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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라오
안시연은 경찰서에 세 시간의 취조를 받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그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는데, 이때 주지혁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어금니를 깨물다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지혁 씨, 우리는 이미 헤어졌어요. 굳이 내 인생을 망칠 생각인가요?”

그 8억은 분명 그가 그녀에게 직접 전화해 빼내라고 한 것이다.

주지혁은 그녀의 분노를 예상했는지 덤덤하게 말했다.

“시연 씨, 나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면 안 되었어요.”

“내가 헤어지자는 말을 안 꺼내면 당신이 어떻게 조이현 씨를 안을 수 있겠어요?”

안시연이 비꼬며 말했다.

주지혁은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이 뻔뻔스럽게 말했다.

“나 다음 달에 이현이와 약혼해요. 하지만 난 이현이를 사랑하지 않아요. 시연 씨, 3년만 기다려요. 3년 뒤면 내가 이혼하고 꼭 시연 씨와 결혼할게요.”

안시연은 헛웃음이 나왔다.

“그럼 3년 동안 나는 어떡하라고요.”

“외국으로 유학 보내줄게요.”

뻔뻔스럽네!

명문 가문 출신인 조이현과 결혼은 해야겠고, 또 그 돈으로 안시연을 ‘내연녀’로 만들게 하다니, 어떻게 이런 염치없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가?

안시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하지만 난 이미 다른 남자와 잤어요.”

주지혁은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그녀의 말이 믿기지 않는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농담은 하지 마요. 나 화나게 만들면 시연 씨에게 좋을 것 없어요.”

안시연이 심호흡하고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뭐예요?”

“나 찾으러 와요. 내가 시연 씨 외국 보내줄게요.”

“꿈 깨요!”

주지혁이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시연 씨, 만약 내가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시연 씨는 돈의 행방을 모두 찾아내는 것으로 결백을 증명해야죠.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 줄 알아요? 나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8억이면 시연 씨 감옥에서 10년 갇히고도 더 남아요. 시연 씨가 감옥에 들어가면 누가 외할머니를 돌보겠어요?”

안시연에게 힘이 남아돌았다면 진작 그에게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내가 정말 눈이 멀었지.’

“찾아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주지혁이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안시연은 몸도 마음도 너무 피곤했다.

이때 휴대폰이 또 울렸다.

주효진이 보낸 문자였다.

[유 대표랑 같이 있던 게 아니었어? 왜 도망간 거야?]

[오늘 밤 일을 오빠에게 말한다면 넌 죽을 줄 알아.]

[어느 남자랑 잔 거야?]

...

연정훈이 너무 괴롭혔는지 안시연은 다음 날 일어났는데도 몸이 시큰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쉴 수 없었다.

학우였던 정이슬이 그녀를 위해 식사 자리를 마련했는데 상대는 그들과 같은 학교 출신인 전민준이었다. 아버지가 법조계에 꽤 지위가 있으니, 전민준과 가까이 지내면 돈의 행방을 빨리 알아낼 수도 있다.

레스토랑에서.

안시연은 이미 자리에 한 시간 넘게 앉아 있었다.

하지만 전민준은 이 사건에 관해 얘기하지 않고 그녀가 전혀 기억할 수 없는 캠퍼스 추억들만 끄집어냈다.

안시연은 불만이 있었지만 부탁하는 것만큼 꾹 참고 얘기할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갈 때, 시선을 들자 다가오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연정훈은 검은색 양복을 차려입고 그 위에 코트를 걸쳐 점잖고 우아한 분위기를 늘씬 풍겼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잘생긴 그의 얼굴에는 냉기가 감돌아 차갑고도 도도해 보였다.

그의 뒤로는 비서가 몇 명 따라다녔고, 옆에는 엘리트처럼 보이는 남자가 그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무래도 비즈니스를 위한 식사 자리가 있는 모양이다.

안시연은 어젯밤 차 안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심장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려고 했지만 연정훈은 이미 그녀의 존재를 눈치챈 것 같았다. 그녀는 그와 눈을 마주치고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인사를 건넸다.

연정훈은 그녀의 인사에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곧바로 가장 좋은 창가 자리로 향했다. 주위는 병풍으로 가려져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기도 했다.

연정훈이 눈에 보이지 않고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정훈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은 그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는데 그는 그저 선을 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우연히 병풍 밖으로 향했다.

