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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7화

한편, 욕실 입구에 서 있던 정가혜는 심형진이 병원 측과 통화를 마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용기를 내어 욕실 문을 열었다.

고개를 돌리자 굳은 얼굴로 문밖에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어폰을 벗고 그녀의 쪽으로 걸어갔다.

“왜 그래?”

가까이 다가가니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고 입술은 격렬한 키스를 나눈 것 같이 퉁퉁 부은 게 똑똑히 보였다.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던 그녀는 어색한 표정을 숨기려 고개를 숙였지만 그가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다.

“누가 너 괴롭혔어? 말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의 따뜻한 말투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녀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저 그녀가 괴롭힘을 당한 것은 아닌지라는 걱정뿐이었다.

그 모습이 더욱 그녀를 미안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좋은 남자는 자신에게 과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이 사람을 붙잡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선배, 우리 헤어져요.”

깊은숨을 들이마시던 그녀가 용기를 내어 어렵게 말을 꺼냈다. 연애 기간이 그리 길지 않으니 빨리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가 더 좋은 상대를 만나는 걸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짜고짜 헤어지자는 말을 그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부어오른 그녀의 입술을 한참 동안 쳐다보고는 그가 이를 악물며 물었다.

“무슨 일 있는 거야? 나한테 영향이라도 미칠까 봐 그래서 헤어지자고 한 거야?”

헤어지더라도 그한테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었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니까.

“방금 연석 씨가 찾아왔어요. 선배도... 봤죠?”

그녀는 부어오른 자신의 입술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이랑 헤어진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툭하면 날 찾아오고 있어요.”

“선배랑 사귀고 있어도 계속 찾아올 거예요.”

“선배가 나 때문에 상처받는 거 싫어요. 그러니까 우리 이제 그만해요.”

그제야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이 호텔 방을 잡은 걸 이연석이 알고 이리로 달려와 정가혜를 괴롭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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