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플레이어는 계속하길 원했고 로버트는 이미 속이 뒤틀릴 정도로 화가 났지만 얼굴에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는 자신도 21점이 되는 듯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네 번째 카드를 원하는지 물었다...케네디는 더 달라고 했지만 카드가 21점이 넘었고, 스티븐은 세 번째 카드를 요청할 때 이미 19점이 되어 오버할까 봐 카드를 요구하지 않았다.세 번째 플레이어인 제프도 20점에 도달했으니 당연히 더 이상 카드를 요구하지 않았다.이제 딜러가 자신의 카드를 추가할지 말지 결정할 차례인데, 로버트는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머뭇거리는 그의 모습에 이승하는 짐작할 필요도 없이 곧장 덮여 있는 카드를 향해 오만하게 턱을 까딱했다.“공개해.”“젠장!”로버트는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다 이승하의 말을 듣고 자신의 카드를 오픈했다.그는 자신의 카드를 오픈하며 네 번째 카드를 원하지 않았다.“20점, 이승하보다 작네.”마찬가지로 20점이었던 제프는 자신의 돈을 지켰기에 테이블을 두드리며 부추겼다.“오호라, 몇 번이나 여기서 놀아도 매번 로버트가 이겼는데, 지는 건 오늘 처음 보네!”“이럴 줄 알았으면 승하 네가 올인을 해서 거덜 낼 걸 그랬어. 내일 문도 못 열게!”한 게임에서 4천억을 잃은 로버트에 비하면 케네디와 스티븐의 몇백억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로버트만큼 화가 나지도 않았다.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던 로버트는 게임에서 진 건 둘째 치고 체면이 깎여 계속하자며 소리를 질렀다.“다시 해, 이승하가 매번 운이 좋을 리 없어!”4천억을 딴 이승하는 로버트는 쳐다보지도 않고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서유만 빤히 바라봤다.“여보, 4천억이면 100억보다 훨씬 많은데 횟수를 두 배로 늘려야 하지 않을까?”그는 서유의 귀에 다가가 부드럽게 말했다.“매일 밤 두 번을 네 번으로 바꾸자.”서유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흘겼다.“차라리 그냥 날 죽이고 싶다고 말해요.”그녀의 눈빛에 이승하는 애정 어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죽어도 그
로버트는 얼어붙은 표정으로 물었다.“뭐로 할 건데?”이승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칩을 훑어보더니 로버트에게 말했다.“이번엔 내가 딜러를 하지.”로버트는 곧바로 알아차렸다.“딜러가 돼서 우리 돈을 전부 따겠다고?”이승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장 바지 주머니에 한 손을 집어넣고 로버트를 향해 걸어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잠깐 필드 좀 빌리자고, 이기든 지든 내가 감당할 테니까.”이 난폭한 모습 좀 봐, 남의 카지노에서 판을 열고 카지노 주인의 돈을 따겠다는 말을 저렇게 쉽게 하다니.로버트는 절대 안 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갈고리를 손에 쥐고 있었지만 이승하가 바로 낚아채며 강하게 밀어붙였다.“대신, 내기를 하려면 테이블 위에 있는 칩 말고도 다른 게 필요해.”이승하가 룰을 깨고 추가로 판돈을 올리는 모습을 본 도련님들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필요한 게 뭐야, 말해봐.”이승하는 갈고리를 내려놓고 테이블 위에 두 손을 지탱한 채 허리를 살짝 구부리고 둘러앉은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케네디의 유람선, 스티븐의 전용기, 라베가스에 있는 제프의 별장, 그리고...”꿍꿍이로 가득한 시선은 서서히 ‘플레이어'가 될 수밖에 없는 로버트에게로 옮겨갔다.“로버트 사장의 카지노.”“이 무슨 무례한 짓이야!”사람을 괴롭히는 정도가 지나치지 않나!왜 다른 사람들은 고작 유람선, 전용기, 별장인데 자신은 이 사랑스러운 카지노란 말인가!하지만...로버트가 테이블을 두드리며 물었다.“지면 어떡할 건데?”이승하는 몸을 일으키며 팔짱을 낀 채 말했다.“질 수가 없어.”대체 어디서 난 자신감으로 저렇게 안하무인으로 구는 건지.“됐어, 네가 지면 라스베가스에 있는 사업 전부 다 내 거야.”이승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던 딜러에게 카드를 나눠주라는 신호를 보낸 뒤 손을 들어 서유를 향해 손짓했다.“여보, 이리 와 봐. 당신이 필요해.”로버트를 포함한 도련님들은 매섭게 눈을 흘겼다. 형제들이여, 오늘 이승하를 탈탈 털어 보자고!서유는
