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의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또한, 아무도 그의 손놀림을 보지 못했다.유일하게 보이는 것은 그의 번쩍이는 그림자뿐이었고, 이후 연이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윤구주를 공격하려던 진성 도관 제자들이 하나같이 거꾸로 날아간 것이다.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숨 쉴 틈도 없었다.그렇게 끝나고 만 것이다.원지훈이 데리고 온 십여 명의 진성 도관 제자들은 저마다 슬프게 울부짖으며 땅에 쓰러져 있었다.바닥에 누워있는 자신의 후배들을 바라보던 원지훈의 눈동자는 갑자기 움츠러들었고 머릿속은 더욱 하얗게 되었다.유일하게 드는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이게 대체 뭐야... 우리가 무슨 괴물한테 미움을 산 거야?!’윤구주는 제자들을 전부 쓰러트린 후에야 원지훈을 바라보았다.“이제 네 차례야.”원지훈은 어쩔 수 없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서기 시작했다.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 채로 말이다.그는 마치 귀신을 본 듯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너... 너... 너는 대체 누구냐? 우리 진성 도관하고 무슨 원한 맺은 일이 있다고, 넌 왜...”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구주는 번쩍하더니 곧 원지훈의 앞에 나타났다.그러고는 마치 독수리가 병아리를 조르듯 한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쥐어 공중에 띄웠다. “잘 들어, 나는 너희들이 어느 도관 출신이던, 너희들이 누구든 상관하지 않아. 한마디만 할게, 만약 다시 한번 감히 채은이를 괴롭힌다면, 그때는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만 꺼져!”차갑게 내뱉은 뒤 윤구주는 오른손을 휘저었다.이윽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진성 도관의 수제자 원지훈은 이렇게 날아가 땅바닥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고, 청석판 바닥에는 십여 줄기의 균열이 났다!다름 아닌 진성 도관의 수제자가 당했는데, 다른 사람이라고야 어찌 더 이곳에 머무를 수 있겠는가?그들은 얼른 원지훈을 부축하더니 상갓집 개처럼 서둘러 달아났다.진성 도관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윤구주는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이 순간, 소청하 부부는 그가 돌아서는 것을
소청하는 담배를 더욱 꽉 움켜잡았다.“어쨌든, 절대로 그 윤씨 자식을 우리 집에 남겨둬서는 안 돼.”“하지만, 채은이는 어떡해요?”천희수가 말했다.“안심해. 내가 우리 딸 설득할 거야.”...조용한 방안.소채은은 방에 돌아온 후부터 줄곧 이상한 눈길로 앞에 있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윤구주도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채은아, 왜 그렇게 봐?”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 침묵하다가, 비로소 천천히 입을 열었다.“구주야, 너 도대체 전에 뭐 하던 사람이야?”“나?”윤구주는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고 멍해졌다.“응!”“그런 건 갑자기 왜 물어봐?”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빙긋 미소를 지으며 소채은을 바라보았다.“왜냐하면... 왜냐하면... 왜냐하면 네가 싸움을 너무 잘하니까!”“싸움?”그는 눈썹을 찌푸렸다.“응! 예를 들어 오늘 진성 도관 녀석들 말이야. 그 사람들 모두 무술을 연마한 사람인데, 너 손짓 한 번으로 다 날려버렸잖아.”소채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전에는 계속 네가 자동차 엔지니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왠지 영화에 나오는, 보스들을 지키는 경호원 같아!”“경호원”이라는 말을 듣고 윤구주는 하마터면 물을 뿜을 뻔했다.“구주야, 너 예전에 경호원이었어? 검은 바바리코트랑 막 입고? 총 들고, 응? 늠름하고 멋있는 그런 경호원?”모든 소녀들은 마음속에 영웅의 꿈을 가지고 있다. 물론 소채은도 예외가 아니었다.어렸을 때 영화를 보면서 그녀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영화 속 경호원처럼 위풍당당하기를 바랐다.그런데 지금 윤구주가 이렇게 대단한 것을 보니, 소채은이 호기심이 안 발동할 수가 있겠는가.윤구주가 웃으며 말했다.“아니, 나는 경호원을 한 적이 없어!”“그런데 왜 그렇게 강해? 왜 싸움을 잘해?”윤구주는 당연히 그녀에게 자신이 화진의 가장 젊은 구주 천왕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열일곱 살에 신급 경지에, 열아홉 살에 거의 천하무적이 되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이렇게 많은 애들이 애송이한테 얻어맞아? 너희들이 그러고도 나를 아직 사부님이라 불러? 양심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화를 내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진성 도관의 관장, 양진성이었다.