어젯밤 그녀와 관계를 가지면서도 워낙 차 안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다. 오늘에서야 불빛 아래 비친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한 줌 개미허리를 가지고 있었다. 빛이 도는 하얀색 옷감은 그녀의 굴곡 있는 몸매가 더 돋보이게 했고 그녀의 긴 생머리에는 비녀 하나만 꽂혀 있었다.

원래도 뚜렷한 이목구비는 부드러움이 더해지며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맞은편에 앉은 평범한 외모의 남자는 뭔가를 신나게 얘기했었는데 몇 번이나 여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

연정훈이 한 눈 살펴보고는 곧바로 시선을 거뒀다.

밖에서.

전민준은 한참 떠들다가 안시연의 얼굴이 약간 붉어진 것을 보고는 타이밍이다 싶어 손을 안시연의 손 위에 얹었다.

안시연이 깜짝 놀라 손을 거두며 말했다.

“왜 이래?”

“시연아, 내 여자친구로 되어줘. 나에게 부탁하려고 찾아온 걸 알아. 내가 잘 해결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전민준이 말하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려고 했다.

안시연은 분노가 끓어올랐다.

“미안. 네가 오해한 것 같은데 나는 선보러 나온 게 아니야.”

그녀는 가방을 들고는 자리를 뜨려고 했다.

“계산은 이미 했으니까 천천히 먹고 있어.”

전민준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믿을 수 없는 얼굴을 보였다.

“시연아, 감히 나를 거절해?”

그의 행동은 주위의 시선을 끌어 안시연은 난감한 얼굴을 보였다.

전민준이 목소리를 낮추길 바랐지만 전민준은 오히려 큰소리로 화를 냈다.

“어디서 고고한 척이야. 아직도 자기가 학부에서 잘나가는 퀸카인 줄 알아? 주지혁이랑 3년이나 사귀고 차였으면서, 내가 너 싫어하지 않는 걸로도 감지덕지하게 생각해야지.”

안시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전민준과 더 얽히고 싶지 않아 다른 쪽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전민준의 손짓은 점점 거칠어져 옆 테이블의 식탁보까지 잡아당겼고 가장자리의 접시가 뒤집히면서 그녀의 원피스 위에 모조리 쏟아졌다.

직원도 깜짝 놀라 달려왔다.

하지만 전민준은 여전히 물러설 생각이 없어 그대로 안시연의 팔을 확 잡았다.

안시연은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몸을 비틀거리다가 뒷걸음질을 쳤는데 뒤에 있던 남자의 단단한 가슴팍에 부딪히고서야 겨우 똑바로 설 수 있었다.

남자는 적절한 힘으로 그녀를 부축했다.

매니저가 다급하게 달려왔는데 연정훈을 발견하고는 두말없이 안시연의 편을 들었다.

전민준은 쫓겨 나갈 때까지도 난리를 부렸다.

안시연은 너무나도 창피했다. 게다가 연정훈의 앞이었으니 말이다.

연정훈이 가볍게 그녀의 팔을 두드리고는 덤덤하게 말했다.

“먼저 올라가서 옷 바꿔입어.”

거절하려고 했지만 주위 사람들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안시연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따라나섰다.

레스토랑 위로는 경인시에서 손꼽히는 5성급 호텔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연정훈은 이 호텔에 자주 묵어 고정된 방이 있었다.

어젯밤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지금 또 그를 따라가고 있으니, 안시연은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스위트룸 앞에 도착했는데 그녀는 걸음을 망설였다.

거실에 서 있던 연정훈이 그녀 쪽을 덤덤히 바라봤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

“안에 욕실 있으니까 편하게 써.”

음식의 국물이 옷에 배어 몸이 미끈거렸다.

화려하고 정교한 카펫 위에 선 것만으로도 카펫을 더럽히는 것 같았다.