스티븐은 이승하를 바라보며 고귀함이 흘러넘치는 남자를 향해 턱을 치켜들었다.“그게 어딜 가겠어? 당연히 저 인간의 손에 있겠지.”역시, 이승하 앞에 덮여있는 그 카드가 바로 8이었다. K, 3, 8 총 세 장의 카드로 이미 21점이 되었다. 그러니 네 번째 카드는 당연히 거절할 것이다.이승하가 거절하는 것을 보고 케네디와 스티븐 그리고 제프 세 사람은 동시에 깨달았다. 이승하가 손에 쥐고 있는 카드가 충분히 크다는 것을.“젠장, 더는 못해.”“2라운드 만에 다 털렸어.”“우리는 괜찮지? 돈을 좀 잃은 것뿐이잖아. 로버트 사장.”제프는 능숙한 영어 실력으로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 로버트를 향해 장난스럽게 말했다.“카지노도 다 잃게 생겼는데 계속할 거야?”계속한다면 로버트의 카지노에서 뱅커가 되어 로베트의 재산을 탈탈 털고 싶었다. 모든 사람에게 당한 동네북 로버트는 연신 손사래를 쳤다.그가 갈색 눈을 치켜뜨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이승하를 쳐다보았다.“정말 내 카지노를 빼앗을 생각은 아니지?”와이프에게 음식을 먹여주고 있던 이승하가 고개조차 들지 않고 입을 열었다.“2조 원 준비해서 내 계좌로 보내.”그 뜻은 그가 원하는 건 카지노가 아니라 돈이라는 것이었다.“알았어. 지금 당장 보낼게.”조금 전까지 풀이 죽어 있던 로버트는 이내 안색이 밝아졌고 벌떡 일어나서는 칩을 돌렸다. 옆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뭔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다.이승하의 함정에 빠진 것 같지만 어떻게 빠졌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은 몇 라운드의 게임을 더 했다. 이번에는 판돈을 걸지 않고 지는 사람이 술을 마시기로 했다. 술을 마셔도 게임에서 이승하를 이기는 자는 없었다. 일행들은 화가 잔뜩 나서 다시는 그와 내기를 하지 않겠다고 씩씩거렸다. 서유도 다시는 이승하와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쩜 이리도 운이 좋은 건지 그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한편, 서유와 급히 거래하고 싶었던 이승하는 와인을 몇 모금 마신 뒤 이
그의 오만함에 이승하가 발걸음을 멈췄다.천천히 몸을 돌려 그를 노려보는데 검은 눈동자에 예리한 검처럼 음험하고 차가운 빛이 드러났다.살기가 가득한 이승하를 보며 김선우는 겁도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대표님이 이기시면 제 파트너를 대표님께 바치겠습니다. 어때요?”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건방지게 이승하를 도발하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라온 여자는 은근슬쩍 이승하를 훑어보았다.눈앞의 남자는 은회색의 잔 머리를 뒤로 깔끔하게 빗어 넘겼다.머리 색은 전체적으로 고귀한 분위기와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남자의 잘생긴 외모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외모가 우세였다. 그러나 가슴을 뛰게 하는 건 그의 얼굴뿐만이 아니었고 탄탄한 그의 몸매도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터져 나올 것만 같은 공격적인 남성미에 보기만 해도 온몸이 후끈후끈 달아올랐다. 이런 남자와의 뜨거운 하룻밤이라면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녀는 손을 뻗어 긴 머리카락을 쓸어올리고 손끝에 감은 채 요염한 포즈를 취하며 이승하를 향해 계속 윙크를 보냈다.그러나 남자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싸늘한 눈빛으로 김선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죽고 싶은 거야?”이기든 지든 김선우의 도발은 정말 역겨웠다. 감히 그한테 이리 도발한다는 건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겠지. “이 대표님, 진정하세요.”김선우가 피식 웃는데 그 모습이 참 건방져 보였다. “그냥 저랑 게임 한 판 하자고 제안한 것인데 왜 그렇게 긴장하는 겁니까?”차갑게 콧방귀를 뀌던 이승하가 경멸이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내가 왜 너랑 내기를 할 거라고 생각해? 네가 뭔데?”김선우는 새까맣게 반짝이는 눈을 들어 이승하의 옆에 서 있는 서유를 바라보았다.“제가 누나를 구해줬으니까요.”흠칫하던 이승하는 김선우가 서유를 구한 일이 생각났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침묵하는 그를 보고 김선우는 턱을 치켜들고는 키가 큰 이승하를 쳐다보면서 느긋하게 조건을 제시했다.“저랑 내기 한