분노에 찬 그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얼굴은 모두 자줏빛으로 변했고, 계속해서 제자들을 꾸짖고 있었다.홀 안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한 무리의 제자들, 그들은 놀랍게도 바로 몇 시간 전에 윤구주에게 호되게 혼났던 그 남자들이었다. “사부님 죄송합니다!”“하지만 그 자식 정말 실력이 엄청난 자라 저희가 상대할 수 없었습니다!”제자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원지훈이 땅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아직도 그딴 말을 할 체면이 있는 거야? 풋내기인 애송이가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다고, 이 사부님보다 더 강하단 말이냐?”말을 마치자마자 양진성이 발을 굴렀다. 그러자 앞에 있던 청석판 바닥이 쩍 소리를 내며 바로 산산조각이 났다. 원지훈은 이를 보고 재빨리 말했다.“아니, 아니요, 어찌 그 애송이 자식을 사부님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그렇다면 어서 가자. 내가 직접 가서 한번 그 개자식을 봐야겠으니까. 감히 내 진성 도관을 모욕하다니, 얼마나 실력 있는 자식인지 한번 봐야겠구나!”양진성은 직접 윤구주를 찾아가 손을 봐주려고 했다.바로 이때였다.한 소리가 갑자기 입구에서 들려왔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왔으니까요!”그러자 진성 도관의 사람들이 전부 어리둥절해졌다.“누구요?”제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돌렸다.그러고 나서 보니 입구 쪽에 아주 잘생기고 더할 나위 없이 패기 있어 보이는 한 그림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도관에 갑자기 나타난 한 남자 때문에 사람들은 전부 멍해지고 말았다.원지훈은 더욱 그러했다. 조금 전 윤구주에게 맞은 그 몇몇 제자들도 마찬가지로 말이다!“맙소사! 저 사람은!”원지훈은 놀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자세히 가서 보니,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윤구주였다.그는 마치 귀신처럼 갑자기 진성 도관에 나타났다.윤구주를 알지 못하는
윤구주가 제멋대로 진성 도관에 침입한 것을 보고, 30년 동안 형의권을 연마해 온 양진성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들끓는 것 같았다.“얘야, 기회를 주마. 순순히 무릎을 꿇고 내 제자에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오늘 너는 서서 나갈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 거다.”뒤이어 그는 앞에 있는 마호가니 탁자 위를 힘껏 눌렀다.그러자 딱딱한 마호가니 탁자에 곧장 깊이 손자국이 찍혔다. ‘음, 이 자의 실력도 만만치는 않군.’윤구주가 피식 웃었다.“내가 사과하지 않는다면?”양진성은 어두운 기운을 한껏 뽐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럼 너 스스로가 죽음을 자초한 거나 다름없지.”한 마디 고함이 울리자 양진성의 그림자가 일렁였다.이내 호랑이와 표범처럼 빠른 그림자가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고, 용처럼 휘몰아치는 주먹이 그를 향해 날아갔다.양진성의 권법을 바라보며, 윤구주는 두 손을 등에 지고 서서, 발걸음만 살짝 움직이더니, 쉽게 그의 권법을 피했다.한 수 빗나가자 양진성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다시 형의권을 선보이려 했다.하지만 어쩐 일인지 연속 열댓 번을 시도해도 주먹은 그의 옷자락 끝마저 스치지 못했다. 오히려 양진성 본인이 더욱 지쳐갈 뿐.“이 자식, 분명 가만히 서 있는 것 같은데 왜 못 맞추는 거지?”양진성은 어쨌든 많은 제자들을 이끄는 사부이다.게다가 30년 동안 형의권을 연마해 온 그는, 비록 대단한 고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은 있었다.하지만 현재 이게 무슨 상황인가? 열 가지가 넘는 권법을 연속 사용해도 옷자락마저 스치지 못하니! 그야말로 치욕이 아닐 수 없었다!“인마, 재주가 있으면 꼼짝 마, 정정당당하게 비겨야지 뭐 하는 거야?!”양진성은 빨갛게 달아오른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내가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어요?”윤구주가 피식 웃었다.“허튼소리 작작 해. 할 수나 있고?”“그럼 만족시켜 드리도록 하죠.”뒤이어 윤구주는 정말 뒷짐을 진 채 가만히 서 있었다.그가 움직이지