연정훈의 시선이 계속 느껴지자, 그녀는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이힐을 신은 채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아 그의 시선이 더 안 느껴지고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아담하고 우아한 느낌을 풍겼던 원피스는 윗부분이 멀쩡했지만 아랫부분이 국물에 흠뻑 젖어 투명해졌고 아랫배에 착 달라붙어 그녀의 몸매가 또렷하게 드러냈다. 언뜻 보면 아무것도 입지 않았나 착각할 정도였다.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임미경
흥미진진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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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시연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고 얼굴에는 잿빛이 감돌았다. 그렇게 하룻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후, 다음 날 다시 출근했다.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이 막다른 골목에 몰린 셈이었다. 왜냐하면 외할머니의 수술을 더는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졸업하자마자 주지혁의 회사에 입사했던 안시연은 주지혁이 정한 ‘사내 연애 금지' 규정을 어기지 않기 위해 주지혁의 제안대로 비밀 연애를 승낙했다. 하지만 안시연은 오로지 자기 능력으로 재무팀 주임 자리를 꿰찼다.다시 회사에 돌아왔더니, 주지혁이 일부러 그녀를 재무팀 주임 자리에서 끌어내렸고 재무팀 보조직으로 발령 냈다.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동료들은 모두 그녀가 주지혁에게 미움을 샀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 때문에 주지혁이 대놓고 괴롭히지는 못하고 몰래 트집을 잡아 끌어내렸을 것이라고 짐작했다.사흘이 지나자, 안시연은 이미 피곤함에 찌들대로 찌들었다.업무에 시달리다가 이제 막 한숨 돌리려던 때, 사무실 입구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안시연은 고개를 들어 힐끔 보고는 이내 외면했다. 다름 아닌 조이현이 회사로 방문한 것이었다.안시연은 기회를 노리다가 화장실에 가는 척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이현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저기요, 이리 좀 와보실래요?”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안시연은 밖에 있던 주지혁의 뒷모습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나서 감정을 억누르며 앞으로 나섰다.“네, 조이현 씨.”그러자 조이현이 다짜고짜 물었다.“혹시 그쪽이 안시연 씨인가요?”“네, 그렇습니다.”조이현은 안시연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짐 챙겨서 나오세요. 주 대표님과 저를 따라 외근 좀 다녀오셔야겠어요.”말을 마친 조이현은 안시연이 거절할 틈을 주지 않고 곧장 사무실을 나섰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같은 사무실 동료들은 각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안시연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나갔다.클라이언트와 통화를 마치고 뒤돌아선 주지혁은 안시연이 조이현을 따라 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화

    안시연은 자기가 너무 예민한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연 대표라는 말에 자기도 모르게 그 남자가 떠올랐다.몇 분 지나지 않아 경기장에 있던 사람들이 하프타임으로 들어왔는데, 맨 앞에 선 남자는 바로 연정훈이었다.테니스복 차림의 연정훈은 이승우의 차림새와 다를 바 없었지만, 정장을 입었을 때보다 훨씬 더 젊어 보였다.가뜩이나 더운 날씨라 얼굴이 붉어졌던 안시연은 연정훈을 보자, 얼굴이 더 화끈거렸다.자꾸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을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다.“정훈 오빠!”연정훈이 가까이 다가오자, 조이현은 바로 다가가 인사했고 겸사겸사 주지혁을 소개했다.안시연은 뒤에 서서 주지혁이 순간 벙찌더니 온몸이 굳어진 것을 보고 바로 알아차렸다.얼마 전 주지혁과 성진대학교 동문 모임에 참가했을 때, 연정훈도 자리에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주지혁은 연정훈이 두 사람의 관계를 폭로할까 봐 걱정하고 있던 것이었다.안시연은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고개를 살짝 숙였다.연정훈은 안시연을 못 본 듯, 테니스 라켓을 한쪽에 맡기고 물병을 따면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연정훈이 경기장에서 돌아오자, 모든 관심이 그에게로 집중됐다.부승원이 물었다.“마지막 공은 어떻게 된 거야?”연정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실수지 뭐.”이승우가 피식 웃으며 짓궂게 말했다.“실수? 에이, 설마 우리 쪽에서 미녀가 온 걸 보고 잠깐 정신 팔린 거 아니겠지?”연정훈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안시연을 한 번 보았다.안시연은 갑자기 연정훈과 눈을 마주치자,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그사이, 조이현이 안시연을 대신해서 그녀를 소개하고 있었다.“정훈 오빠, 안시연 씨에요. 지혁 씨 회사 직원이에요.”연정훈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물병을 내려놓고, 이승우에게 말했다.“내가 졌어, 기량이 남보다 못한 걸 인정해. 경기에서 진 이유가 장외 풍경이 예뻤던 탓이라고 할 순 없지.”장외 풍경이 예뻤던 탓? 안시연이 예쁘다는 걸 인정하는 건가?연정훈의 최측근이었던 사람들은 모두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화

