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은 감히 화진을 범했던 십 국 중 하나였다.비록 윤구주가 흑여 산맥에서 백만 정예를 도륙하였지만 화진의 용사 또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바로 그 전쟁 때문에 윤구주는 분노에 차 홀로 설국 황성에 뛰어들어 설국의 선왕을 베어버린 것이다.그 후로 설국은 삼만 리를 물러나 항복하였고 설국의 왕실 수천 명이 윤구주에게 목숨을 구걸했다.그런데 십 국 전쟁이 끝난 지 6년이 지난 오늘, 그 보잘것없는 나라가 감히 다시 화진을 넘보다니.이 어찌 윤구주의 분노를 사지 않을 수 있겠는가.화진의 구주왕으로서 윤구주는 사사로운 안위는 돌보지 않을지언정 이 땅의 백성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이를테면 이번 마씨 가문은 감히 국보와 같은 무학의 정수를 몰래 설국으로 빼돌려 설국 놈들에게 전수하였다.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이것은 설국 군사들은 화진의 무공을 익혀 전장에 나서서 우리 백성을 도륙할 것이라는 뜻이다.그러니 윤구주가 어찌 좌시할 수 있겠는가.“설국, 네놈들은 내 손에 다시 한번 멸망의 쓴맛을 보게 될 것이다!”윤구주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미 폐허가 된 마궁을 냉정한 눈빛으로 훑어보며 말했다.“마씨 가문은 멸문당해 마땅하다! 다만 감히 적국과 내통하다니 그 죄 만 번 죽어도 부족할 것이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몸에서 웅장한 천지의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곧이어 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외쳤다“술현지, 반산!”그가 두 손을 맞잡는 순간 천지가 변색하더니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마궁의 대지를 찢는 듯 굉음을 내며 거대한 균열이 마궁 한가운데를 갈라놓았다. 균열은 순식간에 십 장, 오십 장으로 뻗어 나가 마침내 백 장에 이르렀고 그 틈으로 마궁 건물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술현지, 진해!”윤구주가 다시 한번 손을 크게 휘두르자 주변 산봉우리에서 무수한 바위들이 무너져 내려 백 장이나 벌어진 균열 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그렇게 천 년이나 버틴 제자백가 마씨 가문은 윤구주의 술현지 한 방에 흔적도 없이
“지진이야?”“정말 땅이 흔들렸어!”“모두 얼른 도망가요!”요성 시민들은 진동을 감지하자마자 즉시 사방으로 흩어져 숨기 시작했다.다행히 진동은 오래가지 않았고 일 분 정도 지나자 완전히 잠잠해졌다.“지진이 멈춘 건가?”거리에서 웅크리고 있던 행인들은 진동이 사라진 것을 보고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빌어먹을! 왜 갑자기 지진이 난 거야? 기상청은 왜 아무 경고도 안 했지?”“그러게!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우리 기산에서는 지진이 난 적이 없는데, 방금 어떻게 지진이 났지?”여진이 사라지자 시민들은 참지 못하고 거리로 나와 서로 말들을 주고받기 시작했다.요성은 기산 바로 옆에 있는 도시이지만 그들의 말처럼 이곳에서는 한 번도 지진이 난 적이 없었다.그런데 오늘 대체 무슨 이유로 지진이 난 걸까?“뭔가 이상해!”“이 진동, 기산 쪽에서 온 것 같은데!”귀가 밝은 몇몇 시민들이 멀리 기산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설마. 기산이라고? 기산에 지진이 날 수가 있나?”“나도 잘 모르겠지만 이 여진의 진동은 분명 기산 쪽에서 온 게 확실해!”그 말이 나오자 시민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 기산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하지만 기산에서 왜 이렇게 큰 진동이 발생한 것인지는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모든 시민이 놀란 얼굴로 기산을 바라보는 그 순간, 왼쪽 도로에 세 명의 커다란 그림자가 차갑게 서 있었다.그들은 모두 건장한 체격과 하얀 피부를 지녔는데 옷차림을 보아 화진 사람은 아닌듯했다.또한 그들의 몸에서는 강렬한 무도 기운이 스며 나왔다.이 괴이한 세 사람은 기산 쪽에서 전해오는 진동을 감지한 뒤, 차가운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아저씨, 아저씨! 우리 엄마 좀 찾아주세요!”그때, 길가에서 일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녀가 세 사람에게 다가와 물었다. 소녀는 아마도 방금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아까 여진의 충격으로 엄마와 떨어지게 된 소녀는 겁에 질린 눈으로 애처롭게 세 사람을
