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의 머릿속에 끔찍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화진은 무력으로 세운 나라였고 제자백가 중 하나인 마씨 가문은 화진의 무도 3대 서열 중 하나였다.어떤 이유에서든 마씨 가문에 설국의 물건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차가운 눈빛으로 거대한 상자들을 노려보던 윤구주는 손을 휘둘렀다.콰직!그의 앞에 있던 거대한 상자 하나가 순식간에 부서졌다.상자가 부서지자 무기, 병장, 그리고 무공 비급 사본들이 쏟아져 나왔다.윤구주가 손을 들어 한 움큼 잡은 순간 무공 비급의 사본들이 모두 그의 손안에 떨어졌다. 고개를 숙여 보니 이 비급들 속에는 화진의 무공 비급들이 가득했다.팔극문, 응조문, 철도문, 오랑팔괘곤, 양가창 등등 온갖 무공 비급들이 다 있었다.정리된 무공 비급들과 상자 안의 무기들을 보자 윤구주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마씨 가문 이놈들이 감히 설국과 내통하다니! 감히 화진의 무학을 몰래 설국으로 빼돌려!!”윤구주의 몸에서 분노와 살기가 폭발했다. 전에는 마씨 가문을 멸하는 것이 너무 잔인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었다.하지만 화진의 수천 년 역사의 무학 정수를 설국과 거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화진의 진국 전신으로서 그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적국과 내통하다니, 이는 죽어 마땅한 죄를 넘어 구족을 멸해야 할 죄악이었다.차가운 눈빛으로 거대한 상자들을 훑어보니 모든 상자에 설국 황실의 표식이 찍혀 있었다.마씨 가문과 설국의 내통은 이제 명백한 사실이었다.이 모든 것을 바라보며 윤구주의 얼굴에는 살기가 점점 짙어졌다.십 국 전쟁 당시, 얼마나 많은 화진의 용사들이 전장에서 쓰러져 뼈조차 찾지 못했던가!그런데 무도 세가인 마씨 가문은 감히 적국과 내통한 것도 모자라 화진의 무학 정수까지 설국에 넘기다니.이는 용서받지 못할 죄악이었다.윤구주의 눈에서 분노의 화련이 피어났다.“불태워라!”화련금안이 나타나 거대한 상자들에 닿는 순간, 마씨 가문의 지하 창고는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했다.설국으로 보내질
설국은 감히 화진을 범했던 십 국 중 하나였다.비록 윤구주가 흑여 산맥에서 백만 정예를 도륙하였지만 화진의 용사 또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바로 그 전쟁 때문에 윤구주는 분노에 차 홀로 설국 황성에 뛰어들어 설국의 선왕을 베어버린 것이다.그 후로 설국은 삼만 리를 물러나 항복하였고 설국의 왕실 수천 명이 윤구주에게 목숨을 구걸했다.그런데 십 국 전쟁이 끝난 지 6년이 지난 오늘, 그 보잘것없는 나라가 감히 다시 화진을 넘보다니.이 어찌 윤구주의 분노를 사지 않을 수 있겠는가.화진의 구주왕으로서 윤구주는 사사로운 안위는 돌보지 않을지언정 이 땅의 백성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이를테면 이번 마씨 가문은 감히 국보와 같은 무학의 정수를 몰래 설국으로 빼돌려 설국 놈들에게 전수하였다.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이것은 설국 군사들은 화진의 무공을 익혀 전장에 나서서 우리 백성을 도륙할 것이라는 뜻이다.그러니 윤구주가 어찌 좌시할 수 있겠는가.“설국, 네놈들은 내 손에 다시 한번 멸망의 쓴맛을 보게 될 것이다!”윤구주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미 폐허가 된 마궁을 냉정한 눈빛으로 훑어보며 말했다.“마씨 가문은 멸문당해 마땅하다! 다만 감히 적국과 내통하다니 그 죄 만 번 죽어도 부족할 것이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몸에서 웅장한 천지의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곧이어 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외쳤다“술현지, 반산!”그가 두 손을 맞잡는 순간 천지가 변색하더니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마궁의 대지를 찢는 듯 굉음을 내며 거대한 균열이 마궁 한가운데를 갈라놓았다. 균열은 순식간에 십 장, 오십 장으로 뻗어 나가 마침내 백 장에 이르렀고 그 틈으로 마궁 건물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술현지, 진해!”윤구주가 다시 한번 손을 크게 휘두르자 주변 산봉우리에서 무수한 바위들이 무너져 내려 백 장이나 벌어진 균열 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그렇게 천 년이나 버틴 제자백가 마씨 가문은 윤구주의 술현지 한 방에 흔적도 없이
