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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말문이 막힌 이연석은 약이 바싹 올라 정가혜의 얼굴을 잡았다.

“남자 친구라고요?”

손가락에 힘을 가하자 정가혜의 얼굴이 움푹 패어 들어갈 정도였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목을 조여서 죽이고 싶었다.

“내일에 심형진 없애버릴 거예요. 누가 또 감히 당신 남자 친구가 되려는지 두고 볼 겁니다.”

서울에서 이연석이 사람 하나 없애는 것쯤은 정말 일도 아니었다. 정가혜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연석이 무슨 자격으로?

정가혜는 고개를 들고 이연석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연석 씨는 여자 친구랑 다정하게 끌어안고 키스하면서 난 왜 남자 친구랑 그러면 안 되는데요? 당신이 뭔데 없애버리겠다 말겠다예요?”

‘자기는 할 거 다 하면서 왜 날 통제하는 거야?”

이연석은 그녀가 화가 났다는 걸 바로 알아채고는 얼굴을 잡은 손을 내려놓고 그녀를 안았다.

“가혜 씨, 난 하린이를 터치한 적이 없어요. 뽀뽀도 안 했다고요. 가혜 씨랑 헤어진 후에 다른 여자 건드리지도 않았어요.”

그는 금욕적인 생활을 꽤 오래 했다. 처음에는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정가혜와 스킨십을 하고 나서는 다른 여자는 건드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이런 감정이 생긴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세상이 정가혜 때문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 건 확실했다.

“가혜 씨, 심형진이랑 헤어져요. 두 사람이 함께하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리고 두렵기도 하고...”

두 사람을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뒀다간 잠자리라도 하게 될까 두려웠다. 서로 침대 위에서 뒹구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연석은 길어봤자 보름이면 정가혜를 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를 찾아왔다.

그런데 정가혜를 만나기도 전에 클럽 문 앞에서 두 사람이 끌어안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고 달려왔을 땐 이미 입까지 맞췄다. 차 안에서 이 모든 과정을 목격한 이연석은 홧김에 핸들을 부러뜨릴 뻔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착각이길 바랐다.

그렇게 정가혜가 고개를 끄덕이고 인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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