“에? 지진이 아니라니, 그럼 무엇이란 말입니까?”거구의 투타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그러자 파마는 천천히 눈을 치켜떴는데 그 순간 그의 눈동자에서 놀라운 녹색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것은 화진의 강자가 일으킨 기의 파동일 것이다.”뭐라?파마 제사장의 말에 투타와 다른 설국 사내는 놀라 말을 잃었다.“제사장님, 그게 어찌 가능하단 말입니까? 어떤 강자가 그리 엄청난 파동을 일으킬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이곳은 기산에서 백여 리나 떨어져 있지 않습니까?”두 설국 사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화진 놈들을 우습게 보지 마라! 십 국 전쟁의 치욕을 잊었느냐?”파마 제사장의 말에 투타와 다른 사내는 고개를 숙인 채 침묵했다.십 국 전쟁 당시 화진은 십 국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였고 설국을 비롯한 십 국을 국경에서 만 리나 몰아낸 후 영토와 배상금을 받아내고서야 전쟁을 끝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투타는 분노에 차 주먹을 꽉 쥐었다.“우리 설국의 원한, 우리 세대가 반드시 갚을 겁니다!”투타의 분노에 찬 외침에 파마는 차분하게 말했다.“원한을 갚는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느냐? 화진의 무적 장수 구주왕을 떠올려 보거라. 6년 전, 그놈 혼자서 우리 설국에 저지른 짓들은 아직도 백성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지 않느냐?”설국의 노인은 육 년 전 참상을 떠올리며 침통한 목소리를 냈다. 그들은 과거 윤구주의 살육에 겁을 잔뜩 먹은 게 분명했다.“흥! 구주왕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파마 제사장님, 너무 적을 과대평가하고 아군의 사기를 꺾는 것이 아닙니까?”옆에 있던 투타가 불만스럽게 말했다.“투타 말이 맞습니다! 구주왕이 아무리 천하무적이라고 해도 이미 죽었잖습니까? 지금의 화진은 문씨 성을 가진 여자가 왕입니다! 만약 십 국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우리 설국은 반드시 그 치욕을 씻어낼 수 있을 겁니다!”다른 설국 사내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두 사람의 말에 파마 제사장은
기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었으나 주변에는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끝없이 펼쳐진 원시림 속에서 설국에서 온 세 사람은 마궁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세 사람 모두 상당한 고수였기에 앞에 놓인 험준한 산길도 그들에게는 평지를 걷는 것처럼 거침없었다.“거의 다 왔군! 이 물건들을 국경지대로 가져가면 세나스 장군께서 우리에게 후한 상을 내리실 거야.”설국 사내 중 두 장이 넘는 거구를 자랑하는 투타가 말했다.그는 마치 야생 늑대처럼 매서운 눈빛으로 멀리 마궁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투타의 말이 맞아! 이것들만 운반해 간다면 우리 설국 병사들도 화진의 무공을 수련할 수 있게 될 것이야!”다른 설국 사내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가자, 마씨 가문에 거의 다 왔다!”선두에 선 파마 제사장의 말과 함께 세 사람은 다시 길을 재촉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숲을 빠져나온 그들은 마궁 아래에 도착했다.그러나 마궁 아래 다다른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세 사람 모두 할 말을 잃었다.웅장했던 마궁은 폐허로 변해 있었고 땅에는 수장너비의 거대한 균열이 발아래에서 기산 꼭대기까지 이어져 있었다.마치 신선이 칼로 내려친 듯한 깊고 넓은 골짜기였다.더욱 놀라운 것은 트럭 크기만 한 거대한 바위들이 마궁의 폐허 위를 뒤덮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씨 가문의 궁전들이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린 것이었다.이 광경을 처음 목격한 투타가 경악하며 소리쳤다.“이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마씨 가문이 왜 이 지경이 된 거야?”투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처참하게 파괴된 마씨 가문의 궁전들을 바라보았다.보아하니 세 명의 설국인은 마씨 가문을 처음 방문한 것이 아닌 듯했다.그들은 이미 여러 차례 마씨 가문과 내통해 왔던 것이다.다만 지금 마궁이 이렇게 폐허가 된 것을 본 세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마궁이 모두 파괴되다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마씨 가문의 고수들은 다 어디 간 거야?”다른 설국 사내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마씨 가문이 정말로 멸망했어!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이야!”투타는 경악하며 외쳤다.“마씨 가문이 멸망했는데 우리 첩보원들은 왜 아무런 소식도 전하지 않은 거지?”다른 설국 사내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설국은 오랫동안 마씨 가문과 내통해 왔다. 그런데 마씨 가문에 이런 큰일이 벌어졌는데도 첩보원들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었다.“이는 한 가지를 의미한다. 마씨 가문 사람들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거지!”파마 제사장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니요?”투타는 어리둥절했다.“그렇다. 시신의 부패 정도를 보아하니, 며칠 전에 죽은 것으로 보이는구나.”파마 제사장은 땅에 쓰러진 마씨 가문 제자들의 시신을 가리키며 말했다.투타와 다른 사내는 그의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괘씸한 놈들! 마씨 가문이 멸망했다면 우리에게 약속한 물건은 어찌 되는 것입니까? 우리는 그들에게 막대한 황금과 재물을 주었잖습니까!!”