“지진이야?”“정말 땅이 흔들렸어!”“모두 얼른 도망가요!”요성 시민들은 진동을 감지하자마자 즉시 사방으로 흩어져 숨기 시작했다.다행히 진동은 오래가지 않았고 일 분 정도 지나자 완전히 잠잠해졌다.“지진이 멈춘 건가?”거리에서 웅크리고 있던 행인들은 진동이 사라진 것을 보고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빌어먹을! 왜 갑자기 지진이 난 거야? 기상청은 왜 아무 경고도 안 했지?”“그러게!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우리 기산에서는 지진이 난 적이 없는데, 방금 어떻게 지진이 났지?”여진이 사라지자 시민들은 참지 못하고 거리로 나와 서로 말들을 주고받기 시작했다.요성은 기산 바로 옆에 있는 도시이지만 그들의 말처럼 이곳에서는 한 번도 지진이 난 적이 없었다.그런데 오늘 대체 무슨 이유로 지진이 난 걸까?“뭔가 이상해!”“이 진동, 기산 쪽에서 온 것 같은데!”귀가 밝은 몇몇 시민들이 멀리 기산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설마. 기산이라고? 기산에 지진이 날 수가 있나?”“나도 잘 모르겠지만 이 여진의 진동은 분명 기산 쪽에서 온 게 확실해!”그 말이 나오자 시민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 기산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하지만 기산에서 왜 이렇게 큰 진동이 발생한 것인지는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모든 시민이 놀란 얼굴로 기산을 바라보는 그 순간, 왼쪽 도로에 세 명의 커다란 그림자가 차갑게 서 있었다.그들은 모두 건장한 체격과 하얀 피부를 지녔는데 옷차림을 보아 화진 사람은 아닌듯했다.또한 그들의 몸에서는 강렬한 무도 기운이 스며 나왔다.이 괴이한 세 사람은 기산 쪽에서 전해오는 진동을 감지한 뒤, 차가운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아저씨, 아저씨! 우리 엄마 좀 찾아주세요!”그때, 길가에서 일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녀가 세 사람에게 다가와 물었다. 소녀는 아마도 방금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아까 여진의 충격으로 엄마와 떨어지게 된 소녀는 겁에 질린 눈으로 애처롭게 세 사람을
“에? 지진이 아니라니, 그럼 무엇이란 말입니까?”거구의 투타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그러자 파마는 천천히 눈을 치켜떴는데 그 순간 그의 눈동자에서 놀라운 녹색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것은 화진의 강자가 일으킨 기의 파동일 것이다.”뭐라?파마 제사장의 말에 투타와 다른 설국 사내는 놀라 말을 잃었다.“제사장님, 그게 어찌 가능하단 말입니까? 어떤 강자가 그리 엄청난 파동을 일으킬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이곳은 기산에서 백여 리나 떨어져 있지 않습니까?”두 설국 사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화진 놈들을 우습게 보지 마라! 십 국 전쟁의 치욕을 잊었느냐?”파마 제사장의 말에 투타와 다른 사내는 고개를 숙인 채 침묵했다.십 국 전쟁 당시 화진은 십 국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였고 설국을 비롯한 십 국을 국경에서 만 리나 몰아낸 후 영토와 배상금을 받아내고서야 전쟁을 끝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투타는 분노에 차 주먹을 꽉 쥐었다.“우리 설국의 원한, 우리 세대가 반드시 갚을 겁니다!”투타의 분노에 찬 외침에 파마는 차분하게 말했다.“원한을 갚는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느냐? 화진의 무적 장수 구주왕을 떠올려 보거라. 6년 전, 그놈 혼자서 우리 설국에 저지른 짓들은 아직도 백성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지 않느냐?”설국의 노인은 육 년 전 참상을 떠올리며 침통한 목소리를 냈다. 그들은 과거 윤구주의 살육에 겁을 잔뜩 먹은 게 분명했다.“흥! 구주왕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파마 제사장님, 너무 적을 과대평가하고 아군의 사기를 꺾는 것이 아닙니까?”옆에 있던 투타가 불만스럽게 말했다.“투타 말이 맞습니다! 구주왕이 아무리 천하무적이라고 해도 이미 죽었잖습니까? 지금의 화진은 문씨 성을 가진 여자가 왕입니다! 만약 십 국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우리 설국은 반드시 그 치욕을 씻어낼 수 있을 겁니다!”다른 설국 사내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두 사람의 말에 파마 제사장은
기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었으나 주변에는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끝없이 펼쳐진 원시림 속에서 설국에서 온 세 사람은 마궁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세 사람 모두 상당한 고수였기에 앞에 놓인 험준한 산길도 그들에게는 평지를 걷는 것처럼 거침없었다.“거의 다 왔군! 이 물건들을 국경지대로 가져가면 세나스 장군께서 우리에게 후한 상을 내리실 거야.”설국 사내 중 두 장이 넘는 거구를 자랑하는 투타가 말했다.그는 마치 야생 늑대처럼 매서운 눈빛으로 멀리 마궁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투타의 말이 맞아! 이것들만 운반해 간다면 우리 설국 병사들도 화진의 무공을 수련할 수 있게 될 것이야!”