    번외 경기가 시작되었고, 장외에서 이승우 등이 관전했다. 조이현은 조금 더 가까이에서 관전했고, 남자들은 뒤에서 앉아 있었다.부승원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무심코 입을 열었다.“주 대표님은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사업을 하시는 건가요?”주지혁은 부승원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줄 알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부승원이 몸을 뒤로 기대고 조이현을 보며 말을 이었다.“이현이 같은 여자친구를 뒀으니, 앞으로 주 대표님 사업은 승승장구 할수 있겠네요.”이승우도 두 사람의 대화에 흥미를 느낀 듯 눈썹을 들썩이며 끼어들었다.“예를 들면 어떻게 승승장구할 것 같다는 거지?”“당연히 인맥으로겠지...”이승우가 피식 웃었다.‘풉, 인맥은 무슨, 뇌물 공세겠지...’우연히 만난 척하는 것도 모자라, 예쁜 비서까지 데리고 온 건 다른 뜻이 있어서가 틀림없다는 것을 두 사람도 진작에 알아챘다. 기회를 틈타 예쁜 비서를 그들에게 넘기려는 속셈을 말이다.주지혁의 입꼬리가 약간 굳어졌다. 그는 물론 부승원의 비아냥거리는 어조를 알아들었다. 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속으로 이렇게 우스운 상황을 만든 조이현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밖에...경기장에서 몇십 번의 라운드가 계속됐지만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탁!”라켓에 공이 부딪히는 소리가 굉장하게 들려왔다. 안시연이 위험한 공을 되받아친 소리였다.장외에서 이승우가 박수갈채를 보냈다.“나이스 샷!”연정훈도 그녀를 바라보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다 시선이 안시연의 가슴에 꽂히자, 덤덤한 척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백핸드로 정면 타를 날렸다.구력이 너무 센 데다가 구속도 너무 빨랐기 때문에 어느 각도에서도 받아치기 어려웠다. 한우빈과 그의 파트너, 두 사람 모두 수비에 실패했다.첫 라운드는 안시연과 연정훈의 승리로 끝났다.안시연은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점심 식사를 간단하게 했던 안시연은 격렬하게 운동하고 나니 당이 떨어진 듯 무기력해졌다.다음 라운드가 다시 시작될 줄 알고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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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4화

    반우희는 깜짝 놀라버렸다!양시연한테 몰래 했던 말인데 부승원이 어떻게 알아버린 걸까!‘설마 시연 언니가...’‘시연 언니 나빠!’반우희는 얼굴이 순식간에 뜨거워졌고 따뜻한 모자까지 쓰고 있는 탓에 온몸에 열기가 돌았다.“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요!”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부정을 했고 두 눈을 부릅뜬 채로 뒤로 물러서며 손가락질했다.“변호사님 사실 취한 거 아니죠?”“그래.”‘뭐지?’방금 부승원의 볼을 잡아당기던 행동이 떠올라 반우희는 깜짝 놀라버렸고 손까지 덜덜 떨렸다.그래서 도망이라도 갈까 했는데 몰래 살펴본 부승원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왜 그러지?’반우희는 한 번 더 곁눈질했다.‘정말 취한 거야? 아닌 거야?’‘술 마신 사람들은 보통 취해도 아닌 척하잖아.’반우희는 침을 꿀꺽 삼키고 조금 다가가 부승원을 휙 밀쳤다.부승원은 여전히 표정 변화 한번 없었다.그래서 반우희는 긴장되던 기분이 조금 풀어졌고 좀 더 용기를 내어 손가락으로 부승원의 볼을 콕콕 찔렀다.“...”부승원은 어이가 없어 차가운 시선으로 반우희를 노려보았다.그러나 이번에도 화를 내지 않는 부승원을 보며 반우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가슴을 내리 쓸었다.“아, 깜짝이야. 정말 멀쩡한 줄 알았잖아요.”그리고 그 옆으로 척 앉으며 말을 꺼냈다.“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그건 다 시연 언니가 변호사님한테 잘 보이려고 거짓말한 거예요.”부승원은 잠시 침묵했다.“시연 씨가 알려줬다고 말한 적 없어.”반우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깜빡였다. 겨우 안심했던 심장이 다시 쿵쿵 뛰었다. 그래서 몰래 부승원의 표정을 살피며 생각에 잠겼다.‘정말 취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걸 보면 멀쩡한 것 같은데?’부승원은 반우희 옆으로 조금 더 다가가 시선을 고정했다.더 정확하게는 반우희의 볼살로 향했다.모자가 꽉 쪼인 탓에 볼살이 더 통통하게 보였다.양시연이 자주 반우희의 볼살을 꼬집던 걸 부승원도 지켜봤었다.반우희는 어떻게 변명을 늘어놓을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3화