투타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마씨 가문은 이미 설국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와 각종 대가를 받았다.그러나 지금 마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렸으니 설국은 원하는 것을 얻을 길이 없었다.“큰일이야! 약속된 물건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세나스 장군께서는 분명 크게 노하실 텐데.”다른 설국 사내도 걱정스럽게 말했다.화진의 무공 비급을 얻기 위해 설국은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마씨 가문과 거래를 했다.그러나 마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린 지금, 그들은 원하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세 명의 설국인은 깊은 절망에 빠졌다.“찾아라! 이곳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우리 설국의 것을 찾아내야 한다!”파마 제사장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세 명의 설국인이 물건을 찾기 시작하려는 순간, 갑자기 천둥 같은 호령이 그들의 귓가를 울렸다. “설국의 미물들아, 더 찾을 필요 없다! 네놈들이 찾는 건 내가 다 부숴버렸다!”그 위엄 넘치는 목소리에 세 명의 설국인은 경악하며 외쳤
설국 광전사의 맹렬한 공격에 윤구주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에서 세상을 멸할 듯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곧 주변의 기운이 형체 없는 사슬로 변하여 투타의 몸을 꽁꽁 묶었다.“이런! 무슨 일이지?”투타는 공포에 질려 본능적으로 주먹을 거두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죽음을 자초하는구나!”윤구주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그의 오른손 손가락에서 눈부신 기운이 발사되어 투타의 미간을 관통했다.퍽!설국 최강의 광전사라 불리던 투타의 2미터 넘는 거구는 허공에서 폭발하며 핏덩이로 산산조각이 났다.“투타!”윤구주가 손가락 하나로 투타를 죽이는 모습을 본 파마 제사장과 다른 설국 사내는 공포에 질려 넋을 잃었다.“네... 네... 네놈은 대체 누구냐? 감히 설국인을 죽이다니!”다른 사내가 윤구주에게 묻자 윤구주는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설국이라? 좁쌀만 한 나라가 감히 화진 땅에서 설쳐대?”윤구주는 다시 한번 손가락으로 짚었다.퍽!조금 전까지 큰소리치던 설국 사내 또한 몸이 폭발하며 처참하게 죽었다.윤구주가 순식간에 두 명의 부하를 죽이는 모습을 본 파마 제사장은 공포에 질려 땅바닥에 주저앉았다.“이제 네 차례다.”윤구주의 차가운 시선이 파마 제사장에게 향했다.설국의 제사장은 대부분 대가 구 품 이상의 실력을 지녔는데 눈앞의 파마 또한 엄청난 고수였다.설국에서 제사장의 지위는 매우 높았다.제사장은 설국 신전의 특별한 보호를 받을 뿐만 아니라 왕족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하지만 두 부하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본 파마는 온몸을 떨며 윤구주에게 물었다.“대체 누구시기에 감히 설국인을 죽이는 것이오?”“네놈 따위가 감히 내게 묻느냐?”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치며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파마의 몸에 그대로 내리꽂았다.쿵!파마는 그 압력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고 무릎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며 그대로 땅에 꿇어앉았다.무릎에서 뼈가 부스러지는 듯한 격렬한 고통이 밀려왔고 순식간에 두
흑여산맥 전투에서 윤구주는 백만이 넘는 설국 정예 병사들을 도륙했고 그 결과 흑여산맥은 설국 병사들의 시체로 산을 이루고 피로 강을 이루었다.그 전투로 설국은 국력이 오십 년이나 후퇴하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그런데 지금, 설국인들이 흑여산맥을 지키는 장군들과 내통했다는 말을 들은 윤구주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었다.“내통한 자들의 이름을 모두 대라!”윤구주가 차갑게 명령했다.파마는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름들을 말했다.“기병 교위 원호산, 진부대장 진추해, 좌익국방장군 강문정!”...설국 제사장이 흑여산맥 장수 일여덟 명의 이름을 대자 윤구주는 그 이름들을 모두 기억했다.설국과 내통하는 장수들의 이름을 기억한 뒤 윤구주는 다시 차갑게 물었다.“현재 흑여산맥을 지키는 설국 장수는 누구냐?”“세... 세나스 장군입니다...”파마가 사실대로 답했다.“세나스라... 한쪽 눈이 없는 그 영감탱이 말이냐?”윤구주가 차갑게 웃으며 묻자 파마는 경악하며 되물었다.“대체 누구십니까? 어찌 세나스 장군을 아시는 것이옵니까?”“내 발밑에 꿇어앉았던 놈을 내가 어찌 모르겠느냐?”윤구주는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뭐? 말도 안 돼!”파마 제사장은 순간 소리를 질렀다.그는 눈을 부릅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설국에서 군신이라 불리는 세나스 장군이 그의 발아래 꿇어앉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설국, 네놈들은 죽음을 자초하고 있구나! 과거 금전에서 너희 설국 미물들과 황실 전원을 없애버리지 않은 게 내 잘못이었다! 지금 너희들이 감히 화진의 무학 정수를 훔쳐 전쟁을 도모하다니, 좋다! 네놈들이 전쟁을 원한다면, 윤구주 내가 다시 한번 설국을 피로 물들여 주겠다!”윤구주의 입에서 서릿발 같은 말이 쏟아져 나왔다.설국 제사장은 윤구주가 '금전'을 언급하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설국의 금전은 화진의 황성과 같은 곳으로 설국의 수도이자 국왕이 거주하는 곳이었다.그런데 윤구주는 과거 설국 금전에 나타나 왕족들을 거