윤구주는 양진성의 두 팔을 부러뜨린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또 해보시겠어요?”“아, 아니요!!! 안 하겠습니다. 패배를 인정합니다!”양진성은 심하게 떨면서 대답했다.“패배를 인정했으니,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당신은 제자를 감싸고 권세를 믿고 남을 업신여겼지요, 이제 당신의 죄를 알만합니까?”“아... 알만합니다!”고통스러움에 왈칵 눈물을 쏟을 것처럼 보이는 양진성이었다.“그럼 제가 팔을 부러뜨린 것에 대해, 무슨 원망이라도 있습니까?”윤구주가 다시 물었다.“어... 없습니다! 전혀요!”그러자 윤구주가 한껏 차가워진 말투로 말했다.“눈치는 있군요. 잘 들어요, 앞으로 만약 제자들이 감히 무력으로 남을 괴롭히거나 감히 소씨 가문을 괴롭힌다면, 그 대가는 두 팔을 부러뜨리는 것으로 절대 끝나지 않을 겁니다.”이윽고 그는 휙 돌아섰다.“잠깐만요!”윤구주가 가려고 하는 것을 보고 양진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왜요? 불복하십니까?”윤구주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아니, 아니요! 선배님께서 오해하신 겁니다! 불복하는 게 아니라 선배님께 물어보려고 그랬어요. 도대체 어디에서 온 분이십니까? 그리고... 실례긴 하나 혹시 선배님은 대무사이십니까?”그러자 윤구주가 피식 웃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른손으로 앞을 휘휘 그었다. 그러자 육안으로 볼 수 있듯이 흰 커튼 사이로 웬 도검이 불쑥 튀어나와 진성 도관의 정중앙에 있는 정원의 담벼락에 꽂혔다. 이윽고 우르릉하며 단단한 벽이 순간 윤구주의 도검에 의해 갈라지더니 긴 칼자국이 남았다.이 모습에 양진성은 어리둥절 해지고 말았고, 뒤에 있는 제자들도 마치 귀신을 보듯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기화형으로 검을 다루는 것이야! 하늘이시여! 이분이 전설의 무술 대가님이시구나!”양진성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갈라진 벽을 바라보았고 다리가 나른해져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그렇게 윤구주는 성큼성큼 진성 도관을 떠났다.그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며 두 손이 부러진 양진성은 서둘
“좋아! 선택해! 이 엄마, 아빠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그 윤씨 자식을 택할 것인지!”소청하는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아빠, 엄마, 제발 저를 강요하지 마세요!”그러나 소청하의 반응은 시큰둥했다.그는 오늘 윤구주를 반드시 쫓아내겠다고 다짐한 듯 보였다.소채은이 이렇게 압박당하는 것을 보고 윤구주는 결국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구주야?”그가 들어온 것을 보고 소채은은 조금 놀라 하며 붉고 아름다운 눈동자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덩달아 소청하 부부의 시선도 윤구주에게 향했고, 그들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그는 안으로 들어온 후에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잠시 안쓰러운 얼굴로 소채은을 바라보았다.“채은아, 어머니 아버지 말씀 들어. 나 잠시 이 집 떠나야 할 것 같아. 이미 오래 신세 지기도 했잖아.”소채은은 그 말을 듣고 펄쩍 뛰었다.“구주야,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정말 떠나려고?”그러자 윤구주는 쓴웃음을 지었다. 소채은을 위해서라면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응!”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떠나면 나는 어떡해? 우리 약속했잖아. 계속 같이 있고 안 떨어지기로.”소채은이 눈시울을 붉히자 윤구주는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걱정 마, 잠시 나가 사는 것뿐이니까. 한평생 너를 안 보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그래도...”그는 고개를 돌려 소청하 부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아버님, 그동안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걱정 마세요, 이제부터 다시는 이 저택에 발을 들이지 않을 테니, 아버님 어머님도 채은이 그만 압박해주셨으면 합니다.”윤구주의 말을 듣고 소청하 부부는 못내 기뻐하기 시작했다.“됐어, 이만 가야겠다. 채은아, 안녕!”곧이어 윤구주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그가 정말 떠나려 하자, 소채은은 눈물을 흘리며 서둘러 윤구주를 끌어당겼다.“구주야, 어디 가려고?”윤구주가 부드러운 말투로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아무 데나 살 수 있는데 찾아보려고!”“하지만
조용한 롤스로이스 안에서. 주세호는 마치 하인처럼 윤구주의 곁에 공손히 앉아 입을 열지 못했다.하지만 윤구주는 그저 시커먼 눈동자로 창밖을 내다볼 뿐이었다.얼마 안 지나, 차는 주세호의 윈워터힐스에 도착했다.“저하! 오늘 밤은 부디 이곳에 머물러 주십시오. 내일이 지나면 제가 저하가 지내실 더 좋은 곳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주세호는 차에서 내려 윤구주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윤구주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윈워터힐스는 호화롭기 그지없다. 이곳은 주세호의 개인 저택으로 무려 1000억 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윤구주에게 있어서는, 어디에서 지내든지 큰 차이가 없었다.윈워터힐스에 들어선 후, 주세호는 윤구주에게 이곳에서 가장 호화로운 산경룸을 배정했다.이 방은 비할 데 없이 큰데, 안에는 수영장뿐만 아니라 온천, 보드게임 시설 등이 전부 갖추어져 있었다.“저하, 이 방 마음에 드세요? 마음에 안 드신다면 제가 곧 다른 방으로 바꿔드릴까요?”주세호가 공손히 물었다.“그냥 이 방으로 하죠!”