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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단이수는 다시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

“지금 안 내려가면 늦어.”

이연석은 그를 째려보았다.

“할 얘기 있으면 그냥 해. 빙빙 돌리지 말고.”

그의 태도에 단이수는 되레 알려주기 싫었다.

“다른 남자랑 8층 방에 들어갔어.”

이연석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단이수를 보았다.

“정가혜 말이야?”

단이수가 두 눈을 깜빡였다.

“응. 아까 내려가다가 가혜 씨가 다른 남자랑 8층 가는 거 봤어.”

그러고는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30분이 지났어. 둘이 했는지 모르겠네...”

단이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옆에 있던 이연석은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룸을 뛰쳐나갔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에 단이수는 피식 웃었다.

‘신경 쓰지 않는다더니 다른 남자랑 호텔 방에 들어갔다니까 바로 뛰쳐나가는 것 좀 봐. 이번에 여자한테 제대로 잡혔어.’

잠시 후 단이수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웠다. 그는 테이블 위의 술잔을 들고 가볍게 몇 모금 마셨다. 예전에는 술이 걱정을 덜어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쓰기만 했고 게다가 마실수록 점점 쓴 것 같았다. 마음이 씁쓸해서 술맛도 잃은 모양이다.

‘연석이 봐봐. 이수 넌 절대 연석이 같은 실수를 해선 안 돼. 자기 마음 잘 보고 잘해줘.’

정가혜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주서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서희 씨, 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이에요? 혹시 연이가 떼를 썼나요?”

주말에 부산으로 온 정가혜는 연이를 데리고 올 수 없어 주서희에게 이틀 맡겼다.

평소 연이를 챙겼던 정가혜는 연이가 저녁에 잠들기 전에 장난이 심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30분 이상 놀아주지 않으면 절대 자지 않았다.

“연이는 말 잘 듣고 있어요.”

‘말을 잘 듣는다고?’

주서희의 품에서 자는 척하는 연이는 얼핏 보면 참 말을 잘 듣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실은 귀를 쫑긋하고 두 사람의 통화를 엿듣고 있었다.

‘가혜 이모 또 서희 이모한테 고자질하고 있어. 나중에 가혜 이모가 돌아오면 밤에 장난치는 시간을 한 시간으로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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