윤구주를 알아본 설국 제사장은 공포에 떨었다.“내가 누구인지 알았으니 너도 이제 죽어야 할 것이다.”윤구주는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천지의 기운에 짓눌린 파마 제사장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윤구주의 손바닥에 맞아 핏덩이로 변했다.설국 제사장을 죽인 윤구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국경을 향해 바라보았다. “설국, 네놈들이 자멸을 재촉하는구나!”화진의 진국지왕으로 윤구주는 백성들을 수호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겼다.그런데 미천한 설국이 감히 화진의 무학 정수를 훔쳐 병사들을 훈련시키다니! 화진의 호국 군신으로서 윤구주가 어찌 이를 용납할 수 있겠는가?“6년이다! 설국이 스스로 멸망을 택했으니 내 다시 한번 그들을 도륙할 것이다!”윤구주는 살기등등하게 말하고 설국으로 가려고 했다.그는 현재 화진의 수도를 걱정하지 않았다.마씨 가문을 쓸어버렸으니 제자백가가 아무리 불만이 있을지라도 감히 그와 대적할 자는 없을 것이다.더욱이 공수이와 그의 형제들이 수도를 지키고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었다.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흑여산맥을 거쳐 설국으로 향하는 것이었다.집안일은 뒤로 미룰 수 있으나 나랏일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다.하물며 화진의 인왕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것은 그의 책무였다.다만 설국에 가려면 반드시 흑여산맥을 지나야 했다.방금 윤구주는 파마에게서 현재 흑여산맥을 지키는 자가 설국의 세나스 장군이라고 들었다.한쪽 눈이 없는 그 노장은 설국에서 군신으로 불리는 자였으나 육 년 전 윤구주에게 패배한 적이 있었다.“세나스? 흥! 먼저 그놈부터 죽이고 설국을 쓸어버릴 것이다!”윤구주는 차갑게 말하며 흑여산맥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다만 흑여산맥으로 가기 전, 그는 수도에 있는 형제들에게 연락해야 했다.윤구주는 전자 기기를 휴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도시로 가서 전화를 빌려야 했다.그는 요성 쪽을 바라본 후, 순식간에 몸을 날려 요성으로 향했다....요성.조금 전에 있었던 지진 여파에도 불구하고 요성은 빠르게 원래의 활기와 번화함
부진이 가동되었고 윤구주가 금전 전체를 뒤덮었다.하늘을 가득 메운 부적 진법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이, 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시선을 들어 상공의 부적 진법을 보았다.“오늘 나는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것이다.”국운이란 무엇인가?바로 한 나라의 운세였다.그런데 윤구주는 혼자의 힘으로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거라고 했다.과연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우렁찬 목소리로 말한 뒤 윤구주는 훌쩍 뛰어올라 설국 금전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그의 온몸에서 기운이 넘실댔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적선기가 그를 신처럼 보이게 했다.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그가 두 손으로 수인을 맺는 순간, 하늘과 땅이 윤구주를 중심으로 거대한 빛줄기를 형성했다.빛줄기 아래, 윤구주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부진, 가동!”쿵쿵쿵.금전 전체를 뒤덮었던 거대한 부적 진법이 가동됨과 동시에 진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64개의 금빛 부적이 64개의 금빛이 되어 설국 금전 위로 내려앉았다.그 뒤로 금전 아래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그리고 곧이어 파멸적인 기세의 자줏빛 기운이 윤구주에게 흡수되어 금전의 땅 밑에서부터 올라왔다.자줏빛 기운은 상서로운 기운이었다.설국 수도에서 이 금전은 역대 설국 황실이 거주하던 곳이자 설국의 수많은 신하들이 경배하는 곳이었다.그곳에는 용의 기운도, 상서로운 기운도 있었다.이 순간, 수많은 설국 국민들이 살고 있는 이 신성한 곳의 기운을 윤구주가 조금씩 흡수하기 시작했다.그 광경에 세나미는 얼이 빠졌다.“이... 이... 이 악마! 우리 설국 황실의 기운을 흡수하는 거야?”세나미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윤구주가 만약 설국의 기운을 빨아들인다면 설국은 당연하게도 쇠락할 것이다.심지어 심각할 경우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이 모든 건 설국이 자초한 일이야.”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하고 미친 듯이 설국의 국운을 흡수했다.
