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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이연석은 정가혜를 한번 찾아온 후로 마치 증발이라도 한 듯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뉴스에서 이연석이 이승하를 대신해 연해 그룹과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하는 걸 보게 되었다.

정가혜는 그제야 그동안 이연석이 일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는 걸 알게 되었다.

화면 속 이연석은 깔끔한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거기에 올백 머리까지 더해지니 나름 대표다워 보였다.

정가혜는 경제 뉴스를 다 본 후 TV를 끄고 심형진에게 전화를 걸어 도착했냐고 물었다. 주말이 됐으니 송사월을 보러 가야 했다.

전에 송사월과 자주 보러 가겠다고 약속했기에 주말마다 계속 갔다. 그리고 심형진과도 이젠 꽤 만나 송사월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다. 어쩌면 정가혜가 다시 용기 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걸 송사월도 본다면 상처의 수렁에서 벗어날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공항에서 나오다가 이지민을 만났다. 어떤 남자가 그녀에게 끈질기게 매달리자 정가혜는 두말없이 달려갔다.

“지민 씨, 무슨 일이에요? 신고할까요?”

갑자기 앞에 나타나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이지민은 멈칫했다가 이내 손을 내저었다.

“신고할 것까진 없어요.”

이지민은 단이수에게서 벗어나 인내심 있게 말했다.

“오빠, 우린 이미 끝났어. 그러니까 그만해, 이제.”

단이수가 손을 다시 잡으려 하자 이지민은 뒷걸음질 쳤다.

“우리 부모님이랑 오빠네 부모님 다 반대하셔. 그러니까 부모님 말씀대로 해.”

사실 이지민은 부모의 말을 꼭 들으려는 게 아니었다. 더 큰 이유는 예전에 단이수를 좋아했을 때 너무도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단이수는 그녀의 오빠처럼 놀기를 좋아했고 주변에 여자가 많은 연애 고수였다. 그런데 여자 친구가 있어도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갖는 그와는 달리 그녀의 오빠는 아니었다.

단이수의 여자 친구였던 이지민은 실제로도 그가 여러 번이나 다른 여자와 잠자리하는 걸 목격했었다.

그때 이지민은 문 앞에 서서 속으로 생각했었다.

‘나중에 내 마음이 식으면 다시는 이수 오빠 때문에 아프진 않겠지.’

그리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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