다른 설국 사내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가자, 마씨 가문에 거의 다 왔다!”선두에 선 파마 제사장의 말과 함께 세 사람은 다시 길을 재촉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숲을 빠져나온 그들은 마궁 아래에 도착했다.그러나 마궁 아래 다다른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세 사람 모두 할 말을 잃었다.웅장했던 마궁은 폐허로 변해 있었고 땅에는 수장너비의 거대한 균열이 발아래에서 기산 꼭대기까지 이어져 있었다.마치 신선이 칼로 내려친 듯한 깊고 넓은 골짜기였다.더욱 놀라운 것은 트럭 크기만 한 거대한 바위들이 마궁의 폐허 위를 뒤덮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씨 가문의 궁전들이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린 것이었다.이 광경을 처음 목격한 투타가 경악하며 소리쳤다.“이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마씨 가문이 왜 이 지경이 된 거야?”투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처참하게 파괴된 마씨 가문의 궁전들을 바라보았다.보아하니 세 명의 설국인은 마씨 가문을 처음 방문한 것이 아닌 듯했다.그들은 이미 여러 차례 마씨 가문과 내통해 왔던 것이다.다만 지금 마궁이 이렇게 폐허가 된 것을 본 세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마궁이 모두 파괴되다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마씨 가문의 고수들은 다 어디 간 거야?”다른 설국 사내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마씨 가문이 정말로 멸망했어!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이야!”투타는 경악하며 외쳤다.“마씨 가문이 멸망했는데 우리 첩보원들은 왜 아무런 소식도 전하지 않은 거지?”다른 설국 사내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설국은 오랫동안 마씨 가문과 내통해 왔다. 그런데 마씨 가문에 이런 큰일이 벌어졌는데도 첩보원들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었다.“이는 한 가지를 의미한다. 마씨 가문 사람들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거지!”파마 제사장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니요?”투타는 어리둥절했다.“그렇다. 시신의 부패 정도를 보아하니, 며칠 전에 죽은 것으로 보이는구나.”파마 제사장은 땅에 쓰러진 마씨 가문 제자들의 시신을 가리키며 말했다.투타와 다른 사내는 그의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괘씸한 놈들! 마씨 가문이 멸망했다면 우리에게 약속한 물건은 어찌 되는 것입니까? 우리는 그들에게 막대한 황금과 재물을 주었잖습니까!!”투타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마씨 가문은 이미 설국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와 각종 대가를 받았다.그러나 지금 마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렸으니 설국은 원하는 것을 얻을 길이 없었다.“큰일이야! 약속된 물건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세나스 장군께서는 분명 크게 노하실 텐데.”다른 설국 사내도 걱정스럽게 말했다.화진의 무공 비급을 얻기 위해 설국은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마씨 가문과 거래를 했다.그러나 마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린 지금, 그들은 원하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세 명의 설국인은 깊은 절망에 빠졌다.“찾아라! 이곳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우리 설국의 것을 찾아내야 한다!”파마 제사장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세 명의 설국인이 물건을 찾기 시작하려는 순간, 갑자기 천둥 같은 호령이 그들의 귓가를 울렸다. “설국의 미물들아, 더 찾을 필요 없다! 네놈들이 찾는 건 내가 다 부숴버렸다!”그 위엄 넘치는 목소리에 세 명의 설국인은 경악하며 외쳤