    부승원이 반우희를 빤히 바라보고 있자 반우희는 눈앞에서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다가 부승원이 눈을 깜빡이자 웃음을 터뜨렸다.이어 반우희는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시간이 많이 늦어서 이만 가볼게요.”그리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고쳐 썼고 부승원을 향해 말했다.“침대까지 부축해 줄 게요. 오늘엔 샤워도 하지 말고 내일 아침 일어나서 하는 게 어때요?”부승원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고 반우희가 눈을 반짝였다.“꿀물이 이렇게 효과가 좋은 건가?”부승원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정말 멍청하긴.’‘꿀물이 무슨 보약도 아니고.’부승원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반우희가 떠나려는 걸 지켜봤다. 반우희는 지하철을 놓치면 높은 비용의 택시를 타야 한다고 말했다.부승원은 손을 뻗어 반우희의 손목을 잡았다.기사를 불러 반우희를 바래다주게 하겠다고 말하려고 했으나 사실 부승원은 반우희가 떠나지 않았으면 했다.계속 종알거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왜 그래요?”반우희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잡힌 손을 바라봤다.“뭐예요? 손 놔야 내가 부축하죠.”부승원은 알아들었지만 그렇지 못한 척을 했다.더 정확하게는 반우희가 바라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방으로 데려가면 반우희는 힘들게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반우희를 빤히 바라봤다.그 시선에 기분이 이상해진 반우희가 침을 꿀꺽 삼키며 그 손길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소파에 나란히 앉아 이렇게 말했다.“부승원 씨, 손 놔줘요. 나 이만 집에 가봐야 한다니까요?”반우희는 아주 나긋하게 부승원을 타일렀다.부승원은 잡힌 손에서 땀이 나는 게 느껴졌고 또 방금 반우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게 묘하게 느껴졌다.“들려요?”반우희가 또 부승원을 톡톡 두드렸다.그러나 부승원은 꼼짝도 하지 않고 버티다가 다른 손으로 반우희의 보드라운 머리를 쓰다듬었다.반우희는 깜짝 놀라 두 눈을 커다랗게 떴고 부승원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2화

    부승원이 줄곧 한마디 말도 하지 않자 반우희는 부승원이 술에 잔뜩 취해 필름이 끊긴 상황이라 짐작했다.그래서 목에 걸었던 가방을 다시 내려 두고 가슴 앞으로 팔짱을 척 끼며 말했다.“저기요. 내가 누군지 기억해요?”“...”부승원이 아무 대답 없자 반우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모르면 다행이고.’그리고 그 옆으로 풀썩 주저앉더니 한참 그 자리에서 휴식을 취했다.이어 고개를 돌려 부승원을 향해 말했다.“이따가 꿀물 타 줄 게요. 그거 마시는 것만 보면 난 이만 갈 거예요.”부승원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해요.”반우희는 일방적으로 대답을 했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반우희는 빠르게 주방으로 향하더니 예쁘게 포장된 꿀을 찾아 꿀물을 타기 시작했다.부승원은 반우희가 며칠 전부터 그곳에 둔 간식을 욕심내고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이 갔다. 꿀단지 옆에는 치즈와 쿠키 등 다양한 간식이 놓여 있었다.반우희는 그 안에 둔 간식을 쫙 꺼내더니 하나하나 고르며 말했다.“변호사님은 꿀만 드시고 다른 건 잘 먹지도 않으시니 그냥 두면 낭비예요. 낭비.”그리고 그 간식을 죄다 본인의 가방에 담는 게 아니겠는가?“...”‘내가 취한 거지. 죽은 것도 아니잖아.’반우희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간식을 챙겼고 부승원을 향해 아이 달리듯 말했다.“거기 가만히 누워 있어요. 바로 돌아올게요.”부승원은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으나 반우희가 자신을 ‘죽은 사람’ 취급했던 걸 떠올리며 간신히 참았다.‘헤헤.’반우희는 술에 취해 흐트러진 부승원이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그래서 다가와 두 볼을 꼭 쥐며 말했다.“아이고 착하지.”부승원은 깜짝 놀라 버렸다.‘지금 이게...’반우희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다시 꿀물에 집중했다.그리고 꿀물을 컵에 담고 빨대를 꽂아 부승원의 옆으로 다가와 건넸다.부승원은 늘 반우희가 사고뭉치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엔 컵에 빨대까지 꽂아 온 센스를 보며 너무 멍청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1화