더 나아가 설국 수도에까지 울려 퍼졌다.굉장히 낮고 귀에 거슬리는 종소리가 들려오자 설국 수도 시민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다들 그 종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종이 울리다니... 세상에. 국주님께서 돌아가셨나 봐.”“국주님이?”거리 양쪽에 있던 수많은 설국 백성들은 종소리를 듣고 목 놓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심지어 밖에 주둔하고 있던 설국 병사들까지 종소리가 들리는 순간 모두 애도하기 시작했다.낙일성에서 30km 정도 떨어진 곳.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먹구름처럼 낙일성으로부터 3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몰려오고 있었다.수십만 명의 대군을 이끄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염수천과 박천후였다. 두 사람은 화진의 군대를 이끌고 있었다.이때 설국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낙일성의 종소리 또한 울리기 시작했다.“총사령관님, 얼른 들어보세요. 낙일성 쪽에서 종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한 장수가 빠르게 박천후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군복을 입은 박천후는 귀를 기울였고, 종소리를 듣는 순간 크게 웃기 시작했다.“설국은 끝났어. 설국의 국주가 죽었거든.”박천후의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장수가 서둘러 물었다.“소문에 따르면 설국 국주는 아주 젊다고 하던데요? 갑자기 죽었을 리가 없지 않나요?”“멍청하긴! 당연히 우리 저하께서 죽인거겠지!”박천후는 자랑스럽게 말했다.‘뭐라고?’“구주왕께서 죽였다고요?”주변 장수들은 전부 깜짝 놀랐다.“당연하지. 이 세상에 우리 저하를 제외하고 누가 설국 국주를 죽일 수 있겠어?”그 자리에 있던 장수들은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그들은 전부 눈이 휘둥그레져서 설국 쪽을 바라보았다.설국의 국주가 설국 수도의 금전에서 윤구주의 손에 죽을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설국 금전.피 칠갑이 된 사람의 머리통은 여전히 바닥에 있었다.그것은 당연하게도 설국 국주의 머리였다.설국 대신들은 전부 겁을 먹고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금전에는 오직 윤구주와 일찌감치 몸에
금전을 가득 채운 마의 기운은 윤구주가 대신관을 처리하자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금전에는 윤구주와 그의 머리 위에서 맴돌고 있는 금빛 용 두 마리뿐이었다.금빛 용은 마치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울음소리를 냈다.윤구주가 머리 위 금빛 용을 바라보다가, 설국 대신들과 설국의 젊은 국주 모두 겁을 먹었다.윤구주는 마지막 대신관을 죽인 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설국 국주 설태현을 바라보았다.“이젠 당신 차례야!”윤구주의 말에 설국 국주는 겁을 먹고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쩔 수 없었다.더는 설태현을 지킬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심지어 설국에서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는 대신관마저 윤구주의 손에 죽었는데 누가 그를 지키겠는가?“뭘, 뭘, 뭘 하려는 거야?”설태현이 덜덜 떨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난 얘기했어. 오늘 네 머리를 치겠다고.”윤구주의 목소리는 매정했다.“감히 내 목을 치겠다고?”“어서, 어서 국주님을 보호해야 해!”주위에 있던 대신들이 달려들려고 했다.그런데 바로 이때 용의 울음소리가 금전에 울려 퍼지면서 윤구주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던 금빛 용이 설국 대신 여러 명을 한입에 집어삼켰다.금빛 용이 지나간 자리에는 시체마저 남지 않았다.그 광경에 남은 설국 대신들은 전부 겁을 먹었다.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정말로 날 죽일 생각인 거냐... 너도 알다시피 날 죽인다면 설국은 화진과 필사적으로 싸울 거야. 심지어 국제중재기구의 다른 나라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설태현은 살기등등하게 윤구주를 바라보며 용기를 북돋웠다.설태현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당시 10국은 연맹을 맺었고 전 세계에 국제중재기구를 창립했다.소문에 따르면 중재기구는 세력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세계에 얼마 되지 않는 몇몇 제국들의 지원을 받고 있고 심지어 진정한 초극 절정 강자가 있다고 한다.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국제중재기구는 팔부 절정 강자를 한 명 출동시켰다.그러나 그팔부 절정은 그저 잠깐 모습만 드러냈을 뿐 윤구주와 진짜