설국 광전사의 맹렬한 공격에 윤구주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에서 세상을 멸할 듯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곧 주변의 기운이 형체 없는 사슬로 변하여 투타의 몸을 꽁꽁 묶었다.“이런! 무슨 일이지?”투타는 공포에 질려 본능적으로 주먹을 거두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죽음을 자초하는구나!”윤구주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그의 오른손 손가락에서 눈부신 기운이 발사되어 투타의 미간을 관통했다.퍽!설국 최강의 광전사라 불리던 투타의 2미터 넘는 거구는 허공에서 폭발하며 핏덩이로 산산조각이 났다.“투타!”윤구주가 손가락 하나로 투타를 죽이는 모습을 본 파마 제사장과 다른 설국 사내는 공포에 질려 넋을 잃었다.“네... 네... 네놈은 대체 누구냐? 감히 설국인을 죽이다니!”다른 사내가 윤구주에게 묻자 윤구주는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설국이라? 좁쌀만 한 나라가 감히 화진 땅에서 설쳐대?”윤구주는 다시 한번 손가락으로 짚었다.퍽!조금 전까지 큰소리치던 설국 사내 또한 몸이 폭발하며 처참하게 죽었다.윤구주가 순식간에 두 명의 부하를 죽이는 모습을 본 파마 제사장은 공포에 질려 땅바닥에 주저앉았다.“이제 네 차례다.”윤구주의 차가운 시선이 파마 제사장에게 향했다.설국의 제사장은 대부분 대가 구 품 이상의 실력을 지녔는데 눈앞의 파마 또한 엄청난 고수였다.설국에서 제사장의 지위는 매우 높았다.제사장은 설국 신전의 특별한 보호를 받을 뿐만 아니라 왕족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하지만 두 부하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본 파마는 온몸을 떨며 윤구주에게 물었다.“대체 누구시기에 감히 설국인을 죽이는 것이오?”“네놈 따위가 감히 내게 묻느냐?”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치며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파마의 몸에 그대로 내리꽂았다.쿵!파마는 그 압력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고 무릎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며 그대로 땅에 꿇어앉았다.무릎에서 뼈가 부스러지는 듯한 격렬한 고통이 밀려왔고 순식간에 두
흑여산맥 전투에서 윤구주는 백만이 넘는 설국 정예 병사들을 도륙했고 그 결과 흑여산맥은 설국 병사들의 시체로 산을 이루고 피로 강을 이루었다.그 전투로 설국은 국력이 오십 년이나 후퇴하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그런데 지금, 설국인들이 흑여산맥을 지키는 장군들과 내통했다는 말을 들은 윤구주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었다.“내통한 자들의 이름을 모두 대라!”윤구주가 차갑게 명령했다.파마는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름들을 말했다.“기병 교위 원호산, 진부대장 진추해, 좌익국방장군 강문정!”...설국 제사장이 흑여산맥 장수 일여덟 명의 이름을 대자 윤구주는 그 이름들을 모두 기억했다.설국과 내통하는 장수들의 이름을 기억한 뒤 윤구주는 다시 차갑게 물었다.“현재 흑여산맥을 지키는 설국 장수는 누구냐?”“세... 세나스 장군입니다...”파마가 사실대로 답했다.“세나스라... 한쪽 눈이 없는 그 영감탱이 말이냐?”윤구주가 차갑게 웃으며 묻자 파마는 경악하며 되물었다.“대체 누구십니까? 어찌 세나스 장군을 아시는 것이옵니까?”“내 발밑에 꿇어앉았던 놈을 내가 어찌 모르겠느냐?”윤구주는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뭐? 말도 안 돼!”파마 제사장은 순간 소리를 질렀다.그는 눈을 부릅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설국에서 군신이라 불리는 세나스 장군이 그의 발아래 꿇어앉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설국, 네놈들은 죽음을 자초하고 있구나! 과거 금전에서 너희 설국 미물들과 황실 전원을 없애버리지 않은 게 내 잘못이었다! 지금 너희들이 감히 화진의 무학 정수를 훔쳐 전쟁을 도모하다니, 좋다! 네놈들이 전쟁을 원한다면, 윤구주 내가 다시 한번 설국을 피로 물들여 주겠다!”윤구주의 입에서 서릿발 같은 말이 쏟아져 나왔다.설국 제사장은 윤구주가 '금전'을 언급하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설국의 금전은 화진의 황성과 같은 곳으로 설국의 수도이자 국왕이 거주하는 곳이었다.그런데 윤구주는 과거 설국 금전에 나타나 왕족들을 거
바로 그때, 검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이제야 반응했나? 늦었어. 완전히 죽진 않더라도 반쯤은 죽을 거야.” 호천신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쿵!’ 검은 그림자는 별다른 고급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한 걸음 내디디며 얼음을 깨뜨리고 주먹으로 얼음을 강타했다. 전성기의 진동왕도 죽일 수 있는 술법이 그의 주먹 한 방에 산산조각이 났다. ‘뭐?’ 호천신의 눈알은 툭 튀어나올 뻔했다. ‘단순히 체질과 괴력으로 내 신술을 깨뜨렸다고? 이 자식의 몸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검은 그림자는 얼음을 깨뜨린 후 세 걸음으로 산을 넘어 십만 대군의 눈앞에서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을 가로질러 호천신 앞에 나타났다. 후자의 등장이 너무 갑작스러워 호천신조차도 압도당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뒤로 날아가며 거리를 벌렸다. ‘휙!’ 