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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그 당시 정가혜는 옆에 가만히 앉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었다. 한 사람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싶어 했지만 한 사람은 계속 거절했었다.

그때도 정가혜는 송사월이 언젠가는 후회할 거라 생각했지만 진짜로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사실 돌이켜 보면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에서 서유를 밀어낸 건 송사월이었다.

송사월은 후회 속에서 살다 보니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점점 지옥으로 빠져들어 갔다. 정가혜는 옛날 생각은 뒤로하고 송사월의 어깨를 잡고는 허리 굽혀 눈을 쳐다보았다.

“사월아, 지나간 일은 지나간 거고 또 무슨 일이든 강요해선 안 돼. 그러니까 자신을 너무 가두려고 하지 마. 넌 인생 아직 조금밖에 안 살았어. 앞을 내다보면 20년이 여러 개나 남았잖아. 이미 지나간 20년에 갇혀 살지 마.”

다른 철학적이고 심오한 말은 정가혜도 할 수가 없어 간단한 것만 얘기했다. 송사월이 이 얘기를 듣고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송사월은 듣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그가 알아들었는지 말았는지 정가혜도 알 리가 없었다.

옆에 있던 심형진은 두 사람의 얘기가 잘 이해되진 않았다. 그런데 송사월이 여자 때문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건 대충 알 수가 있었다.

‘병원의 배후 보스와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설마 보스랑 결혼한 그 여자가 바로 김 대표님 전 여자 친구?’

심형진이 관계를 정리하던 그때 정가혜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 정가혜가 휠체어를 밀고 있어 대신 휴대 전화를 챙겼다.

고개를 숙여 화면에 나타난 발신자를 본 심형진은 눈치 있게 밝히지 않았다.

“가혜야, 전화 받아.”

정가혜는 눈치채지 못하고 심형진에게 물었다.

“누군데요?”

심형진이 아무 말이 없자 바로 알아챈 송사월은 휴대 전화를 내려다보았다. 서유라는 두 글자만 생각하면 송사월은 심장이 터져 나올 듯이 아팠고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정가혜는 송사월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휴대 전화를 받았다가 발신자가 서유인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의 눈치를 살폈다.

“사월아, 누나 전화 받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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