윤구주가 8기를 쓰는 순간, 그의 손에 있던 용혼한위총에서 용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용혼한위총이 한 줄기 은빛이 되는 순간, 설국 금전은 창의에 완전히 뒤덮였다.창은 공기를 가르며 설국 어둠의 신의 팔로 향했다.창이 내려앉는 순간, 검은색 마기를 내뿜던 팔이 베어졌다.그 팔은 어둠의 신 세스의 것이었다.“아악!”어둠의 신 세스의 입에서 분노에 찬 포효가 터져 나왔다.설국 국민들이 신앙하는 신 세스가 격노했다.“인간이여, 난 널 집어삼킬 것이다.”광기에 빠진 어둠의 신이 한 걸음 내디뎠다. 쿵쿵 소리와 함께 설국의 금전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곧이어 그의 다섯 개의 팔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윤구주를 향해 덮쳐들었다. 마치 윤구주를 산 채로 집어삼킬 듯한 모습이었다.윤구주는 빠르게 움직여 피했고 그 때문에 어둠의 신의 다섯 팔은 윤구주의 뒤에 있던 설국 대신들에게로 향하게 되었다.“끄아악!”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십여 명의 설국 대신은 어둠의 신에 의해 고깃덩이가 되어 버렸다.어둠의 신은 실패하자 다시 한번 다섯 팔을 마구 휘둘렀다.넘실대는 마의 기운이 설국 금전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렸다.이번에 윤구주는 피하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들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거대한 체구를 가진 어둠의 신을 바라보았다.“신이라고? 그러면 오늘 신이라고 불리는 당신을 죽여주지.”윤구주가 갑자기 공중으로 훌쩍 뛰어올랐다.적선기가 맴돌기 시작하자 윤구주는 합장하였고 굉장히 쩌렁쩌렁한 용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다.용의 울음소리가 설국 수도에 널리 퍼졌다.설국 수도.수많은 백성들이 귀청을 찢을 듯한 용의 울음소리를 들었다.심지어 일부 간 큰 설국 백성들은 거리로 나와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금전 쪽을 바라보았다.“세상에, 우리 수도의 금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왜 저렇게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려오는 거야?”“용이야!”“저길 봐! 금전 상공에 용이 나타났어!”수많은 설국 백성들이 설국 수도 금전 상공에서 금빛 용을
윤구주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닥에는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혼자서 설국과 대항하려는 건 아니겠지? 구주왕도 잘 알다시피 우리 설국에는 수억 명의 백성들이 있어. 네가 이 많은 사람들을 다 죽일 수 생각하니?”살기 어린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던 대신관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윤구주의 손에 쥐어져 있던 용혼한위총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박혔다.윤구주는 마치 신마처럼 당당히 선 채 거만한 목소리로 외쳤다.“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내가 말한 적이 있지. 화진을 괴롭히려는 외적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겠다고 말이야. 설국의 오랑캐가 내가 죽은 줄 알고 전쟁을 다시 일으키려 하는데 내 어찌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까!”대신관이 화내며 말했다.“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네.”“내가 헛소리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 이후로 설국은 도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지.”차가운 말과 함께 윤구주의 온몸에서 불멸의 빛과도 같은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손에 창을 들고 있던 윤구주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적선기가 그의 손에 든 용혼한위총을 신성한 무기로 바꾸자, 윤구주는 또다시 은창을 휘두르며 대신관을 향해 달려갔다.그 모습을 본 대신관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아주 미쳐 날뛰는구나.”대신관은 포효하며 오른손을 움켜쥔 후 이마에 갖다 댔다.“이오지심, 무신 나와!”‘쾅!’하는 소리와 함께 대신관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밝았던 금전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둠 속에서, 수 미터 높이의 신명이 대신관에 의해 소환되었다.이 신명은 팔이 여섯 개나 있었다.그중 두 손에는 각각 피범벅이 된 거대한 도끼와 해골이 쥐어져 있었다.세스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 신명은 설국에서 가장 유명한 어둠의 신인지라 설국의 모든 사람이 떠받들고 있었다.그런 신이 대신관에 의해 소환된 것이었다.“신…”“맙소사! 대신관께서 어둠의 신을 소환했다고?”조정에 있던 설국의 문무 대신들은 어둠의 신을 본 순간, 모두
