없고.”현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보웅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말도 소용이 없었다. 설령 서울에 큰 위기가 닥쳤다 해도 이곳에서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걱정하지 마. 국주도 서울에 있고 왕이 말했듯이 국주가 이제 최고급 신급에 올랐으니 진형만 유지하고 주변 도시에 원군을 요청하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거야.”현모는 힘차게 말했다. 이어서 두 사람에게 청룡 추적에 전념할 것을 지시했다.황보웅은 서울의 사상자 수에는 무관심했고 윤구주만 무사하면 대국에 지장이 없다고 여겼다.그리하여 세 사람은 다시 깊은 산과 밀림으로 들어가서 청룡을 추적했다.한
청해는 모든 일을 마무리한 후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죽음을 기다렸다.청의 검객은 그의 곁을 무심히 지나가며 담담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네가 곤륜 구역의 사술사긴 해도 화진 백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건 충성이라 할 만하다. 윤국주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켰군. 내가 굳이 너를 죽일 필요는 없어. 정리할 게 있다면 정리하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해라.”청해의 마지막 충성을 보고 청의 검객은 그를 살려두었다.그리고 얼음 진법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청해가 온 힘을 다해 짜놓은 얼음 결계는 한 번에 산산조각 나버렸다.“이 미친놈. 차이가 너무 크잖아. 고급 신급뿐인데 어떻게 저렇게까지 강력할 수 있지?”청해는 욕설을 퍼부으며 이를 악물었다.그래도 자신이 오늘 죽으면 화진을 위해 싸운 셈이니 윤구주가 자신을 잘 묻어주고 이름을 남길 거라고 생각했다.평생 신령으로 살아온 청해는 죽음 앞에서 자신의 명예를 되새기며 웃고 있었다.멀리서 진동왕 일행이 도착했지만 그는 발을 디디기도 전에 칼날 같은 살의와 검의 기운에 압도당했다.바로 그 순간 그는 미친 스님의 말을 떠올렸다. 임정설이 올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백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는 얼음 속에 갇혀 전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백호 네 안에는 살기가 너무 많다. 성수의 피를 융합한 이상 언젠가는 인간계의 마인으로 폭주할 것이다. 윤국주는 결코 너를 죽일 수 없겠지만 내가 대신 끝내주마.”청현의 검 끝에서 한 줄기 서늘한 빛이 뻗어 나와 얼음 결계를 뚫고 백호의 단전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청의 검객인 청현은 이미 그 흐름을 감지하고 있었다.성스러운 짐승의 피를 깨뜨린다면 백호는 죽을 운명이었다.진동왕은 숨을 삼킨 채 그 칼끝을 노려보고 있었다.하지만 구주군은 더는 참지 못했다.“대장님을 구하라. 돌격.”수천 명의 구주군이 함성을 지르며 청현을 향해 돌진했다.하지만 청현은 단 한 번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그는 허공을 향해 손을 내밀더니 순식간에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아 손바닥