“네, 그럼 소인 저하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이만 물러나겠습니다.”말을 끝내고 주세호는 물러났다.그런 다음 윤구주는 조용히 방안 창문 앞에 서서 어둠이 내려앉은 바깥 산 풍경을 바라보았고 점점 소채은의 얼굴이 그의 마음속에 떠올랐다.잠시 그녀에 대해 생각한 후에야 윤구주는 샤워를 하고 잠을 청하려 했다.바로 이때.마세라티 한 대가 윈워터힐스 주차장에 들어섰다.그러고는 차 문이 열리더니 검은색 하이힐을 신고 톱스타 같은 미모를 뽐내는 주안나가 차 안에서 내려왔다.주안나는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모습이었다.“네, 양 사장님, 오퍼 보내신 거 확인했습니다. 내일 답장 드리도록 할게요. 네, 그럼 이렇게 하는 거로 해요. 이만 끊을게요.”통화를 끝낸 후에야 주안나는 비로소 별장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오늘. 주안나는 하루종일 회사에서 회의를 진행한 탓인지 삭신이 쑤셔났다.별장으로 돌아온 그녀는 에르메스 가방을 버리고 하이힐을
서로 알몸인 상태로!눈이 마주쳤다!그러자 주안나를 비명을 지른 후 방문을 쾅 닫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부끄러움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샤워실에서 나왔다!삼초 후 주안나는 놀란 마음을 달래며 소리를 질렀다.“누구야? 왜 우리 집에서 샤워해?”그러자 안에 있던 윤구주도 어이가 없었다!‘이게 뭐지?’‘아까 어떤 벌거벗은 미녀가 샤워실로 들어왔지?’두 사람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옷을 입었다! 주안나는 여자로서 지금까지 이렇게 창피한 적이 없었다! 벌거벗은 남자를 보았을 뿐만 아니라 가장 치명적인 것은 자기도 방금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헐!다 보였다!지금의 주안나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었다!안에 있던 윤구주는 재빨리 몸을 닦고 옷을 입고 걸어 나왔다.그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이다.분명히 주세호의 안내에 따라 여기에 묵도록 배정받았는데?왜 갑자기 벌거벗은 미녀가 들어왔지?주세호가 윤구주를 위해 서프라이즈를 준비한 걸까?이때 밖에 있던 주세호는 인기척을 듣고 급히 뛰어왔다.그는 자기 딸이 벌겋게 된 얼굴로 잔뜩 화가 난 채 방안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안나...??”주안나를 보자 주세호도 당황했다.옷을 다 입은 주안나는 주세호가 걸어 들들어오자 윤구주를 가리키면서 소리를 질렀다.“아빠! 이 자식 누구예요? 누군데 우리 집에서 샤워해요?”그러자 윤구주도 주세호를 보면서 화를 냈다.“세호 씨, 이건 또 누굽니까? 왜 제가 샤워하는데 막 쳐들어오죠?”주세호는 입이 두 개라도 변명할 방법이 없었다!주안나가 오늘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 주세호는 상상도 못 했다!방금 주안나에게 전화해서 오늘 밤 다른 별장에 가라고 말하려했지만... 주안나가 이렇게 일찍 퇴근해서 왔을 줄은 몰랐다.‘안나는 회의 중이었잖아?’“딸!”“저하!”“저...”주세호가 딸이라고 하자 윤구주는 이 여자가 주안나임을 알아챘다!헐!그게 바로 예쁘기로 소문난 주세호의 딸 아닌가?그리고 주안나도 윤구주를 쓱 훑더니 그를 드디어
문제가 생겼다는 말 한마디에 식사를 하던 윤구주가 멈칫했다.그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박창용, 염수천, 박천후 세 장수를 바라보았다.“서울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거야?”윤구주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박창용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서는 얘기하기가 적절치 않다는 뜻이었다.“여기서 얘기해도 괜찮아.”윤구주가 명령을 내렸다.“저하, 조금 전 서울 황성에서의 비밀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말하기 국주님께서 폐황령을 내리셨고 이미 폐관에 돌입한 상태라고 합니다.”박창용이 말했다.폐황령?그 세 글자에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화진의 구주왕으로서 윤구주는 폐황령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폐황령을 내렸다는 것은 국주가 당분간은 천하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다.“게다가 조금 전 육도진 우상이 비밀리에 전한 소식에 따르면 종문의 사람들이 서울에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 저하를 상대하려는 것 같습니다.”박창용이 다시 말했다.종문이라는 두 글자에 연규비와 백경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무인으로서 그들은 종문의 저력과 무시무시함을 알고 있었다.조금 전 박창용은 종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윤구주를 상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다들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오직 윤구주만이 평온한 얼굴로 테이블 위 잔을 들어 단번에 순을 삼키며 말했다.“종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구주야,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소채은은 화진의 무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박창용 등 사람들의 얘기를 들은 그녀는 서둘러 걱정스러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큰일 아니야. 내가 잘 처리할게.”말을 마친 뒤 그는 고개를 돌려 소청하 부부에게 얘기했다.“아버님, 어머님. 일단 식사하세요. 저는 나가서 얘기 나눌게요.”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박창용, 염수천, 박천후를 데리고 몸을 돌려 거실에서 나갔다.정자 쪽에서 박창용은 윤구주를 향해 상황을 보고했다.“저하