설태현의 말에 검붉은 옷차림을 한 대신관의 시선이 윤구주에게 향하는 순간 한줄기의 붉은 빛이 대신관의 눈에서 뿜어져 나왔다.그것은 그가 수련한 신혼의 힘이었다.대신관이 신혼의 힘을 발사하자, 윤구주도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찌릿찌릿!순식간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더니 보이지 않는 살벌한 기운이 두 사람의 몸을 휘감았다.우르르!금전에 있던 테이블과 의자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주변의 수정유리도 찌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던 설국의 문무백관들은 두려움에 아연실색하였다.이 상황이 2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그때, 검붉은 옷을 입고 있던 대신관이 갑자기 몸을 휘청이더니 오른발을 반 발짝 뒤로 물렸다.그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더니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역시 화진 최고의 인왕답게 명불허전이네!”대신관의 말에 윤구주도 한마디 내뱉었다.“50% 신념의 힘을 막아냈으니, 너도 나쁘지 않아!”대신관은 얼굴을 찡그렸지만 이내 평정심을 유지했다.“구주왕의 칭찬을 받게 되어 영광이네. 다만 우리 설국은 너에게 원한이 없는데 왜 설국 사람들의 도륙을 서슴지 않는 것이야? 게다가 나의 제자까지 인질로 잡아두고?”제자라고 말할 때 그의 시선은 세나미에게로 향했다.“이제 보니 네가 광명 신전의 대신관이구나.”윤구주가 말했다.“그래 내가 대신관이다.”대신관이 말했다.“잘됐네. 너를 찾고 싶었는데 마침, 내 앞에 나타났구나! 어떻게 죽여 줄까?”윤구주는 말을 마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대신관을 쳐다봤다.그 말에 금전 안에 있던 설국의 모든 문무백관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제정신이 아니구나. 여기는 설국의 금전이야. 대신관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는 사람인데 대놓고 죽이겠다며 윽박지르다니.’“화진의 구주왕이 미쳐도 한참 미쳤구나.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광명 신전 내에서는 누구나 다 평범한 인간이야. 네가 화진의 왕이라 할지라도 설국에서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단 말이야.”대신관이 낮은
설국의 국주와 대신관의 시선은 윤구주에게 쏠렸다.“태현아, 아직도 나를 기억하느냐?”금전에 발을 딛는 순간, 윤구주의 시선도 설국의 젊은 국주에게로 향했다.“뭐? 정말 너야?”윤구주의 얼굴을 똑똑히 본 설태현은 충격에 빠졌다.6년 전, 윤구주가 전임 국주를 참수했을 때 설태현은 겨우 열여섯 살이었다.당시 그는 아버지가 윤구주의 칼에 죽는 모습을 지켜보며 대성통곡했었다.그 이후로 윤구주가 날마다 꿈에 나타난 탓에 그의 모습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6년 만에 금전에서 윤구주를 다시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구주왕이 맞네! 용케도 살아남았구나.”윤구주를 바라보던 젊은 국주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했다.“날 죽이고 싶어? 날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몇 안 될걸?”그의 말에 설태현은 침묵에 빠졌다.그 당시에 10개국의 많은 절정이 윤구주의 손에 죽었었다.‘10개국의 잔인한 대군들조차도 윤구주를 죽이지 못했으니 그를 죽일 사람은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겠지.’다시 윤구주를 바라보던 설태현은 갑자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우리 설국 대군이 화진 사람 하나 못 막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 사람이 명성이 자자한 구주왕이였네!”설태현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을 내뱉은 후,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왕이 갑자기 설국을 방문한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군.”설태현이 차분하게 말했다.20대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의 온몸에서는 군왕의 기가 넘쳐났다.“네 모가지 따러 왔다!”윤구주의 목소리도 차분했다.다만 윤구주가 이 말을 하는 순간 금전 내의 분위기가 썰렁해졌다.“빌어먹을 자식 같으니라고!”“설국 국주의 면전에서 이 무슨 무례한 짓이야!”꾸짖는 소리가 주변에 있던 문무백관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그들 앞에서 설국 국주의 모가지를 따겠다고 말했으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윤구주가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윤구주의 말에 설태현은 코웃음을 쳤다.“6 년 전, 네