진짜 부처의 금빛 광채가 서울 하늘을 뒤덮었다.수많은 불빛이 만불종의 보도자항을 송두리째 태워버렸다.그의 육신이 타들어 가며 내면의 음험한 영혼과 사악한 기운이 드러나자 그동안 그에게 속아왔던 이들은 마침내 진실을 깨달았다.그는 진정한 부처가 아니라 불교의 이름을 악용해 사술을 부리는 사악한 존재였음을. 불빛은 순식간에 희미해졌고 하늘의 황금 형상은 다시 검은 구름에 삼켜졌다.지상에 남은 금빛 실루엣도 점차 사라지며 그 자리에는 누더기 법복을 입은 한 스님의 모습이 드러났다.그는 바로 공수이의 스승인 미친 스님이었다.최고급 신급에 근접한 존재였다.“역시 스승님. 평소에는 미친 척하시더니 제대로 할 땐 정말 대단하시네요.”공수이는 온몸이 엉망이 되었음에도 미소 지으며 말했다.“미친 스님? 200년 전 풍화산의 불동 주지 스님 이름이 뭐였더라?”진동왕 임성진은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그 이름을 기억해 내지 못했다. “불은 본래 형상이 없으니 내가 불을 닦는다면 이름 자체가 무의미하지요.”미친 스님은 아미타불을 외우며 몇 개의 단약을 꺼내 진동왕과 공수이에게 먹였다.하지만 은용위의 부대는 이미 요승 불경의 손에 전멸한 후였다. 미친 스님은 그들을 위해 자리에 앉아 초혼 의식을 치렀다.“스님 지금은 초혼할 때가 아닙니다. 그들이 백호를 노리고 있음이 분명해요. 청해도 위험한 상황일 겁니다. 부디 백호를 구해주십시오.”진동왕은 숨을 고르자마자 미친 스님을 향해 절박하게 외쳤다.예의를 갖추지 못한 것은 상황이 너무나 긴급했기 때문이었다.그 말을 들은 미친 스님은 안타깝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내 도행은 보도자항과 팽팽한 대결 수준입니다. 그를 죽일 수 있었던 건 수련이 아니라 운 때문이었습니다. 백호에게 닥친 이 재앙은 그의 운명에 이미 각인된 것입니다. 그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뭐... 뭐라고요?”곤륜 구역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고인조차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에 진동왕은 충격을 받았다.“어서 말하거라.
“미친놈. 이 가짜 스님아, 당장 꺼져.”공수이는 온몸이 부서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혈액을 인으로 새겼다.그의 피는 놀랍게도 황금빛을 띠고 있었다.십장 금불인이 발동되었다.공수이가 모든 힘을 다해 불러낸 공격은 보도자항이 소환한 금불상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갔다.“네 놈이 고작 불법 몇 년 수련했다고 대단한 줄 아느냐? 서방여래는 만불지존이다. 네가 감히 뭐로 나와 겨룬단 말이냐. 깨져라.”보도자항은 냉소를 띠며 금불상의 양손을 모았다. 그러자 손끝에서 번개 같은 금뢰가 튀어나와 공수이의 금강불인을 산산이 부수었다.그 충격에 공수이는 완전히 쓰러졌다.그는 바닥에 쓰러져 일어설 엄두조차 낼 수 없게 되었다. 문득 공수이는 이것이 정말 여래인지 의문이 들었다. “하찮은 요귀가 어찌하여 참불을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이게 세상 이치인가? 내가 배운 불법은 전부 거짓인가? 아니면 선악을 막론하고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건가?”그 순간 하늘을 가르며 천지의 정기를 품은 무지갯빛 호연정기가 짙은 기운을 가르며 쏟아졌다.“금강인 불문을 열어라. ”거대한 메아리 같은 음성이 하늘을 울렸고 곧이어 백장 금인이 칠색 구름을 타고 서울 상공에 강림했다.“뭐라고?”보도자항의 표정이 굳었다.그 압도적인 기운은 그의 숨조차 막히게 했다.“불.”백장 금인이 왕부로 내려오자마자 뱉은 한마디에 보도자항이 펼쳤던 모든 사술이 산산조각 나버렸다.“안돼... 나의 불길한 예감이 맞아떨어졌군. 이 세상에 아직도 대승 불법을 익힌 자가 남아 있었다니.”보도자항은 이를 갈며 몸을 떨었다.그는 질투에 사로잡혔다.왜 자신은 만불종 종주임에도 이런 참된 불법의 정수를 얻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었다.“불본무도 심성위령. 일념으로 도를 향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너희 같은 자들은 마음을 그르쳐 불을 왜곡하고 형상 없는 불을 우상화해 신처럼 떠받들었다. 만불종은 불타의 이름을 빌려 사익을 취했고 종교를 가장해 세상을 속였으며 그 어떤 정의로운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