윤구주는 중얼대며 말하더니 갑자기 얘기를 꺼냈다.“채은아, 나와 같이 서울로 가줄 수 있어?”“서울로 가자고?”갑작스러운 질문에 소채은은 잠깐 당황했다.“응. 난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가장 좋은 방법은 네가 나와 함께 서울로 가는 거야. 그곳에 있으면 나도 널 보살필 수 있어.”윤구주는 자신의 진짜 생각을 솔직히 얘기했다.윤구주가 함께 서울로 가겠냐고 묻자 소채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하지만 내가 서울로 가면 우리 집은 어떡해? 내 직장은?”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걱정하지 마. 네가 정말 나와 함께 서울로 간다면 내가 새로운 회사를 세워줄게.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해도 돼.”윤구주는 화진의 구주왕이었으니 돈이나 직장 같은 건 그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그러나 소채은은 여전히 걱정이 되는 듯했다.“하지만 우리 부모님에게 자식은 나 하나뿐인걸. 내가 떠나면 우리 부모님은 누가 돌봐줘?”“그건 걱정하지 마. 네가 나와 같이 서울에 간다면 너희 부모님도 당연히 서울로 모실 거야.”윤구주가 말했다.소채은은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침묵했다.“구주야, 나 조금만 더 고민하고 대답해도 될까?”윤구주는 강성이 소채은의 고향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갑자기 강성을 떠나야 한다면 당연히 미련이 남을 것이다.그녀는 소채은의 손을 잡고 말했다.“당연하지. 잘 고민해 봐.”소채은은 온순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윤구주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두 사람이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콜록콜록.”“채은아, 구주야. 음식 다 됐으니까 와서 밥 먹어.”말을 꺼낸 사람은 천희수였다.엄마가 들어오자 소채은은 얼굴을 붉히면서 서둘러 윤구주의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네, 네!”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고 말했다.“구주야, 다들 우리가 가서 밥을 먹길 기다리는 것 같으니 같이 나가자.”“그래!”두 사람은 거실로 향했다.널따란 거실 안, 원형의 크리
윤신우는 진실을 얘기했고 이홍연은 당황했다.“삼촌 말씀은 아버지께서 일부러 폐관하셨다는 건가요?”윤신우가 말했다.“그래요.”“그게 정말이에요? 아버지께서는 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거라고 하셨어요. 게다가 구주를 우리 화진의 호국군신으로 임명할 거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걸까요?”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순간 어이가 없었다.“공주님, 괜한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국주님이었어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이홍연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자 윤신우가 그녀를 설득했다.“왜요? 대체 무엇 때문에요?”이홍연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듯했다.“우리 화진은 원래 무도로 나라를 세웠기 때문이죠. 우리 아들 한 명을 위해 천하 무도를 적으로 돌리는 건 현실적이지 않잖아요.”윤신우는 잔혹한 진실을 천천히 얘기했다.화진은 무도로 나라를 세웠고 3대 서열은 그 뿌리가 깊고 또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국주가 윤구주 한 명을 위해 화진을 내란에 빠뜨릴 일은 없었다.이홍연은 결국 침묵을 선택했다.그녀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윤신우는 뒷짐을 지고 자신 있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아들 일은 제 일이기도 합니다. 누구든 제 아들을 건드린다면 죽일 겁니다.”윤신우가 패기 넘치게 말하자 이홍연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성.윤구주가 돌아온 뒤로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소채은과 소채은의 부모님이었다.그들이 매일 그리워하던 윤구주가 드디어 돌아왔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용인 빌리지는 매우 떠들썩했다.소씨 일가 사람들과 백경재, DH 그룹의 주세호, 백화궁의 연규비, 박창용, 박천후, 염수천 등 사람들을 모두 그곳에 모여 있었다.그들은 모두 화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윤구주를 따르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평범한 인물일 수는 없었다.“저하, 민규현 지휘사님과 정태웅 지휘사님은요? 두 사람 모두 아주 오랫동안 보지 못한 것 같아요.”백경재는 눈을 가늘게 뜨면