    양시연이 연정훈의 손을 잡고 행복하게 집으로 향한 것과는 달리, 술에 취한 부승원은 휘청거리며 겨우 차에 올랐다.얼마 뒤, 기사는 부승원의 오피스텔 아래로 주차했다.부승원은 머리가 빙빙 돌았지만 핸드폰에 찍힌 월급이 눈에 들어왔다.‘부부가 그래도 양심은 있군. 돈은 넉넉하네.’그러나 부승원은 바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머리가 너무 어지럽기도 하고 연정훈이 늘 씀씀이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대표님, 위층으로 모실까요?”“괜찮아요.”부승원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몸을 바로 세웠다.기사는 안심이 되지 않아 차에서 내려 부승원의 팔을 부축했다.차에서 내린 부승원은 찬 바람을 좀 쐬고 나니 취기가 좀 가시는 것 같아 기사를 먼저 보냈다.그리고 밝은 달빛을 빌어 오피스텔 안으로 걸어갔다.그런데 왠지 술김에 뭔가 중요한 일을 잊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뭔지 떠오르지 않았다.그때 오피스텔 안에서 즐거운 노랫소리가 들려왔고 부승원은 그제야 그게 무엇인지 떠올랐다.바로 반우희였다.반우희가 지금 본인의 집에 있는 것이었다.부승원은 기분이 퍽 좋아졌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예상 대로 하얀 토끼 모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반우희는 오늘도 긴 토끼 모자를 쓰고 눈 코 입을 제외한 머리는 꽁꽁 싸매진 상태였다. 그리고 하얀색 패딩까지 입어 더 동글동글해 보였다.부승원은 그 자리에 멈춰 섰고 하얀 토끼는 눈을 깜빡깜빡했다.부승원이 술을 많이 마신 걸 알아차린 반우희는 눈치를 보다가 몰래 도망칠 생각을 했다.반우희가 인사를 할 생각이 없자 부승원은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내가 반우희한테 못해 준 게 뭐가 있어? 일자리도 찾아주고 골치 아픈 소송도 해결해 주고 집에 둔 간식도 먹게 해줬는데 대체 뭐가 불만이라고 인사도 하지 않고 날 피하는 거야!’그 생각을 하며 부승원은 길게 심호흡했고 반우희가 슬쩍 자리를 떠나자 너무 화가 나 호흡이 거칠어졌다.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은 부승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0화

    연정훈이 정인을 장악한 이후 이사회는 대대적인 개편을 겪었다.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임원들은 과감히 쳐냈고 손실이 크더라도 그는 확고히 발언권을 쥐고자 했다.오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과거에 연정훈의 결단 앞에 굴복했던 이들이다. 하지만 양시연이 대표로 바뀌자 그들은 다시 슬금슬금 기회를 엿보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연정훈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들의 태도는 순식간에 돌변했다.시연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답답함을 느꼈다. 그들은 마치 땅속 깊이 파묻혀 있다가도 빛을 찾아 위로 올라가려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던 중 탁자 밑에 있던 그녀의 손이 누군가에 의해 따뜻하게 감싸졌다.“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연정훈이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양시연은 그를 부른 일이 마음에 걸려 살짝 민망해졌고 더구나 집을 나설 때 둘은 아직 완전히 화해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살짝 손을 빼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뭐가 차갑다는 거예요. 딱 적당한데요.”그 말을 하며 연정훈을 힐끔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몇 시에 경인에 도착했어요?”“6시 좀 넘어서.”‘그렇다면 곧바로 온 셈이잖아.’그녀는 연정훈이 자신을 챙긴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가 조심스레 음식을 골라 그녀의 접시에 담아주는 모습을 보고 남아 있던 작은 짜증도 서서히 사라졌다.양시연은 그의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나 억울한 일 당한 거 아니에요. 당신 안 와도 나 혼자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요.”“알아. 하지만 집에서 기다리느라 심심해서 차라리 데리러 온 거지.”연정훈은 고기 한 점을 집어 그녀의 입가로 가져갔다.양시연은 입을 벌려 고기를 받아먹었다. 연정훈은 그녀가 열심히 씹는 모습을 보며 나비가 떠올랐다.그는 미소를 지었고 양시연은 그의 표정을 곁눈질로 보고는 재빨리 자세를 고쳐 우아하고 단정하게 먹기 시작했다.연정훈은 침묵했다.“...”그들은 싸움도 순식간에 했지만 화해하는 것도 빨랐다. 더구나 저녁 식탁에 적군이 있다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19화