검은 그림자는 바로 뒤따라갔고 이번에는 거의 호천신과 얼굴을 맞대고 마주 보았다. “네가 가짜 신이라고 한 건 바로 그 때문이야! 하류의 잡것이 감히 우리 왕에게 실례를 범하다니.’ 검은 그림자는 한 발의 정통 발차기로 호천신의 복부를 강하게 찼다. 이 한 방에 호천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뒤로 날아가 땅에 처박히며 먼지를 일으켰다. 이때 십만 대군이 그 검은 그림자를 알아보았다. 그는 바로 화진 남부를 지키는 총사령관이자 구주왕 통솔하에 있는 4대 군신 중 한 명인 현모였다. “현모 장군!” 십만 전사들은 극도로 흥분했다. 그들은 현모가 있는 방향을 향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현모 장군을 뵙습니다!” ‘쿵!’ 십만 대군의 진기가 더욱 짙어졌다. 새로 탄생한 국운도 순식간에 한 단계 올라갔다. 그에게 무릎을 꿇은 십만 전사들을 향해 현모는 냉담하게 반응했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모두 귀가 먹었나? 진동왕이 방금 너희에게 군령을 내렸다. 귀신족 하나라도 놓치면 군법으로 처벌한다.” 이 광경을 다른 사람이 보면 이놈의 현모는 너무 냉정하고 무정하다고 할 것이다
“이 전투는 위태롭구나!” “곤륜 구역의 수련자들은 원래 구주 오방의 무인들보다 한 수 위인데 지금 이 자식의 수련이 나보다 훨씬 높으니 내가 열 번의 공격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아직 싸우지도 않았는데 진동왕 임성진은 벌써 기가 죽어 있었다. 기세에서 완전히 패배한 상태였다. “음? 임성진, 보아하니 너는 전혀 각오가 되어 있지 않구나. 하지만 상관없지. 각오가 있든 없든 너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해. 세 번, 세 번의 공격 안에 너를 죽이지 못하면 난 신이라 부를 자격이 없다!” 호천신은 두 손가락을 세우고 금빛 번개와 붉은 불꽃 두 가지 술법을 하나로 합쳐 아래의 진동왕을 향해 날렸다. “왔다!” 진동왕은 크게 외치며 임씨 가문의 기술을 펼치는 동시에 몸에 지닌 모든 법기를 꺼냈다. 진동왕이 방어를 마친 순간, 호천신의 술법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무서운 위력이 사방을 압도했다. 진동왕은 그 기세에 거의 무너질 뻔했다. “막아내!” 진동왕은 필사적으로 외치며 온 힘을 다해 막아냈다. ‘쿵!’ 눈 부신 빛이 천옥의 모든 색을 압도하며 하늘의 절반을 환하게 비추었다. 번개가 미친 듯이 내리치고 붉은 불꽃은 거센 파도처럼 휘몰아쳤다. 산이 흔들리고 땅이 진동하며 폭발음이 사방을 울렸다. 이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는 마치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듯했다. 평정을 되찾은 후, 진동왕이 원래 있던 자리는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발 아래 수백 미터의 땅이 유리처럼 녹아 있었다. 몸이 찢어지고 심한 화상을 입은 진동왕은 비틀거리며 거의 쓰러질 뻔했다. 단 한 방에 진동왕은 중상을 입었고 법기는 모두 부서졌다. 법기가 없었다면 그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음, 법기를 이용해 내 일격을 막아냈구나. 너의 실력은 인간계의 다른 구오 지존들보다는 한 수 위지만 그뿐이야. 다음 공격으로 너의 목숨을 거두겠다.” 호천신은 허공을 움켜잡았고 천지의 영기가 그의 손바닥으로 모여들었다. 영기가 실체화되어 얼음으로 변했다. 아래의 진동왕은
“소자, 그 말은 잘못되었네. 너희 신들도 결국 사람이잖아? 단지 수련 기술이 좀 더 높을 뿐이지. 게다가 내가 곤륜 구역의 힘으로 구오 지존에 올랐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야. 구주왕이 나를 도와 정상에 오르게 한 거야. 곤륜 구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리고 곤륜 구역을 공격했다고? 나에게 함부로 죄를 뒤집어씌우지 마! 세상 사람들 모두 알고 있듯이 천옥은 이미 곤륜 구역에서 제명되었어.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은 너희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문제야. 너희는 우리 선대 국주와 약속을 했었지. 귀신족은 너희가 직접 처리해야 해. 지금 너희가 움직이지 않으니 우리가 대신 그 약속을 이행하려는 거야.” 진동왕의 말은 모두 일리가 있었지만 천신의 귀에는 단지 웃음거리로 들릴 뿐이었다. “말주변이 좋군. 말은 잘하지만 소용없다. 신도는 죄가 없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야.” 호천신은 냉랭하게 말했다. 진동왕은 욕하고 싶었다. 신도는 죄가 없다. 그것은 봉신방 이후에 정해진 첫 번째 신규였다. 쉽게 말해 모든 해석권은 신계에 있다는 것이다. 신계가 무슨 일을 하든 다른 사람은 간섭할 권리가 없다. 한 마디로 신을 거역하는 자는 용서 없이 죽인다. “임성진, 널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 너희는 귀신족을 죽일 수 없어. 약속에 관해서는 임세현을 불러와. 그의 체면을 봐서라도 나는 그에게 이유를 만들어줄 수 있어. 하지만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 너는 육체를 버리고 나를 따라 신계로 돌아가. 표현이 좋다면 전주께서 너의 목숨을 살려줄지도 모르지. 그리고 이 십만 명은 말이지, 하늘은 생명을 소중히 여겨. 벌레의 목숨도 목숨이니까. 하지만 신규가 있으니 신이 규칙을 어기면 벌을 받아야 하고 인간은 더욱 천지 신도를 지켜야 해! 십만 명은 너희 스스로 처리해. 마지막으로 죽는 만 명은 천옥을 떠날 수 있어. 물론 너희는 거절할 권리가 있어. 거절의 결과는 내가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호천신은 조용히 아래의 십만 명을 바라보았다. 십만 명이 놀라움에서