“말씀해 보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누가 여러분들을 공격한 거죠?”이홍연은 아름다운 눈으로 민규현과 천현수를 바라보았다.“공주님, 사실 저희를 공격한 건 종문 사람이었습니다.”민규현이 사실대로 얘기했다.종문이라는 말에 이홍연은 안색이 살짝 달라졌고 심지어 뒤에 있던 주도의 미간도 찌푸려졌다.“화진 무도 3대 서열 중 최강이라고 불리는 종문이요?”이홍연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고 민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젠장, 그동안 줄곧 숨어 지내던 종문이 왜 지금 이때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거죠? 게다가 왜 여러분을 공격한 거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화진의 무인들은 무도 중 최강인 종문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화진의 무도에 크나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걸 의미했다.“그들은 저하를 상대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민규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뭐?’“구주를 상대하려고요?”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펄쩍 뛰었다.“네.”민규현이 대답했다.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분노했다.“종문 사람들 미친 거 아니에요? 구주를 상대한다니요? 빌어먹을 놈들, 구주는 얼마 전 설국을 속국으로 만든 우리 화진의 공신이라고요!”이홍연은 씩씩대면서 말했다.민규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제 추측에 의하면 종문 사람들이 저하를 상대하려고 하는 이유는 저하께서 문벌과 세가들을 처단하여 그들의 불만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거예요. 무도 3대 서열은 그 뿌리가 같고 또 아주 깊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이홍연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얼굴이 빨개진 채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젠장! 구주가 우리 화진을 위해 문벌과 세가들을 정리한 이유는 암세포 같은 자들을 뿌리뽑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종문 사람들이 그들의 편을 들면서 뛰쳐나오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민규현 지휘사님, 신우 삼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바로 돌아가서 아버지께 이 사실을
말을 마친 뒤 이홍연은 앞에서 안내했고 주도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윤씨 일가 저택에 발을 들이는 순간, 주도는 아주 강한 기운들이 그곳에 숨어있다는 걸 느꼈다.윤씨 일가 저택은 비로 겉보기에는 텅 비어 있는 것 같고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숨겨진 기운들이 수십 개는 될 듯했다.게다가 그 기운들은 모두 절정 수준이었다.“역시 한때 천하제일 윤씨 일가라고 불릴 만했어. 이 정도 힘이라니.”주도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기운 하나가 빠르게 접근했다.“누가 감히 윤씨 일가에 멋대로 발을 들인 것이지?”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이홍연의 앞에 나타났다.“창현 삼촌, 절 기억하지 못하시는 거예요?”이홍연은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눈앞의 건장 체구를 가진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바로 윤씨 일가 삼 형제 중 한 명인 윤창현이었다.“공주님이었군요. 윤창현, 공주님을 뵙습니다.”윤창현은 이홍연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정중하게 말했다.“그렇게 예를 갖추실 필요는 없어요. 삼촌, 어서 일어나세요.”이홍연이 말했다.“공주님, 여긴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미리 저희에게 얘기하셨으면 저희가 마중 나갔을 텐데요.”윤창현이 웃으며 말했다.“그러실 필요 없죠. 참, 신우 삼촌은 계시나요?”이홍연은 곧바로 물었다.윤창현은 이홍연이 윤씨 일가의 가주 윤신우를 찾는다는 걸 알았다.널찍한 거실 안.윤신우는 민규현, 천현수 등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들을 제외하고 용민과 재이, 철영도 있었는데 그들은 양쪽으로 나뉘어 서 있었다.바로 이때, 윤창현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형님, 공주님께서 오셨습니다.”그의 목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이홍연이 주도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윤신우는 비록 윤씨 일가의 가주지만 공주를 만나면 그녀에게 예를 갖추어야 했다.거실에 있던 민규현, 천현수는 이홍연이 이때 윤씨 일가 저택을 방문할 줄은 몰랐다. 그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공주님