    퇴근 시간이 되어 양시연은 저녁 약속 장소로 갔다. 연정훈에게서 여전히 연락이 없었지만 양시연은 마음을 다잡고 미팅에 집중하기로 했다.3개월 동안 임신 사실을 알리지 말라는 조언을 받긴 했지만 당연히 술자리에서는 숨기지 않았다.이사회는 이미 양시연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술은 양시연 쪽으로 오지 않았고 겉으로는 꽤 배려심 있어 보였다.그러나 몇 차례 웃으며 대화를 나눈 후 누군가 입을 열었다.“양 대표님 임신 중이시라면 집에서 푹 쉬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정인 그룹도 이렇게 오래 걸어왔고 인재도 넘쳐나지 않습니까. 연 대표님이 남긴 유능한 인재들뿐만 아니라 부 변호사도 돕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네. 맞아요.”“안 되면 우리 같은 이 늙은이들이라도 도와드리겠습니다.”겉치레 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양시연은 웃으며 말했다.“여러분께서 뒤에서 버텨주지 않으셨다면 제가 이런 때에 어떻게 감히 임신했겠어요. 앞으로도 여러분께 의지할 일이 많을 겁니다. 지금은 아직 힘들지 않으니 괜히 짐을 더 드리지는 않겠습니다.”그러면서 양시연은 잔을 들고 말했다.“제가 술 대신 차로 여러분께 먼저 한 잔 올리겠습니다.”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그녀의 말에 응했다.양시연은 술을 마실 수 없었지만 그녀 주변 사람들은 마실 수 있었다. 연정훈이 남겨둔 사람들이 있는 데다 부승원은 최근 그녀의 절친 동맹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많은 일을 부승원이 처리해 주었기에 이사회 사람 중 일부는 부승원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자연스럽게 술잔이 부승원 쪽으로 몰렸다.다행히 참석한 양쪽 인원 모두 적지 않았고 양시연은 뻔뻔한 면모도 갖추고 있어 누군가 지나치게 튀는 행동을 하면 과일 주스를 들고 그 사람에게 단독 건배를 제안했다.“이렇게 하죠. 제 체면을 봐서 저는 원샷 할 테니 편하게 드세요.”“아니에요. 그건 안 되죠.”‘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당신 배 속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 목숨이 위태로워질 텐데!’결국 임원들은 조금 자제할 수밖에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18화

    ‘내가 반우희를 화나게 한 거야?’부승원은 드디어 천지가 뒤집힌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그가 아주 미세하게 숨을 고르는 것을 본 양시연은 손을 들어 밑으로 내리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별일 아니에요. 그냥 상황 좀 파악해 보려던 거예요. 보세요 반우희가 아직 어린애 같은 면이 있잖아요. 가끔 기분 상할 때도 있는 거죠.”부승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런 사소한 일은 나한테 말할 필요 없어요. 내가 청소해 줄 사람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부 대표님,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부승원은 양시연의 말에 관심 없다는 듯 서류를 집으려 손을 뻗자 양시연은 서류를 건네주며 가볍게 말했다.“반우희가 그러던데요. 요즘 부 대표님이 너무 잘생겨 보인대요. 자꾸 보고 싶어진다고요.”부승원은 당황해 순간 멈칫했다.???양시연은 펜으로 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잠시 후에 오 회장님과 저녁 약속 있잖아요. 부 대표님은 먼저 하실 일 하세요. 약속 시간이 되면 같이 내려가요.”말을 마친 양시연은 서랍을 열어 아무렇지 않은 척 잉크를 꺼냈다.“만년필은 계속 잉크를 채워 넣어야 하는 게 정말 불편하네요.”부승원은 침묵했다.“...”양시연은 고개를 들어 의아한 척 물었다.“어? 아직 뭐 할 말 있으세요?”부승원은 잠시 망설이며 방금 자기가 잘못 들었는지 의심했지만 다시 묻기도 애매해 결국 못 들은 척하며 얼굴을 굳히고 문을 나섰다.양시연은 뒤에서 목을 쭉 빼고 고개를 내밀었다.‘흥. 고상한 척은 잘해.’양시연은 부승원의 말투를 흉내 내며 중얼거렸다.“내가 뭐 청소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연정훈 씨랑 똑같네. 어쩐지 서로 친구가 되었구나.’그녀는 문득 연정훈이 오늘 오후에 돌아온다고 했던 걸 떠올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하지만 아직도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문밖에서 부승원은 복도에 서서 한참 동안 말없이 있었다. 반우희가 요즘 자신을 대놓고 피하는 것도 모자라 양시연한테 그런 말을 했다는 걸 생각하니 부승원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17화