눈보라는 계속 휘몰아치고 있었다.설국의 초극 절정을 죽인 후, 윤구주는 시체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설국 도성 방향으로 걸어갔다.아버지를 포함하여 너무나 많은 죽음을 목격했던 세나미는 이제 무감각해졌다.그녀는 마치 윤구주에게 조종당하는 좀비와 같았다.설국 도성 앞에는 설국의 고대 건축물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그중 가장 높고 큰 건축물이 바로 설국 도성의 궁전이었다.그곳은 설국의 국주가 살고 있는 곳이자 설국의 문무 대신들이 국정을 논의하는 곳이기도 했다.이 순간, 하얀 망토를 두른 윤구주가 세나미를 데리고 거대한 도성 앞에 도착했다.길게 뻗든 궁전 복도의 바닥에는 붉은 카펫이 덮여있었다.하지만 텅 빈 복도에는 아무도 없어서 분위기가 매우 침울했다.윤구주가 고개를 들어 우뚝 솟은 성문을 바라보자, 마치 자신을 막으려는 듯 성문은 굳게 닫혀있었다.하지만 그 무엇도 윤구주를 막을 수 없었다.그가 팔을 휘두르니 ‘쾅쾅쾅!’하는 소리와 함께 수백 년 된 설국의 성문이 산산조각이 났다.나무 조각들이 흩날리는 가운데 윤구주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화진의 윤구주가 왔다!”우렁찬 목소리가 설국 도성 전체에 퍼졌다.설국 도성의 대전에는 설태현이 안색이 어두운 채로 용상에 앉아 있었다.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설국의 젊은 국주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젠장! 결국에는 올 것이 왔구나!”말을 마친 그가 고개를 돌려 광명 신전의 대신관을 바라보자, 오랜 세월을 살아온 대신관도 그 순간에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초극 절정들조차도 이를 막지 못했다고? 제가 이 화진 사람을 과소평가한 것 같네요.”대신관이 말하자마자 옆에 있던 대신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국주, 방금 그 사람이 왜 자신을 윤구주라고 부르는 것인가요? 윤구주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주변의 다른 대신들도 어리둥절했다.“자네들 잊었는가? 6년 전에 화진 인왕의 이름이 윤구주였어!”늙은 대신이 말했다.“뭐라고요? 화진의 인왕? 구주왕 말인가요?”“맞아요! 바로 그 사
설국을 지키는 두 초극 절정은 윤구주의 위력에 깜짝 놀랐지만, 그들 뒤에는 설국 도성이라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이들조차 윤구주를 막지 못한다면 설국에는 분명 재앙이 닥칠 것이 분명했다.“화진 꼬마야, 너 완전히 미쳤구나!”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육도 절정인 두 초극 절정이 공격을 개시했다.이들이 만약 사상 절정에 도달한다면 자신만의 진역 결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두 초극 절정이 힘을 합친 순간, 반경 100미터 안에 회색의 천수 구역과 갈색의 난쟁이 사자 구역이 형성되었다.두 구역 안의 생명체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한 줌의 재로 변했다.“천수 부도!”가장 먼저 공격한 쪽은 검은 옷을 입은 천수였다.그가 종횡무진하다가 손바닥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손바닥 그림자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육도의 위엄이 담겨있는 이 어마어마한 정법은 신급 강자를 박살 낼 수 있었다.천수가 공격을 펼치려고 할 때 옆에 있던 난쟁이 사자도 함께 움직였다.난쟁이 사자가 포효하더니 몸에서 적갈색의 절정기가 뿜어져 나오며 흉악한 사자의 그림자가 몸에서 나왔다.사자의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난쟁이 사자가 주먹을 허공에 휘둘렀다.매서운 권의는 거대한 사자 그림자와 함께 허공을 가로지르며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두 육도 절정이 동시에 공격한 탓에 윤구주는 혼자서 둘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그 순간, 옆에 서 있던 세나미도 그들의 기세에 눌려 재빨리 뒤로 몇 발짝 후퇴했다.두 육도 절정이 함께 공격하는 모습을 본 윤구주의 입가에는 경멸의 미소가 번졌다.“겨우 이 정도야?”윤구주가 한 발짝 내딛자, 도성의 바닥이 심하게 흔들렸다.온몸에 적선기를 가득한 윤구주가 손에 쥐고 있던 용혼한위총을 휘두르자, 10미터 길이의 창 그림이 허공에 나타났다.윤구주가 손으로 법인을 눌렀다.“천둥! 오너라!”쾅쾅!온 하늘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갑자기 보라색 번개가 치더니 벼락이 용혼한위총에 떨어졌다.그러자 긴 창이 순식간에 번개 창으로 변했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