‘쿵!’ 현모는 천옥을 뚫고 나와 산을 들이받으며 전장으로 향했다. 천옥 전법 안에서 수옥인이 분노했다. “구주왕! 저 자식이 감히 나를 협박한 거야?” 윤구주는 놀랐다. ‘이 겁쟁이에게도 성격이 있네?’ “오! 진흙으로 만든 사람도 화를 낸다더니, 하물며 당신 같은 ‘신'은 말할 것도 없겠지!” 윤구주는 놀리듯 말했다. “뭐? 무슨 소리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당신 부하인 그 전신이 한 손가락만 까딱해도 나를 죽일 수 있다는 거야. 그런데 그가 나보고 당신을 보호하라고 하다니? 당신이 문제 생기면 나를 죽이겠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건 사람 잡는 짓이야! 당신이 나 대신 결정을 내려야 해!” 수옥인은 화를 내며 말했다. ‘젠장!’ 윤구주는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수옥인은 더욱 기세를 올렸다. “조상님! 당신 부하 머리에 구멍이 뚫린 거 아니야? 그들이 진짜 당신을 죽일 수 있다면 내가 무사할 수 있을까? 말하기 전에 머리 좀 쓰지!” 수옥인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리 가! 나한테 말 걸지 마!” 윤구주는 이 쓰레기 같은 놈을 상대하기 싫었다. 귀산에는 검은 안개가 자욱하고 검은 연기가 대지를 뒤덮었다.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는 가운데 하나의 신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 형상은 번개 빛에 의해 무한히 길게 늘어져 땅에 비친 그림자가 산보다 더 높았다. 십만 전사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요괴나 귀신이 오든 간에 그저 죽이면 그만이었다. 진동왕의 표정이 변했다. 그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무지한 자는 두려움이 없다. 전사들을 무지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듣기 좋지 않지만 현재 상황에서 전사들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이번에 온 ‘신'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 기운은 이미 절정에 달했어. 안 되겠어. 이번에 온 건 구오 지존 대원만의 신경이야!” “이 한 걸음을 넘어서면 그는 극전 신경이 될 거야!” 진동왕은 얼마 전에야 구오 지존 신경에 진급했다. 그것도 윤
희미한 노인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윤구주,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말하겠다! 내가 누군지 묻지 마. 너는 단지 곤륜 구역의 한 대신전에서 구오 지존 대원만 경지의 천신을 보내 너를 막으려 한다는 것만 알면 돼. 그의 목적은 너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황을 어지럽히려는 것이야. 어떻게 결정할지는 네가 정해. 우리 쪽에서는 이미 너를 위해 많은 것을 얻어냈다. 그렇지 않으면 온 것이 구오 경지가 아니었을 거야.” 투영은 급하게 왔다가 수옥인이 인사할 틈도 없이 빠르게 사라졌다. “신전이 너의 계획을 방해하려 해. 이것은 이미 누군가가 너를 위해 얻어낸 결과야. 원래 그들은 너를 죽이려 했었어. 아마 오려는 자는 극전 신경, 황자였을 거야.” 수옥인은 또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윤구주의 반응은 평범했다. 그는 수옥인의 겁에 질린 모습을 보며 경멸하는 듯 말했다. “고작 신전 하나에 겁먹었어? 너도 여섯 신전 중 하나에서 나왔다는 걸 잊지 마! 또한, 극전 신경은 하나의 경계고 황자는 또 다른 경계야. 모든 극전 신경이 황자라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이 둘의 관계는 진동왕이 왕이지만 왕이라 불릴 만한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 것과 같다. 화전에서 현재 인정받는 왕은 윤구주 단 한 명뿐이다. 국주 임정설은 무계에서의 영향력이 부족해 겨우 절반 정도로 간주된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상대는 기세가 등등하니 가볍게 볼 수 없어. 내가 그 사람이었으면 너를 찾지 않고 네 부하 전사들을 노렸을 거야.” 수옥인은 분석했다.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옥인이 비록 겁이 많지만 머리는 좋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내가 지금 너를 도와 전법을 안정시키고 있다는 것까지 계산했어. 그 천술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곤륜 구역의 그 자식이 여길 계속 주시하고 있어. 내가 나가면 그 사람은 전법을 조작할 거야. 그들이 현모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계산했는지는 모르겠네.”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서 있는 현모를 바라보았다. 말이 이 정도까지 나왔는데도