    “왜 갑자기 청소하고 싶지 않아졌어요?”양시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고 반우희가 이렇게 높은 급여를 마다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반우희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요즘 조금 불편한 일이 있어서요.”양시연은 반우희의 집에 세 아이 중 누가 또 사고를 친 건 아닌지 떠올리며 부드럽게 물었다.“혹시 무슨 어려운 일이 생긴 건가요?”반우희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흐리며 잠시 머뭇거렸고 아무래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눈치였다.양시연은 눈동자를 굴리며 자기도 골치거리가 많지만 반우희의 사정이 궁금해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반우희 씨, 저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저한테도 얘기 안하고요.”반우희는 얼굴을 붉히며 조금 망설이다가 말했다.“그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요.”양시연은 손짓으로 반우희를 불렀다.‘여기로 와요.’“나한테만 얘기해요.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말 안 할게요.”반우희는 잠시 고민하더니 의자에 앉아 양시연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고 두 손을 단정하게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한숨을 쉬었다.양시연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물었다.“부 대표님이 또 괴롭힌 거예요?”“그건 아니에요.”“그러면 뭐죠?”반우희는 책상에 팔꿈치를 괴고 연속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부 대표님 저...요즘 다시 잘생겨 보이기 시작했어요.”‘푸.’다행히 양시연은 차를 마시지 않았고, 그렇지 않았다면 차를 입 밖으로 뿜어낼 뻔했다.양시연은 입술을 가볍게 만지며 속으로 흥미가 생겼고 반우희의 팔을 살짝 찌르며 물었다.“왜요?”반우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눈이 내리던 날 부승원이 그녀를 안아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반우희는 몸을 숙여 손으로 턱을 괴고 통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석양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그냥 모르겠어요. 그런데 요즘 자꾸 멋있어 보여요. 하...”양시연은 잠시 침묵했다.“...”‘우희 씨 참 솔직하네요. 만약 내가 우희 씨라면 이런 건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거야.’“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16화

    “내가 집에 없는 동안 출근할 때 너무 무리하지 마. 힘들면 집에 와서 쉬어.”연정훈은 옷을 갈아입으며 양시연에게 당부했다.양시연은 연정훈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의 생필품을 캐리어에 하나씩 차곡차곡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캐리어를 닫으며 마치 자신이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보여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말했다.“정훈 씨도 무리하지 마세요. 밖에서 조심하세요."연정훈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양시연을 힐끗 바라봤고 그녀는 그의 시선을 느끼고는 눈을 살짝 흘겼다.“시간 끌지 말고 빨리 가세요.”재촉하는 양시연의 말에 연정훈은 고개를 끄덕였고 출발 직전 그는 양시연을 살짝 끌어당겨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현주 일은 더 이상 생각하지 마. 임성원에게 확인했는데 일을 아주 깔끔히 처리했대.”그 말은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제야 양시연의 얼굴이 조금 풀리며 한층 부드러워지더니 연정훈에게 물었다.“병원을 신고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냈어요? 어떻게 그렇게 딱 맞춰 소현주 씨의 사고를 발견하고 병원까지 옮길 수 있었죠?”연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결국 알아낼 수 있을 거야.”그 말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의미였고 천천히 파악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른다. 너무 서두르면 상대방이 계획적으로 만든 함정에 걸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양시연은 그 모든 상황이 단순한 우연일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대비책이 준비된 상태라면 차분히 대응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소현주 씨 상태는 어때요?”“사람은 깨어났는데 정신 상태가 불안정해.”“완전히 정신을 놓은 건가요?”“지금은 그런 상태야. 병원 의사들이 그렇게 진단했어.”연정훈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에휴. 이제 당분간 이 골칫거리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네. 골치 아프게 되었어.’아이까지 가진 몸으로 남편의 전 여자친구 문제까지 신경 써야 한다니 양시연은 불만이 가득했다. 생각할수록 답답해지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몰라요. 난 신경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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