칭찬을 받은 은설아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웃더니 윤하율의 통통한 손을 잡고 말했다.“그럼. 당연히 그럴 거야.”윤하율은 기쁜 얼굴로 웃었다.“할머니, 할머니!”이때 윤하율은 하미연이 안쪽에서 나오는 걸 발견했다.윤하율은 서둘러 하미연에게 달려가서 그녀의 품에 안기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할머니, 언니가 그랬어요. 앞으로 저도 크면 언니처럼 예쁠 거라고요!”하미연은 윤하율의 얼굴을 꼬집으면서 말했다.“그래, 그래. 우리 하율이는 앞으로 가장 예쁜 사람이 될 거야!”“헤헤!”“하율아, 넌 저기 가서 놀고 있어. 할머니는 손님과 잠깐 얘기를 나눌게.”하미연이 그렇게 얘기하자 윤하율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네!”윤하율은 그렇게 말한 뒤 혼자 그네 쪽으로 달려가서 놀았다.윤하율이 떠나자 은설아는 서둘러 하미연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안녕하세요, 어르신.”윤씨 일가의 저택에서 지내게 된 뒤로 은설아는 이곳이 한때 윤구주가 살았던 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녀의 앞에 있는 하미연은 윤구주가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였다.“그렇게 예를 갖출 필요는 없단다.”하미연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아들 말을 들어 보니 구주의 친구라도 하던데 그게 사실이니?”하미연의 질문에 은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래. 구주는 어렸을 때 집을 떠났어. 구주의 친구를 보게 됐으니 정말 여한이 없어.”하미연은 감개하며 말했다.“참, 우리 구주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니?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니?”하미연이 윤구주에 대해 묻자 은설아는 고개를 저었다.“민규현 씨 말을 들어 보니 강성에 볼일을 보러 간 것 같아요.”“강성?”그 말을 듣는 순간 하미연의 하나뿐인 동공이 살짝 빛났다.“설마 우리 손주며느리를 데리러 간 건가?”하미연은 중얼대며 말했다.‘뭐라고?’은설아는 손주며느리라는 말에 살짝 당황했다.“구주가 나한테 그랬었거든. 강성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게다가 그 아이가 우리 구주를 구한 적이 있대. 내 생각에
“공주님, 얼른 여기 와보세요!”이때 밖에서 갑자기 주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목소리를 들은 이홍연은 서둘러 그에게로 걸어갔다.“무슨 일이에요?”주도가 기묘한 표정으로 주변 바닥을 살피면서 말했다.“제 판단이 맞다면 이곳에서 한차례 전투가 있었을 겁니다.”“전투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이홍연은 서둘러 물었다.“여기 바닥에 생긴 균열을 보세요. 뭔가 떠오르지 않나요?”주도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닥을 가리켰다.바닥에는 팔뚝만큼 굵은 균열이 아주 촘촘히 분포되어 있었고 그밖에 왼쪽에는 부러진 나무도 있었다.그 흔적들을 본 이홍연이 말했다.“마치... 검흔 같아요.”“맞아요! 이렇게 강한 검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절정 강자일 거예요!”그 말을 들은 순간 이홍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절정 강자라고요? 민규현 씨 일행이 절정 강자에게 공격당했다는 말인가요?”주도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전 최근 들어 서울에 절정 강자들이 아주 많이 나타났다는 걸 느꼈어요.”주도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다시금 충격을 받았다.눈앞의 주도는 수십 년 전 무시무시한 육도 절정에 다다른 사람이었다.게다가 지금의 그는 칠살에 발을 들인 상태였다.그래서 이홍연은 주도의 말을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그런데 그런 그가 절정 강자가 민규현 일행을 공격했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큰일이에요. 지금 구주는 서울에 없는데, 만약 정말로 절정 강자가 민규현 씨 일행을 공격했다면 그들은 분명 크게 다쳤을 거예요.”이홍연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어떡하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민규현 씨 일행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이홍연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참! 하마터면 신우 삼촌을 잊을 뻔했네요.”이홍연은 갑자기 이마를 탁 치면서 말했다.“신우 삼촌이요?”이홍연이 갑자기 신우 삼촌이라고 하자 주도는 당황했다.“네. 구주 아버지이자 윤씨 일가의 가주 말이에요! 아버지 말씀에