전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윤구주는 의심이 들었다. ‘곤륜 구역이 정말 내 뜻대로 움직인다고? 귀신족을 노예로 여기고 귀신족의 음기를 받드는 ‘신’들이 귀신족이 자신에 의해 멸망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왜 그래, 조상님? 문제라도 있어? 왜 그렇게 표정이 심각하신 거야?”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수옥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 일도 아니야. 너는 저쪽 전장을 잘 지켜보고 어떤 움직임이라도 있으면 즉시 나에게 알려.”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집중해 다시 전법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천옥, 끝없는 산악 지대 깊은 곳에 음침하고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어두운 산이 있었다. 하늘에서 보면 그 산은 마치 해골처럼 무섭게 보였다. 이 ‘해골' 모양의 산은 바로 귀신족의 대영이었고 이 종족의 마지막 거주지인 귀산이었다. “죽여라!” 산 위에서는 함성이 귀를 찢을 듯했다. 십만 대군이 각기 전장을 이끌며 산을 공격해 귀신족을 상대로 마지막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는 귀신족 수련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인간 전사들이 감히 신계로 들어왔다는 것, 특히 단독 군대가 이렇게나 강한 기세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수옥인의 투영이 바로 이 귀산에 있었다. 그는 수백 미터 상공에 떠서 전장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특히 이 인간 대군이 지닌 군대의 살벌한 기운은 그를 놀라게 했다. “천옥은 비록 곤륜 구역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신계로 간주한다. 이곳은 인간계가 아니다. 신조차도 인간계에 가면 적응하기 어려울 텐데 이들은 어떻게 천지의 영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걸까?” 수옥인은 이곳의 격렬한 천지의 영기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극도로 불안정한 영기는 쉽게 사람의 정신을 붕괴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훈련을 통해 이 군대가 이렇게 무적의 의지를 갖게 된 것일까?’ 수옥인은 이 순간 앞에 진정한 무서운 아수라 지옥이 있다고 해도 이 인간 전사들은 두려움 없이
“할아버지, 이건 제가 자초한 거예요. 설령 오빠가 제가 오빠를 배신한 걸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제가 오빠의 부하 장군과 병사들을 억울하게 해쳤다는 것만으로도 오빠는 저를 용서할 수 없을 거예요. 이런 말은 소용없어요. 지난 일은 지나간 일이에요. 가끔 추억하는 것도 좋지만 그 추억에만 매달려서는 안 돼요. 오빠는 이미 천옥에 들어갔을 거예요. 이제쯤이면 선우진웅을 처단했겠죠. 잘됐네요. 선우진웅이 임세현을 죽였고 윤구주가 선우진웅을 죽였으니 임세현의 원수를 갚은 셈이에요. 이 화진을 어지럽힌 대적을 처단했으니 임세현도 죽어서 눈을 감을 수 있을 거예요.” 문아름의 눈에는 음흉한 눈빛이 번뜩였다. 모든 것이 그녀의 완벽한 계획 속에 있었다. 문창정은 할 말을 잃었다. ‘또 윤구주가 영웅이 되게 했구나.’ “얘야, 지금 귀신족은 진동왕 하나도 막기 힘들어하고 있어. 그 십만 대군은 귀신족을 개죽이듯 죽이고 있지. 설령 곤륜 구역에서 강자를 보낸다 해도 곤륜 구역의 성격상 칼이 목에 닿기 전에는 절대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깨닫지 못해. 보낸 사람은 윤구주에게 밥이 될 뿐일 거야.” 문창정이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문아름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제가 다른 계획을 준비했어요. 이미 한 명의 사사를 보냈어요. 이번에는 윤구주를 죽이지 못하더라도 천옥에 가둘 거예요. 일 년만 가두면 오빠가 나왔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늦은 뒤일 거예요.” “오? 만약 가두지 못한다면? 만약 윤구주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온다면?” 문창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더 좋아요. 나오려면 윤구주는 정원을 희생해야 할 거예요. 한 사람의 힘으로 천재를 이겨내야 하죠. 나와도 거의 폐인이 될 거예요. 그때 제가 다시 계획을 세워 오빠를 천인 오쇠로 만들고 종문 동맹이 나서 오빠를 몰락시키면 되죠! 저는 오빠가 몰락하는 장면을 기록해 모든 화진 사람에게 영웅이 되는 것의 결말이 어떤 건지 보여주겠어요!” 이 말을 들은 문창정은 손녀의 계획을 짐작했다. 윤