그 생각에 김선우는 흥분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 벽에 붙어있는 규칙을 가리켰다.“누구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카지노의 규칙에 따라 추첨을 통해 결정할게요. 어때요?”이승하는 총을 거두어 경호원에게 던져준 뒤 김선우를 차갑게 쳐다봤다.“내가 한 말이 바로 규칙이야.”그는 어떤 규칙도 상관하지 않았다. 규칙은 그가 정하는 거니까.이렇게 독불장군인 사람은 또 처음 본다. 그 모습에 김선우는 피식 웃었다. “역시 이씨 가문의 권력자답게 기세가 엄청나네요. 하지만 이곳은 JS 그룹이 아니라 불야성입니다.”“불야성에 온 이상, 모든 건 이 카지노의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내기가 무슨 의미 있겠습니까?”김선우 또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내기가 시작도 하기 전에 두 사람의 힘겨루기가 이미 시작된 듯하다. 김선우를 쳐다보는 이승하의 눈빛에 핏기가 서리고 살의가 가득 찬 것을 보고 서유는 한숨을 내쉬었다. 김선우가 그녀를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이승하는 진작에 손을 썼을 것이다. 김선우가 이렇게 날뛰는 걸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사실이었다. 서유를 구해준 이유로 이승하가 자신에게 손을 쓰지 않을 거라는 걸 김선우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감히 이리 이승하의 앞에서 날뛰는 것이었다.“이 대표님, 판돈은 추첨을 통해 결정하시죠. 그래야 이 내기가 공평해질 거 아닙니까? 그러니...”“시작해.”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목소리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남자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김선우와 내기를 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신세를 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내키지는 않지만 타협할 수밖에 없는 그의 모습을 보고 김선우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 박수를 쳤다.“딜러.”카지노의 딜러가 그 소리를 듣고 이내 깍듯이 다가왔다. “도련님, 무슨 일이십니까?”“추첨통 가져와요.”“네.”직원이 곧 추첨통을 가지고 왔다. “이 대표님, 알파벳 하나 고르시죠.”김선우
치를 떨고 있는 그녀의 시선을 김선우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VIP룸 쪽으로 몸을 돌렸다.그는 아주 예의 바르게 가늘고 긴 손을 내밀며 이승하를 향해 말을 건넸다.“가시죠. 이 대표님, 내기 한 판 합시다.”“이 대표, 내기하지 마.”바로 이때, VIP룸에서 나온 로버트, 케네디, 스티븐, 제프 네 사람이 앞으로 다가와 이승하를 막았다. “저자는 카지노의 황제라고 불리는 사람이야. 도박에서 저자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어.”로버트가 먼저 이승하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카지노의 사장으로서 김선우를 막아섰다.“김선우 씨는 이곳의 단골손님이잖이. 이 대표는 이곳에 처음 놀러 온 사람이야. 그런 이 대표한테 한판 하자고 하는 건 너무 한 거 아닌가?”김선우가 로버트를 향해 차갑게 웃었다.“뭡니까? 카지노 사장으로서 손님들의 도박판에 끼어들 생각인가요?”“그런 뜻이 아니야.”“그럼 무슨 뜻인가요?”로버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좋아. 꼭 해야겠다면 방법을 바꾸는 건 어때?”“그래. 방법을 바꿔.”테이블 위에서는 김선우를 당해낼 자가 없었다. 조금 전, 아무리 그들과 내기해서 이긴 이승하라도 말이다. 일 년 내내 카지노에서 빈둥거리는 김선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김선우가 어떤 사람인지 로버트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여 자연히 이승하가 속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명문 집안의 자제들이 이승하를 두둔하는 것을 보고 김선우는 냉소를 금치 못했다.이승하같이 이렇게 냉혈한 인간에게도 그를 도와주는 친구가 있다니. 하늘도 무심하시지...한편, 김선우는 로버트가 좀 꺼렸다. 라스베이거스 쪽은 앞으로도 로버트의 가문에 의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바꿉시다. 어차피 이기는 사람은 나니까.”말을 마치고는 그가 몸을 옆으로 돌려 복도 끝에 있는 창문을 바라보았다.“레이싱 대결은 어떠합니까?”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이승하를 말해 물었다. 서유의 손