황성, 공주저.“뭐라고? 우리 아버지께서 폐관하신다고? 그게 정말이야?”아버지를 찾아가서 윤구주의 상황을 물을 생각이었던 이홍연은 폐황령이 반포됐고 국주가 폐관에 들어갔다는 걸 알고서는 비명을 질렀다.“네, 사실입니다. 조금 전 육도진 우상의 말을 들어 보니 국주님께서 이미 폐관에 들어가셨답니다. 조정의 일은 모두 육도진 우상에게 맡겼답니다.”한 하인이 대답했다.이홍연은 진정할 수가 없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난 금방 금란 대전에 갔다 왔었는데. 아버지께서 벌써 폐관에 들어가셨다고?”왠지 모르게 이홍연은 아주 큰 일이 일어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안 돼. 아버지를 찾아가서 똑똑히 물어봐야겠어.”’말을 마친 뒤 여섯째 공주는 다시금 금란 대전으로 향했다.이홍연이 금란 대전에 도착했을 때, 금란 대전의 오래된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게다가 밖에는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가득했고 그들 외에도 황성의 최고 절정 강자 한진모이 있었다.굳게 닫힌 금란 대전의 대문을 바라보던 이홍연은 미간을 한껏 찌푸리면서 빠르게 걸어갔다.“한진모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우리 아버지는요?”내시 옷을 입은 한진모가 웃으며 대답했다.“공주님, 국주님께서는 폐관에 들어가셨습니다.”“폐관이요? 우리 아버지가 왜 난데없이 갑자기 폐관을 한단 말이죠?”이홍연이 물었다.한진모는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한진모의 대답을 들은 이홍연은 속이 타들어 갔다.결국 그녀는 다시 공주저로 돌아왔다.“우리 아버지께서는 왜 갑자기 폐관에 들어가셨지? 설마 당분간 정무도 보지 않으실 생각인 건가? 그리고 태산봉선을 할 거라고,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거라고 하셨었는데! 대체 그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이홍연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답했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답답해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폐관에 들어간 국주를 방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에라 모르겠다. 일단 구주부터 찾아가야겠어.’이홍연은 속으로 생각했다.‘그런데 구주는 대체
“결국 올 게 왔어.”국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나는 종문이 구주 때문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었어. 내가 종문을 너무 얕봤던 것 같아.”국주가 갑자기 다시 말했다.육도진이 대답했다.“국주님, 괜한 걱정하시는 겁니다. 전 구주왕의 실력이라면 종문의 난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국주는 손을 내저으면서 금빛 왕좌에서 일어났다.“내가 걱정하는 건 구주의 실력이 아니야. 난 구주가 종문과 싸우게 되면 우리 화진의 무도까지 그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돼. 만약 우리 화진의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화진은 엄청난 위기에 빠질 거야. 게다가 현재 조정에는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알게 모르게 종문과 결탁한 내각 대신들이 아주 많아. 만약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조정 또한 혼란에 빠질 거야.”육도진은 그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그는 국주의 말이 옳다는 걸 알고 있었다.화진은 무도로 나라를 세웠고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은 오랜 역사가 있었다.만약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화진 또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그렇게 되면 세력들은 서로 다툴 것이고 난세가 펼쳐질 것이니 화진의 국주로서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렇다면 국주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육도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국주는 대답하지 않고 뒷짐을 진 채로 먼 곳을 바라보며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난 폐황령을 가동할 생각이야.”‘뭐라고?’“폐황령이요?”폐황령이라는 세 글자에 육도진은 깜짝 놀랐다.폐황령이란 무엇인가?폐황령이란 국주가 당분간 나랏일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다.그것이 바로 폐황령이었다.쉽게 말하자면 폐황령이 가동되는 순간 종문, 문벌, 세가 모두 마음껏 싸울 수 있다는 뜻이다.물론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반대로 전쟁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황성 쪽에서는 그들의 일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국주님 말씀은 구주왕 홀로 무도 3대 서열을 상대하게 할 거란 뜻입니까? 이제 막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