화진의 국경에는 광활한 산맥 끝없이 펼쳐져 있다. 추운 겨울이 찾아왔고 눈이 산을 뒤덮었다. 문아름은 산꼭대기에 앉아 고대의 거문고를 어루만졌다. 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옛날로 돌아갔다. 화진 제일의 교활한 여자라 불리며 음흉하고 독한 성격으로 유명한 그녀였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는 따스함이 가득했다. 문창정이 눈길을 밟으며 다가와 문아름에게 순백의 겉옷을 걸쳐주었다. “날이 추워졌으니 몸을 따뜻하게 해.” 문창정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문아름이 반응이 없자 그녀의 정신이 이곳에 있지 않음을 알았다. 그는 거문고를 한 번 보고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또 그 사람을 생각하는구나. 아직도 그 사람을 잊지 못했어.” 문창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문아름은 정신을 차렸다. “이 거문고는 그 사람이 저에게 준 거예요. 그때 저는 국방부 참모로 남부 왜구의 난을 담당했고 국주를 위해 계책을 내놓곤 했죠. 그 사람도 그때 막 중령으로 진급했을 때였어요. 고작 한 명의 단장에 불과했죠. 할아버지가 직접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문씨 가문의 딸을 얻으려면 최소한 장군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도 기억나요. 그 후, 그 사람은 혼자 왜적의 대영으로 쳐들어가 화진 남부를 어지럽히던 왜적의 수뇌부를 전멸시켰어요. 그 공로로 소장으로 진급했고 화진에서 가장 젊은 장군이 되었죠. 하지만 할아버지, 그거 알아요? 그 사람이 장군이 된 후에도 국주가 준비한 경축 연회에 참석하지 않고 밤새도록 서울로 날아가 재상부에 잠입해 육도진의 가보인 이 거문고를 훔쳐 와 저를 만났어요.” 이 말을 하며 문아름은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육도진은 화가 단단히 났어요. 그 늙은이도 고집이 세서 구주 오빠를 처벌하려고 했어요. 구주 오빠는 어떤 사람인데요. 저를 위해 훔치고 빼앗아도 이치에 맞지 않음을 알면서도 육 우상을 쳐다보지 않았어. 이 일이 너무 커져 결국 국주가 직접 나서서 중재했죠.” 이 말을 듣고 문창정은 고개를 저었다. “국주가 나선 건 겉보
“그래, 내 부하인 네 명의 군신 중에서 현모가 왕실과 가장 가까운 관계야. 임세현 선배가 현모를 구한 것도 예상했던 일이지. 만약 사해에서의 전투에서 내가 정말로 죽었다면 왕실은 다른 세 명의 군신을 움직일 수 없어서 현모를 대장으로 삼아 국주를 보필했을 거야.”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말하자면 네 부하인 현모는 정말 운이 좋은 놈이야. 행운은 불행을 따라오는 법이지. 임세현이 현모를 가르쳐 구오 지존 경지에 이르게 했고 이 천옥에서 평생의 철학을 전수했어. 그 노인은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까지 전해주어서 현모가 구오 지존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거야!” 수옥인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말을 나누는 사이에 천옥의 전법 중심에 도착했다. 전법은 수백 개의 법기로 구성되어 있다. 수만 개의 부적이 연결되어 대진을 이루고 있었다. 수옥인은 중심에 앉아 전법을 안정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윤구주는 도착하자마자 진기의 흐름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악한 기운이 침투한 것이 분명했다. 잠시 관찰한 후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다. “결국 문씨 가문이 무력으로 전법을 깨뜨려서 전법이 손상된 거로군. 곤륜 구역의 이 자식들, 이렇게 큰 전법을 만들어 놓고는 전법의 비밀을 철저히 감추고 있어. 같은 곤륜 구역 출신인데도 이렇게 경계하는 걸 보니 대체 무슨 비밀이 있는 거지?” 윤구주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조상님, 그런 건 나도 잘 모르겠어. 내 위치에서는 그런 걸 알 자격도 없어. 어쨌든 곤륜 구역은 예전부터 그랬지. 아무도 진정으로 곤륜 구역을 통일할 수 없었어. 잠시 딴소리를 하자면 예전에 일이 너무 커졌었어. 천술을 남용하고 천지의 기운이 혼란에 빠져 모두가 고통받는 것을 막기 위해 봉신방을 만들어 인간계와 신계를 나눈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이 세상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상상이 안 가.” 수옥인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윤구주는 이 말을 듣고 더욱 불쾌해졌다. 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수옥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