그러나 김선우 또한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승하가 판돈을 바꾸었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지.“좋아요. 하지만 그 대신 대결하는 동안 누나가 제 뒤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그가 손을 뻗어 모터사이클의 뒷좌석을 두드리며 도발적인 눈빛으로 이승하를 쳐다보았다.“김선우, 정도껏 해.”주먹을 불끈 쥔 이승하의 손등에 핏줄이 선명히 드러났고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쥐어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럼 동의 못 합니다.”추첨에서 이긴 사람은 그였으니 그의 제안에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전혀 바꿔 줄 이유가 없었다. 결국 이번 내기는 이승하를 엿먹이려는 김선우의 속셈이었다. 때문에 이승하가 제안한 것처럼 유리하게 판돈을 바꾸는 것이 먼저였다. 판돈을 바꿔야만 이승하가 이기게 되었을 때 김선우한테 뽀뽀를 할 필요가 없게 되고 이승하도 김선우의 파트너와 엮이는 일이 없게 될 것이다. 남편은 이길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했을 것이다. 다만 김선우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고 조건을 제시하는 대가를 얻으려 했다. 날라리 같은 김선우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뭔가 생각난 듯 이승하의 손을 놓고는 빠른 걸음으로 김선우를 향해 걸어갔다.“그래요. 내가 뒤에 앉을게요. 시작해요.”그녀의 한마디로 상황이 종료되었고 이승하가 막으려 해도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뭐 하는 거야?”고개를 돌리고 그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여보, 힘내요. 꼭 이겨야 해요.”그녀의 눈빛을 읽은 듯 미간을 찌푸리던 그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졌다.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승하는 무조건 그녀를 믿기로 했다. 서유는 그를 다독인 후, 주먹을 뻗어 김선우의 등을 힘껏 내리쳤다.“헬멧 좀 줘요.”그녀에게 한 방 얻어맞은 김선우는 등에서 전해진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서유를 돌아보았다. “뭘 먹고 자랐길래 힘이 이렇게 센 거예요?”“사람이요.”그는 헬멧을 그녀에게 건네주고 올바른 착용법까지 가르쳐 준 뒤, 반대편에 서 있는 이승하를 쳐
펑.총성이 울리는 순간, 모터사이클 두 대가 화살처럼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이승하가 운전하던 그 사이클에서 책 한 권이 날아왔고 로버트가 그걸 주워 확인해 보았다.그걸 펼쳐보던 로버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세상에. 모터사이클 사용 설명서라니.”익숙하게 모터사이클을 운전하는 이승하의 모습을 보고 몰래 배운 줄 알았다. 근데 이 현장에서 운전법을 터득하게 될 줄이야?대단한 배짱이었다. 한편, 김선우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서유는 잘 잡히지 않자 그의 뒷덜미를 꽉 잡았다. 모터사이클의 속도가 빠르고 서유가 뒤에서 옷깃을 꽉 잡자 김선우는 숨이 막혀 미간을 찌푸렸다.“이것 좀 놓아요. 목 졸려 죽겠네.”그러나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그녀는 한사코 손을 놓지 않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속도를 줄였다.속도를 내면 서유가 뒤로 넘어지면서 더욱 목을 조였기 때문이다. 그가 속도를 낮추자 옆에 있던 모터사이클이 그를 가뿐히 앞질렀다.속도를 올리는 것과 목이 졸려 죽는 것 두 가지 선택을 놓고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목이 졸려 죽는 걸 선택했다. 어찌 됐든 이승하에게 뺨을 맞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건 너무 창피한 일이었다. 코너를 돌던 그때, 그가 갑자기 속도를 높였고 미친 듯이 이승하의 뒤를 쫓았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서유는 한 손을 떼어 김선우의 허리를 잡았다. 자신의 허리를 감싸안은 그녀의 손을 보고 김선우는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올렸다.“진작에 그럴 것이지.”말이 마치고 그는 다시 속도를 냈고 엄청난 속도에 서유는 두 손으로 그의 허리를 감싸안아야 했다. 두 손으로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그녀를 보고 그는 미친 듯이 이승하의 뒤를 쫓으며 휘파람을 불었다.“봐요. 누나가 제 허리를 잡았어요.”이승하가 차가운 눈빛으로 오만방자한 김선우를 쳐다보았다. 하찮은 표정을 지으며 아내한테 이런 바보 동생이 있다는 게 정말 창피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바보 동생 김선우는 신나서 다시 속도를 내어 앞으로 돌진했다.